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트렌드 인사이트 2025 - 일본에서 찾은 소비 비즈니스 트렌드 5 도쿄 트렌드 인사이트
정희선 지음 / 원앤원북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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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트렌드 인사이트 2025>에서도 5가지 테마를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나가고자 한다. ‘저성장’, ‘Z세대’, ‘고령화’ 이 3가지 키워드는 <도쿄 트렌드 인사이트>와 동일하지만, 이번에는 ‘기술’과 ‘친환경’ 대신 ‘공간’과 ‘유통’이라는 키워드를 추가했다. - ‘들어가며’ 중에서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되어, 1장에선 ‘저성장’ 키워드를 다루며, 2장에선 ‘Z세대’에 관해 살펴보고, 3장에선 새롭게 ‘공간’이라는 키워드를 추가해 트렌드와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를 반영했으며, 4장에선 또 다시 ‘고령화’ 테마를 다루고, 끝으로 5장에선 일본 유통업체들의 모습을 살펴본다.


고객 확보를 위해 시장을 재정의하다


‘잃어버린 30년’이란 말도 있는 것처럼, 세계경제 2위 국가로서의 영화는 이미 옛일이 되어버리고 저성장과 인구감소라는 늪에 빠져 힘든 상황을 겪은 일본 기업들은 고객 수, 구매 빈도, 평균 단가 등 3가지 고민들을 계속하고 있다.


●고객 수~어떻게 새로운 고객층에 접근할까?

●구매 빈도~어떻게 소비자의 구매와 구매 빈도를 높일까?

●평균 단가~어떻게 제품 가격을 높일까?


“미未고객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시장을 바라보는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


여행 가이드북 ‘지구를 걷는 법’의 성공은 우리에게 새로운 고객을 개척하는 방법에 대한 힌트를 준다. 이는 평소 여행을 즐기는 사람, 그중에서도 해외여행만을 타깃으로 하고 있었는데, 수요가 감소한 코로나 기간 중 자신들의 시장을 재정의했다. 즉, ‘언젠가 여행을 가고 싶은 사람’과 심지어 ‘여행에 관심이 없는 사람’을 자신들의 고객으로 새롭게 정의했다.


새로운 고객을 개척하는 첫걸음은 ‘고객을 다시 정의’해보는 것이다. 고객을 재정의하는 순간, 여행을 가지 않는 사람도 사고 싶은 여행책이 탄생한 것처럼 생각지 못했던 고객에게 자사의 제품을 판매하는 방법이 떠오를 것이다.


초코잡의 성공도 이와 유사하다. ‘콘비니 짐’(편의점 헬스장, 일상에서 언제든 몇 번씩 편하게 들릴 수 있는 콘셉)이라는 새로운 업태를 만든 초코잡은 일본 피트니스 업계 1위로 단숨에 뛰어올랐다. ‘운동을 하지 않는 사람’을 고객으로 새롭게 정의, 이들을 위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수 있었다. 최근 초코잡 점포 안에 노래방, 코인 세탁기 등 생활 서비스를 집어넣었으며, 심지어 운동기구가 아예 없는 점포까지 등장했다.


Z세대의 효율 추구


일본의 새로운 신조어 ‘타이파’(시성비時性比)는 말 그대로 시간 대비 효과(성능)을 뜻한다. 이는 다른 세대에 비해 Z세대들이 중시하는 경향이다. 예를 들어, 이들은 넷플릭스 동영상 서비스에서 1.5배(또는 2배) 빠르기로 시청한다. 동영상은 나중에 다시 볼 수 있으므로 이해가 되지 않더라도 속도를 높여 감상한다.


비록 칠십대 노인이지만 나 또한 다운로드받은 동영상을 속도 높여 먼저 맛보기를 하면서 정상적으로 시청할지 여부를 판단한다. 만약에 동영상을 시청할 시간이 아깝다고 판단되면 바로 삭제해버린다.


Z세대는 ‘재미없을지도 모르는 영화에 시간도 돈도 들이고 싶지 않다’라는 감정 또한 영화관에 가는 것을 주저하게 만든다. ‘영화를 보는 시간에 다른 즐거운 것을 소비할 수 있었을 텐데…’라는 부정적인 감정에 빠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 때로는 영화를 보기 전에 결말을 미리 알아보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132쪽)


일본의 Z세대는 성장을 경험해 본 적이 없는 세대로 오히려 저성장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듯하다. 일본 소비자청이 2022년 11월에 20대를 대상으로 진행한 ‘소비자 의식 기본 조사’에서 ‘향후 돈을 쓰고 싶은 곳’으로 가장 많이 답변한 항목은 ‘저축’이었다. 약 60%에 달하는 20대가 저축을 할 것이라고 응답했으며 뒤를 이어 여행, 음식, 친구들과의 교제에 돈을 쓰겠다고 응답했다. 반면 반려동물, 자동차, 가전 등에는 돈을 쓰지 않고 싶다고 답했다.


최근에는 ‘에모(감정, エモ) 소비’라는 키워드도 등장했다. 이는 어떠한 상황에 공감하는 것, 어떠한 사물을 접하고 행복하다고 느끼는 것, 그리고 누군가와 커뮤니케이션하고 소통하며 감정을 나누는 것 등을 포함한다. 현 Z세대는 상품 그 자체의 매력보다는 상품을 구매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감정을 중시하는 소비를 한다는 것이다.


몰입형 공간


한국에 비해 일찍 1인 가구가 증가한 일본에선 코리빙하우스 및 임대주택이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도쿄 곳곳에 만들어지고 있는 몰입형 엔터테인먼트는 관람객이 다가가면 빛이 반응하는 미디어아트 전시 등으로 사람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중세 유럽의 거리를 재현한 콘셉트로 인기를 끌었던 ‘비너스 포트는 코로나 이후 방문객이 급감하면서 결국 폐점하고 말았다. 이곳의 시설을 그대로 활용하면서 스토리를 입혀 몰입형 테마파크로 전환, 정밀하게 설계된 세계로 관객들이 빠져드는 참여를 만들어낸다. 기존의 테마파크 놀이기구는 아예 없다.


사람들은 왜 몰입형 경험에 열광할까? 스마트폰을 통해 수동적으로 콘텐츠를 시청하는 시간이 많아진 지금, 역설적으로 자신이 주인공이 되어 오감으로 느끼며 몰입하는 비일상적인 경험을 원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수많은 정보에 둘러싸인 현대 사회에 지친 사람들 중엔 뇌를 비우고 오로지 감각에 의존해 체험하는 공간에서 힐링되는 감각을 느끼기도 한다. 이처럼 기존의 공간 쓰임이 바뀌고 있다.


모든 것이 늙어가는 사회


일본의 트렌드를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키워드가 바로 고령화인데, 비단 인간뿐만 아니라 사회 인프라도 늙어간다. 집이 비게 되고, 반려동물도 늙어간다. 고령화 사회에서 사람이 살지 않는 빈집은 그냥 방치됨으로 인해 치안마저 위협한다. 수도관은 녹물이 흐르고, 오래된 고속도로는 빈번한 사고를 유발하며, 반려동물도 치매에 걸린다.


또 지방 도시엔 빈집이 속출함에 따라 ‘지방 소멸’이란 화두마저 대두된다. 이런 도시(마을)에 있던 철도역은 이용객이 급감헤서 존재의 의미를 이미 상실했다. 이에 역무원이 아예 없거나 무인역의 형태로 바뀌고 있다.


JR 동일본이 출자한 ‘연선 마루고토’라는 스타트업은 마을 자체를 하나의 호텔로 개발한다. 무인역의 역사는 호텔의 프런트 데스크로, 마을의 빈집들은 객실이 된다. 이때 마을 주민들은 운영 스테프로 참여한다. 이처럼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늙어가는 마을을 재생하여 지역 활성화의 거점으로 만드는 창의적인 시도인 셈이다.


(사진, 역사에서 체크인 후 숙박지로 이동)


일본 유통업체들의 모습


일본 전국에 6백개 이상의 점포를 운영 중인 할인잡화점 돈키호테는 일부러 물건을 쌓아두고 고객들이 보물찾기하듯이 좋은 물건을 찾아 매장을 돌아다니도록 유도한다. 그런데 최근 이런 운영 발식을 따르지 않는 새로운 형태의 돈키호테가 등장하고 있다.


‘뾰족한 돈키’란 특정 카테고리 제품만 취급하거나 혹은 특정 세대를 타깃으로 만든 점포를 말한다. 일반적인 돈키호테는 로드사이드의 건물 하나에 통째로 들어가는 경우가 많지만, 쇼핑몰에 작은 규모로 입점하게 되면 빠르게 움직일 수 있고 고객들의 반응을 보며 제품 라인업도 빠르게 바꾸어볼 수 있다. 이는 다른 점포들과의 차별화 무기인 셈이다.


오르비스는 인력 부족에 대응하면서 동시에 고객이 매장 내에서 느끼는 경험의 질을 유지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왔다. 무인매장이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지만 판매자와 소비자 간의 접촉이 없어서 고객에게 브랜드의 가치를 전달하기 어려운 단점이 있다. 이에 오르비스는 3가지 방법으로 극복하려 한다.


첫째, 온라인 상담을 통해 단점을 보완

둘째, 상품관리 분류를 90여 개로 줄임

셋째, 남성용 상품을 강화(예, 남성용 스킨케어 시리즈)


(사진, 오르비스 무인매장)


팔기 위한 실험은 계속 진행중


일본 유통업체들은 새로운 인구 구조에 적합한 점포를 만들고자 실험을 진행 중이다. 돈키호테의 변신과 오르비스의 고심 등에서 이를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이같은 고민은 한국 유통업체의 입장과 별반 다르지 않다. 유통업체에 종사하거나 마케팅 파트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책의 일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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