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학에 관한 모든 것
파스칼 보니파스 지음, 정상필 옮김 / 레디셋고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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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아침 지정학이나 정치학, 역사학적 맥락을 배제한 뉴스를 접하게 된다면 그 뉴스를 통해 뭔가를 배울 수는 있지만 정확하게 이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사건을 둘러싼 여러 요인들을 배치해놓은 다음에라야 제대로 된 이해가 가능하다. 시간은 속절없이 흐르는데 우리는 점점 더 역사적 사건과 거리를 두지 못하고 있다. - '서문' 중에서

 

 

지정학이 우리들에게 미치는 영향

 

오늘날의 세계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 현재를 있게 한 굵직한 역사적 이정표들을 짚어보는 것이 필요하다. 저자가 이 책을 쓴 이유다. 사건들을 연속성의 맥락에서 재배치하고, 어떻게 협력과 대립이 차레로 일어났는지 또는 동시에 이뤄졌는지를 보여준다. 과거는 현재와 미래를 가두는 어두운 덫이 아니다. 밝게 비춰야 한다.

 

저자 파스칼 보니파스프랑스의 국제정치학자로 프랑스 국제관계전략연구소(IRIS) 소장이며, 현재 파리8대학 유럽학연구소에서 강의하고 있다. 또 <전략 연감>과 계간 <국제전략학술지>의 편집주간을 맡고 있다. 그는 국제적인 지정학 전문지에 많은 논문을 발표했고, 프랑스 국내는 물론 유럽, 북아프리카, 중동 여러 나라의 다양한 언론 매체를 통해 정기적으로 논평하고 있다. 국제관계, 핵 문제, 군축 문제, 강대국 간 파워게임, 프랑스 외교정책, 국제관계 속 스포츠 등을 주제로 40여 권의 책을 펴냈다. 프랑스 국제협력최고위원회의 위원(1999~2003), 유엔 군축자문위원회 위원(2001~2005)을 지

 

 

 

 

 

 

 

 

 과거에 발생한 지정학적 사건들이 여전히 영향력을 지니고 있고, 또한 현실 속에서 진행형이다. 따라서 오늘날의 국제질서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지정학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유럽은 15세기 말 대항해시대 이후 줄곧 세계를 지배해왔다. 세계의 유럽화를 통해 최초로 세계화를 진행한 것도 유럽이었지만 유럽에서 발발한 두 번의 세계대전은 유럽 중심의 국제관계를 미국과 소련 중심으로 바꿔놓고 말았다. 국력이 쇠락해진 유럽의 많은 국가들은 미국과 소련에 의지 할 수밖에 없었고, 이로 인해 극단의 양극화가 발생하게 되었다.
 
이후 서로 상이한 정치체제를 지향하는 미국과 소련은 상대방이 지구촌에서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경계하면서 새로운 국제질서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두 개의 초강대국이 라이벌 관계를 유지하더라도 전쟁만큼은 피할 수 있었던 이 시기에 '냉전''데탕트'가 등장했다.
 
냉전 시대에 베를린 장벽 건설과 핵무기의 등장은 마치 뇌관처럼 위험스럽기 그지 없었다. 평화와 자유를 갈망하는 많은 사람들의 노력은 결국 냉전의 긴 시기를 관통하며 자연스럽게 긴장의 완화를 뜻하는 '데탕트' 시기로 이어져, 유럽은 가장 긴 시간 동안 평화를 유지하게 된다.
 
반면, 공산주의 체제를 보존하기 위해 동서분열 구도에서 벗어나 근본적인 개혁을 하고자 했던 소련은 결국 붕괴하고 만다. 이로써 양극화 체제는 자취를 감추었고, 서방세계 국가가 아닌 다른 국가들이 존재감을 드러내며 다극화 체제가 등장한다. 저자는 역사상 처음으로 대규모 세계전쟁에 의하지 않고 국제질서가 근본적으로 뒤바뀌게 되었지만 여전히 국가 간 긴장은 존재한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20세기와 21세기에 일어난 다양한 국제 사건들을 토대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지정학을 크게 냉전과 데탕트, 다극화 세계의 출현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이 과정에서 그는 사건들을 연속성의 맥락에서 재배치하고, 어떻게 협력과 대립이 차례로 일어났는지 또는 동시에 이뤄졌는지를 보여준다.  

유럽의 몰락, 미국과 소련의 등장, 소련의 붕괴 등 1945년 이후의 국제관계 변화를 거시적으로 다룬 이 책은 국가의 권력과 공간의 이동을 검토한다. 이를 통해 지정학의 중요성을 알려주고 오늘날의 국제관계를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평소 국제뉴스를 접할 때 현상만 바라보고 본질을 제대로 알지 못했지만 이 책을 통해 자연스럽게 그 이유를 찾게 된다.

 

7월 13일, 한국 국방부는 경북 성주군 성산포대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지역으로 발표했다.

7월 14일, 프랑스 니스에서 테러가 발생해 최소 84명이 사망하고 200여 명이 부상을 당했다.

7월 15일, 터키에서 쿠데타가 발생했다.

 

 

이 뉴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단순히 보면 한국에서, 프랑스에서, 터키에서 발생한 별개의 소식들이다. 그렇지만 전 세계가 이 뉴스에 주목했고, 단발의 사건` 또는 사고로 인식한 게 아니라 장기적인, 여러 갈래로 또 다른 문제 및 생각해 볼 거리들을 낳는, 이슈로 여겨지고 있다.

 

걍북 성주에 사드가 배치되는 일은 성주군, 경상북도, 좀 더 넓혀 봤을 때 대한민국만의 일일까? 아니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북한 등 동북아시아를 중심으로 하는 국제 정세를 움직이게 만드는 어떤 힘이 숨어 있다. 이처럼 그 힘의 실체를 밝혀내는 것이 바로 지정학이다.

2015년 11월 파리 테러에 이어 프랑스에서 다시 테러가 발생한 이유에 대한 분석도 지정학에 근거를 둔다. 테러범들이 미국보다 침투하기 쉬운 유럽의 국가들 중에서도, 북부 아프리카의 알제리 등 이슬람 지역을 식민지화 했던 프랑스에 대한 증오심을 바탕으로 벌인 사건이며, 향후에도 계속 프랑스를 노린다는 분석이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다.

 

경제 이슈도 지정학을 바탕으로 분석된다. 성주 사드 배치, 프랑스 니스 테러, 터키 쿠데타 이후 쏟아져 나온 소식은 지정학적 리스크를 만들어 미국 국채 수익률 상승, 국제유가 부담 요인 증가, 증권가 방위산업 관련주의 관심 증가 등 세계 경제 속 다양한 움직임을 야기한다는 분석과 전망이 나타나고 있다.

 

 오늘날의 국제질서, 지정학적 접근이 필요하다

 

"국제화된 세계에서는 아무리 국력이 강하다 해도 한 국가가 일방적으로 의제와 규칙을 정하고 따르도록 강요할 수 없다. 이라크 전쟁에서의 미국의 실패는 세계질서에서 독주체제가 불가능하다는 걸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국제 질서는 현재 불확실성이라는 위기에 처했다. 영국의 브렉시트만 봐도 짐작할 수 있다. 연일 쏟아지는 국제 정보의 해석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그래서 국제관계전략연구소의 소장이자 파리 8대학 교수인 파스칼 보니파스는 세계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한 지정학을 제시한다. 오늘날의 국제질서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정학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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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로 태어나 아프지 않고 사는 법 - 건강하고 아름답게 나이 드는 오행 습관
장허야오 지음, 정주은 옮김 / 비타북스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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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랜 의학 공부와 수많은 임상 경험 끝에 여성에게 흔히 발생하는 질병의 원인과 치료의 해답을 '오행五行'에서 찾게 되었다. 오행의 규칙에 따라 여성의 체질은 목, 화, 토, 금, 수, 이 다섯 가지로 나뉜다. 사람은 저마다 다른 체질을 타고나고, 잘 걸리는 질병과 집중적으로 보살펴야 하는 장기도 다 다르다. 자신의 체질을 찾기만 하면 건강과 아름다움을 지킬 당신만을 위한 방법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 '저자의 말' 중에서

 

 

건강과 미를 보장하는 오행 습관

 

저자 장허야오는 중국 최초· 최고의 의학 경전인 <황제내경黃帝內經>에서 말하는 오행 건강의 정수와 오늘날 여성을 괴롭히는 질병을 연계해 여성의 심신을 지키는 건강법을 창시했다. 중의 약학 전문 기술 평가원이자 고급 침구사 및 중의학 교사로, 중의 양생학, 아로마 양생학, 자연 요법 양생학, 심리 양생학을 주로 연구한다. 중국 TV 프로그램에서 뷰티· 건강 프로그램의 단골 초청 강사이자 여성 잡지에 건강 칼럼을 기고하는 작가로, 시청자와 독자가 뽑은 '가장 핫한 여성 전문가'로도 잘 알려져 있다.

 

여성의 일생은 고난의 행군이다. 월경, 결혼, 출산은 물론이고 불가능에 가까운 '일과 가정의 양립'을 가능하게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이, 여성의 몸과 마음은 점점 쇠약해져간다. 주변만 살펴봐도 열에 아홉은 몸 안팎이 삐걱거린다고 하고, 그중에는 심각한 질병을 앓는 사람도 있다.

 

"세상의 모든 존재는 다섯 가지 속성으로 나눌 수 있다. 하나, 나무는 나서 자라고 막힘없이 밖으로 뻗어나가는 작용을 하는 사물을 이른다.(중략) 다섯, 물은 아래로 흘러 윤택하게 하고 차가운 작용을 하는 사물을 가리킨다"

 

이는 <황제내경>에 나오는 말이다. 우주만물을 이루는 이 다섯 가지 속성을 가리켜 바로 오행五行이라고 부른다. 대자연에는 나무, 불, 흙, 쇠, 물이라는 오행이 있다면 인체에는 이에 상응해서 간, 심장, 비장, 폐, 신장의 오장五臟이 있다. 오장은 다시 쓸개, 소장, 위장, 대장, 방광 등 오부五腑와 힘줄, 경맥, 살, 피부, 뼈의 오체五體를 곁에 둔다. 마찬가지로 여성들의 건강과 외적인 아름다움은 결코 이 오행의 섭리를 벗어날 수 없다.

 

원판 불편의 법칙이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값비싼 명품 화장품을 발라도 원판은 불변이라는 것이다. 그 이유가 뭘까? 중의학에선 "폐가 피모皮毛를 주관한다"고 언급하며, 피부의 주름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비위脾胃를 잘 다스려야 한다고 한다. 폐는 오행 중 쇠에 속하고, 비위는 흙에 속한다. 오행에선 "흙은 쇠를 낳는다"고 말한다. 따라서, 비위를 튼튼하게 하면 근본적으로 폐에 도움이 된다. 이에 따라 폐의 기운이 충분해지면 피부에서도 윤이 나고 촉촉해진다.

 

 

  

 

 

생년월일에 따라 타고난 체질이 다르다

 

많은 독자가 궁금해하는 문제는 단 하나, 바로 '내 체질은 오행 중 어디에 속하는가?'일 것이다. 일단 책의 부록을 펼쳐 자신의 생년월일에 해당하는 체질을 찾기만 하면 자신이 걸리기 쉬운 질병과 특별히 신경 써서 보살펴야 하는 장기가 무엇인지 알게 된다. 그러면 가장 이상적인 경우 평생 병에 걸리지 않을 수 있고, 비교적 바람직한 경우 병에 덜 걸릴 수 있고, 최악의 경우 설령 병에 걸리더라도 나을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된다.

 

 

 

 

 

바스트업 나비자세 

 

"뽕을 아무리 넣으면 뭐해? 뽕을 빼고 나면 가슴과 등판이 구분이 안 되는데.... 정말 속상해 죽겠어. 가슴 확대 수술을 받을까 생각도 해봤는데, 하루가 멀다 하고 성형수술 사고 소식이 들려오니 엄두가 안 나. 게다가 성형수술 사고 소식이 들려오니 무서워서 수술은 못하겠어"

 

일명 '껌 딱지' 가슴 때문에 괴로워하는 친구의 말이다. 이에 저자는 친구를 도와주기로 다짐했다. "고민하지 마. 바스트업 나비자세 하나면 해결할 수 있으니까. 이 동작은 방법도 간단하고 돈도 안 들면서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할 수 있어"

 

 

 



살을 빼려면 먼저 몸부터 보양하라

 

요즘 나오는 다이어트 약은 대부분 '설사약'을 기반으로 해서 몸에 있는 것을 빼내는 데만 열중한다. 그런데 이때 불필요한 쓰레기뿐 아니라 건강한 몸을 유지하기 위해 꼭 필요한 필수 영양분도 함께 씻겨 내려가 버린다. 그 결과 비장과 위장은 갈수록 허약해져 살을 뺄수록 도리어 더 살이 찌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한다.

 

오랜 임상 경험을 토대로 저자가 내린 결론은 다이어트를 하려면 뺄 것은 빼면서 보충할 것은 보충해야 요요현상 없이 살을 뺄 수 있다. 구체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뱀춤을 추고 혈자리 두 개를 3분씩 문질러주면 누구라도 날씬한 몸매를 가질 수 있다. 

 

 

 

 

쌀뜨물 세안

 

쌀뜨물 세안을 하면 쌀뜨물의 영양이 피부와 털을 타고 폐부로 전해져 폐를 촉촉하게 적시고 건강하게 한다. 이렇게 되면  폐가 튼튼해져 병이 안 생길 뿐만 아니라 피부를 백옥처럼 하얗게 가꿀 수 있다. 그야말로 도랑 치고 가재 잡는 방법이다. 또 피부가 건성인 사람은 쌀뜨물에 꿀 한 숟가락을 넣으면 보습 기능이 강화된다.

 

그렇게 보름 동안 꾸준히 실시하면 폐활량이 눈에 띄게 좋아지고 세수를 하고 나서 로션만 대충 발라도 맑은 피부를 유지하게 된다. 폐의 기운이 약하고 숨이 차며 감기에 잘 걸리던 것이 쌀뜨물 하나로 해결됐고 피부가지 하얘졌다며 정말 신통방통한 방법이라고 감탄했다.

 

 

 



만성 비염, 어떻게 해야 떨쳐버릴 수가 있나

 

"만성 비염은 폐 속의 기가 막혀서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폐의 기운만 잘 소통시키면 금방 나을 겁니다. 매일 아침 7시에 코 전체에 수분크림을 바르고 가운뎃손가락과 집게손가락을 한데 모아 문질러 열을 낸 다음, 열이 나는 손가락으로 코 전체를 반복해서 문지르세요. 이때 얼굴에 있는 일곱 구멍을 모두 소통시키는 팬파이프 연주곡 <Wonderful Smell Overflow>, <Sailing>을 들으면서 자신의 코가 팬파이프들이라고 상상하며 코를 문지르면 혈이 뚫리면서 비강도 뻥 뚫릴 거예요"

 

 

 


식초로 고혈압, 고지혈, 고혈당을 잡자

 

 

뤼 여사는 회사에서 건강검진을 받았다가 고혈압, 고혈당 진단을 받았다. 생각지도 못한 결과에 그녀는 정신이 아득해졌다. "앞으로 요리할 때는 기름과 소금을 덜 쓰고 그 대신 식초를 넣어보세요. 식재료를 냄비에 넣자마자 바로 식초를 뿌리고 그릇에 옮기기 전에 한 번 더 뿌리세요. 또 끼니마다 채소를 드셔야 합니다. 채소를 볶을 때도 식초를 넣으세요"

 

그 후 1년 동안 열심히 식초를 먹은 뤼 여사는 다시 시행한 건강검진에서 혈압과 콜레스테롤이 모두 정상을 회복했고 동맥경화 증상도 완화되었다. 또 어지럼증이 없어졌으며 손발이 마비되는 증상도 사라졌고 온몸에 기운이 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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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이기는 인생을 살고 싶다 - 적을 만들지 않고 단번에 갈등을 풀어내는 백전백승 변호사의 지혜지략
조우성 지음 / 리더스북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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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이기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상황을 전체적으로 파악하고 대척점에 있는 상대의 감정을 예민하게 감지하고 사려깊게 고려해야 한다. 외피外皮만을 보는 견見의 단계를 넘어 핵심을 꿰뚫어보는 관觀의 단계, 그리고 최적의 해법을 제시하는 진診의 단계에까지 나아가야 한다. - '지은이의 글' 중에서

 

 

이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책의 내용들은 모두 실화다. 책의 저자의 의뢰인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기 위해 이름, 나이, 직업, 상호명 등 구체적인 부분을 약간 변경했을 뿐 책에서 소개되는 30가지 이야기는 모두 팩트에 기초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내용이 영화나 소설 못지않게 충분히 드라마틱하다.

 

저자 조우성은 기업분쟁연구소(CDRI) 소장이자 법무법인 한중파트너의 변호사이다. 그는 서울대학교 법과대학과 동대학원을 졸업, 1997년부터 18년간 법무법인 태평양 민사총괄부 및 기업소송부 파트너변호사로 일했다. 2000년부터 15년간 기업, 지방자치단체, 관공서를 대상으로 법률 리스크 매니지먼트 강의, 협상 강의, 리더십 강의 등을 하고 있다.

 

특히 문제를 해결하는 탁월한 지략과 오랜 현장경험을 인정받아 '변호사를 가르치는 변호사', 'CEO를 가르치는 변호사'로 널리 알려져 있다. 다독가로 이름나 조선비즈 북클럽 자문의원으로 활동했으며 라디오, 방송 등에

 

 

 

 

경고장보다 더 강력한 편지 한 통

 

어느 날, 피아노 학원을 운영하는 김유승 씨가 변호사 사무실을 찾았다. 돌려받아야 할 보증금이 4천만 원인데, 건물주가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고 새로 들어오는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받아가라며 협조하지 않아서 대전에 마련한 주택의 잔금처리에 애로를 겪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더구나 2주 내에 돈을 마련하지 못하면 대전 계약의 계약금을 날릴 판이라는 것이다.

 

"변호사님 명의로 강력한 경고장을 써서 건물주에게 보내면 좀 달라지지 않을까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는 게 어떨까요? 경고장을 보내면 문제가 더 복잡해질 것 같습니다"
"하지만 변호사 명의의 경고장을 받으면 태도가 바뀌지 않을까요?"
"어차피 줄 돈, 좀 늦게 준다고 생각하고 버티는 거죠. 그래봐야 이자 정도 더 붙을 테니까요"

"하지만 의뢰인은 당장 2주 내에 돈을 마련하지 못하면 아주 곤란해지잖아요?"
"하기야 돈 있는 사람이니 이자 정도 붙는 것에 겁을 먹진 않겠네요"

"아마도 건물주가 무시당했다는 느낌을 받은 것 같네요. '그래? 날 무시했어. 좋아' 이렇게 억하심정을 품었는데 의뢰인은 지금 당장 돈이 필요한 상황이 되니 협조하기 싫어진 겁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에 대해 저자는 자초지종을 듣고난 후, 의뢰인에게 감사 편지를 써 전하라고 해법을 제시했다. 사실 건물주가 잘 관리해준 덕분에 그동안 학원 운영도 잘 되었고, 남편이 좋은 곳으로 발령났으며, 건물주가 학원을 들락거린 것도 전혀 나쁜 의도가 없음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출입을 금지시켰으니 감정이 매우 상해 있었던 것이다. 감사 편지를 전한 후 건물주는 보증금 전액에다 이사비 50만 원을 얹어 입금해주었다.

 

기발한 솔루션이 가득하다

 

실제로 이 책 속에는 빈곳을 측면 공격해 유연하게 갈등을 풀어내는 기발한 솔루션이 가득하다. 힘없는 프리랜서 강사는 강사료를 떼일 위기에 처하자 변호사를 찾아 상담했다. 이에 변호사는 '갑의 갑'을 이용하는 문자 메세지를 발송함으로써 단번에 밀린 돈을 받아낸다. 비록 갑일지라도 자신의 갑에겐 한층 약한 법이다. 극적인 반전이 발생한다. 메세지를 보낸지 30분 만에 입금 계좌번호 알려달라고 답신이 왔다.

 

"제가 알아보니 S사의 윤리경영팀에서는 S사 각 부서의 갑질을 감시한는 일을 한다더군요. 제가 S사 윤리경영팀에 민원을 제기하겠습니다. S사 교육팀이 얼마나 갑질이 심한지, 그래서 P사가 얼마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나아가 저 같은 1인 강사의 어려움이 얼마나 큰지를 알리겠습니다"  

 

아들 문제로 의뢰인이 변호사를 찾았다. 대학 졸업 후 1년 넘게 구직 활동을 한 아들이 중견기업인 B사의 서류 심사, 적성검사, 1차 면접을 통과했고, 최종 심층 면접까지 마친 4일 후 B사의 인사부서 담당차장으로부터 "곧 좋은 결과가 있을겁니다. 하하"라는 전화까지 받았지만 이후 아무런 연락이 없어서 B사에 문의했더니 뜻밖에도 일본 거래처가 대지진 여파로 주문량을 대폭 줄이는 바람에 신규 채용이 갑자기 보류됐다는 설명을 들었다며 이에 화가 난 의뢰인은 소송을 준비해달라는 요청이었다.

 

변호사는 이 문제에 대한 해법으로 어떻게 업무를 진행했을까? 첫째, 소송은 시간이 많이 걸리고, 둘째, 소송을 제기하면 아들에게 호의를 베푼 인사부 차장은 B사에서 입지가 곤란해질 수 있음을 이해시킨 뒤, 의뢰인의 아들에게 김차장 앞으로 감사 메일작은 선물을 보내라고 했다. 아들은 그리 했다. 나중에 아들은 김 차장에게서 일본이 아닌 중국 제휴사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에 신입사원으로 오겠냐는 전화를 받고 정식으로 입사에 성공했다. 모두가 채용이 보류되었으나 단 한 명만이. 결국은 사람이 답이다. 

 

어떤 갈등도 해법은 있다

 

어떤 갈등에도 해법은 있다. 결국은 사람이 하는 일이고, 사람이 움직인다. 분쟁의 프레임을 바꾸면 보이지 않던 길이 보인다. 정면이 아닌 우회로를 공략해 갑과 을의 관계를 뒤집는다. 단 하나의 결정적 지식으로 사태의 흐름을 바꾸고, 질문을 바꾸어 돌부처 같던 사람을 움직이게 만든다. 역할 분담을 잘하면 서로 웃으면서 관계를 향상시킬 수 있다.

원칙과 상식 위에서 1% 틈새를 파고들어 해법을 찾아내면 분쟁 없이, 소송 없이 저절로 갈등이 해결된다. 상식을 비트는 절묘한 노림수로 부드럽게 사람과 상황을 움직이는 법을 배우자. 더 이상 관계와 상황에 지지 않는 역전의 해법으로 이제는 누구나 '이기는 인생'을 살 수 있다. 현지 변호사가 제안하는 필승지혜, 모두에게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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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킬 박사와 하이드 인디고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 24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지음, 정윤희 옮김, 규하 그림 / 인디고(글담)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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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이 넘도록 인간의 이중성을 다룬 대표작으로 손꼽히며 영화, 뮤지컬, 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에서 사랑받아 온 고전이 바로 <지킬 박사와 하이드>다. 안개 자욱한 어느 날, 런던에서 끔찍한 사건이 발생하는데 유력한 용의자는 하이드이다. 한편, 변호사 어터슨은 사건의 전모를 밝혀내는 도중 자신의 절친한 친구이자 런던에서 명망 높은 지킬 박사가 하이드와 비밀스럽게 얽혀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인간의 이중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고전

 

<눈의 여왕>, <오페라의 유령> 등 환상적이고 몽환적인 일러스트로 언제나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규하 작가의 그림과 함께 읽는 이 책은 여타 다른 책에 비해 한층 더 섬뜩한 분위기를 보여준다. 주인공의 심리를 대변하듯 안개 낀 런던의 모습과 우중충한 날씨가 잘 표현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하이드가 범죄를 저지르고 도망가는 모습, 지킬 박사가 하이드로 변하는 과정, 두 가지 자아가 투쟁하는 모습 등이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그려졌다. 후반부에서 한 장 한 장 넘어갈 때마다 펼쳐지는 각각의 장면들에서 하이드에게 점점 몸과 마음을 빼앗기고 있는 지킬 박사의 무력감이 강하게 전해진다. 이러한 삽화와 함께 읽는 <지킬 박사와 하이드>에서는 저자 로버트 스티븐슨 특유의 공포감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1886년에 출간된 직후 반전과 충격적인 이야기 전개로 전세계 많은 독자들로부터 사랑받은 이 작품이 인디고의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 24번째 책으로 출간되었다. '빅토리아 시대 런던의 사회 분위기에 대한 날카로운 묘사', '인간의 자아분열 및 갈등에 대한 깊은 이해' 등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던 원전原典의 느낌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의  의식이라는 자궁 속에서 너무 다른 선악의 쌍둥이가 한 탯줄에 묶여서 투쟁해야 한다니, 이건 인류에게 내려진 가혹한 형벌이 아닌가"

 

변호사 어터슨은 무뚝뚝한 사람이었다. 그는 마을의 유명 인사이자 먼 친척뻘인 리처드 엔필드와 함께 일요일 산책을 즐기고 있다. 이들은 헨리 지킬 박사의 가장 오랜 친구들인데, 두 사람 간의 대화 내용은 요즈음 통 지킬 박사를 만나가 어렵고 어떤 연유인지는 몰라도 하이드라는 인물에게 조종당하는 듯하다는 것이다.

 

사실 여기서의 하이드란 인물은 또 다른 인물이 아니라 지킬 박사의 감춰진 다른 모습인 것이다. 박사는 오랫동안 자신의 내면에 감춰진 사악한 심성에 대해 일종의 과학적인 실험을 수행해왔던 것이다. 이 때 사용된 화학 재료의 부작용으로 인해 지킬 박사의 외모는 흉측한 괴물의 모습으로 변한다.

 

"인간은 하나가 아닌 둘이라는 진리였네. 당시 나의 지식수준으로서 인간은 둘이라고밖에 달리 설명할 길이 없었어. 물론 내 의견에 동의하는 사람도 있을 테고 똑같은 논리에서 더욱 앞서는 사람도 있겠지. 감히 단언컨대 인간이란 다양하고 부조화스럽고 독립적인 개체들의 집단이라는 사실이 널리 알려질 날이 올거야"

 

지킬 박사는 치밀한 계산 끝에 소호 거리에 있는 집 한 채를 구입해 가구까지 사들였다. 그런 후 집을 관리하려고 말수가 적고 도덕과는 담을 쌓은 사람을 고용해 집안 식솔들에게 '하이드'의 존재를 알려주고, 언제든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는 특권을 가진 사람이라고 당부해두었다.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하이드'의 모습으로 변신해 이 집을 찾아가 하인들이 그 얼굴을 익히도록 했다.

 

실험 초기엔 제조한 약을 먹고 변신을 시도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지만 갈수록 약의 부작용 탓인지 복용량을 두 배로 늘이는 일이 잦았고 심지어는 목숨을 내놓는 심경으로 세 배를 들이키기도 했다. 즉 실험 초반엔 지킬 박사의 모습을 버리는 게 힘들었지만 이젠 지킬 고유의 모습을 지키는 게 힘든 상황인 셈이다. 기존의 선한 자아를 잃고 사악한 제2의 모습으로 향하고 있었다.

 

이러한 변신은 댄버스 커루 경의 살해 사건으로 인해 표면으로 드러나게 된다. 이후 살인범의 추격이 이어지고 마침내 꼬리가 잡힌 지킬 박사는 포틀랜드 가의 한 호텔에 방을 잡고 그곳에서 래니언과 집사 앞으로 발송될 편지를 작성했던 것이다.

 

"이 편지를 들고 아무 마차나 잡아타고 우리 집으로 즉시 와 주게. 집사 풀에게 사정을 설명해 두었네. 실험실 문을 열고 들어오려면 열쇠공이 필요할 거야. 방안에는 자네 혼자만 들어오길 바라네. 그리고 왼쪽에 있는 유리 장식장에서 몇 가지 가루 약재와 약병 하나, 그리고 공책 한 권을 들고 캐번디시 광장으로 가 주게. 이게 내 첫 번째 부탁일세"

 

편지에는 다른 부탁도 있었다. 자정 무렵에 혼자서 진료실에서 기다리면 메신저가 방문할테니 그 사람에게 그걸 넘겨주라는 것이었다. 이런 부탁에 대해 궁금하다면 5 분만 기다리면 알 게 된다는 말도 남겼다. 즉 지킬 박사가 죽거나 또는 이성을 잃은 모습을 목격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지킬 박사의 운명은 어찌될 것인가? 이 소설의 후반부에서 그 결말을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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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애 마지막 그림 - 화가들이 남긴 최후의 걸작으로 읽는 명화 인문학
나카노 교코 지음, 이지수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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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유언에 인생이 농축되어 있듯이 화가의 마지막 작품에는 인생의 찬란함과 어둠이 짙게 고여 있다. 빛나는 명화의 이면에 숨겨진 화가들의 삶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시대에 얽매여 비루한 삶을 살아내야 했던 화가들이 생의 끝자락에 남기고 싶었던 '인생의 풍경'은 무엇이었을까? 위대한 화가들이 남긴 최고의 작품과 최후의 그림을 중심으로 화가의 삶과 예술을 함께 녹여낸다.

 

 

위대한 화가들이 남긴 최후의 그림

 

일본 최고의 명화 이야기꾼 나카노 교코 교수는 보티첼리부터 고흐까지 유럽 미술의 황금기(15~19세기)를 이끈 15인의 화가가 어떤 노력 끝에 시대를 초월한 명작을 탄생시켰는지, 생의 마지막 그림으로 무엇을 남겼는지를 들려줌으로써 명화를 넘어 화가의 인생을 이야기한다. 이러한 시도는 인문학적 관점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명화 읽기를 제시하며, 나아가 ‘당신은 생의 마지막에 어떤 그림을 남길 것인가’라는 삶을 뒤흔드는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그녀는 작가, 독일문학자. 서양 역사와 예술에 관한 풍부한 지식을 토대로, 미술 에세이나 역사서 등을 열정적으로 집필·강연하고 있다. 국내에 소개된 책으로는 <무서운 그림> 시리즈 세 권을 비롯해 <무서운 그림으로 인간을 읽다>, <잔혹한 왕과 가련한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 운명의 24시간>, <명화의 거짓말>, <나는 꽃과 나비를 그린다>, <미술관 옆 카페에서 읽는 인상주의> 등이 있다.

 

서양회화사는 대부분 중세를 시작으로 르네상스, 마니에리스모, 바로크를 이야기한 뒤 인상파를 거쳐 현대의 혼란한 상황으로 이어지는 흐름으로 설명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그림을 분류했다. 바로 '화가가 무엇을 그려왓는지, 삶의 마지막 순간에는 무엇을 그렸는지'로 나누었다. 이는 '화가가 왜 그것을 그릴 수밖에 없었나'라는 질문과 통한다.

 

이 책은 총 3부, 신(기독교, 그리스 로마 신화)에 몰두한 화가들, 왕과 고용관계를 맺은 궁정화가들, 새로운 세계를 이끄는 시민계급에 바짝 다가간 화가들로 나누었다. 다시 말해 '화가와 신', '화가와 왕', '화가와 민중'이다. 15세기에서 19세기를 살아간 그들이 각각 어떤 문제에 부딪혔고 어떤 노력 끝에 걸작을 탄생시켰는지, 나아가 생의 마지막 작품으로 무엇을 남겼는지까지 살펴본다.

 

 

 

 

 

아펠레스의 중상모략

 

보티첼리가 그린 중상모략이란 과연 무엇일까? 이에 대해서는 세 가지 설이 있다. 첫 번째는 본인에 대한 동성애 의혹, 두 번째는 사보나롤라에게 심취하여 메디치가를 배신했다는 중상모략, 세 번째는 사보나롤라에 대한 비방이다. 이 중 어는 것이 정설인지는 확실치 않다. 다만 여성의 누드가 갑자기 변했다는 점은 확실하다.

 

사보나롤라를 알기 전의 보티첼리라면 이 정도로 시시한 여체는 그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녀의 모습은 조개껍데기를 타고 서풍에 날려 키프로스 섬으로 떠내려 온 비너스와 비슷하나 그 매력의 차이는 1,000만 광년쯤은 떨어져 있어 안쓰러울 지경이다. 어떻게 하면 보는 사람의 관능을 일깨울 수 있는지 아는 자는 어떻게 하면 관능을 지울 수 있는지도 잘 알고 있었다. 확신범이다.

 

보티첼리의 인기는 빠르게 식었다. 풍성한 이야기가 무미건조한 교과서로 변했으니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사보나롤라를 추종하고 그의 부활을 믿었다고 하니 본인은 불행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사보나롤라가 처형되고 12년 후에 보티첼리는 가난 속에서 생을 마감했다.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

 

 

보티첼리가 그린 <비너스의 탄생>과는 달리 부드러운 느낌이 없어 딱딱해 보이는 팔과 곡선이 결여된 나체가 그려져있다.

 

 

그리스도의 변용

 

르네상스의 3대 거장으로 불리는 천재들은 바로 다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다. 이들은 15세기 후반부터 16세기까지 함께 살았던 사람이다. 다빈치는 <모나리자>, 미켈란젤로는 <천지창조>, 라파엘로는 <의자에 앉은 성모> 등으로 유명하다. 이탈리아에서 후원자를 잃은 다빈치가 프랑스 국왕 프랑수아1세의 초청을 받아 <모나리자>를 들고 영원히 조국을 떠난 후 로마는 미켈란젤로와 라파엘로의 양강체제가 되었다.

 

하지만 라파엘로는 다빈치가 예순일곱 살, 미켈란젤로가 여든아홉 살까지 살았던 것에 비해 서른여섯 살로 생을 마감했다. 사망 원인도 불확실한데, 아마도 오랫동안의 작업활동에 따른 과로와 화려한 여성 편력으로 인한 쇠약 때문이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성병으로 사망했다는 설도 있지만, 앓아누운 지 2주쯤에 사망했으므로 이는 직접 원인이 아님에 분명해 보인다.

 

죽기 직전인 서른일곱 살에 그는 추기경 줄리오 데 메디치의 주문으로 대작 <그리스도의 변용>을 그리기 시작했다. 당시엔 큰 그림일수록 제자들에게 부분적으로 대작代作을 맡겼지만, 이 작품만은 손수 그렸고 한 시도 붓을 놓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그럼에도 마지막 완성작은 공방에서 완성되었다. 따라서 그가 어디까지 그렸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다.

 

라파엘로라는 인물을 평하기를 하늘이 주신 재능 덕분에 성공을 향한 계단을 쉽고 가볍게 뛰어올랐다고 말한다. 이 때문에 그는 노력과는 상관 없는 인물로 여겨지기 쉽지만 마지막 작품인 이 그림을 보면 그가 새로운 경지에 이르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 잘 보여 준다.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날카로운 명암 대비대담한 구도는 차 세대의 바로크 화가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날카로운 명암 대비와 인물의 격렬한 움직임은 바로크를 향해 앞서 나가고 있다.

 

 

엘 그레코의 <라오콘>

 

엘 그레코는 일흔세 살까지 살았지만 만년에는 인기가 급속히 식어갔다. 강렬하고 황홀한 그림이 차츰 시대의 트렌드와 어긋났고 또한 지나친 개성이 오히려 질리게 만든 것이 그 원인이었을 수 있다. 이를 느끼고 새로운 시도를 했다. 그리스인이 자신이 그리스 신화를 한 점도 그리지 않았음을 문득 깨달았는지도 모른다.

 

그의 마지막 작품으로 알려진 그림은 처음이자 마지막 신화화神話畵인 <라오콘>이다. 트로이전쟁의 유명한 일화 '트로이 목마'가 주제다. 그리스의 속셈을 알아차린 트로이의 신관 라오콘이 성안으로 목마를 입장시키지 말라고 경고하지 이에 화가 난 여신 아테나(미네르바)가 물뱀을 풀어 라오콘과 두 아들을 죽이는 장면이다. 그는 그림의 배경을 톨레도 시가지로 바꾸었다.주제를 신화로 바꾸어도 그의 개성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엘 그레코는 세상을 떠난 뒤 서서히 잊혔다. 두 세기가 지나 1819년에 스페인 마드리드프라도 미술관이 개관했을 때 그의 작품은 단 한 점도 걸리지 않았다. 지금이라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를 재발견한 사람은 놀랍게도 20세기의 표현주의 화가들이었다. 피카소도 자신의 '청색시대' 인물 묘사는 엘 그레코의 영향을 받았다고 인정했다. '그 그리스인'의 감성이 참으로 새로웠다는, 아니 지나치게 새로웠다는 증거다. 이제, 그의 그림을 감상해보자.

 

 

 

고야의 <나는 아직 배우고 있다>

 

프란시스코 고야는 1746년 에스파냐의 외딴 시골 마을에서 가난한 장인의 아들로 태어났다. 유럽 전체가 근대사회로 전환되어 가는 중에 에스파냐는 여전히 종교재판소가 권력을 휘두르고 있었다. 이로 인해 중세적 봉건제도의 흔적이 짙게 남아 있음에 따라 궁정과 서민 간의 격차는 다른 나라보다 더 컸다.

 

이 모든 세계를 알고 있었던 고야는 유화 500점, 판화 300점, 소묘류 900점 등 엄청난 작품을 묘사했다. 즉 밑바닥 인생을 살아가는 농민부터 최고 권력자인 국왕에 이르기까지, 짐승처럼 서로를 죽이는 인간들로부터 우아하고 아름다운 연애 장면까지 화폭 위에 그려냈던 것이다. 작푼도 감상적인 로코코풍, 내면을 들여다보는 벨라스케스풍, 거친 바로크풍, 뚜렷한 리얼리즘과 기이한 폭력성의 합체, 악몽 같은 환상 등 참으로 다양했다.

 

평범한 사람의 10배, 20배 농축된 인생을 살았던 이 천재는 여든을 넘긴 말년에 검정 콩테로 일종의 자화상을 남겼다. 텁수룩한 머리카락과 긴 수염이 모두 하얗게 센 노인이 등을 구부린 채 양손에 지팡이 두 개를 짚고 간신히 서 있다. 배경은 어둡고 깜깜하지만 두 눈은 아직 번뜩이고 있다. 바로 <나는 아직 배우고 있다>이다.

 

 

 

<비너스와 삼미신에게 무장해제되는 마르스>

 

다비드는 1748년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났다. 아홉 살 때 철재상을 하던 아버지가 결투로 사망하는 바람에 작은아버지에게 맡겨졌다. 먼 친척 중 로코코의 인기화가 부셰가 있었고, 가족의 지인 중에도 예술가가 많았다. 그는 일찍부터 그림으로 성공해 이름을 알리려 결심했지만 좀처럼 프랑스 아카데미가 주최하는 미술대회의 최고상인 로마상을 수상하지 못했다. 스물아홉 살 때 겨우 로마상을 받고 이탈리아로 유학을 갔다.

 

1784년 루이 16세가 주문한 <호라티우스 형제의 맹세>를 발표하여 돌풍을 일으켰다. 전해에 아카데미의 회원이 되었고 공방에는 수많은 제자가 몰려들었다. 바야흐로 다비드의 시대가 오고 있었다. 루이 16세의 권세가 지난날의 태양왕과 비슷했다면 다비드는 그의 궁정화가가 되어 왕의 신격화에 힘썼을 것이다. 그러니 시대는 혁명을 향해 빠르게 나아가고 있었다.

 

만년의 대작 <비너스와 삼미신에게 무장해제되는 마르스>를 보면 보잘것없어진 그림 실력에 놀란다. 이 작품은 그의 최전성기 작품의 서투른 모사에 지나지 않는다. 신고전주의를 중심으로 하는 아카데미 작품이 빠지기 쉬운 함정, 즉 형식에만 급급하고 영혼은 담지 않은 그림이 되어버린 것이다.

 

원래 다비드의 작품은 권위주의를 회화로 표현한 듯한 면이 있어서 호불호가 갈리기보다 잘 그린 그림의 교과서처럼 보였다. 그래도 나폴레옹을 그렸을 때는 나폴레옹이라는 인물 자체의 뜨거운 피가 전달되었다. 하지만 거기서 나폴레옹과 그의 지위를 빼자 그림은 빈껍데기만 남았다.

 

 

 

밀레가 아카데미 회화에 대해 "마음이 담겨 있지 않은 연극 같은 그림"이라고 퍼부었던 비판을 인정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비제 르브룅의 <부인의 초상>

 

대부분의 여성 화가가 그러하듯이 비제 르브룅의 아버지도 화가였다. 이 시기 여자에게는 미술학교의 문이 닫혀 있었고 나체를 보거나 그리는 것도 금지되어 있었다. 역사화에 필수인 골격 연구도 어려워서 작업화가가 될 수 있는 길은 '아버지가 화가여서 집이 공방'인 경우로만 거의 한정되어 있었다.

 

당시에는 드물게 여든일곱 살까지 장수한 비제 르브룅은 남편과 딸을 저세상으로 먼저 보내고 만년을 다소 쓸쓸하게 지냈다. 그러나 죽을 때까지 붓은 버리지 않았다. 사람들은 그녀다운 초상화를 원했고 그 요구에 따라 그녀는 계속 그림을 그렸다. 말년에 가까운 일흔여섯 살 때의 작품이 남아 있다. 러시아풍 헤어스타일을 한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여성의 초상화인데, 생기 있는 터치가 화가의 나이를 짐작하지 못하게 한다. 훌륭한 작품으로 명성을 떨친 18세기 최고의 프로페셔널 여성 화가는 자신의 인생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었던 듯하다. 

 

 

 

 

여인의 헤어스타일이 러시아풍이다

 

 

 

밀레의 <야간의 새사냥>

 

밀레는 죽기 10년쯤 전부터 때때로 심한 두통에 시달렸으며 자리에 자주 누우면서 서서히 몸이 쇠약해졌다. 그래도 붓은 놓지 않았다. 병상에서 끝까지 계속 손을 보았던 마지막 작품 <야간의 새 사냥>은 기묘한 박력이 넘쳐 그린 이가 자기 죽음을 의식했던 것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이 작품에 대해 미국인 화가 히쿡 로가 밀레와 인터뷰를 했었는데, 밀레는 어린 시절 자신이 실제로 본 광경이라는 것이다. 한밤중에 나무에 내려앉은 수많은 들비둘기 떼에게 갑자기 횃불을 비춘다. 눈이 부신 비둘기는 당황하여 날아가지 못하고 주위를 맴돌며 날개를 푸드덕거린다. 이때 몽둥이로 내려쳐 비둘기의 숨통을 끊는다. 그림만으로도 날카로운 울음소리, 튀어오르는 피, 으깨지는 소리, 번쩍이는 불빛 등이 머리 속에 그려진다.  

 

인생의 맨 마지막에 왜 밀레는 이 광경을 그린 것일까? 소년이었던 밀레를 들비둘기 사냥에 데려간 사람은 아버지였을까? 아버지도 몽둥이를 휘둘렀을까? 갖가지 의문이 떠오른다. 노동의 성스러움을 줄곧 그려온 화가는 가축을 도축하는 것과는 다른 사냥의 한 측면도 그림으로 남겨두고 싶었던 것일까? 이 또한 농촌 생활의 현실이다라고.......

 

우리들에게 익히 알려진 밀레의 <이삭줍기>

 


 

 

죽음의 냄새가 전해지는 기묘한 작품으로, 기존의 밀레 이미지를 완전히 뒤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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