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있는 당신을 만나는 순간 - 인생을 바꿀 시크릿노트 77가지
블루문 지음 / 리텍콘텐츠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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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사람들이 성공하고 싶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그 사람들 중 정말로 성공을 간절히 원하는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요? 어쩌면 그들이 말하는 성공은 그저 남들에게 보여줄 수 있을 만큼만 그냥 한번 부를 가져봤으면 하는 정도일 수 있습니다. 만약 당신이 성공하고 싶다면 다른 것을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합니다. 가령 하루에 두세 시간만 자면서 최선을 다하는 노력도 필요하고 요. 또 가끔은 삼일 연속으로 깨어 있어야 할 때도 있습니다. 성공하는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면 말입니다. 간절히 원한다는 것은 바로 이런 것입니다. - '프롤로그' 중에서

 

 

우리 삶에 도움되는 77가지의 모티베이션

 

사업, 삶, 성공, 목표 달성, 공포 극복 등을 위해서 우리는 종종 지혜로운 말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마치 거인의 어깨에 올라타면 멀리 내다볼 수 있는 안목이 생기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좋은 말들은 성공이라는 문을 여는 열쇠가 될 정도로 우리들에게 긍정적인 동기를 불러일으키고, 나아가 유독 자신만이 겪는 힘든 삶이라면서 지레 좌절하고 포기하려는 사람들에게는 우리 모두 그런 길을 함께 걷고 있음을 깨우쳐주기 때문이다.

 

옛날에 돈을 많이 벌고 싶은 한 청년이 있었다. 그는 널리 알려진 부자富者를 찾아가 어떻게 하면 부자가 될 수 있는지 그 비책을 알려달라고 부탁했더니 다음날 바닷가로 자신을 찾아오라고 했다. 다음날 바닷가에서 부자는 청년을 배에 태워 바다 한가운데에서 인정사정없이 바다에 쳐넣어버렸다. 살려달라고 발버둥치는 그를 꺼낸 부자는 "방금 자네가 숨을 쉬고 싶었던만큼 간절해진다면 반드시 성공할거야"라고 말했다.

 

그렇다. 누구나 성공을 원한다. 그럼에도 우리 모두는 간절함에 관한 한 정도의 차이가 있다. 그 정도의 차이가 결국 성공을 결정하는 요인이라고 볼 수 있다. 예컨대 명문대에 진학한 학생들이 남들과 똑같은 노력으로 입학할 수 있었겠는가? 아니다. 적어도 친구들과 어울리며 놀고 싶거나 좀 더 잠을 자고 싶은 유혹을 떨쳐내는 고통을 감수한 시간들이 쌓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이 책의 저자 블루문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현명한 지식과 그 방법을 찾아 끊임없이 수행하고 경험하고 탐구하는 일을 계속하고 있다. 일 년에 300권이 넘는 독서력을 통해 세상을 보는 통찰력을 키웠고 또한, 유명인사의 학술강의 및 예술가들의 미술전, 음악회, 전시회 등을 통해 인문학적 소양을 넓히며 SOCIAL MEDIA에 회자되는 유익한 각종 지혜와 지식 관련 빅데이터도 큐레이션하고 있다. 그래서 이러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삶과 인생 관점의 변화를 통한 근본적 삶의 지식과 지혜를 추려내어 좀 더 많은 사람에게 전달하고자 노력하는 재야의 인문학자이다. 이제 그가 소개하는 77가지의 모티베이션을 살펴보도록 하자.

 

 

 

 

책은 '타인과 잘 소통하기', '변화를 위한 변신이 필요해', '습관을 바꿔 또 다른 나를 찾기', '결정은 결단력 있게', '자신감은 나에게 주는 선물', '도전하는 당신에게 필요한 말', '시간은 내가 이끌어 가는 것', '성공에 다가서고 싶은 그대에게', '꿈을 꾸고 싶을 때에는', '희망을 희망하라' 등 10개 장(모티브)에 걸쳐 총 77가지의 모티베이션을 소개하고 있다.

 

 

소통 없는 세상에서 관계를 맺는 법칙

 
책은 먼저 소통에 관한 모티베이션을 소개하고 있다. 소위 사회적 동물이라고 평가받는 인간에게 중요한 것은 관계(關係, relation)일 것이다. 관계란 나 아닌 다른 누군가에게 책임감을 갖는 것이다. 많은 관계를 맺으면서 살아가는 우리는 이 관계로 인해 행복과 불행을 동시에 겪고 있다. 그래서 관계 맺기란 참으로 어렵고 그만큼 정답을 찾기란 쉽지 않다. 이에 책은 우리들에게 유익한 소통의 법칙들을 알려준다. 

55-38-7의 법칙은 미국 UCLA대학 심리학과 명예 교수인 앨버트 메라비언의 실험 결과에서 인용했다. 즉, 한 사람의 이미지는 시각(55%), 청각(38%), 언어(7%)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여기서 시각은 제스처, 표정, 의상, 헤어스타일 등 외적으로 보이는 부분을, 청각은 목소리의 톤이나 음색 등의 성질을, 언어는 말의 내용을 뜻한다. 핵심은 바로 비언어적 요소(93%)가 더 중요시된다는 것인데, 이를 '메라비언의 법칙'이라고도 한다. 

123의 법칙은 데일 카네기가 강조한 성공 화술의 기본 법칙 중 하나로, 한 번을 말하기 위해서는 두 번을 듣고 세 번을 맞장구치라는 뜻이다. 상대방이 가질 만한 한 번의 화제를 던지고, 두 번 이상 상대방의 말에 귀기울여 들으며, 세 번 이상의 리액션이나 칭찬 등으로 긍정적인 맞장구를 친다면 상대로부터 쉽게 호감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때 무엇보다 거짓이 아닌 진심으로 공감해야한다는 데 유의해야 한다. 그리고 '말하기-듣기-호응'은 하나의 세트임을 명심해야 한다. 

911의 법칙은 9번을 잘했다 하더라도 1번을 실수하면 최악의 사람으로 기억될 수 있으므로 한 번의 실수로 공 든 탑을 무너트리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라는 것으로 인간관계를 잘 유지하기 위해서는 신중에 신중을 다해야 함을 가르쳐준다. 탑을 쌓아 올리는데는 많은 시간이 소요되지만 신뢰가 무너지는 것은 짧은 한 순간에 이루어진다. 여기에서 우리는 꾸준하게 일관된 모습과 진정성으로 다가가야 하는 게 중요함을 알 수 있다.

 

369의 법칙은 좋은 인간관계를 가지려면 시간을 들여 차근차근 다져야 한다는 법칙이다. 즉 사람은 3번쯤은 만나야 쉽게 잊히지 않고, 6번쯤은 만나야 마음의 문이 열리며, 9번쯤은 만나야 비로소 친근감이 생긴다는 것이다. 이처럼 관계란 속성이 없다. 따라서 좋은 인연을 맺으려면 우선 성급한 마음을 버려야 한다. 

 

 

성공 인물들의 5가지 커뮤니케이션 방법

 

경청은 최고의 말하기

집중이 소통을 이끈다

자기인식부터 점검하라

비언어 커뮤니케이션을 익혀 매력도를 높여라

연습만이 살 길이다

 

 

 

 

공자의 사람을 보는 9가지 지혜

 

성인聖人으로 추대받는 중국의 사상가 공자는 현재까지도 우리들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인물이다. 공자의 수많은 명언들 중에 여전히 내 마음에 자리잡고 있는 말은 "학이시습지면 불역열호아學而時習之不亦說乎"이다. '배우고 또 배우면 이또한 즐겁지 아니한가'라는 진정한 맛을 나이가 들어 제대로 느끼고 있는 셈이다. 나를 변화시키려면 배우고 또 생각해야 한다. 공자가 말하는 안목 키우는 지혜를 살펴보자.

 

먼 곳에 심부름을 시켜 그 충성을 보고

가까이 두고 써서 그 공경을 보고

번거러운 일을 시켜 그 재능을 보고

뜻밖의 질문을 던져 그 지혜를 보고

급한 약속을 하여 그 신용을 보고

재물을 맡겨 그 어짐을 보고

위급한 일을 알려 그 절개를 보고

술에 취하게 하여 그 절도를 보며

남녀를 섞여 있게 하여 그 이성에 대한 자세를 보는 것이니

 

이 중에서 무슨 말이 인상적이라고 생각하는가? 나는 회사의 전문경영인으로 재직했을 때나 회사를 직접 경영했을 때 임직원들을 업무차 지방 출장을 보내거나, 술자리에서의 자세나 대화를 통해 그 사람을 평가하곤 했다. 멀리 지방으로 특히 해외로 출장을 보내면 대부분 출장비 외에 개인 카드대금을 결제해달라고 요청한다. 그리고 취중진담醉中眞談이라는 말처럼, 술자리에서 그 사람의 속마음이나 인격이 대부분 드러나기 때문이다.

 

 

인생 전체를 바꾸는 10분의 마법

 

10분, 짧은 시간으로 느껴지기 쉽다. 그런데, 10분을 초로 환산하면 600초이다. 그냥 훅 하고 지나가는 시간이 10분이라면 600초는 이보다 더 길게 느껴지지 않는가? 사실 시간의 개념은 개개인이 처한 상황에 따라 그 길이가 달라지는 법이다. '일각여삼추一刻如三秋'라는 말도 있듯이, 일각이 마치 3번의 가을이 지나가는 것처럼 지루하게 느껴지는 순간도 있는 것이다.

 

왜 이말을 하는가 하면 시간의 중요성을 말하기 위함이요, 실상 10분이면 어떤 일도 할 수 있을 정도로 긴 시간임을 말하고자 함이다. 기한이 정해져 있는 리포트 제출일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런데, 아직도 삼사일 정도 기한이 남아 았을 경우 대부분 리포트 작성에 바로 매달리지 않는다. 왜? 아직도 충분히 여유가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시간은 금방 지나가버리고 제출 마감일에 쫓겨 허둥대기 일수다.

 

시간을 마주하는 자세는 우리의 인생 전체를 송두리째 바꿀 수 있다. '티끌 모아 태산', '낙숫물이 바위를 뚫는다' 등의 말처럼, 10분 또 10분이 모여 결과물을 만들어 낸다. 아무 생각 없이 빈둥대며 담배나 피우는 그런 10분보다는 알찬 정보 하나라도 더 얻으려고 노력한다면 나중의 결과는 엄청 차이가 날 것이다. 인생을 어영부영 허비하지 말자. 책에서 소개하는 10분의 마법을 살펴본다.

 

아침에 10분만 일찍 일어나십시오~ 하루가 내 손 안에 들어옵니다

10분만 먼저 출근하십시오~ 업무와 인간관계의 스트레스가 확 날아갑니다

10분만 더 걸으십시오~ 건강이 찾아옵니다

 

 

복을 부르는 12가지 방법

 

"헬조선", "흙수저" 등 지지리도 복이 없다고 한탄하고 있는가? 누구나 복을 누리고 싶어 한다. 하지만 복은 그 복을 사랑하는 사람에게만 찾아온다고 한다. 즉 부정적인 생각이나 자세, 그리고 복을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복이 피해 간다는 것이다. 스스로의 마음 속에 복이 있어야 복이 찾아오는 법이다. 유명한 자기계발서 <시크릿>에서도 이는 우주의 법칙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먼저 복을 채우자. 그래야 복을 부른다.

 

       

 

삶을 모티베이션하라

 

저자가 이 책을 통해 우리들에게 던지는 메세지는 바로 절박한 심정으로 스스로의 삶에 동기를 불어넣어 성공의 문을 열라는 것이다. 우리들에게 전하는 77가지가 모티베이션의 전부를 대변할 순 없지만 한 문장만이라도 우리의 마음을 뭉클하게 한다면 성공으로 다가갈 수 있는 충분한 촉진제가 될 것이다.

 

책에 소개되는 77가지의 모티베이션에 우선순위는 없다. 그저 자신의 마음이 가는 문장을 읽고서 긍정적인 효과를 받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오케이다. 한여름에 소나기 내리듯 후딱 읽고서 책을 덮기보다는 그 맛을 음미하면서 여러 차례 읽는 독서를 권하고 싶다. 특히, 현재 선택의 갈림길에서 결정을 못하고 망설이는 사람이 있다면 일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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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 위의 철학자들
레이먼드 D. 보이스버트 & 리사 헬트 지음, 마도경 옮김 / 21세기북스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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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어떻게 먹어야 하나?"라는 문제에 대한 탐구가 진지한 철학적 관심을 쏟을 가치가 있는 프로젝트라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우선 서문에서는 이른바 '철학'의 의미와 '음식'의 의미에 대해 언급함으로써 이 프로젝트의 틀을 제시하고자 한다. - '서문' 중에서

 

 

어떻게 먹어야 하나?  

 

이 책의 저자 레이먼드 D. 보이스버트리사 헬트는 각각 뉴욕에 위치한 시에나 컬리지와 미네소타에 위한 구스타브 아돌프스 컬리지의 철학 교수이다. 이들은 지금의 우리가 세계를 이해하고 소통할 때 철학가들의 사상과 가치가 어떻게 훌륭하게 작용하는지를 이해하기 위해 철학가들의 업적을 파헤치고 비교한다.

 

즉 신화, 문학 작품, 역사, 그리고 영화 속에 등장하는 많은 예를 통해 음식의 철학을 알아본다. 영화 <바베트의 만찬>(1987년) 속에서 음식은 품성의 덕으로써 환대로 나타나고, 예술로서의 음식의 본질을 생각하기 위해 스페인 분자요리학과 아프리카에서의 패스트푸드를 비교할 수 있다. 책은 우리가 아직 충분히 음미하지 못했던, 단순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먹는 행위에 대한 신선한 시각을 제시하며 많은 사람들이 공유하는 음식과 경험 이상의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다.

 

영화 <바베트의 만찬> 중에서

 

책은 총 4개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제1파트(환대는 윤리의 문제다)에선 제각각의 취향을 가진 손님들이 가득찬 저녁 식탁에 주인은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라는 화두를 던지고, 제2파트(예술로서의 음식, 예술과 음식)에선 식탁에서 얻는 즐거움이 맛의 성질에 대한 깊은 논의를 통해 삶의 중심으로 등극하는 과정을 그려낸다.

 

제3파트(맛보기, 검사하기, 알기)에선 철학의 2분법인 팩트(사실)과 가치의 타당성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무엇을 먹을지에 대한 우리의 결정이 합리적인가를 집중 탐구한다. 이에 대해 '호모 사피엔스'가 맛을 볼 줄 아는 종種이란 의미이므로 경험적으로 맛을 봄으로써 이를 알고 있다고 답한다. 제4파트(배고픔과 배고픈 인간)에선 철학 분야 중에서 가장 추상적이고 난해한 형이상학을 다룬다. "어떻게 먹을 것인가?"란 질문에 "마치 우리의 존재가 그것에 달려 잇는 것처럼 먹어야 한다"고 답한다. 마지막으로 제5파트(결론)에선 식탁에 앉아 있는 철학자들은 세상과 동떨어져 세상을 바라보지 않고 반대로 그들은 적극적으로 상황에 개입하는 참가자들이라고 결론내린다.

 

 

 

 

 

환대歡待란 음식을 대접하는 것이다

 

로마의 시인 오비디우스(기원전 43년~기원후 18년)가 <변신이야기>에서 환대의 가치를 잘 보여주고 있다. 오비디우스의 이야기는 전형적인 방식으로 전개된다. 주피터는 헤르메스를 대동하고 변장한 채 지상에 내려온다. 왜냐하면 모든 사람들이 전능하신 신에게 잘 보이려고 아첨할 테니까 말이다.

 

거지로 변장했기 때문에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은 이 신들을 문전박대한다. 그런데 한 노부부만 예외였다. 바우키스와 그녀의 남편 필레몬은 꾀죄죄한 모습임에도 불구하고 두 손님을 극진히 대접한다. 즉 바우키스와 필레몬 부부는 음식을 제공하는 것이 환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노부부는 손님들에게 푸짐한 식사를 대접하기 위해 집에 한 마리밖에 없는 거위를 잡을 생각까지 한다. 그 마음에 감동한 두 신은 결국 자신들의 정체를 드러낸다. 이에 마을의 다른 주민들에겐 벌을 내리고 착한 노부부에겐 상을 내린다. 그 상이란 소원을 들어주는 것인데, 한날 한시에 죽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노부부 정말 금슬도 좋다.

 

그렇다면 주인이 손님에 맞춰야 할까, 손님이 주인에 맞춰야 할까? 이방인을 만나면 어떻게 해야 할까? 환대해야 하나, 경계해야 하나? 이런 질문에 사실상 정답이 있을 수 없다. 그때 그때마다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즉 음식과 환대는 공식을 만드는데 절대로 관여하지 않는다.

 

 

환대는 윤리의 문제다

 

"윤리학은 환대歡待다"

- 자크 데리다(1930~2004년>

 

그가 이렇게 선언한 이유는 윤리학은 우리가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방식과 관계가 있으며, 환대는 우리의 터전인 이 세상에서 인간이 올바르게 살아가도록 인도하는 데 가장 크게 기여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도덕 철학자 에마뉘엘 레비나스(1906~1995년)는 철학이 지향해야 할 올바르고 핵심적인 방향이 윤리학이라고 주장했는데, 데리다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다. 

 

우리는 여기에서 데리다의 이론, 즉 환대가 윤리학이라는 이론으로 되돌아가게 된다. 환대를 미덕으로 보는 윤리학은 우리에게 안주하는 마음을 버리라고 요구한다. 이것은 사람들과의 교류, 그렇다, 얽히고설킨 인간관계를 추구해야 할 동기를 부여한다. 호메로스 시에 자주 등장하는 선물 교환 장면은 중요하지만 흔히 간과되는 또 다른 차원의 교훈을 준다. 음식을 선물로 제공하는 행위는 두 사람의 인간관계가 얽히고설키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식사는 미학적 만족이다

 

농부이자 음식 운동가인 웬델 베리는 <식사의 즐거움>(1989년)이란 수필에서 독자들에게 자신들이 먹는 음식에서 이른바 '광대한 기쁨'을 키우라고 요구했다. 이 기쁨은 요리에 담긴 음식 재료들이 재배되고 생산된 환경을 이해하고 수긍의 미소를 지을 수 있는 사람만이 누릴 수 있다. 베리는 이 음식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환희, 즉 미학적인 만족은 그 사람이 그 음식이 재배된 환경을 알고, '그것에 찬성할 때' 가장 크다고 말한다.

 


따라서 미학적 기쁨은 엘 세예르 레스토랑의 경우처럼 참신성, 창의력, 놀이 그리고 세심한 연출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혹은 베리와 미국 전역에 로컬 푸드 부흥 운동을 퍼드린 앨리스 워터스의 주장에 따르면, 우리 접시에 놓인 음식의 재료가 재배된 곳을 아는 데서 온다. 이는 먹는 행위가 절대로 재미없고, 단순한 생물학적 행위가 되어선 안 된다는 사실이다.

 

"음식은 예술인가?"

 

 

감각들도 계급이 있다

 

인간들은 감각들의 위계질서를 정한 이론을 물려받았다. 이에 따르면, 인접 감각들(미각, 촉각, 그리고 약간의 논란이 있지만 후각 등이 포함된다)은 진정한 '알기'의 원천 또는 전달자로서 신뢰하기 어려운 것으로 여겨진다. 신뢰할 수 있는 '알기'는 인체 중앙에서 먼쪽의 감각들, 즉 시각과 청각의 전유물이다. 그 이유는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사물을 만져볼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칸트는 '인접 감각과 먼 감각은 그 감각 경험이 우리의 마음을 대체로 그 사물 자체로 끌어들이는가, 아니면 우리 자신의 감각 쪽으로 끌어들이는가에 따라 나뉜다'고 말하며, 후자의 경우에만 객관성이 보장된다고 덧붙였다. 감각들이 우리에게 지식을 제공할 수 있는 정도에 한해서만, 우리는 특정 감각이 우리에게 진정한 지식을 제공하리라고 믿을 수 있을 뿐이다.

 

 

우리는 어떻게 먹어야 하나?

 

'철학'이라는 단어의 의미는 '지혜의 사랑'이다. 한쪽에 사람의 배腹와 농부를 연결하는 선이 있다면, 반대쪽에는 배와 식탁을 연결하는 선이 있다. 식탁은 언제나 배의 욕구를 충족시켜주기 위한 공동의 공간이다. '어떻게 먹어야 하나?'라는 질문의 여러 작은 문제 중엔 '누가 우리 식탁에 나와 함께 앉을 것인가?'라는 문제도 포함된다. 즉 환대의 가치가 바뀌고 있는 것이다.

 

옛날에는 환대가 친구들을 즐겁해 하는 일, 또는 경제계에선 손님 접대의 일임을 당연시했다. 굶주린 사람들이 도처에 널려 있고 가정과 집의 수용력엔는 한계가 있는 이런 배경에서 윤리학은 우리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집을 얼마나 개방할 것인가?라고 말이다. 우리는 과연 식탁에 자리를 제공할 수 있는 후한 태도를 취할 것인가? 이 책을 관통하는 메세지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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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러커 피드백 수첩 (본책 + 다이어리)
이사카 다카시.피드백 수첩 연구회 지음, 김윤수 옮김 / 청림출판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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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드백은 경영학을 비롯해 드러커의 모든 지적 체계의 근간을 이루는 개념이다. 드러커 자신도 피드백으로 스스로를 경영함으로써 자기주도적으로 인생을 창조하고 있었다. 나는 드러커의 자기계발법을 직접 실천하기 위한 방법을 오랜 시간 동안 모색해왔고 마침내 한 가지 결론을 얻을 수 있었다. - '들어가며' 중에서

 

 

피터 드러커의 자기계발법은 바로 '피드백 수첩'에 있다

 

책의 저자 이사다 다카시는 일본 드러커 학회 이사이며 출판 편집자이자 번역가로, 와세다 대학 정치경제학부를 졸업하고 도쿄 대학 대학원에서 인문사회계연구과를 수료했다. 세계적인 드러커 연구자인 우에다 아쓰오 등과 함께 드러커 학회를 설립했다. 2005년, 캘리포니아주 클레어몬트에 있는 피터 드러커의 자택에서 외국인 편집자로서는 마지막으로 드러커와 단독 인터뷰를 했던 저자는 드러커에 대한 신선하고 독창적인 해석으로 일본에서 정평이 나 있다. 현재 모노쓰쿠리 대학 객원교수, 와세다 대학 사회연대연구소 초빙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강점을 발견하 수 있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바로 피드백 분석이다"

- <프로페셔널의 조건> 중에서

 

경영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피터 드러커는 피드백 분석을 50여 년 동안 계속했다고 한다. 드러커 자기계발법의 진수는 생각하거나 깨달은 바를 즉시 적어둘 수 있는 수첩에 있다. 저자는 이를 '피드백 수첩'이라 명명하면서 누구나 손쉽게 이를 따라할 수 있다고 말한다. 즉 이 단순한 수첩은 기록자의 강점을 파악하게 해주고 강점을 최대로 사용할 수 있는 분야를 알려준다.

 

피드백 수첩의 기본 사용법

 

1. '자신과의 대화'를 한다

2. 대화를 근거로 '목표를 설정'한다

3. 목표를 바탕으로 '행동'한다

4. '목표와 성과를 비교'한다

 

수첩의 기록을 위해 그리 많은 시간을 투자할 필요도 없다. 하루 10분이면 충분하다. 수첩의 구성 내용인 '인간관계', '일상업무', '공부', '기타' 등 4개의 다짐을 성실하고 꾸준하게 기록함으로써 자기 자신의 강점을 파악하고 나아가 이를 토대로 자신의 인생을 바꿀 수 있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요약하자면 피드백 수첩은 '하루 10분 성공습관'인 셈이다.

 

 

 

 

지금 그대로의 모습과 마주한다

 

경영학의 대가 피터 드러커의 인품과 업적은 모두 피드백의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 효과적인 자기계발법을 우리의 것으로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혹시 드러커가 가지고 있던 깊은 통찰력과 교양이 우리에게도 필요한 것은 아닐까? 그렇지 않다. 피드백은 누구나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필요한 것은 단지 자신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는 습관이다.

자신의 참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실상을 직시할 때 자꾸 결점에만 신경을 쓴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 없다. 피드백은 단점이나 약점에는 아무 관심도 없다. 피드백은 그 누구보다 자기 자신을 잘 이해하는 인생의 든든한 동반자다. 스스로 강점을 찾아내고 나아가 성공적인 인생을 창조하도록 도와준다.

 

 

강점을 토대로 자신을 성장시킨다 

무릇 출판계의 자기계발서에는 무언가 바꿀 것을 강요하는 내용들이 많다. 하지만 사람들이 말처럼 그렇게 쉽게 바뀔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그래서 드러커는 오히려 훨씬 현실적인 조언을 한다. "가능한 한 자신을 바꾸지 않고 강점을 살려 성과를 최대로 끌어올려라. 그러기 위해서는 강점을 바탕으로 한 목표 설정이 중요하다"고 말이다. 

 

이미 어떠한 성과를 올렸고 자신의 강점이라고 확신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을 목표에 반영해야 한다. 강점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생산성을 높이고 심리적인 부담도 덜 수 있다. 잘하는 일에 에너지를 쏟으면 상승효과로 더 높은 능률을 기대할 수 있다. 그렇다고 강점을 더 보강하려고 애쓸 필요도 없다. 현재 가자고 있는 강점으로도 충분하다. 중요한 점은 강점을 알아내는 일이다.

 

 

강점이 아닌 것은 그만두라

 

뭔가를 뛰어나게 잘하는 사람을 보면 우리들은 매우 부러워한다. 그렇지만 우리들이 피나는노력을 한다고 해서 그 사람의 경지에 도달된다는 보장은 없다. 그래서 드러커는 이렇게 말한다. 이 말의 의미는 사람의 강점은 이미 자신의 직업을 정하기 훨씬 전부터 결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지금껏 강점이 아니었던 것을 강점으로 바꿀 수 없다는 의미다.

 

"큰 성과를 올리는 고위 관리직들은 자기 자신이 되려고 한다. 다른 누군가가 되려고 하지 않는다" - <피터 드러커의 자기경영노트> 중에서 

 

피드백에서는 '강점이 아닌 것'을 단호히 그만둔다. 드러커는 자신이 컨설팅해준 회사 사장에게 종종 이런 질문을 던지곤 했다. "최근 들어 뭔가 그만둔 일이 있습니까?" 드러커다운 질문이다. 사람은 무언가를 시작하는 일에만 정신이 팔려서 무언가를 그만두는 일은 좀처럼 의식하지 못한다. 시간은 유한하다. 무언가를 시작하려면 다른 무언가를 그만둬야 한다. 강점이 아닌 것을 아는 방법은 간단하다.

 

우선 피드백으로 강점을 파악한다.

그리고 목표와 성과를 비교해서 성과를 올리지 못한 일은 강점이 아닌 것으로 본다.

 

 

무엇을 모르는지 파악해야 성장할 수 있다 

설령 부족한 지식이 있더라도 이는 제3자나 조력자 등의 도움을 받아 보완할 수 있다. 이처럼 프로란 완전히 자립한 사람을 가리키지 않는다. 어떤 프로든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힘을 발휘한다. 아무리 실력이 뛰어난 전문의라도 간호사나 다른 전문의의 조력 없이는 제대로 수술할 수 없다.

 

따라서, 의존해야 할 때 어떤 파트너에게 의존해야 할지 아는 사람을 프로라고 한다. 프로란 자신에게 어떤 지식이 있고 어떤 지식이 없는지를 정확하게 아는 사람이다.

 

 

 

피드백 수첩의 예시

 

 

하루, 일년, 그리고 일생을 함께 생각하라 

일 년의 목표는 무엇인가. 그 목표를 위해서 하루하루를 어떻게 살아야 할까.

일 년의 목표는 무엇인가. 그 목표 끝에는 어떤 일생이 보이는가.

 

마라톤 선수는 한 걸음 한 걸음을 결승점까지의 전체 이미지 속에서 보고 있다. 시간축 어디에서나 분명하게 목표를 의식하고 있다. 당연하게 생각할 수 있지만 그 사실을 의식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그것이 아무리 작은 행동이라도 그 한 걸음이 어디로 통하는지를 의식하는 일에는 큰 의미가 있다. 

 

 

하루 목표는 언제 적는가? 

하루 피드백은 매일하는 일이기 때문에 리듬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목표는 언제 적어야 좋을까. 아침에 일어나서 식사를 하고 전철로 회사에 도착한 뒤 '자, 써보자' 하고 시작할까?

 

가능하면 전날 저녁에 마치도록 하자.
하루의 목표를 하룻밤 재우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자고 있는 동안에 그 목표가 천천히 숙성되어 자연히 머릿속에 스며든다. 다음 날 아침, 회사에 가서 자리에 앉을 때까지 간단히 되짚어보기만 해도 하루의 출발을 잘할 수 있다. 그러한 기분 좋은 리듬이 피드백의 효과를 확실하게 높여준다. 잠 안자고 시험준비한다고 시험 잘치는 사람 없듯이 말이다. 

 

 

'무엇을 하고 싶은가'가 아니다 

드러커의 컨설팅을 받은 사람 중에 밥 버포드라는 경영자가 있다. 그는 전반 생에서 회사 경영자로 크게 성공을 거두고 후반 생에는 대형 교회를 건립해 명성을 떨쳤다. 그는 텍사스 주에서 케이블 텔레비전 회사를 경영하면서 현재 자신의 인생이 어느 지점에 있는지조차 모른 채 그저 앞만 보고 달려왔지만 그의 영혼이 바라는 것은 그 사업엔 없었다. 

 

버포드의 예에서 '영혼이 추구하는 것'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단순히 '좋아서', '왠지 해보고 싶어서'라는 수준과 구별하기 위해서다. 간단해 보이지만 막상 실천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성공적인 후반 생을 보내기 위해 생각할 일은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가'가 아니다.

 

'나를 이용해 어떤 성과를 올려야 하는가'를 생각해야 한다. '내가 어떤 성과를 올리고 싶은가'를 생각하면 반드시 틀리게 된다. 틀린다기보다는 답은 안 나오고 막다른 골목에서 길을 잃게 되기 쉽다.

 

어디까지나 나라는 재목으로 세상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고민해보는 게 중요하다. 경험을 쌓을수록 이 말의 의미를 이해하게 될 것이다.

 

 

 

현실을 자각하고(Feed)

자신의 행동으로 돌아간다(Back)

 

이것이 바로 피드백의 본질이다. 수첩을 쓸수록 좋은 습관으로 형성되고 결국엔 오래 묵혀 가치 있는 포도주처럼 빛을 발하는 자기 자신의 강점으로 남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경영학의 대가인 피터 드러커가 피드백 분석을 50년 넘게 실천해왔다는 점이 온몸에 전율을 느끼게 한다. 비록 첫걸음이 미미할지라도 꾸준히 계속된다면 그 결과는 분명 창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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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 길은 언제나 따뜻하겠지 - 비우고 채우는 프랑스 르 퓌 길 800km 걷기 여행
류승희 지음 / 꼼지락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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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프랑스 르 퓌 길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또한 이 길 위에 놓인 도시 가운데 세계문화유산이 15개나 된다. 이 말은 르 퓌 길을 걸으면 적어도 이틀에 하루꼴로 깜짝 놀랄 만한 장소와 마주친다는 얘기다. 그렇다. 르 퓌 길은 자연을 중시한 길도 길이지만 매혹적인 문화의 흔적도 무한정 접하게 해준다. - '프롤로그' 중에서

 

 

프랑스 르 퓌 길 800킬로미터를 걷다

 

책의 저자 류승희는 화가로 파리1대학 판테옹 소르본에서 미술사와 미술기호학을 공부했으며, 1989년 프랑스로 유학을 떠나 줄곧 그곳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녀는 우연히 한 권의 책을 통해 '산티아고 가는 길'을 알게 되어 매력을 느꼈지만 차마 떠날 용기가 나지 않아 망설이며 자료만 수집하다 마침내 용기를 내 그토록 꿈꾸던 산티아고 콤포스텔라행 첫발을 내딛게 된다.

 

 

총 길이 800km에 이르는 르 퓌 길은, 프랑스 르 퓌 앙 블레에서 론세스바예스까지의 구간을 말한다. 스페인 산티아고 콤포스텔라를 향해 가는 이 길은 950년 첫 순례자 고데스칼크가 걸었던 길이기도 하다. 파리 고서점에서 우연히 발견한 한 권의 책을 통해 그녀는 '산티아고 가는 길'의 존재를 알고 매료되었으나, 용기를 내지 못하다가 화가 반 에이크가 그 길을 걸었다는 사실에 용기를 얻너 그토록 꿈꾸던 첫발을 내딛게 된다.

 

애처롭게 핀 들꽃, 멀리서 달려오는 자동차 뒤로 흩날리는 흙먼지, 까닭 없는 슬픔, 유서 깊은 도시, 찬란한 중세 건축물, 섬세한 장인의 손길, 가슴이 뻥 뚫리는 광활한 대자연, 매혹적인 마을, 감춰진 문화와 예술, 프랑스 오감의 신비…… 끝도 없는 낱말들이 르 퓌 길 하면 떠오른다는 그녀는 진정 르 퓌 길은 눈을 위한 파티이자 감동의 연속이었다고 감회를 밝힌다. 이제 우리들도 그녀와 함께 책을 통해 그 길을 걸어보자.

 

 

 

순례자들이 걷는 길, 르 퓌 길

 

 

이 책은 르 퓌 길 이야기를 중심으로 이 길에 관련된 프랑스의 역사, 문화, 파리지앵으로 사는 저자의 삶이 함께 버무려져 있다. 책의 특징으로는 매 꼭지마다 명언들을 덧붙였는데, 이는 본문과의 관련성 여부를 떠나 저자가 직접 한 장의 종이에 적어서 실제로 도보 여행 때 가져갔던 명언이라고 한다.

 

"모든 여행은 첫발자국으로 시작한다"

- 중국 속담

 

 

출발 지점으로 가다

 

화산이 낳은 도시 르 퓌 앙 블레가 도보 여행의 첫 출발지이다. '르 퓌'는 뾰족한 화산을 의미한다. '블레'는 켈트어로 고대 골 부족 명장名將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이곳은 화산으로 인한 특이한 암석의 돌출과 현무암 기둥으로 자연이 빚어 놓은 작품인 셈이다. 여기서 가장 유명한 것은 도시 정상에 위치한 종교 기념물이다.

 

프랑스에서 가장 오래된 예배당 생 미셀, 붉은 색의 거대한 성모상, 도시를 장악하는 로마풍의 대성당 등이 바로 그것이다. 미셀 예배당은 산티아고 첫 순례자인 고데스칼크 주교가 순례를 마치고 돌아와 962년에 지은 건물로 알려져 있다. 멀리서 보면 마치 현무암으로 된 거대한 손가락처럼 보인다. 뾰족한 바위산 정상에 위치해 있어 268개의 계단을 올라야 비로소 만날 수 있다.

 

또 다른 바위 코르네유 정상엔 1860년에 만든 '프랑스 성모'라 불리는 붉은 동상이 있다. 크림 전쟁 때 세바스토폴에서 포획한 213문의 대포들을 녹여서 만든 것이다. 무려 835톤의 성모상이 있는데, 높이가 무려 16미터로 미국의 '자유의 여신상'(1886년)이 있기 전까지 전 세계에서 가장 컸다.

 

프랑스 성모상을 지나 내려오면 대성당이다. 초기 이교도이교도들의 성전이 있던 곳에 세워진 거대한 로마네스크 양식의 건축물이다. 11~12세기 생 미셀 벽화와 샤를마뉴 시대부터 내려온 필사본 테오돌퓌 성경으로 유명하다. 9월 중순에 르 퓌 길 순례를 떠난다면 '새의 왕' 축제가 볼 만하다. 르네상스 시대의 가면과 복장을 한 선남선녀들이 펼치는 카니발이다.

 

 

 

 

로마네스크 양식의 대성당

 

 

순례자들의 휴식처, 건조 마차 

 

길은 평지로 이어졌지만 궤도 이탈은 꿈도 못 꾸는 태양과의 전쟁이 계속되었다. 더위가 극에 달하는 순간, 버려진 나무 마차가 눈에 띄었다. 그 마차 위로 나이를 알 수 없는 무지무지하게 큰 나무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다. 마차 옆에 작은 연못만 갖춰진다면 영락없이 영국 화가 존 컨스터블(1776~1837년)의 그림 <건초 마차〉(1821년작, 내셔널갤러리 소장)다.

 

존 컨스터블은 영국 화가인데, 성공한 제분업자의 아들로 태어나 목가적인 풍경을 그려냈다. 당시 풍경화는 별로 대접받지 못하던 때였으나 그는 영국의 자연 풍광을 잘 표현함으로써 풍경화의 권위를 높였다고 평가받는다.  

 

태양을 피해 그곳으로 하나둘씩 모여들었던 순례자들은 옹기종기 앉아 허기를 달래자마자 마차 위에 제멋대로 드러눕기 시작했다. 사진작가 얀 아르튀스 베르트랑이 헬리콥터를 타고 그 장면을 찍는다면 재밌겠다는 생각을 했다. 산들바람이 불어왔다. 저자는 태양과 내면의 자아와 전쟁 중이었으니까 마치 전쟁 중의 휴전만큼이나 행복했다.

 

존 컨스터블, <건조 마차>

 

 

수녀들이 구제한 수도원 

생 콤 돌트에는 수녀원에서 운영하는 아주 훌륭한 숙소가 있다. 르 퓌 길에서 보기 드문 현대식인데다 새로 정비를 마쳐 아주 깨끗했다. 수녀, 신부, 순례자 무리가 식사 시간이 되어 모이면 수용 인원이 꽤 많다는 걸 알 수 있다. 이용료는 기부제인데 자원봉사자에 의하면 보통 프랑스 길에서는 10~20유로 정도가 기본이고 주머니 사정이 좋은 사람은 이왕이면 많이 지불한단다. 프랑스에서 이것이 바로 노블레스 오블리주다. 아침과 저녁 식사가 포함된 가격이다. 밭에서 직접 재배한 유기농 채소와 달걀, 치즈로 이뤄지는 식사인데 분위기가 맛을 돋운다.

 

수녀원은 너무 낡아서 이 건물을 없애기로 결정하였다. 그런데, 수녀들이 발벗고 나서서 구제할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수녀들 개개인이 일해서 평생 모은 돈과 연금을 모금하여 새롭게 건물을 지어 현재의 모습이 된 것이라고 한다. 어려운 사람들의 무상 휴식처로 이용되며, 은퇴한 수녀들의 요양원이나 안식처로 활용되고 있다.

 

프랑스에선 매년 가장 아름다운 마을을 선정한다. 이때 생 콤 돌트도 뽑혔다. 먼저 눈에 띄는 장소가 생콤 돌트 성당이다. 교회 지붕이 비비 꼬여 있기 때문이다. 1552년에 건축된 것으로 르네상스 양식의 문 장식이 독특하다. 마을에 들어서면 고풍스러운 옛집들이 즐비하다. 스케치하고 싶은 소재들로 가득한 곳이다. 마를 자체가 한 폭의 잘 그린 그림과 같다.

 

비비 꼬여 있는 성당의 종탑이 보인다

 

 

순례자의 부상 소식

 

"느림은 대부분 끝까지 가지만 성급함은 길을 방해한다"는 아랍 속담에 딱 맞는 일이 발생했다. 잽싼 걸음걸이를 자랑하던 어느 순례자가 여행길을 멈췄다는 소식이었다. 이 순례자는 저자도 만난 적이 있던 인물이었다. 모순처럼 들리지만 이 도보 여행길에서 가장 비일비재한 이유가 바로 인대를 다쳐 응급실로 실려나가는 일이다.

 

걸음걸이가 남달리 재빠르거나 서두르는 순례자들, 특히 젊은이들이 주로 무릎을 다치거나 인대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 왠지 무리해서 사는 사람들의 인생길과 유사하지 않은가. 출셋길에 질주하는 사람들, 모든 일이 쉬워만 보이는 사람들, 반짝반짝 빛나는 스타들, 아직 육체의 한계를 느껴보지 못한 젊은이들 등등. 상처받기 쉬운 여린 속살과 섬세한 인대는 누구에게든지 존재한다.

 

길 위의 자원봉사자

 

 

비밀 정원, 카오 

아침 6시에 르 페크를 출발했다. 가랑비가 흩뿌리는 잿빛 하늘, 비가 내리는 이런 날에는 발의 통증은 없지만 습도로 인해 쉽게 지친다. 순례자에게 문제가 없는 날은 결코 없다. 인간의 삶과 닮지 않았는가. 순례자 저마다 크고 작은 문제 하나쯤은 가지고 있다. 삶 가운데 지칠 때면 때때로 우리는 현실을 피하고자 여행을 가기도 한다. 그러나 여행으로 보상받진 못한다. 우리를 바꾼다는 건 더욱 꿈도 꾸지 않는 게 좋다. 여행은 우리를 바꾸는 게 아니라 우리 스스로를 알게 해준다. 그런데 순례 도보 여행은 다르다. 우리를 바꿀 수도 있다.

 

카오에는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특이한 다리가 있고 포도주로도 유명한 곳이다. 오랜 시간 길을 걷다보면 산업 기술 문명에 길들여진 자신과 멀어진다. 도시 중심에 도달하자 먼저 다리를 건너 관광 안내소를 찾았다. 어주 오래된 도시답게 오묘한 옛ㄱ것들로 가득했다. 오래된 특이한 집, 물시계, 건축물 등을 보며 마치 타임머신을 탄 기분이 들었다.

 

카오는 케르시 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2천 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로트 강으로 둘러싸인 도시는 섬에 가깝다. 3개의 탑으로 유명한 발랑트레 다리는 생 테티엔 성당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고, 프랑스 정부가 뽑은 예술과 역사의 도시로 선정되었다. 교황 요한 22세의 출생지이며, 비록 18세기에 파괴되었지만 그가 1331년에 세운 유서 깊은 카오 대학이 있었다.

 

왼쪽 편에 보이는 다리가 '발랑트레 다리'이다

 

 

"르 퓌 길을 걷다 보면,

프랑스의 매력과 나 자신의 매력을 찾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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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역사가 바뀌다 - 세계사에 새겨진 인류의 결정적 변곡점
주경철 지음 / 21세기북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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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2015년에 건명원建明苑에서 강의한 내용을 토대로 썼다. 현대사회는 과학기술과 산업의 발전이 엄청난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이런 변화는 우리 삶을 훨씬 더 풍요롭게 해줄 수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부익부 빈익빈의 모순을 심화시킬 우려도 크다. 산업혁명 이후 인류는 엄청난 부를 쌓았지만 부국과 빈국 사이의 격차는 더 벌어졌다. 이런 가운데 중국이 눈부신 경제적 성취를 이루며 강대국으로 올라서면서 한반도의 정치, 경제적 상황은 앞날을 점치기 힘든 혼란 속으로 빠져들어가고 있다. - '서문' 중에서

 

 

세계사의 커다란 변곡점을 살펴보다

 

책의 저자 주경철은 역사학 박사로 현재 서울대학교 서양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서울대학교 역사연구소 소장, 중세르네상스연구소 소장, 도시사학회 회장을 역임하며 주로 근대 세계가 어떻게 형성되었는가에 관심을 두고 저작 활동과 번역 작업에 힘쓰고 있다. 주요 저서로 <대항해 시대>, <문명과 바다>, <문화로 읽는 세계사>, <네덜란드>, <콜

 

 

 

 

 

 

 

 

 

 

 

왜 콜럼버스는 대서양을 항해했을까? 그는 정말로 향신료, 비단 등의 교역 항로를 개척하여 큰 부를 얻고자 목숨을 건 도박을 감행했을까? 이렇게 알려진 사실은 어찌 보면 역사의 왜곡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는 지구는 매우 작고 바다의 면적 또한 매우 작다는 잘못된 지식을 가지고 있었고 인어와 괴물, 식인종과 여인국 등을 그대로 믿었으며 성경 속의 에덴동산을 찾고자 항해를 결심했던 것이다. 그야말로 '소 뒷걸음질에 쥐잡은' 격으로 아시아를 찾아 항해를 떠났다가 잘못된 항해로 아메리카에 도착하는 행운을 잡은 셈이었다.  

 

이처럼 '지상낙원'을 찾겠다는 황당한 세계관은 비단 콜럼버스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 당시 유럽인들에게 만연되어 있었다고 봐야 한다. 결과만 놓고 본다면 아메리카 대륙의 발견이라는 소득과 함께 해상 지배를 통한 부의 축적을 이룰 수 있었지만 말이다. 이처럼 우리들이 알고 있는 위대한 인물 콜럼버스는 결코 선구적이거나 과학적인 사람이 아니었다.

 

왜냐하면 이미 웬만한 선원들은 이미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과 함께 아무리 대륙에서 멀리 배를 타고 항해를 나가더라도 결코 낭떠러지로 추락할 일이 없음을 인지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콜럼버스가 지구는 평평하지 않고 둥글다고 믿었던 선구자적인 자세를 견지했다고 표현하는 것은 지나친 과장이다. 이는 그야말로 특정인물의 '신화만들기'인 셈이다.

 

심지어 그의 아들 페르디난드는 아버지에 대한 전기 <콜럼버스 전기>를 기술하면서 문턱에도 가지 못했던 그를 당대 최고의 명문인 파비아대학을 졸업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어느 학자가 콜럼버스의 어린 시절을 탐구하다가 밝혀낸 사실은 당시 제노바에는 가난한 아이들을 가르치는 초급학교가 있었는데, 이 거리의 이름이 '파비아 거리'였다는 것이다. 어릴 적부터 선원 생활을 했던 콜럼버스가 어떻게 대학에서 정규과정을 받을 수 있었겠는가?

 

1492년, 이는 세계사에서 매우 의미있는 해이다. 요즈음 말로 벤처 비즈니스인 콜럼버스의 기획안이 스페인에서 어렵게 통과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스페인 입장에서 보면 스페인의 그라나다에서 무슬림을 마지막으로 몰아내고 자국 내에 거주하던 유대인들 마저 축출함으로써 종교적으로 가톨릭 국가를 완성했던 해이다.

 

콜럼버스는 총 4회에 걸친 항해를 했는데, GPS가 없던 그 시절엔 그저 바람과 조류에 의존하던 방법 뿐이었다. 잘못 판단하면 망망대해에서 표류하다 죽기 십상일 정도로 위험하기 그지 없었다. 그래서 당시엔 이를 위험한 모험 사업으로 분류했다. 비록 대학을 다니진 못했지만 독학으로 지구의 조류와 풍향 등 전체적인 지식 체계를 만들었기에 그의 기획안이 통과될 수 있었다. 당시엔 구텐베르크의 인쇄술이 등장하여 책을 통해 지식이 보급되고 있었기에 독학이 충분히 가능했던 것이다.

 

콜럼버스가 생각한 우주관, 지구관에서 이 세상은 그저 물질적인 성격의 땅이 아니라 의미가 충만한 땅이다. 그가 아시아로 향한다는 것은 단순히 먼 이국異國으로 가는 정도가 아니라 신학적인 의미를 지닌다. 이미 알고 있는 곳, 구약에서 이미 예약되어 있는 곳을 향해 인류의 꿈을 실현하려 가는 것이라고 콜럼버스는 스스로 의미부여를 했다.

 

 

 

1820년, 유럽이 중국 경제를 뛰어넘다

 

500년 전 유럽은 왕조 국가들이나 또는 이보다 작은 단위의 정치체들로 분열되어 있었다. 중세 말 유럽이 겪은 가장 큰 시련 중 하나가 바로 백년전쟁이었다. 장장 1백년 동안 영국괴 프랑스가 치열하게 전쟁을 벌이는 와중에 기근과 치명적인 전염병인 페스트까지 번지고 말았다.

 

세계의 문명이 교류할 수 있었던 이유는 수송 수단 때문이었다. 이는 크게 수레, 배, 카라반(데상隊商)으로 구별될 수 있다. 바퀴는 기원전 3~4천년 경에 발명된 것으로 추정하는데, 바퀴의 등장은 바로 수레로 연결되어 전쟁터에선 효율성 높은 수단이 되었다. 즉 말이 끄는 마차에 2인이 승차해 한 사람은 기수로, 다른 사람은 활을 쏘는 형태의 전차戰車였던 것이다.

 

결국 바퀴는 평화적 목적으로도 이용되었는데, 메소포타미아, 코카서스, 북유럽 등지에서 유라시아 여러 지역으로 널리 보급되어 교통수단으로 활용되었다. 하지만 아프리카는 체체파리로 인해 가축을 사용하지 못하므로 바퀴를 사용하는 수레가 없다. 또 아시아의 타이가 지역은 진흙땅이라 도로를 만들기가 쉽지 않으므로 역시 수레를 사용할 수 없었다.

 

문명 간 교류에 있어서 가장 큰 역할을 한 수단은 카라반, 즉 대상대상이다. 한국사엔 거의 등장하지 않는 낙타가 바로 그 주인공인데 사막지역은 단봉낙타가, 아시아의 서늘한 초원지대는 쌍봉낙타가 짐을 날랐던 것이다. 낙타라는 동물의 원산지는 아프리카가 아니라 미국이나 캐나다였지만 빙하기 말에 '베링기아'를 통해 아시아로 넘어온 것으로 추정한다.

 

낙타는 자기가 먹을 것을 스스로 해결하는 동물이라 운송 수단으로 낙타를 이용하면 유지비용이 매우 저렴하다는 장점이 생긴다. 최악의 경우 물 없이도 4~9일 정도를 버틸 수 있다고 한다. 이런 능력 때문에 사하라 사막이나 아라비아 사막을 넘을 수 있었다. 이 덕분에 문명 간 전파 또한 가능했다. 이슬람 종교, 문화, 농경 등의 여러 가지 요소들이 사막 너머의 먼 지역으로 전파되는 데 낙타는 결정적인 공헌을 했다.

오늘날의 세계화 현상은 어느 날 갑자기 만들어진 게 아니라 오랜 기간 동안 준비된 것이다. 제지술, 화약의 전파를 비롯한 문명 간 교류가 모두 세계화 현상의 전조前兆이다. 한 가지 예로 먹을거리 전파 역시 인류 전체에 매우 중요한 사건이다. 토마토, 고구마, 감자, 옥수수, 고추 등의 아메리카 작물들이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중국은 하나의 제국으로 통합되었지만 유럽은 여럿 나라로 분열되어 있었다. 유럽은 여러 개의 중심권이 생겨나고, 그 때문에 다수의 국가들이 형성되었는데, 이 국가들이 경쟁하며 강력한 해양력을 키움으로써 세계의 바다로 나아갔다는 것, 이는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볼 가설이라 할 수 있다.

 

"바다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

- 앨프리드 머핸, 미국 해군 제독

 

이 말은 미국이 계속 팽창하려면 과감하게 바다로 나아가야 함을 주장한다. 장기적인 전략을 갖고 유럽과 미국이 점차 바다로 나아가려 할 때 정작 세계 최강의 해양력을 보유했던 중국은 세계사의 큰 흐름을 오히려 거스르면서 스스로 발을 빼는 선택을 한 것이다. 무슨 이유인지 몰라도 중국의 정화 선단은 더 이상 해상을 지배하지 않았다.

세계 경제사의 흐름이 재구조화되는 1820년대 '대분기'를 기점으로 중국은 지금까지 차지해온 헤게모니를 놓치고, 유럽과 미국이 확고하게 앞서나가게 된다.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풍요로운 삶이라는 것은 19~20세기 이후에 일어난 경제 성장의 결과이다. 그것을 촉발시킨 산업혁명이 실로 얼마나 엄청난 현상인지 알 수 있다.

산업혁명이라는 것은 공급 측면에서 혁신이 일어나고 기술이 발전함으로써 생산력 향상이 일어난 것인데, 근면혁명은 이와는 달리 수요 측면에서 발생한 소비 혁명이라고 할 수 있다. 시장 경제가 확대되고 분업이 작동함으로써 경제 성장이 이루어진 것이다. 요약하자면 '수요혁명'이 먼저 진행되다가 산업혁명이라는 '공급혁명'으로 이어졌다. 

세계 경제는 새롭게 구조가 만들어진다. 이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내는 동시에 그 꼭대기에 올라탄 서구가 세계의 경제적인 패권을 차지한다. 이때 서구는 단순히 상대적으로 앞서간 게 아니다. 영국의 산업이 몇 천 년 간 지속되어온 전통적인 인도의 직물업을 몰락시켰던 것과 같이 아시아 세계를 몰락시키고 그것을 발판 삼아 질주한 것이다.

 

 

 

1914년, 나그네비들기가 멸종하다

 

캐나다의 야생에서 우리들이 볼 수 있는 풀의 60퍼센트가 원래 유럽산이다. 나아가 미국 잡초 500종 중 258종이 유럽산이라고 한다. 북아메리카 대륙의 들판에서 우리가 볼 수 있는 풀들의 절반 이상이 아메리카 원산종이 아닌 유럽에서 '이민' 온 것들이라니, 상당히 놀라운 사실이다.

 

구구대륙, 즉 아시아나 유럽에서 호주, 뉴질랜드, 아메리카 등의 신대륙으로 갔을 경우 동식물의 번식 속도가 굉장히 빨랐다. 반대로 신대륙의 동식물이 구대륙으로 이동할 경우 이상하게도 전혀 맥을 못 추었다. 왜 그랬을까? 이에 대한 이론을 제시한 인물이 바로 미국 학자인 앨프리드 크로스비이다.

 

"모든 답은 아주 단순한 데 있다"

- 앨프리드 크로스비

 

규모가 큰 유라시아에서는 2억 년 이상 동안 많은 생물들이 서로 경쟁하며 지내왔다. 이에 비해 호주나 뉴질랜드 같은 작은 생태계에선 경쟁이나 갈등 요소가 약했기에 평화롭게 지냈던 것이다. 크로스비의 이론은 '생태 제국주의'라는 개념으로 귀착된다. 즉 "생명력이 강한 유럽의 생태계가 생명력이 약한 신대륙의 토착종을 몰아내면서 유럽인의 식민지 건설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오세아니아의 대표적 동물 키위와 코알라가 만약에 한반도에 살았다면 아마도 이미 멸종하지 않았을까?

인간은 자연 속에서 조화롭게 살기보다는 인위적으로 자연에 심대한 충격을 가하는 경향이 커졌다. 급기야 이제는 인류가 지구 기후와 생태계를 변화시키는 새로운 지질 시대로 접어든 것이 아닌가 하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그래서 등장한 개념이 '인류세人類世'라는 것으로, 이는 인간 활동이 지구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친 시점부터를 별개의 세世로 분리한 지질 시대 개념이다.

근대 이후 근대 인간의 행위가 생태계 전체의 변화를 초래한 것이 분명하다. 이제 우리는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대해 진지하게 원점에서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자연과의 조화를 이루는 지혜가 요구되는데, 과학기술과 인문학의 만남을 통해 우리 자신과 세계를 잘 헤아리는 지혜를 갖춰나가야겠다.

 

 

 

1945년, 세계대전의 종료

 

일본의 지배 계급은 사무라이이고 사무라이의 존재 의의는 폭력의 독점이다. 이들 무사 집단의 논리는 자신들만이 최고의 무력을 독점해서 일반인을 보호해준다는 것이다. 그들의 주무기는 '칼'이었다. 아이로니하게도 일본은 조총으로 임진왜란을 일으켜 우리 강토를 유린했지만 이후 더 이상 총을 사용하지 않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칼이 바로 사무라이의 혼魂으로 의미를 가졌기 때문이다. 일본의 사례에서 보듯이 무력의 발전과 쇠퇴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가지 요소 중 중요한 것이 '문화'이다. 군사력을 문화의 관점에서 해석하는 것이 최근 역사학의 중요한 연구 방향이다.

 

현대사회로 올수록 문명화되었다는 견해보다는 20세기를 증오의 세기로 묘사하면서 갈수록 더 야만화되었다고 하는 견해가 더 익숙할 지도 모른다. 문명화로 인해 시간이 지날수록 폭력성이 줄어든다는 설명이 아무래도 설득력이 낮기 때문이다. 현재에도 무자비한 살인과 폭력, 그리고 테러가 자행되고 있는 지구촌의 오늘 모습을 본다면 이는 결코 문명화가 아니다.

 

문명화야만화, 어느 편의 주장이 맞는 것일까? 당연히 그 양면을 다 가지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여기에서 굳이 하나를 골라 답을 내리는 것은 불가능하고 또 어찌 보면 결정적으로 중요하지도 않다. 우리에게는 섣부른 답을 내리는 것보다도 문제를 잘 파악하는 게 더 중요하다. 즉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계의 '증오'와 '폭력'을 넘어서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오늘, 역사의 물음에 답하다

 

지구의 입장에서 본다면 아마도 인간은 암 덩어리 같은 존재일지 모른다. "인간이라는 종양을 빨리 제거해서 내가 치유되어야 할 텐데 이것이 사라지지 않고 자꾸만 증식하네"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아니면 그저 광석 덩어리에 불과한 지구에 인간이 영혼을 불어넣어서 예전보다 더 아름답고 매력적인 별로 만들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인류는 확실하게 야만의 시대와는 선을 긋고 문명의 시대를 연다고 자신 있게 말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인류의 미래를 낙관하며 우리의 밝은 내일을 만들어가기 위해 방향을 잡고 노력해야 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그것이 인류의 소망이고, 역사의 물음에 대한 하나의 대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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