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 파괴의 경영 트렌드 28
김상훈.비즈트렌드연구회 지음 / 원앤원북스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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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같은 강물에 발을 두 번 담글 수는 없다"

- 기원전 6세기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

 

성공하는 경영자가 되려면 시장의 흐름을 읽고 경쟁자보다 먼저 미래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그러자면 일시적인 유행과 의미있는 트렌드를 정확하게 판단해야 한다. 그런데 경영자 입장에서 이를 잘 파악해서 결론을 내리는 일이 결코 쉽지 않다. 자신이 아는 것은 남도 이미 알고 있거나, 유의미하다고 판단하여 이를 경영에 적극 반영했더니 일시적 유행에 그치고 마는 경우에 봉착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그간 절대적인 진리로 믿어왔던 모든 경영 기법을 돌이켜보게 하는 책이 출간되었다. 저자인 서울대 경영학과 김상훈 교수와 비즈트렌드연구회 회원들은 경영학 교과서나 기존 경영 트렌드를 통해 우리가 다 알고 있는 상식적인 트렌드가 아닌 상식 파괴의 트렌드를 다루고 있다. 나아가 일시적인 유행에 그치지 않고 경영 패러다임의 변화를 가져올 트렌드를 파고들면서 경영자들의 선입견을 무참히 파괴하고 있다. 급변하는 경영 환경으로 인해 자칫하면 길을 잃고 헤맬 수 있는 이 시대에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지금 당장 활용 가능한 비즈니스 트렌드를 살펴 보자.

 

브랜드의 죽음

 

브랜드라는 단어는 고대 노르웨이 목동들이 소의 소유권을 구별하려고 자신만의 표시로 인두를 활용했다는 'Brandr'에서 유래했다. 현대적 의미의 브랜드는 그 기원을 10세기 무렵의 유럽에서 찾을 수 있는데, 상공인의 조직인 길드에서 위조품을 방지하려고 표식하여 자신들의 대외적인 독점을 유지했다고 한다. 이처럼 브랜드는 당초 제품을 식별하는 단순한 기호에 불과했지만 이젠 제품의 가치와 품질을 보증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하이테크 마케팅의 아버지'라 불리는 레지스 맥케나가 2000년 갑자기 '브랜드의 죽음'을 선언했다. 기업과 소비자 간의 정보 비대칭이 심한 시절에 브랜드는 자본주의 황금시대를 이끄는 첨병이었다.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던 소비자는 기업의 홍보성 광고를 그냥 수용했다. 이 시절엔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으로 좋은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었기에 그의 말은 매우 충격적이었고 모두 의아해했다. 그런데, 11년이 지난 지금 그의 목소리는 재조명되고 있다.

 

블로그가 넘쳐나고 온라인 네트워크가 탄탄하게 구축된 현대의 소비자들은 기업이 제공하는 정보보다 훨씬 더 많은 정보를 비교하면서 구매를 결정하고 있다. 더구나 사용후기를 통해 지구 반대편 사람에게도 이를 리얼 타임으로 제공하고 있다. 단순히 한 사람만이 아니라 수만 명에게 동시에 이를 확산시키고 있다. 따라서, 이제 소비자들은 수동적으로 광고를 맹신하지 않는다.

 

설혹 브랜딩의 노력으로 'A 브랜드 = 무엇'이라는 공식을 만들었다 할지라도 소비자들의 행동을 이끌어내는 것은 다른 문제이다. KT는 3세대 이동통신 서비스 도입 초기에 '쇼(Show)'를 알리는데 주력하여 소비자들에게 이를 각인시키는데 성공했지만, 정작 소비자들은 쇼를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실속없는 성적표를 손에 들자 KT는 새로운 브랜드 '올레(olleh)'를 선택했다.

 

우리가 애플이라는 브랜드를 선택하는 것은 애플이 우리들의 귓가에 '우리는 혁신적이야'라고 속삭였기 때문이 아니라 애플의 로고가 붙은 제품들 스스로가 혁신성을 증명했기 때문이다. 브랜딩의 진정성은 이처럼 브랜드 전체를 관통하는 일관된 콘셉트를 제품과 서비스를 통해 고집스럽게 추구하는데에서 찾을 수 있다. 사망선고를 받은 브랜딩을 살리는 길은 브랜드의 본질인 제품과 서비스의 가치에 브랜딩의 진정성을 담는 것이다.

 

시장세분화, 꼭 해야 할까

 

"마케팅 전략의 출발점은 시장세분화다" (101 쪽)

 

시장세분화는 이른바 STP(Segmentation, Targeting, Positioning ; 시장세분화, 표적시장선정, 포지셔닝)이라 불리는 마케팅 전략수립 프로세스의 첫 단계이자 마케팅 전략의 핵심이다. 불변의 진리처럼 여겨졌던 이 개념이 최근 도전을 받기 시작했다. 도대체 무슨 이유 때문일까?

 

시장세분화의 논리적 근거는 '모든 사람이 같은 사이즈의 옷을 입을 수 없다'는 논리였다. 소비자의 취향은 정말 각양각색이다. 이처럼 기업은 소비자들의 다양한 니즈를 모두 만족시키기 위해서 비슷한 니즈를 가진 소비자를 같은 그룹으로 묶는 마케팅 믹스(상품, 가격, 유통, 촉진전략)을 차별적으로 제시했다.

 

시장세분화 기법이 지속적으로 발전해왔지만 '과유불급'이란 말처럼, 세분화의 정도가 지나치면 오히려 부작용이 생긴다는 사실에 공감하는 마케터들이 늘어났다. 기업이 시장을 세분화하는 이유는 기업의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틈새시장을 찾기 위해 시장을 계속 쪼개면 이윤이 줄어드는 현상이 생겨났다. 이는 시장에 속한 고객들의 니즈가 자주 변했기 때문이다.

 

"시장세분화를 거듭하다 보면 시장은 점점 더 작아지고 마침내 포화상태가 되며,

초세분화된 작은 틈새시장에서는 이윤을 남길 기회도 감소한다" 

- 필립 코틀러의 <수평형 마케팅> 중에서(103 쪽)

 

이에 시장세분화 기준 자체가 잘못되었으므로 신시장을 개척하고 성장 가능한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아예 시장의 경계선을 재구축할 필요성이 대두되며 이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가장 적합한 대안으로는 모든 고객을 동시에 공략할 수 있는 '본원적 상품'의 개발이다. 이는 시장을 잘게 쪼개서 각개전투에 나서는 대신 하나의 강력한 제품과 서비스로 모든 고객층에 어필하는 방법이다. 시시각각 변하는 고객의 다양한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본원적 상품을 기본으로 하는 '옵션', 즉 '내 맘대로 골라 즐기려는' 다양한 선택사양을 제시하는 것으로 이런 전략에 보완장치를 마련할 수 있다.

 

꼭 최초일 필요도, 1등일 필요도 없다

 

국내외 기업의 성공 역사를 삺보면 '최초', '원조' 상품을 선보이는 기업이 '최고'가 되는 사례가 많다. 코카콜라, 페덱스, 크리넥스, 비타 500 등이 바로 그 예다. 시장을 개척한 기업들이 높은 점유율을 보이며 '선도 진입자 우위'를 톡톡히 누렸다. 하지만 선도 진입자가 언제나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 회사 암펙스가 최초로 개발한 비디오 카세트 리코더(VCR) 시장에서는 소니와 JVC가 승자였다. 복사기는 3M이 원조지만 후발주자 제록스에게 1등 자리를 넘겨주었다.

 

이와같이 최초의 제품을 선보인 기업만이 성공을 보장받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오히려 후발주자는 '무임 승차자 효과'를 누릴 분만 아니라, 새로운 시장에서의 불확실성 또한 줄일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일찌감치 후발주자로서 '재빠른 2등 전략'을 펼치는 기업도 있다. 이 전략으로 성공을 누리려면 1등만큼 빨리 움직이는 '타이밍'에 강해야 한다.

 

처음부터 '영원한 2등 전략'을 구사하며 오히려 1등 기업과 차별화를 시도하는 것이 때로는 유용한 전술이 된다.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은 처음에 2등 전략을 고수했다. 당초 연출을 맡은 김태호PD는 공공연하게 이를 말했다. '2등만 하자'는 방침으로 유재석을 제외하고는 비주류MC를 섭외하면서 출연료 등 비용을 아낄 수 있었다. 모두가 '최초'와 '1등'을 외칠 때, 한걸음 물러나서 자신의 기업이 처한 상황을 냉정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1등 하면 결국 떨어져야 하기 때문에 2등 정도로 따라가면서 오래 가고 싶다" (162~163 쪽) 

 

신발장사 '자포스', 경영학의 상식을 파괴하다

 

지난해 9월 아마존이 온라인 신발 쇼핑업체 자포스를 인수했을 때 사람들은 그 인수가에 놀랐다. 자포스의 인수가는 12억달러(1조2700억원)로 아마존이 역대 인수한 기업 중 최고가였다. 자포스가 아무리 잘나가는 온라인 쇼핑업체였지만 이만한 기업가치가 있는지 의아해하는 사람들에게 전문가들은 '아마존이 인수한 것은 자포스의 독특한 기업문화'라는 해답을 내놨다.

 

 * 자포스의 10가지 핵심가치
 1.고객 감동 서비스를 실천하자
 2.변화를 수용하고 주도하자
 3.재미와 약간의 괴팍함을 추구하자
 4.모험심과 창의성 그리고 열린 마음을 갖자
 5.배움과 성장을 추구하자
 6.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솔직하고 열린 관계를 만들자
 7.확고한 팀워크와 가족애를 갖자
 8.최소한의 것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만들자
 9.열정적이고 단호하게 행동하자
10.늘 겸손.겸허하자


자포스의 기업문화와 경영방식은 그야말로 상식 파괴적이다. 우선 전체 직원 1500명의 27%인 400명이 콜센터 직원이다. 기업 대부분이 상품 기획과 판매를 중심에 두는 반면에 자포스는 고객 응대를 핵심에 두는 것부터 남다르다. 콜센터에서 발생하는 매출은 전체 매출의 5%에 불과하지만 자포스는 콜센터 역할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콜센터 직원의 응답내용을 들으면 더 경악할지도 모른다. 어떤 직원은 7시간 넘게 한 고객만 붙잡고 통화하는가 하면 다른 직원은 경쟁사 제품을 안내해준다. 한 술 더 떠 피자집 전화번호를 물어보는 고객에게 전화번호를 검색해 찾아주기도 한다. 고객응대 매뉴얼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고객만족을 위해서라면 회사 규칙을 어기는 것쯤은 눈감아 준다.

과연 이런 회사가 장사를 제대로 할까 싶지만 자포스 고객 재구매율은 75%에 이르고 아마존에 인수되기 직전 자포스 매출은 10억달러(11조원)를 기록했다. ‘신발을 온라인에서 파는 사업은 안 될 것’이라는 시장 예측과 불황으로 콜센터 직원을 감축하는 흐름과 반대로 콜센터 역할을 더 강조한 자포스는 가장 대표적인 상식파괴 경영의 성공사례로 꼽힌다.




이 책은 바로 이와 같은 상식 파괴의 경영 트렌드를 통해 경영자들에게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과 시장에 대한 통찰을 주기 위해 집필되었다. 책 내용인 28개의 경영 트렌드 중 일부는 벌써 현실로 나타나고 있고, 또 어떤 것들은 상당한 시간이 흘러야 비로소 실현될 것이다. 역 트렌드의 출현은 오로지 시간 문제일 뿐일 것이다. 시간 싸움에서 승자와 패자가 갈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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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에 고요를 만나다 - 차(茶) 명상과 치유
정광주 지음, 임재율 사진 / 학지사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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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이란 말을 듣게 되면 우리는 신비주의자 또는 구도자들이 행하는 종교적인 의식 내지는 수행을 떠올리게 됩니다. 그러나, 명상을 종교적인 행위로 규정짓는 것은 편협된 생각입니다. 명상은 신비주의자나 구도자에게만 국한되는 일이 아니라 누구나 일상 속에서 자신의 마음을 정화하는 방편으로 활용할 수 있는 일입니다.

 

"명상을 통해 우리는 의식의 표면으로부터

자신의 깊은 곳까지 정화하며 자기치유의 과정을 겪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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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내용은 대학시절 칼 융에 매료되어 상담심리학을 전공한 정광주 박사가 대학원에서의 수학시 경험했던 명상과 우연한 기회에 접했던 차를 통해 명상의 정도가 더욱 풍부해졌다는 자신의 실제적인 체험을 토대로 하고 있다. 특히, 현대인의 지친 심신에 놀라운 에너지를 불러 넣어준 차명상으로 우리를 안내하고 있다.

 

차茶명상의 의미와 실체

 

차명상이란 '차생활의 유익한 측면과 다양한 명상 기법 등을 접목하여 심신의 안녕, 치유 그리고 성장을 도모하는 것'이다. 즉 차를 준비하고 우리고 음미하고 명상에 들어갈 때에는 '마음챙김' 명상을, 특정한 주제나 대상에 주위를 집중할 때에는 집중명상을 활용할 수 있다. 명상의 지속적인 수련을 통해 우리는 마음의 작용을 통찰하게 되어, 자기이해를 통해 자연히 자기치유를 하는 과정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잠시 일상에서 벗어나 고요하게 마시는 차를 통해 우리는 정신적 긴장을 내려놓고 현재 이 순간에 머무르게 된다. 명상을 통해 매순간 일어나는 마음을 알아차리고 내려놓는 연습을 계속 하다보면, 우리는 놓아 버릴 때 비로소 기쁨이 일어나고 자신의 마음이 평화로운 상태에 있게 됨을 경험하게 된다.

 

차를 마실 수 있는 장소라면 어디에서든 우리는 차명상을 할 수 있다. 거실이나 식탁의 한 자리에서, 직장에서, 버스 정류장에서, 또는 뭔가를 기다리는 시간 등에서 잠시 자신의 마음을 바라볼 수 있다면 언제 어디서든 이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차명상을 할 때 주위를 집중하기 위해 '호흡 관찰'이 필수적이다. 마음이란 호흡에 중심을 두고 바라보지 않으면 곧 산만해지기 때문이다.

 

눈을 감고 허리를 펴고 편안하게 앉는다.

호흡이 들고 나는 지점을 찾기 위해 숨을 깊이 마시고 내쉬어 본다.

호흡이 관찰되는 지점에서 일어나고 사라지는 호흡을 계속 바라본다.

 

다양한 차와 명상

 



 

"특별한 다구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차명상을 하기 위해서는

다관과 찻잔,

그리고 잠시 쉬어 가는 마음이 필요할 뿐" (73 쪽)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성품을 알고 이해하는 것이다. 사람도 그러하듯 차를 제대로 느낀다는 것은 차에 대하여 치우침없이 온전하게 이해하는 것에서 비롯된다. 찻잎, 맛, 색, 향, 젖은 찻잎 등 차가 풍기는 분위기를 보면서 차에 집중하여 차가 보여주는 세상을 섬세하게 느껴 보자.

 

차명상은 바쁜 일상 속에서 무디어진 우리 몸을 일깨운다. 차를 음료로만 국한하지 말고 여러 차가 가지고 있는 품성을 섬세하게 느껴본다. 몸에서 일어나는 오감을 느끼고, 이 오감에 따라 저절로 일어나고 사라지는 마음을 바라보자. 명상에 제격인 곡우전차穀雨前茶, 꽃차, 찻잎 안에 서식하는 미생물이 품어내는 효소의 맛을 내는 보이차, 홍차의 샴페인이라 불리는 다르질링, 가장 아름다운 홍빛을 띠는 스리랑카 홍차 우바, 영국을 사로잡은 기문홍차 등 다양한 차를 음미하며 우리의 심신과 삶을 통찰해보자.

 

다양한 차를 갖고 있다면 '티 샤워'를 해보자. 차로 목욕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다양한 종류의 차를 마시면서 몸과 마음을 씻어내는 것을 말한다. 티 샤워는 반드시 식사 이후에 하며 늦은 저녁시간은 수면을 방해할 수 있으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차를 마시는 순서는 나중으로 갈수록 부드러운 차가 좋다. 녹차, 홍차, 보이차, 허브차 등 갖고 있는 여러 차를 부드러운 순서로 적절하게 배치하면 된다. 특별히 차에 예민한 사람은 보이차나 카페인이 없는 허브차 등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명상을 통한 내면으로의 여행

 



 

"차 한 잔 마시고

눈 지그시 감고 앉아

마음을 바라본다" (114 쪽)

 

명상은 마음이 가는 대로 그 흐름을 알아차리는 것이다. 마음을 바라보면 한 마음이 다른 마음에 이르기까지 그 작용을 관찰할 수 있다. 마음의 흐름을 바라보면 마음자리를 돌이킬 수 있다. 흔들리면 흔들리는 대로 바라보자. 마음은 새로운 세계이다. 그 세계를 배우기 위해 우리는 엎드려 겸허하게 탐구한다. 때로는 마음 저 아래 새겨진 듯한 아주 오래된 상처도 만나게 되나 그 상처에 대한 기억은 사라진다. 그래서 명상은 끝없는 자기치유의 과정인가보다.

 

"홀로 마시는 차,

그러나 혼자가 아닙니다.

나무, 새

그리고 스치는 바람이

좋은 벗이 되어

내면으로의 여행을

지켜 주고 있습니다" (140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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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이족의 숨겨진 역사와 인류의 미래 우주인의 사랑 메시지
김대선.카르멘텔스 지음 / 수선재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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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산문명紅山文明'은 중국 만주 지역에 존재했던 신석기시대의 문화이다. 시기는 기원전 4,700년~ 기원전 2,900년 경으로 추정되며, 배달국시대의 대표문화로 내몽골 자치구 적봉시 동북쪽에 위치한 홍산홍山 인근 유역에서 발굴된 유적 때문에 '홍산문명'이라고 명명되었다. 이 문화에서는 옥문화가 발달하여 여러 유적지에서 정교한 무늬의 옥기玉器가 대량으로 출토되었다. 또한, 많은 여신상과 여신묘가 출토되었는데 당시는 모권사회였음을 간접적으로 읽을 수 있다.

 

이러한 홍산문명은 황하문명보다 2,000년 이상 앞선 것으로, 중국 중원의 문명과 분명하게 구분된다. 특히, 유적지에서 발견된 빗살무늬 토기는 한반도에서도 발견되는 것이다. 이는 요하를 중심으로 신석기 문화를 주도한 세력이 한반도 선주민들과 연결되어 있음을 말해준다. 고인돌, 적석총, 비파형 동검 등 중원에서는 발견되지 않은 홍산문명의 유물들이 한반도에서는 많이 발견된 사실이 이를 충분히 뒷받침해주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1980년대 이후 '현재의 중국영토 안의 모든 민족과 역사는 중국민족이고 중국의 역사'라는 '통일적 다민족 국가론'을 바탕으로, 중원 문화와는 이질적인 홍산문명을 중화문명의 시발점으로 삼아 논란이 되고 있다. 그들은 홍산문명의 주인공이 중국 황제족의 후예라고 주장하며, 그들이 부여, 고구려, 발해 등을 건국했다는 논리를 펴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동이족의 최초 국가인 환국을 시작으로 동이족의 고대 역사와 문화유산을 다루고, 중국의 황하문명과 동북공정, 중국의 역할에 이어 북한과 일본 관계, 마지막으로 동이족의 미래와 역할로 마무리하고 있다. 이를 통해 우리는 동이족의 사라진 역사를 되찾고, 머지않은 미래에 동이족이 역사의 무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자긍심을 갖게 된다.

 

동이족東夷族이란 동쪽 오랑캐라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며 일부 재야 학자는 이 명칭의 사용에 거부감을 갖고 있다. 동이족이란 명칭은 한민족의 고대 언어가 한자로 통일되면서 사용된 명칭이다. '동東'은 에너지가 들어오는 것을 의미한다. 아침에 동쪽에서 환한 기운이 강하게 들어오는 것을 뜻하며 이는 새로운 시작과 출발을 말한다. '이夷'는 큰 활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큰 몸집을 날렵하게 움직이는 것을 의미한다. 즉 동쪽에서 만들어진 새로운 문명이 서쪽에 거주하고 있는 한족에게 들어오는 모습이다. 

 

환국시대는 준비하는 시기라 나라를 직접 세워서 통치하지는 않았다. 이 시기는 신석기시대이다. 환국시대에 이 문명이 여러 나라로 퍼져 나갔다. 그 지역은 동북아시아이다. 동이족 중 일부는 후에 천산산맥을 넘어 서쪽으로 이동하거나, 일부는 중동 지역까지 이동하기도 했다. 중동으로 이동한 부류에서 수메르를 세웠지만 이들이 환국에 포함된다고 볼 수는 없다. 다만 그들의 조상이 동이족인 것만은 분명하다.

 

"환웅 선인께서 만주 홍산 지역의 넓은 평원이 배달국에 적합한 것으로 결정을 내리고, 신시神市를 세우게 된 것입니다. 신시는 신과 인간이 하나가 되는 도시를 의미합니다. 즉, 신이 인간의 몸으로 내려오고, 인간이 노력하여 신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도시이지요. 이 신시 배달국에서 본격적인 선계의 문물이 지상에 전수되었습니다" (43~44 쪽)

 

환웅 선인이 태백산 신단수로 오셨다고 전해진다. 태백산은 지금의 백두산이 아니라 홍산문명이 이룩된 요하강 주변이라고 보면 된다. 태백산이 바로 홍산이다. 신단수神檀樹는 한자로 풀이하면 신성한 나무를 의미한다. 이는 차원이 열리는 문 즉 스타게이트를 말한다. 신단수는 하늘의 기운이 내려와 넓게 퍼질 수 있는 구릉 지대였다. 구릉 옆을 흐르는 강물을 따라 많은 기운이 흘러내려 가면서 이곳 주변에 문명을 건설하기가 용이했던 것이다.

 


 다산을 기원하는 모자상.


 

환웅 선인은 지구인의 모습으로 왔다. 천부인 3개의 인을 받아 가지고 왔는데, 이는 일종의 계약서이다. 방울, 검, 거울의 의미를 각각 살펴보자. 방울은 음악이며 파장을 의미한다. 동이족이 노래를 좋아하게 된 것도 파장을 이용한 악기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검은 금속문명을 전수한다는 의미로서 물질을 다루는 능력을 말한다. 거울은 인간의 내면을 바라보라는 것으로 자신을 계속 갈고 닦으라는 가르침을 내포하고 있다. 

 

환웅시대에 점차 세력을 확장하여 요하강 주변에서 산동 지역까지 그 범위를 넓혔다. 황하를 사이에 두고 북쪽은 동이족의 터전이 되고, 남쪽은 한족의 터전이 되었다. 이후 산동까지 동이족이 확장하자 한족은 내륙 쪽에서 더 이상 황하 하류로 확장하지 못했다. 이 지역이 계속적으로 환웅시대에서 고조선시대, 삼국시대까지 이어져 내려왔다. 동이족은 홍산 일대를 시작으로 점차 동쪽으로 이동했다. 지금의 요동 지역에 새로운 도읍을 정하고 고조선을 시작했던 것이다.

 

만주 벌판엔 수많은 피라미드가 널려 있다. 중국 '신화통신'은 2001년 7월 만주의 고대 한국 피라미드의 일부를 뉴스로 전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 고고학자들이 내몽골에서 5천 년 전의 피라미드를 발견했으며 이 피라미드는 3층의 돌로 만든 건물이고 밑바닥은 30m 이상, 폭은 15m 이상 된다고 한다. 여기서 동이족의 유물이 쏟아져 나왔는데, 황하문명보다 훨씬 오래된 배달문명의 유물이었다. 중국의 유명 고고학자에 의하면 이 피라미드는 5천~6천 년 전의 홍산문화에 속한다고 말했다. 한편, 중국은 이들 피라미드를 철저하게 숨기고 있으며 발굴도 중단하고 학술적 조사도 허용하지 않고 있다. 반면 고조선과 고구려를 중국 역사로 편입시키는 작업을 계속 하고 있다. 자신들의 조상이 동이족으로부터 유래되었다는 사실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 참고 사진 (만주 피라미드들의 일부-독일인 고고학자인 하우스돌프가 찍은 것)

 

일본의 권력층은 한반도에서 진출한 사람들이었다. 초기에는 백제와 가야 세력들이 주도권 쟁탈을 벌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백제계가 패권을 잡았다. 백제가 당나라에 패망하자 일본인들은 자신들의 고향을 잃은 것 같은 상실감을 느꼈다. 그래서 언제든 고향으로 돌아가겠다는 염원이 대대로 이어졌던 것이다. 일본도 동이족의 뿌리에서 나왔다. 당연히 그들은 한반도와 만주를 자신들이 돌아가야 할 약속의 땅으로 여기게 된 것이다.

 

본래의 동이족 문화는 인디언 문화의 본류로 자연과 함께 하고 식물과 공존하며 동물과 한 가족으로 살았던 문화이다. 물질문명으로 인하여 잠시 잊고 지냈던 본래의 문화를 다시 정착시켜야 한다. 동이족의 조상이 그러했던 것처럼 선문화禪文化를 통하여 인류에게 새로운 문화를 전하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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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다시 시작할 수 있다 - 인생 2막, 이제 내 길을 갈 때가 왔다
김재우 지음 / 비전과리더십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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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형, 거기에서 뭘 하시오? 얼른 나와서 나를 좀 도와주시오.

이제 우리도 쉰이 넘었으니 힘을 합쳐 봅시다.

노후준비를 위해서라도 함께 사업을 키워 보자고요"

(102 쪽)

 

저자가 삼성을 떠나 캐나다 UBC에서 객원교수로 있을 때, 벽산 그룹의 김 부회장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 벽산 그룹 김인득 회장의 삼남인 김희근 부회장과 저자는 중동의 모래바람을 맞으며 인연이 시작되었던 것이다. 저자가 삼성물산의 중동 지사장으로 재직할 때, 김 부회장은 벽산건설(당시는 한국건업)의 중동 지사장이었다.

 

제의를 받고 그는 자신이 원하는 길을 향해 떠났다. 입사한 곳은 벽산건설이었다.  1년의 근무 후 제조회사인 (주)벽산으로 근무지를 옮겼다. 옮긴 뒤 6개월 지난 1998년 7월 1일, 벽산그룹은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벽산은 창사 이래 최대 시련을 맞게 된 것이었다. 당시는 IMF 외환위기라는 국가의 비상사태로 많은 기업들이 휘청거리고 있었다.

 

결론부터 먼저 말하자면, 경영의 수장으로서 전권을 위임받은 저자의 특별한 노력으로 워크아웃에 들어갔던 벽산은 1년 만에 기업 회생에 성공했다. 전무후무한 사건이었다. 벽산이 워크아웃 전보다 더욱 튼실한 기업으로 재탄생하자 임직원들의 자신감도 한층 높아졌다. 비장한 각오로 CEO를 맡고서 이룩해 낸 일이라 당시 54살인 그에게 그 감회는 남달랐다.

 



 

자신의 꿈과 목표에 대해 믿음을 갖는 것만큼 

확실한 희망은 없다.

희망은 행복으로 향하는 길이다.

자신의 목표에 대한 믿음이 있으면

선승구전先勝求戰이 가능하다.

즉 이미 승리를 확보한 후에

승리를 확인하러 전쟁에 임할 수 있는 것이다.

믿음보다 확실한 보증수표는 없다.

(108 쪽)

 
 

저자 김재우는 명문대 경영학과 출신으로 삼성물산 재직시 중동에서 1억 불 수주에 성공한 신화의 주인공이다. 그는 37살에 최연소 임원, 45살에 삼성항공 부사장 등 29년간 삼성맨으로 활동하다 52살에 타의로 삼성을 떠나게 되면서 심한 자괴감에 빠지기도 했지만 워크아웃 중인 벽산그룹을 1년 만에 회생시키면서 '경영 혁신의 귀재'로 기업경영 현장에 성공적으로 복귀했다.

 

열심을 버리고 재미로 일한다

 

자신이 원하는 길은 비록 그 길이 가시밭 길일지라도 재미가 있다. 재미는 바로 창의력으로 이어진다. 20세기에는 근면과 성실이 성공을 위한 최고의 미덕이었다. 그런데, 21세기인 지금은 유연한 창의력이 요구되는 때이다. 어느 경영자가 직원들로부터 제일 듣기 싫은 말이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했다. 열심을 선호하는 사회적 분위기는 비단 우리나라에 국한되는 얘기가 아니다.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인간이 마치 기계처럼 생산의 도구로 전락하여 마침내 20세기 자본주의 발전모델인 '포디즘Fordism'으로 자리잡으며 '열심'은 바로 절정에 이르렀다. 포디즘이라는 대량생산 방식은 더욱 높은 강도의 노동을 요구하면서 생산성 향상이란 이름으로 빛을 발했던 것이다.

 

그러나, 제레미 리프킨은 그의 저서 <노동의 종말>에서 '일자리 없는 성장'이라는 새로운 시대가 도래했다고 선언했다. 즉 국가의 경제가 성장하는데도 일자리는 오히려 줄어들고 노동력이 남아도는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이는 우리가 이전에 전혀 경험하지 못했던 일이다. 이제 높은 생산성은 누가 얼마나 '잘 노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재미가 없으면 생산성을 높일 수 없는 것이다.

 

문화심리학자 김정운 교수도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에서 재미와 창의성은 심리적으로 동의어라고 주장하면서 '창의적인 지식은 재미있을 때만 생긴다'라고 말한다. 우리는 대개 재미있게 노는 듯 일을 하면 일을 하는 게 아니라는 잘못된 생각을 한다. 이런 생각에서 아니 착각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 김 교수는 21세기는 '나는 놈'위에서 '노는 놈'의 시대라고 강조한다.

 

기본으로 돌아가면 길이 보인다

 

벽산의 턴어라운드는 '기본의 승리'라고 말할 수 있다. IMF 경제위기는 누구도 겪어 보지 못했던 특별한 상황이었기에 벤치마킹 할 대상도 없었고, 이 분야의 전문가도 찾을 수 없었다. 스스로 살 길을 찾아 개척할 수 밖에 없었다. 불철주야 '어떻게?'라는 생각만 했다. 이 방법을 찾기 위해 골몰한 결과 당시의 벽산은 기본에서 벗어나 있음이 눈에 보였다. 그래서, 고민 끝에 몇 가지 방안을 실천에 옮겼다.

 

1. 나는 벽산의 30여 개 제품의 핵심은 내화단열임을 깨닫고, 이 부분에 모든 역량을 집중시켰다.

 

2. 브랜드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는 트렌드를 파악하고 벽산의 브랜드 가치를 핵심 역량으로 삼았다.

 

3. 미래를 만들기 위해 역량을 집중시켰다.

 

4. IT 인프라를 구축했다.

 

5. 임금체계를 혁신했다. 회사의 '저임금 고인건비'를 '고임금 저인건비' 체계로 변경했다.

 

6. 필요한 투자는 아끼지 않았다.

 

7. 유통 혁신으로 직원들의 생각하는 시간을 늘려 주었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어

나는 사람이 덜 다닌 길을 택했고

그것이 내 인생을 이처럼 바꿔 놓았습니다"

-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 보지 않은 길> 중에서

 

여성 복서 김주희 선수의 일화이다. 김 선수는 챔피언 타이틀 4차 방어를 준비하던 중 엄지발톱이 빠지는 부상을 당했다. 이를 무시하고 훈련에만 매진했더니 상처가 악화되어 골수염으로 발전했고, 이로 인해 엄지발가락의 뼈 일부를 잘라내야 했다. 복서에게 몸의 균형을 잡고 체중을 분산시켜주는 발가락이 없다면 이는 치명적이다. 방어전을 치르지 못하고 타이틀을 반납한 그녀는 절치부심 기회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결국 기회가 왔다. 그녀는 발가락에 테이프를 칭칭 감은 채 링에 올라 끝내 챔피언 벨트를 허리에 둘렀다.

 

인생의 2막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이제 거추장스러운 것들을 내려놓을 때이다. 그러나, 인생이라는 사각의 링에서 우리 모두 쉽게 포기하고 내려오지는 말자.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지금,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찾아 나서자. 가슴 설레게 하는 일을 한다면 새로운 즐거움을 찾게 될 것이다.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 소설가 박경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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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들의 주식사냥 2
김건 지음 / 에듀존 / 2011년 8월
평점 :
품절


소설에 등장하는 정계, 재계 인사들의 담합과 흥정, 주가조작, 부당 내부거래, 뇌물과 정치자금의 수수 등은 대부분 체험적 사실을 토대로 한 내용이다.

 



 

연일 새벽 늦게 귀가하는 대안증권 박상민 차장의 아내는 박차장에게 지금 하는 일을 당장 중지하고 초심으로 돌아가자고 권유한다. 그러나, 돈의 탐욕에 빠져버린 그는 아내의 충고가 귀에 거슬리기만 했다. 불과 1시간 전 룸살롱의 새끼 마담과 끈적끈적한 정사를 벌인 참이라 그는 주지육림의 유혹을 쉽게 떨쳐버리질 못한다.

 

"맡겨 둔 돈 몽땅 줄테니 당장 나가!" (19 쪽)

 

5년 여의 연애 끝에 결혼하여 지금의 아내와 단란한 가정을 꾸려온 지난 세월이 물거품이 될까봐 그는 점점 불안해졌다. 수습사원의 티를 벗고 일선 영업 부서에 배치되자 그는 고객 투자 연수회에 여러 차례 강사로 참석했다. 참석자는 주로 여성으로 그에게 많은 궁금증을 질문했다. 이런 장면은 소설이 다소 오버했지만, 그의 강의를 한번 들어보자.

 

"바닥을 치며 돌아선 것을 확인한 뒤에 매수하고,

천장을 치고 하락하기 시작한 시점에서 과감히 처분하라는 뜻입니다" (27 쪽)

 

"뇌동 매매에 휩쓸리지 않는 것만이 손해를 보지 않는 비법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겁니다" (29 쪽)

 

이렇게 그는 주식투자의 정석을 경험하면서 이 분야에서 전문가로서의 능력을 인정받고자 열심히 노력했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그의 윤리관이 돈에 의해 여지없이 짓밟히고 주식 작전에 가담한 것이었다.

 

거침없이 잘 나가던 박순자 일당의 작전은 순조롭지 않았다. 어음 할인의 고리이자의 부담과 함께 그녀의 거래업체들의 부도설 등이 돌면서 자금 사정이 극도로 악화된 것이다. 그래서, 그동안 사들였던 주식을 헐값에 매각하고 있었다. 로열건설, 고려토건 등의 어음이 명동 사채시장에서 할인하는 것도 어려웠다.

 

"루머 때문에 죽을 맛이야. 어떤 적대 세력이 내 발목을 잡으려는 거이 분명해" (36 쪽)

 

오후 6시 박순자의 연락을 받고 그녀의 사무실에 모두 모였다. 로열건설의 허동환 부사장, 김혁 전무, 이정일 부장 등이었다. 작전세력 중 엄차장과 박상민 차장이 튀면서 작전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었다. 그런데, 허부사장은 그동안 처남을 앞세워 시세차익을 차곡차곡 쌓았던 것이다. 그는 주식을 전혀 모르는 체 행세하며 얍삽하게 실속을 챙겼던 것이다. 자금부 김준태 대리가 비자금을 횡령했고, 엄차장과 박상민은 최회장의 작전을 틈타 시세 차익을 먹고 달아났다. 이들의 도피 소식을 듣고 허 부사장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던 것이다.

 

로열빌딩 16층 회장실엔 적막감이 돌았다. 넓은 방엔 최회장 뿐이었다. 지금부터 어떻게 박순자를 요리해야 할지 그리고 그간 정신없이 발행한 약속어음을 무사히 회수할 수 있을지 등에 대하여 그는 고민에 빠졌다. 이런 와중에도 그는 주식투기로 기대 이상의 시세차익을 거두었다.

 

"어음을 왕창 유통시켜 놓고 잠수해 버릴 작정이라더군" (65 쪽)

 

명동 사채시장과 증권가에 새로운 기류가 떠돌았다. 유언비어가 일반투자자들을 두려움으로 몰고 갔다. 박순자의 융통어음이 결코 안전하지 않다는 루머였다. 그러나, 극적인 반전이 생겼다. 제5공화국 출범을 위한 3월 총선거 준비를 위해 정치자금을 조성하려고 융통어음을 뿌린다는 소문이 돌았다. 박순자의 사무실에서 나오는 어음을 잡으려고 깡쟁이들이 줄을 섰던 것이다.

 

"고려토건과 로열건설은 정한두 대통령과 자민당 김정근 사무총장이 밀어주는 회사거든..." (67 쪽)

 

10여개 아파트 현장에서 입금되는 분양대금이 매일 10억원대였기에 여유자금 400억원과 차입금 600억원 모두 1천억원을 투자해 보험, 증권, 상호신용금고, 유통, 가구, 피혁제품 제조회사 등 8개 회사를 인수하여 로열건설그룹의 위용을 갖추고 있었다. 여름에 접어들자 로열건설은 자금사정이 빠듯해졌다. 사우디 건설현장에서 송금되던 달러도 줄고, 아파트 분양금도 주춤거리며 돈줄이 막혀 버렸다. 이 틈을 파고 들었던 사람이 바로 박순자 여사였던 것이다.

 

자민당 사무총장 김정근은 여비서와 호텔에서 한바탕 정사를 즐겼지만,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았다. 박순자 부부의 사기 행각이 안기부와 보안사 등 수사기관에 포착되었다는 정보 때문이었다. 그동안 이들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아온 터라 신경이 몹씨 쓰였다. 명동 사채시장과 금융기관에서 고려토건 부도설이 계속 나돌다가 어느 날 고려토건의 거액 융통어음이 미결제되었다. 마침내 올 것이 왔다. 박순자 부부가 검찰에 연행되고, 고려토건이 발행한 어음은 부도나기 시작했다.

 

한편, 로열그룹의 최회장은 자민당 정보경 의원을 찾았다. 박순자에게 사기를 당했다며 그에게 도움을 청했다. 정의원은 최회장에게 사기공범이라며 협박하듯 나무랐다. 최회장은 정의원의 미꾸라지 같은 행동에 심한 혐오감을 느꼈다.

 

"만약 박순자가 사기를 쳤다면 그녀를 탈법적으로 악용한 사람들도 사기죄로 처벌 받아야 해" (88 쪽)

 

청와대 탁영수 사정수석 비서관을 만나고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사무실로 돌아오는 내내 백태웅 검사는 권력의 협박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는 박순자 부부의 사기가 아니라 로열그룹 최종길 회장이 그들과 동업관계라는 심정을 가졌지만 결국 이를 밝히지 못하고 있었다.

 

"박순자 김철규 부부와 김정근 총장에게 면죄부를 안겨 주는 수사가 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야 합니다" (126 쪽)

 

이후 청와대 측의 특별 지시에 따라, 부도 처리되었던 로열건설 어음 450억원의 결제가 구제금융에 의해 모두 처리되었다. 후담에 의하면, 기업 도산의 위기를 넘기고 승승장구하던 최종길 회장은 정권 교체와 함께 몰락해서 지금은 고향 친구의 사슴 농장에 가끔 들러 장기와 바둑을 즐기면서 노후를 보낸다고 한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을 새삼 느끼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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