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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터리 재무제표 읽는 비법
김건 지음 / 우용출판사 / 2011년 4월
평점 :
품절
금융감독원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1990년부터 우리나라 전체 기업의 30%, 상장법인의 20% 이상이 분식결산을 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자발적으로 이를 신고하면 구제한다는 금융감독원의 지침이 발표되자 SK글로벌 1조 9천억, 하이닉스반도체 2조원, 한보철강 7천억, 해태제과 5천 7백억 등 많은 상장법인이 분식결산의 규모를 고해성사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분식결산이 우리나라에만 있으랴? 이도 사실상 수입품이다. 투자의 귀재 워렌 버핏도 재무제표상에 드러난 수치를 토대로 가치를 분석하여 이를 토대로 투자하기 때문에 분식결산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지 마라고 충고한다. 미국의 에너지 기업 '엔론'의 분식회계는 당시 월스트리트에 커다란 충격을 안겨 주었다.
이 책은 '엉터리 경리쟁이가 쓴 엉터리 재무제표 읽는 법'으로 르포 형식의 고발 서적이라 하겠다. 저자도 국내 상장법인의 회계담당자로 근무했던 인물로 자신의 분식회계 체험을 고백하는 일종의 고해성사라고도 하겠다. 일선 경험을 책 안으로 가져온 유익한 실무지침서이다.
엉터리 회계수치를 믿고 투자한다면 그 손실은 고스란히 투자자의 몫이 된다. 한때 미국 2위의 장거리 통신업체였던 '월드컴'은 90년대 성공 신화의 주인공이었다. 110억 달러 규모의 분식회계 사건으로 2002년 파산하고 말았다. 이 과정에서 주당 60달러를 웃돌던 주가가 몇 페니짜리로 전락하면서 수많은 투자자를 울렸다.
그래서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국제회계기준(IFRS)'의 필요성이 제기되었고, 이젠 도입을 권고하고 있는 실정이다. IFRS의 주요 원칙은 연결 중심의 기업 파악, 자산과 부채의 공정가치 평가, 경제적 실질을 반영한 회계처리, 규정보다 원칙 중심의 회계처리로 요약된다. 이는 기업 활동을 실제 현실에 맞게 재무제표를 작성하자는 데 그 목적이 있다.
분식회계의 개요
분식결산은 영어로 '윈도우 드레싱(window dressing)'이다. 말 그대로 잘 보이게 치장하는 것을 의미한다. 쉽게 말해 장부를 조작하는 것으로 이익을 과대표시 또는 손실의 과소표시 함으로써 이루어진다. 즉, 이익을 부풀리는 것으로 투자자나 이해관계자에게 잘못된 회계 정보를 제공하는 일종의 사기 행위이다.
분식회계는 한 사람의 노력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불가능은 없다'를 외치는 최고경영자의 지시로 시작되어 이에 추종하는 관련 임원과 회계 책임자는 물론 심지어 외부의 협력업체들까지 가담하게 된다. 98년 12월 기아자동차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특별감리 결과 97년 재무제표 상의 적자는 3,800억이나 실제론 3조 3천억인 것으로 드러났다. 99년 1월 국회 'IMF환란조사특별위원회'에 출두한 기아그룹의 김선홍 회장은 매번 50 여명의 직원들을 1개월 정도 동원하여 장부조작을 했다고 실토했다.
한편. 치밀하게 조작된 방대한 회계자료를 공인회계사(CPA) 몇 명이 샅샅이 조사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분식회계는 이들 CPA의 묵인과 협조하에 성공할 수 있는 것이다. 어느 회사의 경영진은 CPA를 돈으로 매수하여 해외 현장 또는 지사를 감사한다는 명목으로 해외에서 향응 파티를 벌인 사례도 있단다.
분식회계의 유형
금융감독원의 감리 결과, 적발내용을 살펴보면 재고자산 과대 계상, 매출채권 과대 계상, 감가상각누계액 과소(대) 계상, 매출액 과대 계상, 이자수익 과대 계상 등 20 여 가지에 이른다. 저자는 자산의 과대 계상, 부채의 과소 계상, 수익의 과대 계상, 비용의 과소 계상, 특별이익 만들기, 회계처리 방식의 변경, 파생상품 거래의 가장 등 141가지 분식회계 유형을 소개하고 있다.
분식회계를 왜 하나?
회사는 기업 경영에 필요한 자금을 차입해야 한다. 그런데, 금융기관은 신용평점이 낮으면 대출하지 않는 관행이 있다. 따라서, 회사는 매출액이나 당기순이익을 부풀리는 회계 조작을 통해 높은 신용평점을 획득하려로 애쓴다. 또한, 기업공개, 주가관리, 투자유치, 회사채 발행 등을 위해서 양호한 회계 실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반면, 기업은 탈세 또는 비자금 조성을 위해서는 반대로 회사의 실적을 나쁜 쪽으로 분식하기도 한다. 또한, 노동조합과의 유리한 협상을 점하기 위해서, 인건비의 절감과 구조조정을 위해서, 제품의 출고가격 인상을 위해서, 주주들에게 이익배당을 적게 하기 위해서, 불공정 거래의 사회적 비난을 피하기 위해서도 분식회계를 자행한다.
분식회계의 근절대책
'메뚜기도 한 철이다'란 말처럼, 연초에 집중되는 감사 시기를 놓치면 회계사들은 일감 확보가 쉽지 않다. 회계감사는 'Buyer's Market'이 형성되므로 자연스레 CPA는 피감사 회사의 요구를 거절하는 것이 어렵다. 따라서, 내부 감사인의 독립성 보장과 함께 내부고발자의 비밀보장, 적발금액에 대한 인센티브 지급 등의 근절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기업의 목적이 아무리 '이익의 극대화'라 할지라도, 악질적인 방법에 의한 이익 추구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 경영의 목표가 주주 이익의 극대화, 회사가치의 극대화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최근 '윤리경영'의 중요성이 거론되는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기업은 투명경영에 모든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다.
엉터리 재무제표 읽는 법
회계학 비전공자라면 차변과 대변, 복식부기, 거래의 8요소, 대차대조표, 손익계산서 등 우선 재무제표의 기본을 배워야 할 것이다. 분식회계 기업의 재무비율이 오히려 우량기업의 그것보다 더 양호하다니 얼마나 코메디 같은 일인가? 분식회계 기업은 이런 특징을 보인다고 한다.
매출채권의 비중이 높다.
재고자산의 비중이 높다.
안정성이 낮다 (부채비율, 유동비율 등)
수익성이 낮다 (금융비용 부담이 크게 나타난다)
매입채무의 규모가 들쭉날쭉하다.
전기 오류의 수정폭이 크다.
경영진과 감사의 프로필이 불투명하고, 자주 바뀐다.
각종 뉴스와 공시가 넘쳐난다.
책 후반부의 <개미투자자들의 가치투자 묵시록>엔 워렌 버핏, 벤저민 그레이엄 등 가치투자의 대가들이 종목을 고르는 기준, 저평가 기업 발굴요령 등 개미투자자에게 유익한 팁이 많이 있다. 앞으론 허수와 쓰레기 같은 정보에 더 이상 농락 당하지 말고 철저한 재무분석을 통한 현명한 투자자세가 필요함을 다시 한번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