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극장에서 마주친 우리들의 자화상 - K-드라마 반세기 역사 둘러보기
이병욱 지음 / 지식과감성#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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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자본주의 현대문화를 지탱하는 3대 요소로 꼽히는 스크린, 스포츠, 섹스를 일컬어 3S 시대라고 부르며 부정적인 시각에서 보기도 하지만, 그런 점에서는 안방극당이 정치적 무관심으로 유도하는 권력층의 전략에 이용당했다기보다는 오히려 시대적 모순과 우리 자신들의 자화상을 부각하는 효과를 통해 시청자들의 의식을 더욱 강화한 결과를 가져왔다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 - ‘프롤로그’ 중에서


(사진, 책표지)


책의 저자 이병욱은 고려대 의과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정신과 전문의와 신경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 한림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정신치료와 장신분석 관련 120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현재 충북 음성 현대병원에 근무하며 환자 진료와 저술 활동에 힘쓰고 있다.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안방에서 울다 웃으며 온갖 시름을 덜어 내고)에선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던 국민드라마 ‘아씨’, ‘여로’에서부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웰컴투 삼달리’에 이르기까지 총 36편의 안방 드라마를 소개한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16회 방송 분량으로 2022년 ENA 히트 드라마다. 주인공이자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우영우 변호사의 엉뚱한 행동, 어눌한 말투, 재치 넘치는 천재적인 아이디어 등이 서로 대비를 보이면서 안방극장의 시청자들을 울고 웃도록 만들었던 휴머니즘 드라마다.


“똑바로 읽어도 우영우, 거꾸로 읽어도 우영우, 

기러기, 토마토, 스위스, 인도인, 별똥별, 우영우, 역삼역”


속사포 스타일의 이름 소개와 함께 친구 동그라미와 나누는 독특한 인사법(우투더영투더우)은 장안의 화제거리였다. 아무리 우리들 주변 인심이 각박할지라도 언제 어디서나 따뜻한 정을 베푸는 사람들도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안방 시청자들에게 희망과 힐링을 전했다.


또 남다른 고래 사랑은 영우에게 영감을 불러 일으키는 존재로 자리잡는데, 새끼 고래가 작살에 잡혀 죽게 될 때 어미 고래는 자신이 죽을 걸 예상하면서도 결코 새끼 곁을 떠나지 않는다는 설명은 은연 중에 자신의 처지를 드러내는 고백이기도 했다. 영우의 생모는 강보에 싸인 간난 아기 영우 곁을 떠났었다.


2부(불의와 비리 앞에 주먹을 불끈 쥐다)에선 18년 동안 장기 방영되었던 최장수 수사 드라마 ‘수사반장’, ‘모래시계’에서부터 ‘더 글로리’, ‘눈물의 여왕’에 이르기까지 총 37편의 안방 드라마가 소개된다.


지금까지도 자랑스러운 MBC 드라마로 손꼽히는 ‘수사반장’은 1971년 3월부터 1989년 10월까지 방송을 탄 최장 수사 드라마다. 수사반장 역할을 맡은 최불암을 비롯해 형사 배역의 김상순, 조경환, 남성훈 등도 인기를 끌었다.


70년대 유신 정국과 80년대 5공화국이라는 어두운 시대에 정의 실현이라는 사명감에 불타던 헝사들의 노력과 애환은 안방 극장 시청자들의 답답한 가슴을 후련하게 해소해주는 일종의 카타르시스 같은 존재였다.


마지막으로 3부(거대한 역사의 수레바퀴를 함께 굴리며)에선 주말 대하사극 ‘용의 눈물’,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직후까지의 시대적 혼란상을 다룬 ‘여명의 눈동자’에서부터 ‘기황후’, ‘밤에 피는 꽃’에 이르기까지 총 35편의 드라마가 소개된다.


이성계의 조선 개국, 형제의 난과 태종을 거쳐 세종에 이르기까지 초기 조선 왕조의 어지러운 시대상을 배경으로 다룬 KBS 주말 대하사극 '용의 눈물'은 태종 이방원 역할을 맡은 유동근 베우의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와 이성계 역할의 김무생 배우 간의 연기 대결도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었다.


이성계의 위화도 회군, 왕자의 난, 함흥차사 등 일련의 역사적 사건 등이 드라마를 통해 권력을 향한 탐욕아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만들어내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줌으로써 현대에 들어 발생한 군사 쿠데타와 재벌가의 내분 등이 함께 교차되는 일종의 교훈을 전해준다.


안방극장 드라마 역사


책은 총 108편의 과거와 현재의 드라마들을 소개하고 있다. 안방극장 드라마의 역사들이 현재의 한류 붐을 초래한 산파역이기도 하다. 드라마 스토리를 통해 시대적 배경과 자신의 자화상을 함께 반추해볼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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