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내지 않고 가르치는 기술 : 첫 부하직원이 생긴 당신이 읽어야 하는 책
이시다 준 지음, 이혜령 옮김 / 21세기북스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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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기업들이 '부하직원을 어떻게 가르칠까?'하는 문제를 전적으로 상사 개인의 능력이나 역량에 맡기는 것이 현실이다. 때문에 만약 상사가 '가르치는 방법'을 잘 알지 못하면 부하직원은 원하는 만큼 성장하지 못한다. 미국에서 시작된 '행동분석학'에 기초한 매니지먼트 방법론의 가장 큰 특색은 인간의 '행동'에 초점을 맞춘다. 비즈니스의 성과나 결과는 모두 사원 한 사람 한 사람의 행동이 모이고 쌓여 이루어진다. 행동을 바꾸면 원하는 결과와 성과를 얻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 '프롤로그' 중에서

 

 

사람을 카우는 게 가능한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리더가 될 수 있다

 

이 책의 저자 이시다 준 사단법인 행동과학 매니지먼트 연구소 소장. (주)윌PM 인터내셔널 대표이사 사장 겸 최고경영 책임자. 미국 행동분석학회(ABAI) 회원이자 일본 행동분석학회 회원으로, 일본의 행동과학(분석) 매니지먼트의 제 1인자로 꼽힌다. NASA, 보잉 등 600개 이상의 회사가 도입하여 미국 비즈니스 업계에서도 성과를 올린 미국 행동분석학, 행동심리학을 독자적인 방법을 통해 일본인에게 적합한 내용으로 개발하여 '행동과학 매니지먼트'를 전개하고 있다.

 

행동에 초점을 맞춘 그의 과학적이며 실용적인 매니지먼트 방법은 단기간에 80%의 '일을 못하는 사람'을 '일을 잘하는

 

 

 

 

'가르친다'는 것은 상대로부터 ‘바람직한 행동’을 이끌어내는 행위이다

 

행동분석학의 특징은 재현再現성이 잇다는 것이다. 즉, '언제, 누가, 어디에서' 해도 동일한 결괴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마찬가지로 '행동과학 매니지먼트' 역시 올바르게 실천하면 누구나 착실한 결괴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이 책에는 부하직원을 교육 내지 지도할 때 필요한 구체적인 방법과 힌트들이 소개되어 있다.

 

 

인정받고 싶기 때문에 성장한다

 

기본적으로 아이들은 부모에게 인정받고 싶어서 '새로운 행동'을 익힌다. 두 다리로 서서 걷기 시작하거나, 많은 단어들을 기억하면서 말을 더 잘 하게 되는 것도 이런 능력을 보일 때마다 자신의 부모가 크게 기뻐하고 칭찬해주기 때문이다. 이는 마찬가지로 어른에게도 해당되는 말이다. 상사나 선배에게 인정받는 것은 부하직원이나 후배가 더욱 열심히 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결과'를 내지 못하는 사원은 상사나 선배에게 칭찬받거나 인정받을 기회가 없을 것이다. 따라서 진심으로 부하직원이나 후배의 성장을 바란다면 일의 '결과'만을 주목하지 말고 후배직원이나 후배의 일하는 모습과 '과정'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실패담을 이야기하자

 

일을 막 시작하는 신입에게 일을 가르쳐주는 선배나 상사는 그야말로 동경의 대상이다. 그런 선배나 상사가 자신들의 빛나는 성공담만 예시할 게 아니라 "이런 실수를 한 적이 있다", "이렇게 했더나 잘 되지 않았다" 등과 같은 실패담을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게 더욱 필요하다. 그러면 배우는 사람의 입장에선 공감대가 형성되므로 선배나 상사가 가르쳐주는 것들을 쉽게 받아들이게 된다.

 

모든 비즈니스에서 성공을 위한 길이란 수없이 존재한다. 하지만 '나는 이런 방법으로 성공했다'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지도하게 되면 부하직원은 '그러니까 이런 식으로 일을 하시오'라는 메시지로 받아들이게 된다. 하지만 반대로 '이렇게 했더니 실패했다'라고 구체적인 예를 들으면 그와 같은 확실히 잘못된 방법을 배제하고 그 외에 존재하는 여러 가지 방법 중에서 효과적인 것을 부하직원이 스스로 찾을 수 있게 된다.

 

 

지적하기에 앞서 자신을 먼저 체크하라

 

부하직원에게 일을 가르쳐도 그 성과가 기대만큼 올라오지 않을 때, '의욕이 부족해', '열정이 없어', '엄하게 혼을 내서 근성을 바로잡아야 해' 등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가르쳤는데도 불구하고 성과가 나타나지 않는 것을 의욕, 근성, 열정 등의 성격 또는 기분에 그 원인이 있다고 섣불리 판단한다는 점이다.

 

왜 성과가 오르지 않을까? 실패의 원인은 상사가 부하직원에게 가르치는 방법 속에 숨어 있다. 예를 들어, '가르치는 속도가 너무 빨랐다', '설명이 추상적이라 부하직원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등 지도가 제대로 되지 않은 이유와 원인을 발견해 정확하게 개선시킨다면 그 부하직원은 분명 성장하여 성과를 올릴 수 있게 될 것이며, 상사도 '가르치는 기술'을 보다 진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일 잘하는 사람의 행동을 철저하게 분해하라 

어떤 업종, 직종이든 그 업무는 수많은 '행동'으로 이루어져 있다. 예컨대 볼링이라면 가르쳐야 할 '지식'과 '기술'이 있다. 이를 나누어서 지도하는 게 필요하다. 즉 철저하게 분해해 기록해 놓으면 가르쳐야 할 것이 지식인지, 아니면 기술인지 보다 명확해질 것이다. 이것이 바로 '행동의 분해'이다.

 

물론 분해의 대상으로 삼아야 할 것은 그 일을 어려움 없이 척척 해결하고 유능한 성과를 거두는 사원의 행동이다. 왜냐하면 성과를 내는 사람은 성과를 내는 행동을 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일에는 다양한 방식이 있으므로 여러 사원의 일하는 모습을 분해하는 게 가장 이상적임을 명심하자. 이렇게 기록해 놓으면 그 업무의 '체크리스트'로 삼아서 사용할 수 있다.

 

 

지시나 지도는 구체적 표현으로

 

정말로 지시하고 싶은 행동이나 몸에 익혔으면 하는 업무가 있다면 그 내용을 가능한 한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표현해야 한다. 행동을 구체적으로 언어화하려고 할 때 참고가 되는 것이 있다. 즉 행동분석학에선 행동을 정의할 때 'MORS의 법칙(구체성의 법칙)'이 있다. 이는 아래와 같은 4 개의 조건으로 성립된다.

 

Measured 계측할 수 있다

Observable 관찰할 수 있다

Reliable 신뢰할 수 있다

Specific 명확하게 이루어져 있다

 

 

목표를 높게 잡아라

 

목표를 잡을 때는 조금 높게 설정해야 한다. 마라톤 완주코스를 4시간 만에 달리는 사람에게, 3시간 59분이라는 목표는 너무 쉬워 게으름을 피우게 될 우려가 있다. 반면 2시간으로 설정하면 아예 처음부터 포기해버릴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열심히 하면 달성 가능할지도 모르겠다'고 느낄 만한 목표가 가장 적합하다.

 

 

비즈니스에서 바람직한 ‘결과’를 얻는 것이 부하직원이 그 '행동'의 빈도를 높일 수 있게 만들며, 나아가서 일에 자발적으로 몰두할 수 있도록 만든다. 

'혼내기'는 상대의 행동 등을 개선할 필요가 있을 때, 그것을 지적하거나 요구하는 행위이다. 정말로 상대를 생각하고 있다면 ‘혼내기’도 때로는 필요하지만, 그때는 어느 정도의 배려가 필요하다.

 

 

'가르치는 기술'은 점점 중요해질 것이다

 

책에는 55가지의 방법과 경험들이 소개되어 있다. 이를 통해 우리들의 가르치는 기술이 비약적으로 향상된다면 이로 인해 더 많은 유능한 인재를 육성할 수 있고 나아가 자신의 능력 또한 증강시킬 수 있으므로 인재 양성이라는 기쁨과 자신의 성취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관통하는 메세지는 다음과 같다.

 

행동을 바꾸면 원하는 결과나 성과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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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하이든
사샤 아랑고 지음, 김진아 옮김 / 북폴리오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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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의 처녀작 <프랭크 엘리스>는 전 세계적으로 천만 부가 팔려나갔다. 자폐증을 앓던 소년이 경찰관이 되어 누이를 죽인 범인을 찾으러 다니는 내용인데, 처음 찍은 10만 부는 겨우 한 달 새 다 팔려버렸다. 파산 위기에 놓여 있던 모리아니 출판사는 그 돈으로 고비를 넘길 수 있었다. 그로부터 8년이 지난 지금 헨리는 자신의 책이 20가지 언어로 번역되어 팔리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수많은 문학상의 수상자가 됐다. 헨리가 그 소설 중 단 한 문장도 쓰지 않았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 자신과 마르타뿐이었다. - '본문' 중에서

 

 

성공한 베스트셀러 작가의 이중성을 들춰보다

 

성공한 베스트셀러 작가 헨리 하이든, 그가 지난 8년간 펴낸 작품 5권이 20가지 언어로 번역되어 팔렸으며 모두 영화나 연극으로 재탄생되고 데뷔작은 학교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고전 반열에 올랐다. 더구나 그는 매력적인 외모와 분위기를 갖춰 여성 팬들을 심쿵하게 만드는 유명인사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는 아내 마르타를 만나기 전까지 무수히 많은 여자들과 원나잇스탠드나 즐기거나 좀도둑질이나 하는 그런 밑바닥 인생이었다.

 
어느 날 헨리는 평소 처럼 하룻밤을 보내고 조용히 나가려다가 우연히 침대 아래에서 원고 뭉치를 발견한다. 이것이 그의 인생을 180도 바꿔놓게 될 줄이야. 마치 신이 속삭임이라도 주는지 그녀는 매일 밤 놀라운 글을 써내려가는 천재적인 작가였지만 이 글을 세상에 내보일 생각은 없었기에 원고는 매일 수북히 쌓이고 있었다.

 

글을 쓰기엔 부족했는지 몰라도 괜찮은 글인지는 직감적으로 충분히 판독할 수 있었던 헨리는 그녀의 글을 출판사로 보내 정식으로 출판시키며 공식적인 저자로 나선 후로는 탄탄대로였다. 그런데, 여기엔 한 가지 비밀 약속이 있었다. 원고는 그녀가 계속 쓰겠지만 출간되는 책의 저자는 반드시 헨리로 하는 것이었다. 왜 이와같은 약속을 하는지는 읽어 보면 안다.

 

한편, 헨리가 보낸 원고의 가치를 한눈에 알아본 모리아니 출판사의 담당 편집자 베티는 헨리와의 만남이 계속 이어지면서 자연스럽게 둘은 서로의 육체를 탐하고 욕정을 불태운다. 서로의 갈증을 채워주었으므로 거기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베티가 임신 소식을 알린 순간부터 모든 것이 꼬이기 시작했다. 마침내 헨리의 밑바닥에서 웅크리고 있던 괴물이 깨어나고 살해 시도는 현실이 되었다.

 

 

 

 

 

 

 

 

소설의 줄거리는 이렇다. 성공한 소설가 헨리는 모리아니 출판사의 편집장이자 애인인 베티에게서 임신 소식을 전해 듣고서 아내 마르타에 대한 죄책감에 구토와 자살충동까지 느낀다. 아내는 그의 유일한 가족이자 현재의 풍요로운 삶을 제공해 준 은인같은 인물이다. 사실 그의 이름으로 발표되는 모든 작품들은 아내가 쓴 것이기 때문이다.

 

이별을 결심한 그는 베티와 만나자고 약속하고 둘의 밀회 장소인 바닷가의 낭떠러지로 차를 몰고 간다. 악마가 발동한 그는 충동적으로 세워져 있던 베티의 차를 들이받아 낭떠러지로 떨어뜨린다. 베티가 차와 함께 차가운 바닷속으로 빠졌을 거라고 추측하며 완전 범죄를 자축한다. 그런데, 귀가 후 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문 밖엔 뜻하지 않은 손님이 서 있었다. 놀랍게도 바로 베티였다. 그녀의 말로는 둘의 관계를 눈치 챈 마르타가 자신을 찾아왔었고 자신의 차를 몰고 약속 장소로 나갔다는 것이다. 맙소사.

 

"비밀이 있다는 게 얼마나 괴로운 건지 자네는 모를 걸. 그건 마치 기생충과 같은 거야. 영양분을 빨아먹으면서 점점 크게 자라지. 급기야는 심장을 갉아먹고 이제 밖으로 나오려고 해. 가딱하면 입밖으로 튀어나오고 눈 위로 기어 나온다고!" 

 

 

 

 

 

실수를 만회하려고 위장을 하고 거짓말로 거짓말을 덮어나가며 그의 실체가 한 꺼풀씩 벗겨져나가기 시작한다. 매력적인 작가이자 자상한 남편, 그리고 사려 깊은 친구이자 이웃인 줄로만 알았던 헨리 하이든이 감춰왔던 또 다른 모습은 살인자였다. 미스터 하이든은 과연 누구인가? 보육원의 동기 기스베르트 파쉬의 등장으로 시종일관 긴장을 늦출 수 없는 플롯이 전개되면서 인간에 대한 예리한 관찰력이 빛을 발한다. <미션 임파서블>로 유명한 감독 브라이언 드 팔마가 이 소설의 영화화를 결정했다고 한다.

 

 

"집에 가서 아내에게 다 말할게"

 

헨리는 사내대장부엿다. 이제 집으로 가서 모든 거짓을 걷어버리고 진실을 말할 것이다. 추한 사실들 모두를 말이다. 이는 그동안 신뢰를 기반으로 한 아내 마르타와의 행복한 삶을 끝장낸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반면에 이는 지금의 허위로 가득찬 인생에서의 해방을 의미하기도 했다. 더 이상 찌질한 불륜남이 아니어도 된다.

 

 

그는 베티의 가느다란 허리를 팔로 감쌌다. 풀밭에 큼직한 돌덩이가 보였다. 묵직해 보이는 게 그만하면 사람에게 치명상을 입힐 수 있을 것 같았다. 허리를 굽혀 들어올리기만 하면 돼! 하지만 이를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 그는 스바루의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걸었다. 그리고 절벽을 향해 돌진하는 대신 후진 기어를 넣고 차를 뒤로 뺐다. 나중에 크게 후회하게 될 행동이었다.

 

 

원칙적으로 서평을 읽지 않는 마르타와 달리 헨리는 모든 평을 한 자 한 자 다 읽었다. 특히 마음에 드는 칭찬에는 자를 대고 줄을 그었고 기사를 오려서 스크랩북도 만들었다. '문장 하나하나가 요새와 같다.' 헨리는 이 평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책 표지 접히는 곳에 굵은 글씨로 인쇄돼 있었는데 큰 신문사에서 문학 칼럼을 쓰는 페펜코퍼라는 사람이 쓴 것이었다. 헨리는 '그렇지! 단순하면서도 정곡을 찌르는 문장. 내가 써도 이렇게 썼을 거야'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말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다. 애석하게도 그건 그에게서 나온 문장이 아니었고, 그 무엇도 그에게서 나온 것은 없었다. (/ p.33)

거짓말쟁이들은 잘 알겠지만 거짓말이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으려면 아주 약간의 진실이 들어 있어야 한다. 한 방울만 들어가도 충분할 때가 많지만 중요한 것은 거짓말 속의 진실은 마티니 속의 올리브와 같아야 한다는 것이다. (/ p.108)

행복이란 누군가와 함께하는 것이구나. 그때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 그 함께하는 삶이 사라져버렸다. 불에 탄 딱딱한 플라스틱 조각으로 변해버렸다. 따뜻한 난로 앞에 앉아 있노라니 얼굴 오른편에 다시 마비증상이 왔다. 이제는 뺨을 지나 코까지 퍼졌다. 썩어가는구나.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안에서부터 밖으로 썩어가고 있어. 그래, 난 썩을 놈이야. (/ p.99)

 

 

"하이든 씨, 베티 한젠이 어디 있는지 아십니까?"

"내가 그걸 알면 지금 여기 있지 않겠죠"

 

헨리 하이든은 새 소설이 나오기 전 흔적 없이 사라졌다. 소설은 예상과 달리 베스트셀러가 되지 못했다. 평론가들은 결말이 낯설고 당황스럽다고 평했다. 하이든이 사라지고 1년 뒤 오브라딘 바자리크는 모르는 사람에게서 엽서를 받았다. 거기에는 갈색 잉크에 섬세한 필체로 이렇게 쓰여 있었다.

 

'한 번도 혼자인 적이 없는 것보다는 항상 혼자인 것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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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이 모든 것을 바꾼다 - 무일푼에서 연 매출 100억 신화를 이룬 청년 이인규의 특별한 선택
이인규 지음 / 레드베어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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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가난했던 어린 시절을 겪으며 중학교를 중퇴하고, 무수히 많은 직업을 전전했다. 어쩌면 오랜 시간을 방황의 터널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수도 있었다. 사업가가 된 지금 가끔 과거를 떠올리다 보면 나의 수많은 선택으로 인해 나는 지금 이 자리에 있음을 확인한다. 돌이켜보면 잘 닦인 길을 가기보다는 다소 울퉁불퉁하고 거친 비포장도로를 가면서 새로운 길을 만들어 온 것이, 현재 100억 원대 매출을 올리는 회사의 대표 자리에까지 이를 수 있었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 '프롤로그' 중에서

 

 

뜻이 있으면 길이 있다

 

책의 저자 이인규는 가난한 농사꾼의 아들로 태어나 맨주먹으로 모진 풍파와 맞서 싸우다, 가출과 친구의 죽음, 심지어 중학교까지 중퇴하는 등 방황하는 10대 시절을 보낸다. 20대에는 유일하게 의지했던 어머니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큰 절망에 빠진다. 남들은 평생 한 번을 겪을까 말까한 일을 젊은 시절 수없이 겪었지만 단 한 번도 좌절하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하며 인생을 개척했다. 지독한 가난과 방황으로 제대로 배우지 못했던 탓에 배달 일, 영업직, 퀵 서비스, 납품,

 

 


뿐만 아니라 옥션, G마켓, 11번가, 인터파크 등 온라인 4대 오픈 마켓에서 꾸준히 판매 1위를 고수하며 업계 1위 기업을 탄탄히 유지하고 있다. 딴 길로 새 봐야 딴 길이 보인다고 말하는 저자는, 여전히 엄청난 열정으로 더 큰 꿈을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특별한 '선택'을 하는 중이다.

 

이 책은 거친 세상과 당당히 맞서 새로운 성공 신화를 창조한 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초등학교 정규 학력이 전부였던 그가 연 매출 100억 신화를 창조하는 한 기업의 CEO가 되기까지 어떤 절망과 마주하며 당당히 선택의 폭을 어떻게 넓혀 나갔는지 세세히 살펴볼 수 있다. 지금도 방황하고 있는 모든 청춘들에게 희망과 용기의 메세지를 전한다.

 

 

 

"무일푼에서 연 매출 100억 신화를 이룬 청년 이인규의 특별한 선택"

 

 

면접 시작은 아직 4시간이나 남았어요

 

월요일 아침, 그는 단정하게 옷을 입고 아무도 출근하지 않은 시간에 회사 앞에서 면접을 기다렸다. 그렇게 하면 취업하고 싶은 이곳에 취직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 현장을 목격한 영업팀장은 무척 감명을 받고 다른 면접을 모두 취소하고 그의 채용을 결정했다. 다음 날 출근했더니 그는 새벽에 면접 보러 온 사람으로 이미 사내에 유명인사가 되어 있었다.

 

길을 찾기 위해서는 우선 뜻이 있어야 한다. 뜻을 세우는 것은 그래서 무엇보다 중요하다. 간절히 소망하고 노력하면 세상에는 안 되는 일이란 없다는 것을 그때 그는 많이 느꼈다. 중요한 것은 의미를 두고 뜻을 심어야 한다는 거였다. 의미가 심겨진 곳에 뜻을 함께 심게 되면 엄청난 에너지가 생기게 된다는 것을 정확하게 알게 되었다. 세상에 안 되는 것은 없는 법이다. 자신이 안 된다고 스스로 한계를 긋지 않는다면 말이다.

그는 20대 시절에 놀아 본 적이 거의 없었다. 분식 배달, 족발 배달, 고춧가루 배달, 참기름 배달, 피자 배달, 자장면 배달 등 각종 배달과 관련된 곳에 먼저 취직부터 하고 봤다. 놀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당시 그의 확고한 신념이었다. 노는 만큼 뒤쳐진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혹시라도 정확히 일을 하는 곳이 생기지 않게 되면 원하는 운전직 등을 알아보면서 배달 일을 했다. 그러다 일자리가 나오고 취업에 성공하면 배달 일을 그만두곤 했다. 이런 그의 열정이 새벽에 면접 보러 나가는 행동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지금 이 순간 최선을 다하라

 

우리들은 대부분 다가올 미래에 대해 걱정을 많이 한다. 물론 이런 행동이 전적으로 나쁜 것은 아니다. 다만 식자우환識者憂患이라는 말처럼, 하지 않아도 될 걱정을 지나치게 하다 보면 해야 할 일도 그냥 손 놓아 버리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부를 해야 할 순간에는 공부에 최선을 다하고, 직업을 갖고자 한다면 취업하는 순간에 최선을 다하고, 기업가가 되겠다면 작은 것일지라도 장사를 시작하면 된다. 시작이 반이라고 했다. 지금 이 순간 최선을 다하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성공을 향해 한걸음 다가가고 있을 것이다.

 

성공이라는 글자에 너무 강박받지 않아야 한다. 열심히 하겠다는 각오가 있다면, 그리고 성실히 이를 해내겠다는 각오가 있다면 성공이란 글자는 알아서 따라오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굳이 겁내지 않아도 된다. 한번 생각해보자. 노력처럼 쉽고, 성실처럼 간단한 게 또 어디에 있겠는가? 돈 들이지 않고 투자할 수 있는 이런 일에 최선을 기울여야 한다.

 

 

내 일에 열정을 불태워라

 

꿈꾸는 자의 미래는 결코 헛되지 않다는 사실을 저자는 수많은 경험을 통해 몸소 배우고 익혔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 한다는 말도 있다. 살면서 고생했던 모든 경험들은 이후 자신의 삶의 노하우가 되어 강력한 에너지로 변한다. 경험이 재산이다. 더 많은 경험을 얻기 위해 무수히 많은 문을 두드려야 한다.

 

"지금 고달프다고 좌절하지 말라"

 

우리들은 툭하면 금수저니 흙수저니 하면서 숟가락 타령을 하고 있다. 세상을 현명하게 살아가는 지혜는 적이나 경쟁자조차 자기 편으로 만드는 것이다. 굳이 상대방을 금수저 출신이라고 척을 질 필요가 있겠는가. 상대를 적으로 대하면 항상 적이지만, 친구로 대하면 좋은 이웃이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정정당당하게 승부하는 것을 모토로 삼는다면 상대방도 욕하거나 비방하지 않는다. 함께하는 선의의 경쟁을 펼친다면 이는 아름답다. 이기도 싶다면 경쟁이 아닌 페어플레이를 해야 한다. 이런 정신이야말로 나를 이기고 상대를 이기는 현명한 처사이며 나아가 최상의 방법인 것이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이는 저자가 항상 가슴에 담아 두는 말 중의 하나다. 이처럼 요행을 바라지 말고,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진정성을 담아 성실히 최선을 ㄷ다해 노력한다면 하늘에서도 반드시 좋은 결과를 줄 것이라고 확신한다.

 

살다 보면 누구에게나 기회가 온다. 현재에 최선을 다해 살고 항상 생각한 바를 바로바로 실천하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다면 크든 작든 성공의 길은 자신의 것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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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미너리스 1
엘리너 캐턴 지음, 김지원 옮김 / 다산책방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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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미너리스는 점성술에서 가장 밝게 빛나는 두 별인 해와 달을 뜻한다. 별들이 가장 찬란하게 그 빛을 발한 뒤 소멸하는 것처럼, 이 소설의 주인공들이 좇는 것도 결국엔 그 빛을 잃어버리고 마는 한시적인 환영들일지 모른다. 12개의 별자리를 닮은 12명의 남자와 12개의 진실은 무엇일까? 엇나간 운명 속에 파멸을 향해가지만 그럼에도 마지막까지 희망의 빛을 되살리고자 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은 스스로 택한 운명에 순응하면서도 의지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인간의 숙명을 돌아보게 한다.

 

 

뉴질랜드 골드러쉬 때의 시대상

 

이 소설은 뉴질랜드 골드러시 당시의 시대상을 충실하게 그려내고 있을 뿐 아니라 그를 배경으로 정교하게 얽힌 미스터리를 펼쳐놓는다. 이미 이 소설을 읽은 몇몇 독자는 세라 워터스의 <핑거스미스>에 견주기도 한다. 빅토리아 시대의 어두운 면을 그리고 있고, 빨려 들어가듯 읽을 수 있으며, 스토리의 빠른 전개와 놀라운 반전 등 때문이다. 뉴질랜드 골드러시를 배경으로 모험이 넘치는 살인 미스터리를 전개하고 있다.

 

1866년 골드러쉬가 한창이던 뉴질랜드를 배경으로 일확천금을 노리다 명멸明滅해 간 뭇별 같은 사람들의 이야기다. 점성술의 세계관을 인용해 주요 등장인물 12명에게 물고기 자리, 황소 자리 등 12개 별자리에 해당하는 각각의 성격 특성을 부여했다. 성격은 타고난 운명 같은 것이지만 각 인물들의 운명이 서로 엇갈리거나 갈등하는 큰 구도 아래 의문의 사망 사고, 젊은 금광 부자의 행방불명 등 불길한 사건들의 비밀이 파헤쳐진다. 후반부로 갈수록 각 장章의 길이가 짧아지는 가운데 양파 껍질을 한 꺼풀씩 벗겨내듯 사건의 진실이 모습을 드러낸다.

 

맨부커상 최연소 수상 작가 엘리너 캐턴

 

 

 

 

 

 



더욱 놀라운 점은 이 모든 것이 천체의 역학관계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12명의 남자는 각각 황도 12궁을 대표, 별자리에 맞는 성격과 특성을 지니고, 나머지 인물들은 행성에 속해 이들 사이를 넘나든다. 맨부커상 47년 역사상 최연소 수상 작가인 앨리너 캐턴은 "화자의 역할을 하는 무디가 '수성'을 대표하며, 따라서 수성이 관찰되는 시기에 맞춰 그가 이야기에서 나타나고 사라지도록 구성했다"라고 말한다. 이처럼 각각의 캐릭터가 모두 핵심 역할을 수행하며 천체의 흐름에 정확히 들어맞는다는 점은 작가가 얼마나 많은 조사와 고민으로 완벽한 구조를 이루어냈는지 보여주는 것이기에 감탄하게 만든다.

 

각 별자리를 따라가며 인간의 운명을 비춘다. 자궁에서 피투성이의 생명으로 태어나 각기 집단적인 관점을 거부하는 양자리, 주관적 태도를 고집하는 황소자리, 배타적인 규칙을 따르는 쌍둥이자리와 원인을 찾는 게자리, 목적을 추구하는 사자자리와 계획을 바라는 처녀자리를 지나 인간은 드디어 스스로의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하여 천칭자리는 개념으로, 전갈자리는 재능으로, 궁수자리는 목소리로 그 특성을 발현한다. 염소자리에서 기억을 얻고 물병자리에서 통찰력을 얻은 인간은 12궁에서 가장 오래되고 마지막을 점하는 물고기자리에 와서야 자아를 얻어 완전해진다. 하지만 작가는 이 물고기자리를 "자기 파멸의 궁"이라 명명한다. 운명의 의지이자 운명 지어진 의지를 뜻하는 물고기자리의 두 마리 물고기는 결국 우리 자신이 선택한 스스로의 운명과 결말을 상징한다는 것이다.


12명의 남자를 비롯한 소설의 주요인물들은 저마다 삶에서 밀려나 마지막 남은 희망의 끈을 쥐고 뉴질랜드의 황량한 금광 마을로 모여든 사람들이다. 그 희망은 황금이기도 하고, 남녀 간 또는 가족 간의 사랑이기도 하며, 복수이기도 하다. 절실한 희망은 그릇된 탐욕을 만나 살인과 배신, 거짓으로 얼룩진다. 엇나간 운명 속에 파멸을 향해가지만 그럼에도 마지막까지 희망의 빛을 되살리고자 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은 스스로 택한 운명에 순응하면서도 의지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인간의 숙명을 돌아보게 한다.

 

 

 

 

1866년, 월터 무디는 크게 한몫 잡겠다는 생각으로 금을 찾아 뉴질랜드에 도착한다. 그날 저녁, 그는 황량한 금광 마을 호키티카의 허름한 호텔 흡연실에서 자신도 모르게 12명의 남자로 구성된 비밀 모임에 끼어들게 된다. 실종된 젊은 갑부와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던 창녀, 외딴 오두막에서 살해된 부랑자의 집에서 발견된 어마어마한 양의 금, 삶에서 밀려나 세상의 끝으로 모여든 남자들의 이야기를 듣던 무디는 별자리처럼 얽혀드는 미스터리의 중심으로 빨려 들어간다.

 

크라운 호텔 흡연실에 모인 열두 남자는 마치 우연히 그 자리에 함께하게 된 무리인 듯 보였다. 뿔단추가 달리고 노란 무명, 삼베, 능직으로 만든 프록코트와 연미복, 노퍽재킷 같은 각양각색의 옷차림과 행동거지를 보면, 서로 오갈 수 없을 만큼 안개가 자욱하고 조수가 뚜렷한 도시의 각기 다른 지역에서 사는 열두 명의 사람이 어쩌다 한 객차에 올라탄 것 같은 분위기였다. 

 

 

 

한편에는 시간이 흐르고 공간이 변화하는 커다란 세계가 있고, 또 한편에는 공포와 불안으로 이루어진 작고 정적인 세계가 있다. 두 세계는 구 안의 구처럼 서로 꼭 맞아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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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의 탄생 - 차가움을 달군 사람들의 이야기 사소한 이야기
톰 잭슨 지음, 김희봉 옮김 / Mid(엠아이디) / 2016년 6월
평점 :
절판


제목에 냉장고가 들어간 책은 대부분이 요리책이다. 그러나 이 책은 냉각 기술을 대표하는 냉장고를 둘러싼 온갖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준다. 인류는 물건을 뜨겁게 하는 방법은 비교적 빨리 배웠다. 마찰을 일으키거나, 불을 지르면 된다. 그러나 차갑게 하는 것은 쉽지 않다. 차갑게 하는 방법을 완전히 이해한 것은 근대 학이 거의 성숙 단계에 들어간 뒤의 일이다. - '옮긴이 서문' 중에서

 

 

지금은 너무도 흔한 냉장에 관한 이야기들

 

이 책은 고대의 석빙고 시대부터 현대를 지나 미래에 이르기까지 연대순으로 차가움을 만드는 방법이 알려지게 되는 이야기와 그 과정에서 사람들의 생활에 미친 영향을 다루고 있다. 차가움을 향한 탐구가 진행되는 와중에 프랑스에서는 태자가 독을 탄 얼음물을 마시고 독살되었고, 영국에서는 왕이 두꺼운 벽으로 둘러싸인 얼음 창고에서 꾸며진 음모에 의해 퇴출되었으며, 이탈리아에서는 대공大公이 얼음을 넣어 만든 칵테일을 마시고 취하곤 했다. 호수에서 얼음을 캐 세계 각지로 팔아 갑부가 된 미국인이 있었고, 이들이 월든 호수까지 진입하는 바람에 은둔의 삶을 즐기던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방해받기도 했다.

 

식품 보관과 운반의 거대한 체계가 우리를 지탱해주고 있다. 이 체계가 잠시라도 어긋나면 도시의 일상은 파괴될 것이고, 수십만 명의 도시민들은 사라질 것이다. 우리는 식량을 구하기 위해 미친 듯이 싸우는 짐승이 될 것이다... 현대 문명은 냉장고에 의존한다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다. - '새로운 빙하 시대'(1931년에 발행된 한 잡지에 실린) 중에서

 

사실 냉각 기술은 식품 보관 말고도 무궁무진한 용도가 있다. 에어컨은 물론이고, 드라이아이스, 액체 질소, 액체 헬륨 등을 만들 수 있는 극저온 기술은 정자, 배아, 줄기 세포의 보관을 가능하게 만듦에 따라 생명 공학의 발전에 크게 기여하고 있으며, MRI나 자기 부상 열차 등의 편의를 제공하기도 한다.

 

인류는 적어도 10만 년 전에 불을 다루는 법을 터득했고, 그 뒤로 내내 열과 빛을 통제했다. 그리고 우리는 겨우 백 년 전에 차가움과의 전쟁에서 승리했다. 하지만 이 승리의 혜택을 모든 인류가 골고루 누리지는 못하고 있다. 오늘날 차가움과 뜨거움이 동전의 양면이라는 것은 상식을 넘어선 당연한 사실이지만, 이것을 알아내기 위해 애쓴 수많은 학자들에게는 전혀 명료한 사실이 아니었다. 차가움과 뜨거움의 진실을 밝히려고 했던 학자들은 별똥별을 관찰하고 영구 운동 장치를 만들기도 했지만, 요정의 지혜를 빌리고 생쥐를 고문하는 등의 얼핏 보기에 기이한 일도 벌였다.

 

코르넬리우스 드레벨, 로버트 보일, 제임스 줄 같은 사람들이 밝혀낸 지식은 열역학의 기초가 되었다. 열역학은 에너지의 흐름에 대해 알아보는 물리학의 분야이다. 냉장고는 '열펌프'다. 열펌프의 반대 개념은 '열 배출구'다. 이 개념은 뜨거운 곳의 에너지가 덜 뜨거운 곳으로 흐른다는 것이다. 열은 태양에서 쏟아져 나와서 주위의 물체들(지구도 포함된다)을 데운다. 지구는 ㄷ다시 열에너지를 텅 빈 우주, 즉 궁극의 '열 배출구'로 내보낸다. 냉장고의 경우, 냉장실의 열을 밖으로 내보내고, 그 결과로 내부에 있는 것들이 차가워진다.

 

추운 겨울에 만들어진 얼음을 저장했다가 더운 여름에 사용하는 방법은 오랜 옛날에 왕이나 부자, 즉 권력자들을 위한 틈새 기술이었다. 특히 아시아에서 이 기술이 발전했는데, 우리나라에도 신라시대에 만들어진 석빙고를 비롯해 조선시대의 서빙고와 동빙고가 선조들의 유산으로 남아 있다.

 

<삼국유사>에 의하면 서기 1세기 신라 3대 노례왕(유리왕)때 얼음창고(빙고氷庫)를 지었다는 기록이 있고, <삼국사기>의 '신라본기'에는 서기 505년 지증황 때 얼음창고를 관리하는 빙고전氷庫典이라는 관청을 설립했다고 한다. 아무튼 동양의 이 기술은 르네상스 시대에 유럽으로 유래되어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의 귀족들은 차가운 와인와 냉동 디저트를 즐길 수 있었다.   

 

 

 

 

 

 

페르시아의 냉각 기술

 

페르시아의 냉각 기술은 바지르, 카나트, 야크찰이라는 세 부분을 바탕으로 한다. 야크찰은 말 그대로 '얼음 구덩이'를 뜻하며, 현대의 페르시아에서 냉장고라는 뜻으로 쓰인다. 카나트는 일종의 지하 관개수로이며, 바지르는 '바람을 잡는다'는 뜻으로, 단순하지만 효과적인 통풍 설비이다.


페르시아가 고대 세계에서 얼음의 중심지가 된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로 연중 기온 차가 크다. 물이 얼 정도로 추운 겨울밤이 많고, 여름낮에는 얼음이 귀한 대접을 받을 만큼 덥다. 둘째, 이 지역은 큰 강이 없고 건조하다. 공기 중의 습도가 낮아서 얼음이 잘 얼고, 지표수가 부족해서 지하수를 관개에 이용해야 했고, 증발을 막기 위해 관개수로를 지하에 만들어야 했다. 이 두 가지 이유로 고대 페르시아 사람들은 물을 다스리는 방법을 터득하게 되었다.

 

 

 

차가움의 궁극적인 원인

 

"자연은 진공을 싫어한다"

- 아리스토텔레스 

 

이 경구는 수백 년 동안 떠돌면서 차가움을 이해하려는 노력에도 깊은 영향을 주었다. 아리스토텔레스에게 '차가움의 궁극적인 원인'은 바로 물이었다. 고대에는 북극에 거대한 차가움의 저장소가 있다고 생각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죽을 무렵, 그리스의 탐험가 피테아스가 이 신화적인 땅에 방문했다지만, 이 항해에 대한 직접적인 설명은 남아있지 않다.

 

피테아스는 이 탐험에서 영국 섬을 발견했고(사실은 그가 여행하기 전에도 이미 알려져 있었다), 북쪽으로 엿새 동안 더 항해해서 북극에 도착했다고 한다. 거기에서 그는 원소들이 진창과 얼어붙은 안개 속에서 뒤엉키는 모습을 보았다. 그의 설명으로 추측컨대, 아마도 북극 부근을 여행한 듯하다. 학자들도 그가 북해를 둘러가서 노르웨이 해안의 트론드하임에 가까운 어딘가에 도착, 영국 해안을 따라 귀환했다고 추측한다.

 

잠비스타 델라포르타'차가움의 궁극적인 원인'을 밝혀냈다. 그는 염화암모늄과 보통의 소금을 섞어서 물을 차갑게 했고, 그다음에는 눈을 많이 넣었다. 여기에 물이 가득 찬 유리병을 담갔다. 이 유리병을 부드럽게 두드리면서 휘저어서 속에 든 물이 순식간에 얼렸다. 이 광경을 목격한 사람들은 놀라거나 공포에 떨었다. 이 기술은 실생활에 바로 적용됐는데, 프란체스코 대공은 궁전에서 시원한 포도주를 마시고 곤드레만드레가 되었다. 그는 대공의 자리를 탐내던 동생에게 결국 독살을 당했다.

 

 

얼음의 제왕 튜더 가족

 

1820년대 중반까지, 튜더 가족은 날로 커져가는 얼음 시장에서 가장 큰 사업자였다. 경쟁은 집에서 시작되었다. 강과 호수에서 어는 얼음을 소유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먼저 가는 사람이 임자였다. 얼음을 깨서 마차에 싣고 부두로 끌고 가는 형태로 매우 세련되지 못한 과정을 밟았다.

 

튜더 가족은 여러 해 동안 록우드의 연못에서 얼음을 얻었고, 다른 지역에서도 얼음을 가져다 썼다. 얼음 공급자 중의 한 사람인 내더니엘 위스가 1825년에 얼음을 일정한 모양으로 자르는 장치를 개발했다. 그의 장치는 말이 끄는 절단기로, 쟁기와 톱의 중간쯤 되는 것이었다. 얼음 절단기를 말이 끌고, 말발굽에 스파이크를 신겨서 미끄러지지 않도록 했다. 절단기 날은 얼음에 일정한 간격으로 깊은 자국을 새겼다. 절단기를 여러 번 다시 돌려서 사람이 손으로 떼어 낼 수 있을 정도로 깊은 자국을 만들었다. 그들은 긴 톱과 끌 같은 거대한 목공 연장을 사용했다. 쪼개진 얼음 블록을 물에 띄워서 갈고리와 장대로 둑으로 가져간다. 거기에서 거대한 집게로 얼음 블록을 강변으로 끌어올린다.

 

위스의 장치는 얼음 채취에 매우 효과적이었고, 더 많은 얼음을 한꺼번에 운반하거나 저장할 수 있게 했다. 얼음 블록은 모양이 일정해서 깨진 얼음보다 서로 더 잘 맞았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효율은 1827년과 1828년의 계절답지 않게 따뜻한 겨울에 얼음 채취 경쟁에서 가치를 입증했다.

 

하지만 얼음 산업이 누구에게나 다 환영받지 않았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 <월든>에서 얼음을 채취하는 사람들의 활동을 기술하고 있다. 그는 프레더릭 튜더 같은 사람이 호수에서 얼음을 모아 엄청난 부자가 되는 것이 어리석은 일이라고 생각했고, 과연 이런 일이 사회에 어떤 점에서 좋은지 묻고 있다. <월든>은 현대의 녹색 운동의 뿌리가 되었다.

 

 

냉장고의 탄생

 

초기의 냉장고 중에서 상징적인 모델 중의 하나는 제너럴일렉트릭모니터 톱으로, 이 기계는 위쪽으로 원통형 압축기와 응축기가 돌출되어 있었다. 이 튼튼한 장치의 이름은 독립 전쟁 때의 철갑 전함에서 따왔지만, 상자 모양의 설계는 주방에 얼굴 없는 로봇이 들어와 있는 것 같았다. 모니터 톱은 아무 무거워서 냉장고가 안전하다는 확신을 주었다.

 

"이것은 완벽하게 안전합니다. 철갑으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모니터 톱은 골동품이 되었지만, 여전히 잘 작동하는 것들도 많다. 이 장치를 살펴보면 최신 냉장고도 그리 크게 변하지 않았다는 것에 놀라게 된다. 압축기는 안쪽으로 숨었고, 응축 코일은 뒤쪽에 배치되었다. 나이가 든 사람들은 냉장고 위쪽에 얼음 상자가 있어서 작은 냉동실 역할을 했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이 모든 것을 알루미늄 판으로 만든 냉각 코일이 둘러싸고 있었다. 이것이 차가움을 얻는 부분이고, 냉각된 공기가 아래쪽으로 내려가고, 가장 덜 차가운 아래쪽에 채소 보관함을 둔다.

 

현대의 냉동-냉장고는 일반적으로 이 부분을 패널 뒤쪽으로 숨기고, 아래쪽에 있는 냉동실과 접촉시킨다. 미국식의 양문형은 양쪽에 따로 냉각 시스템을 배치한다. 유럽은 뒤늦게 냉장고 시장에 뛰어들었고, 유럽에서 만든 냉장고는 대개 미국에 비해 부피가 절반쯤 된다.

 

가정용 냉장고 수요가 급증하면서 프레온(염화불화탄소)도 계속 생산되었다. 1937년에 북미 지역에 냉장고 2백만 대가 보급되었고, 이후 1980년에는 전 세계에 수억 대의  냉장고가 보급되었다. 염화불화탄소의 사용이 증감함에 따라 오존층에 구멍이 생기는 현상이 발생했다. 이제 냉매는 밀려나고 대신에 과불화탄소를 사용한다. 2010년 이후로 대기중에 염화불화탄소는 사라지고 오존 구멍은 줄어들고 있다. 그렇다면 냉장고는 이제 위험하지 않은가? 이는 생각하기 나름일 것이다.

 

 

냉장고의 분신들

 

냉장고는 언제 냉장고가 아닌가? 뻔한 답은 에어컨이 될 테지만, 이보다 더 기발한 답도 있다. 냉장고는 가스 공장이 될 수도 있고, 로켓엔진, 데이터 센터, 심지어 수소폭탄이 될 수도 있다. 이것은 구멍을 파고, 댐을 건설하고, 아원자 입자를 추적하고, 뇌의 영상을 찍고, 세계의 절반을 먹여 살리는 데 사용된다(물론 식품 냉장에 사용하지 않고). 이것이 숨겨진 차가움이다. 풍악도 울리지 않고 조용히, 냉각 기술은 현대문명의 깊숙한 곳에서 묵묵히 일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미국의 건물들 중에서 3분의 2가 에어컨을 갖추고 있다. 이 에어컨들은 미국의 발전소에 생산하는 전력의 5%를 사용하며, 매년 110억 달러를 쓰고 있다. 에어컨은 한 해의 가장 더운 계절에 공기를 냉각하고자 설계되었다. 심지어 어떤 곳에선 일 년 내내 켜두기도 한다. 한겨울에도 가동된다는 말이다. 에어컨은 대기 중에 이산화탄소를 가장 많이 내뿜는다. 모든 에어컨은 공기를 덥게 한다.

 

 

 

 

냉장 체인이 끊어지면 사회는 붕괴한다

 

냉각 기술은 세계를 변화시켰다.  지금 세계는 새로운 연료와 새로운 힘의 저장법을 필요로 한다. 태양에너지나 풍력 등 재생 에너지는 우리가 필요로 할 때 켜고 끌 수 없다. 따라서 이 에너지를 재사용할 수 있는 형태로 저장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우리들에게 남겨진 과제이다.

 

냉장고는 1750년에 처음 우리들에게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대량판매가 가능할 정도로 개발되는데는 170년이나 더 걸렸다. 차가움은 이젠 우리들의 일상에서 뗄 수 없을 정도로 불가결한 요소가 되어 버렸다. 이는 와인, 디저트, 고기, 과일 등의 신선도 유지를 위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책의 후반부에 거론되는 스마트 냉장고는 2000년에 LG가 세계 최초로 출시했는데 가격이 무려 2000만원이었다. 문을 열지 않고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 알 수 있는 대가로 지불하기에는 비싼 금액이었다. 십여년이 경과한 지금, 스마트 냉장고는 집 안의 모든 기기들을 연결하는 '허브'로까지 발전했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 보던 양문형 냉장고가 집 안으로 들어오는 데 걸린 시간만큼 스마트 냉장고가 선남선녀의 집으로 들어오는 데는 여전히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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