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자본주의
김창익 지음 / 다산북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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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는 새로운 화폐 시스템을 만들려면 일단 제도권의 내부로 들어가야 한다는 전략적 판단을 했다. 비록 이자 지급 등 원하는 것을 모두 얻지는 못했지만, 기득권이 일단 굳게 닫힌 문을 열어준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자는 아니더라도 사용자에게 부가적인 이익을 줄 수 있는 우회적인 방법은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스테이블 코인은 일단 평화의 메시지로 포장된 트로이 목마인 셈이다. - '프롤로그' 중에서 



책의 저자 김창익은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후 25년 동안 <서울경제>를 비롯한 경제 전문지에서 기자로 활동하며 실물경제와 화폐 시스템을 연구해 왔다. 거대한 부의 흐름을 읽어낼 수 있는 넓은 안목을 얻었으며 이를 통해 거시경제가 수요와 공급의 원칙보다 정치적 요인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비트코인이 달러의 대안이 될 수 있는지를 연구 중이다. 

총 여섯 개 장으로 구성된 책은 빅테크 제국의 침략(1장), 월가와의 전쟁(2장), 규제와의 전쟁(3장), 권력과의 전쟁(4장), 중국과의 전쟁(5장), 빅테크 이후의 세계(6장) 등을 통해 월가가 설계한 경제 체제는 우리들이 선택한 시스템이 아니라서 이를 대체할 대안을 눈앞에 두고 있다고 강조한다. 

내용에 들어가기에 앞서 우리들이 지금 정글을 탐험하고 있다고 상상해 보자. 수십 미터 떨어진 덤불에서 바스락거림이 있을 경우 이를 어떻게 판단하는 것이 생존에 유리할까? 호랑이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없다고 결론짓는 것이 과연 영리한 판단일까? 특히 생존과 관련된 판단을 할 경우엔 최대한 보수적으로 하는 게 유리하다. 그렇다. 우리들이 살고 잇는 경제하는 세계는 바로 정글이기 때문이다. 

빅테크 제국의 침략(스테이블 코인) 

세계경제를 장악한 빅테크 기업들의 다음 목표는 '금융'이다. 애플, 구글, 아마존, 테슬라 등의 기업은 많은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다. 그래서 빅테크 기업들은 이용자의 높은 충성도와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자기들 생태계 내에서 통용되는 화폐를 구축하려 한다. 즉 그들만의 리그에서 사용되는 새로운 개념의 기축통화인 셈이다. 

메타~ 리브라(스테이블코인)
애플~ 애플페이, 애플카드 
아마존~ 아마존코인 
테슬라~ 비트코인(도지코인)으로 결제 
구글~ 구글페이       

위에서 보는 바와 같이 결제 앱은 돈의 흐름을 넘어서, 행동 데이터와 연결된 AI 기반의 개인화 금융시스템으로 진화 중이다. 이는 빅테크가 금융 소비자의 뇌와 지갑을 동시에 장악하려는 시도이므로 단순한 테크 기업이 아니라 데이터, 사용자,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심지어 화폐까지 장악하려는 거대한 플랫폼 제국이다. 금융은 그 제국의 마지막 퍼즐이다. 비록 리브라가 실패했을지라도 이는 일시적인 좌절일 뿐이다. 지금 그들은 AI를 무기로 새로운 형태의 통화 권력을 구축하는 중이다.

빅테크와 월가와의 전쟁

트럼프는 월가의 논리로 만들어진 자유시장 경제 프레임을 유지하되 그 내용물은 이전과 전혀 다른 것으로 채우겠다는 대안이 바로 '빅테크 자본주의'이다. 즉 월가는 반反세계화란 족쇄를 채워 보호무역주의라는 우리 안에 가두고, 성장 일로를 걷고 있는 매그니피센트 7의 비교우위를 앞세워 자본주의 이후의 자본주의(자본주의 2.0) 체제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월가는 빅테크가 가려는 길목을 선점하고 규제란 장벽으로 그들을 가로막는 낡고 비효율적인 구체제의 상징이다. 빅테크는 혁신의 마지막 단계에서 궁극적으로 금융이란 영역을 통과해야 한다. 선점 후 독점이란 빅테크의 성공 루트를 그대로 가다 보면, 지불과 신용 창출이란 금융의 역할을 스스로 해야 하기 때문이다. 

빅테크의 인공지능 기술이 향하는 종착역은 군수산업이다. 이는 냉전시대를 거쳐 닉슨 쇼크 이후 월가가 지배해온 미국의 패권 산업이다. 빅테크와 월가는 자본주의가 다른 단계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숙명적으로 충돌할 수밖에 없다. 이는 일종의 패권 전쟁이기 때문에 어느 한쪽도 양보할 수 없다. 

전쟁의 승패를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는 빅테크가 언제 금융의 핵심 기능을 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 그 기능은 지불에서 신용 창출로의 확장이다. 신용 창출이란 '대출을 통한 화폐 발행'을 의미한다. 미국 국방부 예산의 무개 중심이 F-35에서 드론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여기서 F-35란 월가가 투자한 군산복합체의 무기를, 드론은 빅테크 AI 기술로 만들어진 무기를 의미한다. 

규제와의 전쟁(EU의 빅테크 규제)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미국은 아마존, 애플, 구글, 메타, 마이크로소프트라는 '플랫폼 빅5'를 중심으로 데이터, 에너지, 결제, 소프트웨어를 모두 통합한 복합 인프라 권력을 형성하고 있다. 반면 유럽은 이같은 흐름에서 기술, 자본, 통화 주권 모두를 점점 잃어가고 잇는 중이다. 유럽의 빅테크 부재는 단순히 기술력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 문화, 자본 흐름, 정책 방향 등 총체적 문제에 기인한 것이다.    

유럽은 미국 빅테크의 정보 독점과 시장 지배가 자국의 민주주의, 주권, 정체성을 위협한다고 판단하면서, 규제를 더 이상 ‘제약’이 아닌 ‘방패’이자 ‘창’으로 삼게 됐다. 기술 그 자체는 미국이 만들지만, 기술이 작동할 ‘질서’는 유럽이 정한다는 이 새로운 질서는, 단순한 법적 프레임이 아니라 국제 정치경제의 규칙을 새롭게 쓰는 방식이다. 규제는 이제 통행세이자 주권 선언의 수단으로 작동하고 있다. 유럽은 ‘기준을 만드는 자가 시장을 지배한다’는 원칙 아래, 기술 패권 경쟁에서 법과 윤리를 무기로 내세운 새로운 권력 행사를 시작한 것이다.

권력과의 전쟁(트럼프와 손잡은 빅테크)

도널드 트럼프는 2016년 대선 캠페인 초부터 '반월가, 반엘리트, 반중국'을 기치로 내세워 반세계화 전략을 분명히 했다. 이런 기조는 월가와의 갈등으로 이어졌다. 이에 따라 금융권은 트럼프에 대해 적대적인 입장을 유지했다. 2024년 대선을 앞두고도 월가의 흐름은 변하지 않았다. 조 바이든(카멀라 해리스) 캠프는 여전히 금융권의 신뢰를 얻고 있었으며, 트럼프는 월가의 주류 네트워크에서 비주류 취급을 받고 있었다. 

바이든의 반대편엔 다른 세계관을 가진 일런 머스크, 피터 틸 등 '반세계화 빅테크 진영'이 도널드 트럼프의 손을 잡았다. 이들은 기존의 월가-정부-관료-노조로 이어지는 체계가 미국을 비효율과 불균형, 규제 과잉의 늪에 빠뜨렸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반세계화 진영은 트럼프 재선 캠프와 전략적 동맹을 맺고 본격적으로 정치 무대에 등장했다. 그 상징이 바로 '정부효율부DOGE' 프로젝트였다.     

바이든에게 ‘과두寡頭’는 머스크와 실리콘밸리였고, 머스크에게 ‘과두’는 월가와 워싱턴이었다. 이 대립은 단순히 개인 간의 불화나 정당 간 경쟁이 아니라, 세계화 이후의 국가 정체성과 기술 권력의 지위를 두고 벌어지는 구조적 전쟁이었다. 

바이든은 기술 재벌의 정치 개입을 민주주의의 파괴로 규정했다. 머스크는 기존 세계화 엘리트를 미국 경제 몰락의 주범으로 지목했다. 두 세계관은 양립 불가능했고, 이념과 이해관계, 권력구조를 둘러싼 거대한 균열 속에서 미국 정치는 새로운 시대의 대립 구도로 재편되고 있었다.

중국과의 전쟁(중국의 AI 기술 굴기)

2025년을 기점으로 중국은 인공지능을 중심에 둔 대전환 전략을 본격적으로 가동하고 있다. 시진핑 정부는 AI를 '문명사적 도약의 계기'이자 '제2의 문화대혁명'으로 규정하며 이를 국가의 핵심 전략 자산으로 선언했다. 이에 인해전술을 앞세워 AI 중심 산업 국가로의 구조 재편에 착수했다. 말하자면 계란을 한바구니에 모두 담고서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을 감내하겠다는 투자 전략인 셈이다. 

AI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권력이다. 기술 패권의 중심으로 부상한 인공지능을 놓고서 세계 각국이 경쟁을 펼치는 지금, 구조적으로 민주주의는 AI 패권 경쟁에서 불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권력 분산과 사회적 가치라는 민주주의 고유의 체계가 AI 개발과 확산에 어떤 제약을 초래하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첫째, 민주주의는 의사결정이 느리다 
둘째, 민주주의는 윤리와 공공성을 우선시한다
셋째, 데이터 접근성과 수집에서 민주주의는 불리하다
넷째, 분권 체제는 중앙집중 추진력을 약화시킨다
다섯째, 민주주의 기업문화가 장애물로 작용한다 

기술 사상가들이 보기에, 민주주의는 속도, 집중력, 예측 가능성이라는 AI 시대의 주요 가치들과 충돌하는 체제이기 때문에 권위주의는 AI를 자연스럽게 흡수하고 강화하는 반면, 민주주의는 이 기술을 어떻게든 길들이고 제한하려 한다. 그러나 이 기술의 제어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으며, AI는 점차 민주주의의 외곽부터 잠식해 가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피터 틸이 “기술은 설득이 아닌 실행으로 세상을 바꾼다”라고 말한 것이나, 일론 머스크가 전통적인 정부를 ‘비효율적 유물’이라 평하며 기술 기반의 직접 민주주의 시스템을 상상하는 것도 결코 공상이나 과장이 아니다. 그들은 기술이 체제를 대체하거나 무력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일찍부터 감지하고 있던 것이다.

빅테크 이후의 세계

"악마의 적은 천사가 아니라 또 다른 악마다"

스테이블코인의 세계화는 결국 브레턴우즈 체제의 디지털 확장판이며, 주체만 달라졌을 뿐 권력구조는 그대로인 셈이다. 이러한 구조는 프랑스 사회학자 미셸 푸코가 말한 생체 권력, 즉 권력은 더 이상 폭력적 통치가 아니라 일상적 삶의 관리와 규칙 설정을 통해 행사된다는 개념과도 맞닿는다. 

빅테크는 플랫폼을 통해 금융, 소비, 노동, 인간관계까지 데이터를 기반으로 설계하고 연결하거나 단절할 수 있는 권력을 쥐게 되고, 이는 과거 어느 국가나 은행도 갖지 못했던 초월적 통제력이다. 

권력은 언제나 소수에게 집중되어 왔으며, 달라지는 것은 그것을 행사하는 주체의 형태일 뿐이다. 과거에는 국가였고, 그다음은 월가였으며, 이제는 알고리즘과 플랫폼이 조정자가 되고 있다. 악마의 적은 천사가 아니라 또 다른 악마다. 탈중앙脫中央이 불러온 기술적 혁신은 그 본래의 이상과는 다르게, 다시 새로운 중앙집권의 얼굴을 하고 돌아올지도 모른다.


부의 패권을 둘러싼 작용과 반작용
 

빅테크는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조용히 화폐의 영역으로 들어섰다. 과거 중앙은행과 정부만이 누리던 주조 이익은 이제 플랫폼 기업이 일부 가져가려는 것이다. 이용자는 그저 편리한 결제 수단을 사용하는 것처럼 느끼지만 그 이면에선 특정 기업이 발행한 토큰이 사실상 새로운 종류의 화폐처럼 기능하며 독자권 경제권을 넓혀간다. 월가는 스테이블코인을 떠받치는 안전자산을 장악하는 쪽으로 움직인다. 월가는 자신들이 익숙한 게임 방식으로 새로운 시장의 심장을 붙집으려 한다. 

#경제경영 #빅테크자본주의 #김창익 #다산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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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트랑 2026-01-17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론 머스크, 피터 틸등은 빅테크가 기존의 ‘금융 자본주의‘를 대체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고, 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특히, 팔란티어의 두 인물인 피터 틸과 알렉스 카프는 모두 法과 哲學을 전공한 자들로서 미국의 다양성이 남북전쟁이라는 잘못된 단추로부터 출발한다는 사고를 가진 위험한 사람들로 저는 파악하고 있습니다. 민주주의에 반하는 것은 파시스트라고 알고 있는데 빅테크의 파시스트를 경험하는 원년이 바로 26년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는 1인 입니다.
이런 점에서 언급해주신 일론 머스크, 피터틸과 알렉스 카프는 위험한 인물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ㅠ

언젠가는 알렉스 카프나 피터 틸에 대한 글을 저도 쓰게 될것 같습니다만 저는 그들을 ‘위험한 인물들‘로 바라보며 그들의 발언을 늘 주시하는 편입니다 ㅠ

공감이 가는 글이라 주절거리게 되는군요.
좋은 하루 되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