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게 일하는 연습
코이케 류노스케 지음, 박현미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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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겐 매월 19일에 모이는 모임이 있다. 자의든 타의든 직장을 그만둔 예전 동료들과 만나서 새로운 직장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푸는 자리이다. 저녁 모임이라 당연히 음주를 하게 된다. 취기가 오르면 그만둔 직장의 상사를 안주로 삼아 씹어대기 시작한다. '그 자식이 보기 싫어 내가 그만 두었어'라고 누가 한마디 뱉어내면 '맞아, 맞아!' 라고 맞장구 치면서 자기가 당했던 경험 한 두 가지를 도마 위에 올려 놓는다. 이때 만큼은 모두 일류 요리사 부럽지 않게 회를 친다.

 

전철 안에서 멍한 채 앉아 '아, 오늘도 피곤한 하루였어'라는 생각을 한다. 이어서 정말 그 상사는 생각할수록 개 같은 인간이네. 인간인 내가 왜 그런 개의 명령을 받으면서 일을 해야 되는지 세상 말세다. 개라면 개사료를 먹어야지 왜 우리와 같이 직원식당에서 점심을 먹는거지? 생각할수록 열불이 올라온다. 가방에서 책을 꺼낸다.

 

이 책은 <생각버리기 연습>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일본 동경대 출신의 신세대 스님 코이케 류노스케의 신작 도서이다. 이 책의 내용은 일하면서 겪게되는 정신적 스트레스의 근원을 밝히고 이를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을 설명한다. 특히,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마음 훈련법을 소개하고 있는데, 젠 카툰이 눈길을 끌어 흥미롭다.

 

사람의 말투에는 그 사람 특유의 '욕망, 분노, 어리석음'이라는 번뇌 에너지가 숨어 있다. 불가에서는 '탐.진.치貪嗔痴'라부르며 삼독三毒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깨달음에 장애가 되는 근본적인 번뇌 요소라는 것이다. 이러한 탐진치는 지금까지 그에게 축적되어 왔던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다가 그 사람에 대해서 마음 속에 담아 두었던 탐진치를 가미하여 받아들이면 마음속에서 반발심이 생기게 된다.

 

예를 들어, 상대가 "이 서류 정리 좀 해줘"라고 나에게 부탁했다고 치자. 이 말을 듣는 순간 '미안하지만'이란 말을 붙이는 게 예의인데, 왜 이렇게 무례하지? 란 생각이 든다면 불쾌해 질 것이다. 상대방의 욕망 에너지에다 '나를 존중해 달라'는 나의 욕망 에너지가 합쳐지고 또한 이것이 충족되지 못해서 생기는 분노 에너지가 마치 양념처럼 한데 버무려질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무례한 말투에도 아무런 거리낌없이 "예. 그러죠, 뭐" 라고 대답하는 사람들도 있다.

생각해보면 내가 불쾌해졌던 이유는 상대방의 말투나 행동 때문만이 아니다. 내 마음 안에 있던 나의 번뇌 에너지, 즉 '자존심이라는 번뇌' 때문이었던 것이다.

 

어릴 적 갖고 놀았던 말굽 자석을 떠 올려보자. 보이지 않는 어떤 힘에 의해, 아니 과학적으로는 자력磁力에 의해 서로 자석을 밀쳐 내거나 때론 합쳐지는 장면을 목격했을 것이다. 번뇌 에너지에도 재미있는 사실이 있다. 같은 종류의 번뇌 에너지를 가진 사람들은 서로 끌리고, 다른 번뇌 에너지를 가진 경우에는 서로 반발하거나 미워한다는 것이다. 직장이 마음에 안든다, 잔소리 해대는 상사 또는 동료 때문에 스트레스가 쌓인다는 직장인들의 고민도 이와 마찬가지다.

 

"이런 고민들은 자기자신이 지금까지 쌓아 온 마음의 충동 에너지가 상대방이 가지는 번뇌 에너지를 자극해서 마음의 세 가지 독인 '욕망', '분노', '미망'의 에너지를 만들어 내기 때문에 생긴다" (29~30 쪽)

 

우리는 눈, 코, 귀, 혀, 신체 그리고 의식을 통해서 다양한 정보를 받아들이고 있다. 이러한 감각기관을 통해 '색, 성, 향, 미, 촉, 법色聲香味觸法'이라는 욕구를 느낀다고 한다. 마음에서 충동이 일어나는 에너지를 '욕망'이라고 한다. 반대로 들어온 정보를 거부하는 충동 에너지를 '분노'라고 하며, 아예 흥미가 없어 이를 무시해 버리는 마음 에너지를 '미망' 이라고 한다. '미망'의 경우는 권태기에 빠진 연인관계에서 흔히 발생하는 '어리석음'이라 할 수 있다. 상대가 열심히 얘기해도 내 마음은 콩 밭에 가 있어서 상대의 이야기는 마이동풍 격이다. '무시해야지' 하는 번뇌 에너지가 발생하는 현상이다.

 

이럴진대 '나를 소중하게 대해 달란 말이야!'라고 말하는 쪼잔함을 추구하려는가? 아니면 나의 번뇌 에너지를 통제해서 스스로 더욱 아름답고 향기로운 사람으로 나를 변화시킬 것인가? 아무도 쪼잔함을 유지하고 싶진 않을 것이다. 아무튼 어느 것을 선택하든 이는 자신의 몫이다.

 

마음 속에 에너지가 일어나기 시작하면 이를 멈출 수가 없어 계속 마음에 영향을 주게 된다. 이처럼 과거의 생각이 계속해서 다른 생각에 영향을 주는 에너지를 '업業'이라고 부른다. 불가에서는 함부로 말하는 사람에게 '구업을 짓지 마라'고 충고한다. 직장에서의 점심시간, 삼삼오오 식사하러 나간다. 그런데, 그 중 유독 한 사람이 싫지만 따돌림이 두려워 어울리게 된다.

 

퇴근해서도 점심시간의 장면이 생각나며 '아, 아까 정말 싫었어'라는 부정적인 사고가 계속될 수도 있다. 이럴 경우 음악을 듣거나, 책을 읽는 일에 마음을 붙잡는다면 부정적인 에너지를 떨칠 수 있을 것이다. 방을 청소하는 것이 싫더라도 억지로 이런 마음을 뇌 속에서 쫓아내고 몸이 하도록 하자. 이런 경험이 쌓이면 '싫어도 참고 했더니 즐거울 수 있구나'란 지혜를 얻을 수 있다.

 

법륜스님이 진행하는 '즉문즉설'이란 프로그램이 있다. 아이들의 육아때문에 직장을 그만 둬야 할까요?, 아이들이 학교에 안가는데 어떻게 할까요?, 새벽기도는 어떻게 하면 힘들지 않을까요?, 며느리가 미워 죽겠는데 어쩌면 좋아요? 등의 질문에 법륜스님이 즉석에서 명쾌한 답을 내려준다. 어떤 질문자는 스님의 즉답을 듣고 감동하여 그 자리에서 울기도 한다.

 

이 책의 3장(류노스케 스님에게 일에 대해 묻습니다)도 '즉문즉설'과 유사하다. 점심시간에 자리에 없는 사람을 험담하는 무리가 있는데, 그 자리에 내가 없다면 나 역시 난도당할 것같아 동참하지만 이젠 점심시간이 두렵다는 질문에 험담에 자주 동참하면 자신의 마음도 덩달아 오염되므로 이젠 점심을 제의해 오면 그들에게 분노를 표출하지 말고 센스있는 말로 거절하라고 답한다.

 

"화를 내는 사람이 되어서는 안된다. 화를 내고 있는 것을 바라보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화를 내는 사람이 되지 말고 분노의 연극을 멀리서 망원경으로 바라보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70 쪽)

 

부하직원에게 호통치고 싶은가? 그러나, 말하기 전에 3초 정도 자신의 마음을 정지시켜 보자. 자신의 분노가 무슨 원인 때문인지, 이 분노가 자신의 몸과 마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그리고 호통의 결과는 무엇일지를 먼저 생각해 보아야한다. 호통치는 대신에 오히려 부하직원에게 스스로 통찰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이 현명하다.

 

"이 일에 보람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면 어떤 점이 불만인지 들려주지 않겠나?"

 

반대로 상사로부터 질책을 받고 화가 났는가? 이를 해소하려고 동료들과의 위로성 음주, 분위기 쇄신용 고스톱 등에 탐닉하면서 일의 능률을 떨어뜨리는 방향으로 도망쳐서는 안된다. 오히려 자신을 혼낸 상사에게 보란듯이 평소보다 배의 노력을 기울여 업무에 몰두해보라. 일로 인한 스트레스는 일을 통해 긍정적으로 마무리 짓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스트레스 관리법이다.

 

일에 의욕이 없다는 말은 눈 앞에 당장 해야 할 일에 대해 '아, 일하기 싫어 죽겠어'라는 분노의 에너지가 활성화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고 취할 정도의 음주나 도박 등이 업무 의욕을 되찾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면 이는 중대한 착각이다. 일시적인 기분전환은 '일하기 싫다'는 부정적인 에너지를 잠시 맨홀 뚜껑으로 덮어 둔 꼴이다. 당장 해야 할 일은 먼저 해야 한다.

 

앞서 살펴본 '탐진치'라는 삼독은 고통이다. 그러면 어떻게 이를 해소해야 할까? 석가는 수행의 기본을 이루는 여덟 개의 덕德을 설법했다. 불가에서는 이를 팔정도八正道라고 하는데, 원시불교의 경전인 <아함경>에 수록되어 있다. 이중 둘째 '정사'와 셋째 '정어', 그리고 넷째 '정업'은 일하는데 있어서 큰 도움이 되는 덕목이다. 

 

정견正見 올바로 보는 것

정사正思 올바로 사고하는 것

정어正語 올바로 말하는 것

정업正業 올바로 행동하는 것

정명正命 올바로 생명을 유지하는 것

정정진正精進 올바로 부지런히 노력하는 것

정념正念 올바로 기억하고 생각하는 것

정정正定 올바로 마음을 안정하는것

 

마음과 몸과 언어가 가능한 일치되어야 충실감을 느끼게 된다. 뿐만 아니라, 이것은 일을 지속하기 위한 중요한 요소이다. 불교의 가르침에서는 이를 신체의 행동 '신身'과 언어 '구口', 그리고 마음으로 생각하는 것 '의意'의 삼업三業이라고 부른다. 우리가 이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거짓말하지 않기', '비난하지 않기', '나쁜 소문 만들어 내지 않기', '그 자리에 필요 없는 쓸데없는 이야기를 남에게 하지 않기'의 네 가지에 충실해야 할 것이다. 이제 묵언수행을 왜 하는지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우리가 일하는 이유는 살아가기 위해서이다. 그것도 충실하게 살면서 행복하고 싶은 것이다. 충실하려면 '진지하게 몰두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살아가기 위해서'란 의미는 나만의 의식주만이 아니라 가족, 동료, 회사원 모두의 그것도 충족시켜 주기 위해서라는 말이다. '노는 것도 일이다'라며 빈둥댄다면 남에게 경멸받기 쉽다. 사람들은 타인의 번뇌를 아주 싫어하기 때문이다. 귀찮아서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다는 분노의 에너지는 삽시간에 주위 사람들을 불쾌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우린 이미 배웠다.

 

 

"석가가 살아있던 시대의 원시불교는 '사람의 마음구조는 어떻게 되어 있는지'를 완벽하게 해명한 학문과 그런 탄탄한 심리학에 기초하여 마음을 단련하기 위한 연습이라는 두 가지로 나눠져 있다. 즉 당시 불교에는 신과 부처가 존재하지 않았다. 석가시대의 불교란 종교적인 것이 아니라 우리가 보다 잘 살기 위한 도구였기 때문이다" (245~246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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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시간을 그리다 - 풍경과 함께 한 스케치 여행
이장희 글.그림 / 지식노마드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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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새끼를 낳으면 제주도로 보내고, 사람이 자식을 낳으면 한양으로 보낸다"고 했던가. 까까머리 고등학생인 나는 어머님의 손에 이끌려 시골에서 서울로 유학을 왔다. 사촌 누나의 끈질긴 설득이 한판 승을 했다. 어릴 적 우리 집에서 공부하며 신세를 졌던 사촌 누나는 서울로 시집갔다. 츨세를 하려면 서울에서 공부해야 한다며 사촌 누나는 우리 집을 여러 차례 들락거렸다. 사실은 택시 운송업을 하던 자형의 사업자금이 부족해서 어머니에게 돈 부탁차 사촌 누나는 시골집에 자주 들렀던 것이다.

 

한강이 내려보이는 보광동에서 서울 생활이 시작되었다. 말이 누나이지 나하곤 나이 차이가 많아 말걸기가 여간 조심스럽지 않았다. 아이들은 아이들과 어울린다. 비록 나에겐 조카 뻘이지만 나이가 비슷한 조카들은 형처럼 나를 잘 따랐다. 그래서, 일요일이면 택시를 타고 멀리 놀러 다니곤 했다. 북한산성, 서오릉, 남한산성, 뚝섬유원지 등 난 별천지를 구경했다. 이후 대학생 때는 노선 버스를 타고 종점과 종점을 다니면서 길을 익혔다. 당시 나의 눈에 비친 서울은 정말 넓고 깊었다.

 







 

나는,

오랫동안 서울에서 살아왔다.

그래,

내가 살아 온 곳들을 담아보자.

 

서울 속에 바람,

바람 속에 나,

내 속에 서울

서울의 시간,

그 시간을 그리다. (9 쪽)

 

 

통의동 백송

 

소나무는 중국의 진시황이 나무 밑에서 비를 피한 고마움을 담아 나무 木 공작 公 목공이라 불렀다. 이를 합쳐 소나무 松이 되었다. 소나무도 여러 종류인데 나무 껍질이 하얀 색을 띄는 것이 백송이다. 중국이 원산지인데, 옮겨심기가 까다롭고 성장이 매우 더딘 나무이다. 우리나라에선 수령이 100살만 넘어도 이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하며 보호한다.

 

종로구 통의동에 있는 백송은 우리나라 것 중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나무이다. 1990년 여름, 거센 태풍이 몰아쳐 수령 300살로 생에 종지부를 찍었다. 통의동은 청와대가 가깝다. 그래서, 다각도로 나무의 회생 수술과 치료 등 온갖 정성을 기울였다. 살아날 기미가 보이는 나무는 결국 1993년 사망했다. 누군가 백송으로 관을 만들려고 제초제를 뿌렸다는 얘기도 들렸다.

 

경복궁

 

경복궁의 궁궐 이름은 삼봉 정도전이 지었다. 그는 공자의 '시경'에 나오는 두 글자를 인용했는데, '길이길이 크게 복을 누리라'는 뜻이다. 그의 바램과 달리 조선 왕조는 오래 가지 못했다. 또한, 임진왜란으로 건물 모두 잿더미가 되는 수모를 당했다. 273년 간 폐허로 방치되다가 1865년 대원군 이하응이 7,581칸으로 복원했다. 당초 390여 칸이었는데, 왕권을 강화한답시고 무리를 했다.

 

조선총독부가 홍예문 자리에 건설되어 광화문이 사라질 운명에 놓이기도 했지만 다행하게도 경복궁 동쪽으로 이전했다. 공교롭게도 이를 성사시킨 인물은 민예운동의 선구자로 불린 일본인 무네요시였다. 그러나, 한국전쟁 때 완전히 전소되었다. 이후 박정희 대통령이 철조 콘크리트로 복원했다가 2010년 신응수 대목장에 의해 원형으로 복원된 광화문이 탄생했다. 제일 힘든 일은 금강송을 찾는 일이었다.

 







 

신무문(神武) ~ 북쪽을 지키는 문이었다.

영추문(迎秋) ~ 신하들이 출입했다.

광화문(光化) ~ 경복궁을 상징하는 중심이었다.

건춘문(建春) ~ 종친과 외척, 상궁, 나인들이 출입했다.

 

"총독부 건물이 사라진 이유는 오로지 하나, 위치의 문제가 아니었던가. 경복궁을 밀어내고 서 있는 그 위용은 결코 그 건물이 그 자리에 존재할 수 없었다는 것을 나 역시 공감한다. 하지만 진정 식민지 시기의 극복과 청산, 나아가 역사적 교훈까지 얻고자 했다면, 일부라도 그대로 옮겨 일제 침략의 전시물을 모아 박물관으로 사용했다면 어땠을까?" (47 쪽)

 






 
 

청계천

 

청계천에 고가도로가 있던 시절, 나는 삼일빌딩에서 근무했다. 퇴근이 늦을 경우 창 밖 아래에 펼쳐지는 고가도로 위의 차량행렬은 붉은 선으로 보이기도 했다. 고가도로 아래엔 개울이 흐르고 있었지만, 미관상 좋지 않다는 이유로 개천을 복개하고 그 위에 고가도로를 설치했던 것이다. 한국경제의 개발초기 모습을 대변하는 상직적인 건축물이었다.

 

2003년 7월, 고가도로의 철거와 함께 복개된 도로의 상판을 뜯어내자 여전히 개천물은 흐르고 있었다. 청계천은 북쪽의 북악산, 동쪽의 낙산, 남쪽의 남산, 서쪽의 인왕산이라는 내사산內四山들의 수원지에서 발원한 물줄기가 만나서 한양을 관통하는 하천이다. 한양이 조선의 수도로 정해지자 인구밀도가 높아지면서 개천의 범람과 오염이 문제거리였다.

 

당시 불도저라 불리던 서울시장 김현옥이 고가도로의 아이디어를 내고 건축가 김수근에 의해 구체화되었다. 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1967년 기어코 착공되었다. 설계 당시 서울의 자동차는 3만대도 안되었지만 2000년대 초반에 300만대로 급증했기에 고가도로는 늘 수리와 보수공사 중이었다. 안전문제까지 거론되자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이 3년만에 현재의 모습으로 바꾸어 놓았다.

 

1420년 만들어진 다리에 청계천의 수위를 측정하기 위해 수표가 설치되었다. 수표교의 다리는 마름모 꼴로 물의 저항을 줄이면서 아름다움까지 잘 표현하고 있다. 청계천 복개공사 때 이를 철거하여 1965년 장충단 공원에 옮겨 놓았다. 화강암을 짜맞추어 세종 2년에 세운 다리인데 당시엔 소시장이 있어 '마전교'라 불리었고 세종 23년(1441년) 수표를 만들어 홍수에 대비토록 했다.

 






 

청계천의 역사를 살펴보면 조선시대엔 개천開川이라고 불렀는데, 태종 대에 개천의 양안을 정비했고, 세종 대에 수표를 설치했으며, 영조 대엔 준설공사를 실시했다. 일제강점기엔 도시의 교통과 위생문제를 명목으로 복개가 시작되어 해방 전까지 태평로에서 광교까지 완료되었다. 이후 1958년부터 복개를 다시 시작하여 1977년 현재의 마장동까지 전체를 완료했다. 1916년 '조선하천령'이 제정되면서 상류의 청풍계천淸風溪川을 줄여서 청계천으로 불렀다고 한다.

 

오간수문五間水門은 청계천 위로 지나는 서울성곽 밑에 있던 문이다. 1907년 토사의 흐름을 원할히 한다는 이유로 성벽이 없어지고 대신 다리가 놓였다. 이것이 오간수교이다. 오간수문 근처엔 모래산이 있었다. 청계천을 준설하면서 퍼 올린 흙 때문에 가짜 산이 만들어졌고, 이를 가산假山이라고 불렀다. 이곳엔 전과자들이 모여서 땅굴을 파 살고 있었다. 그러나, 가산에도 아름다운 꽃은 피었다. 향기로운 꽃이 피는 산, 방산芳山이란 이름이 생겼다. 서울의 방산시장은 이곳에서 탄생된 시장이다.

 

숭례문

 

화재로 숭례문이 타는 모습을 TV로 생중계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우리의 국보 1호가 서울 도심 한복판에 버려지듯 홀로 남겨져 있어서 그동안 문화재 보호가 소홀하다는 지탄을 받아 왔었다. 광화문이 경복궁의 얼굴이라면 숭례문은 수도 한양의 얼굴인 셈이다. 철없는 아저씨의 어처구니 없는 그런 소행은 이젠 발생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숭례문 현판은 세로로 쓰게 했는데, 이는 음양오행에 있어서 '예禮'자가 불 '화火'에 해당되기 때문에 불을 더욱 높인다는 차원이다. 즉, '이화제화以火制火'인 바, 불로서 불을 제압한다는 정신이다. 천하명필인 추사 김정희도 서울에 들릴 때면 숭례문 앞에서 해지는 줄 모르고 이 편액을 감상했다고 한다. 이는 세종의 형인 양녕대군의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다행스럽게 지난 화재시에 약간 부서지긴 했지만 무사하다고 한다.

 

조선시대 최고의 간신은 김안로이다. 그는 귀양과 출세를 밥 먹듯 번갈아 하면서 연산군 때부터 중종 때까지 줄 곧 정치에 관여했다. 그에 관련된 일화가 있다. 그가 죽자 성난 민중들이 몰려와 고래등 같은 집을 부수고 그 터를 파서 커다란 연못으로 만들어 버렸다. 이렇게 만들어진 못이 남지南池이다. 이 남지는 조선조 내내 정치권력의 힘겨루기 때문에 생겼다 메워졌다를 반복했다.

 



 

 

우리 대부분은 숭례문만 보고 떠난다. 건너 편에서 성곽까지 머릿속에 그려봐야 제대로 당시를 느낄 수 있다.길을 건너면 큰 연못이 있던 자리라는 표지석을 만나게 된다. 숭례문 앞에 큰 연못이 있었다고 상상해보라. 정말 멋진 그림이 그려진다. 선조 때의 대표 문인인 이항복은 남지에서 시 한 수를 읊었다.

 

푸른 연줄기의 향그러운 바람, 당에 가득 불어오는데

층층한 성벽엔 나무 그림자 어울렸네.

노랫소리 나는 저 위 여인의 모습 옥같은 것이

물 건너 서 있는 남자 밤 깊은 줄도 모르누나 (292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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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얻는 질문법 38 - 질문을 잘해야 사람이 따른다
이혜범 지음 / 원앤원북스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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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의 대가 피터 드러커는 현대인에게 가장 필요한 능력은 자기 표현력이라고 말했다. 경영이나 관리 모두 커뮤니케이션에 의해 좌우된다.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대화를 이끌어 자신이 원했던 목적을 달성하는 사람이야말로 커뮤니케이션의 달인이다. 커뮤니케이션을 잘 하려면 적절한 질문을 통해 상대방의 입에서 자신이 원하는 답을 얻어야 한다. 따라서, 질문이 커뮤니케이션의 핵심이다.

 

기분 좋은 질문을 하라

 

질문만 잘해도 대접받는다. 상대가 나에게 질문해주길 바라는 게 있다면 이를 물어보라. 이것은 바로 '역지사지'정신이다. 멋지게 차려입고 사교 모임에 나타난 여성에게 "와, 어쩜 그렇게 옷을 잘 입으세요?"라고 묻는다면 이는 누가 들어도 기분 좋은 질문이다. 이런 질문은 타이밍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 '누가 하겠지'라는 소극적 태도를 버려라. 질문은 타이밍이다.

 

질문에도 매너가 있다.

 

이혼한 동창이 오랫만에 여고 동창회에 참석했다. 누군가 이 여성에게 이혼했다고 동창 모임에도 안 나오냐며 따지듯 질문한다면 얼마나 볼성 사나운가. 자신이 답하기 싫은 질문은 상대방에게도 해서는 안된다. 이같은 질문을 받은 여성이 질문자에게 요샌 네 남편이 바람 안피우냐고 맞불을 놓을 수도 있을 것이다. "가는 정이 있어야 오는 정이 있다"는 속담처럼, 수준 낮은 질문엔 수준 낮은 답변이 기다리고 있다.

 

때와 장소, 그리고 목적에 맞춰 질문하라. 편하게 만난 자리에서 민감한 사안을 묻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에서 만난 동네 사람에게 목례하거나 간단한 안부 인사면 충분함에도 내릴 때까지 시끄럽게 말을 거는 사람도 종종 목격한다. 단순한 안부 인사인지. 정보를 얻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상대방의 감정을 알아내기 위한 것인지 등 질문할 때 목적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방송진행자 손석희 교수는 '송곳질문'으로 유명하다. 그렇다고 남의 흉내를 내거나 자신의 지식을 과시 하려고 질문해서는 안된다. 자신만의 매력적인 질문 스타일을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 진정 질문을 잘 하는 사람은 상대방의 성향이나 특성에 맞춰 자신의 질문 스타일을 적당하게 수정하는 사람일 것이다.

 

듣기보다 맞장구가 더 중요하다

 

호감을 주는 대화의 원칙으로 1:2:3 원칙이 있다. 대화를 할 때 한 번 말하고, 두 번 듣고, 세 번 맞장구치라는 것이다. 여기서 듣기보다 맞장구가 더 중요한 이유는 실제로 그냥 듣는 것보다 들을 때 맞장구치며 긍정적으로 잘 듣는 것이 더욱 중요함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61 쪽)

 

논리보다는 감성적으로 접근하라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가 수사학에서 '설득의 3요소'로 제시한 에토스(Ethos 신뢰), 파토스(Pathos 감성), 로고스(Logos 논리)의 사용 비율을 보면, 에토스와 파토스의 비율이 무려 90%를 차지한다. 질문 역시 상대방의 진심을 알고 싶다면 논리보다는 감성적으로 접근해야 함을 알 수 있다.

 

상대방의 감정을 읽으려면 먼저 인간적인 라포를 형성해야 한다. 라포(Rapport)란 불어 용어로 긍정적인 감정을 형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서로의 마음이 통하는 상태를 말한다. 따라서, 라포가 잘 형성되면 호감과 신뢰감이 생겨 상대가 원하는 것을 비교적 알기 쉬워진다.

 

기브 앤 테이크는 질문에도 적용된다

 

미국에서 사랑받는 방송진행자 오프라 윈트리는 토크쇼 <오프리 윈프리 쇼>를 진행하고 있다. 그녀는 쇼에 초대된 사람들이 솔직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 놓도록 유도하는 데 일가견이 있다. 그녀는 상대방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도록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해 주고 그를 주인공으로 만든다. 그녀는 자신의 어린 시절 상처를 미리 솔직히 고백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정보를 얻고 싶은가? 그러면 먼저 상대방에게 좋은 정보를 제공하자.

 

핵심 키워드 선택이 중요하다

 

처음 만나는 소개팅이나 비즈니스 미팅에서는 질문을 효과적으로 잘 하는 것이 중요하다. 질문을 잘하면 좀 더 주도적인 위치를 점하고 상대방을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기가 쉬워진다.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은 "잘못된 질문 제기는 잘못된 답으로 이어진다"라고 질문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아래의 유머가 현실에서 충분히 있을 법하지 않은가.

 

의사: "어떻게 오셨습니까?"

환자: "기차타고 왔지요"

 

상대에게 센스있게 질문하라

 

상대방의 얘기를 정확히 듣지 못했을 경우, 대개는 "네? 뭐라구요?"를 연발한다. 그러나, 이렇게 반응하는 것은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한다. 이럴 경우엔 "~라고 말씀하신 것이 맞는지요?"라고 센스있게 확인형 질문을 하는 게 좋다. 이솝우화의 '학과 여우'스토리를 생각해 보라. 자신의 집에 초대하면서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는다면 기분 상하게 만드는 것이다.

 

나의 행동을 생각해 보라

 

소크라테스는 그의 제자를 가르칠 때 절대로 구짖거나 혼내면서 가르치지 않았다 한다. 오로지 적절한 질문을 던져 이 질문에 답하면서 스스로 깨닫도록 했다. 이러한 질문형 학습은 오늘날까지 효과적인 교육법으로 이용되어 왔다. 어느 상사가 지각이 잦은 부하직원에게 "더 이상 지각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라는 식으로 묻는다면 그는 이미 그 부하를 얻었다고 보면 된다.

 

샌드위치 꾸짖기도 질문은 필수다

 

샌드위치 기법이 있다. '칭찬 - 꾸짖기 - 칭찬'의 순서로 진행하는 데, 상대방을 꾸짖을 때 사용하면 효과적이다. 상대가 잘못 했다고 인격까지 무시하는 막말을 하거나 과거의 묵은 감정까지 다 털어 놓는 사람이 있는데, 이는 상대에게 반발만 생기게 할 뿐 반성에는 도움이 안된다. 더구나 공개적인 망신이나 본보기식의 꾸짖기는 금물임을 명심하라. 꾸짖기 후의 칭찬은 엄밀하게 따지면 칭찬이 아니다. 보완을 요구하는 질문을 수용한다면 좋아질 수 있다는 긍정적인 결말인 것이다.

 

꾸짖기는 꼭 필요할 때 가끔해야 위력을 발휘한다. 자주 한다면 그것은 잔소리로 들릴 뿐이다. "너 왜 이렇게 늦었니?"란 말 대신에 "내가 널 많이 기다렸다"고 질문하면 상대에겐 감동적인 부탁으로 들릴 것이다.

 

사적인 정보는 정면으로 캐묻지 마라

 

사적인 질문이 필요할 땐 나의 신상 정보부터 먼저 공개하는 게 기본적인 매너이다. 대개는 결혼여부, 출신대학, 남편의 직업, 아내의 직업, 자녀의 대학 등을 아무렇지 않게 질문한다. 이는 마치 학창시정 내 시험점수는 공개 안하면서 친구들의 점수를 묻고 다니던 것과 다를 바가 없다. 내 마음의 문을 먼저 열어야 상대방의 사적인 이야기 보따리가 자연스레 풀리는 법이다.

 

요즈음 성형미인이 많다. 그렇다고 "코 수술하셨어요?"란 질문을 하겠는가. 상대가 화려함을 추구할수록 이런 질문은 금기사항이다. 짝퉁이 판친다고 상대의 것도 그러려니 하는 식의 질문도 무례하기 짝이 없다. 심지어 "얼마 주고 샀어요?"라고 묻기도 한다. 정히 궁금하면 나부터 먼저 밝히고 물어 보아야 한다.

 

꼬리질문, 기분 나쁘지 않게 하라

 

어린 아이들은 호기심이 발동하면 "그건 왜?"란 식으로 끝말을 이어가며 계속 질문을 한다. 다들 경험하지만 이건 정말 짜증지대로다. 비즈니스 관계에서의 꼬리질문은 일방이 아닌 쌍방향이 되도록 유의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딴지 거는 느낌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네 그렇습니다. 그런데, ~될가요?"식의 'Yes - But'기법을 활용하자. 특히, 뒷북치는 꼬리질문은 큰 실수이므로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는 자세가 늘 요구된다.

 

유사성의 효과를 이용하라

 

'유사성의 효과'란 서로 비슷한 점이 있는 사람들끼리 몰린다는 것이다. 유류상종인 셈이다. 상대의 스피치 방식에 맞추어 질문하는 것이 바로 이를 이용한 기법이다. 심리학에 '거울효과(Mirror Effect)'란 말이 있다. 상대의 모습을 자연스레 따라하면, 상대가 친근감을 느껴 나에게 더욱 호감을 갖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상대에게 이를 들키면 효과가 없다.

 

설득 커뮤니케이션을 활용하라

 

살다보면 싫은 사람이나 대하기 거북한 사람에게도 질문해야 할 일이 생긴다. 부담스럽지만 싫은 감정을 외부로 나타내지 않아야 한다. 이럴 땐 선택형 질문으로 답을 유도하는 것이 좋다. 구질구질하게 긴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설득 방법으로 '풋인더도어(Foot in the door)'와 '소셜 레이블링'테크닉이 있다. '풋인더도어'는 문을 열고 발부터 순차적으로 들어간다는 의미로서 차근차근 질문하는 기술이다.

 

'소셜 레이블링'은 사회적인 평가를 해주어서 상대가 그 평가에 스스로 부응하도록 하는 기법이다. 일례로 인상이 좋다는 평가를 받게되면 자신의 인상에 신경을 쓰게 되고, 친절하다는 평가를 받으면 더욱 친절해 지려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이다. '권위의 효과'란 상대가 믿을 수 있는 제 3의 권위를 끌고와 살득력을 높이는 것이다. 까다로운 상대가 신뢰할 수 있는 인물을 내세워 질문을 하면 좋은 답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남녀의 대화방식은 다르다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에서 언급하듯 남자와 여자는 전혀 다른 별에서 온 것처럼 사고방식, 대화방식 등이 매우 다르다. 남녀간 또는 부부간 대화도 질문방식을 조금만 바꾸어도 다툼이나 싸움이 반으로 줄어들 것이다. 남편에게 아내가 추궁하는 듯한 질문때문에 부부싸움으로 번지는 경우가 많다.

 

공개적인 장소일수록 멋지게 말하라

 

지식의 탑재를 위해 강연회장을 찾는 경우가 많다. 강의가 종료되고 질의&응답의 시간이 배정된다. 이럴 경우 멋진 질문을 해서 주목받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그런데, 저자의 책 내용이 너무 부정적이라며 따지듯 질문하는 이들이 있다. 공개석상에서 적절하지 않은 질문은 참석자 모두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주말 TV 프로그램에 좌담회 또는 토론회들이 있다. 시청하노라면 답답한 이야기. 속 터지는 이야기, 상대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송곳질문 등을 보게 된다. 평소에 샇아 놓은 내공이 부족해 상대방에 대한 배려없이 혼자 더들다 시간이 부족하다고 외려 큰 소리치는 토론자들을 보게 된다. 토론이 무슨 전쟁터인 줄 착각하게 한다.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존 발도니는 "질문을 한다는 것은 매우 단순한 행동같지만 정교한 매니지먼트 전략의 기초이다"라고 이야기하며 질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렇다. 질문이야말로 가장 정교한 매니지먼트 전략의 기초이며 가장 효과적인 협상도구임을 잊지 말자 (280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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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불짜리 설득 - 설득의 고수들만 알고 있는 고급 설득술 27가지
크리스 세인트 힐레어 지음, 황혜숙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우리의 인생은 수많은 사람과의 부댓김의 연속이다. 만만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모두와의 인간관계를 거부할 수 없다. 이러한 인간관계 속엔 필연적으로 설득이 요구된다. 딸에게 공부방 청소를 권유하는 설득이든, 면접시험의 면접관에게 채용을 부탁하는 설득이든, 친구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설득이든, 설득은 바로 성공의 핵심이다.

이 책의 저자 크리스 세인트 힐레이는 메시지 컨설턴트로서 아놀드 슈워제네거를 캘리포니아 주지사로 당선시킨 정치위원회와 미국 대통령 후보였던 존 멕케인의 선거 캠프에서도 맹활약을 했다. 15년 이상 커뮤니케이션 전략개발을 위해 노력한 공로를 인정받아 권위있는 아폴리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설득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은 동일한 실수를 반복하면서도 정작 자신이 뭘 잘못하고 있는지 모른다. 이들은 대개 쓴소리가 듣기 싫어 상대방의 비판을 수용하지 않는다. 반대로 설득을 잘하는 사람들은 타고난 재능도 있지만 자신의 실수를 개선할 줄 알고 몇 가지 기본적인 규칙을 따른다. 이 책이 바로 그런 규칙을 소개하면서 설명하고 있다.

목표에 집중하라, 5분 안에 상대를 편안하게 만들어라, 메시지를 단순화하라, 숫자를 활용하라, 스킨십을 시도하라, 언어를 소유하라, 침묵을 이용하는 방법을 배워라, 'No'가 아니라 '해봅시다'라고 말하라, 현재에 충실하라, 상대의 현실을 인식하라, 자신에 대한 전문가가 되라 등 27가지의 고급 설득법을 배워본다.


목표에 집중하라

설득의 첫 번째 임무는 목표설정이다. 목적지가 없는 배의 항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과정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모든 행동이다. 필요한 아이디어와 회의, 서류작업 모두가 이에 포함된다. 불일치는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들지만 통합은 사람들을 안심시킨다. 사람들은 하나의 목표를 중심으로 단결한다.

"우리의 목표는 무엇일까요?"라는 뻔한 질문을 하는 사람이 되라. 그러면 좌중을 리드하고 설득할 수 있는 최고의 자리에 서게 될 것이다. (32 쪽)

5분 안에 상대를 편안하게 만들어라

첫 5분은 상대에게 강한 인상을 주기보다는 상대를 편안하게 만드는 데 주력해야 한다. 처음 만난 후 5분 동안 사람들은 잔뜩 긴장하기 마련이다. 상대가 나의 아이디어에 마음을 열게 하려면 먼저 진정시켜야 한다. 미소와 눈맞춤 그리고 악수는 기본이다. 첫 5분 동안 "인터넷 검색을 좀 해봤습니다. 경력이 대단하시더군요"라는 식으로 대화를 풀어 나갈 수 있다.

현재에 충실하라

스마트폰만 쳐다보는 사람에게 말을 거는 것보다 더 자존심 상하는 일도 없을 것이다. 설득하고 싶은 사람을 만날 때는 일단 모든 기기의 전원을 꺼야 한다. 소통 능력이 뛰어난 사람은 모두 순간에 충실하다. 위대한 영적 스승은 현재에 충실할 줄 안다. 우리 모두 나름대로 해보면 효과를 볼 수 있다. 우선 스마트폰을 꺼고 상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부터 시작해보자.

메시지를 단순화하라

단순한 스토리를 준비한 측이 '항상' 이길 수 없지만, 항상 유리한 것은 확실하다. 효과적인 스토리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첫째 당신의 목표가 무엇인지 분명히 밝히고, 둘째 청중의 현실이 무엇인지 이해해야 한다. 승리는 청중이 공감할 만한 단순한 스토리를 들려줄 수 있는 사람에게 돌아간다.

언어를 소유하라

스타벅스는 1985년 시애틀 재래시장에서 원두커피를 파는 매장을 오픈했다. 현재 스타벅스는 전세계에 1만 5천개 이상의 매장을 갖고 있다. 스타벅스는 커피 사이즈를 톨, 그란데, 벤티로 부르기 시작했다.스타벅스의 승리는 이 때문에 가능했다. 스타벅스의 용어는 너무도 강력해서 우리는 스타벅스가 아닌 다른 커피숍에서도 '벤티'를 주문한다.

스킨십을 시도하라

스킨십은 매우 유용한 설득 도구로 사용된다. 스킨십은 보통 악수로 시작한다. 이를 잘 활용하는 전문가는 정치인이다. 빌 클린턴은 친밀한 스킨십을 즐기는 것으로 유명했다. 반대로 린든 존슨은 195센티미터에 달하는 큰 키로 상대를 압도했다.

"빌 클린턴은 사람들과 화합하기 위해, 린든 존슨은 사람들을 위협하기 위해 스킨십을 사용하는 가장 극단적인 예라 할 수 있다."(183 쪽)

'No'가 아니라 '해봅시다'라고 말하라.

앞으로도 거래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싶다면 그 고객에게 절대로 'No'라고 말하면 안된다. '한 번 해봅시다'라는 말은 설득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어떤 사업 환경에서도 살아 남을 수 있는 소중한 생존 수단임을 명심하라.

상대의 현실을 인식하라

설득은 상대방의 현실을 파악하고, 상대의 현실을 나의 현실과 조화시켜 공통의 이익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다. 미국 프로야구단 에인절스는 캘리포니아 남부의 전통 깊은 구단이다. 몇 차례 구단주가 바뀌었다. 2003년 새 구단주는 '로스엔젤레스 에인절스 오브 애너하임'으로 이름을 변경했다.

"문제는 우리가 그 이름을 좋아하는지 여부가 아니었습니다. (새 구단주에게) 그럴 권리가 있는지 여부가 문제였죠. 의도가 무엇인지 말해줄 증인이 없다면, 남는 것이 무엇이겠습니까? 계약의 내용만 남을 뿐이죠"(276 쪽)


진정한 설득은 상대에게 강요하거나 교묘한 술책을 부리는 것이 아니다. 물론 겁을 줘서 움직이게 할 수도 있다. 이는 설득이 아니라 강요이다. 진정한 설득은 갈등이나 무관심에서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한 가지 아이디어나 행동방침을 정하고 모두가 동의하는 목표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는 비즈니스 분야에서 필수적인 기술이다. 또한 개인적인 관계에서도 많은 쓸모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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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터리 재무제표 읽는 비법
김건 지음 / 우용출판사 / 2011년 4월
평점 :
품절


금융감독원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1990년부터 우리나라 전체 기업의 30%, 상장법인의 20% 이상이 분식결산을 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자발적으로 이를 신고하면 구제한다는 금융감독원의 지침이 발표되자 SK글로벌 1조 9천억, 하이닉스반도체 2조원, 한보철강 7천억, 해태제과 5천 7백억 등 많은 상장법인이 분식결산의 규모를 고해성사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분식결산이 우리나라에만 있으랴? 이도 사실상 수입품이다. 투자의 귀재 워렌 버핏도 재무제표상에 드러난 수치를 토대로 가치를 분석하여 이를 토대로 투자하기 때문에 분식결산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지 마라고 충고한다. 미국의 에너지 기업 '엔론'의 분식회계는 당시 월스트리트에 커다란 충격을 안겨 주었다.

 

이 책은 '엉터리 경리쟁이가 쓴 엉터리 재무제표 읽는 법'으로 르포 형식의 고발 서적이라 하겠다. 저자도 국내 상장법인의 회계담당자로 근무했던 인물로 자신의 분식회계 체험을 고백하는 일종의 고해성사라고도 하겠다. 일선 경험을 책 안으로 가져온 유익한 실무지침서이다.

 

엉터리 회계수치를 믿고 투자한다면 그 손실은 고스란히 투자자의 몫이 된다. 한때 미국 2위의 장거리 통신업체였던 '월드컴'은 90년대 성공 신화의 주인공이었다. 110억 달러 규모의 분식회계 사건으로 2002년 파산하고 말았다. 이 과정에서 주당 60달러를 웃돌던 주가가 몇 페니짜리로 전락하면서 수많은 투자자를 울렸다.

 

그래서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국제회계기준(IFRS)'의 필요성이 제기되었고, 이젠 도입을 권고하고 있는 실정이다. IFRS의 주요 원칙은 연결 중심의 기업 파악, 자산과 부채의 공정가치 평가, 경제적 실질을 반영한 회계처리, 규정보다 원칙 중심의 회계처리로 요약된다. 이는 기업 활동을 실제 현실에 맞게 재무제표를 작성하자는 데 그 목적이 있다.

 

분식회계의 개요

 

분식결산은 영어로 '윈도우 드레싱(window dressing)'이다. 말 그대로 잘 보이게 치장하는 것을 의미한다. 쉽게 말해 장부를 조작하는 것으로 이익을 과대표시 또는 손실의 과소표시 함으로써 이루어진다. 즉, 이익을 부풀리는 것으로 투자자나 이해관계자에게 잘못된 회계 정보를 제공하는 일종의 사기 행위이다.

 

분식회계는 한 사람의 노력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불가능은 없다'를 외치는 최고경영자의 지시로 시작되어 이에 추종하는 관련 임원과 회계 책임자는 물론 심지어 외부의 협력업체들까지 가담하게 된다. 98년 12월 기아자동차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특별감리 결과 97년 재무제표 상의 적자는 3,800억이나 실제론 3조 3천억인 것으로 드러났다. 99년 1월 국회 'IMF환란조사특별위원회'에 출두한 기아그룹의 김선홍 회장은 매번 50 여명의 직원들을 1개월 정도 동원하여 장부조작을 했다고 실토했다.

 

한편. 치밀하게 조작된 방대한 회계자료를 공인회계사(CPA) 몇 명이 샅샅이 조사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분식회계는 이들 CPA의 묵인과 협조하에 성공할 수 있는 것이다. 어느 회사의 경영진은 CPA를 돈으로 매수하여 해외 현장 또는 지사를 감사한다는 명목으로 해외에서 향응 파티를 벌인 사례도 있단다.

 

분식회계의 유형

 

금융감독원의 감리 결과, 적발내용을 살펴보면 재고자산 과대 계상, 매출채권 과대 계상, 감가상각누계액 과소(대) 계상, 매출액 과대 계상, 이자수익 과대 계상 등 20 여 가지에 이른다. 저자는 자산의 과대 계상, 부채의 과소 계상, 수익의 과대 계상, 비용의 과소 계상, 특별이익 만들기, 회계처리 방식의 변경, 파생상품 거래의 가장 등 141가지 분식회계 유형을 소개하고 있다.

 

분식회계를 왜 하나?

 

회사는 기업 경영에 필요한 자금을 차입해야 한다. 그런데, 금융기관은 신용평점이 낮으면 대출하지 않는 관행이 있다. 따라서, 회사는 매출액이나 당기순이익을 부풀리는 회계 조작을 통해 높은 신용평점을 획득하려로 애쓴다. 또한, 기업공개, 주가관리, 투자유치, 회사채 발행 등을 위해서 양호한 회계 실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반면, 기업은 탈세 또는 비자금 조성을 위해서는 반대로 회사의 실적을 나쁜 쪽으로 분식하기도 한다. 또한, 노동조합과의 유리한 협상을 점하기 위해서, 인건비의 절감과 구조조정을 위해서, 제품의 출고가격 인상을 위해서, 주주들에게 이익배당을 적게 하기 위해서, 불공정 거래의 사회적 비난을 피하기 위해서도 분식회계를 자행한다.

 

분식회계의 근절대책

 

'메뚜기도 한 철이다'란 말처럼, 연초에 집중되는 감사 시기를 놓치면 회계사들은 일감 확보가 쉽지 않다. 회계감사는 'Buyer's Market'이 형성되므로 자연스레 CPA는 피감사 회사의 요구를 거절하는 것이 어렵다. 따라서, 내부 감사인의 독립성 보장과 함께 내부고발자의 비밀보장, 적발금액에 대한 인센티브 지급 등의 근절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기업의 목적이 아무리 '이익의 극대화'라 할지라도, 악질적인 방법에 의한 이익 추구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 경영의 목표가 주주 이익의 극대화, 회사가치의 극대화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최근 '윤리경영'의 중요성이 거론되는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기업은 투명경영에 모든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다.

 

엉터리 재무제표 읽는 법

 

회계학 비전공자라면 차변과 대변, 복식부기, 거래의 8요소, 대차대조표, 손익계산서 등 우선 재무제표의 기본을 배워야 할 것이다. 분식회계 기업의 재무비율이 오히려 우량기업의 그것보다 더 양호하다니 얼마나 코메디 같은 일인가? 분식회계 기업은 이런 특징을 보인다고 한다.

 

매출채권의 비중이 높다.

재고자산의 비중이 높다.

안정성이 낮다 (부채비율, 유동비율 등)

수익성이 낮다 (금융비용 부담이 크게 나타난다)

매입채무의 규모가 들쭉날쭉하다.

전기 오류의 수정폭이 크다.

경영진과 감사의 프로필이 불투명하고, 자주 바뀐다.

각종 뉴스와 공시가 넘쳐난다.

 

 

책 후반부의 <개미투자자들의 가치투자 묵시록>엔 워렌 버핏, 벤저민 그레이엄 등 가치투자의 대가들이 종목을 고르는 기준, 저평가 기업 발굴요령 등 개미투자자에게 유익한 팁이 많이 있다. 앞으론 허수와 쓰레기 같은 정보에 더 이상 농락 당하지 말고 철저한 재무분석을 통한 현명한 투자자세가 필요함을 다시 한번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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