이제 너는 노땡큐 - 세상에 대들 용기 없는 사람이 뒤돌아 날리는 메롱
이윤용 지음 / 수카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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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제 나이 40대. 지금까지 살아온 제 인생을 체에 걸러볼까 합니다. 독이 된 사람과 감정들을 삭제하고 힘이 된 사람과 그 마음들을 보관함에 담아봅니다. 어차피 세상에 대들용기도 없고, 억울해도 잘 따지지 못하는 이놈의 성격으로 제가 할 수 있는 최고의 복수는, 상처 준 사람들을 향한 내 감정을 아무도 모르게 삭제해버리는 것일 테니까요. - '프롤로그' 중에서

 

 

자꾸만 상처 주는 당신, 이제 내 마음에서 삭제!

 

이 책의 저자 이윤용은 라디오 작가로 <심심타파>, <별이 빛나는 밤에>, <친한친구> 등 다수의 심야 프로그램과 <싱글벙글쇼>, <2시의 데이트>, <오후의 발견> 등 다수의 낮 프로그램을 거쳐 현재는 MBC 라디오 <박준형, 정경미의 2시 만세>를 집필 중이다. 저서로는 <생겨요, 어느 날(김영사)>, <저는 괜찮습니다만(예담)> 등이 있다. 서울토박이로, 용기 없어 사고 못 치는 순둥이로, 라디오가 좋아 일에 매달리는 일벌레로 살다가, 세상의 쓴맛과 인간관계의 독한 맛을 경험하고 이제는 날라리로 살고 싶은 싱글 여성이다.

 

연애에서, 직장에서, 사람들 사이에서 생긴 상처는 때로 그녀의 숨통을 조여왔다. 그러다가 상처 되는 말은 그저 뱉은 사람이 자신에게 버리고 간 쓰레기일 뿐이라는 걸 알았고, 지난 사랑은 곱게 체에 걸러 아름다운 기억만 새겨도 모자랄 소중한 내 인생이라는 걸 깨달았다. 이제 가슴이 터지도록 쌓아온 물건과 말과 사람들을 정리해보려고 한다. 이 책은 그녀의 세 번째 에세이다.

 

책은 총 4부로 구성되었는데, 파트1(감정 끊는 법을 저장하시겠습니까?)에서는 상처받은 감정의 정리를, 파트2(유머를 잃지 않게 해주세요)에서는 삶의 충전 밧데리인 유머를, 파트3(마음을 내어주고 싶은 당신이 있어서)에서는 정리하지 않고 남겨두고 싶은 감정이나 추억을, 파트4(우리는 사람이지, 우렁이가 아니니까요)에서는 당당한 삶을, 이렇게 총 54개의 생각 단편들을 담고 있다.

 

 

 

 

님아 그 세탁소에 가지 마오

 

작가는 옷 수선을 맡기려고 동네 세탁소에 들렀다. 사람들이 줄을 서 있을 정도로 붐볐다. 그래서 순번을 기다렸다. 이제 그녀의 순서. 그런데, 세탁소 사장이 환하게 웃으면서 뒷에 대기 중인 고객의 일처리를 먼저 해도 되겠는지 양해를 구해 왔다. 평소 같았으면 "그러세요"라고 했겠지만, 그날은 급한 일이 있어서 "얼마나 걸리는데요? 제가 좀 급한데"라고 말끝을 흐렸더니 사장의 얼굴이 바뀌며 매우 위압적이 말투로 윽박질렀다. 

 

생각해보면 그런 사람들이 있다. 자신의 편의대로 얼굴색을 바꾸고, 순서의 원칙을 바꾸고, 내 감정을 늪으로 바꾸는 사람. 자기 기분 내키는 대로 신나게 하하 호호 웃다가도 뭐 하나 자기 맘대로 안 됐다 싶으면 버럭 화를 내고 돌아서는 사람 등처럼 말이다. 그리고 다음엔 또 아무렇지도 않은 듯 상냥한 얼굴로 나를 맞이한다.

 

"대신 난 뒤끝이 없잖아"

 

그러면서 그들은 스스로를 이렇게 칭한다. 근데 어쩌지? 난 뒤끝이 있거든. 이미 마음에 상처를 받았기에 말이다. 한없이 상냥한 척 다가왔다가, 자신의 뜻대로 행동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세상 매서운 얼굴로 화를 내는 당신을, 이제 내 마음에서 삭제하고 싶다. 나는 더 이상 당신의 친절과 미소를 믿을 수 없게 되었으므로. 당신은 환하게 입꼬리를 올리지만 내 눈엔 당신 뒤에 달린 가식의 꼬리가 훤히 보이므로.

 

 

무례한 걱정

 

작가 자신은 안다. 결혼이 늦은 거를. 하지만 그녀는 너무너무 마음이 편하다. 아침에 늦잠을 자서 학교에 5분 지각할 것 같으면 어떻게든 뛰어서라도 아슬아슬하게 시간을 맞추려고 조급증을 내겠지만, 아예 한 시간쯤 늦어버리면 생각이 달라진다. '이왕 이렇게 된 거, 3교시쯤 들어가지 뭐'라는 느긋한 마음이 생기는 것과 비슷하다고나 할까. 늦게 결혼한 사람이라면 이 마음을 충분히 이해할 것이다. 아무튼 그녀의 가족은 물론 주위 사람들 모두 이런 그녀의 마음을 잘 알기 때문에 결혼을 재촉하거나 걱정하지 않는다. 그런데 18년 만에 만나 5분 이야기 나눈 동창이 지금 그녀를 걱정하고 나선다.

 

걱정이 돼서, 라는 말로 남의 사생활에 쑥 끼어드는 사람들.
걱정이 돼서, 라는 말로 남의 상처에 소금 뿌리는 사람들.
걱정이 돼서, 라는 말로 심란한 속을 더 뒤집어놓는 사람들.

 

그래서 그녀는 이제 "네가 걱정이 돼서"라는 핑계로 그녀에 대해 함부로 말하는 사람을 거부하려 한다.
정말 걱정이 된다면 그저 조용히 교회에 나가 새벽기도나 해주면 좋겠다. 아니, 절에서의 백일기도도 당연히 환영할 것이다. 정말 그것으로 족하니까 말이다. 걱정으로 포장된 타인의 무례함, 이제 그녀는 삭제하려한다.

 

 

붕어빵의 교훈

 

언니는 붕어빵 어디부터 먹어요?

심리테스트예요.

1. 머리부터 먹는다. 2. 배부터 먹는다. 

3. 등지느러미부터 먹는다. 4. 꼬리부터 먹는다.

 

이는 후배가 작가에게 물어온 말이다. 어디부터 먹더라, 하고 생각하다가 갑자기 그녀의 머리에 '붕어빵 팥 정량의 법칙'이란 말이 떠올랏다. 한마디로 우스개 소리다. 그녀의 말을 들어보자. 그녀는 붕어빵의 머리부터 먼저 먹는데, 팥을 맛보려면 적어도 두 입 정도는 베어 물어야 한다고 말한다. 반면에 후배는 배부터 덥석 베어 먹는데, 그 이유는 팥을 빨리 맛보고 싶어서란다. 달콤한 팥 맛 때문에 붕어빵을 먹는데, 왜 굳이 기다렸다가 맛보느냐는 거다.

 

여기서 작가는 이를 단순히 유머로 여기는 게 아니라 우리의 인생은 마치 붕어빵을 먹는 것처럼 어디서 먼저 먹을지를 모르는 케이스라서 달콤한 팥을 언제 만날지를 모른다는 것이다. 인생에 단맛이 느껴지지 않을 때 자신의 팥이 저쪽 어디쯤엔 있을 것이니까 남들이 팥을 먹을 때 부러워하지 말자는 것이다. 왜냐하면, 어차피 팥의 양은 정해져 있으므로. 

 

 

호칭에 대하여

 

언니, 소개팅한 연하남이 톡을 하다가 저에게 '누나'라고 불렀어요.

이 자식 뭐죠?

 

어느 날, 후배가 작가에게 이런 카톡을 보내왔다. 그래서, 드라마 <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의 영향이었을 거라고 후배를 다독였다. 자연스럽게 자신도 무르게 그런 호칭이 나왔거라고 했다. 그랬더니 후배는 심히 흥분해서 "드라마는 누나 동생 하다가 연인 사이로 변한 것이고, 소개팅으로 만난 자신에게 그날은 '~ 씨'라고 이름을 불렀는데 오늘 톡에서 '누나'라고 불렀다"는 것이었다. 즉 당신은 이성이 아니라 그저 누나라는 선 긋기라는 해석이었다.

 

이후 작가는 연상의 여인과 연애 중인 한 남자에게 이에 대해 문의를 했다. 그랬더니 깔끔한 답변이 왔다. 즉, 남자가 연상녀를 만날 때는 호칭으로 먼저 자신들의 사이를 규정하려고 하므로 '누나-나'로 규정한 이상 계속 만나고 싶다면 가볍게 만나보는 게 좋다는 조언이었다. 아니면 나중에 상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보내지 못한 문자

 

시작은 거창했으나 용기가 없어 보내지 못한 우리의 문자는 지금도 각자의 예전 휴대전화에 저장되어 있다. 그걸 만약 진짜로 전송했다면, 우리는 지금쯤 어떻게 되었을까? 아, 갑자기 등골이 오싹하다.

 

야, 네가 그렇게 잘났냐!

"네네" 해주니까 네가 잘나사 "네네"하는 거 같지?

먹거 살려고, 돈 벌려고 그러는 거거든?

ㅔ가 그 위치가 아닐 때도 "네네"거릴 사람 있는지,

30년 후에 퇴직하면 한번 보자.

예언 하나 하는데, 너 말년에 엄청 외로울 거다.

 

물론 이걸 그냥 확 보내버리고 다 그만둘까, 아주 잠깐 고민도 하였다. 그러나 우리는 버티는 게 이기는 거라는 다소 씁쓸한 결론에 도달했다. 우리의 월급에는 괴팍한 상사와 이상한 동료를 대응해야 하는 수고비도 포함되어 있는 거라고, 나도 누군가에게는 괴팍한 선배, 야박한 동료일 수 있다고, 그러니 쌤쌤으로 치자며 스스로를 자위하던 밤.

 

그러나 모르겠다. 우리의 나이가 여든쯤 됐을 때도 여전히 한 맺히게 억울하다면 고령이 되어 떨리는 손으로 전송 버튼을 누를지도. 아니 어쩌면, 이 나이까지 살아 보니 그거 정말 별거 아닌데 내가 왜 그렇게 파르르 떨었을까, 하며 작성했던 문자를 스스로 삭제하게 될지도. 얄미운 상대에게 들이받는 문자를 보관하시겠습니까?

 

 

 

 

더 이상 상처 받지 말자

 

이 책은 자기계발서가 아니다. 더구나 자신의 감정을 자유자재로 조련하는 방법을 제안하는 훈련서도 아니다. 소심한 마음 탓에 세상에 지를 용기 없는 사람에게 비록 앞에선 아무 말 못해도 뒤돌아 메롱은 할 수 있도록 해준다. 자신에게 상처를 준 사람을 찾아가 따지지는 못해도 집에 와서는 조용히 그 사람의 문자를 삭제할 수 있는 그런 위로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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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트 제국의 몰락 - 엘리트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가 집대성한 엘리트 신화의 탄생과 종말
미하엘 하르트만 지음, 이덕임 옮김 / 북라이프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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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엘리트와 대중의 거리는 최근 수십 년간 점점 더 멀어졌다. 이는 무엇보다도 막대한 부 혹은 소득 차이와 관련이 있다. 아무리 느슨하게 보더라도 엘리트층 대부분의 월수입은 1만 유로 단위 이상으로 전체 소득자 중 최상위 1%에 속한다. 게다가 그들은 대개 평균 이상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보통 사람들은 엄두도 낼 수 없는 비싼 지역에서 부동산을 임대하거나 구매할 수 있다. 이들은 대도시에서 급격하게 진행되는 젠트리피케이션의 피해자가 아니라 오히려 수혜자다. 이들의 일상 또한 일반인과는 공간에서부터 격리되어 있다. 건강이나 자녀 교육 같은 문제에서도 대부분의 국민에게는 없는 해결책이 있다. - '본문' 중에서

 

 

시대정신은 바뀔 수 있다

 

이 책의 저자 미하엘 하르트만는 독일 사회학자로 엘리트 연구의 권위자이다. 1952년 생인 그는 1971년부터 1976년까지 마르부르크 대학과 라이프니츠 하노버 대학에서 사회학, 정치학, 철학, 사학, 독문학, 심리학 등을 전공, 라이프니츠 하노버 대학에서 사회학,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79년에는 동 대학에서 철학 박사 학위를, 1983년에는 오스나부르크 대학에서 사회학 박사 학위를 수여했다.

 

그 후 여러 대학에서 방문 교수로 일하다가 1999년부터 2014년까지 다름슈타트 공과대학에서 사회학 교수를 역임했다. 대학에 있는 동안 엘리트주의 연구로 주목받았고 개인의 출신 성분이 능력이나 노력보다 성공에 절대적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고 주장해왔다. 그의 연구는 다양한 국제연구소에 영향을 주었으며 현재 금융거래 조세조합에서 고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세계적 기업 CEO와 억만장자, 독일 내 경제, 사법, 정치 엘리트들을 대대적으로 조사한 <글로벌 경제 엘리트>, 프랑스, 영국,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스위스, 오스트리아, 베네룩스 3국, 스칸디나비아, 동유럽까지 전 세계 엘리트들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역사적 관점에서 연구한 <엘리트와 그들의 유럽 지배력>을 비롯해 다수의 관련 서적을 집필했다.

 

그는 1980년대 이후 최근까지 30여 년간의 사회적 흐름을 분석하여 부의 편중화, 소득의 양극화, 권력의 독점화, 그리고 사회적 불평등의 심화 등의 현상을 적나라하게 비평한다. 나아가 이런 비판에만 그치지 않고 나름의 대안을 제시한다. 즉 지금껏 시대정신으로 자리잡았던 신자유주의 정책과의 결별과 매우 폐쇄적인 엘리트 계급의 개방을 요구한다.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되었는데, 제1장(그들만이 사는 세상, 엘리트 제국)에서는 엘리트 제국이란 무엇인지를 설명하고, 제2장(엘리트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서는 엘리트를 규정하는 중요한 특징들과 교육과 선별 절차를 통해 엘리트 계급이 형성되는 과정들을 살펴보며, 제3장(엘리트는 어떻게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하는가)에서는 신자유주의로 인해 골이 더욱 깊어진 부의 양극화와 이를 뒷받침하는 정치적, 경제적 결정 과정을 분석한다.

 

이어서 제4장(공익보다는 사익, 엘리트 제국의 규칙)에서는 세금을 회피하려는 전 세계 엘리트들의 행태를 비롯해 사회적 격차에 대한 엘리트들의 시각 등을 다루고, 마지막으로 제5장(신자유주의를 넘어선 정치는 가능한가)에서는 사회적 불평등이 정치에 미치는 영향과 미래의 정책적 변화 가능성을 탐구하면서 끝을 맺는다.

 

 

 

 

고용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

 

고용 여부를 결정하는 데는 2가지 요소가 핵심이다. 즉, 명문 대학교 출신 여부개인적 배경이 바로 그것이다. 입사 지원서에서는 응시자가 졸업한 대학의 명성 그리고 대학 시절의 학업 외 활동이 중요하게 평가된다. 의사 결정권자들이 명문 엘리트 대학교 출신 지원자들에게 초점을 두는 까닭은 엘리트 대학을 제외한 여타 대학의 교육 수준이 그다지 높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소위 명문 대학들은 매우 까다로운 선발 절차로 최고의 지적 성과를 확보한다. 하버드 대학을 나와 대기업에 입사한 사람은 동급생들 중 최고의 학생일 경우가 많고, 다른 대학 졸업생보다 회사의 까다로운 요구에 부합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하버드 대학교 사회학자인 로렌 리베라<엘리트 학생은 어떻게 엘리트 직업을 갖는가>에 실린 내용이다. 

 

또한 엘리트 대학의 졸업생이란 사실은 그가 제대로 된 리더십 매너를 갖추고 있음을 보여주는 척도가 되기도 한다. 리베라에 따르면 응시자의 과외 활동 역시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이것이 응시자의 성격을 판단하는 데 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스포츠는 기본적으로 의사 결정권자들에게 관심의 대상인데 축구나 농구처럼 운동장에서 뛰는 종목을 선호하는 편이다.

 

 

미국의 소득분배

 

소득 비율 면에서 미국의 시대는 명확히 둘로 나뉜다. 제2차세계대전 말부터 1980년 초 사이 미국 내의 소득 격차는 상대적으로 낮았다. 1945년 이후로 많은 사람들의 생활수준이 상당히 나아졌을 뿐 아니라 미국 역사상 유례없이 안정된 수준의 사회적 수입을 누릴 수 있었다. 하지만 그 후 상위 10%나 특히 역사 이래 최고의 상승세를 누린 0.1%의 극소수 최상층에 의해 대중은 자신들의 몫을 잠식당했다. 1980년대 초반부터 빈부 격차는 급속히 커졌고 마침내 지난 1920년대 말부터 1930년대 초의 격차 범위를 훨씬 넘어섰다.

 

이와 같은 추세에 따라 부의 분배 역시 바뀌었다. 오늘날 0.1%에 해당하는 최상위층의 수입은 총수입의 22%로, '고작' 7%에 지나지 않았던 1970년대 후반에 비해 3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상위 1%가 차지하는 자산은 총자산의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42%에 이른다.

 

 

잘못된 조세정책

 

'세금 국가'를 비판하는 사람들의 지속적인 주장처럼 상위 10%의 소득자들이 총소득세의 절반 이상을 지불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들이 시장 소득의 40%를 반면 나머지 하위 인구의 절반은 17%만을 차지할 수 있다는 사실은 언급되지 않는다. 이런 소득분포는 무려 100여 년 전인, 제1차세계대전이 시작되기 전 독일제국의 소득분포와 일치한다. 게다가 상위 10% 계층은 나머지 계층에 비해 간접세와 사회 보조금의 영향을 훨씬 덜 받으며 지난 20년 동안 연방 정부로부터 다양한 세금 감면 혜택을 받았다.

 

 

우익 대중영합주의와 맞서다

 

우익 대중영합주의와 싸운다는 것은 지배적인 신자유주의 정책에 어떤 형태로든 맞서야 함을 의미한다. 이러한 전략의 성공 가능성은 2017년 초 마르틴 슐츠가 몇 주 동안 SPD의 승리에 대한 기대를 높였던 데서 볼 수 있다. 슐츠의 승리가 예상된다는 의외의 여론조사 결과는 분명 그의 주요 모토였던 '사회정의' 덕분이었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정부의 정책에 실망해 더 이상 선거에 참여하지 않거나 AfD로 지지 정당을 바꾸었던 많은 기존 SPD 지지자들이 옛 사회보장제도를 되찾을 수 있다고 믿거나 또는 그러기를 희망하며 SPD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엘리트는 다른 세상에 살아야 하는가?

 

198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가 시대정신으로 자리 잡으면서 소득 양극화는 전 세계적으로 심각한 이슈이다. 이에 따라 엘리트들과 일반 대중들과는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 특히 부와 권력을 독점하고 있는 기득층 엘리트들은 세금 면제 등과 같이 부유층, 상류층, 대기업만을 위한 정치를 펼침으로써 사회적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킨다. 불평등과 양극화라는 사회적 이슈에 관심을 가진 모든 분들에게 책의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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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루기 습관은 한 권의 노트로 없앤다 - 7800명의 인생을 바꾼 행동 이노베이션 노트
오히라 노부타카 지음, 이지현 옮김 / 라이팅하우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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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한 권의 노트로 뒤로 미루는 습관을 없애는 방법을 소개한다. 나는 '목표 실현 전문가'로서 7,800명 이상의 사람들이 자신의 꿈과 비전을 보다 빠르게 실현할 수 있도록 도와 왔다. 그중에는 런던 올림픽에 출전한 육상선수, 2년 연속 종합우승을 차지한 일본대학 승마부,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는 최정상급 모델, 경영인, 사업가, 베스트셀러 작가 등이 있었다. - '들어가며' 중에서

 

 

뒤로 미루는 습관을 없앤다

 

이 책의 저자 오히라 노부타카는 목표 실현 전문가이자, 비즈니스 리더들의 멘탈 코치이다. 뇌과학과 아들러 심리학을 접목시킨 독자적인 목표 실현법 '행동 이노베이션'을 개발하고 주식회사 앵커링 이노베이션을 설립했다. 일본대학 승마부를 2년 연속 전국 우승으로 이끌었으며, 올림픽 출전 선수, 세계적인 톱 모델, 베스트셀러 작가 등 7,800명 이상의 목표 실현 및 혁신을 도왔다. 이런 성과가 화제를 불러일으켜 각종 매체로부터 출연 의뢰가 빗발치고 있다. 그가 개최하는 연수 세미나는 항상 만석 사례를 기록하며 CEO를 대상으로 한 퍼스널 코칭은 현재 3개월을 대기할 정도로 인기가 많다. 또한 그가 지도하는 프로 코칭 스쿨에서는 연 매출액 1억 원을 넘는 코치가 계속해서 탄생하고 있다.

 

기적의 목표 실현법 '행동 이노베이션'에 대한 모든 것을 공개함으로써 출간 즉시 4만 부를 찍은 이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되었는데, 아들러 심리학과 뇌과학이 결합된 획기적인 목표 실현법을 알려 준다. 책을 읽고 '행동 이노베이션 노트'를 활용한 셀프 코칭으로 목표를 이루었다는 리뷰들이 속출했을 정도다. 저서로는 <나를 바꾸는 연습>, <하루 50초 셀프토크> 등이 있다.

 

 

 

 

일의 4가지 분류

 

급하면서 중요한 일

급하지만 중요하지 않은 일

중요하지만 급하지 않은 닐

급하지도 중요하지도 않은 일

 

"미루기 습관의 진짜 의미는

자신에게 중요한 일, 가치 있는 일을 뒤로 미루는것이다" 

 

 

 

뒤로 미루는 데만 열심인 '가짜 노력'에서 벗어나라

 

'급하면서도 중요한 일'을 뒤로 미루는 사람은 거의 없다. 반면에 '급하지 않지만 중요한 일'은 백이면 백, 뒤로 미루기의 대상이 된다. 그런데 삶의 질을 결정하는 것은 바로 후자, 당장 급하지 않지만 중요한 일들에 있다. 예를 들어 장기 계획 수립, 전문성을 갖추기 위한 공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시스템 구축, 업무 재검토 및 개선, 인맥 형성, 후배 육성, 건강관리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래서 책은 뻔히 예정된 인생에서 벗어나 '원대한 목표'로 향하게 만드는 1일 3분 프로그램을 제시한다. 노트에 힘차게 날아오를 원대한 목표를 적고, 당장 실천할 수 있는 '10초 액션'을 세운다. 이게 전부다. 이렇게 매일 아침에 쓰는 '행동 이노베이션 노트'중요하지도 않은 일에만 열심이었던 가짜 노력의 고리를 완벽히 끊을 수 있다.

 

 

 

'원대한 목표'와 '10초 액션'의 힘

 

미루기 습관에 빠져 잠들어 있던 '의욕 스위치'를 작동시키는 비밀 버튼은 바로 '10초 액션'이다. 뇌에는 '측좌핵'이라는 쾌락 중추가 있다. 이 측좌핵은 자극을 받으면 도파민을 분비한다. 뇌는 이 경험을 좋아해서 몇 번이나 반복을 촉진한다. 이것이 의욕의 원천이 된다. 즉, 뇌과학적인 관점에서 보면 '의욕 → 행동'이 아니라 '행동 → 의욕'이 정확한 순서다. 10초 액션으로 측좌핵을 자극해 움직이게 하고 의욕을 샘솟게 만들 수 있다. 예컨대 '내 분야의 전문가가 되자'라는 원대한 목표가 있다면, 정작 전문성을 갖추기 위한 공부는 급한 일들에 밀려 계속 미루기 십상일 것이다. 이럴 때는 '자료를 본다'라는 자그마한 '10초 액션'으로 뇌의 의욕 스위치를 작동시킬 수 있다.

 

 

 

최신 뇌과학과 심리학이 결합된 목표 실현의 기술

 

'행동 이노베이션 노트'는 하루 3분의 짧은 시간 동안 자신의 원대한 목표를 확인하고 10초 액션으로 한 발 한 발 행동으로 옮길 수 있게끔 설계되었다. 그리고 이 1일 3분 프로그램 속에는 미래 앵커링, 역산 사고, 메타인지라는 최신 뇌과학과 심리학의 원리가 숨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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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원 제로, 혼자 시작하겠습니다 - 좋아하는 일을 하며 이익을 남기고 여유롭게 사는 1인 비즈니스 성공법
야마모토 노리아키 지음, 구수영 옮김 / 21세기북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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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를 크게 키운다. 주식상장을 노린다. 매출을 꾸준히 늘린다. 지금까지는 회사를 창업할 때 대부분 이렇게 생각해왓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앞으로는 1인 비즈니스와 같은 '작은 회사의 시대'가 될 것이다. 인구가 점점 줄어듦에 따라 소비가 줄고 경제 규모도 축소되고 있다. 대기업조차 매출이 줄어 구조조정이 불가피해지고 인수합병이 늘었다. 도산하거나 소멸하는 회사는 갈수록 많아질 것이다. - '머리말' 중에서

 

 

작은 회사의 시대가 도래하다

 

이 책의 저자 야마모토 노리아키1994년 와세다대학교 정치경제학부를 졸업하고 10년간 회사생활을 했다. 회사에 다니면서 세무사 공부를 시작해 4년 만에 합격하고, 2005년 자신의 이름을 내건 '야마모토 노리아키 세무사무소'를 시작했다. 그는 10년 넘게 초경량 기업을 경영하며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창업의 꿈을 키우고, 성공 방법을 나누기 위해 이 책을 썼다. 한편, 그는 경제 규모가 더욱 줄어들 것이라 전망하며 1인 기업의 성공을 위해서는 '회사를 절대 키우지 않겠다'는 목표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저서로는 <아침 1시간 노트> 등이 있다.

 

책은 '혼자서 회사를 경영한다', '회사를 크게 키우지 않는다', '1인 비즈니스 자금 관리법', '1인 비즈니스 시간 활용법', '1인 비즈니스를 위한 가이드-정리편' 등 총 5장으로 구성되었는데, 직원 없이 혼자 일하는 1인 비즈니스의 노하우를 담고 있다. 즉 제1장에서 제4장까지 10년 간 1인 기업을 운영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한 노하우를 담았다. 

 

마지막으로 제5장에는 1인 기업을 하면서 절대 해서는 안되는 일, 오래 유지하는 법, 가계 순자산 등 실질적인 조언은 물론 건강, 도전정신, 어떻게 되는 좋다 식의 긍정적 사고 등의 필요성까지를 깔끔하게 정리했다. 특히, 회사를 절대로 키우지 말라는 역발상의 조언을 하면서 창업 준비생들에게 1인 비즈니스의 길잡이를 제공하고 있다.

 

 

 

 

 

왜 1인 기업을 해야만 하는가?

 

경제 성장이나 경제 규모의 크고 작음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게 뭘까? 바로 '인구'다. 인구가 증가하면 그만큼 생활 인구가 늘어서 생산과 소비 모두 증가하므로 경제 활동도 활발해진다. 한국의 경제 또한 이런 전철을 밟았다. 한국 전쟁 이후 경제 부흥이라는 기치 아래에서 한국인들은 정말 열심히 노력했다. 마치 일벌레처럼 말이다. 이는 바로 전후 세대 즉, 신생아들의 증가와 연동된 인구의 증가와 함께 경제가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와 상황이 매우 다르다. 한국도 일본과 마찬가지로 이미 인구의 감소세 상황이다. 특히, 생산가능인구는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이런 인구 상황에선 생산과 소비 모두 줄어들 수밖에 없다. 어떤 경제학자들은 인공지능, 로봇 등의 기술 혁신을 통해 경제 성장이 가능하다는 의견을 펼치지만 대부분 이를 수용하지 않는다.

 

과거 일본은 경제 호황기에 '평생 직장'이라는 용어를 만들어 미국과 유럽 등 경제 선진국의 인력 구조조정과 차별화를 기하면서 마치 이것이 효율적인 경영기법인 것처럼 자랑햇다. 그러나, 이는 옛 말이다. 일본은 현재 평생 직장이라는 개념이 없다. 당연히 한국 경제에도 평생 직장이 사라진 지 오래 되었다. 따라서, 우리들은 줄어든 경제 규모에 합당한 비즈니스가 무엇인지 깊은 성찰을 해야 한다. 이에 책의 저자가 제안하는 '1인 비즈니스'가 크게 가슴에 와 닿는다.

 

 

회사를 크게 키우지 않는다

 

규모가 커지면 사무실 공간도 많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초기 투자금이 많이 들기 때문에 대출도 고려해야 한다. 대출금의 이자를 지급하려면 매출을 더 늘려야 하고 늘어난 일을 해내기 위해 직원도 더 많이 채용해야 한다. 그러면 또 직원들이 일할 공간이 더 필요해진다.(52쪽)

 

대부분 창업을 준비하면서 '시작은 미약해도 끝은 창대하리라'라는 꿈을 꾼다. 하지만 이꿈은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경제 규모가 줄어드는 현재와 같은 축소의 시대에 매출 상승이나 규모 확장은 사실상 어려운 법이다. 이에 저자는 우리들에게 좋은 충고를 한다. 즉 '작게 시작해 작게 굴리며 평생 돈 버는 만의 회사를 목표로 삼아보라'고 말이다.

 

회사를 크게 키우면 안 되는 이유

 

1. 매출을 늘리려다 보면 도산할 가능성이 크다

2. 인간관계에서 문제가 드러난다

3. 규모가 커진 후 이를 줄이기 어렵고, 게속 유지하기는 더욱 어렵다

 

그래서 저자는 '회사를 크게 키워야 한다'는 개념부터 지운다. 혼자 할 수 있는 '초경량'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1인 기업의 성공 비결이다. 이를 위해서 '사원 제로, 직원 없이 혼자 일하는 시스템'을 만들라는 주문이다. 그런데, 인력이 필요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방법이 있다. 바로 '인력 아웃소싱', 즉 외주 형태를 통해 그때그때 활용하면 된다.

 

저성장 시대를 감안해, 이미 커진 조직의 규모를 지금부터 축소하기란 정말 쉽지 않다. 매출이나 일을 줄이면 함께 데리고 있던 직원들의 생계 문제는 당연히 불안정해진다. 이미 사업을 해본 사람은 다 안다. 나 또한 그랬다. 2008년에 몰아닥친 금융위기 때 도저히 더 이상 투자회사를 꾸릴 방법이 없어서 회사를 청산하는데, 직원들이 계속 눈에 밟혔다. 하지만 더 이상 부채에 의존하면서 회사를 경영한다면 나의 가족들조차 길거리로 내몰릴 수밖에 없었다.

 

 

1인 기업의 자금관리

 

회사와 가계, 둘을 모두 고려한 1인 기업 자금관리'급여 4 : 경비 4 : 이익 2'의 계산법을 활용하면 된다. 예컨대 1인 기업가의 급여(생활비+세금+미래투자)로 연 8,000만원이 필요하다면 경비 8,000만원, 이익 4,000만원, 2억 원을 회사의 '총이익' 목표로 잡을 수 있다. 총이익에 재료비나 외주비 등의 '비용'을 추가하면 1인 기업을 유지할 수 있는 매출 목표가 역으로 나온다. 아래의 '역산식 계산법'을 참조하라. 필요한 급여가 줄면 총이익 목표가 줄고, 비용 절감을 통해 매출 목표를 낮출 수 있다.

 

 

 

혼자 일하며 꾸준히 돈 번다

저자는 1인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좋아하는 일을 혼자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매출보다 이익을 중요하게 여기라고 조언한다. 규모를 키우기보다 유지하는 것에 집중하면 쉽게 무너질 리 없다고 강조한다. 1인 기업을 오랫동안 유지하는 또 다른 비결은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다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되었듯 장시간 일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마찬가지다. 1인 기업도 자신을 혹사시키면 결코 오래가지 못한다. 세상의 변화에 따라 융통성 있게 방법을 바꿔 일과 삶의 균형을 찾아야 할 것이다.

 

1인 기업가를 위한 '제로의 법칙'

 

매출 압박 제로

규모 확장 제로

고용 걱정 제로

야근 부담 제로

인간관계 문제 제로

현실 안주 제로

 

 

 

 

'고용되지 않는 삶, 고용하지 않는 삶'을 목표로 삼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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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로 책 읽기 - 서지문의 뉴스로 책 읽기 1
서지문 지음 / 기파랑(기파랑에크리)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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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년 여의 집필기간 동안에 나의 칼럼은 매회 절규가 되었다. 물론 내 정치 감각이 예리하지 못해서 분석이 정밀하지 못한 면이 있겠지만 어쨌든 나와 같은 울분, 위기감, 그리고 부당함에 괴로운 독자들에게는 나의 칼럼이 그들의 분노를 대변해주는 작은 카타르시스의 장이었다고 한다. - '저자의 말' 중에서

 

 

국내외 이슈를 성찰하다

 

이 책의 저자 서지문이화여자대학교 영문학 학사, 웨스트조지아 대학 영문학과 석사, 뉴욕 주립대학교 대학원 영문학과 문학박사를 취득했으며, 1978년부터 35년간 고려대학교 강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던 고려대 명예교수다. 석사취득 직후부터 시작된 저자의 집필은 국내 국, 영문 일간지와 주간지에 문학과 시사를 넘나들며 현재도 계속되고 있다.


저서로는 <인생의 기술: 빅토리아조 문필, 사상가들의 윤리적미학이론 연구>, <Remembering the Forgotten War>(공동집필, 편집), <동양인이 흠모한 공자, 서양인이 사랑한 공자>, <서지문의 소설 속 인생>, <영국소설을 통해 본 영국신사도의 명암〉등이 있다. 또한 일찍부터 한국문학의 영역을 통한 세계화에 사명감을 갖고 한국 단편, 장편, 시 등을 영역하고 영미권에서 출판하여 한국문학 해외선양에도 공로가 크다.

 

조선일보의 유명 칼럼 [서지문의 뉴스로 책 읽기]는 무게감을 지닌 정론으로 평가받는다. 왜냐하면 국내외 전반에 걸친 이슈를 연관이 있는 출판물과 접목시켜 조용한 듯하면서도 거침없는 표현으로 독자를 휘어잡고 있기 때문이다. 35년간 대학교 강단에서의 명강의로 정평이 났을 때처럼, 핵심을 놓치지 않되 쟁점을 둘러싸고 있는 사안들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만드는 방식을 택하고 있어서다. 이 칼럼 120편을 묶어서 출간한 것이 바로 이 책이다.

 

 

 

 

부르키니의 여인들

 

부르키니burquini를 아는가? 어쩌면 모르는 사람이 더 많을 지도 모르겠다. 이는 무슬림 여성들이 입는 수영복의 일종으로 무슬림 여성들이 입는 전통의상인 '부르카burka'와 '비키니bikini'의 합성어다. 이미 잘 알려진대로 부르카는 무슬림 여성복식 중 가장 폐쇄적인 형태로, 몸 전체를 가리는 복식으로 눈 부위까지 망사로 가려 다른 사람과 인상착의 구분이 어렵다.

 

그런데, 왜 이런 수영복이 생겨났을까? 무슬림 여성들이 신체를 숨겨야하는 이슬람 규율을 지키며 수영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일종의 수영복 패션인 셈이다. 무슬림 여성의 입장에서 보면 당연한 것이다. 수영은 하고 싶고 몸은 가려야 하니까 말이다. 그런데, 많은 유럽 국가들이 이 수영복의 착용을 금지하고 있다. 즉 독일,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모로코 등의 일부 수영장에서는 착용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최근엔 프랑스에서도 착용 금지 대열에 합류하려는 움직임이 거세다. 서 교수는 이런 차별적 대우와 관련해 이런 칼럼(2016/8/30)을 올렸다.

 

오늘날 이슬람 여성들에게 씌운 굴레는 전 세계 여성들이 유사한 형태로 겪어 온 것이다. 유교 체제하에서 양반 계급의 여성은 길에 나갈 때 장옷으로 얼굴을 가려야 했다. 인수대비는 '내훈內訓'에서 지혜로써 남편을 깨우치고 인도하는 아내를 이상적 아내로 꼽았지만 또한 아내는 남편이 발로 차더라도 반항해서는 안 된다고 가르쳤다.

 

존귀했던 서양의 숙녀도 숙녀 대접을 받기 위해서는 갖은 제약은 물론 수모도 견뎌야 했다. 194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반실화소설 <희랍인 조르바(Zorba the Greek)>에서 탐스러운 머릿결의 과부 소멜리나는 외지인과 하룻밤을 지냈다는 이유로 교회 앞에서 동네 사람들에게 목이 잘린다. -

 

그러면서 칼럼의 말미에는 "이슬람 여성을 무학無學과 여성 할례, 명예살인, 부르카 착용, 일부다처제의 굴레에서 구하기 위해서는 금지보다 그들의 증오와 반감을 누그러뜨릴 우정과 인내, 선의의 설득이 더 필요할 것 같다"는 글을 남겼다. 이 대목에서 나는 '다르다'와 '틀리다'라는 말을 떠올렸다. 기득권 세력의 입장에선 틀릴지 몰라도 약자의 입장에서 보면 단지 다를 뿐인 것이다. 그리고 다르다는 것도 인간의 생활의 한 부분 아니겠는가?

 

 

 

구관이 명관

 

현재 대한민국이 흘러가는 방향에 대해 심히 걱정되는 부분이 많다. 도무지 피아彼我를 구분하지 못하고 마치 망둥이처럼 펄떡거리기만 한다. 얼마 전엔 남북간의 지도자가 평화회담을 한 후, 서울시청에 김정은을 찬양하는 현수막이 내걸리기도 했다. 반면에 탄핵을 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지 모임이라는 소위 '태극기 집회'는 불법으로 간주하거나 허용하더라도 집회 장소에 매우 인색한 편이다. 현 정부는 지난 시절의 모든 정부는 모두 말살하고 자신들의 이념을 앞세워 새로운 형태의 국가를 건설하겠다는 열정이 활활 타고 있다. 이와같은 정치 작태에 관해 서 교수는 이미 경고성 칼럼(2017/3/21)을 올렸다. 

 

우리의 반미주의자들은 이런 미국의 행동을 요즘 한국의 '사드' 도입을 저지하려고 중국이 벌이는 조폭적인 행패와 비교해 보았을까? 미국은 아시아의 공산화 저지가 1차적 목표였지만 어쨌든 우리나라를 보전해 주고 막대한 원조를 주면서도 '동맹국'으로 대등하게 대우했다. 반면 중국은 6·25 때 백만 대군을 보내 한국을 쓸어 없애려 했던 나라다. 그런데도 한국은 1992년 수교 후 이웃으로 중국의 경제 개발을 도왔다. 그런데 이제 와서 자칭 신형 대국이니 G2니 하며 우리를 짓밟고 능멸하려 든다.


임진왜란 당시 체찰사 류성룡은 명나라 지원군의 식량을 조달하느라 하루도 편한 날이 없었다. 그의 노심초사를 명나라 장수들도 알고 측은히 여겼다. 그러나 명의 이여송 제독은 군량미 문제로 그를 꿇어 앉히고 문초했고, 임진강을 두고 대치한 명군과 왜군의 강화를 막기 위해 류성룡이 임진강 배를 모두 없애버렸다는 거짓 정보에 속아 그를 명 진영에 불러들여 곤장 40대를 치라고 했다.

 

저자는 칼럼 말미에 "트럼프 대통령의 '당하고만 있지 않는 미국'은 우리의 반미에 어떻게 대응할까? 어떤 경우라도 중국처럼 야만적이진 않을 테니 그로써 위로를 삼을 수 있을까?"라고 우리들에게 성찰의 시간을 주고 있다. 옛말에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말이 있다. 대한민국이 지난 과거를 모두 잊고, 현재의 작은 성공과 영화에 만족하며 민족주의를 부르짖고 홀로 서기만을 지나치게 강조한다면 이 땅에 미군이 주둔하지 않게 될 것이다. 중국, 러시아, 북한, 일본 등 한반도의 남쪽을 노리는 세력이 준동하지 않겠는가. 참고로 우리의 국방력은 이들 나라에 비해 열등한 편이다. 이리 되어도 과연 대한민국의 미래는 괜찮을까? 난 지금도 나의 자식과 손자 세대를 앞서 걱정하고 있다.

 

 

최선의 추모는?

 

지금껏 우리의 정치세력은 스스로의 잘못은 인정하지 않으면서 자신들에게 유리한 정치적 이슈를 정말 오랫동안 우려 먹는다. 이런 일환으로 현 여권은 최근까지 세월호 침몰 사고를 기념하는 행사를 지속적으로 가져왔다. 이런 류의 행사가 나쁘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를 정치적 쟁점으로만 사용하지 말고 미래를 준비하는 건설적인 대안을 준비하는 게 바로 정치라는 것이다. 즐거운 수학여행을 떠난 고교생들을 태운 배가 일기 상황을 고려치 않고 무리하게 출항해야만 했던 이유, 적정 화물량을 초과해서 적재한 이유 등등 향후에는 사고가 절대로 발생하지 않을 청사진이 오히려 더 중요한 게 아닐까 싶다.

 

결국 성공적인 인양 작업이 마무리되었다. 미수습한 시신 9구를 찾고자 나라 재정을 무려 1천억 원을 투입했다. 이 지구상에 이런 나라는 없다. 그나마 인양이 종료되면 광화문광장에 어지럽던 천막이 걷히고, 말도 되지 않는 황당한 모략성 발언이 더 이상 거론되지 않아 유가족들도 일상의 생업으로 돌아갈 것으로 온 국민들은 기대했다. 그런데, 반가운 소식 뒤에 엄청난 기름띠가 해안 생태계를 위협한다는 새로운 재난이 등장한 것이다. 이에 관련해, 서 교수는 다음과 같은 칼럼(2017/3/28)을 올렸다.


우리나라는 '망자에 대한 생자의 도리'가 과도해서 생자들의 삶이 잠식되는 일이 적지 않다. 조선조 양반들은 시묘살이를 하느라 산소 옆 움막에서 변변히 먹지도 못하고 한겨울에도 삼베 옷을 입고 살았다. 그래서 삼년상이 끝나면 시름시름 앓다가 죽는 일이 흔했다고 한다. 골병이 들지 않는다 해도 당대 최고 인재들이 망자를 시중드느라 산 백성을 여러 해 외면한 것은 미덕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세월호 인양 이야기가 나왔을 때 기름 유출 가능성이 처음부터 제기됐다. 그런데 유족의 '망자에 대한 도리'에의 집착과 국민의 안쓰럽고 죄스러운 마음이 그 재앙 가능성을 묵살하게 했다. 막대한 인양 비용을 우리 사회의 약자를 돕는 데 쓰는 게 망자들을 더욱 뜻 깊게 기리는 일이 아니었을까? 애석하게도 유족들을 그런 방향으로 설득하려 한 정치인은 한 사람도 없었다. 늘 초강경 투쟁으로 일관하는 환경 운동가들도 왜 일제히 침묵했을까?

 

마지막으로 칼럼 말미에 서 교수는 공자의 논어를 인용했다. 즉 공자는 논어 제19편 '자장子張'에서 " 상사애 기가이의喪思哀 其可已矣·(상에는 슬픔을 생각한다. 이 정도면 된다)"라고 말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과연 최선의 추모는 무엇이며, 그동안의 정치세력과 환경단체들은 무슨 이익을 노리고 그토록 세월호 조사와 인양을 주장했던가 말이다.  

 

 

대통령 발언의 막중함

 

셰익스피어의 <줄리어스 시저>에는 브루투스가 시저가 독재할 것이 두려워 살해했다고 말하며 시민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는다고 묘사하고 있다. 그러나 이어서 안토니가 등장해 시저가 얼마나 로마 시민을 사랑했는지를 뜨겁게 웅변했다고 기술한다. 이 웅변 뒤에 로마 시민의 반응은 어떠했을까? 그렇다. 로마 시민들은 브루투스를 죽이라고 격렬히 외친다. 이처럼 지도자의 말은 역사의 물줄기를 바꾼다.

 

문재인 대통령은 세월호 유족들에게나, 영화 <택시운전사> 관람 후에나, 철저한 진상 조사를 약속했다. 세월호 침몰과 관련한 '괴담'은 처음부터 거짓이었기에 침몰 원인은 명백했고 구조 책임을 잊은 당사자의 처벌과 함께 희생자 유족들에 대한 보상이 이루어졌다. 이제 또다시 광부민주화운동의 진상을 철저히 파헤치겠다고 발언했다. 언제까지 파헤쳐야 직성이 풀릴까?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하여 서 교수는 칼럼(2017/8/22)에 이런 글을 올렸다.

 

대통령의 북핵 관련 인식과 발언 역시 너무도 심각하다. 문 대통령은 자기 나라 국토, 국민이 핵 공격을 받을까 봐 속이 타들어 가는 미국에게 한반도에서 전쟁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고 (즉 북한은 한반도 밖인 미국을 공격할 수 있지만 미국의 북한 공격은 허용할 수 없다고) 선언했다. 이 말은, 내 동생이 미쳐서 총을 난사하겠다고 날뛰고 있지만 동생이 발포하기 전에는 절대 그 총을 뺏으려 하면 안 된다는 선언이나 다를 바 없지 않은가. 나는 발악하는 동생 앞에 내 자식들을 발가벗겨 내놓으니 너희도 그렇게 하라는 주문은 국제적 고립을 자초하지 않겠는가. 대한민국과 문 대통령이 지켜주어야 할 대상이 김정은 정권인가, 북한의 2천만 동포인가.

 

 

 

지금도 연재중

 

정치, 문화, 시사, 페미니즘, 인종차별 문제까지 주제에 차별을 두지 않는다. 특히, 어느 한쪽에 치우침이 없이 현 정부의 실정에 대해서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다. 그래서 벙어리 냉가슴 앓듯 하는 국민들에게 시원한 사이다를 선사한다. 이는 글쓰기를 사명감과 '죄 닦음'으로 여기고 단어와 문장에 신중을 기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필자의 사명감을 맛 보려면 지금 당장 이 책을 펼치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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