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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력 디톡스 - 지친 마음에 시동을 거는 마인드 부스팅 수업
윤대현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4년 10월
평점 :
무기력은 잘 다루지 못하면 온몸에 독소처럼 퍼진다. 이때 마음의 시스템을 바로잡지 않고 단발성 처방만 이어가다 보면 무기력한 상태가 끝없이 반복된다. 그래서 지금 우리 마음에 필요한 것이 디톡스(detox)다. 디톡스란 몸 안의 독소를 분해하고 배출해 몸을 정화하는 것을 뜻하는데, 이 책에서는 무기력 디톡스를 통해 피로가 쌓인 마음을 정화하고 의욕을 되찾는 방법을 안내할 것이다.- ‘프롤로그’ 중에서
(사진, 책표지)
책의 저자 윤대현은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로 30여 년 동안 진료실 안팎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치료하기 위해 힘써 왔다.
총 5장으로 구성된 책은 팬데믹 이후 찾아온 전 세계적인 집단 무기력 현상에 주목, 무기력에서 탈피하기 위한 효과적인 마음관리법을 전한다.
1장(왜 우리는 ‘무기력 모드’에 빠졌나)에선 세계적인 무기력 현상과 그 심각성을 알아보며, 2장(마음에 시동을 거는 기술, 마인드 부스팅)에선 마음을 활성화하는 부스팅 전략 4단계를 소개하고, 3장(무기력에서 나를 구하는 멘탈 강화 수업)에선 일상에서 미니 브레이크, 메모리 관리 등 멘탈 관리를 통해 의욕을 되찾는 법을 전한다.
이어서 4장(무기력의 시대에 관계를 맺는다는 것)에선 에너지가 소진된 시대에 타인과 건강하게 관계 맺는 법을 안내하고, 마지막으로 5장(무기력의 시대에 성과를 낸다는 것)에선 지치지 않고 성과를 낼 수 있는 마음 관리 노하우를 제시한다.
팬데믹의 끝은 정신건강의 위기
팬데믹이 끝나고 대부분 일상으로 돌아왔는데도 여전히 사람들의 마음은 회복되지 않는 모습이다. 아니, 오히려 급속하게 악화되고 있다. 일찍이 많은 의료 전문가가 팬데믹 이후 정신 건강 문제를 예측하고 경고한 바 있다.
통상적으로 국가적 재난이 터졌을 때보다 회복기에 들어서면 우울, 불안, 무기력 등의 정신건강 문제가 심각해진다. 재난이 터진 당시에는 그 상황에 적응하고 대응하는 데 몰입하다가, 회복기에 들어서면 오히려 축적된 무기력감과 우울감이 폭발하면서 후유증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그에 비례해 자살률도 높아진다. 실제로 동일본 대지진 당시에도 재난이 일어난 첫해나 이듬해보다 3년째 해에 자살률이 급증했다.
(사진, 자살률 증가 추이)
극복하는 힘보다 버티는 힘
무기력이 반복되고 있다면 의욕이 없는 자신을 몰아세우고 이 상황을 ‘극복’하는 데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자신이 비정상은 아닌지 걱정하는 사람도 많았다.
정신건강 관리의 제1원칙은 ‘내 마음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특히 무기력한 상황에서 억지로 마음을 긍정적으로 돌리려고 정면 대결하면, 이미 에너지는 떨어질 대로 떨어져 있고 부정적인 감정은 증가된 상황이라 완전히 녹다운될 수 있다.
그러므로 무기력한 상황에서는 ‘극복해야 한다’는 생각보다 ‘견뎌낸다’는 마음을 갖는 것이 오히려 효율적인 전략이 될 수 있다. 아무것도 하기 싫고 앞으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는 정체 상황처럼 보이지만, 그 상황을 그저 묵묵히 버티는 자세가 필요한 것이다.
마인드 부스팅 전략 4단계
1단계~2차 스트레스의 길목을 막아라
2단계~자기 연민, 내감정을 공감하라
3단계~무기력의 늪, 반추사고의 고리를 끊어라
4단계~마음에 시동을 걸어라
(사진, 스트레스 과정 모델)
선先 행동 후後 동기부여
많은 사람이 “언제쯤 의욕이 생기고 동기부여가 될까요?”라고 질문하지만 안타깝게도 의욕이 100퍼센트 생기는 완벽한 타이밍이란 없다. 보통 먼저 동기를 부여해야 행동이 변한다고 생각한다.
‘선先 동기부여 후後 행동’이 자연스럽고 우리가 노력하는 일반적인 흐름이지만, 요즘 같은 무기력의 시대에는 동기부여가 되기를 기다리다 의미 없이 시간만 흘러가게 된다. 그래서 묵묵히 버텨낼 때 효과적인 전략은 ‘선 행동 동기부여’, 즉 액션을 먼저 하는 것이다.
나만의 미니 브레이크 찾기
우리 맘 속에는 2개의 공간이 있다. 하나는 일의 공간이고, 다른 하나는 쉼의 공간이다. 일에 몰입하다가도 쉼의 공간으로 자유자재로 이동하는 것이 훌륭한 마인드 관리 기술이다. 일을 하다가 필요할 때 브레이크를 밟아 적절히 멈추고 휴식을 취하는 게 중요하다.
(사진, 멘탈 브레이크 원리)
그런데, 우리 마음에는 자동차 브레이크처럼 물리적 브레이크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쉼의 공간으로 이동할 수 있는 나만의 브레이킹 기술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저자는 이를 ‘멘탈 브레이크’라고 명명한다. 브레이크에는 ‘쉼’, ‘휴식’이라는 뜻과 일 모드를 멈추는 제동장치 역할을 한다는 이중적 의미가 담겨 있다.
롱 브레이크~장기간의 휴식(제주도 한 달 살기)
미니 브레이크~하루 중 소소한 휴식(커피 한 잔, 스몰 토크)
그런데 롱 브레이크보다 소소하게 실천할 수 있는 작은 브레이크가 더 현실적이고 효과적일 수 있는데, 이를 미니 브레이크라고 한다. 예를 들어 좋아하는 커피 한 잔을 하거나 마음 맞는 친구와 스몰 토크를 하고 산책을 하는 등 잠깐의 브레이크를 거는 것이다. 오히려 이런 작은 활동이 마음 충전에 더 큰 도움이 되기도 한다.
메모리 관리
기억 일지 작성하기~매일 저녁
나 자신과 대화하기~긍정적 기억이나 성공 경험을 상기
긍정적 기억 떠올리기~힘들 때 과거 행복한 기억 떠올리기
반대로 접근하기
요즘 심리 영역에서 ‘역설적 마인드셋(paradoxical mindset)’이라는 단어가 눈에 자주 띈다. 역설적 마인드셋은 역설적 사고와 접근 방식을 채택해 문제를 해결하거나 상황을 개선하려는 마음가짐을 의미한다.
하버드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과 의사 앨버트 로텐버그는 노벨상 수상자 22명을 인터뷰하고 위대한 업적을 남긴 과학자들의 역사적 기록을 분석한 결과, 이들이 여러 개의 반대 또는 대척점에 있는 아이디어를 구상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보냈다는 것을 밝혀냈다.
마음 관리 측면으로 설명하자면, 역설적 마인드셋은 겉으로는 모순되어 보이는 두 가지 생각이나 감정을 동시에 받아들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실패할 수도 있지만, 성공으로 이끌 수도 있다’는 생각처럼 두 가지 상반된 가능성을 동시에 인식한다.
문제를 해결할 때도 전통적 방법 대신 반대되는 방법을 시도할 수 있다. 무기력을 느낄 때 더 많은 노력을 쏟아붓는 대신, 잠시 물러서서 휴식을 취하거나 그 상황을 완전히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다.
스스로 고립되는 청년들
전 세계가 무기력에 휩싸인 지금 많은 이들이 타인과 관계 맺을 에너지마저 소진한 채 고립을 자처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점점 사람 만나기가 싫어집니다. 주위에 사람 서너 명만 있으면 될까요?”
최근 인구보건복지협회 조사에 따르면 청년 10명 중 6명이 연애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10명 가운데 3명은 연애 경험이 아예 없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자신의 의지로 연애를 하지 않는다는 케이스가 많았다. 10여 년 전쯤 취업, 연애, 결혼을 포기하는 ‘삼포 세대’라는 말이 나왔다. 이제는 세 가지 과업을 어쩔 수 없이 포기하는 것을 넘어 스스로 거부하는 단계에 이른 것 같다.
외로우면 오히려 ‘뒷걸음 치기(stepping back)’ 하는 심리적 경향이 존재한다. 다가갔다 상처받은 경험이 있고 자존감이 떨어지다 보면, 누군가가 다가올 때 ‘내 곁에 오지 마’라며 마음에서 방어적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공감은 60%만 하라
공감 능력을 타고난 사람들이 있다. 공감 유전자가 있는 셈인데, 다른 훈련을 받지 않아도 다른 사람의 감정을 내 감정처럼 받아들이는 감정적 공감 능력을 타고난 사람이다. 이런 사람은 타인의 아픔에 함께 슬퍼하고 눈물 흘려준다. 누군가 나의 슬픔을 공감해주는 것 자체가 큰 위로가 된다. 그런데 과도한 감정적 공감이 공감 피로로 이어져 뇌가 탈진하면 까칠한 반응을 보일 수 있다.
그래서 공감을 해줄 때는 에너지의 60퍼센트만 쓰는 연습을 하라고 권한다.
상대방이 섭섭해할 것을 걱정하는 경우가 많은데, 내가 과도한 마음의 에너지를 사용하면 지치다 못해 짜증이 섞일 수밖에 없다. ‘내가 언제까지 너를 위해 희생해야 하나’란 얘기가 나오게 된다. 요즘처럼 마음의 에너지가 고갈되기 쉬운 환경에서는 전략적으로 내 마음의 에너지를 지키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무기력 디톡스 전략
이 전략은 도움이 된다. 무기력과 번아웃으로 고민하는 주변인들에게 소개해 계속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고 있는 방법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물론 누구에게나 일률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헤법은 아니다. 마인드 케어는 특성상 개인적 취향을 많이 타기 때문이다. 무기력의 시대를 건너는 사람들에게 책의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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