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기쁨을 길들이다 - 존재의 가장 강력한 경험, 기쁨으로 성장하는 지혜
프레데릭 르누아르 지음, 이세진 옮김 / 와이즈베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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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은 우리 생명력의 발현으로, 존재하고 생을 음미하는 힘에 맞닿는 수단이다. 기쁨을 만끽하는 것보다 우리를 더 살아 움직이게 하는 경험은 없다. 그렇다면, 우리? 의지와 노력으로 기쁨이 떠오르게 할 수 있을까? 기쁨을 길들일 수 있을까? 기쁨을 길러낼 수 있을까? 기쁨의 역량에 바탕을 둔 지혜를 제대로 구축할 수 있을까? - '서문' 중에서

 

 

어떻게 완전하고 순수한 기쁨에 이를 수 있을까?

 

저자 프레데릭 르누아르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지성이자 세계적인 종교사학자, 철학자이다. 스위스 프리부르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하며 도미니크회 수사인 마리 도미니크 필립과 세계적인 철학자인 에마뉘엘 레비나스에게 가르침을 받았다. 정신적인 세계를 탐구하기 위해 인도와 이스라엘에 체류하고 프랑스의 수행 암자와 수도원에서 지내다가 파야르 출판사에서 총서 책임자로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직접 저자로 나서 피에르 신부, 움베르토 에코 등과 나눈 철학과 영성에 관한 다

 


1994년에는 프랑스 사회과학고등연구원의 연구원으로 활동하면서 학문적 스승인 에드가 모랭의 뒤를 이어 철학, 사회학, 역사학을 한데 엮은 학제간 연구에서 종교 문제를 다뤘다. 공영방송 프랑스5에서 방송된 다큐멘터리 시리즈 <사이비 종파, 그 거짓말과 이상>을 공동 연출하고 여러 편의 TV 다큐멘터리 시나리오를 집필했으며, 공동 집필한 희곡 <신의 선의>는 2009년에 초연한 뒤 5개국에서 각색되어 상연되고 있다.

 

 


현재 철학자이자 소설가, 라디오 진행자, 프랑스 최고의 종교 간행물 <종교의 세계> 편집장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며 대중과 만나고 있다. 두 편의 역사소설 <천사의 약속>과 <루나의 신탁>은 20개국에서 1백만 부가 판매되는 등 '프레데릭 르누아르 신드롬'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저서로는 <오직 사랑>, <네오르네상스가 온다>, <불교와 서양의 만남>, <이중설계>, <신이 된 예수>, <그리스도 철학자>, <젊은 날, 아픔을 철학하다> 등이 있다.

 

그가 제시하는 기쁨의 지혜는 생의 모든 고뇌까지 포용하면서도 생을 사랑할 수 있는 완전한 기쁨, 순수한 기쁨에 이르는 길에 대한 철학적 대답이자 실천적 해결책이다. 이 책은 2015년 파리 테러 이후 슬픔에 잠긴 프랑스 국민들에게 '기쁨'이란 어느 누구도 앗아갈 수 없는 존재의 본질이자, 역량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작은 책으로 각인되며, 출간 즉시 프랑스 아마존 종합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쾌락 없이는 행복도 없다

 

하지만 여기서의 쾌락은 스스로 선택한 절제된 것이어야 한다. 스토아학파는 자기 자신에게 달린 일과 어찌 할 수 없는 일을 구분하라고 가르친다. 이처럼 우리들은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일을 바꾸려고 노력해야 한다. 예를 들어 알코올의존증 환자나 게임 중독자라면 본인 스스로 결단력 있게 이런 중독과 싸우며 벗어나야 한다. 

 

그렇다면 자신의 의지로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은 어떻게 대해야 할까? 인생이 불시의 사고, 사별, 재앙으로 시련에 빠뜨릴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스토아주의자들은 우리가 어찌 할 수 없는 일을 받아들일 줄 아는 것이 지혜라고 말한다. 그들은 수레에 묶여 끌려가는 개의 비유를 들었다. 개가 끌려가지 않으려고 힘으로 버텨봤자 결국 가야 할 곳까지 끌려가게 마련이다. 버텨봤자 괜히 힘만 빼고 몸만 다친다. 개가 헛되이 몸부림치지 않고 수레의 진행 방향을 순순히 따라간다면 어차피 도착하는 곳은 같아도 가는 도중의 고생은 한결 줄어든다.

 

 

니체가 생각한 기쁨의 원리는 역량이다

 

니체는 그리스도교가 삶의 비극적 차원을 수용한다는 점은 인정했지만 이 종교의 병적인 시각, 구원받으려면 고행을 겪어야 한다는 시각은 거부했다. 또한 불교를 공부한 후에는 이 종교가 번민을 거부했지만 욕망의 소멸을 주장했다고 비판했다. 니체는 이 두 갈래 길 사이에서 제3의 길, 즉 생을 고통까지 포함해서 긍정하는 길을 제시했다.

 

우리를 옭아매고, 상처 입히고, 두렵게 하는 그 모든 것들에도 불구하고 생을 기꺼이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 신성한 긍정, 이 절대적 동의를 니체는 '운명애amor fati'라고 불렀다. 운명애는 바로 우리들에게 닥치는 모든 것을 그 자체로 사랑하는 것이다. 이것이 니체가 말하는 절대적 기쁨의 조건이다.

 

"기쁨은 역량이다. 그 역량을 잘 키우고 건사하라"

- 달라이 라마 

 

기쁨을 제대로 느끼기 위해 우리는 보는 법, 접촉하는 법, 눈여겨 바라보는 법, 냄새 맡는 법을 다시 배워야 한다. 나아가 마음으로 느끼는 법을 다시 배워 자신의 감정과 따로 노는 일이 없어야 한다. 그러자면 매시에 시간을 들일 줄 알아야 한다. 단순한 충격, 단 세개의 음표에서 기쁨이 솟아나는 일을 드물다. 기쁨이 태어나게 하려면 우리 몸과 정신을 온전히 감각에 맡겨야 한다. 이렇듯 우리 감각에 접속하는 것은 슬픔, 분노, 두려움 같은 부정적 감정들에도 그만큼 여지를 내주는 일이다.

 

 

도교는 유교에 대한 반발로 일어난 사상이다

 

공자는 행복하기 위해 인간은 을 갖춰야 한다고 가르쳤다. 그리고 덕을 갖추려면 우주의 질서를 본받아 살아야 한다. 반면 도교 사상가들은 우리 인간은 천상이 아닌 지상에서 살아간다는 사실을 망각하지 않았다. 향후 300년간 해가 몇 시 몇 분에 뜰지는 예측할 수 있어도 내일이 어떤 날이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도교 사상은 때를 아는 철학이다. 도교가 그토록 강조하는 '무위無爲'는 아무 행동도 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인생의 흐름을 탈 줄 알아야 한다는 뜻이다. 자기 목표, 자기 의도를 시야에서 놓치지 않되, 무슨 수를 동원해서든 빨리 실현하고 말겠다는 생각은 버려라. 생이 내 시도에 맞서거든 힘으로 버티지 말고 생이 이끄는 방향으로 가라. 그 목표는 나중에 이뤄질 수도 있다.

 

 

스피노자가 말하는 해방의 길

 

스피노자 자신은 욕망을 "인간의 본질 자체"라고 했다. 인간은 자기 욕망의 방향을 잘못 설정할 때 예속되어버리고 만다. 욕망이 자기 존재 역량을 증진하기는커녕 위축시키는 대상들에게로 향해 있기 때문에 인간은 슬프고 불행해진다. 슬픔과 수동적 기쁨에서 능동적 기쁨으로 나아가는 해방의 과정은 욕망을 억압하거나 제거하는 게 아니라 우리에게 무엇이 좋고 무엇이 나쁜지 알아보고 욕망이 좋은 방향을 향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는 의지의 힘만으로 변화를 이끌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감정을 이성과 의지의 힘으로 길들일 수 없는 일종의 악악으로 여기지 않았다. 이런 점에서 그의 시각은 '집착이 ㅜ불행을 낳으니 집착의 원인인 욕망을 버려야 한다'는 불교적 시각과도 차별화된다. 오히려 그는 욕망은 인간의 본질인만큼 그 감정을 위축시킬 게 아니라 더 풍부히게 고양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이글기 위해 명확히 밝혀야 한다는 것이다.  

관계에 더 이상 기쁨이 없다면 그 관계가 정말로 나에게 좋은지 스스로에게 물어보라. 반복적으로 슬픔을 느낀다면 마찬가지로 자신에게 물어보라. 그런 감정은 대부분 우리가 우리 자신의 모습으로 살지 못할 때 찾아온다. 관계를 제대로 평가하려면 분별이라는 작업이 필요하다. 

 

 

자아를 초월해야 진정 능동적 기쁨을 접할 수 있다

 

통찰, 개성화 과정, 생에 대한 동의로 내공을 쌓을수록 우리는 우리가 우리 자아와 완전히 동일한 존재가 아님을 깨닫는다. 나라는 존재가 나의 감정, 신념, 생각, 마음으로 구성된 프레데릭으로만 요약되지 않는다고 인정하는 것이다. 그런다고 해서 내 존재가 어떻게 되는 것은 아니다. 그저 내 안에 프레데릭보다 훨씬 더 근본적인 그 무엇이 남아 있을 뿐이다. 나의 정신에 속하는 훨씬 더 심오한 정체성으로서의 자기Soi 말이다.

 

자기 자신에게로 향하는 길은 역설적이게도 자아와 동일시된 자기의 해방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진정한 자기성취는 자기상실의 경험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그래야만 자아Moi에서 자기Soi로 넘어갈 수 있다. 더욱 깊이 내려가 진정한 나 자신이 될수록 어린 시절부터 마음과 감정이 형성해온 자아의 거짓 정체성에서 벗어나게 된다.

 

 

단순한 삶의 기쁨

 

저자의 직접 체험이다. 나환자촌에는 아기,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400여 명이 한데 어울려 살고 있었다. 일주일에 한 번 의료팀이 와서 더 이상 치료할 방법이 없을 정도로 괴사된 손이나 발을 절단하는 수술을 하곤 했다. 그런 상황에서 무엇보다도 인상적이었던 것은 마을곳곳에서 기쁨이 샘솟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런 분위기를 불편해하던 어느 독일인 의사가 기억난다. "저 사람들은 뭐가 저리 좋을까요? 다들 저렇게 흉측한 꼴을 당했는데, 팔을 잃고 다리를 잃고 사람 몰골조차 아닌데 말입니다" 그 의사는 이해할 수 없어 화가 날 지경이었다. 그런데 빈자 중의 빈자요, 병자 중의 병자인 나환자들은 아직도 사랑하고, 먹고, 말하고,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기뻐했다. 그들은 생을 사랑하기에 기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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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 1년에 단 한 건만 성공해도 월세보다 낫다
이명재 지음 / 나비의활주로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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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채의 집을 갖고 월세를 받는 생활도 괜찮지만, 1년에 한 건만 제대로 된 투자를 해도 월세를 받는 효과를 누릴 수 있는 것이 경매이다. 또한 투하된 자본에 상관없이 100만 원의 수익을 내는데 드는 시간이나, 1,000만 원의 수익을 내는데 걸리는 시간이나 큰 차이가 없으며, 혼자서도 충분히 가능한 것도 경매이다. 이 얼마나 멋진 사업인가, 당신도 경매를 통해 부자로 향하는 지름길로 들어서기 바란다. - '프롤로그' 중에서

 

 

적은 돈으로도 경매에 성공할 수 있다

 

책의 저자 이명재는 여러 번의 사업실패를 겪은 후 직장생활을 하며, '적은 돈으로 많은 수익을 내려면 경매밖에 없다'는 생각으로 100권이 넘는 경매 관련 서적을 읽었다. 수년간 대전과 서울을 오가며 경매 관련 강의를 모두 섭렵했을 정도로 경매 공부에 매진했다.

 

경매실전에서 위장임차인, 법정지상권, 지분, 유치권, 선순위가등기 등 일반물건부터 특수물건까지 두루 낙찰 후 처리까지 경험이 있으며, 그 중 선순위가등기 물건은 3년여의 세월을 거쳐 대법원까지 진행하며 소송기술까지 익혀 현재는 혼자서 소송도 진행할 정도가 되었다. 그런 괴정을 겪으며 자연스럽게 자신만의 노하우를 터득하여 특수물건이 아닌 일반물건으로 수익을 내는 방법을 찾아내개 되었다.

 

그는 일반물건으로도 고수익을 얻는 방법을 찾아내어 임대수익 최소 연 20% 이상에 시세차익까지 동반되는 물건만을 소유하고 있다. 수익을 불리려면 먼저 '지켜야 한다'는 철학으로 어려운 부동산 경기에도 손해나지 않는 방법을 전파하고 있다. 공인중개사이자 부동산 매매사업자로서 서울 강남과 대전에서 경매입문자들을 위한 교육도 진행하고 있으며, '이명재 메이저경매'의 대표이다.

 

일반적으로 어마어마한 자본금과 어려운 법률용어, 그리고 명도와 같은 실전 시의 어려움 등이 수반되는 게 경매라고 우리들은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경매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일 수 있다는 사실을 이 책은 말하고 있다. 우선 경매를 하려면 돈이 얼마나 필요할까? 5천만 원 아니면 1억 원? 그렇지 않다. 500만 원으로도 가능하다. 물론 큰 금액을 투자하면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자본보다 중요한 건 경매에 임하는 마인드이다.

 

 

 

소액으로도 성공적인 경매 투자가 가능하다

이 책에는 1,000만 원도 안 되는 돈으로 수익을 낸 물건에 대한 사례가 수록되어 있으며, 저자는 지금도 이런 물건을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자본금이 별로 없거나 경매 경험이 없다면 먼저 적은 금액으로 주변의 물건부터 시작해 본 후 충분한 경험을 쌓으면서 점차적으로 자본금을 불려 더 큰 물건에, 더 수익이 많이 날 수 있는 물건에 도전해갈 수 있다.

 

IMF 외환 위기 이후로 약 20년 동안 불경기의 흐름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른바 '저성장, 저물가, 저금리'라는 전대미문의 3저 시대에 접어들 정도로 늘 침체국면 속에서 나라의 경제는 항상 어려웠다. 그럼에도 중요한 사실은 누군가는 항상 돈을 벌고 있고, 어느 부동산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지금은 예전과 달라 부동산을 무턱대고 사놓으면 장기간 고생할 수 있다. 가격 상승은커녕, 겨우 보합세를 유지하거나 심지어 하락하기 때문이다. 현재의 상황이 이러하니 이젠 부동산 투자도 물건을 고르는데 무척 신중해야 한다. 시세가 오를 곳을 찾던지, 매입 시점에서 최소한 시세보다 저렴하게 매입해야만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이에 중요한 것은 부동산을 보는 안목을 가져야 한다. 부동산시장의 전체적인 흐름도 알아야 하지만 투자 대상 부동산의 수익성을 분석할 수 있어야만 한다. 같은 동네임에도 불구하고 시세가 꾸준히 오르는 주택이 있는 반면 몇 년째 제자리인 곳도 있다. 재테크의 절대원칙이 "싸게 사서 비싸게 판다"이듯이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게 산다면 언젠가는 이익을 내고 팔 수 있다. 따라서 가격 상승이 기대되는 곳을 시세보다 저렴하게 매입하는 것이 최선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싸게 부동산을 매입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바로 경매를 통한 방법인 것이다.

 

 

 

이처럼 저자가 재테크 수단으로 경매를 택하게 된 데에는 사연이 있다. 그는 대학생 시절 농수산물 장사를 시작, 스무 살 청년임에도 자신이 직접 번 돈으로 학비와 용돈을 충당할 정도로 제법 돈을 벌었다. 이후 8년이 흐르자 몸이 피곤한 장사가 싫어졌다. 정확히 말하자면 복병을 만났던 셈이다. 김치냉장고의 출현과 함께 대형마트와 김치공장의 등장으로 인해 가격파괴가 이루어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전까지는 무조건 현금 거래였지만 외상거래가 생겨났다. 업체간의 출혈경쟁 탓에 부도나는 업체가 속출했다. 저자도 예외가 아니었다. 외상액이 점점 늘어나자 그는 장사를 폐업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운동화 빨래방'과 세탁소를 운영하다가 이마저 접고 경매에 관심을 두게 되었다.

 

아내의 지원을 등에 업고 그는 3년 만기 적금 1천만원으로 경매에 나섰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렇게 적은 돈으론 불가하다는 의견이었지만 유독 한 사람만은 100만 원으로도 경매가 가능하다고 격려했다. 결국 그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실전경매에 입문했다. 여러 번의 도전 끝에 처음으로 낙찰에 성공, 이후로도 170만 원, 550만 원, 800만 원 등 적은 돈으로 낙찰받아 수익을 올리는 경우가 제법 많았다. 그 스토리는 책 속에 담겨 있다.

 

 

 

지금은 스마트폰 시대, 경매 준비는 스마트폰 하나면 충분하다. 눈치 빠른 사람들은 이미 감지했을 것이다. 그렇다. 하루가 멀다 하고 효율적인 들이 탄생하고 있다. 자신의 취향에 알맞는 앱을 설치하면 손 안에서 경매 업무에 필요한 각종 정보와 지식을 한꺼번에 얻을 수 있다. 참고로 말하면 네이버 부동산 앱, KB 부동산, 인터넷등기소,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민원 24, 대한민국법원, 부동산 생활백서, 스피드옥션, 스마트 온비드, 음성녹음 등이 있다.

 

 

돈 버는 법은 따로 있다

 

부동산 경기와 상관없이 가격이 상승할 부동산을 매입하면 돈을 벌 수 있다. 지금도 누군가는 돈을 벌고 있을 것이다. 시세가 오를 물건을 찾던지, 투자 대상 부동산의 철저한 수익성 분석을 통해 성공적인 투자를 경험할 수 있다. 저자는 시세보다 저렴한 부동산을 경매로 매입하는 것이 최상의 부동산 투자임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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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불면 다시 오리라 - 소설 법정
백금남 지음 / 쌤앤파커스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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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백극남한국 최고의 불교 소설가다. 그는 1985년 삼성문학상을 수상하며 본격적으로 작품활동을 시작, 중편소설 <등대에 불 밝히기>로 KBS문학상을 수상, 장편소설 <십우도>와 <탄트라>가 잇따라 히트하면서 1990년대를 대표하는 베스트셀러 작가 중 한 명이 되었다. 이후 2003년에는 <티베트의 영혼 파드마삼바바>로 민음사 제정 올해의 논픽션상을 수상했다. 2013년 대종상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한 영화 <관상>의 원작 소설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계속해서 그의 소설을 바탕으로 한 <궁합>과 <명당>이 영화화되고 있으며, 최근에 유마거사의 일생을 그린 장편소설 <유마>를 출

 

 

 

  

 

소설로 되살아난 무소유의 삶

 

작가는 치밀한 자료 조사와 취재를 바탕으로 법정 스님의 생애를 왜곡이나 과장 없이 담담하게 그렸다. 게다가 법정 스님 입적 이후 세상에 나타나기 시작한 이상한 글들이 정확하지도 않은 헛소문이라는 것을 주변 인물들의 인터뷰를 통해 밝혀냈다. 소설에는 널리 알려진 이야기뿐 아니라 법정 스님의 인간적 면모를 보여주는 일화들이 여럿 소개된다. 스승과 도반 등 주변 인물들과의 일화에서 드러나는 법정 스님의 또 다른 면모를 살펴볼 수 있는 것도 소설의 숨은 재미다.

 

책을 사랑했던 청년 재철(법정)은 출가 후 스승인 효봉 스님 몰래 숨어서 습작을 하다가 들켜서 여러 번 혼쭐이 나곤 했다. 그가 어렵게 써놓은 글들은 노트째 아궁이에서 불태워졌다. 그럼에도 글에 대한 열망을 꺾을 순 없었다. 쓰고 또 쓰고, 그러다 마침내 <대한불교> 신문의 독자투고란에 시 <미소>가 실리면서 '시인'으로 당당히 데뷔한다. 그런 눈물겨운 습작의 과정이 있었기에 훗날 정제된 글들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이다.

 

작가는 법정 스님이 입적하기 5년 전부터 그의 일대기를 쓰기 시작해, 끈질긴 추적 끝에 스님의 초기작 23편을 발굴하는 데 성공했다. 이 소설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초기작들은 현 <불교신문>의 전신인 <대한불교>에 법정 스님이 1963~69년에 직접 기고한 글들이다. 워낙 초기작이어서 제대로 조명 받지 못하다가 이 소설을 통해 비로소 온전한 작품으로 빛을 보게 되었다. 소설에는 법정 스님의 시 12편, 불교설화 7편, 칼럼 4편이 실려 있다. 당시의 그들을 통해 문학에 대한 열망과 산중 수행자의 고독한 내면을 엿볼 수 있으며, <부처님 전상서> 등의 칼럼을 통해서는 불교계에 개혁과 성찰을 촉구하며 직설을 던지는 젊은 수행자의 결기를 읽을 수 있다. 이제, 소설 속의 몇몇 장면으로 들어가 보자. 

 

 

"너 왜 술 안 마시냐?"
재철이 술잔만 멍하니 바라보고 있자 광순이 물었다. 평소에 술을 좋아하던 친구였기 때문이다. 재철은 서글프게 웃기만 했다. 친구들과 헤어지는 것이 서럽지 않았다. 이 세상과의 이별이었다. 아니, 이별이 아니라 세상을 제대로 알기 위해 떠나야 할 길이었다. 두 눈 부릅뜨고 당당히 가고 싶었다. 이별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술에 취해 비틀거리고 싶지 않았다. 광순이 술에 취해 횡설수설했다. 끝내 재철만 덩그러니 놓아두고 저들끼리 얼싸안고 울음보를 터트렸다.

 

"널 이해하려고 해도 이해할 수가 없다.

꼭 책을 봐도 철학책이나 보고 앉았더니 결국에는 중이 되겠다고?"

 

 

잠시 후 방문이 벌컥 열리며 스승이 들이닥쳤다. 스승이 노트를 집어 보더니, 어이가 없는 듯 입을 벌렸다. 스승의 눈이 뒤집어졌다.

"이놈, 여기는 부처를 공부하는 승방이다. 그런데 어찌하여 이런 글을 쓰고 있는 것이냐?"
"책을 아궁이 속에 처넣어라"

 


도반들이 모두 달려들어 방 안을 뒤졌다. 법정의 책이란 책은 다 모아 들고 아궁이로 달려가 활활 타는 불 속으로 던져 넣었다. 처음이 아니었다. 먼저 책 두 권이 한꺼번에 아궁이 속으로 들어갔고, 마지막 남은 한 권도 아궁이행이었다. 그리고 그토록 어렵게 써놓은 설화까지 잿더미가 되고 말았다.



하루는 불임암에서 난초 잎을 닦다가 갑자기 '왜 이러고 있는가'란 생각이 들어 버려야겠다고 맘을 먹고 있을 때 마침 아는 스님이 찾아와서 애지중지하던 난을 그에게 주고 말았다. 하지만 한동안 아쉬웠다. 잠에서 깨어나도 난 있던 곳으로 시선이 갔다. 그런데 그 빈 마음속으로 가득 차오르는 게 있었다. 무소유의 빛이었다. 드디어 비어도 빈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욕심을 버렸다. 갖지 않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욕심내지 않았다. 소유하지 않으면 마음이 맑아진다는 입에 발린 소리를 하거나 글을 쓰던 때와는 달랐다. 소유하려다 보면 불행해진다고 막연히 외치던 때와는 달랐다. 이제야 자신의 일상에서 소유라는 개념을 무소유로 전환해가는 지혜를 얻고 있었다. 맑은 가난이 넘치는 부보다 못할 게 없었다. 아니, 훨씬 값지고 고귀했다.

 
욕심 중에서도 식욕이 또한 무서운 것이어서, 부엌에는 '먹이는 간단명료하게'란 글까지 써 붙였다. 남의 손을 빌리지 않고 늘 찬 두 가지만 해 먹었다. 손이라도 오면 찬을 한 가지 더 하지만 홀로 있을 때는 두 가지면 충분했다. 대통령이 아니라 대통령 할아버지가 와도 세 가지는 엄지 않았다.

 

 

선원에서 거울을 바랑 속에 넣어 왔던 법정의 비밀이 밝혀진 것은 과거 미래사에서 함께 수도했던 도반이 불일암을 찾으면서였다. 그는 방송인 이계진이 진행하는 <11시에 만납시다>라는 프로그램에 법정이 출연한 장면을 시청했던 것이다. 법정이 사용하는 방에 들어가 보니 선원에서 가져온 거울이 벽에 붙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왜 법정이 이 거울에 그렇게 집착하는 걸까, 생각하며 그는 무심결에 거울을 뒤집어보았다. 거울 뒷면에서 그는 다음과 같은 글을 발견했다.


'처음 삭발한 날'


그 아래 연도와 달과 날까지 정확히 쓰여 있었다. 처음 삭발한 날의 그 모습이 얼마나 대견하고 아름다웠으면 그 거울을 가방에 넣어 왔겠는가, 하는 생각에 도반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날 밤 법정은 이런 말을 했다.

"나는 내 마음이 해이해지면 그 거울을 꺼내 보곤 했다오. 그러면 머리를 깎을 때의 신심이 칼날처럼 일어나곤 했지요"

사람이 홀로 살다 보면 게을러지기 마련이다. 뭘 먹으면 식곤증이 몰려오고 꾸벅꾸벅 졸게 된다. 내가 왜 이러나 하는 생각이 들고 그냥 쓰러져 한숨 자고도 싶지만, 이건 아니다 싶어 뒤꼍으로 나가 대나무로 수저를 만들기도 했다. 대나무라는 게 생긴 것만큼이나 한 성질 한다. 졸다가는 상처가 나기 십상이다.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피를 보고 만다.

 
어떤 때는 개울로 나가 돌을 주워 왔다. 흙을 실어다 물로 개어 주워놓은 돌에 진흙을 발라가며 쌓아 올렸다. 그렇게 얼마 후에 해우소 하나가 완성되었다.


돌을 줍다가 손을 다치거나, 허리를 삐거나, 미끄러져 머리를 다치기도 했다. 그때마다 뼛속까지 외로움이 밀려들고 이러다 죽는 게 아닐까 싶어 겁이 덜컥 나기도 했다. 그러면 '아아, 아직도 나는 멀었구나, 생에 대한 미련에 떨고 있구나' 하고 생각했다. 소멸에 대한 두려움. 내 죽으면 물이 되고 불이 되고 흙이 되고 바람이 되어 자연과 하나가 될 터인데.... 그래도 두려웠다. 자연을 사랑한다고 하면서 자연으로 돌아가기는 두려워하는 모순. 그것이 산 생명체의 함정이었다.

 

 

법정은 불일암에서 강원도 오대산 산골짜기의 오두막으로 옮겨갔다. 그리고는 '수류산방水流山房'이란 현판을 달았다. 오두막을 고치면서도 법정은 오두막 그대로의 모습을 살리려고 애썼다. 양철 지붕을 너와와 굴피로 대체하고 굴뚝도 굴피로 만들었다. 처마 밑에 난초가 새겨진 나무 현판을 달고, 처마에는 풍경을 달았다. 뜰에는 대나무 평상에다 직접 짠 작은 의자를 놓았다.


본채와 떨어진 흙으로 만든 해우소는 그대로 두었다. 들어가기 전에 '나 있다'라고 쓴 널빤지를 하나 달았다. 벽에는 '기도하라'는 작은 푯말을 걸어놓았다. 큰방은 서재 겸 침실로 사용했다. 옆방은 서재로 썼다. 되도록 단순하고 소박하게 꾸몄다. 꼭 필요한 것만 불일암에서 가져다 놓았다. 가능한 한 나답게 살고, 의지대로 자연스럽게 살고 싶었다.

 

 

 

 

산이건 물이건 그대로 두라

하필이면 서쪽에만 극락세계랴

흰구름 걷히면 청산인 것을.

 

이는 법정 스님이 남긴 열반송이다. 언젠가 법정은 말했다. 자신이 말한 모든 것 그거 다 군더더기. 이제 꽃을 피웠으니 가야지. 바람 불어 그 꽃잎 져 다시 오려면. 그는 언젠가 자신이 썼던 시 <입석자立席者>를 떠올리다가 눈을 감았다. 그래, 이 세상의 나그네가 되어 세상을 향해 서서 무엇을 했던가. 가자, 다시 오려면. 내가 피운 저 꽃잎들, 바람 불러 지면 그 꽃잎 피우기 위해 다시 오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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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위대한 이들은 어떻게 배를 타고 유람하는가
멜라니 사들레르 지음, 백선희 옮김 / 무소의뿔 / 2016년 8월
평점 :
절판


역사란 이야기다. 한 편의, 끝나지 않은, 긴 이야기다. 얘기되지 못한 사건들과 여담들, 실현되지 않은 무한한 가능성들이 여러 갈래로 끝없이 뻗어나가는 미로 같은 이야기다. 역사의 빈틈과 불가사의, 비밀과 아쉬움은 우리의 상상을 근질여 무수한 이야기들을 낳는다. 여기, 역사의 미로 속에서 도무지 만날 일이 없어 보이는 두 제국을 잇는 샛길을 찾아낸 이야기가 있다. - '역사를 발칵 뒤집은 발칙한 상상' 중에서

 

 

흥미진진한 역사 여행 이야기

 

저자 멜라니 사들레르는 스물일곱 살에 이 소설로 프랑스 문단에 눈부시게 등장했다. 그녀는 아르헨티나 역사를 전공하며 박사과정울 밟던 중 논문으로 인한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고자 터키로 여행을 떠났다. 그런데, 톱카피 궁을 방문하려고 대기하다가 문득 아즈텍의 멸망 시기와 오스만의 전성기가 겹친다는 사실을 깨달은 후 3주 만에 이 소설을 완성했다.

 

몰락해버린 신대륙의 아즈텍 제국, 대서양을 건너 사막을 지나서 다시 지중해를 건너야 닿을 수 있는 구대륙의 오스만 제국을 연경하는 이야기이기에 저자의 기상천외한 상상력이 돋보인다 하겠다. 황금의 제국 아즈텍은 유럽의 정복자들에게 수탈당했다. 반면 오스만은 유럽을 공포의 도가니에 빠뜨렸던 제국이다. 각기 다른 문명을 꽃피우고 전혀 다른 운명을 산 아즈텍의 수도 테노치티틀란과 오스만의 수도 이스탄불의 만남은 우리들의 상상 그 이상임에 틀림없다. 

 

한편 21세기를 사는 두 인물, 보르헤스 교수와 하칸 교수가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부에노스아이레스와 이스탄불을 배경으로 탐색을 이어가고, 다른 한편에선 16세기 이스탄불의 하렘에서 록셀라나가 술탄 술레이만의 마음을 정복하기 위해 미묘한 심리 싸움을 펼친다. 그리고 정복자 코르테스와 그의 애인 말린체, 아즈텍의 황제 목테수마와 쿠아우테모크가 등장하면서 점차 16세기 신대륙의 테노치티틀란에서 벌어진 일이 밝혀진다. 그 밖에도 콜럼버스, 카를 5세, 프랑수아 1세, 하이르 알 딘 바르바로사 등 다양한 역사 속 인물들도 불려 나와 이야기를 풍성하게 채운다. 이렇듯 비밀스럽고 해박하고 익살스럽고 시끌벅적한 이 이야기는 소설가 보르헤스를, 움베르토 에코를, 프랑수아 라블레를 연상시킨다.

미로의 출구를 찾게 될지 알지 못한 채 이야기를 좇다 보면 수수께끼가 풀리고, 놀라운 결말이 독자를 기다린다. 기발한 상상과 역사적 사실을 교묘하게 엮어낸 독창적인 플롯이 돋보이며, 가벼우면서도 밀도 높고 유쾌하면서 신랄한 문체도 단연 빛난다. 공식적인 역사를 발칵 뒤집는 발칙한 상상은 신대륙을 무참하게 유린한 오만과 탐욕의 역사에 대한 일종의 복수처럼 읽힌다. 또한 노예처럼 팔려 다니다 정복자 코르테스의 통역이자 애인이 되어 아즈텍 제국의 배신자로 간주되는 말린체와, 술탄의 하렘에 끌려와 명민하게 자유와 권력을 쟁취해내는 록셀라나를 새로운 시각으로 이야기의 중심에 배치한 것은 짓밟히고 유린당한 모든 약자들의 통쾌한 설욕으로도 읽힌다. 아니면 그저 배를 타고 16세기 테노치티틀란으로, 이스탄불로 떠나는 흥미진진한 여행처럼 읽어도 좋을 유쾌한 이야기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사람들의 기억력은 갈수록 감퇴한다. 부에노스아이레스 대학의 명예교수인 하비레르 레오나르도 보르헤스도 예외가 아니다. 그래서 그의 좌우명은 '많이 읽고, 중요한 것은 잊는다'일 정도로 기억력에 자주 문제가 생기곤 하기 때문이다. 그는 40년간 아즈텍에 관해서 연구해왔다.

 

한편 대학교의 총장은 역사학과의 참담한 중간고사 결과에 놀라 전문가에게 아즈텍 제국의 몰락에 대한 수업을 요청하기 이르렀다. 이에 보르헤스는 총장의 요청을 받고 미어터지는 대강의실에 들어서면서 짧은 순간 검투사가 된 기분이었다. 그 짧은 순간 그는 정신을 차리고 더없이 맹렬한 욕망을 다스렸다. 그 난국에서 최대한 빨리 빠져나가고 싶은 욕망이었다. 그는 숨을 깊이 들이쉬고 청중들에게 아즈텍 문명의 종말에 관해 더없이 간략한 강연을 시작했다. 

보르헤스는 코르테스의 동료였던 베르날 디아스 델 카스티요의 연대기를 달달 외울 정도로 잘 알고 있었다. 말린체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도냐 마리나는 파이날라 추장의 딸, 즉 공주의 신분이었다. 불행하게도 그녀는 아버지가 죽자 재혼한 어머니에 의해 내침을 당햇고, 여러 사람의 손에 노예로 매매되다가 정복자 코르테스에게 인도되었다. 그녀는 노예이면서 두 번이나 왕녀였다.

 

말린체는 코르테스를 미련한 허영심에 빠지도록 내버려두고 있었지만 그는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아즈텍 제국의 마지막 황제 쿠아우테모크는 죽지 않았고, 코르테스가 고문한 용감한 남자는 쿠아우테모크가 아니었던 것이다. 보르헤스의 이 직감은 시시각각 커져갔다. 필사본 하나하나가, 단어 하나하나가 그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했다. 이후 그는 친구이자 동료인 하칸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의 가설을 알리고 도움을 청했다.

16세기의 터키 역사가들이 신세계에 관심을 가졌었는지도 알고 싶어했다. 살짝 정신 나간 탐험가들이 그 옛날 인도 길을 편력한 뒤 다시 비단길로 떠나 이스탄불에 들렀다가 정체를 숨긴 어떤 인물들에 관한 소식을 가져온 건 없었는지 알고 싶어했다. 마르코 폴로처럼 어떤 잊힌 인물이 아즈텍 황제들의 온갖 비밀과 계략을 털어놓은 <서인도 견문록>을 쓴 적은 없는지 알고 싶어했다.

 

하칸은 루사르 첼릭의 조카인 메흐메트로부터 에스파냐어로 적힌 누런 종이 몇 장을 건네받았다. 사마리아 구역에서 생선장수를 하는 메흐메트는 루사르 첼릭이 후손 없이 죽자 남은 재산을 모두 상속받았던 것이다. 하칸은 자신이 루사르 첼릭 교수의 학문적 아들이자 후계자로 지목되었음을 밝혔기에 메흐메트는 그 유품을 좋은 데 사용하라고 당부했다.

 

하칸은 연금술사처럼 문장의 재료를 해체했고, 구성 성분들을 시험관에 분리해놓고 다르게 조합했다. 그리고 작동 방식을, 문장들을, 말들을, 글자들을 뒤집었다. 어원들을, 의미들을 탐구했다. 터키어로, 그리고 에스파냐어로. 그렇게 그는 말의 배치표와 대조표를 만들고 과감히 생략하기도 했다. 만화경의 마법도 사용했다.

 

뜻밖에도 코르테스의 편지들 중 코르테스의 애인인 말린체가 쓴 내용에는 쿠아우테모크를 언급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편지 종이는 너무도 체계적으로 훼손되어 있었다. 하칸은 의도적인 훼손을 의심했다. 서명 뒤에 두 줄의 추신이 있었다. 두 번째 줄의 글씨는 서툴럿다. 다른 손에 의한 것이 분명했다. 루사르 첼릭 교수가 남긴 게 분명했다.

 

나는 이 편지에서 성스런 우리 국가에 해가 될 수 있는 부분을 지우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그것을 역사에서 지울 수는 없었다. 더구나 내게는 결코 그럴 권리가 없다. 내 뒤로 이 자료를 발견하게 될 사람은 새로운 판관이 되어 자기 행위의 주인이 될 것이다.(중략) 간단하게 암호화한 몇 마디를 이 편지 뭉치에 열쇠로 남겨둔다.

 

역사가 언제나 반복된다는 건 누구나 안다. 그 영원한 회귀를 정확히 해석해내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낯선 무리가 테노치티틀란의 문 앞까지 와 있다는 소문이 떠돌자 목테수마는 아즈텍 달력이 예고한 케찰코아틀 신이 돌아온 것이라 믿었다. 쿠아우테모크의 옷을 걸치고 죽을 때가지 싸우게 될 마니카텍스는 야만인들의 침략 주기가 반복된다는 것을 알았다. 콜럼버스가 돌아온 것이다.

 

 

 

 

저는 대양을 건넜습니다.
어마어마한 대양을 건넜습니다.
보아하니 동쪽에 위치한
다른 땅에서 온 사람들이 건너왔다는 대양입니다.
저는 그 길을 거꾸로 거슬러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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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n Z - 여자를 위한 회사는 없다
최명화 지음 / 21세기북스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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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커리어라는 여정은 나 자신과의 끊임없는 싸움이다.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오직 경쟁을 통해서만 확실해진다. 그 경쟁은 타인과의 경쟁이 아닌 나 자신과의 싸움이다. 이것이 조직의 생리다. 그러나 선택했다면 뒤돌아보지 말고 나아가라. 가능하면 경쟁에서 승리하라.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상황을 즐기는지, 직업에 대한 믿음은 어떠한지만 생각하라. 중요한 것은 꾸준함이다. - '프롤로그' 중에서

 

 

똑똑하게 일하고 우아하게 승리하라

 

저자 최명화는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의 마케팅 컨설턴트, LG전자 최연소 여성 상무, 두산그룹 브랜드 총괄 전무를 거쳐 현대자동차 최초의 여성 상무를 역임했다. 국내 대기업 최고 마케팅 책임자로 활약한 마케팅계의 파워우먼으로서 '인사이트 마케팅', '통념을 깨는 마케팅', '차별화된 마케팅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현재는 최명화&파트너스 대표로 있으면서 국내외 기업 마케팅 컨설팅 및 여성 마케팅 임원 양성 교육 프로그램인 'CMO (Chie

 

"왜 기업체 임원은 대부분 남자일까?", "왜 여자 임원은 극소수일까?"라고 저자는 우리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이에 대한 그녀의 대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여자가 없어서다" 정확히 말하자면 끝까지 살아남아야 임원 승진 대상이 되지만 그때까지 살아남아 있는 여자가 없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코노미스트>지가 발표한 최근 자료가 이를 대변한다. 즉 유리천장지수 조사에서 한국은 29위로 OECD 29개국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이는 성별 고등교육 격차, 임금 격차, 고위직 여성 비율, 육아 비용, 남녀 육아 휴직 현황 등 10개 항목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수치로 한국은 100점 만점에 25점이다. 참고로 조사대상국의 평균은 56점이다.

 

불명예스럽게도 조사 대상국 중 한국은 여성 노동자들이 일하기 가장 어려운 나라로 손꼽힌다. 결혼, 출산, 육아 등으로 인해 경력 단절이 발생하고 또 견고하고 수직적인 기업 문화 때문에 현실적으로 여성들이 직장 내에서 버티기 힘든 환경이 남성에 비해 더 많이 조성됨으로써 이런 평가가 나온 것이다.

 

별도로 여성 근로자의 자세나 인식에도 문제점이 있다고 봐야 한다. 예를 들어, 지나칠 정도로 방어적 행동을 하면서 사고하고, 감정에 휘들려 눈물을 자주 흘리며, 불확실성을 기피하면서 익숙하고 편한 길을 선호하고, 사소한 일조차 너무 많이 따지고 들며, 이미 알고 지내거나 상대적으로 편한 사람들과 어울리려고 한다.

 

이 책은 저자가 그동안의 조직생활에서 수없이 고민했던 그리고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던 그런 경험담과 깨달음을 담고 있다. 이는 분명 후배 직장인 특히 여성들의 커리어 성장에 큰 도움을 줄뿐만 아니라 이를 넘어 이들의 인생 성장에까지 조력자로서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여겨진다.

 

 

        

 

학교와 회사는 출발부터 다르다. 학교는 돈을 내고 다니지만 회사는 돈을 받고 다닌다. 회사를 대하는 마음가짐도 학교를 다닐 때와는 180도 달라져야 한다. 일을 하고 돈을 받는다는 것은 그만큼 프로로서 일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미다. 직장에서 자신이 해야 할 역할들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인간관계에 감정을 허비한다면 성공적인 직장 생활을 하기 어렵다. 따라서 '회사는 원래 외로운 곳, 이해받지 못하는 곳'으로 인식하면서 기대 수준을 낮추고 직장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일은 하고 싶은데 마음이 자꾸 약해져 버티기 힘든가? 전혀 고상하지 않은, 아주 현실적으로 '내가 일해야만 하는 이유'를 찾아라. 아무리 억울하고 괴로워도 버텨야 한다. 아무리 비질을 해도 쓸리지 않는 젖은 낙엽처럼 말이다. 마음이 약해질 때면 상황을 따지고 이해하려 하지 마라. 그저 이 순간을 넘기고 버텨보자고 스스로에게 타일러보라. 어쨌든 경기장에 남아 있어야 볼이라도 차볼 것 아닌가.

따지지 말자. 두려워하지도 말자. 눈 딱 감고 일단 뛰어들어 보는 과감성도 가져보자. 아무것도 정해져 있지 않고 때론 시간을 통해 확실해진다는 무서운 조직의 생리를 받아들이자. 가변성과 불확실성을 견디고 관리하자. 때로는 지켜보고 침잠하는 것도 필요한 전략임을 잊지 말자. 안전하고 분명한 것만이 좋은 결과를 내는 것은 아니며, 여자이기 때문에 불확실성에 조금 더 취약할 수 있다고 인정하자.

 

 

커리어를 쌓는다는 것, 직장에서 원하는 지위에 오르고,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길고 어려운 게임이다. 그 게임의 승패는 환경적인 요인이 아니라 당신이 얼마나 잘 버티는지에 달려 있다. 잘 버티려면 스스로의 나약함을 인정하고 여러 면에서 나를 보호할 수 있는 장치를 확보하라. 그런 점에서 몰입할 수 있는 대상을 갖는 것과 마음 편히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감정 배출구를 두는 것은 큰 도움이 된다.

 

"일은 망치되 인간관계는 망치지 않는다" 

 

일은 망쳐도 된다. 아니, 망칠 수 있다. 그러나 한번 어그러진 인간관계는 어지간한 노력으로는 회복하기 어렵다. 틀어진 관계의 중심에는 서로가 서로를 경계하는 마음이 자리하고 있다. 언제나 도울 수 있는 사람이 되기는 어렵겠지만 최소한 경계하지 않는 상대가 되어야 한다. 적을 만들지 않는 사람이 장수한다. 차라리 바보처럼 웃고 다녀라.

누구나 일은 망칠 수 있다. 하지만 상황을 의연히 받아들이고 그 상황에 휘둘리지 않는 모습은 망치면 안 된다. 어쩌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상황을 객관적으로 인지하고 자신을 다소 뻔뻔하게 보호하려는 노력인지 모른다. 지옥은 스스로 만드는 것.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나의 관점이 변한 것이다. 그러니 감정 과잉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라.

자신의 약점에 발목 잡혀 약점을 보완하는 데만 에너지를 쏟다 보면 어느 순간 미지근한 우유가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아무리 노력한들 약점은 약점일 뿐이다. 미지근한 우유는 누구에게도 선택되지 않는다. 나만의 색을 찾고 내 자리를 찾아 흔들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예측 불가능한 일들이 난무하는 만큼, 편안하고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가능성에 배팅해야 한다. 갖지 못한 것, 부족한 것, 남들이 더 잘하는 것을 바라봐서는 이미 게임 오버다. 나의 강점은 내가 가진 최고의 블루칩이자 성공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경쟁하면 실패한다'는 말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직장에서의 성공은 타인을 통해서만 이룰 수 있으며, 남을 도와줌으로써 자신도 성공하겠다는 욕심을 가져야 한다. 경쟁한다는 생각은 근시안적이고 무능한 방식이며, 남을 도움으로써 함께 성장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 남을 도우면 나의 성취감이 더 높아지고, 성공한 사람들이 내 편이 되면 결국 나의 자산이 늘어나는 셈이다. 

상사를 관리해야한다. 부하가 어떻게 상사를 관리하느냐고 반문할지 모르겠다. 상사를 관리한다는 의미는 무조건 윗사람에게 맞추거나 충성을 다하라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이고 전략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적절히 인풋 받을 상황을 만들어내고 상사의 관점에서 사고하고 상사에게 불편한 서프라이즈를 가져가지 않는 치밀한 의도이다.

일이냐, 가정이냐를 놓고 고민할 것인가? 소중한 가정,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 부을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는 양육. 그 중요한 것을 뒤로하고 선택한 직장 생활이라면 그 선택에 책임을 져야 한다. 그리고 그 책임의 출발점은 일과 삶의 밸런스라는 막연한 기대와 환상이 아니다. 그보다는 일 중심으로 내 삶을 디자인하고 나머지를 융합시켜 최대한 효율을 추구하는 것이다. 그것이 가장 바람직하고 유일한 밸런스다. 균형이 아니라 융합임을 명심하라.

 

 

 

여성성은 또 하나의 경쟁력

 

"여자답게, 여성이 가진 강점을 발휘할 때 내 자존감도 높아지고,

타인의 평가도 긍정적이다. 무엇보다 지속적으로 발전 가능한 방법이다"

 

이는 저자가 오랜 고민과 시행착오 끝에 얻은 결론이다. 나답지 않으면 오래가지 못한다. 과정도 괴롭고 결과도 만족스럽지 않다. 당장은 자각하지 못하겠지만 파열음은 외부가 아닌 내 안에서 오는 경우가 훨씬 많다. 여성이 갖고 있는 고유성이 직장 생활에서 우수한 차별화 전략이 될 수 있음을 믿고 그렇게 행동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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