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는 CEO, 처음 시작하는 이에게 - 시에서 배우는 24가지 자기창조의 지혜 읽는 CEO
고두현 지음 / 21세기북스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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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는 생각이 막힐 때마다 혼자 '비밀 서재'로 갔다. 그곳에서 18세기 낭만주의 시인 윌리엄 블레이크의 시집을 펼쳤다. 전에도 읽고 또 읽었던 그 시집의 한 구절에서 그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곤 했다. 200년 시차를 초월한 시적 교감에서 잡스의 인문학적 사고가 꽃피었다. 아이폰의 모서리를 사각으로 할까, 둥글게 할까를 고민할 때도 그는 블레이크의 시를 읽고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 '작가의 말' 중에서

 

 

시詩는 영감과 아이디어를 얻는 보물창고

 

그렇다면, 스티브 잡스가 수없이 많이 읽었다는 시 한 구절을 살펴보도록 하자. 이는 윌리엄 브레이크의 시 <순수를 꿈꾸며>의 첫 부분이다. 미세한 '모래'와 거대한 '세계', 땅 위의 '들꽃'과 하늘 너머의 '천국', 찰나의 '순간'과 무한한 '영원'이 절묘하게 대비되어 있다. 잡스는 이 시에서 많은 것을 느꼈던 것이다. 즉 작은 것과 큰 것, 없는 것과 있는 것이라는 시적 은유를 디지털 언어와 접목시키기도 했다.

 

한 알의 모래에서 세계를 보고

한 송이 들꽃에서 천국을 본다.

그대 손바닥 안에 무한을 쥐고

찰나의 순간에서 영원을 보라.

 

두바이의 국가지도자 셰이크 모하메드는 열사熱沙의 땅에 스키장을 만들고 세계지도를 닮은 인공섬을 건설하는 등의 에너지를 시적 상상력에서 얻었다고 고백한다. 그는 유명한 시인으로 직접 쓴 시가 100편이 넘는다. "내 심장을 울리는 것이야말로 국민의 심장을 울리는 것"이라는 표현은 호소력 있게 다가온다.

 

 

마크 저커버그도 그랬다. 고대 로마 시인 베르길리우스의 장편 서사시 <아이네이스>에 심취한 그는 젊은이들과 함께 이 시를 읽고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토론 과정에서 20대의 반응을 심리학적 관점에서 분석했고, 이들이 친구들의 관심에 따라 행동한다는 패턴을 발견했다. 이런 사회적 교감 위에서 페이스북이라는 세계 최대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구축할 수 있었다. 이처럼 세상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최고의 CEO들은 시를 탐독하고, 거기서 영감을 얻는다.

 

 

 

 

 

마음의 뿌리를 덥혀주는 것이 바로 격려다

 

 

'격려encouragement'라는 말은 라틴어 '심장cor'에서 나왔다. 해석하자면 '심장을 준다'는 것, 즉 마음의 뿌리를 덥혀주는 것이 바로 격려다. '용기courage'라는 말도 같은 어원에서 나왔다니 참으로 의미심장하다. 격려의 힘은 시소와 닮았다. 받을 때와 줄 때 시소의 높낮이가 달라지듯이, 인간관계도 서로의 균형을 잡아주고 함께 갈 때 아름다운 힘이 솟는다. 우리는 늘 격려를 필요로 하는 '결핍'의 주인이자, 누군가에게 격려를 해줄 수 있는 '배려'의 친구이다.

 

중학생이 된 첫해 여름, 저자 고두현의 가족은 남해 금산의 절집에 얹혀살고 있었다. 이 절에는 땔감 할 나무를 베고 궂은일을 도맡아 하는 하석근이라는 처사가 있었다. 어느날 이 처사가 학교로 찾아왔다. 아버지 부고를 알리기 위해서였다. 어린 저자에게 아버지의 부음은 충격이었다. 그날밤 하씨 아저씨가 저자를 밖으로 불러내고선 이렇게 말해 주었다.

 

"그때 난 니보다 더 어렸는데, 아부지가 돌아가신 뒤로 한 번도 기를 못 펴고 살았다. '애비 없는 자식' 소리를 들을까 늘 마음을 졸였지. 니는 절대로 그러지 마라. 평생 무슨 일이 있어도 ..... 가죽으면 안 된대이"

 

 

 

 

미쳐야 도달한다

 

후회는 꼭 뒤늦게 찾아온다. 지나간 순간순간이 내 삶의 '노다지'였음을 한참 뒤에야 깨닫는다. 그때 '더 열심히 파고들고, 더 열심히 귀 기울이고, 더 열심히 사랑할걸' 뉘우쳐도 흘러간 시간은 다시 오지 않는다. 그나마 늦게라도 깨달았으니, 이 또한 얼마나 다행인가.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깨달은 사람은 이제 어떤 거친 땅에서도 꽃을 피워낼 수 있다.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나는 가끔 후회한다

그때 그 일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중략)

더 열심히 파고들고

더 열심히 말을 걸고

더 열심히 귀 기울이고

더 열심히 사랑할걸.....

(중략)

모든 순간이 다아

꽃봉오리인 것을,

내 열심에 따라 피어날

꽃봉오리인 것을!

- 정현종

 

 

옛 사람들은 불광불급不狂不及이라고 말하며 어떤 일에 미치지 않고는 그 경지에 도달할 수 없다고 했다. 2백여 년 전에도 이런 '미친' 사람들이 있었다. 아니 많앗다. 그들은 선천적으로 재주가 없었지만 남들보다 몇 십, 몇 백 배 노력해서 일기를 이루었다. 흙수저 타령을 하는 이에게 한심하다고 꾸짖을 것만 같다. 

 

20세가 되어서야 겨우 글 한 편을 지을 정도로 둔재 중의 둔재였던 김득신, 우여곡절 끝에 성균관에 들어가서도 늘 외워 읽기를 반복해야 했다. 이는 그의 <독수기讀數記>에 여실히 나타난다. 그는 책을 읽을 때마다 횟수를 적어두었는데 <백이전>은 1억 1만 3천 번을, <노자전>과 <보장망> 등은 2만 번을 읽었다고 한다. 놀라운 것은 <장자>, <사기>, <대학>, <중용>도 수없이 많이 읽었지만 그 횟수가 만 번을 채우지 못했기 때문에 자신의 기록에 싣지 않는다고 적혀 있다. 당시의 1억은 지금의 10만이다. 지금 그가 살고 있다면 <백이전>을 11만 번이나 읽었다는 얘기가 된다. 이렇게 노력했으니 당연히 그는 당대 최고 시인의 반열에 올랐다.

 

책에 미친 바보였던 이덕무도 이와 유사하다. 가난한 탓에 땔감이 없어서 찬 방에서 <한서>를 한 질 이불처럼 늘어놓고 <논어>를 병풍 삼아 겨울밤을 지새웠다는 일화가 유명하다. 이를 좀 더 알고 싶다면 정민 교수의 <미쳐야 미친다>를 권한다. 뼈아픈 시련을 자기 발전의 밑바탕으로 삼아 용수철처럼 튀어 오른 사람들, 절망 속에서 성실과 노력으로 자신의 세계를 우뚝 세워 올린 사람들, 스스로를 극한으로 몰아세워 한 시대의 가슴과 만나려 했던 이 노력가들의 삶을 비춰보면 애틋한 마음이 절로 인다.

 

 

지금 시대는 '지혜형 인간'을 원한다

 

지식이 많은 사람은 늘 한 발 앞서간다. 아는 만큼 보이니 보이는 만큼 먼저 이루게 된다. 하지만 지식만으론 부족할 때가 있다. 앞으로는 지식이 많은 사람보다 지혜로운 사람이 세상을 이끌어가게 될 것이다. 지혜는 지식보다 입체적이며, 외부의 평가에 연연하지 않는다. 단지 지혜는 자신과의 싸움을 요체로 하기 때문이다.

 

처음 출근하는 이에게

 

집도 사람도 생각의 그릇만큼

넓어지고 깊어지느니

처음 문을 열 때의 그 떨림으로

늘 네 집의 창문을 넓혀라.

 

그리고 창가에 앉아 바라보라.

세상의 모든 집에 창문이 있는 것은

바깥 풍경을 내다보기보다

그 빛으로 자신을 비추기 위함이니

 

생각이 막힐 때마다

창기에 앉아 고요히 사색하라.

지혜와 영감은 창가에서 나온다.

 

- 고두현

 

몸과 마음의 집에 창의의 창문을 만들고 틈날 때마다 그 창가에 앉아보자. 나와 나, 나와 상대, 나와 세상의 관계에 대한 모든 사유가 그곳에서 꽃 피우고 열매 맺게 될 것이다. 시인이나 철학자, 구도자처럼 창가를 생각의 정원으로 만들고, 그 생각의 밀도가 어떻게 변하는지 느껴보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 마음의 질량이 어떤 저울을 통해 시적 에스프리, 즉 자유로운 정신으로 승화되는지를 지켜보자. 창의력은 이처럼 창가에 앉아 그 느낌의 실체를 확인하고 체득하는 힘이다.

 

 

 

 

아름다운 프로가 되는 길

 

"프로는 말 그대로 프로의식을 가진 사람입니다. '프로'는 전문가를 뜻하고, '의식'은 깨어 있는 상태에서 자기 자신이나 사물에 대해 인식하는 작용을 말하죠. 즉, 프로의식이란 '자기 자신을 전문가로 인식하는 상태'를 말해요. 프로는 그 분야에서 일을 특출하게 잘할 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의식을 겸비한 사람이기도 합니다. 프로의식을 가진 사람은 자세부터 다르죠. 이는 자아도취가 아니라 타인이 자신을 진정한 전문가로 인식할 수 있도록 스스로를 인지하는 그릇이 크다는 뜻이에요"

 

어제 회식자리에서 술을 많이 마셔서

그렇기 때문에 vs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일은 내 담당이 아니라서

그렇기 때문에 vs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직위가 높은 사람인데

그렇기 때문에 vs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기 때문에'와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차이는, 인생행로 자체가 달라질 수도 있는 차이입니다. 그러니 매순간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말을 떠올리세요. 그 단어를 적용할 기회가 오면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그거야말로 스스로를 프로로 만들기 위한 찬스이며 프로의식을 키우기 위한 최고의 훈련이니까요.

 

 

용기란 마지막 1퍼센트의 힘

 

"물이 부글부글 끓고 있을 때는 정말 뜨겁고 대단해 보입니다. 누구나 그렇게 뜨거운 열정과 파워 넘치는 삶을 원하지요. 그런데 정작 1퍼센트의 소중함은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용기란 거창한 게 아니지요. 하루 한 알의 비타민이 평생 건강을 지켜주듯 일상에서 작은 도전을 멈추지 않고 계속 나아간다면 '1퍼센트의 용기'는 저절로 만들어질 것입니다. 오늘 여러분은 용기 있는 삶을 위해 무엇을 준비하고 실천하고 있습니까?" - 유영만 교수

 

 

작은 실패가 모여 큰 성공을 이룬다

 

"어느 길을 갈지는 당신이 어디로 가고 싶은가에 달려 있다"

- 루이스 캐롤

 

초보자에게 주는 조언

 

시작하라. 다시 또 다시 시작하라.

모든 것을 한 입씩 물어뜯어 보라.

(중략)

나이를 먹을수록 사람들은 너 자신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할 것이다. 그 이야기를 만들라.

(중략)

흐르는 뭉 위에 가만히 누워 있어보라.

그리고 아침에는 빵 대신 시를 먹으라.

완벽주의자가 되려 하지 말고

경험주의자가 되라.

 

- 앨렌 코트

 

 

'완벽주의자가 되려 하지 말고 경험주의자가 되라'는 지침은 삶의 초보자에게만 해당되는 게 아니다. 우리의 아침마다 되새겨야할 삶의 이정표다. 무엇이든 좋으니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시도해보자. 작은 실패가 모여 큰 성공을 이룬다고 했으니, 뭐 특별히 손해볼 것도 없다. 일단 '경험주의'를 즐겨보는 것이다. 90세 이상의 미국 노인들에게 "지난 인생을 돌아보았을 때 가장 후회가 남는 게 무엇인가?"라고 묻자 90퍼센트가 "좀 더 모험을 해보았더라면 좋았을 것"이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위대한 삶은 평범한 하루가 모여서 이루어진다

 
지금, 여기 이 순간이 우리 인생 전체의 그림을 좌우하는 물감이다. 말 그대로 평범하면서도 위대한 순간들이다.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희로애락에 휘청거린다. 사소한 일로 슬퍼하고 작은 일에 기뻐하는 일희일비의 나날들. 하지만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조차 '이런 하나하나의 일들을 부드럽게 감싸 주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평범한 일들'의 소중함을 발견한다면 일상의 시간들이 훨씬 더 빛날 것이다.

 

매일초

 

오늘도 한 가지

슬픈 일이 있었다.

오늘도 한 가지

기쁜 일이 있었다.

 

웃었다가 울었다가

희망했다가 포기했다가

미워했다가 사랑했다가

 

그리고 이런 하나하나의 일들을

부드럽게 감싸주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평범한 일들이 있었다.

 

- 호시노 토미히로, 구족화가 

 

 

이모작 사고를 해라

 

줄기가 튼튼한 나무는 잎도 무성하고 열매 또한 잘 여문다. 우리네 삶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바빠도 자신을 살찌우는 데 들이는 시간은 따로 남겨두어야 한다. 이를테면 외국어 하나만 익히는 것이 아니라 그 너머의 창을 통해 더 넓은 세상을 보고 삶의 향기와 지혜를 만나야 한다. 각박한 세상 속에서도 스스로 다스릴 줄 아는 인생은 그 뿌리부터 다르다.

 

 

 

책의 울림을 느껴라

 

책은 탁월한 성장 호르몬이다. 모름지기 나무란 기름진 흙으로 북돋워줘야만 뿌리도 튼튼하고 그 열매도 단단하다. <구운몽>의 작가 김만중은 조선 시대 위대한 문장가였지만 유배지에서 일생을 마감했다. 그의 아버지는 병자호란 때 인조를 따라 강화도로 왔다가 왕이 굴욕적인 항복을 하자 자살하고 말았다. 졸지에 과부가 된 그의 어머니는 만삭의 몸으로 피난선에 올랐다가 갑판에서 그를 낳았다고 한다.

 

어머니 윤씨는 아버지의 얼굴도 모르고 자라는 아들에게 엄하게 교육시키며 책 하나만은 잘 읽히겠다고 결심했지만 가난한 살림살이에 책 사줄 돈이 넉넉할 리 없었다. 결국 윤씨는 책을 빌려다가 손으로 베껴 필사본을 만들어 이 책으로 아들을 공부시키면서 "너는 남과 다르니 배움이 한층 깊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어머니의 손끝에 피멍이 맺히면서 대학자의 기품을 만들어낸 셈이다.

 

예로부터 남의 물건을 내 것으로 만들면 도둑이 되지만, 남의 지혜를 내 것으로 만들면 위대한 선각자가 된다고 했다. 책은 군것질 같은 '여분의 간식'이 아닌 '반드시 필요한 양식'이다. 책에서 영혼의 샘물을 얻는 것은 어쩌면 모두의 의무이기도 하다. 우리에게는 저마다 삶의 높낮이를 가늠하면서 보다 나은 삶으로 자신을 이끌 책임이 있다. 이는 지상에서 가장 행복한 의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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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천 사기56 - 본기, 세가, 열전, 서의 명편들 현대지성 클래식 9
사마천 지음, 소준섭 옮김 / 현대지성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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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는 사마천이라는 작가의 이른바 '복안複眼'에 의하여 기술된 작품이다. 사마천은 결코 어떠한 인물이나 사건을 일면적으로 평가하지 않는다. 항상 다면적으로 종합적으로 파악하고 해석하였다. 그리하여 역경에 처해 좌절하고 실의에 빠져 있는 사람은 <사기>를 통하여 역경을 극복할 수 있는 힘과 지혜를 얻을 수 있고, 영광의 자리에 있는 사람은 <사기>를 통하여 그 영광을 지키는 이치를 깨달을 수 있다. 정치를 하는 사람은 치세의 도리道理를 터득할 수 있고, 경제를 하는 사람은 경제의 원리를 장악할 수 있다. 또한 불우한 처지에 놓인 사람에게 <사기>는 재기할 수 있는 용기를 줄 것이며, 인생의 처세를 알고자 하는 이에게는 험난한 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유 방식에 대해 귀띔해 줄 것이다. - '역자 서문' 중에서

 

 

<사기>의 핵심 56편을 만난다

 

편역자 소준섭은 현재 국회도서관 중국 담당 조사관으로 근무하고 있는 중국 전문가로, <십팔사략>의 편역을 통해 고전 번역의 정확성과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사기> 전체 130편을 다 읽기에는 지나치게 방대하고 또 현대에 이르러 효용성이 없는 부분도 적지 않은 점에 비추어 이 책은 사기의 정수를 계승하되 뜻이 깊고 문장 구성이 탁월한 56편을 직접 엄선하여 한 권에 담았다.

 

사마천의 <사기>는 '본기本紀'와 '세가世家', '표表', '서書', 그리고 '열전列傳' 등 다섯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본기本紀'는 연대순으로 제왕의 언행과 업적을 기술하고 있고, '세가世家'는 제후국의 흥망성쇠와 영웅들의 업적을 기술하였으며, '표表'는 연대별로 각 시기의 중대 사건을 기록하였고, '서書'는 각종 제도의 연혁을 기록하였다. 그리고 '열전列傳'은 다양한 대표적 인물들의 활동을 기록하고 있다. 사마천은 창조적으로 이 다섯 가지 부분을 종합하여 하나의 완전한 통일 체계를 완성시켰다.

 

<사기>에는 다양한 유형의 인물들이 등장한다. 사마천은 기존의 역사기재 방식에 구속되지 않고 역사에 대한 관점과 인식태도로써 사실적으로 기록하여 인물의 전모를 객관적으로 반영했다. 한 인물의 삶을 구체적으로 묘사할 때 그 '사람됨'을 중시하였으며, 동시애 그 사람됨의 복잡성에 주의를 기울였다. 그는 인물을 묘사할 때 자신의 관점을 드러냈으며, 동시에 그 인물에 대한 자신의 애증을 표현하였다. 특히, 그는 몸소 체험하거나 교류를 통해 알아낸 사실과 현지 조사를 통해 내용의 진실성을 높였다. 

 

"사마천의 <사기>는 사가지절창史家之絶唱이다"

- 노신

 

 

 

 

이 책은 <사기> 전체 130편 중 문장이 탁월한 56편을 추린 것이다. 즉 본기에서 진시황 본기, 항우 본기, 여태후 본기 등 5편을, 세가에서 와신상담, 강태공, 초나라 장왕, 공자 세가 등 14편을, 열전에서 백이, 안영, 손자, 소진, 맹상군, 평원군, 춘신군, 범저, 염파, 인상여, 회음후, 유협, 화식 등 37편을 소개하고 있다.

 

 

결국 죽음을 피하지 못한 진시황

 

어린 나이에 왕위에 올라 강력한 추진력으로 역사상 가장 거대한 통일 국가를 이룩하였으니 실로 대단한 업적임에 틀림없다. 진시황의 의욕은 하루에 약 30kg에 달하는 서류를 결재하지 않으면 잠을 자지 않을 정도였고, 전국 시찰만 해도 통일 후 다섯 차례나 강행군했던 인물이다.

 

시황제의 마지막 시찰에는 승상 이사, 환관 조고가 수행했는데, 조고가 옥새를 관라하는 일을 겸하고 있었다. 20여 명의 아들 중 장남 부소는 멀리 북쪽 변경 지방의 군대를 감독하고 있었다. 시황제는 작은 아들 호해를 귀여워해 이번 시찰에도 아들 중 유일하게 동행시키고 있었다. 죽음의 그림자가 서서히 다가오자 황제는 조고를 시켜 장남 부소에게 편지를 써보내도록 했다.

 

"군대는 몽염에게 맡기고 함양으로 돌아와 함양에 나를 안장하라!"

 

편지는 봉해져 있었지만 사자를 보내기도 전에 황제는 죽고 말았다. 황제의 죽음은 비밀에 부쳐지고 오직 이사, 호해, 조고만이 아는 사실이 되고 말았다. 시신은 온량거에 안치된 채 시찰이 계속되었다. 평상시처럼 정사가 진행되었고, 황제의 수라상도 올려졌다. 이 모든 조작과 은폐는 환관 조고의 기획이었다. 조고는 몰래 호해에게 형옥법률을 가르치며 친목을 두텁게 만들었기에 호해를 새로운 황제로 만들려는 음모를 꾸며 장남 부소를 죽이고 마침내 2대 황제로 호해를 등극시킨다. 이후 눈에 가시 같았던 이사마저 제거하고 '지록위마指鹿爲馬'라는 고사성어를 탄생시킬 정도로 실질적인 권력을 손에 쥔 조고는 아방궁 건설로 백성들의 고혈을 짜내다가 반란에 직면, 패망의 길로 접어든다.

 

 

고통은 함께할 수 있으나 기쁨은 함께 나눌 수 없다

 

범려구천을 도와 22년 만에 마침내 와신상담의 숙적 오나라를 멸망시켰다. 이후 구천은 범려를 상장군上將軍이라는 최고 벼슬을 내렸다. 하지만 범려는 이 벼슬을 사양했다. 왜 그랬을까? 그는 '이미 목적을 달성한 군주 곁에 오래 있는 것은 위험하며, 구천은 고생을 함께 나눌 수는 있어도 편안함을 함께 나누지는 못할 인물감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회계산에서 왕께서 치욕을 당하시는 것을 보면서도 생명을 이어온 것은 오직 오나라에 복수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것이 이뤄진 지금, 마땅히 그 죄를 받겠습니다'라는 편지를 구천에게 보냈다. 편지를 받은 구천은 '내 말을 듣지 않으면 그대를 죽여서라도 듣게 하겠다'라며 사자를 보내 자신의 의견을 보냈다. 과연 범려는 어떤 행동을 했을까?

 

그는 가벼운 가재도구와 보석을 배에 싣고 떠나버렸다. 제나라로 간 범려는 대부에게 편지를 보냈다. '하늘을 나는 새가 없어지면 활을 없애고 토끼가 죽으면 사냥개를 참혹하게 죽인다고 합니다. 구천은 목이 길며 입이 검습니다. 좋지 못한 관상인 것입니다. 이런 사람은 고생은 같이 해도 기쁨은 함께 할 수 없습니다. 대부께서는 왜 물러나지 않으십니까?' 이후 대부는 마음을 정하지 못하고 병을 핑케로 조정에 나가지 않았다. 어느 날 대부가 반란을 꾀한다는 고발이 접수되고, 대부는 결국 구천이 내린 칼로 자결하고 만다.

 

 

교묘한 용병술의 냉혈한, 오기吳起

 

오기는 위나라 사람으로 용병용병에 능했다. 공자의 제자인 증자에게서 학문을 배운 적도 있고 그 후 노나라에서 벼슬을 하였다. 이 무렵 제나라가 노나라를 공격하자 노나라를 오기를 장군으로 삼으려했다. 하지만 오기의 아내가 제나라 사람이라는 이유로 노나라는 아직 그를 신임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에 오기는 아내를 살해하고 자신의 결백을 내보이고 결국 장군으로 임명된다. 그는 제나라와 싸워 크게 이겼다.

 

노나라는 유학자들이 많았기 대문에 오기에 대한 인격적인 평판이 매우 나빴다. 오기의 집안은 부자엿는데 그의 낭비벽으로 인해 집안이 망했고, 고향 사람들의 비웃음을 사자 이에 원한을 품고 삼십여 명을 죽이고 위나라를 탈출해 타국으로 도망쳣다. 이후 그는 증자의 제자가 되었는데, 어머니가 죽었음에도 끝내 고향땅으로 가지 않았다. 그러자 증자는 불효자라는 이유로 그를 파문시켰다.

 

노나라 왕이 오기를 해임하자 그는 위나라 왕을 알현하고 함께 일해 보고 싶다고 청원했다. 재상 이극이 "탐욕스럽고 호색가이지만 용병의 교묘함은 사마양저도 따를 수 없다"고 인물평을 하자 위나라 왕은 결국 그를 장군으로 임명했다. 오기는 항상 가장 낮은 병사와 동일한 옷을 입고 동일한 음식을 먹었다. 심지어 행군을 할때도 마차를 타지 않으면서 생사고락을 함께 했다. 

 

어느 날 병사 한 명이 종기 때문에 괴로워하자, 그는 병사의 고름을 직접 입으로 빨아내었다. 이런 얘기를 들은 병사의 어머니는 대성통곡을 했다. 이 병사의 아버지도 오기 장군이 고름을 빨아 주자 은혜에 보답한다고 끝까지 싸우다 죽었는데, 또 아들의 운명이 이러할 것임을 짐작할 수 있었기 때문에 울었던 것이다.

 

병법가와 장군으로서의 오기는 실로 뛰어난 인물이다. <오자>라는 책에 의하면, 오기가 위나라에 있을 때 76회의 전쟁을 했는데 이중 68회는 이기고 나머지 8회는 무승부하고 기록되어 있다. 군대 통솔력이 뛰어난 그였지만 군주를 보필하는 능력과 인간관계는 많이 부족했다. 나중에 그는 손빈에게 죽임을 당하고 만다.

 

 

탐욕은 결국 화를 초래한다

 

56편의 내용 중 3편을 소개했다. 중국 최초로 통일 제국을 건설한 진시황도 강력한 통치술을 바탕으로 대내외적으로 국위를 떨쳤지만 결국 탐욕으로 인해 민심을 잃었기에 망국의 토대를 만들고 말았고, 자신의 분수를 미리 깨닫고 재빨리 구천과 이별을 택한 범려는 명예로운 삶을 지탱할 수 있는 반면 자신의 직위에 미련을 갖고 결단을 내리지 못했던 대부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 자살하고 만다. 또 뛰어난 용병술의 대가이면서도 그저 병사를 이용 도구 정도로 여기고 진정성 없는 꼼수로 대응했던 오기의 죽음도 씁쓸한 마음이 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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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건 모르겠고, 돈 버는 법을 알려주세요 - 상위 1% 부자 3000명, 그 반전의 선택!
다구치 도모타카 지음, 홍성민 옮김 / 청림출판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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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부자들 가운데 처음부터 부자였던 이들은 10퍼센트밖에 안 된다. 나머지 90퍼센트는 처음부터 부자였던 게 아니다. 그들은 기본적으로 절약하는 태도를 견지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다소 무리를 하더라도 써야 할 곳에는 돈을 쓰며 스스로 부자의 '잣대'를 갖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 잣대는 그들을 부자로 만들어 주었다. - '프롤로그' 중에서

 

 

그들은 어떻게 부자가 되었나?

 

저자는 어떤 부자와의 대화를 계기로 부자에 대한 생각을 바꾸는 전환점이 되었다고 말한다. 당시 부자들의 노하우를 천 원짜리 펜으로 받아 적던 그에게 그 부자는 "천 원짜리 볼펜으로도 글자는 쓸 수 있지요. 그러나 그런 펜은 질이 나빠서 잉크가 남아 있어도 금방 못쓰게 됩니다. 애착도 가지 않으니 잃어버리기 십상이지요. 그럼 다시 값싼 볼펜을 사게 되겠죠? 그런데 고급 만년필은 잉크가 나오지 않는 일도 없고, 고가라서 더 소중히 다루기 때문에 오래 쓸 수 있어요. 무엇보다 고급 만년필을 사용하면 비즈니스 파트너에게 '이 사람은 신뢰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인상을 줍니다. 성공한 사람일수록 이처럼 사소한 부분에 주목하죠. 다구치 씨, 부자들은 독자적인 '기준'을 갖고 있어요. 그것은 평생 부자가 될 수 없는 사람의 '기준'보다 시간 축이 길지요"라고 말했던 것이다.

 

책의 저자 다구치 도모타카는 스물여섯, 어린 나이에 경마와 마작에 빠져 낭비를 일삼으며 눈앞에 파산을 마주했다. 정신을 차리고 불어난 빚을 모두 청산한 후 '두 번 다시 빚에 휘둘리고 싶지 않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돈을 모았지만 그는 결코 돈 걱정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어떻게 하면 부자가 될 수 있을까? 부자가 되는 데는 어떤 비밀이 있는 게 아닐까?'를 고민하던 그는 인맥을 총동원해 비즈니스 세미나와 부유층의 모임에 숨어들어 부자나 이른바 성공했다는 사람들에게 가르침을 청했다. 그렇게 부자들을 3000명쯤 만났을 때, 부자가 될 수 있는 사람과 될 수 없는 사람의 차이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A. 편의점에서 5천원짜리 비닐우산을 산다.

B. 백화점에서 5만 원짜리 고급 우산을 산다.

 

업무 외출을 마치고 서둘러 사무실로 복귀하려는데 갑자기 비가 쏟아진다면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라며 우리들에게 묻는다. 마침 그 장소에 편의점과 백화점이 있다. 대부분 아마도 편의점의 비닐우산을 택할 것이다. 왜? 값이 싸고 비를 피하기만 하면 되니까 말이다.하지만 이에 대해 저자는 부자가 될 사람은 B를 택한다고 말한다. 쉽게 버리게 되는 비닐우산보다는 내구성이 좋은 고급 우산이 상대에게 호감과 신뢰감을 주므로 심리적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돈 얘기를 자주 하는 편인가?

 

"또 보험료가 인상해 손에 쥐는 월급이 줄었어"

"우리 남편 월급으로 사치는 생각도 못해"

 


지하철이나 카페에서 이런 대화를 종종 듣는다. 의외로 '돈' 이야기가 많다. 대화에 돈 이야기가 자주 등장하는 사람은 돈이 모든 일의 판단 기준이 된다. 무슨 일이든 "얼마야?", "벌이가 되나?"라는 말부터 하고 본다. 그렇다고 이런 행동이 나쁘다고까지 말할 순 없다. 우리 모두는 돈 없이 살 수가 없기 때문이다.

 
부자가 되는 것이 꿈이라는 남자를 만났을 때였다. 저자는 전날 묵었던 온천여관 이야기를 꺼냈다. 물도 뜨겁고 서비스도 좋았다면서 한번 가보라고 권했더니 그 남자는 저자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거기 숙박비는 얼마예요?"라고 질문했다. 이에 금액을 알려주자, 그는 "지금 내게는 사치예요" 하며 퉁명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여관 이야기는 거기서 접기로 했다. 아무리 온천여관의 매력을 설명해도 돈이 판단 기준인 그에게는 전혀 와 닿을 리 없기 때문이다. 부자가 되는 사람은 그와는 정반대다. 사람들 앞에서 돈 이야기를 거의 하지 않는다. 똑같이 온천여관 이야기를 하면 "어떤 온천이에요?", "어떤 서비스가 좋던가요?" 하고 그곳의 매력을 먼저 듣고 싶어 한다. 마지막에는 숙박비가 얼마인지 묻기도 하겠지만, 이미 '가보고 싶다'는 생각에 들떠 요금이 비싸도 어떻게 그 돈을 만들지를 궁리한다.

 

 

꼭 갖고 싶은 것을 살 때는?

 

미혼남녀에게 결혼을 권하면 대부분 돈을 벌어 목돈을 만든 후에 생각해보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돈을 벌고 나서!'라는 생각으로는 때를 놓친다. 기회를 활용할 수 없다. 비즈니스 기회가 눈앞에 있는데, '창업 자금이 없어서'라고 생각하며 보고만 있으면 10년이 지나도 성공하지 못한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필요하다는 확신이 서면 돈을 빌려서라도 손에 넣어야 한다. 부자가 되려면 그러한 대담함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뭐든 빚부터 지라는 말은 아니다. 빚에는 좋은 빚과 나쁜 빚이 있다. 나쁜 빚은 낭비가 원인인 빚이다. 과거 시절의 저자처럼 파친코나 경마에 정신이 팔려 개인 파산 직전까지 내몰리는 경우가 그렇다. 그러나 좋은 빚은 돈을 버는 원동력이 된다. 빌린 돈은 서둘러 갚아야 하므로 열심히 일하고 지혜를 짜내는 동기가 된다. 빚을 권할 생각은 없지만 '빚은 곧 나쁘다'는 인식을 바꾸지 않는 한 부자가 될 수 없다.

 

 

인간관계를 맺는 자리는?

 

인간관계를 돈독히 하는 데는 이 제일이라고 믿는 사람이 많다. 물론 저녁 식사 모임이나 술자리를 잘 활용하면 상대와의 거리가 가까워지고 비즈니스 협상도 순조롭게 진행된다. 비즈니스를 위해 술자리를 갖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사실 부자는 인간관계를 넓히는 자리로 밤늦은 시간의 술자리보다는 점심시간을 중시한다. 밤에 술이 들어가면 상대와의 거리가 단번에 가까워질 가능성은 있지만 그것을 모두 무위로 돌려 버릴 단점도 있다.

 
첫째, 기분만 고조된 채 끝나는 경우가 많다. 술에 취해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이 확실하지 않으면 그저 '즐거운 술자리'로 끝나 버린다. 비즈니스에서 인간관계를 넓히려면 다음으로 이어지는 전개가 필요하다.

 
둘째, 대화가 잡다해진다. 술기운에 이 말 저 말 던지게 되어 말한 사람도 들은 사람도 기억하지 못하는 내용이 많다. 이래서는 의미가 없다.

 
셋째, 시간 낭비다. 술에 취해 기분이 좋아지면 시간이 허락할 때까지 술자리가 계속된다. 2차나 노래방으로 이어져도 생산적인 대화는 없고, 다음 날 업무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저녁의 술자리는 그만큼 단점도 크다. 

 

 

상위 1퍼센트의 부자들이 선택하는 행동

 

책은 더 쉽고 더 빨리 돈을 버는 41가지의 방법을 소개한다. 이 방법을 의심하지 말고 그들의 선택 기준을 따르기만 해도 분명히 부자의 길로 접어든 것이다. 이들만이 견지하는 독자적인 기준은 분명히 공감이 가는 내용이다. 일, 인간관계, 투자, 생활 습관 등 일상의 모든 선택에 이를 기준으로 잡는다. 반면에 늘 돈에 시달리고 걱정을 하면서 사는 사람들은 이런 '기준'도 모른 채 돈의 노예로 인생을 살아간다. 자, 이제 선택은 자신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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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을 살아보니
김형석 지음 / 덴스토리(Denstory)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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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는 장년기와 노년기를 맞고 보내며 인생과 사회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더 늦기 전에 스스로의 인생관과 가치관을 정립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는 과제들을 모아 정리해보기로 했다. 문제를 먼저 제시하고 이론적 설명을 찾기보다는 일상생활에서 부딪히는 문제들을 지혜롭게 판단하고 처리하는 삶의 지혜를 추구해보고 싶었다. - '프롤로그' 중에서

 

 

노老 철학자의 인생론

 

1960~70년대 수필, 수상집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저자 김형석은 1980년대 이후 철학과 종교 책에 집중하면서 대중들과 멀어졌다. 그러다가 나이 90고개를 넘기게 되면서 다시 독서계에 화려하게 복귀했다. 그는 연세대학교 철학과에서 30여 년간 후학을 가르쳤고, 국내 철학계 1세대 교육자로 한우리독서문화운동본부 초대 회장을 지냈다. 현재 연세대학교 명예교수이며, 97세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활발한 저서 활동과 강의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저자는 나이 90고개를 넘기게 되면서 미처 기대하지 못했던 새로운 변화가 생겼다. 즉 과거에 출간했던 책들이 다시 독서계에서 장년층의 높은 호응으로 독자들이 많이 늘어났던 것이다. 심지어 100세 시대를 살게 되는 현대인들에게 어떤 문제와 대화를 나눌 수 있겠는가 하는 요청을 받기에 이르렀다.

 

이에 그는 두세 권의 내용을 정리, 집필하여 이 책을 내놓게 되었다. 더 늦기 전에 스스로의 인생관과 가치관을 정립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과제들을 따로 모아 정리했다. 이는 누구나 한 번쯤은 생각해야 할 현실적인 문제들이다. 가정에서 그리고 사회에서 겪어야 하는 일들이다. 어쩌면 이 책은 스스로의 인생 길에서 갈 곳을 잃고 방황하는 이들에게 유익한 길잡이가 될 것 같다.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

 

책은 모두 5부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똑같은 행복은 없다)에선 행복론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을 제시하고, 제2부(사랑 있는 고생이 기쁨이었네)에선 결혼과 가정에 관한 이야기를 펼치며, 제3부(운명도 허무도 아닌 그 무엇)에서는 우정과 종교를 주제로 내세우고, 제4부(무엇을 남기고 갈 것인가)에서는 돈과 성공, 그리고 명예에 대한 이야기를, 마지막으로 제5부(늙음은 말없이 찾아온다)에서는 노년의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성공하면 행복할까?

 

"다른 모든 것은 원하는 사람도 있고 원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행복은 누구나 원한다"

- 아리스토텔레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성공하면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성공한 사람은 행복을 누린다'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저자가 말하는 '성공과 행복의 함수 관계'는 그렇지 않다. 자신에게 주어진 재능과 가능성을 유감없이 달성한 삶은 행복하며, 성공적이다. 그런데, 이를 다 발휘하지 못한 사람은 성공했다고 인정할 수 없다. 따라서 정성 들여 노력하는 사람에게는 실패가 없으나 게으른 사람에게는 성공이 없는 법이다.

 
'재산과 행복의 함수 관계'에 대해서 저자는 가족들이나 제자들에게 "경제는 중산층에 머물면서 정신적으로는 상위층에 속하는 사람이 행복하며, 사회에도 기여하게 된다"고 충고한다. 물론 이는 자신이 주변에서 실제로 보고 들은 경험의 결과이다. 사람은 어느 정도의 재산을 갖고 사는 것이 좋을까? 자신의 인격 수준만큼 재산을 갖는 것이 원칙이다.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았다고 해서 분에 넘치는 재산 때문에 마치 짐을 지고 사는 것 같은 고통과 불행을 겪는다.

 

 

운명도 허무도 아니라는 이야기

 

저자는 1960년대에 <운명도 허무도 아니라는 이야기>라는 책을 펴냈는데, 당시에는 인생은 운명도 허무도 아니라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긴 세월이 지난 지금에는 둘 다 아닌 또하나가 있었던 것 같다고 고백한다. 바로 '섭리'다. 이 같은 깨달음은 친구들을 통한 우정의 사건들에서 얻은 것이다.

 
책에는 저자의 아름다운 친구들 이야기가 소개된다. 인생 첫 친구였던 영길이, 초등학교 때 친구 김광윤 장로, 중, 고, 대학교 때의 허갑과 박치원이 바로 그들이다. 하나 무엇보다 저자의 인생에서 소중한 인연은 사회 생활을 하면서 만난 두 친구, 즉 서울대의 김태길 교수, 숭실대의 안병욱 교수였다. 이들은 '철학계의 삼총사'로 불리며 반세기 동안 사랑이 있는 경쟁을 벌였다. 도산 안창호 선생과 인촌 김성수 선생 다음으로 자신에게 가장 많은 가르침과 도움을 준 사람은 바로 이 두 친구였다고 고백한다.

 


80대 중반쯤의 어느 날, 안 교수가 "더 늙기 전에 셋이서 1년에 네 번쯤 만나자"고 제안한다. 김태길 교수의 대답은 거절이었다. 이유는 "우리 셋이 다 80대 중반인데, 누군가 한 사람씩 먼저 떠나가야 할테고, 그러면 다 보내고 남은 사람은 얼마나 힘들겠느냐"는 것이었다. 결국 이들은 멀리서 마음을 같이하면서 지냈고, 저자만 홀로 남았다. 이후 저자는 한층 더 고독해졌다는 그런 이야기다.

 

 

인생의 황금기는 60에서 75세

 

노년의 삶에 대한 이야기다. 노년기는 언제부터 시작될까? 보통 65세부터라고 말하지만 저자는 그런 생각을 버린 지 오래다. 왜냐하면 노력하는 사람들은 75세까지는 정신적으로 인간적 성장이 가능하다는 것을 몸소 체험했기 때문이다. 김태길 교수는 76세 때 '한국인의 가치관'에 관한 책을 내놓았고, 안병욱 교수는 89세까지는 일을 계속했다. 저자는 '나도 60이 되기 전에는 모든 면에서 미숙했다'고 인정한다.

 
100세에 가까워지면서 저자가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건강과 장수의 비결'이다. 그는 스무살이 될 때까지는 건강이 매우 좋지 않았다. 나이 오십이 되어서야 정상적인 건강을 찾았을 정도다. 그래서 과로나 무리는 하지 않고 조심하며 사는 것이 습관이 되면서 장수의 비법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오십이 넘어서는 주3회 정도 수영장을 찾고, 하루에 50분 정도 걷는 운동을 지금까지 계속하고 있다. 그런데, 그는 이 모든 것이 '일' 때문에 가능했다고 믿는다. 칸트나 슈바이처의 경우를 살펴봐도 일을 많이 하는 사람이 건강도 유지했다.


늙어서도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다. 늙는 것은 누구의 잘못도 아니지만, 노년일수록 존경스러운 모범을 보여야 한다. 노년기에는 지혜가 필요한데, 그 지혜는 바로 '늙으면 이렇게 사는 것이 좋겠다'는 모범을 보여주는 것이다. 비록 상대로부터 푸대접을 받았어도 그 상대를 대접할 수 있는 인품, 모두의 인격을 고귀하게 대해줄 수 있는 교양 등보다 더 할 수 있는 자기 수양은 없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성장하는 동안 늙지 않는다

 

현재 우리 사회는 너무 일찍 성장을 포기하는 젊은 늙은이들이 많다. 사십대라고 할지라도 공부하지 않고 일을 포기하면 마치 녹이 생긴 기계처럼 노쇠하게 된다. 이에 비해 오히려 60대가 되었어도 진지하게 공부하며 일하는 사람은 결코 성장을 멈추지 않는다. 물론 이 모든 것이 순조롭게 이루어질 순 없다. 하지만 성실한 노력과 불굴의 도전을 포기하는 순간, 이 모든 것을 상실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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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대체로 자신들이 아는 범위 내에서 모든 것을 판단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아름을 모르는 풀이나 꽃들을 그냥 잡초로 취급해버립니다. 단지 우리가 모를뿐 이 세상에 이름 없는 꽃이 없듯이 당연히 풀꽃도 꽃입니다. 책제목만 봐도 작가의 의도를 느낄 수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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