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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류 장사꾼이다 - 밥장사 황해진의 중국 창업 성공기
황해진 / 경향미디어 / 2016년 1월
평점 :
이 책은 인생 역전을 꿈꾸는 사업 실패자와 일을
하고 싶어도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명퇴자들, 그리고 '3포, 5포'도 모자라 '헬조선'이라는 기막힌 신조어를 읊고 있는 이 땅의 취준생들에게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이 되고 싶다. 평범함보다 못한 나 같은 사람도 한류 덕분에 이렇게 인생 성공의 맛을 보고 있으니 아무리 어렵더라도 제발
포기만은 하지 말하고 전하고 싶다. - '프롤로그' 중에서
어느 한류
밥장사의 중국 성공기
지은이
황해진은 현재 중국 청도에서 코리안 레스토랑 '바로쿡'을 운영하고 있다. 한류를
좋아하는 중국 젊은이를 타깃으로 하는 알짜배기 장사다. 한국에 있을 때는 인쇄 및 광고 사업을 했다. 국내에서 개인 브랜드 광고 분야를 개척하며
승승장구했으나 뜻하지 않게 사업에 실패해 신용불량자로 전락했다.
급기야 건강까지 악화되어 암
선고를 받았고, 수술 후 자포자기 심정으로 중국에 삶의 터전을 옮겼다. 우여곡절
끝에 요식업 분야에서 '한류'를 활용한 사업 기회를 발견해 기사회생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극한의 생존 전쟁에
내몰린 국내 자영업자와 취업난의 돌파구를 찾는 고국의 젊은이들을 위해 중국 창업의 멘토로 자임하고
나섰다.
그는 자신이 겪은 경험을 여러 사람들과 공유함으로써 중국이라는 낯선 땅에서 새로운 성공을
찾아 도전에 나설 수 있는 용기를 주고파 이야기 30화話를 이 책에 담고 있다.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지
않았더라도, 화려한 스펙 쌓기를 못했더라도 낙담에 빠지지 말라는 그의 충고가 예사롭지 않다. 인생의 고속도로 바깥길에서도 설탕 같은 단맛을 누릴
수 있다는 희망의 찬가이기
때문이다.
"눈 오는 날엔 치맥이 딱
인데"
이는 중국 전역에 공전空前의 히트를 친 TV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여주인공 천송이역을 맡은 여배우 전지현의 극중 대사였다. 중국인들은 본디 치킨을 즐기지 않았지만 이 드라마가
인기를 끌자 여배우 따라하기에 나선 팬들이 하나둘 치킨과 맥주(치맥)를 찾으면서 어느새 한국치킨집은 문전성시門前成市 장사진長蛇陳을
이루었다.
저자는 한류에 미친 중국 젊은이들의 행태를 보면서 사업 기회를 얻었다. 중국엔
'빠링, 지우링 호우' 세대가 있다. 80~90년대 이후 한 가정 한 자녀 낳기 운동 세대를 일컫는 말이다.
한류를 가장 선호하고 소비력이 가장 왕성한 세대였다. 그는 이들을 겨냥해 'K-Food 점'을
창업했다.
사실 그가 중국으로 건너갈 때엔 자포자기 심정이었다. 사업 실패로 인한 심각한 경제난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암까지 발병한 상태였지만, 분당에서 치킨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던 막내 동생이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고 비행기에 몸을 실었던
것이다. 칭다오靑島, 성공적으로 사업을 펼치는 BBQ는 이곳에 이십여 개 이상의 지점을 개설하고 있었다.
2006년 2월, 그는 아내의 만류를 뿌리치고 동생의 치킨 브랜드 바로쿡으로 칭다오에서
승부를 걸었다. 당시 그의 나이 쉰 살이었다. 절벽에 서 있는 심정으로 시작한 도전이었다. 처음엔 제법 장사가 되나 싶더니 2008년 세계에
몰아친 금융위기 한파 때문에 가게는 이내 불황에 빠지고 말았다. 다시 벼랑 끝에 몰린 그의 눈에는 돌파구가 보였다. 그게 바로
'한류韓流'였다.
깨달음이란 욕망과 인연을 모두 끊고 마음을 재로
만들어버리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고뇌의 끝에서 얻게 되는 것이다. - 홍자성, <채근담>
중에서
칭다오 바로쿡 치킨의
실패
금융위기라는 특수 상황의 발생이 실패의 이유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중에 알게 되었는데
당시 칭다오에선 많은 외식사업가들이 오래 버티지 못하고 다시 귀국행 보따리를 쌌던 다른 이유들이 있었던 것이다. 오픈 후 칭다오 현지에 거주하던
아내의 사촌동생들이 연락되어 현지 상황을 전해주며 미리 알았더라면 당연히 창업을 말렸을 거라고까지
했다.
첫째, 코리아타운에 한국음식점들이 너무 많아 경쟁이
치열하다.
둘째, 중국 현지인들이 찾지 않는다. 즉 현지화의 실패로 한국교민들만
상대한다.
칭다오 방송국의 전파를
타다
'운칠기삼運七技三'이라는 말이 있다. 일의 성패가 노력보다
운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는 의미이다. '별그대'로 인한 난데없는 한류 열풍은 그의 한식 가게 앞에 중국학생들이
꼬리를 물고 줄을 서게 했다. 이 광경을 목격한 칭다오 방송국에서 한국음식 특집방송으로 그의 가게를 취재했다.
그것도 황금 시간대에 20분에 걸쳐 2번이나 노출시켰다. 나아가 중국 CCTV에도 "중국 속의
한국인 - 중국에서 내 삶을 찾다"는 내용으로 그의 인생 이야기가 전파를
탔다.
그는 현지화 전략을 채택했다. 한글 위주의 전단과 광고문구를 중국어로 교체했다. 글씨
위주의 메뉴판을 사진 위주로 바꾸고, 메뉴 구성과 콘셉트를 새롭게 다시 만들었다. 메인 메뉴인 치킨은 사이드 메뉴로 돌리고, 호프 메뉴도 사이드
메뉴로 돌렸다. 메인 메뉴를 순수 한국음식으로 전환하면서 주 고객 타깃을 '빠링, 지우링 호우 세대'로 잡았이다. 상호만 그대로 두고 본격적인
'K-FOOD'점으로 변신했다. 한류에 착안한 그의 사업 솜씨는 반응이 예상보다 빨랐다. 중국 학생들이 가게에
줄을 서기 시작했던
것이다.
한류韓流는 스쳐가는
바람인가?
이 질문에 대한
논쟁은 사실 의미가 없다. 한류란 무엇인가? 유행인가, 아니면
문화인가? 책의 저자처럼 현지에서 직접 사업을 하면서 느끼는 소감이 바로 해답이 아닐까 싶다. 그는 "한류는 한국인의 마음이다. 한류는 유행이
아니라 문화다. 한류는 자원이다"라고 말한다. 나는 이 대목에서 '자원資源'이란 말에 자꾸 눈이
간다.
드라마 속 여주인공 천송이의 대사가
나올 당시 중국에선 조류 독감이 극성을 부리고 있을 때였다. 하지만 천송이의 대사 한 마디가 이를 잠재웠다는 사실이다. 국내에서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가게 문을 당분간 내리는 집들이 속출할텐데 말이다. 현재에도 중국에선 치맥 문화가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고
한다.
한국에 살고 있는 사람은 한류를 모른다. 그 위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외국 땅에서 안다. 신용불량자
신세로 멋모르고 중국 땅에 발을 밟았던 저자도 처음 3년 동안 한류를 몰랐다. 그러나 그의 가게에서 한류 대박이 터지면서 그야말로 그는
한류 충격을 받았다. 한류 원조는 10여 년 전의
<대장금>이다. 그런데, 2014년 <별그대>의 한류는 그때와
많이 다르다.
스마트폰의 시대인 요즈음 문화
이동은 빛의 속도로 전파된다. '치맥 문화'가 보여주는 것처럼 한류가 산업으로 연결됨을 증명해준다. 물론 바로쿡도
치맥에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말할 수 없겠지만 분명한 것은
'한국음식'이라는 브랜드 때문에 성공한 것이다. 사람에게 가장 밀접한 게 '의식주'다. 이중에서
식문화야말로 그 나라를 대표하는 문화 코드이다. 한국음식은 음식에 마음(정)을 담아내므로 최고의 경쟁력이다.
중국에서 얻은
선물
"무심무심의 경지에 들어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때 비로소 자유로운 삶을 얻게 된다" - 장자
조조는 유비의 유능한 부하
서시徐庶를 찾아가 자신을 도와 달라고 간청하지만 거절당한다. 그런데 사람 욕심이 많은 조조는 결코 포기하지
않고 그의 모친을 위나라로 데려와 아들에게 편지를 써도록 한다. 즉 서시의 효심을 자극한 것이다. 결국 서시는
'방촌이난方寸已亂'이라는 말을 유비에게 남기고 떠난다. 이는 마음이 어지러운 상태에선 어떤 일도 계속 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현재 하고 있는 일이 잘 풀리지
않는다면 가장 먼저 살펴봐야 할 것이 바로 자신의 '마음'이다. 혼란스러운 마음의 뿌리는 대개 타인을 의식하는 삶에서 시작된다. 따라서 내 삶을
챙기다 보면 마음이 편해지므로 일이 잘 풀리게 된다. 그래서 저자는 한국에서의 삶이 집중하기에 여의치 않다면 외국에서 시작해보는 것은 방법이
된다고 조언한다.
현지화 콘셉트가
생명이다
"중국인들은 땅 위에 네발 달린 것은
탁자 빼고 다 먹고, 물속에 있는 것은 잠수함 빼고 다 먹고, 하늘에 날아다니는 것은 비행기 빼고 다 먹는다"라는 농담이 있다. 중국음식은
지상의 모든 자연물을 식재료로 활용한다는 말로서 중국음식의 다양함을 대변하는 말이다. 다양한 소수민족과 각 지방 특색의 음식 문화가 어우러지고,
양념과 조리법, 불의 세기와 재료 손질법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섬세함까지 배어 있다. 중국음식 문화는 '요리의 천국'이라는 별명을 붙을 만큼
세계인들에게 다양함과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모든 장사에는 콘셉트가 중요하다.
현지형인가 한국형인가, 주고객은 중국인인가 한국인인가, 나이는 젊은층인가 중장년층인가, 가격은 저가인가 고가인가, 규모는 대중소 중 어떤
규모인가 등 이런 물음에 명확하게 답해야 한다. 콘셉트 정리는 장사의 목적을 정리하는 일이며, 그래야만 이에
합당한 전략전술을 구사해 성공이란 답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중국에 진출한 소형 콘셉트
K-FOOD 가게들은 대부분 한국인 집성촌에서 한국식으로 한국인을 대상으로 운영해왔다. 이런 경우 교민이 많지 않을 경우 한국인들 간에
출혈경쟁이 불가피해진다. 더구나 교민의 이동에 따라 매출은 기복이 생기게 되므로 안정적인 사업을 하기에 어렵다. 중국 진출에 성공하려면
처음부터 현지화 콘셉트를 준비해야만 한다.
중국에서 성공하려면
편법이나 불법은 꿈에도 생각 말라
진심과 인정은 어디에서나 통한다
급변하는 중국, 지금이 기회다
우리와 너무 다른 '차이'를 인정하라
누구를 만나건 만만히 보지 말라
꿈보다 생존이
먼저다
만족하고 물러설 줄 알면 치욕을 당하지 않고, 멈출 줄 알면 위태롭지 않고 오래 지탱할 수 있다. -
노자
자기계발서에 흔히 등장하는 말이
있다. "돈을 위한 일을 찾지 말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 자신을 행복하게 하는 일을 찾아야 한다" 이대로 한다면 성공에 다가갈 수 있을까?
아니다. 이 말에는 가장 중요한 전제가 빠져 있다. 지금 당장 먹고 사는 일이 해결될 때에나 적용할 수 있는 충고인
셈이다.
현대그룹을 창업한 정주영 회장은 나이
열아홉에 무조검 서울로 올라왔다. 소 판 돈을 훔쳐 무단가출했던 것이다. 그에겐 재산이라곤 건장한 몸뿐이었다. 1943년, 쌀가게에 취직했다.
빨리 많이 배달하려고 밤에 잠을 자지 않고 무릎이 까여 피가 흐를 정도로 밤새 자전거 타는 것을 연습한 장면은 무척 감동적이다. 3년이 지나
가게 사장은 성실한 점원에게 가게를 인수하도록 한다. 정주영의 첫 번째 사업은 쌀가게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퀴즈가 나간다.
정주영은 쌀장수가 자신을 행복하게 만드는 좋은 일이라서 이곳에 취직했을까? 당연히 아니다. 아마도 가출한 신분이었기에 우선 굶지 않는 게 최선의
목표였을 것이다. 자신이 그토록 하고 싶은 천직을 찾는 일은 나중에나 가능했던 것이다. 우리들의 꿈은 성장하면서 변하고 바뀐다. 대통령이
꿈이었던 사람이 도로청소에 혼신을 다해야 하는 미화원이 될 수도 있다. 왜? 지금 당장 배가 고프니까. 행복을 찾아 허송세월하는 배부른 배짱이가
되지 말자. 발등의 불은 바로 생존이다.
매슬로의 욕구 5단계
1단계~ 식욕, 성욕, 수면
2단계~ 생존의 안전
3단계~ 소속감, 가정
4단계~ 타인의 인정, 명예, 자존심
5단계~ 자아 실현(최고의 인간 존재)
불평하는 당신, 차라리 지금
떠나라
아직도 '흙수저' 타령이나
'헬조선'을 외치며 남의 탓 아니면 사회구조 탓만 하려는가? 등 터진다고 고래만 원망하는 새우가 되려는가? 우리들의 인생은 무한경쟁이다. 오늘의
갑이 내일의 을로, 오늘의 을이 내일의 갑으로 바뀌는 게 인생의 묘미 아닌가 말이다. 자신을 낳아준 부모조차 아들이 너무 못생겼다고 외면했지만
타고난 외모를 비관하지 않고 행복은 남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 속에 있음을 깨닫고 꾸준히 독서하며 글을 써 불후의 명저들을 남긴 러시아의 대문호
레프 톨스토이를 보라.
한국에서 답을 못 찾는다면 죽을 각오를 하고 해외에서 답을 찾아라. "세계는 넓고 할 일이 많다"고 외치던 김우중 전
대우 그룹 회장을 뛰어넘는 사람이 처음부터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인생 역전을 꿈꾸는 사람, 중국에서 창업하려는 사람, 일자리를 찾지 못한
명퇴자들, 그리고 취업준비생 모두에게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