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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트 제국의 몰락 - 엘리트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가 집대성한 엘리트 신화의 탄생과 종말
미하엘 하르트만 지음, 이덕임 옮김 / 북라이프 / 2019년 2월
평점 :
절판
엘리트와 대중의 거리는 최근 수십 년간 점점 더 멀어졌다. 이는 무엇보다도 막대한 부 혹은 소득 차이와 관련이 있다. 아무리 느슨하게 보더라도 엘리트층 대부분의 월수입은 1만 유로 단위 이상으로 전체 소득자 중 최상위 1%에 속한다. 게다가 그들은 대개 평균 이상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보통 사람들은 엄두도 낼 수 없는 비싼 지역에서 부동산을 임대하거나 구매할 수 있다. 이들은 대도시에서 급격하게 진행되는 젠트리피케이션의 피해자가 아니라 오히려 수혜자다. 이들의 일상 또한 일반인과는 공간에서부터 격리되어 있다. 건강이나 자녀 교육 같은 문제에서도 대부분의 국민에게는 없는 해결책이 있다. - '본문' 중에서
시대정신은 바뀔 수 있다
이 책의 저자 미하엘 하르트만는 독일 사회학자로 엘리트 연구의 권위자이다. 1952년 생인 그는 1971년부터 1976년까지 마르부르크 대학과 라이프니츠 하노버 대학에서 사회학, 정치학, 철학, 사학, 독문학, 심리학 등을 전공, 라이프니츠 하노버 대학에서 사회학,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79년에는 동 대학에서 철학 박사 학위를, 1983년에는 오스나부르크 대학에서 사회학 박사 학위를 수여했다.
그 후 여러 대학에서 방문 교수로 일하다가 1999년부터 2014년까지 다름슈타트 공과대학에서 사회학 교수를 역임했다. 대학에 있는 동안 엘리트주의 연구로 주목받았고 개인의 출신 성분이 능력이나 노력보다 성공에 절대적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고 주장해왔다. 그의 연구는 다양한 국제연구소에 영향을 주었으며 현재 금융거래 조세조합에서 고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세계적 기업 CEO와 억만장자, 독일 내 경제, 사법, 정치 엘리트들을 대대적으로 조사한 <글로벌 경제 엘리트>, 프랑스, 영국,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스위스, 오스트리아, 베네룩스 3국, 스칸디나비아, 동유럽까지 전 세계 엘리트들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역사적 관점에서 연구한 <엘리트와 그들의 유럽 지배력>을 비롯해 다수의 관련 서적을 집필했다.
그는 1980년대 이후 최근까지 30여 년간의 사회적 흐름을 분석하여 부의 편중화, 소득의 양극화, 권력의 독점화, 그리고 사회적 불평등의 심화 등의 현상을 적나라하게 비평한다. 나아가 이런 비판에만 그치지 않고 나름의 대안을 제시한다. 즉 지금껏 시대정신으로 자리잡았던 신자유주의 정책과의 결별과 매우 폐쇄적인 엘리트 계급의 개방을 요구한다.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되었는데, 제1장(그들만이 사는 세상, 엘리트 제국)에서는 엘리트 제국이란 무엇인지를 설명하고, 제2장(엘리트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서는 엘리트를 규정하는 중요한 특징들과 교육과 선별 절차를 통해 엘리트 계급이 형성되는 과정들을 살펴보며, 제3장(엘리트는 어떻게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하는가)에서는 신자유주의로 인해 골이 더욱 깊어진 부의 양극화와 이를 뒷받침하는 정치적, 경제적 결정 과정을 분석한다.
이어서 제4장(공익보다는 사익, 엘리트 제국의 규칙)에서는 세금을 회피하려는 전 세계 엘리트들의 행태를 비롯해 사회적 격차에 대한 엘리트들의 시각 등을 다루고, 마지막으로 제5장(신자유주의를 넘어선 정치는 가능한가)에서는 사회적 불평등이 정치에 미치는 영향과 미래의 정책적 변화 가능성을 탐구하면서 끝을 맺는다.
고용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
고용 여부를 결정하는 데는 2가지 요소가 핵심이다. 즉, 명문 대학교 출신 여부와 개인적 배경이 바로 그것이다. 입사 지원서에서는 응시자가 졸업한 대학의 명성 그리고 대학 시절의 학업 외 활동이 중요하게 평가된다. 의사 결정권자들이 명문 엘리트 대학교 출신 지원자들에게 초점을 두는 까닭은 엘리트 대학을 제외한 여타 대학의 교육 수준이 그다지 높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소위 명문 대학들은 매우 까다로운 선발 절차로 최고의 지적 성과를 확보한다. 하버드 대학을 나와 대기업에 입사한 사람은 동급생들 중 최고의 학생일 경우가 많고, 다른 대학 졸업생보다 회사의 까다로운 요구에 부합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하버드 대학교 사회학자인 로렌 리베라의 <엘리트 학생은 어떻게 엘리트 직업을 갖는가>에 실린 내용이다.
또한 엘리트 대학의 졸업생이란 사실은 그가 제대로 된 리더십과 매너를 갖추고 있음을 보여주는 척도가 되기도 한다. 리베라에 따르면 응시자의 과외 활동 역시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이것이 응시자의 성격을 판단하는 데 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스포츠는 기본적으로 의사 결정권자들에게 관심의 대상인데 축구나 농구처럼 운동장에서 뛰는 종목을 선호하는 편이다.
미국의 소득분배
소득 비율 면에서 미국의 시대는 명확히 둘로 나뉜다. 제2차세계대전 말부터 1980년 초 사이 미국 내의 소득 격차는 상대적으로 낮았다. 1945년 이후로 많은 사람들의 생활수준이 상당히 나아졌을 뿐 아니라 미국 역사상 유례없이 안정된 수준의 사회적 수입을 누릴 수 있었다. 하지만 그 후 상위 10%나 특히 역사 이래 최고의 상승세를 누린 0.1%의 극소수 최상층에 의해 대중은 자신들의 몫을 잠식당했다. 1980년대 초반부터 빈부 격차는 급속히 커졌고 마침내 지난 1920년대 말부터 1930년대 초의 격차 범위를 훨씬 넘어섰다.
이와 같은 추세에 따라 부의 분배 역시 바뀌었다. 오늘날 0.1%에 해당하는 최상위층의 수입은 총수입의 22%로, '고작' 7%에 지나지 않았던 1970년대 후반에 비해 3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상위 1%가 차지하는 자산은 총자산의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42%에 이른다.
잘못된 조세정책
'세금 국가'를 비판하는 사람들의 지속적인 주장처럼 상위 10%의 소득자들이 총소득세의 절반 이상을 지불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들이 시장 소득의 40%를 반면 나머지 하위 인구의 절반은 17%만을 차지할 수 있다는 사실은 언급되지 않는다. 이런 소득분포는 무려 100여 년 전인, 제1차세계대전이 시작되기 전 독일제국의 소득분포와 일치한다. 게다가 상위 10% 계층은 나머지 계층에 비해 간접세와 사회 보조금의 영향을 훨씬 덜 받으며 지난 20년 동안 연방 정부로부터 다양한 세금 감면 혜택을 받았다.
우익 대중영합주의와 맞서다
우익 대중영합주의와 싸운다는 것은 지배적인 신자유주의 정책에 어떤 형태로든 맞서야 함을 의미한다. 이러한 전략의 성공 가능성은 2017년 초 마르틴 슐츠가 몇 주 동안 SPD의 승리에 대한 기대를 높였던 데서 볼 수 있다. 슐츠의 승리가 예상된다는 의외의 여론조사 결과는 분명 그의 주요 모토였던 '사회정의' 덕분이었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정부의 정책에 실망해 더 이상 선거에 참여하지 않거나 AfD로 지지 정당을 바꾸었던 많은 기존 SPD 지지자들이 옛 사회보장제도를 되찾을 수 있다고 믿거나 또는 그러기를 희망하며 SPD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엘리트는 다른 세상에 살아야 하는가?
198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가 시대정신으로 자리 잡으면서 소득 양극화는 전 세계적으로 심각한 이슈이다. 이에 따라 엘리트들과 일반 대중들과는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 특히 부와 권력을 독점하고 있는 기득층 엘리트들은 세금 면제 등과 같이 부유층, 상류층, 대기업만을 위한 정치를 펼침으로써 사회적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킨다. 불평등과 양극화라는 사회적 이슈에 관심을 가진 모든 분들에게 책의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