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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타니파타
이주성 역해 / 지식과감성# / 2025년 2월
평점 :
필자는 영어학자나 영어전공자가 아니고, 영어를 생활언어로 사용하는 환경에 속하지도 않는다. 그러므로 영어에 조예가 깊지 못하여, 사전이나 단어장을 참고하여 앞뒤 연결하여 근근이 읽어가는 초학의 수준에 불과한 능력이지만, 언어적 능력의 고하와 관계없이 순전히 개인적인 차원에서 숫타니파타의 아지 못할 힘에 이끌려 이 대단한 책의 번역을 시도해 보게 되었고, 한 문장, 한 문장 차례차례 풀어나가면서 저도 모르게 이 작업에 깊이 빠져들어 몰두하게 되었다. - '덧붙이는 말' 중에서

(사진, 책표지)
숫타니파타는 원시불교 초기에 성립된 경전으로 팔리어로 쓰여진 남전장경에 속한다. 국내에선 송광사 불일암의 승려 법정에 의해 1991년 최초로 번역되었다. 책의 저자는 우연히 법정이 스님이 번역한 숫타니파타를 처음 접하고 알 수 없는 묘한 느낌에 사로잡혀 이를 읽기 시작했다.
번역자 이주성은 여러 신문사와 단체들에서의 사회생활을 마감하고 그간 익혔던 한문 지식을 발판으로 나홀로 공부하던 중 문맥이 매끄럽지 않은 부분들로 인해 마치 거대한 장벽에 가로막힌 것처럼 더 이상 진도가 나가질 못했다.
이후 덴마크의 동양언어학자 미하엘 비고 파우스뵐이 1881년 옥스퍼드 클라렌든 출판사에서 발간한 팔리어 원전의 영역본을 접하게 되었다. 파우스뵐의 이 영역본은 PTS본이라 불리며 영어권 숫타니파타 연구의 기본적 텍스트가 되었다.
책은 총 5개 장으로 구성되어 기어다니는 것의 장, 나아가는 것의 장, 훌륭한 것의 장, 팔구의 장, 피안으로 가는 길의 장으로 이어진다. 앞서 밝힌 것처럼 이는 영역본英譯本을 번역한 것이다. 참고로 법정 스님의 번역본 숫타니파타는 일본어의 중역본重譯本으로 알려져 있다. 중역본은 그 특성상 원전이 가지는 의미나 분위기가 그대로 반영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번역자의 이런 의도를 고려하여 가급적 원전의 의미를 그대로 전한다는 측면에서 서평자인 내 생각을 개입하지 않고 이 책에 실린 인상적인 부분만 추려 소개하는 것으로 서평에 갈음하려 한다.
기어다니는 것의 장
모든 인간의 욕망을 버린 비구比丘는 허물을 벗어버리는 뱀과 비교할 수 있다.
오개五蓋를 떠나 괴로움에서 자유로워진 사람
의혹을 극복하여 고통을 지니지 않은 사람.
그 비구는 이 언덕과 저 언덕을 모두 떠난다.
마치 뱀이 낡고 해진 묵은 허물에서 벗어나는 것처럼.
(주)오개五蓋: 색色, 수受, 상想, 행行, 식識
아들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아들로 인해 근심할 것이다.
라고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암소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암소만큼 근심할 것이다.
왜냐하면 집착은 사람들이 근심하는 까닭이지만,
집착이 없는 사람은 근심할 것도 없기 때문이다.
처자, 부모, 부富, 재산, 친척을 떠나 여러 욕망들을 버린 사람, 코뿔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나아가는 것의 장
모든 중생들에 대한 제도濟度는 오직 불법승佛法僧에서만 찾아질 수 있다.
비구들은 잘못된 그들 스스로를 제거하라는 꾸짖음과, 청정한 생활로 나아가라는 충고를 받는다.
부모님을 예의 바르게 부양하라.
남부끄러울 것 없는 일을 하라.
이것을 열심히 준수하는 재가수행자들은
'스스로 비추는 빛'이라는 이름의 신에게 가리라.
훌륭한 것의 장
올바른 사람들은 잘 설해진 밀을 첫 번째라 말한다.
옳은 것을 말하고, 옳지 않은 것을 말하지 않는 것, 그것이 두 번째이다.
만족스러운 것을 말하고, 만족스럽지 않은 것을 말하지 않는 것, 그것이 세 번째이다.
진실한 것을 말하고, 거짓을 말하지 않는 것, 그것이 네 번째이다.
팔구의 장
감각적 즐거움을 피해야 한다.
이기심에서 슬픔과 탐욕이 온다. 비구들은 세상을 멀리하고 출가하여 만행하면서 홀로 선다. 그리고 다른 것을 통해 청정하게 되기를 원하지 않는다.
성교性交는 하지 말아야 한다.
피안으로 가는 길의 장
열여섯 바라문이 찾아왔고, 그들이 각각 차례로 질문하였고, 세존께서 그 질문들에 응답하셨다.
만일 어떤 남자가 각 질문의 의미와 논지를 깨달아 그 법에 따라 산다면, 그러면 그는 노쇠와 죽음의 저편 언덕으로 건너길 것인데, 이 법들이 저편 언덕으로 인도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 법의 가르침을 '건너편 언덕에 이르는 방편'이라고 한다.
원문에 충실하려 노력했다
영역본이긴 하지만, 책의 역자는 가급적 원문에 충실하려고 노력했다. 난해한 부분을 만나도 적당히 뭉뚱그리지 않고 나름 깊이 침잠하면서 본래의 의미를 찾아보려고 무진 애를 썼다. 원문이 지니는 함축적 의미와 분위기를 최대한 살리려 노력했다. 불교 경전에 관심을 가진 분들에게 책의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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