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빈칸 책 (블루) - 개정판 나의 빈칸 책 1
이명석, 박사 지음 / 홍시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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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우리들은 [빈칸]입니다. 이 세상 오직 당신만이 우리에게 대답할 수 있고, 우리는 오직 당신만을 위해 채워질 것입니다. 당신이 아니면 영원히 비어있을 칸들입니다" - [빈칸]

 

현대인의 생활은 늘 바쁘다. 바쁘다는 핑게로 기록은 늘 뒷전이다. 인생에서 남에게 뒤쳐지지 않으려면 불가피한 일이기에 결코 나쁘다고만 할 수 없을 것이다. 무엇에 쫓기듯 달음질쳐야하고, 누군가의 연락을 놓치지 않으려고 화장실에 조차 휴대폰없이 입장하질 못한다. 누군가 이런 현대인의 삶에 빗대어 오히려 역설적인 " 느림의 미학 "을 제안하기도 했다. 느림이란 바로 참된 나를 찾아가는 과정인 것이다.

 

누군가 우리에게 "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요? " 하고 질문한다면 뭐라고 답할 것인가. 아마도 대부분은 평소에 이런 질문에 관심이 없었을 듯하다. 내 눈 앞에 펼쳐진 세상을 따라 가기도 벅찬데, 내 눈에 보이지도 않는 나의 내면을 발견한다는 것이 결코 쉽지도 않은 일이다. 불가에서도 수행의 목적이 바로 참된 나, 眞我를 찾아가는 길임을 강조한다.

 

이 책은 정말 희한하다. 빈 칸 투성이다. 이 빈칸은 채워주길 기다리고 있다. 예를 들어, 내 인생에 찾아온 하트들은 ? , 내가 나에게 한 제일 중요한 약속은 ? , 내가 즐겨 책을 읽던 곳은 ? , 내가 가장 가지고 싶은 유, 무형의 것은 ? , 나는 어떤 숫자와 친해왔을까 ? 등등 살면서 한번 쯤 생각 또는 경험했거나, 아니면 경험은 했지만 별 관심을 두지 않아 기억이 잘 나지 않는 추억들을 일깨워 준다. 또한, 기쁘고, 화나고, 슬프고, 그리고 즐거웠던 모든 기억들을 빈칸에 채우라고 한다. 빈칸에 빼곡히 채워지는 순간 그것은 바로 나의 역사이며 나의 참 모습인 것이다.

 

나라는 존재가 이처럼 복잡한데 한 두마디로 결코 정리할 수 없다. 빈칸과 조각들을 마치 퍼즐 맞추듯 채워 나갈수록 내가 누군인지에 대한 실체가 느껴지지 시작한다. 그렇다고 빨리 알려고 서두를 필요도 없다. 왜냐하면 아직도 경험하지 못한 일들이 많기 때문이다. 단지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므로 기억하고 있는 사실들은 사라지기 전에 빨리 빈칸을 채우라고 권하고 싶다. 부모님을 비롯한 어른들이 생존해 있을때 나의 어린 시절에 대한 빈칸을 채우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채워진 빈칸들은 나의 앨범이다. 사진만이 남아 흐릿한 기억으로 그 때를 더듬는 것보다 채워진 빈칸은 생생한 추억 앨범이다. 순서도 중요하지 않다. 생각나는 대로 하나씩, 재미있다고 생각되는 것부터 하나씩, 잊어버리기 전에 미리 하나씩, 길가다 문득 떠오르면 재빨리 하나씩, 이렇게 채워 보자. 나중엔 나의 자서전으로 다가 올 것이 분명하다.

 

이 책은 100 가지의 빈칸들이 있다. 빈칸도 채우는 요령이 있다. 혼자 채우기, 물어보며 채우기, 서로 들쳐보며 채우기, 천천히 채우기, 색색으로 채우기, 모자라는 빈칸 붙여서 채우기, 스스로 빈칸 만들어 채우기, 그리고 훔쳐보며 채우기의 여덟 가지 방법을 이 책은 제시하고 있다. 빈칸과 단둘이 대화하면서 추억과 잊었던 친구들을 찾아 보도록, 또는 부모 형제, 소꼽친구, 학창시절 선생님, 그리고 직장 오리엔테이션 동기들에 물어서 나에 대한 흩어져 있는 기억들을 모을 수 있도록, 그리고 친구, 애인, 배우자의 깊은 속도 들쳐볼 수 있도록 나를 도와 준다.

 

어느 TV 프로그램에서 현재 뻐젓이 살아있는 연예인이 죽었다고 가정하여 영안실의 문상 풍경과 고인의 생애에 대하여 좋고 나빴던 기억들을 들추어 내는 것을 시청한 적이 있다. 이를 보며 나의 장래 모습을 그려보기도 했다. 세상의 모든 이들과 작별하는 그날이 빨리 찾아오길 굳이 기다릴 필요는 없다. 그러나, 멋지게 이별하는 연습은 해 둘 필요가 있을 듯하다. 아일랜드 극작가 죠지 버나드 쇼는 자신의 묘비에 " 내 인생 우물쭈물하다가 이럴 줄 알았지 " 란 유명한 글을 남겼다. 비록 멋있는 말이 아닐지언정 나의 묘비에 새길 글을 미리 준비해 둔다면 남은 생을 더욱 알차게 지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유산과 시신에 대한 처리도 미리 고민해 둘 필요가 있어 보인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면서 많이 부족한 나를 발견했기에 더 알차게 나를 단련하고 하루의 반성과 일기 쓰기를 게을리 말자고 다짐해 본다. 나의 빈칸 책은 바로 나의 자서전이기에 지금 바로 채워 나가길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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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세키 선생의 사건일지 미스터리 야! 5
야나기 코지 지음, 안소현 옮김 / 들녘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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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00여 년전인 1905년에 쓰여진 나쓰메 소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는 시대를 비판하고 당시 인물들의 고독과 외로움을 話者인 고양이의 눈으로 그려낸 이야기이다. 이 책 <소세키 선생의 사건일지>는 나스메 소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을 재해석한 작품이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소설의 주인공은 무례한 고양이다. 길에 버려졌다가 오로지 살겠다는 일념으로 병약한 구사미 선생님집에 얹혀 사는 주제에 각종 책의 글귀를 인용하면서 인간의 세상만사에 대해 끊임없이 불평불만을 쏟아낸다. 이 불평불만은 인간이란 한심한 족속을 향해 내뱉는 고상한 존재의 한숨섞인 한탄이다. 소설은 고양이의 주인과 그를 둘러싼 친구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인간의 머리 꼭대기에 앉은 고양이의 청산유수 요설과 지식인 사회에 대한 풍자를 묘사하고 있다.

 

소세키 선생의 사건일지

 

이 책엔 여섯 가지의 사건이 소개되는데, 추리 소설의 경우처럼 심각한 그런 유형이 아니라 우스꽝스럽다. 영어 교사 구사미, 간게츠, 메이테이 등 괴짜들이 펼치는 황당한 일상을 그리고 있다. 소세키의 원작은 고양이가 話者이지만, 이 책의 話者는 영어 선생님집에 더부살이 하는 중학생 신분의 서생이다. 선생은 제대로 하는 일도 없을 뿐더러 게을러서 서생에게 모든 일을 다 떠 넘긴다. 위가 나쁘다며 위장약을 달고 살지만 한 달에 여덟 통의 잼을 핥아 먹을 정도로 식탐이 강하다. 말도 안되는 주제로 토론을 벌이고, 서양학자들을 인용해 지식인인 것처럼 과장하거나, 또는 개구리 눈알 같은 구슬을 만들겠다는 등 별 쓸모없는 연구를 하며 시간만 죽이는 인물이다. 반면 나이 어린 서생이 더 어른스럽고 사건의 해결도 척척 해낸다.

 

고양이와 함께 사는 집에서 고양이에 얽힌 몇몇 사건들을 서생인 話者가 인간의 관점에서 해설하고 있다. 그런데, 모든 사건들이 유치한 원인으로 발생하고 싱겁게 결말이 난다. 소설의 등장인물은 괴짜들로서 하는 행동이 너무 황당하여 웃음을 자아낸다.

소설에 등장하는 여섯 가지의 사건이나 등장인물도 원작인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와 동일하다고 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나쓰메 소세키의 원작 소설을 읽지 않은 상태에서 이 책을 읽다보니 두 작품을 상호 비교할 수 없었기에 마지막 책장을 덮는 나의 소감은 단지 황당할 뿐이다. 따라서, 저자의 충고처럼 원작을 먼저 읽고난 뒤 다시 읽어야 제 맛을 알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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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안의 아인슈타인을 깨워라!
앤드류 펙 & 지니 맥그레이드 지음, 유지훈 옮김 / 시그마북스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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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엽을 보면서 많이 배웠고 늘 내가 부족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를 본받으려고 노력하면서 만세타법 등으로 타격 자세를 바꾸면서 늘 변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강박관념을 가지고 살아 왔습니다. " - 한겨레신문(2007.6.11)

 

프로야구의 가을 잔치가 곧 도래한다. 한국프로야구의 천재는 이승엽이다. 깔끔한 타격자세, 간혹 한쪽 발을 살짝 들어치는 외다리 타법으로 세계 최연소 300홈런을 달성한 이승엽이라는 홈런왕 뒤에 2인자는 양준혁이다. 그의 인터뷰는 창의성 개발의 핵심적인 방법을 제시해 준다.

 

양준혁은 타율이 급락했던 2002년에 "만세타법" 이라는 독특한 자세로 타격폼을 변경했고, 2005년엔 오픈스탠스를 포기하고 간결한 스윙으로 타격자세를 바꾸어 "15년 연속 세 자릿수 안타"라는 대기록을 달성할 수 있었다. 그는 폼나는 이승엽의 타격자세를 벤치마킹하면서 변화를 위해 몸부림을 쳤던 것이다.

 

 

이 책의 공저자 앤드류 펙과 지니 맥글레이드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창의력과 혁신 분야의 대가이다. 공저자는 현장에서 많은 기업들을 컨설팅한 경험을 토대로 창의력의 골격을 이루는 다섯 가지 습관을 우리에게 제시하고 있다.

 

정찰 - 눈을 크게 뜨고 주시하라

 

오감을 모두 자극하는 정찰은 창의력을 일으키는 데 도움을 주며, 자극을 받을 때 사람의 감각과 느낌은 실타래처럼 서로 엉키게 된다. 정찰의 기본적인 전제는 호기심과 관찰력, 수용력, 감흥, 상관성 그리고 다양성이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사냥꾼처럼 정찰병은 창의력을 발동시키기 위해 신선한 정보를 수집하느라 고심하면서 고도의 집중력을 갖고 자신의 경험과 관찰 대상에 몰입한다. 이렇게 관찰력은 연습을 통해 계발할 수 있다. 따라서, 정찰 습관을 기를수록 불꽃을 유도하고 창의력을 자극할 가능성은 좀 더 높아질 것이다. 그러나, 주마간산식의 관찰로는 어림도 없다. 정찰을 제대로 하려면 다양성과 관련성의 균형을 잡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배양 - 창의력을 깨우는 환경

 

배양이란 불꽃을 일으켜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공간을 창조, 개발하는 습관을 말한다. 환경은 창의력을 발휘하는데 "마중물" 역할을 한다. 따라서, 창의력을 자극하는 장소를 선택해야 한다. 예를 들어, 강이 내려 보이거나 또는 공원이 내려다 보이는 장소는 창의적인 불꽃과 행동을 일으키는 촉매인 셈이다. 그러나, 조도가 너무 밝거나 어두운 회의실은 브레인스토밍에 도움을 주지 못하고, 오히려 창의력을 억제할 수 있는 환경이다. 따라서, 창의력을 발휘하는 데 가장 적당한 환경은 자신에게 알맞는 것이어야함을 명심하라.

 

유희 - 마음껏 즐기라

 

유희란 어린아이의 순진한 태도를 말한다. 이는 자극을 시험하고 호기심을 갖도록 도와 준다. 아인슈타인도 평소에 농담을 즐기는가 하면 상상력을 자극하기 위해 자전거를 타는 등, 운동도 열심히 했다고 한다. 유희란 인간이 감정을 표출하거나 긴장을 늦추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창의력을 발휘하려면 놀 줄 알아야 한다. 우리의 DNA엔 이미 "놀이 유전자"가 들어 있지만 이를 키우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창조는 머리가 아니라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놀이본능"에서 비롯된다. 창의적 사고는 그것이 좋아하는 대상과 어울린다." {칼 융]

 

모험 - 미지와의 조우

 

모험은 미지의 세계로 성큼 다가가기 위해 자신을 격려하는 습관을 말한다. 모험을 감행하면서 배짱을 키울 수 있다. 비즈니스 세계는 분명하고 정확하며 예측할 수 있는 일을 기대한다. 따라서, 직장에서 창의력의 세계에 뛰어들려면 믿음이 있어야 한다. 창의력을 발휘하여 미지의 세계에 도전하려면 위기를 감수하고 실패를 두려워 않는 마음가짐이 있어야 한다. 항해사이자 탐험가인 콜럼버스는 스페인 지도층의 후원을 얻어 미지의 땅으로 모험을 떠났다. 당시엔 지구가 평평하므로 끝까지 가면 추락한다는 가설이 지배하던 시절이었다. 창의적인 의욕을 고취시켜 미지의 세계에 도전하려면 콜럼버스와 같이 비전을 품고 재원 확보에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수확 - 창의력의 결실을 맺어라

 

"수확한다" 란 말은 창의력을 유도하는 모든 활동의 결과이며 수확은 노력의 총생산량이자 불꽃을 구체적이고 실현가능한 아이디어로 전환하는 작업을 말한다. 불꽃을 유도하기 위해 정찰과 배양을 비롯해 유희단계를 거쳐 모험단계를 통해 불꽃에 몰입해야 하며 가정이나 직장에서 알찬 결실을 맺기 위해서 수확단계까지 끌어올려야 한다. 즉, 수확이란 불꽃과 아이디어를 구체적인 실체로 승화, 또 다른 불꽃을 일으키기 위해 창의력의 눈을 여는 과정을 말한다.

 

 

연습은 창의력을 자극하는 습관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된다. 창의력은 발견에서부터 시작된다. 정찰은 무언가를 발견하려고 떠나는 항해이다. 적절한 환경을 조성하여 창의력을 발휘하라. 창의력은 상상력이다.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으면 아이들과 어울려라. 또한, 창의력은 용기이다. 모험을 감행하여 그로부터 얻게 되는 가치는 이를 믿지 않을 때보다 훨씬 더 크다. 나아가 창의적인 삶을 지속하기 위헤서 목표를 분명히 하고, 자극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며,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자기계발서를 읽거나 세미나에 참여하는 등 성공의 경로를 파악하고, 자신의 창의력을 굳게 믿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프로야구사에 대기록을 계속 갈아 치우는 2인자 양준혁 선수처럼 창의성 발휘를 위해 몸부림쳐야 함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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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 21세기와 소통하다
안희진 지음 / 시그마북스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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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살아가면서 얻게 되는 깨달음의 순간들이 그리 자주 우리의 문을 두드리지 않는다. 그리고, 그 순간마저도 이내 다음의 순간들에 묻혀 버리고 또한 오랫 동안 우리를 멀리한다. 그래서, 사람들이 살면서 끝까지 깨닫지 못하는 것들이 많다. 우리의 하찮은 대상들 너머에서 물결처럼 굽이쳐 다가오는 삶의 깨달음은 다음 순간으로 이어지지도 못하고 멀리 사라진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거리를 걸어가고 있을 때 갑자기 모든 것이 나에게 다가 올 수도 있다. 사랑하는 이의 눈을 바라보는 순간에, 비바람에 이파리 하나가 떨어지는 순간에, 우리가 사랑이나 진리나 행복이라고 이름 붙이는 모든 것들의 정체가 베일을 걷고 그곳에 있다. 손을 뻗기만 하면 된다. 잡을 수 있다. 그러나, 손을 뻗쳐 보면 그 순간에 그것은 사라지고 만다. 아쉬워한들 이미 진 꽃이 다시 피지는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장자를 중국 고대의 대사상가로 알고 있다. 하지만, 장자라는 사람에 대한 기록은 확인할 수 없고, 그가 썼다는 [내편] 일곱 편을 제외하고는 실제 몇 사람의 손에 의해 완성되었는지도 분명치 않다. 내용도 장자 자신이 말하듯 寓言이 곳곳에 깔려있어 얼핏 보면 황당무계한 느낌도 든다. 그러나, 찬찬히 다시 읽어 보면 오묘한 이치와 사상이 있음을 알게 되고 특히 풍자는 읽을수록 흥미진진하다.

 

한국의 전래 동화 중에는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린 "은혜 갚은 꿩"이란 이야기가 있다. 꿩을 잡아먹으려는 구렁이를 한 선비가 활을 쏘아 죽이고, 나중에 다른 구렁이가 그 선비를 잡아먹으려하자 꿩이 죽음으로 선비를 구한다는 줄거리이다. 구렁이는 꿩을 잡아 먹어야 살 수 있다. 꿩도 나무나 숲에서 벌레를 잡아먹고 산다. 과연 꿩을 먹는 구렁이는 나쁘고, 벌레를 먹는 꿩은 좋은가?

 

여기서 善과 惡을 놓고서 토론을 벌여 보자. 아이들은 선비가 왜 불쌍한 구렁이를 죽였어야 했는지 의문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교과서의 의도는 아이들에게 은혜를 갚는 일의 중요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어느 한 쪽을 선택하여 선악과 시시비비를 가린다는 것은 순전히 맘 속 관념의 작용일 뿐이다. 장자가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는 것은 사랑이니 정의니 하는 작은 가치들, 예법이니 지식이니 또는 믿음이니 하는 것들이 얼마나 허망한 기준에 의지하고 있는지를 일깨워 주고 있다.

 

그런데, 장자라는 인물은 언제 적 사람인지, 무슨 생각을 가진 사람인지 알아 볼 필요가 있다. [史記]를 비롯한 몇몇 책에는 장자에 관하여 "그 배움은 노자에 뿌리를 두고 있으면서 공자의 무리를 꾸짖는다" 라고 기록되어 있다. 따라서, 유교적인 수양을 쌓았으나 노자풍의 정서를 지녔던 인물로 평가할 수 있다. [장자]에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다. 제나라 宣王과 장자와의 대화가 많이 나오는데, 이를 토대로 연대를 따져보면 대체로 장자는 맹자와 거의 비슷한 시대의 사람으로 추측할 수 있다. 한편, 장자가 태어난 곳은 오늘날의 하남성 귀덕현으로 노자의 고향이기도 하다. 공자와 맹자의 가르침은 일상적인 現實生活을 벗어나지 않는 착실한 가르침인 반면에, 노자와 장자는 자유분방하고 理想的이며 때론 허무적인 사상이 포함되어 있다. 공자와 맹자의 고향은 산동성 연주시이고, 노자와 장자의 고향은 하남성 귀덕현인데, 이 두 곳의 중심지를 직선으로 연결하면 800 킬로미터가 채 안되어 광활한 중국 대륙에 비추어 보면 그리 먼 곳도 아님을 알 수 있다.

 

책은 2 부 5 장에 걸쳐 16 가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무엇이 문제인가" 란 장자의 지적과 "어떻게 할 것인가" 라는 장자의 해법이 소개되고 있다. 우리가 무엇을 위해 살며, 무엇 때문에 공부 또는 일을 하는지에 대한 답으로 더 풍요롭고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 위한 것이라는 단순 설명은 참으로 공허하다. "나" 라는 것도 실상이 아닌 잠시 사용하는 겉옷인바, 장자로부터 겉옷의 얽매임에서 벗어나는 해법을 배우고 또한 맑은 영혼의 눈을 떠 현상을 꿰뚫고 실상을 본다면 완전한 자유에 이르게 된다.

 

참된 삶을 구현하려면 먼저 자신의 참모습을 되살려야 한다. 자신의 참모습을 되살리면 나와 사물이 하나가 되기 때문이다. "나" 라는 것을 버리고 "참된 나" 의 상태가 되면 "나" 와 "내가 아닌 것" 의 분별이 없어진다. 이처럼 분별심이 없는 상태를 장자는 이렇게 비유하고 있다.

 

"시장 거리에서 남의 발을 밟으면 미안하다고 사과해야 하지만, 형이 동생의 발을 밟으면 부드러운 눈길만 줘도 되고, 무모가 밟았을 때는 아무 말도 필요 없다." (242 쪽)

 

"남과 친하게 사귀면서 선물 따위를 하지 않는 것은 남과 자기의 구별을 잊었기 때문이다. 나와 남을 하나로 보는 사람을 하늘 사람이라고 한다." (242쪽)

 

"발이 신을 잊는 것은 신이 발에 꼭 맞기 때문이며, 허리가 허리띠를 잊는 것은 허리띠가 허리에 꼭 맞기 때문이다." (242쪽)

 

깨달음은 아침에 떠오르는 햇빛과 같다. 우리는 요리사 포정의 소 잡는 과정, 꼽추의 매미집기, 기성자의 싸움 닭 훈련에서 공통점을 발견한다. 도를 깨달은 것은 일정한 과정을 통해서라는 사실이다. 과정이란 의도적인 기술 쌓기를 초월한 나라는 것을 잊는 과정이다. 요리사 포정에겐 소가 소로 보이지 않았던 3년 동안의 기술 쌓기는 무위의 경지였다. 이것이 바로 나라는 것을 잊고 진정한 나를 회복한 것을 의미한다. 송대의 시인 소동파가 "[장자]의 문장은 넓기가 바다와 같고, 변화무쌍하기가 용과 같아서 천하의 기묘한 글이다" 라고 극찬했던 것처럼, 장자와의 소통을 통해 그의 이름이 결코 헛되지 않음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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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를 그만둬서 성공하는사람, 실패하는 사람
가와바타 히로시 지음 / 오늘의책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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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생활을 하는 사람의 대부분은 재직중 한 두번은 퇴직을 검토할 것이다. 현 직장보다 월급이 더 많은 다른 직종으로, 승진이 누락되어 승진을 보장하는 경쟁업체로, 또는 평생 월급쟁이는 안녕이라며 창업의 길로 가기 위해 퇴직의 갈림길에 서서 남몰래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이럴 경우 본인의 판단으로 자기의 길을 찾아 나서야지 자신의 고민을 누군가에 상담하면서 어찌 하오리까를 외친다면 이 사람은 십중팔구 퇴직을 포기하고 제자리에 눌러 앉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퇴직의 결정은 "사약받기" 와 비슷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역사극을 보노라면 귀양간 죄인에게 사약이 내려지고, 귀양지 현장에선 신성한 사약받기 행사를 준비한다. 마당에 자리깔고, 의복을 갖춘 죄인은 왕궁을 향해 임금의 만수무강을 빌며 큰 절을 올린다. 미리 준비된 작은 상엔 안주도 없이 사약이 담긴 사발 한 그릇만 덩그러니 놓여 있다. 이 장면에서 마시면 죽음으로 끝이 난다. 그러나, 한양에서 왕명을 받던 전령이 흙먼지를 일으키며 나타나서 "어명이요, 멈추시오!" 를 외치면 귀양살이가 끝이 난다.

 

저자 가와바타 히로시는 인사전문 법률가로서 3년 동안 3천 장이 넘는 이력서와 치열하고 싸우고, 매일 수많은 사람으로부터 취업에 관한 고민을 상담한 이력을 가진 인물이다. 그는 퇴직이 오히려 지옥행 차표가 될수 있다는 경각심을 일깨우며 눈 앞에 있는 파랑새를 외면하고 굳이 멀리 있는 파랑새를 잡으려 고생스런 먼 길을 가려 하느냐는 화두를 던진다.

 

미래는 불확실하다. 어느 누구도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 퇴직한다고 자신의 앞길에 레드 카펫이 펼쳐 지겠는가. 회사를 그만두는 표면적인 이유가 천차만별이지만 대부분은 인간관계의 불화에서 비롯된다. 인간관계의 개선을 시도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장래 전망이 불확실한 채로 퇴직을 서두르면 비록 새 직장을 구한다해도 예전보다 못한 경우가 많다. 따라서, 저자는 퇴직을 고려하는 사람들에게 퇴직에도 기술이 필요함을 역설하며 효과적인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전직을 하든, 혹은 창업을 하든 자신의 성공을 위해서는 먼저 확실한 사명감을 갖고 있어야 한다. 사명감이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이다. 즉, "자기다운 삶" 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자신의 사명을 확실히 정립한 후 세상의 상식을 점검해 볼 것을 권한다. 만약에 점검한 결과 7 가지의 상식이 크게 잘못되었음을 이제사 깨달은 사람은 퇴직이 매우 위험하다며 오히려 준비가 부족한 현 상태를 이해하고 다시 한번 "자기다운 삶"에 비추어 퇴직을 고민하라고 충고한다.  

 

회사의 저주 - 회사가 자기를 고용해준다고 믿는다.

상사의 저주 - 문제가 있더라도 상사가 시키는 대로 해야 한다며 상사와 맞서는 것을 지레 포기해 버린다.

리스크의 저주 - 회사를 그만두는 것은 리스크가 크다.

인내심의 저주 - 참지 않으면 회사에서 짤려 생계 유지가 어려워 진다.

대기업의 저주 - 장기적으로 대기업에 다니는 것이 제일 낫다.

장수의 저주 - 인생은 80년이다. 정년퇴직 후에도 일하는 것이 당연하다.

자기만 생각하는 것은 죄악이라는 저주 - 자기 하고픈 대로 하며 사는 것은 죄악이다.

 

현재의 상태를 인식하는 토대가 달라지면 "자기다운 삶" 도 달라 질 것이다. 그리고, 토대가 달라지면 그 위에 있는 상식도, 앞으로 닥쳐올 고난을 헤쳐 나가는 방법도 달라진다. 어려운 상황에 처하면 보통 사람들은 그 원인을 자신이 아닌 타자에게 그 탓을 돌린다. 그러나, 이는 문제를 결코 해결하지 못한다. 주위 환경이나 남이 아니라 자신에게 먼저 영향을 미쳐야 하는 것이다. 즉, 자아상을 개선해야 하는 것이다. 회사를 그만두는 것이 위험한 것이 아니라, 제대로 준비도 않고 퇴직을 감행하는 것은 "사약받기" 처럼 위험한 일인 것이다.

 

따라서, 진심으로 하고 싶은 일, 하기 싫은 일을 명확히 하고, 자신이 바라는 바를 구체적으로 글로 쓴다면 우리의 뇌는 마법처럼 이 목표를 달성토록 도와 준다. "스스로 높은 목표를 세우고, 절대로 포기말고 열심히 행하라"  미래는 자신과의 약속으로부터 시작된다. 선택한 길을 흔들림없이 걸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제 결단을 내려라. 깔끔하게 정리하고 구체적인 계획표를 짜서 퇴직의 수순을 밟으라. 사직서는 1분이면 족하다. 업무인수인계서도 정확히 하라. 떠날 때가 가장 중요하다. 한번 맺은 인연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비록 떠날지라도 현 직장은 퇴직후에 자신이 감수해야할 그림자임을 명심하라. "어명이요, 멈추시오!" 가 들리는 순간, 회사를 그만둬서 성공하는 사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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