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특징은 진화한다는 것입니다. 진화는 새로운 생명의 등장이죠. 새로운 생명이 등장하려면 누군가 그 자리를 비켜주어야 합니다. 우리는 그것을 멸종이라고 합니다. 흔히 멸종이라고 하면 부정적인 이미지를 떠올리지만, 새로운 생명의 찬란한 시작이기도 합니다. - ‘프롤로그’ 중에서
종편방송 JTBC의 교양 프로그램 <차이나는 클라스>에서 매우 흥미로운 내용을 주제로 다루는 명강의가 있었다. 국내 최고의 과학 스토리텔러로 평가받는 ‘털보 관장’ 이정모의 여섯 번째 대멸종이라는 주제였다. 이 책의 내용 또한 이를 다루고 있어서 가제본 서평단에 참여하게 되었다.
책은 ‘대멸종은 진행 중’, ‘공룡 멸종으로 탄생한 최고 포식자’, ‘진화와 공생의 장대한 시작’ 등 총 3개 파트로 구성되어 우리 모두의 눈길을 끄는 내용들을 소개하고 있다. 멸종은 새로운 생명 탄생의 시작, 호모 사피엔스만 살아남은 이유, 네 번의 대멸종에서 살아남은 유일한 동물, 섹스의 시작을 아십니까? 등의 이야기가 이어지고 있다.
멸종은 새로운 생명 탄생의 시작
자연사自然史를 통해 알게 된 사실은 새로운 생명이 탄생하려면 빈자리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꽉 찬 생태계에 누군가가 빈자리를 만들어주는 것, 이것이 바로 멸종滅種이므로 다음 세대의 생명체를 위해 자리를 비켜주는 자연스러운 일인 셈이다.
생명체가 급격히 다양해진 캄브리아기 폭발 시기에 등장한 오파비니아는 신체 구조가 특이했다. 몸통 길이가 7센티미터에 불과하며 머리 위쪽으로 송이버섯처럼 튀어나온 자루눈이 5개 있어서 덕분에 넓은 시야로 먹이와 포식자를 감지할 수 있었다.
또 길쭉한 몸통은 15개의 분절分節로 이루어져 각 분절엔 측면을 따라 일련의 날개 같은 엽葉이 있다. ‘삼엽충’의 바로 그 엽이다. 오파비니아는 엽을 이용해 해저를 따라 헤엄치거나 기어다녔다. 오파비니아가 살던 시대에 모든 생명체는 바다에 살았다.
그런데, 오파비니아의 가장 큰 매력은 코에 있다. 숨을 쉬는 코는 아닐지라도 긴 튜브처럼처럼 생긴 길쭉한 부속물 끝에는 뭔가를 잡을 수 있는 집게발이 달려 있다. 이 코를 이용해 해저를 뒤집어 먹이를 찾고 작은 동물을 잡았다. 코는 구부러질 수 있어서 입에 먹이를 넣어줄 수도 있었다. 현재의 지구상엔 이와 유사한 친척 종도 남기지 못하고 사라졌다. 그냥 사라졌다.
700만 년 전에 등장한 인류는 신석기 시대(1만 2000년 전)가 시작될 때비로소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농업혁명이 일어났다. 이는 ㅈ지구의 기후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지구 평균 기온이 한꺼번에 4도 이상 상승, 평균기온이 15도가 되었다. 처음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 것이다. 이후 석탄과 석유 등 화석연료를 마음껏 낭비할 수 있는 조건으로 인해 산업혁명이 일어났다. 그 결과 인류는 풍요와 장수를 맞이했다.
그러나 지구 역사상 가장 성공한 호모 사피엔스종에게도 위기가 드리워졌다. 지구상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 책의 스토리는 2150년에 인공지능AI가 인류의 멸종을 고하고 있다. 산업혁명 이후 기온 상승 2도 장벽을 넘지 말았어야 함에도 2도가 넘어서자 통제불가능한 수준으로 기온이 대상승하면서 호모 사피엔스가 살 수 없는 환경이 되고 말았다. 인공지능AI는 살아남았지만 이를 창조한 인류는 더 이상 지구상에 없다. 그 많던 인류는 모두 어디로 갔을까?
기후 변화를 막을 순 없을까?
지금 서평을 작성하고 있는 이 순간 날씨가 너무 더워 맨살이 이젠 따갑기조차 한다. 기후의 변화를 실감하고 있다. 앞으로 우리 인류에게 밀어닥칠 자연 생태계의 변화는 이정도의 따가움을 초월한 공포의 영역일 게 분명하다. 그냥 앉아서 죽음을 맞아할 것인가, 아니면 화성으로 이주할 것인가? 가장 지혜로운 행동은 무었일까? 현재로선 지구의 평균기온이 더 이상 오르지 않도록 최상의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 미래 세대들에게 부끄러운 선조로 기억되지 않을 것이다. 소설보다 더 재미난 스토리가 풍부한 이 도서의 일독을 모두에게 추천하면서 글을 마치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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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가제본을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