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특징은 진화한다는 것입니다. 진화는 새로운 생명의 등장이죠. 새로운 생명이 등장하려면 누군가 그 자리를 비켜주어야 합니다. 우리는 그것을 멸종이라고 합니다. 흔히 멸종이라고 하면 부정적인 이미지를 떠올리지만, 새로운 생명의 찬란한 시작이기도 합니다. - ‘프롤로그’ 중에서



종편방송 JTBC의 교양 프로그램 <차이나는 클라스>에서 매우 흥미로운 내용을 주제로 다루는 명강의가 있었다. 국내 최고의 과학 스토리텔러로 평가받는 ‘털보 관장’ 이정모의 여섯 번째 대멸종이라는 주제였다. 이 책의 내용 또한 이를 다루고 있어서 가제본 서평단에 참여하게 되었다.


책은 ‘대멸종은 진행 중’, ‘공룡 멸종으로 탄생한 최고 포식자’, ‘진화와 공생의 장대한 시작’ 등 총 3개 파트로 구성되어 우리 모두의 눈길을 끄는 내용들을 소개하고 있다. 멸종은 새로운 생명 탄생의 시작, 호모 사피엔스만 살아남은 이유, 네 번의 대멸종에서 살아남은 유일한 동물, 섹스의 시작을 아십니까? 등의 이야기가 이어지고 있다.


멸종은 새로운 생명 탄생의 시작


자연사自然史를 통해 알게 된 사실은 새로운 생명이 탄생하려면 빈자리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꽉 찬 생태계에 누군가가 빈자리를 만들어주는 것, 이것이 바로 멸종滅種이므로 다음 세대의 생명체를 위해 자리를 비켜주는 자연스러운 일인 셈이다.


생명체가 급격히 다양해진 캄브리아기 폭발 시기에 등장한 오파비니아는 신체 구조가 특이했다. 몸통 길이가 7센티미터에 불과하며 머리 위쪽으로 송이버섯처럼 튀어나온 자루눈이 5개 있어서 덕분에 넓은 시야로 먹이와 포식자를 감지할 수 있었다.


또 길쭉한 몸통은 15개의 분절分節로 이루어져 각 분절엔 측면을 따라 일련의 날개 같은 엽葉이 있다. ‘삼엽충’의 바로 그 엽이다. 오파비니아는 엽을 이용해 해저를 따라 헤엄치거나 기어다녔다. 오파비니아가 살던 시대에 모든 생명체는 바다에 살았다.


그런데, 오파비니아의 가장 큰 매력은 코에 있다. 숨을 쉬는 코는 아닐지라도 긴 튜브처럼처럼 생긴 길쭉한 부속물 끝에는 뭔가를 잡을 수 있는 집게발이 달려 있다. 이 코를 이용해 해저를 뒤집어 먹이를 찾고 작은 동물을 잡았다. 코는 구부러질 수 있어서 입에 먹이를 넣어줄 수도 있었다. 현재의 지구상엔 이와 유사한 친척 종도 남기지 못하고 사라졌다. 그냥 사라졌다.


700만 년 전에 등장한 인류는 신석기 시대(1만 2000년 전)가 시작될 때비로소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농업혁명이 일어났다. 이는 ㅈ지구의 기후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지구 평균 기온이 한꺼번에 4도 이상 상승, 평균기온이 15도가 되었다. 처음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 것이다. 이후 석탄과 석유 등 화석연료를 마음껏 낭비할 수 있는 조건으로 인해 산업혁명이 일어났다. 그 결과 인류는 풍요와 장수를 맞이했다.


그러나 지구 역사상 가장 성공한 호모 사피엔스종에게도 위기가 드리워졌다. 지구상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 책의 스토리는 2150년에 인공지능AI가 인류의 멸종을 고하고 있다. 산업혁명 이후 기온 상승 2도 장벽을 넘지 말았어야 함에도 2도가 넘어서자 통제불가능한 수준으로 기온이 대상승하면서 호모 사피엔스가 살 수 없는 환경이 되고 말았다. 인공지능AI는 살아남았지만 이를 창조한 인류는 더 이상 지구상에 없다. 그 많던 인류는 모두 어디로 갔을까?


기후 변화를 막을 순 없을까?


지금 서평을 작성하고 있는 이 순간 날씨가 너무 더워 맨살이 이젠 따갑기조차 한다. 기후의 변화를 실감하고 있다. 앞으로 우리 인류에게 밀어닥칠 자연 생태계의 변화는 이정도의 따가움을 초월한 공포의 영역일 게 분명하다. 그냥 앉아서 죽음을 맞아할 것인가, 아니면 화성으로 이주할 것인가? 가장 지혜로운 행동은 무었일까? 현재로선 지구의 평균기온이 더 이상 오르지 않도록 최상의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 미래 세대들에게 부끄러운 선조로 기억되지 않을 것이다. 소설보다 더 재미난 스토리가 풍부한 이 도서의 일독을 모두에게 추천하면서 글을 마치려한다.


#지구사 #자연사 #찬란한멸종 #여섯번째대멸종 #이정모 #다산북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가제본을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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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전문변호사 사용법 - 건설, 건축하려면 반드시 알아야 할 전문가 사용법 시리즈 7
박세원 지음 / 라온북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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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주는 대부분 ‘건설’에만 문외한인 것이 아니라, ‘분쟁’에도 문외한이다. 이처럼 건설 분쟁은 양측에게 대등한 싸움이 아니고, 전문가와 비전문가의 싸움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이 건축주가 분쟁의 초기 단계부터 부족한 전력을 보강해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 ‘프롤로그’ 중에서



책의 저자 박세원 변호사는 관급공사들로부터 병원 인테리어 공사까지 다양한 규모의 건설소송을 수행했고, 각종 지방자치단체, 지역주택조합, 대형건설사뿐 아니라 소규모 시공사, 품떼기 팀장, 난생처음 건설 분쟁에 휘말린 건축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건설 분야 종사자들의 입장을 대리해 왔다.


책은 ‘왜 건설전문변호사가 필요한가?’, ‘건설 소송을 알아야 소송전쟁에서 승리한다’, ‘변호사를 잘 뛰게 하려면 당신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건설 전문 변호사, 어떻게 찾아야 하나’ 등 총 4장과 분쟁 사례를 소개하는 부록으로 구성되어 있다.


건축 과정의 법적 리스크


건축주는 건축 과정에서 접하는 여러 문제들을 혼자 힘으로 해결할 수 없다. 설혹 주변에 건축 경험이 있는 지인이 있다손치더라도 경험은 경험일 뿐 어차피 그들이 모든 문제들을 해결해 줄 전문가는 결코 아니다. 따라서, 건축주라면 주변의 조언보다는 건축 단계별 해당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토지 매입단계

설계단계

시공단계

준공정산


건축의 첫 단계는 토지 매입이다. 단순한 토지 매매계약이라면 공인중개사의 도움만으로도 충분하지만 해당 토지에 대해 이미 받아둔 인허가 상의 권리의무를 승계하거나, 토지에 대한 개발사업 시행권을 함께 양수받는 경우엔 반드시 변호사의 자문이 필요하다. 이를 안일하게 대처한다면 추후에 소송을 당하거나 세금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추후 발생 가능한 위험성을 꼼꼼하게 검토한 후 계약에 나서야 한다. 굳이 이런 리스크를 안고갈 필요는 없다. 리스크 없는 사업이 없다지만, 미리 리스크의 사이즈를 파악해서 계약금액을 낮추거나, 잔금 지급조건을 조정하거나, 예방 장치를 민들어 둘 경우 사후에 후회할 일이 크게 줄어들 것이다.


토지를 매입했다면 다음 단계는 설계인데, 설계사에 의뢰하여 설계도면을 만드는 과정이다. 건축법규에 합법한 도면을 만들어 건축허가를 받는 과정이기도 하다. 거의 모든 건설소송에서 설계도서의 불명확이 주된 분쟁의 원인이 된다.


건축허가를 목적으로 최소한의 도면을 설계사에게 의뢰할 경우 향후 시공과정에서 발주자와 시공건설사 간에 분쟁이 발생할 확률이 크다. 상세도면과 물량내역서가 없다면 상세화되지 않은 많은 항목들이 시공 도중 분쟁 항목이 될 수 있어서다. 이런 미확정 항목들은 추후 공기 연장과 공사비의 증가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공사도급 계약에서는 ‘계약서’ 대신 ‘계약문서’라는 표현이 주로 사용된다. 다른 분야에서 계약서라고 부르는 낱장 짜리 종이는 보통 ‘계약서 갑지’라고 불리고, 그 외에 일반조건, 특수조건, 설계서, 내역서, 시방서가 포함된다.


분쟁의 핵심이 되는 사항 역시 계약서 갑지보다는 내역서, 설계도서와 관련하여 발생한다. 그러니 공사도급계약서 갑지의 한글 문구 몇 글자를 고치는 것으로는 분쟁을 예방하는 것에 큰 의미가 없다. 내역서와 설계도서, 시방서에 어떠한 내용이 담겨 있는지, 특수조건이나 내역서에 쟁점 사항이 어떻게 기재되어 있는지가 보다 중요하다.


흔히 우리들은 법적인 리스크가 발생하면 그냥 아는 변호사를 소개받거나 평소 본인이 알고 지내는 변호사를 찾게 된다. 사안의 중요도가 비교적 가벼운 것이라면 크게 문제 삼지 않아도 되겠지만 건설소송은 아무나 다 수행할 수 있는 게 아닌 스페셜리스트 분야이다.


건설전문변호사를 어떻게 찾을까?


본인의 사건 내용에 충분히 도움을 줄 수 있을지는 본인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 대한변호사협회에 등록된 건설전문변호사는 보통 협회 홈페이지에 기재되어 있다. 최근 3년 내의 소송 수행 실적을 고려하여 심사를 거쳐 등록했기 때문에 최소한 사건을 맡은 경험이 있다고 간주해도 무방하다.


그런데, 통상 광범위한 소송 업무 중 변호사는 자신의 주력 분야에 대해 등록 신청하므로 이를 참고하면 좋다. 다만 경력이 너무 짧다면 당연히 주의를 요한다. 또 평소 알고 지내는 변호사에게 소송을 맡길 경우 인간적인 친밀함 때문에 해당 사건의 의사소통에 냉정함을 잃을 여지가 있으므로 가급적 피하는 게 좋다. 따라서, 본인의 사건을 가장 잘 아는 변호사를 선택하는 게 옳은 방향일 것이다.


좀 더 알고 싶다면 본 도서 제 4장(건설전문변호사, 어떻게 찾아야 하나?)의 내용들을 참조하면 좋겠다.


1심이 중요하다


재판은 3심으로 이루어진다. 그렇다고 심적으로 느긋한 자세를 견지하면 낭패를 볼 수도 있다. 통상적으로 1심의 판결이 해당 사건의 결심에 가장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된다.


그 이유는 1심 초반 해당 사건을 심리하는 과정에서 주요 사실 관계가 대부분 정리되기 때문이다. 한번 당사자가 인정한 사실 관계를 뒤늦게 소송 중에 번복할 경우, 재판부는 그런 변경의 신빙성에 의문을 갖게 된다. 즉 유불리에 따라 입장을 변경한 것으로 의심하고, 이런 의심은 향후 해당 당사자의 주장 전반에 대해 신뢰감을 추락시키므로 득보다 실이 크다.


소송의 절차

소장접수 ~ 피고주소지 관할법원에 접수

송달받은 피고의 대응 ~ 30일 내에 변호사 선임

답변서 제출 및 원피고 간의 서면 공방

판결 선고 및 이후 ~ 불복 시 항소장 제출


건설 소송은 쟁점이 많고 오래 걸린다


착공부터 준공까지의 공사 기간은 대략 3~4층 건물일 경우 3개월, 10층 전후 빌딩일 경우 6개월 전후가 일반적이다. 그런데, 공시 기간과 소송 기간을 비교할 때 소송에 소요되는 기간이 훨씬 더 오래 걸린다. 심할 경우 준공 후 3년이 지나도 여전히 소송이 진행 중인 케이스도 많다.


유의미有意味한 증거


법적으로 다투는 소송 사건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면 증거자료가 충분해야 한다. 하지만 소송의뢰인 대부분은 증거로서의 가치를 대체로 구분하지 못한다. 녹음, 문자, 각서 등 자료의 양만 많으면 된다는 식이다.


그런데, 대체로 증거 가치가 없거나 내용이 부실한 경우가 많다. 반면에 우연히 촬영했던 현장 사진이나 서로 주고받았던 짧은 메세지가 소송 진행에 매우 도움되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증거의 가치에 대해서 일반인의 생각과 소송상의 판단 사이엔 꽤나 큰 간극이 있다.


그렇다면 유의미한 증거란 무엇일까? 건축 시공 과정에서 발생하는 자료들 중에서 어떤 것을 보관해야 할까. 합의서나 각서를 작성할 경우 어떤 내용을 담아야 할까. 일률적이지 않더라도 개략적인 기준을 아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충분한 자료가 될 수도 있다.


(예시)주차장 입구 외벽 마감재 설계 변경시 “전체 공기에 지장 없는 범위에서, ~원 범위 내에서 주차장 출입구 부분을 고급화하는 방안, 외장재를 추가할 방안을 검토해달라”라고 상의했고, 결론적으로는 주차장 입구 부분에 “A사 대리석 200평방미터”를 추가로 붙이기로 설계 변경하였다.


위 변경시 분쟁에 대비하려면 시공의 위치, 대리석의 규격(가로, 세로, 두께), 물량을 적어야 하고, A사의 어떤 색상 등 특별한 스펙까지 결정한 합의라면 그 내용도 분명히 남겨두면 좋다. 공사기간을 정했다면 그 기한, 그 기한을 넘길 때의 불이익을 정했다면 그 내용 등 합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적을수록 좋다.


분쟁 초기에 사건 경위를 정리하고 관련 증거를 모아라


분쟁의 당사자는 사건의 경위를 정리하고, 관련된 증거들을 한 번에 모으는 일이 변호사 선임 유무와 상관없이 가장 중요하다. 이는 우리측의 현황을 파악, 입장을 정하기 위함이며 그리고 상대방의 주장에 대하여 대응 방향을 정하기 위한 필수적인 일이다.


사건경위서의 가장 큰 목적은 선임한 변호사에게 사건을 인수인계하기 위한 것이다. 의뢰인이 이를 전달하지 않으면 변호사가 의뢰인에게 발생했던 과거의 일을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또한 변호사가 의뢰인의 사정을 구체적으로 알면 알수록 의뢰인에게 유리한 방안을 충실히 검토할 수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해서 번거롭더라도 사건 경위를 작성하고 관련된 증거를 모아야 한다.


문서로 소통해야 하는 이유


첫째, 건설소송은 최소 1~2년이 걸린다.


둘째, 변호사와의 회의는 사실 관계를 녹취하기 위한 회의가 아니라, 이미 서면으로 정리된 사실 관계를 출발점 삼아 변호사의 추가 질문 및 의견을 반영하여 더욱 사실 관계를 구체화하고 대응 방향을 정하고 전진하기 위한 것이다.


셋째, 사실 관계가 정리되어 변호사, 의뢰인, 사건관계인들이 함께 공유하는 사실 관계의 수준이 동일하게 높아질수록, 이후의 소통 수준이나 내용이 깊어질 수 있다.


궁금한 것은 직접 변호사에게 질문하라


건설 분쟁에서 변호사와 의뢰인의 관계는 한두 번 만나고 종료되는 관계가 아니다. 이는 소송에 소요되는 기간이 최소 1~2년이 걸리기 때문이다. 애초에 변호사를 선임할 때 의사소통이 원활한 관계인지를 확인해야 한다. 과거엔 변호사의 업무가 많아서 사무장이 대신 상담하는 경우가 있었지만 이처럼 중간에 제3자를 두고 간접적으로 의사소통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 대목에서 나의 아픈 이야기를 소개해볼까 한다. 새로 구한 서울 강남 모처에 위치한 구축 아파트의 내부 시공을 위해 이 아파트의 매매를 도와준 부동산중개소 대표를 통해 동네에서 여러 건의 공사를 수행했다는 인테리어 업체를 소개받아 계약을 체결했는데 시공이 당초 정해진 타임 테이블에 비해 지연되는 것 같아 소개해 준 부동산중개소 대표를 중간에 세워 업무를 독려했었다.


결과적으로 공사가 엄청 지체되어 내가 살던 아파트를 비워주고 이삿짐을 콘테이너 박스에 보관한 후, 상당기간 가족들은 올림픽 공원 내의 한 유스호스텔에서 지낼 수밖에 없었다. 이 지경까지 되자 내가 직접 나서서 인테리어 업체 대표를 만나 공사 지연 사유를 알고 보니 자금 부족으로 인해 미지급금이 늘어나 인부들에게 외상 공사를 맡길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정말 어처구니가 없었다. 계약을 하면서 기한을 엄수해 달라고 통상적인 계약금에다 중도금까지 미리 선지급했는데 마치 속은 것 같아 후회감이 밀려왔었다. 내 일이 바쁘다고 남에게 해당 일을 맡긴 걸 이처럼 후회할 줄이야.


건설 분쟁이 어떤 것이며, 이에 따른 법적 리스크를 없애기 위해 건설전문변호사를 어떻게 구할 것인지 등에 대해 유익한 내용들을 알려준다. 특히, 이런 일에 대해 초심자인 분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경제경영 #건설분쟁 #건설전문변호사 #건설전문변호사사용법 #박세원 #라온북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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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바꾸는 봉지라면 재테크 - 돈은 불리고 세금은 줄이는 글로벌 ETF 레시피 16
김광주 지음 / 원앤원북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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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당신이 앞으로 최소 3년, 아니면 5년 후에 필요한 돈을 만들기 원한다면? 혹은 지금 가진 돈을 그 시간 동안 더 많이 불리기를 원한다면? 매일 쏟아지는 온갖 종류의 숱한 정보들에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도, 재테크 전문가가 될 필요도 없다. 물론 방법은 봉지라면 끓이는 것만큼 간단하다. - ‘프롤로그’ 중에서


이 책의 발간동기가 무척 흥미롭다. 증권업계에 몸담고 있던 시절, 한 60대 여성 고객과의 통화에서 투자가 어렵지 않냐고 질문했더니 ‘봉지라면 끓이기보다 쉽더라며 투자는 잘 모르지만 돈이 불어나서 편안하다’는 답변을 듣고서 이 책의 출간을 기획했다고 한다.


책의 저자 김광주는 삼성증권 투자권유대행인 시절을 거쳐 현재 (주)바인투자자문 대표로 재직중인 증권맨이다. 그의 투자철학은 ‘쉽고 단순한 투자가 좋은 결과를 얻는다’는 것으로 ETF에 투자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돈을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한다.


책은 ‘투자는 모르지만 돈 걱정 없이 살고 싶다’, ‘입맛 따라 선택하는 봉지라면 가판대:자산증식용’, ‘입맛 따라 선택하는 봉지라면 가판대: 연금용’, ‘앞에서 벌고 뒤에서 남는 봉지라면 절세전략’ 등 총 4장으로 구성되어 개별 주식이 아닌 ETF를 중심으로 총 16개의 봉지라면 레시피를 제시한다.


자본주의 탄생과 종말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인류의 탄생과 함께 스스로 만들어졌다. 맨 처음엔 모든 것을 자급자족하는 생활을 즐겼지만 사람들이 많아지고 거주하는 지역과 생산품이 다양해지면서 서로에게 필요한 것들을 교환했다. 그렇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핵심은 교환이다. 이는 인류의 탄생과 함께 만들어진 것이다.


자본주의는 인류의 종말과 같은 궤를 그릴 것이다. 사람이 없다면 자본주의도 없는 것이다. 인류가 망하지 않는 한 자본주의는 계속 성장한다는 믿음이 기저에 깔려있는 셈이다. 그래서 지금껏 글로벌 주식시장은 장기적으로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고 있다.


자본주의의 작동원리


‘다 같이 잘 살기 원하면 다 같이 망한다’는 것이 우리들이 잘 모르는 자본주의 작동원리이다. 사회주의와 공산주의는 ‘부의 양극화’라는 자본주의의 모순을 개선코자 만들어졌지만 시장경제를 도입한 사회주의나 공산주의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러시아와 중국은 오히려 더 심하다고 느껴질 정도이다.


왜 이런 모순이 생겼을까? 인간들의 탐욕 때문이다. 남보다 더 많은 것을 갖고자 하는 마음으로 인해 자본주의 사회는 경쟁ㄱ과 갈등이 갈수록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나쁘게 표현하자면 자본주의는 누군가의 희생을 먹고 성장하는 본능을 지닌 것이다. 따라서, 자본주의는 태생적으로 절대 공평하지 않다.


그래서 알아야 한다. 한국의 자본주의가 모든 사람을 다 같이 잘 살게 한 것이 아니라 갈수록 소수의 부자들에게 돈이 집중되고 있다는 것을. 자본주의 성장의 역설, 즉 ‘다 같이 잘 살고자 하면 다 같이 망한다.’라는 것은 한국의 자본주의에도 어김없이 적용되어왔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봉지라면 재테크의 핵심

자본주의 평균 성장을 추종하는 미국ETF에 투자하라

경제와 투자시장의 상황에 상관않고 매달 정하진 날에 투자하라

최소 3년, 가능하면 5년 이상 투자하라


봉지라면의 종류


기본라면은 미국 S&P500 지수를 추종하는 ETF


조금 매운라면은 기본라면에 나스닥100 지수를 추종하는 ETF를 각각 50%씩 섞어서 포트폴리오 구성


매운라면은 기술주가 집결된 나스닥100지수를 추종하는 ETF


수제라면은 기본라면에 자산운용사가 별도 기준으로 만든 지수를 추종하는 ETF를 섞었다


마라탕라면은 특정 지수의 2~3배를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


순한라면은 기본라면 70%에다 미국 10년물 국챚지수를 추종하는 채권형 ETF 30%를 섞어서 구성


채권에 투자하는 것은 세 가지 이익, 구체적으로는 기본적인 이자수익과 거래를 통해 발생하는 할인차익, 그리고 매매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조금 순한라면은 나스닥ㅂ00지수를 추종하는 ETF 50%에다 미국 20년물 이상의 장기국채 지수를 추종하는 ETF 30%를 섞어 구성


거위라면은 마치 거위가 낳는 알탕을 먿는 듯한 라면으로, 배당형 ETF로 노후목돈의 연금화 전략에 가장 적합하다.


AI섞어라면은 각각의 라면에다 뭔가 아쉽다 싶은 맛을 보강.


셰프라면은 자신의 재무목표에 적합한 투자 포트폴리오를 정하여 전문가의 손길인 셰프의 도움을 받는다.


자세한 레시피와 절세전략은 본 도서 내용에서 참조하길 바라면서 서평을 끝맺으려 한다.


#재테크 #주식투자 #ETF투자 #인생을바꾸는봉지라면재테크 #글로벌ETF레시피16 #김광주 #원앤원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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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듣는 맛
안일구 지음 / 믹스커피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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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은 누군가에게는 한눈에 반한 첫사랑처럼 애틋한 음악이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친해지기 어렵고 까다로운 친구일 수 있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후자였던 것 같아요. 음악을 전공했다고 해서 모두가 클래식 애호가인 것은 아닙니다. 저에게 클래식은 항상 어려운 존재였습니다. - ‘프롤로그’ 중에서



책의 저자 안일구는 독일 바이마르 국립음대와 마인츠 국립 음대에서 플루트를 전공했으며, 독일 마인츠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활동하다가 귀국 후 여러 차례의 독주 리사이틀과 함께 연주자로서 꾸준히 활동해 온 음악인이다. 특히, 유튜브 채널 ‘일구쌤’을 통해 클래식 음악을 소개하고 있다.


총 4부로 구성된 책은 1부에선 만드는 사람, 들려주는 사람, 듣는 사람의 관점에서 클래식을 바라보며, 2부와 3부에선 본격적으로 클래식의 가치와 즐기는 법에 대해 얘기한다. 마지막으로 4부에선 클래식 입문자를 위한 명작 106곡의 플레이리스트를 담고 있다.


도서의 본문에 들어가기에 앞서 나의 클래식 음악 입문기에 대해 잠간 소개하려 한다. 중학생 시절 어머니의 막내 동생인 외삼촌이 우리집 인근에 새로 조성된 동네의 한옥집으로 이사오면서부터 클래식과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집에서 그리 멀지 않고 새로 지은 한옥이라 종종 놀러 갔다. 무엇보다 편하게 맞이해주는 외숙모는 항상 간식을 챙겨줘서 발길이 쉽게 갔다. 그 시절 어머니는 대구 서문시장 상가에서 큰 포목 가게를 운영하셔서 종일 집을 비웠기에 학교 수업을 파하면 곧바로 태권도 도장에서 땀을 실컷 흘리고 난 후 집으로 귀가하곤 했는데, 외삼촌이 이사온 이후로 나의 루틴에 변화가 생겼다.


어릴 적엔 식모 누나라도 있어서 적적함이 덜했지만 내가 중학생이 된 후 누나의 고향집에서 건실한 농사꾼 청년과 살림을 챙겨줘서 우리집을 떠남에 따라 오후 시간의 집안 분위기는 정적으로 바뀌었다. 아랫 채에 두 가구가 세 들어 있었지만 내가 어울릴 수 있는 연배가 아니었고, 반면 이사온 외삼촌 집엔 피아노와 클래식 음악 감상용 축음기가 있어서 더욱 더 내 발길을 유혹함에 따라 이곳은 나의 음악감상실이 되었다. 이만 줄이고 이제 책 속으로 들어가 보자.


클래식 음악의 3가지 축


저자는 만드는 사람, 들려주는 사람, 듣는 사람을 클래식 음악의 세 가지 축이라고 말한다. 연극의 3요소가 ‘각본, 무대, 관객’인 것처럼 클래식 음악은 ‘작곡가, 연주자, 감상자(애호가)’가 주된 요소임을 부인할 수 없다.


클래식을 제대로 알고 싶다면 우선 작곡가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악보의 이면을 이해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작곡가는 언어로 설명하기 어려운 무언가를 매혹적인 소리로 바꾸는 사람입니다.(16쪽)


이와 관련해 저자는 바흐, 슈베르트, 드뷔시 등 세 명의 작곡가를 소개한다. 먼저 바흐(1685~1750년)는 우리들이 익히 음악 시간에 배운 바와 같이 ‘음악의 아버지’로 불린 인물이다. 9~10세에 어머니와 아버지를 잇달아 여의고 성인이 된 후 2명의 이내를 만나 슬하에 20명의 자식을 낳지만 질병 등 여러 이유로 절반의 자식이 죽는 아픔을 겪게 된다. 한마디로 가슴 아픈 인생사를 거쳤던 것이다.


더구나 그는 많은 부양 가족으로 인해 평생을 봉급쟁이로 살았다. 교회나 궁정에서 바이올니스트, 오르가니스트, 궁정악장, 칸토르(합창장), 음악감독 등이 그의 직업이었다. 쉴 틈이 없는 겨를에도 작곡을 꾸준히 해나갔다. 가히 살인적인 창작 일정이었다. 평생 음악을 사랑했기에 자신의 재능을 여러 사람들과 나누었으며, 실제로 그의 장남, 차남, 막내는 음악사에 길이 남은 위대한 음악가가 되었던 것이다.


가곡의 제왕이라 불리는 슈베르트(1797~1828년)는 교사였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체계적인 음악 교육을 받을 수 있었기에 악기 연주는 물론이고 탁월한 작곡 재능을 보였다. 그는 17살에 이미 미사곡을 작곡해 연주했다. 이 연주는 리히텐탈 교회 건립 100주년 기념행사였는데, 이때 소프라노를 맡은 테레제 그로프가 그의 첫사랑이 된다. 이후 둘의 사랑이 깊어짐에 따라 명작들을 연이어 발표한다. <들장미>, <마왕> 등이 바로 그런 작품이다. 하지만 수입이 별 없어서 지독한 가난을 벗어날 길이 없었다. 건강이 악화되어 31살에 사망했다.


인상주의 음악의 대가 드뷔시(1862~1918년)는 프랑스의 작은 마을에서 출생했으나 혁명운동을 한 아버지의 투옥으로 인해 바닷가 외할머니 손에서 자랐다. 예민한 감수성을 지녔기에 일찌기 음악에 재능을 보여 11살에 파리음악원에 입학했다. 체계적인 수업을 받아 실력을 쌓아 1883~1884년에 칸타타를 작곡해서 권위 있는 로마대상에서 2등, 1등을 연이어 수상했다.


하지만 뚜렷한 개성으로 인해 전통적인 음악의 권위를 훼손한다는 비난에 직면하기도 했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자신만의 음악을 계속 펼쳐 나갔다. 당시 파리에서 활동했던 인상파 화가들과 활발히 교류하면서 새로운 화성과 음색을 적극 도입해 인상주의 음악을 선보였다. 그가 작곡한 <목신의 오후에의 연주곡>(1894년)은 ‘20세기 음악의 전주곡’으로 평가받는다.


감정과 음악


“언어가 끝나는 곳에서 음악은 시작한다.”

- 모짜르트


과연 감정은 몇 종류일까?

단순히 기쁨과 슬픔처럼 2가지로 나눌 수도 있다. 미국의 심리학자 폴 에크만은 인간의 감정을 기쁨. 슬픔, 혐오, 놀람, 분노, 공포 등 6가지로 구분했다. 공자의 유학에서는 희喜, 노怒, 애哀, 구懼, 애愛, 오惡, 욕欲의 칠정七情으로 구분했다.


2017년 캘리포니아대학교 심리학 연구진은 실험을 통해 인간의 감정을 27가지로 구분하기도 했다. 감정과 관련된 단어를 살펴보면 영단어로는 2,600여 개, 한국어로는 434개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사람은 언어로는 규정할 수 없는, 온전히 표현할 수 없는 복잡다단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


독일 출신의 음악이론가 요한 니콜라우스 포르켈(1749~1818년)은 ‘음악은 보편적인 감정의 언어’라고 말했다. 그만큼 음악은 언어로는 표현할 수 없는 아주 미묘하고 섬세한 감정을 담아낼 수 있다. 그 감정은 각국의 언어, 국경, 문화를 뛰어넘는다.


알수록 빠져드는 클래식 음악


앞서 나의 클래식 음악 입문기에서 밝혔듯이 난 피아노 건반 소리를 무척 좋아했다. 그래서 폴란드의 피아노 작곡가이자 ‘피아노의 시인’이라고 불린 쇼팽(1810~1849년)의 음악을 많이 감상하곤 했다. 여기엔 클래식 애호가인 외숙모의 설명이 거들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쇼팽은 파리로 가는 도중 바르샤바에서 혁명이 발생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폴란드로 발걸음을 되돌리려다가 ‘조국을 위해 음악을 열심히 하는 것도 애국이다’라는 아버지의 편지를 받고 결국엔 파리로 향했다. 그는 파리에 도착해서 수도 바르샤바가 함락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때 그가 작곡한 곡이 바로 <에튀드>이다. 이곡은 ‘혁명’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데, 에튀드는 프랑스어로 ‘연습곡’을 뜻한다. 작품 속에 담긴 이런 배경까지 알고서 이를 감상한다면 무척 도움이 된다. 책 속엔 연주자가 다른 피아노 연주곡 두 편이 실려있다.


(사진, 에튀드 피아노 연주곡 2편 QR코드)


“연주가 끝나지 않았는데, 박수를 치는 실수를 범하지 말라”


온라인에서 클래식 즐기기


디지털콘서트홀(베를린 필하모닉)

STAGE 플러스

Met Opera on Demand

메디치TV

유튜브

이다지오

애플뮤직클래시컬

타이달, 코부즈(국내엔 정식 서비스되지 않음)

유튜브뮤직, 스포티파이

KBS 제1FM

유튜브 멤버십


또한 책은 입문자들을 위한 클래식 명작 106곡을 QR코드와 함께 소개하고 있다. 1567년 출생 작곡가 몬테베르디부터 1966년에 태어난 막스 리히터까지 장장 400년에 걸친 다양한 작곡가들의 대표곡을 접할 수 있다.


31년이라는 짧은 생에도 불구하고 무려 600여 곡의 가곡을 남긴 슈베르트는 평생을 가난과 외로움, 그리고 병마에 시달렸다. 이런 악조건 하에서 작곡한 <겨울 나그네>는 사랑에 실패한 한 청년이 한겨울에 눈보라 치는 길을 나서면서 곡을 시작한다. 나그네가 정착할 곳은 없다. 이 나그네는 자신의 처지와 닮은 노인을 만난다. 노인은 빈 접시를 앞에 두고 꽁꽁 언 손으로 손풍금을 연주하고 있다.


“노인이여, 저와 함께 가시지 않겠습니까? 제 노래에 맞춰 손풍금을 연주해주시지 않겠습니까?” - <겨울나그네>의 마지막 가사


클래식 듣기


클래식을 듣는다는 것은 쉽고도 어렵다. 그냥 듣는다는 것은 무척 쉽지만, 이를 제대로 알고 이해한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인간이 엄마 뱃 속에서 태어나 현실의 여러 현상을 경험하면서 보고, 듣고, 느끼며 자신만의 오롯한 감정으로 채우기까지 많은 시간이 경과해야 한다.


그렇다. 클래식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진정 클래식을 애호하려면 오랜 시간 투자와 함께 꾸준히 감상하는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 저자가 책의 제목을 <클래식 듣는 맛>이라고 한 이유가 이와 일맥상통하지 않을까?


#예술 #음악 #클래식 #클래식듣는맛 #안일구 #믹스커피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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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는 없다 - 교통사고에서 재난 참사까지, 무너진 시스템을 어떻게 복원할 것인가
제시 싱어 지음, 김승진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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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미국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죽는지에 관한 책이다. 오늘날 미국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사람이 사고로 죽는다. 통계에 따르면 현재 미국의 사고 사망자 수는 연 20만 명이 넘으며, 이는 만석인 보잉 747-400 비행기가 날마다 한 대 이상씩 추락해 탑승자 전원이 사망하는 것과 같다. (중략) 왜 우리는 사고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가? 사망과 중대 손상의 증가 추세를 막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이 책은 이런 질문에 답을 구하고자 한다. - ‘들어가는 글’ 중에서



저자 제시 싱어는 저널리스트로 <워싱턴 포스트>와 <가디언> 등 여러 매체에 칼럼을 기고해 왔다. 미국에서 화제가 되었던 자전거 교통사고(2006년 12월 1일)로 친구가 사망한 일을 계기로 ‘사고’라는 용어가 어떻게 이를 초래하게 만드는 위험한 시스템에 면죄부를 주는지, 권력자의 이익을 보호하고 취약한 사람들을 더 큰 피해로 내모는지 관심을 갖게 되었다.


책은 과실, 조건, 위험, 규모, 낙인, 인종주의, 돈, 비난, 예방, 책무성 등 10가지 주제에 걸쳐서 교통사고, 산업재해, 재난 참사 등 지난 한 세기 동안 벌어진 '사고'의 역사를 추적함으로써 '사고'라는 용어가 죽음과 손상을 감추고 이를 반복하게 되는지를 밝혀낸다. 즉 우리 모두에게 전하려는 메시지는 바로 “사고는 없다”이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은 1997년에 ‘사고’라는 단어를 정부 발간물에 사용하지 않기로 했고, <영국 의학 저널>은 2001년부터 이 표현을 이 저널에 게재되는 논문에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뉴욕 경찰국도 2013년에 이 단어를 공식적으로 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왜 이런 결정을 내렸을까? 이는 사건에 책임이 있는 사람에게 면죄부를 주지 않고자 ‘사고’라는 용어 자체를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고를 알려면 과실을 알아야 하며 우리가 왜 실수를 저지르는지 나아가 권력자는 어떻게 실수를 우리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사용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사고라는 말엔 항상 과실에 대한 질문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1911년 3월 25일 오후,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대형 봉제공장 ‘트라이앵글 셔트웨이스트’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10층짜리 건물 내부 여러곳에 적재되어 있던 넝마에 불이 붙었다. 건물은 환기가 거의 되지 않았고 스프링클러 시스템도 없었다.


위급시 대피를 위한 비상구는 너무 적었고 불에 인화가 잘되는 헝겊들이 도처에 쌓여있었다. 결과적으로 146명의 노동자가 사망했고 대부분 10대와 20대 여성이었다. 일부는 잠긴 문 뒤에서 질식했고, 많은 이들이 건물에서 뛰어내리다 숨졌으며, 또 다른 이들은 화상으로 사망했던 사고였다.


이 화재의 공식적인 이야기는 다른 유사한 화재와 마찬가지로 소유주의 탐욕을 지목했다. 그러나 사고 후 또다른 루머가 떠돌았다. 공장 노동자들이 워낙 도둑질이 심해서 불가피하게 소유주들이 출입문을 잠갔다는 얘기였다. 노동자들의 잦은 옷감 도둑질 때문에 현장 감독관은 일과 후 노동자의 가방과 지갑을 수색했으며, 이를 받지 않은 사람들은 공장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문을 잠갔다.


1991년 9월 3일, 노스캐롤라이나주 햄릿에 위치한 닭고기 공장인 임페리얼푸드의 공장에서 불이 났다. 유압액이 호스에서 누출되어 가스구동식 튀김 기계에 불이 붙었다. 이 공장은 주로 흑인들이 거주하는 동네의 1층 건물이었다. 환기가 거의 되지 않았고, 스프링클러도 작동하지 않았다. 바닥은 발화성 기름으로 미끌거렸다. 공장 화재로 대부분 흑인인 25명의 노동자들이 사망했다. 1층임에도 문이 잠겨져 있어서 질식사와 화상으로 죽었던 것이다.


80년이 지난 유사한 화재임에도 공장문이 닫혀 있었던 이유를 노동자들의 도둑질과 연관시켰다. 숨진 사람이 대부분 흑인 여성이었기에 닭의 도둑질로 몰아갔던 것이다. 기소된 사건을 담당했던 검사도 “그저 비천한 흑인들일 뿐”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사고’라는 말을 쓰지 말자고 주장할 때는 누가 해를 입었는지, 그리고 누가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를 보아야 한다. 이 책에는 계속 돈을 벌려고,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또 자신이 죽게 하고 다치게 한 사람들에 대한 책무성을 가지지 않으려고 ‘그것은 사고였다’고 말하는 권력자들의 이야기가 가득하다. 너무나 많은 경우에 ‘그것은 사고였다’는 말은 권력자들이 만든 위험한 조건에 대해 그들의 책임을 면제해 준다. 그리고 그들은 사고가 계속해서 나고 또 나게 만든다.


하지만 권력이 없는 사람이 ‘그것은 사고였다’고 말할 때는 의미가 다르다. 이것은 약물 과용이 의도한 것이 아니었고 결과가 후회스럽다는 의미일 수 있다. 다시 말해 그럴 뜻은 정말 없었다고 말하는 방식일 수 있다.


한 실험 결과, 총을 쏠지를 결정할 때 중요한 것은 흑인이라는 피부색이었다. 실험 참가자들은 쓰레기통 뒤에서 나타난 사람이 흑인이면 그가 들고 있는 것이 총이 아니라 고양이라는 것을 잘 구별하지 못했고, 그래서 고양이를 든 흑인 민간인에게 총을 더 쏘았다. 또 흑인이 들고 있는 것이 총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경우에는, 그 사람이 경찰이어도 총을 더 쏘았다.


사고라는 말을 그만 사용하자


해결책은 간단하다. 사람들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도구와 자원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사회가 그것들을 제공해야 한다고 요구하면 된다. 어떤 비용이 들더라도 생명, 건강, 존엄을 보호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아서 지으면 된다.


‘사고’라고 말하지 말자. 하지만 그와 동시에 ‘그건 사고였어요’라는 말이 들리면 이를 경고음으로 여기고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하는 계기로 삼자. 어떻게 된 것인가? 왜 그런 것인가? 전에도 그런 일이 있었나? 또 그런 일이 일어날 것인가?


#사회 #사회비평 #사고 #사고는없다 #제시싱어 #위즈덤하우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솔직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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