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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우리를 속이는가 - 위험한 상술과 현명한 소비
안석호 지음 / 북레시피 / 2024년 10월
평점 :
소비자가 일단 구매를 결정하는 순간부터 약자인 ‘을’의 위치에 서게 된다. 정보를 독점한 생산자와 판매자는 ‘갑’이 되어 갖가지 꼼수와 반칙을 동원헤 소비자를 속이고 더 많은 이익을 챙기기 위해 머리를 싸맨다. 그렇다고 비난할 일만도 아니다. 어차피 비즈니스의 지상과제는 이윤 창출이니까. - ‘들어가며’ 중에서
이 책은 누가 어떻게 소비자를 속이는지 알아보고 어떻게 대응할지 다각적인 고민을 담았다. 소비자를 속이고 꼼수를 써 부당한 이익을 챙겨온 이들을 고발하고, 생산자와 소비자가 상생相生할 수 있는 착한 상품을 내놓는 이들은 장려하고 고무鼓舞한다.
책의 저자 안석호는 현재 <TV조선> 기자로 재직 중이며, 같은 회사의 방송 프로그램인 <CSI:소비자탐사대>를 진행했다. 2017년부터 지금까지 이 프로그램엔 수많은 기자와 피디, 작가 등이 참여, 현장을 뛰고 전문가를 만나고 실험을 통해 검증했다. 이를 총 5개 장으로 구성하여 책에 담았다.
터치스크린은 세균들의 온상(?)
스마트폰처럼 지극히 개인적인 소유물을 제외하면 대부분 터치스크린 기기는 소비자들의 공용 수단이므로 이전 사용자가 누구인지 모른 채 손을 댄다. 한 번 사용한 모니터를 바로 소독하면 다행이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터치스크린의 경고 사이렌
소비자들은 뭘 주문할지 고민하면서 자신의 턱, 뺨, 코 등을 만지고, 그 손으로 터치 기기를 눌러 계산한다. 이후 음식이 배달되면 터치스크린을 이용했던 그 손으로 감자튀김을 집어 먹고 커피나 콜라 등 음료수도 마신다. 터치 기기에 당연히 묻었을 각종 세균과 바이러스로부터 과연 소비자들은 위생적으로 안전할까?
그럼에도 터치 기기에 대한 업주들의 위생 인식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하루에 수백수천 명 고객이 이용함에도 불구하고 위생 관리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소비자들이 이용할 때마다 소독하기는 힘들것이다. 그렇더라도 한 시간에 한 번만이라도 해준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허나 실상은 하루에 한 번도 청소하지 않는 업소들이 많다.
데스트용 화장품, 공짜 같아도 실상은 세균 범벅(?)
지하철 2호선 강남역 등 도심 주요 거리엔 화장품 매장들이 많다. 이들 매장엔 테스트용 화장품이 항상 비치되어 있다. 콤팩트, 립스틱, 아이새도 등등, 다양한 테스트용 화장품들은 고객들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신상품에 대한 호기심 때문에 이런 샘플 화장품들을 그냥 지나칠 고객들은 없다.
공짜 같은 이런 화장품류가 실상은 소홀한 관리로 인해 불결한 상태인 경우가 흔하다. 콤팩트는 뚜껑 덮개 안쪽에 습기가 차 있고, 분홍색 립스틱엔 빨간색이 묻어 있으며, 속눈썹을 위로 말려주는 뷰러엔 이미 사용한 사람의 손눈썹이 덕지덕지 붙어 있다. 과연 이런 모습이 위생적일까?
https://naver.me/GL8sh1C8
(TV 조선 동영상)
또 화장품 진열대로 시선을 옮겨 보자. 죽어 있는 날벌레들이 그냥 방치되어 있고, 샘플용으로 개봉한 지 꽤 오래된 제품들도 진열되어 있다. 구석진 곳엔 먼지가 쌓인 듯하며 심지어 냄새가 고약한 화장품들도 있다.
테스트용 화장품은 면봉 또는 화장솜에 묻혀서 피부에 발라야 한다. 하지만 사용자들은 이런 것이 귀찮거나 싫어서 자신의 피부에 직접 발라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마도 그 질감을 느껴보고 싶은 탓으로 보인다. 이때 매장 직원은 고객들과의 충돌을 피할 목적으로 별다른 제지를 하지 않는다. 위생 관리 규정이 있지만 이를 지키지 않는다.
음식 속의 속임수
사실 먹는 음식을 갖고서 장난질 치는 사람들을 난 극혐한다. 그런데, 음식 재료에 대해 전문지식이 부족하다 보니 뻐젓이 눈 뜬 채로 당하고 만다. 이 책에도 소비자탐사대는 이를 고발하고 있다.
참치회덮밥의 재료가 참치가 아닌 상어였다니 놀랍다. 탐사대는 서울 시내 17곳 음식점에 참치회덮밥을 주문해서 이를 확인해 보았다. 업계에서 ‘참치 장인’으로 불리는 요리사는 금세 참치와 상어를 구별해냈다. 판별 결과, 17곳 중 10곳이 참치가 아닌 다른 생선이 들어 있었다. 재료 포장 겉면에 ‘청새리상어 100%’라고 인쇄되어 있음에도 음식점 종업원은 참치용 원료를 사용했다고 뻐젓이 우긴다.
난 경상도 출신이라 제사상에 올려진 상어 고기를 많이 먹고 자랐다. ‘돔배기’라고 불렀다. 비싼 식재료라 이후 제사상에서 종종 빠지기도 했다. 제주도에서도 산적을 만들어 제사상에 올린다고 한다. 보통 상어는 원양어선에서 포획해 장기간 냉동 상태에 있다가 어시장에 출하된다.
회덮밥용으로 사용되는 상어의 부위는 식감이 퍽퍽한 뱃살 부위라지만 경상도에선 상어 고기 자체를 날 것으로 먹는 경우가 거의 없다. 그런데, 이를 회덮밥 재료로 사용해도 괜찮을까? 과거 역삼역 인근의 한 식당에서 가짜 참치회를 저렴하게 판매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참치 요리 전문 식당에서 대학동창들 모임이 있었는데, 이 자리에서 점심 때 저렴하게 판매하는 참치회를 애용하다고 자랑했더니 요리사가 ‘가짜 고기’를 사용했다고 지적하길래 나중에 그 식당에 따지고서 일정 금액을 환불받은 적이 있었다.
참돔회도 대역代役을 맡은 생선이 다로 있었다. 열대 어종인 ‘틸라피아’다. 능숙한 조리사의 손길을 거치면 참돔으로 변신하여 요리 접시에 담긴다. 틸라피아 어종은 가격이 참돔의 절반 정도 수준이란다. 심지어 틸라피아는 대만에서 냉동 필렛으로 가공, 국내에 수입 유통된다고 한다. 오늘 저녁 모임에서 먹는 참돔회가 진자가 아닐 수도 있다.
불맛 짬뽕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도 충격적인 얘기가 있다. 우리들이 흔히 이해하기론 불맛을 내기 위해 짬봉 재료들에 불맛을 입히기 위해 수많은 웍질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놀랍게도 비법 가루를 이용해 육수를 내면 불맛 짬뽕이 된다. 요즈음은 업소들이 짬뽕 육수를 우려내려고 장기간 노력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야말로 속임수다. 소위 불소스 몇 방울로 수십년 경력의 중국요리사가 만든 것처럼 짬뽕 국물이 된다.
https://naver.me/xiqIG8bv
(TV조선 동영상)
‘원 플러스 원’ 이벤트는 속임수
일반적으로 소비자는 소위 ‘원 플러스 원’과 같은 묶음 상품을 구매할 때도 가격 인하 효과를 기대한다. 왜냐하면 한 개 가격으로 추가 1개를 더 주니까 말이다. 과연 이벤트는 이렇게 진행될까? 탐사대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실제로는 두세 개를 묶어 파는 행사상품은 이를 하나씩 낱개로 살 때보다 더 비싼 경우가 적지 않았다.
한 유명 마트에서 유명 제과 회사의 파이를 1+1 행사로 두 상자를 3,840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그런데 행사 전 가격을 찾아보니 한 상자에 1,920원이다. 제값 그대로 두 개를 사는 셈이다. 어린이 캐러멜은 세 개를 묶어 1,920원에 행사 판매하고 있었는데, 근처 다른 진열대에서는 이 캐러멜 한 개를 560원에 팔고 있었다. 낱개로 세 개를 사면 1,680원으로 오히려 240원이 더 저렴하다. 행사상품을 사면 오히려 소비자에겐 더 손해다. 과연 누구를 위한 행사 판매일까?
(사진, 행사상품 vs 낱개)
업태그 수법, 백화점의 공공연한 비밀
백화점 이월상품과 아웃렛 전용 상품은 제품 가격표나 라벨에서 차이가 난다. 가격표나 라벨에 표시된 제품번호를 서로 다르게 해 관리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가격표는 제조사마다 다르고 상표마다 제각각이어서 전문가가 아닌 이상 구별은 어렵다. 당연히 판매 직원은 자사 제품 가운데 이월상품과 아웃렛 전용 상품을 한눈에 가려낼 수 있다.
아웃렛의 꼼수는 또 있다. 아웃렛 전용 상품은 재료 등 원가가 저렴하고 인건비도 낮으므로 가격이 쌀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정상 가격을 백화점 이월상품과 비슷한 수준 또는 오히려 높게 책정한다. 그런 다음 그 가격표 위에 ‘50~60% 할인’ 등으로 표시해 싸게 파는 것처럼 눈속임을 하는 경우도 있다. 업계에서 소위 ‘업태그Up-tag’라고 불리는 수법이다.
왜 소비자에게 봉사료를 부담시키는가
내가 제일 아까워 하는 비용 중 하나가 ‘호텔의 봉사료’다. 사실 비즈니스를 하다 보면 분위기가 좋은 호텔 커피숍에서 고객들을 만나는 경우가 있는데, 호텔에서 특별히 봉사받는 것은 없다. 그럼에도 계산서엔 뻐젓이 ‘10% 봉사료’를 올려 결제를 요청한다.
탐사대에선 호텔 커피숍을 찾아가 이용객이 봉사료를 추가로 내야 하는 근거를 물었다. 커피숍 측은 “고객이 테이블 등 시설을 이용하는 비용이 모두 봉사료에 포함되는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커피를 테이크아웃으로 주문해봤지만, 역시 봉사료 10%를 요구했다. 앞뒤가 맞지 않는 해명이다. 더구나 요즘 ‘팁 문화가 없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라고 자랑하는 추세인데, 당국은 빨리 이를 근절해야 옳지 않을까 제안해 본다.
물론 양심적인 판매업자도 있다
탐사대의 고발 내용은 일부 비양심적인 업자와 기업에 해당되는 이야기이다. 사실 우직하게 정도正道의 길을 걷는 수많은 판매자들은 억울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탐사대가 이를 고발하는 이유는 지금껏 소비자를 속여온 판매자에게 경종을 울리고 개선하는 계기가 되길 바라고 또 소비자들에겐 현명한 소비를 당부하는 마음인 것이다. 모든 소비자들에게 책의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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