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배터리 30년 전쟁 - 변방에서 지배자로, 끝나지 않은 도전
이지훈 지음 / 리더스북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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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수주 잔고가 1,000조 원을 넘는 산업은 배터리가 유일합니다.” 1,000조 원은 흔히 ‘배터리 3사’로 불리는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 세 회사의 고객이 길게는 10년에 걸쳐 구매겠다고 약속한 배터리 물량을 금액으로 환산한 것이다. 세 회사 연간 매출의 20배에 가까운 일감을 미리 확보한 셈이다. - ‘프롤로그’ 중에서


(사진, 책표지)


이 책이 다루는 주제는 ‘이차전지’다. 이차전지는 충전해서 다시 사용할 수 있는 배터리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일차전지인 건전지는 다 사용하면 버리지만 이차전지는 충전해서 재사용이 가능한 것이다. 한국은 이 분야의 글로벌 시장에서 핵심 플레이어다.


총 일곱 개 장으로 구성된 책의 저자 이지훈은 우리들에게 <혼창통>이란 저서로 널리 알려진 바 있는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다. 그는 관련자들의 생생한 목소리와 풍부한 자료 조사, 치밀한 취재 등을 통해 K-배터리가 걸어온 결정적 순간을 조명하면서 아울러 K-배터리의 위기와 기회를 분석하고 있다.


세계적인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이차전지 산업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연간 0.3%씩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그간 반도체 산업에 크게 의존했던 한국 경제에 한줄기 희망의 빛을 던져주는 논평이다.


2023년 이후 전기자동차와 배터리 시장에 쓰나미가 몰아닥쳤다. 전기자동차의 성장세 둔화, 핵심 광물 가격의 하락, 중국의 저가 물량 공세라는 삼중고三重苦를 겪으며 한국 배터리 업체들은 커다란 내·외상을 입었다.


이후 관련 기사에 단골로 등장했던 단어가 바로 ‘캐즘’(협곡)이다. 아마도 이차전지 주식에 투자한 주식투자자들에겐 머리가 깨지는 용어였을 것이다. 이미 전기차를 살 만큼 샀고, 일반자동차 대비 높은 가격임에 비해 전기 충전 인프라의 부족으로 인해 당분간 정체기를 겪게 될 것이란 예측 탓이었다.


흐름을 바꾼 접착제 하나


2000년, LG화학 기술연구원의 이상영(현재 연세대 화공생명공학과 교수)는 1년 6개월 동안 독일 연수를 마치고 귀국했다. 신설된 안전성 강화팀으로 발령받아 소위 ‘화재가 나지 않는 배터리’를 만드는 일에 배치되었다. 그가 귀국할 당시 LG는 배터리가 장착된 노트북과 휴대폰에서 발생한 여러 차례의 화재 사고로 매우 어수선했다.


충전용 이차전지 중 가장 많이 시용되는 리튬 이온 전지의 구조는 샌드위치와 비슷하다. 양극과 음극이라는 두 빵과 이를 기로막는 패티(고기)가 분리막인 셈이다. 사실 이 분리막은 매우 얇은 필름인데, 두 극이 맞닿을 경우 불이 날 수 있다. 그래서 이상영은 세라믹 분말 가루를 전극 표면에 발라보기로 했다.


100개에 가까운 접착제를 시험해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어느 날, 그는 우연찮게 한 가지 물질을 떠올렸다. 독일에서 지내던 시절 옆자리의 동료가 유기 전자 소자에 쓰는 접착 물질의 접착력이 뛰어나다고 해서 이를 조금 얻어 통에 보관해두었던 것이다. 귀국시 가져와 집에 보관하고 있던 그 물질을 회사에서 시험해보았다.


“세라믹이 붙더라고요. 신기하게도 그동안 제가 겪었던 문제가 모두 해결되었죠.”


비로소 역사적인 ‘안전성 강화 분리막(SRS)’ 기술이 탄생했다. 이로써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 사업 포기는 쑥 들어갔고, GM과 닛산을 비롯한 여러 자동차 회사의 수주를 따냈으며, 이후 SK이노베이션과 조 단위의 특허 소송을 하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2019년 8월 말, 수십만 건의 문서와 씨름하던 LG화학 측 변호사들이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했다. LG화학에서 SK이노베이션으로 전직한 어느 직원 노트북 PC의 휴지통 폴더에 있던 엑셀 파일이었다. 2년여 뒤 ITC는 최종 판결 이유서에서 이 엑셀 파일이 없었다면 ‘SK의 증거 훼손은 LG나 ITC에 의해 적발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했다. 도대체 이 파일에 무엇이 담겨 있었던 걸까. - ‘증거 번호 6125 엑셀 파일’ 중에서


LG화학은 1996년 LG금속에서 이차전지 사업을 넘겨받은 후 공장을 지어(1999년) 한국에서 최초로 생산을 시작했다. 처음 시작할 때 회사 내에 리튬 이온 전지 전공자는 전무한 상태로 일본에서 겨우 제품을 얻어 분석하는 수준이었다.


구본무 회장의 강력한 의지로 시작한 LG그룹의 이차전지 사업은 기술인력부터 최대한 증원했다. 당시 이차전지 분야의 독보적인 1위는 일본의 산요로 연구진은 4백명이었는데, LG는 그 절반인 200명 정도였다. 구 회장은 말했다. “산요만큼은 뽑으세요. 1등 하는 경쟁사보다 R&D 인력이 더 많아야 합니다.”


‘패스트 팔로어’ 전략으로 일본 업체들을 따라잡은 K-배터리는 2000년대 후반부터 일본과는 다른 독자 노선을 걷기 시작했다. 일본 기업은 리튬 이온 전지를 세계 최초로 개발해 상용화했지만, 그 전지를 노트북이나 휴대전화가 아닌 자동차에 사용한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불이 나는 배터리를 자동차에 어떻게 쓰나?’라는 게 일본 배터리 업체들의 고착화된 생각이었다. 이들은 비록 무겁지만 안전한 기존 제품, 즉 니켈 수소 전지(일명 니켈하이드라이드 전지)로 수익을 충분히 올리고 있었기 때문에 리튬 이온 전지 시장에 뛰어드는 것을 주저했다.


반면 한국 배터리 업체들은 일본 업체들이 보기에 ‘미친’ 짓을 벌였다. 세계 최초로 리튬 이온 배터리를 장착한 자동차를 현대에서 만들었다. 2009년에 출시된 현대차 아반테 LPI 하이브리드가 그것이다. 여기에 들어간 배터리는 바로 LG화학에서 만든 제품이었다.


고졸 행원·공인회계사 경력의 벤처사업가 이동채


한국 주식시장에 이차전지 주식 열풍을 몰고온 주인공이 바로 에코프로그룹 이동채 회장이다. 그는 ‘58년 개띠’ 포항 출신 기업인이다. 대구상고를 졸업, 주택은행에 입사한 뒤 고졸 출신으로는 승진에 한계가 있음을 알고 퇴사 후 공인회계사 시험을 준비해 자격을 취득했다. 이후 12년 동안의 회계사 생활은 그에게 기업·산업에 대한 안목과 미래의 통찰력을 키워주었다. 이에 거래 업체 뒤치다꺼리하는 일을 그만 두고 사업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유해한 화학 성분을 흡착해 제거하는 케미컬 필터(당시 국내에선 일본과 미국 수입 제품에 의존)의 국산화에 나서 에코프로, 한국화학연구원, 한 국에너지기술연구원 공동으로 기술 개발하고 특허까지 취득했다. 이후 제품 생산을 위한 공장에 소용되는 투자비가 필요했다. 이동채는 산업은행 강남지점을 찾아 대출을 협의했다.


“이번 사업이 성공할 확률이 어느 정도라고 보십니까?”(지점장)

“솔직히 말하면 50%입니다.”(이동채)


대출을 요구하는 기업인은 보통 이런 경우 90%가 넘는다고 확언하지만 이동채의 진솔한 답변에 신뢰감을 느낀 지점장이 조건을 내세웠다. 개인적으로 자본금 10억 원(당시 에코프로의 자본금은 1억원)을 마련하면 지점장 전결로 같은 액수의 돈을 대출해주겠다는 것이었다. 에코프로는 이렇게 시작했다.


이동채는 지인들에게 저녁을 대접하겠다는 초대 편지를 보냈다. 서울 JW메리어트 호텔에 55명이 모였다. 그는 환경 사업의 청사진을 이야기한 뒤 본론인 투자를 요청했다. 비록 대박 보장은 없지만 7년 내에 반드시 갚겠다고 약속했다. 최저 5백만 원부터 최고 5천만 원까지 투자를 약속한 총액은 11억 5천만 원이었다. 이 돈이 입금된 통장을 갖고 산업은행에서 10억 대출을 받아 오창산업단지에 공장을 지었다. 훗날 이 돈을 투자한 지인들은 원금을 훨씬 상회하는 돈을 상환받게 되었다. 이동채 신화의 출발이다.


2003년 제일모직의 제안이 이동채의 운명을 크게 바꾸었다. 제일모직은 그에게 리튬 이온 이차전지의 핵심 소재인 전해액 사업을 동업하자는 것이었다. 당시 제일모직은 신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었다. 제일모직에서 설비를 이전받은 에코프로는 전해질을 생산, 제일모직에 납품했다. 에코프로가 이차전지 소재 사업에 진출하는 계기가 마련, 32억 원의 매출다운 매출을 올렸던 것이다. 이후 제일모직과의 인연이 계속 이어져 이차전지의 다른 소재사업을 함께 수행할 수 있었으며, 나중엔 제일모직의 양극재 사업을 인수하게 되었다.


이밖에도 책은 포스코의 자원 개발 프로젝트의 일환인 아르헨티나 염호鹽湖 구입 계약을 중국의 ‘간펑 리튬’(리튬 세계 1위)에게 빼앗긴 사례들과 포스코의 전략 수정, 삼성의 배터리 사업 참여는 왜 신중한지 등 흥미로운 얘기들이 이어진다.


“배터리 사업은 마라톤 42.195km 코스에서 이제 4km 정도 뛴 셈입니다.” - 권영수, 전前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


마지막으로 마치 치킨 게임과 비슷한 배터리 사업에서 중국의 CATL, BYD 등은 중국 공산당의 비호를 받으며 과감한 투자를 두려워하지 않고 있는 점을 지적하며 이들과의 경쟁에서 뒤쳐지 않기 위해선 향후 많이 자금이 소요되는 ‘쩐의 전쟁’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경제경영 #K배터리 #2차전지 #배터리전쟁 #이지훈 #리더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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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널 살아 볼게 - 그림 그리는 여자, 노래하는 남자의 생활공감 동거 이야기
이만수.감명진 지음 / 고유명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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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사적인 이야기를 드러내기가 민망하고 어색한, 소심한 성격입니다. 서로를 이해하고, 지나가는 순간들을 붙잡아 두고 싶어 하루하루를 기록하기 시작했습니다. 2012년 봄, 우리는 그렇게 만났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렇게 함께 지내고 있습니다. - ‘프롤로그’ 중에서



책의 저자는 그림 그리는 여자 감명진과 노래하는 남자 이만수로, 두 사람은 2012년 봄부터 지금까지 한 집에서 12년 째 동거살이 중이다. 그나저나 명진 씨로 인해 한국 땅의 드문 성을 가진 사람을 한 분 더 알게 되었네요. 감우성 배우 때문에 검색해 본 적이 있거든요.ㅎㅎ


총 3부로 구성되어 각 파트마다 20 꼭지의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책 장은 술술 넘어간다. 마치 초등학생 딸의 일기장을 들춰보던 과거 속으로 소환된 느낌마저 든다. 그저 꾸밈 없이 둘 사이에 일어난 일상들을 적어 내려갔다. 그래서 사랑스럽다.


요즈음 젊은 세대들의 삶은 내 청춘 시절과 비교해보면 한마디로 언감생심焉敢生心이다. 결혼 전에 감히 동거라니? 그럼에도 난 젊은 세대들의 이런 효율성 높은 삶에 응원을 보내고 싶다. 아니, 추천을 하고 싶다. 우리들 주변의 삼라만상도 그렇다. 때가 되면 모두 암수가 함께 된다. 조물주가 이러려고 만들어 놓은 창작물 아니겠는가.


둘의 이야기엔 유독 첫 경험에 대한 것들이 많다. 명진의 남자 팬티 주문하기, 명진의 기타 배우기, 만수의 선글라스 착용, 만수의 봄동비빔밥 만들기, 명진의 10년 묵힌 등산화 신고 인왕산 등산하기, 커플 벼개 마련하기 등등 이처럼 ‘처음’이 소복소복 쌓여서 끈끈한 정으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잘 마른 옷가지들을 걷어 개키다보니 오빠 팬티에 난 손톱만한 구멍이 눈에 들어온다. 내가 버리지 않으면 구멍이 손바닥만한 해질 때까지 입겠다 싶어서 망설임 없이 쓰레기통에 구겨 넣었다. 컴퓨터를 켜고 검색창에 남자 팬티를 검색해본다. (중략) 골똘히 고민한 끝에 고른 팬티들을 결제했는데 내가 오빠의 엄마가 된것처럼 묘한 이 기분은 뭐지? 태어나서 처음으로 남자 팬티를 주문해 봤다. - ‘눈썹과 팬티’ 중에서


아무튼 이십대 시절 두 선남선녀는 시골에서 상경한 풋풋한 청년이자, 서울살이가 서툴기만 했던 이방인 같은 존재였다. 그럼에도 워낙 성실한 이들은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다가 2012년 우연히 상수동 카페에서 서로를 알게 되었다. 이후 연인이 되어 작은 방을 하나 얻어 동거살이에 들어갔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거의 없던 둘은 합침으로써 비용을 아낄 수 있어서 없던 여유가 생긴 셈이었다.


비록 결혼식을 올리지 않았을지라도 한 지붕 아래 같은 이불을 덮고 산다는 것은 서로의 삶에 이미 동반자가 된 것이다. 설거지는 항상 본인 몫이라는 민수, 빨래하기와 장보고 식사 준비는 명진의 몫이다. 만수는 카페에서 일하는 2인조 밴드 음악인이며, 명진은 프리랜서 화가이다.


(사진,베개)


몇 년째 잘 되지도 않는 가난한 밴드를 하느라 벌이도 변변찮은 나는 진이에게 많이 모자란 사람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많지 않지만 부족한 대로 진이 곁에 있어 주는 일만큼은 내가 제일 잘할 수 있다. - ‘프리마켓’ 중에서


음악 한답시고 경제 활동을 전혀 못해서 돈이 똑 떨어진 상태에서 크리스마스가 찾아왔다. 변변한 선물 하나, 분위기 좋은 식당에서 외식하기가 부담스러운 상태였다. 만수는 곧 다가올 공연을 핑계삼아 하지 않아도 될 연습까지 잡아가며 요리조리 피했다. 자존심은 스스로를 속일만큼 이처럼 무섭다.


사람의 관계란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 많다. 연애 초기엔 무슨 말이든 간에 끝까지 경청하며 맞장구를 치던 관계가 동거 후엔 서로 모든 것에 익숙해진 탓에 상대의 말을 다 듣기도 전에 초능력이 발동, 서로의 말을 쌈 싸 먹는다.



#에세이 #내가널살아볼게 #이만수 #감명진 #고유명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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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트렌드 인사이트 2025 - 일본에서 찾은 소비 비즈니스 트렌드 5 도쿄 트렌드 인사이트
정희선 지음 / 원앤원북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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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트렌드 인사이트 2025>에서도 5가지 테마를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나가고자 한다. ‘저성장’, ‘Z세대’, ‘고령화’ 이 3가지 키워드는 <도쿄 트렌드 인사이트>와 동일하지만, 이번에는 ‘기술’과 ‘친환경’ 대신 ‘공간’과 ‘유통’이라는 키워드를 추가했다. - ‘들어가며’ 중에서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되어, 1장에선 ‘저성장’ 키워드를 다루며, 2장에선 ‘Z세대’에 관해 살펴보고, 3장에선 새롭게 ‘공간’이라는 키워드를 추가해 트렌드와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를 반영했으며, 4장에선 또 다시 ‘고령화’ 테마를 다루고, 끝으로 5장에선 일본 유통업체들의 모습을 살펴본다.


고객 확보를 위해 시장을 재정의하다


‘잃어버린 30년’이란 말도 있는 것처럼, 세계경제 2위 국가로서의 영화는 이미 옛일이 되어버리고 저성장과 인구감소라는 늪에 빠져 힘든 상황을 겪은 일본 기업들은 고객 수, 구매 빈도, 평균 단가 등 3가지 고민들을 계속하고 있다.


●고객 수~어떻게 새로운 고객층에 접근할까?

●구매 빈도~어떻게 소비자의 구매와 구매 빈도를 높일까?

●평균 단가~어떻게 제품 가격을 높일까?


“미未고객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시장을 바라보는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


여행 가이드북 ‘지구를 걷는 법’의 성공은 우리에게 새로운 고객을 개척하는 방법에 대한 힌트를 준다. 이는 평소 여행을 즐기는 사람, 그중에서도 해외여행만을 타깃으로 하고 있었는데, 수요가 감소한 코로나 기간 중 자신들의 시장을 재정의했다. 즉, ‘언젠가 여행을 가고 싶은 사람’과 심지어 ‘여행에 관심이 없는 사람’을 자신들의 고객으로 새롭게 정의했다.


새로운 고객을 개척하는 첫걸음은 ‘고객을 다시 정의’해보는 것이다. 고객을 재정의하는 순간, 여행을 가지 않는 사람도 사고 싶은 여행책이 탄생한 것처럼 생각지 못했던 고객에게 자사의 제품을 판매하는 방법이 떠오를 것이다.


초코잡의 성공도 이와 유사하다. ‘콘비니 짐’(편의점 헬스장, 일상에서 언제든 몇 번씩 편하게 들릴 수 있는 콘셉)이라는 새로운 업태를 만든 초코잡은 일본 피트니스 업계 1위로 단숨에 뛰어올랐다. ‘운동을 하지 않는 사람’을 고객으로 새롭게 정의, 이들을 위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수 있었다. 최근 초코잡 점포 안에 노래방, 코인 세탁기 등 생활 서비스를 집어넣었으며, 심지어 운동기구가 아예 없는 점포까지 등장했다.


Z세대의 효율 추구


일본의 새로운 신조어 ‘타이파’(시성비時性比)는 말 그대로 시간 대비 효과(성능)을 뜻한다. 이는 다른 세대에 비해 Z세대들이 중시하는 경향이다. 예를 들어, 이들은 넷플릭스 동영상 서비스에서 1.5배(또는 2배) 빠르기로 시청한다. 동영상은 나중에 다시 볼 수 있으므로 이해가 되지 않더라도 속도를 높여 감상한다.


비록 칠십대 노인이지만 나 또한 다운로드받은 동영상을 속도 높여 먼저 맛보기를 하면서 정상적으로 시청할지 여부를 판단한다. 만약에 동영상을 시청할 시간이 아깝다고 판단되면 바로 삭제해버린다.


Z세대는 ‘재미없을지도 모르는 영화에 시간도 돈도 들이고 싶지 않다’라는 감정 또한 영화관에 가는 것을 주저하게 만든다. ‘영화를 보는 시간에 다른 즐거운 것을 소비할 수 있었을 텐데…’라는 부정적인 감정에 빠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 때로는 영화를 보기 전에 결말을 미리 알아보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132쪽)


일본의 Z세대는 성장을 경험해 본 적이 없는 세대로 오히려 저성장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듯하다. 일본 소비자청이 2022년 11월에 20대를 대상으로 진행한 ‘소비자 의식 기본 조사’에서 ‘향후 돈을 쓰고 싶은 곳’으로 가장 많이 답변한 항목은 ‘저축’이었다. 약 60%에 달하는 20대가 저축을 할 것이라고 응답했으며 뒤를 이어 여행, 음식, 친구들과의 교제에 돈을 쓰겠다고 응답했다. 반면 반려동물, 자동차, 가전 등에는 돈을 쓰지 않고 싶다고 답했다.


최근에는 ‘에모(감정, エモ) 소비’라는 키워드도 등장했다. 이는 어떠한 상황에 공감하는 것, 어떠한 사물을 접하고 행복하다고 느끼는 것, 그리고 누군가와 커뮤니케이션하고 소통하며 감정을 나누는 것 등을 포함한다. 현 Z세대는 상품 그 자체의 매력보다는 상품을 구매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감정을 중시하는 소비를 한다는 것이다.


몰입형 공간


한국에 비해 일찍 1인 가구가 증가한 일본에선 코리빙하우스 및 임대주택이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도쿄 곳곳에 만들어지고 있는 몰입형 엔터테인먼트는 관람객이 다가가면 빛이 반응하는 미디어아트 전시 등으로 사람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중세 유럽의 거리를 재현한 콘셉트로 인기를 끌었던 ‘비너스 포트는 코로나 이후 방문객이 급감하면서 결국 폐점하고 말았다. 이곳의 시설을 그대로 활용하면서 스토리를 입혀 몰입형 테마파크로 전환, 정밀하게 설계된 세계로 관객들이 빠져드는 참여를 만들어낸다. 기존의 테마파크 놀이기구는 아예 없다.


사람들은 왜 몰입형 경험에 열광할까? 스마트폰을 통해 수동적으로 콘텐츠를 시청하는 시간이 많아진 지금, 역설적으로 자신이 주인공이 되어 오감으로 느끼며 몰입하는 비일상적인 경험을 원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수많은 정보에 둘러싸인 현대 사회에 지친 사람들 중엔 뇌를 비우고 오로지 감각에 의존해 체험하는 공간에서 힐링되는 감각을 느끼기도 한다. 이처럼 기존의 공간 쓰임이 바뀌고 있다.


모든 것이 늙어가는 사회


일본의 트렌드를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키워드가 바로 고령화인데, 비단 인간뿐만 아니라 사회 인프라도 늙어간다. 집이 비게 되고, 반려동물도 늙어간다. 고령화 사회에서 사람이 살지 않는 빈집은 그냥 방치됨으로 인해 치안마저 위협한다. 수도관은 녹물이 흐르고, 오래된 고속도로는 빈번한 사고를 유발하며, 반려동물도 치매에 걸린다.


또 지방 도시엔 빈집이 속출함에 따라 ‘지방 소멸’이란 화두마저 대두된다. 이런 도시(마을)에 있던 철도역은 이용객이 급감헤서 존재의 의미를 이미 상실했다. 이에 역무원이 아예 없거나 무인역의 형태로 바뀌고 있다.


JR 동일본이 출자한 ‘연선 마루고토’라는 스타트업은 마을 자체를 하나의 호텔로 개발한다. 무인역의 역사는 호텔의 프런트 데스크로, 마을의 빈집들은 객실이 된다. 이때 마을 주민들은 운영 스테프로 참여한다. 이처럼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늙어가는 마을을 재생하여 지역 활성화의 거점으로 만드는 창의적인 시도인 셈이다.


(사진, 역사에서 체크인 후 숙박지로 이동)


일본 유통업체들의 모습


일본 전국에 6백개 이상의 점포를 운영 중인 할인잡화점 돈키호테는 일부러 물건을 쌓아두고 고객들이 보물찾기하듯이 좋은 물건을 찾아 매장을 돌아다니도록 유도한다. 그런데 최근 이런 운영 발식을 따르지 않는 새로운 형태의 돈키호테가 등장하고 있다.


‘뾰족한 돈키’란 특정 카테고리 제품만 취급하거나 혹은 특정 세대를 타깃으로 만든 점포를 말한다. 일반적인 돈키호테는 로드사이드의 건물 하나에 통째로 들어가는 경우가 많지만, 쇼핑몰에 작은 규모로 입점하게 되면 빠르게 움직일 수 있고 고객들의 반응을 보며 제품 라인업도 빠르게 바꾸어볼 수 있다. 이는 다른 점포들과의 차별화 무기인 셈이다.


오르비스는 인력 부족에 대응하면서 동시에 고객이 매장 내에서 느끼는 경험의 질을 유지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왔다. 무인매장이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지만 판매자와 소비자 간의 접촉이 없어서 고객에게 브랜드의 가치를 전달하기 어려운 단점이 있다. 이에 오르비스는 3가지 방법으로 극복하려 한다.


첫째, 온라인 상담을 통해 단점을 보완

둘째, 상품관리 분류를 90여 개로 줄임

셋째, 남성용 상품을 강화(예, 남성용 스킨케어 시리즈)


(사진, 오르비스 무인매장)


팔기 위한 실험은 계속 진행중


일본 유통업체들은 새로운 인구 구조에 적합한 점포를 만들고자 실험을 진행 중이다. 돈키호테의 변신과 오르비스의 고심 등에서 이를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이같은 고민은 한국 유통업체의 입장과 별반 다르지 않다. 유통업체에 종사하거나 마케팅 파트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책의 일독을 권하고 싶다.


#경제경영 #마케팅 #소비비즈니스 #도쿄트렌드인사이트2025 #정희선 #원앤원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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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력 디톡스 - 지친 마음에 시동을 거는 마인드 부스팅 수업
윤대현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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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력은 잘 다루지 못하면 온몸에 독소처럼 퍼진다. 이때 마음의 시스템을 바로잡지 않고 단발성 처방만 이어가다 보면 무기력한 상태가 끝없이 반복된다. 그래서 지금 우리 마음에 필요한 것이 디톡스(detox)다. 디톡스란 몸 안의 독소를 분해하고 배출해 몸을 정화하는 것을 뜻하는데, 이 책에서는 무기력 디톡스를 통해 피로가 쌓인 마음을 정화하고 의욕을 되찾는 방법을 안내할 것이다.- ‘프롤로그’ 중에서


(사진, 책표지)


책의 저자 윤대현은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로 30여 년 동안 진료실 안팎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치료하기 위해 힘써 왔다.


총 5장으로 구성된 책은 팬데믹 이후 찾아온 전 세계적인 집단 무기력 현상에 주목, 무기력에서 탈피하기 위한 효과적인 마음관리법을 전한다.

1장(왜 우리는 ‘무기력 모드’에 빠졌나)에선 세계적인 무기력 현상과 그 심각성을 알아보며, 2장(마음에 시동을 거는 기술, 마인드 부스팅)에선 마음을 활성화하는 부스팅 전략 4단계를 소개하고, 3장(무기력에서 나를 구하는 멘탈 강화 수업)에선 일상에서 미니 브레이크, 메모리 관리 등 멘탈 관리를 통해 의욕을 되찾는 법을 전한다.


이어서 4장(무기력의 시대에 관계를 맺는다는 것)에선 에너지가 소진된 시대에 타인과 건강하게 관계 맺는 법을 안내하고, 마지막으로 5장(무기력의 시대에 성과를 낸다는 것)에선 지치지 않고 성과를 낼 수 있는 마음 관리 노하우를 제시한다.


팬데믹의 끝은 정신건강의 위기


팬데믹이 끝나고 대부분 일상으로 돌아왔는데도 여전히 사람들의 마음은 회복되지 않는 모습이다. 아니, 오히려 급속하게 악화되고 있다. 일찍이 많은 의료 전문가가 팬데믹 이후 정신 건강 문제를 예측하고 경고한 바 있다.


통상적으로 국가적 재난이 터졌을 때보다 회복기에 들어서면 우울, 불안, 무기력 등의 정신건강 문제가 심각해진다. 재난이 터진 당시에는 그 상황에 적응하고 대응하는 데 몰입하다가, 회복기에 들어서면 오히려 축적된 무기력감과 우울감이 폭발하면서 후유증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그에 비례해 자살률도 높아진다. 실제로 동일본 대지진 당시에도 재난이 일어난 첫해나 이듬해보다 3년째 해에 자살률이 급증했다.


(사진, 자살률 증가 추이)


극복하는 힘보다 버티는 힘


무기력이 반복되고 있다면 의욕이 없는 자신을 몰아세우고 이 상황을 ‘극복’하는 데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자신이 비정상은 아닌지 걱정하는 사람도 많았다.

정신건강 관리의 제1원칙은 ‘내 마음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특히 무기력한 상황에서 억지로 마음을 긍정적으로 돌리려고 정면 대결하면, 이미 에너지는 떨어질 대로 떨어져 있고 부정적인 감정은 증가된 상황이라 완전히 녹다운될 수 있다.


그러므로 무기력한 상황에서는 ‘극복해야 한다’는 생각보다 ‘견뎌낸다’는 마음을 갖는 것이 오히려 효율적인 전략이 될 수 있다. 아무것도 하기 싫고 앞으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는 정체 상황처럼 보이지만, 그 상황을 그저 묵묵히 버티는 자세가 필요한 것이다.


마인드 부스팅 전략 4단계

1단계~2차 스트레스의 길목을 막아라

2단계~자기 연민, 내감정을 공감하라

3단계~무기력의 늪, 반추사고의 고리를 끊어라

4단계~마음에 시동을 걸어라


(사진, 스트레스 과정 모델)


선先 행동 후後 동기부여


많은 사람이 “언제쯤 의욕이 생기고 동기부여가 될까요?”라고 질문하지만 안타깝게도 의욕이 100퍼센트 생기는 완벽한 타이밍이란 없다. 보통 먼저 동기를 부여해야 행동이 변한다고 생각한다.


‘선先 동기부여 후後 행동’이 자연스럽고 우리가 노력하는 일반적인 흐름이지만, 요즘 같은 무기력의 시대에는 동기부여가 되기를 기다리다 의미 없이 시간만 흘러가게 된다. 그래서 묵묵히 버텨낼 때 효과적인 전략은 ‘선 행동 동기부여’, 즉 액션을 먼저 하는 것이다.


나만의 미니 브레이크 찾기


우리 맘 속에는 2개의 공간이 있다. 하나는 일의 공간이고, 다른 하나는 쉼의 공간이다. 일에 몰입하다가도 쉼의 공간으로 자유자재로 이동하는 것이 훌륭한 마인드 관리 기술이다. 일을 하다가 필요할 때 브레이크를 밟아 적절히 멈추고 휴식을 취하는 게 중요하다.


(사진, 멘탈 브레이크 원리)


그런데, 우리 마음에는 자동차 브레이크처럼 물리적 브레이크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쉼의 공간으로 이동할 수 있는 나만의 브레이킹 기술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저자는 이를 ‘멘탈 브레이크’라고 명명한다. 브레이크에는 ‘쉼’, ‘휴식’이라는 뜻과 일 모드를 멈추는 제동장치 역할을 한다는 이중적 의미가 담겨 있다.


롱 브레이크~장기간의 휴식(제주도 한 달 살기)

미니 브레이크~하루 중 소소한 휴식(커피 한 잔, 스몰 토크)


그런데 롱 브레이크보다 소소하게 실천할 수 있는 작은 브레이크가 더 현실적이고 효과적일 수 있는데, 이를 미니 브레이크라고 한다. 예를 들어 좋아하는 커피 한 잔을 하거나 마음 맞는 친구와 스몰 토크를 하고 산책을 하는 등 잠깐의 브레이크를 거는 것이다. 오히려 이런 작은 활동이 마음 충전에 더 큰 도움이 되기도 한다.


메모리 관리


기억 일지 작성하기~매일 저녁

나 자신과 대화하기~긍정적 기억이나 성공 경험을 상기

긍정적 기억 떠올리기~힘들 때 과거 행복한 기억 떠올리기


반대로 접근하기


요즘 심리 영역에서 ‘역설적 마인드셋(paradoxical mindset)’이라는 단어가 눈에 자주 띈다. 역설적 마인드셋은 역설적 사고와 접근 방식을 채택해 문제를 해결하거나 상황을 개선하려는 마음가짐을 의미한다.


하버드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과 의사 앨버트 로텐버그는 노벨상 수상자 22명을 인터뷰하고 위대한 업적을 남긴 과학자들의 역사적 기록을 분석한 결과, 이들이 여러 개의 반대 또는 대척점에 있는 아이디어를 구상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보냈다는 것을 밝혀냈다.


마음 관리 측면으로 설명하자면, 역설적 마인드셋은 겉으로는 모순되어 보이는 두 가지 생각이나 감정을 동시에 받아들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실패할 수도 있지만, 성공으로 이끌 수도 있다’는 생각처럼 두 가지 상반된 가능성을 동시에 인식한다.


문제를 해결할 때도 전통적 방법 대신 반대되는 방법을 시도할 수 있다. 무기력을 느낄 때 더 많은 노력을 쏟아붓는 대신, 잠시 물러서서 휴식을 취하거나 그 상황을 완전히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다.


스스로 고립되는 청년들


전 세계가 무기력에 휩싸인 지금 많은 이들이 타인과 관계 맺을 에너지마저 소진한 채 고립을 자처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점점 사람 만나기가 싫어집니다. 주위에 사람 서너 명만 있으면 될까요?”


최근 인구보건복지협회 조사에 따르면 청년 10명 중 6명이 연애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10명 가운데 3명은 연애 경험이 아예 없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자신의 의지로 연애를 하지 않는다는 케이스가 많았다. 10여 년 전쯤 취업, 연애, 결혼을 포기하는 ‘삼포 세대’라는 말이 나왔다. 이제는 세 가지 과업을 어쩔 수 없이 포기하는 것을 넘어 스스로 거부하는 단계에 이른 것 같다.


외로우면 오히려 ‘뒷걸음 치기(stepping back)’ 하는 심리적 경향이 존재한다. 다가갔다 상처받은 경험이 있고 자존감이 떨어지다 보면, 누군가가 다가올 때 ‘내 곁에 오지 마’라며 마음에서 방어적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공감은 60%만 하라


공감 능력을 타고난 사람들이 있다. 공감 유전자가 있는 셈인데, 다른 훈련을 받지 않아도 다른 사람의 감정을 내 감정처럼 받아들이는 감정적 공감 능력을 타고난 사람이다. 이런 사람은 타인의 아픔에 함께 슬퍼하고 눈물 흘려준다. 누군가 나의 슬픔을 공감해주는 것 자체가 큰 위로가 된다. 그런데 과도한 감정적 공감이 공감 피로로 이어져 뇌가 탈진하면 까칠한 반응을 보일 수 있다.


그래서 공감을 해줄 때는 에너지의 60퍼센트만 쓰는 연습을 하라고 권한다.


상대방이 섭섭해할 것을 걱정하는 경우가 많은데, 내가 과도한 마음의 에너지를 사용하면 지치다 못해 짜증이 섞일 수밖에 없다. ‘내가 언제까지 너를 위해 희생해야 하나’란 얘기가 나오게 된다. 요즘처럼 마음의 에너지가 고갈되기 쉬운 환경에서는 전략적으로 내 마음의 에너지를 지키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무기력 디톡스 전략


이 전략은 도움이 된다. 무기력과 번아웃으로 고민하는 주변인들에게 소개해 계속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고 있는 방법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물론 누구에게나 일률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헤법은 아니다. 마인드 케어는 특성상 개인적 취향을 많이 타기 때문이다. 무기력의 시대를 건너는 사람들에게 책의 일독을 권한다.


#인문 #무기력디톡스 #윤대현 #웅진지식하우스 #마인드부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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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우리를 속이는가 - 위험한 상술과 현명한 소비
안석호 지음 / 북레시피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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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가 일단 구매를 결정하는 순간부터 약자인 ‘을’의 위치에 서게 된다. 정보를 독점한 생산자와 판매자는 ‘갑’이 되어 갖가지 꼼수와 반칙을 동원헤 소비자를 속이고 더 많은 이익을 챙기기 위해 머리를 싸맨다. 그렇다고 비난할 일만도 아니다. 어차피 비즈니스의 지상과제는 이윤 창출이니까. - ‘들어가며’ 중에서



이 책은 누가 어떻게 소비자를 속이는지 알아보고 어떻게 대응할지 다각적인 고민을 담았다. 소비자를 속이고 꼼수를 써 부당한 이익을 챙겨온 이들을 고발하고, 생산자와 소비자가 상생相生할 수 있는 착한 상품을 내놓는 이들은 장려하고 고무鼓舞한다.


책의 저자 안석호는 현재 <TV조선> 기자로 재직 중이며, 같은 회사의 방송 프로그램인 <CSI:소비자탐사대>를 진행했다. 2017년부터 지금까지 이 프로그램엔 수많은 기자와 피디, 작가 등이 참여, 현장을 뛰고 전문가를 만나고 실험을 통해 검증했다. 이를 총 5개 장으로 구성하여 책에 담았다.


터치스크린은 세균들의 온상(?)


스마트폰처럼 지극히 개인적인 소유물을 제외하면 대부분 터치스크린 기기는 소비자들의 공용 수단이므로 이전 사용자가 누구인지 모른 채 손을 댄다. 한 번 사용한 모니터를 바로 소독하면 다행이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터치스크린의 경고 사이렌


소비자들은 뭘 주문할지 고민하면서 자신의 턱, 뺨, 코 등을 만지고, 그 손으로 터치 기기를 눌러 계산한다. 이후 음식이 배달되면 터치스크린을 이용했던 그 손으로 감자튀김을 집어 먹고 커피나 콜라 등 음료수도 마신다. 터치 기기에 당연히 묻었을 각종 세균과 바이러스로부터 과연 소비자들은 위생적으로 안전할까?


그럼에도 터치 기기에 대한 업주들의 위생 인식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하루에 수백수천 명 고객이 이용함에도 불구하고 위생 관리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소비자들이 이용할 때마다 소독하기는 힘들것이다. 그렇더라도 한 시간에 한 번만이라도 해준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허나 실상은 하루에 한 번도 청소하지 않는 업소들이 많다.


데스트용 화장품, 공짜 같아도 실상은 세균 범벅(?)


지하철 2호선 강남역 등 도심 주요 거리엔 화장품 매장들이 많다. 이들 매장엔 테스트용 화장품이 항상 비치되어 있다. 콤팩트, 립스틱, 아이새도 등등, 다양한 테스트용 화장품들은 고객들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신상품에 대한 호기심 때문에 이런 샘플 화장품들을 그냥 지나칠 고객들은 없다.


공짜 같은 이런 화장품류가 실상은 소홀한 관리로 인해 불결한 상태인 경우가 흔하다. 콤팩트는 뚜껑 덮개 안쪽에 습기가 차 있고, 분홍색 립스틱엔 빨간색이 묻어 있으며, 속눈썹을 위로 말려주는 뷰러엔 이미 사용한 사람의 손눈썹이 덕지덕지 붙어 있다. 과연 이런 모습이 위생적일까?


https://naver.me/GL8sh1C8

(TV 조선 동영상)


또 화장품 진열대로 시선을 옮겨 보자. 죽어 있는 날벌레들이 그냥 방치되어 있고, 샘플용으로 개봉한 지 꽤 오래된 제품들도 진열되어 있다. 구석진 곳엔 먼지가 쌓인 듯하며 심지어 냄새가 고약한 화장품들도 있다.


테스트용 화장품은 면봉 또는 화장솜에 묻혀서 피부에 발라야 한다. 하지만 사용자들은 이런 것이 귀찮거나 싫어서 자신의 피부에 직접 발라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마도 그 질감을 느껴보고 싶은 탓으로 보인다. 이때 매장 직원은 고객들과의 충돌을 피할 목적으로 별다른 제지를 하지 않는다. 위생 관리 규정이 있지만 이를 지키지 않는다.


음식 속의 속임수


사실 먹는 음식을 갖고서 장난질 치는 사람들을 난 극혐한다. 그런데, 음식 재료에 대해 전문지식이 부족하다 보니 뻐젓이 눈 뜬 채로 당하고 만다. 이 책에도 소비자탐사대는 이를 고발하고 있다.


참치회덮밥의 재료가 참치가 아닌 상어였다니 놀랍다. 탐사대는 서울 시내 17곳 음식점에 참치회덮밥을 주문해서 이를 확인해 보았다. 업계에서 ‘참치 장인’으로 불리는 요리사는 금세 참치와 상어를 구별해냈다. 판별 결과, 17곳 중 10곳이 참치가 아닌 다른 생선이 들어 있었다. 재료 포장 겉면에 ‘청새리상어 100%’라고 인쇄되어 있음에도 음식점 종업원은 참치용 원료를 사용했다고 뻐젓이 우긴다.


난 경상도 출신이라 제사상에 올려진 상어 고기를 많이 먹고 자랐다. ‘돔배기’라고 불렀다. 비싼 식재료라 이후 제사상에서 종종 빠지기도 했다. 제주도에서도 산적을 만들어 제사상에 올린다고 한다. 보통 상어는 원양어선에서 포획해 장기간 냉동 상태에 있다가 어시장에 출하된다.


회덮밥용으로 사용되는 상어의 부위는 식감이 퍽퍽한 뱃살 부위라지만 경상도에선 상어 고기 자체를 날 것으로 먹는 경우가 거의 없다. 그런데, 이를 회덮밥 재료로 사용해도 괜찮을까? 과거 역삼역 인근의 한 식당에서 가짜 참치회를 저렴하게 판매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참치 요리 전문 식당에서 대학동창들 모임이 있었는데, 이 자리에서 점심 때 저렴하게 판매하는 참치회를 애용하다고 자랑했더니 요리사가 ‘가짜 고기’를 사용했다고 지적하길래 나중에 그 식당에 따지고서 일정 금액을 환불받은 적이 있었다.


참돔회도 대역代役을 맡은 생선이 다로 있었다. 열대 어종인 ‘틸라피아’다. 능숙한 조리사의 손길을 거치면 참돔으로 변신하여 요리 접시에 담긴다. 틸라피아 어종은 가격이 참돔의 절반 정도 수준이란다. 심지어 틸라피아는 대만에서 냉동 필렛으로 가공, 국내에 수입 유통된다고 한다. 오늘 저녁 모임에서 먹는 참돔회가 진자가 아닐 수도 있다.


불맛 짬뽕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도 충격적인 얘기가 있다. 우리들이 흔히 이해하기론 불맛을 내기 위해 짬봉 재료들에 불맛을 입히기 위해 수많은 웍질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놀랍게도 비법 가루를 이용해 육수를 내면 불맛 짬뽕이 된다. 요즈음은 업소들이 짬뽕 육수를 우려내려고 장기간 노력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야말로 속임수다. 소위 불소스 몇 방울로 수십년 경력의 중국요리사가 만든 것처럼 짬뽕 국물이 된다.


https://naver.me/xiqIG8bv


(TV조선 동영상)


‘원 플러스 원’ 이벤트는 속임수


일반적으로 소비자는 소위 ‘원 플러스 원’과 같은 묶음 상품을 구매할 때도 가격 인하 효과를 기대한다. 왜냐하면 한 개 가격으로 추가 1개를 더 주니까 말이다. 과연 이벤트는 이렇게 진행될까? 탐사대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실제로는 두세 개를 묶어 파는 행사상품은 이를 하나씩 낱개로 살 때보다 더 비싼 경우가 적지 않았다.


한 유명 마트에서 유명 제과 회사의 파이를 1+1 행사로 두 상자를 3,840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그런데 행사 전 가격을 찾아보니 한 상자에 1,920원이다. 제값 그대로 두 개를 사는 셈이다. 어린이 캐러멜은 세 개를 묶어 1,920원에 행사 판매하고 있었는데, 근처 다른 진열대에서는 이 캐러멜 한 개를 560원에 팔고 있었다. 낱개로 세 개를 사면 1,680원으로 오히려 240원이 더 저렴하다. 행사상품을 사면 오히려 소비자에겐 더 손해다. 과연 누구를 위한 행사 판매일까?


(사진, 행사상품 vs 낱개)


업태그 수법, 백화점의 공공연한 비밀


백화점 이월상품과 아웃렛 전용 상품은 제품 가격표나 라벨에서 차이가 난다. 가격표나 라벨에 표시된 제품번호를 서로 다르게 해 관리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가격표는 제조사마다 다르고 상표마다 제각각이어서 전문가가 아닌 이상 구별은 어렵다. 당연히 판매 직원은 자사 제품 가운데 이월상품과 아웃렛 전용 상품을 한눈에 가려낼 수 있다.


아웃렛의 꼼수는 또 있다. 아웃렛 전용 상품은 재료 등 원가가 저렴하고 인건비도 낮으므로 가격이 쌀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정상 가격을 백화점 이월상품과 비슷한 수준 또는 오히려 높게 책정한다. 그런 다음 그 가격표 위에 ‘50~60% 할인’ 등으로 표시해 싸게 파는 것처럼 눈속임을 하는 경우도 있다. 업계에서 소위 ‘업태그Up-tag’라고 불리는 수법이다.


왜 소비자에게 봉사료를 부담시키는가


내가 제일 아까워 하는 비용 중 하나가 ‘호텔의 봉사료’다. 사실 비즈니스를 하다 보면 분위기가 좋은 호텔 커피숍에서 고객들을 만나는 경우가 있는데, 호텔에서 특별히 봉사받는 것은 없다. 그럼에도 계산서엔 뻐젓이 ‘10% 봉사료’를 올려 결제를 요청한다.


탐사대에선 호텔 커피숍을 찾아가 이용객이 봉사료를 추가로 내야 하는 근거를 물었다. 커피숍 측은 “고객이 테이블 등 시설을 이용하는 비용이 모두 봉사료에 포함되는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커피를 테이크아웃으로 주문해봤지만, 역시 봉사료 10%를 요구했다. 앞뒤가 맞지 않는 해명이다. 더구나 요즘 ‘팁 문화가 없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라고 자랑하는 추세인데, 당국은 빨리 이를 근절해야 옳지 않을까 제안해 본다.


물론 양심적인 판매업자도 있다


탐사대의 고발 내용은 일부 비양심적인 업자와 기업에 해당되는 이야기이다. 사실 우직하게 정도正道의 길을 걷는 수많은 판매자들은 억울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탐사대가 이를 고발하는 이유는 지금껏 소비자를 속여온 판매자에게 경종을 울리고 개선하는 계기가 되길 바라고 또 소비자들에겐 현명한 소비를 당부하는 마음인 것이다. 모든 소비자들에게 책의 일독을 권한다.


#사회비판 #소비경제 #누가우리를속이는가 #안석호 #TV조선 #소비자탐사대 #북레시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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