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리부의 비밀 - 나와 회사의 운명을 바꾸는 회계
하야시 아쓰무 지음, 김정환 옮김 / 이미지앤노블(코리아하우스콘텐츠)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회계학 콘서트]로 국내에 익히 알려진 저자 하야시 아츠무는 공인회계사이며 세무사이다. 대학에서 회계학을 전공, 졸업한 후 줄곧 기업체의 경영 컨설팅과 회계 시스템 업무를 지도하고 있다. 이 책은 9개 장에 걸쳐 매출과 이익의 상관 관계, 회사 내부 인사의 부정 사례, 그리고 분식 회계와 공인회계사의 업무 등을 스토리텔링 형식을 빌어 재미나게 설명해 주고 있다.

 

고급 여성 액세서리를 판매하는 스몰액(스몰 액세서리 주식회사) 은 아침 8시 영업 회의를 한다.

회사는 영업에다 모든 비중을 맞추고 있기에, 나카지마 영업부장은 목에 힘이 잔뜩 들어가 호통 소리가 회의실을 떠나지 않는다. 오늘도 개인별 매출실적을 일일이 거론하며 부진한 사람에겐 모욕적인 발언을 서슴치 않는다.

 

영업부원 30명 중 최악의 실적은 29위 스키타 이치로, 30위 카와다 레나 두 명이다. 레나는 경리부에서 영업부로 전보된 여성사원으로 영업실적 30위를 벗어난 적이 한번도 없기에 뭐라고 대꾸할 수도 없다. 반면, 군기반장격인 나카지마 부장은 영업부 전체 실적의 20% 에 상당하는 실적을 올리는 군계일학같은 존재이다. 그래서, 그는 긴자의 고급 술집을 단골로 삼아 한 달에 100만 엔을 넘게 술값을 지출한다. 물론, 개인적 지출이 아니라 회사 접대비 명목으로 물쓰듯 한다. 그러나, 은행에서 이직해온 야마가타 전무는 경리 담당 임원이면서도 한마디 불평없이 이를 인정하고 있다.

 

경리부 근무시절의 후배 가가와 유리에게 문의한 결과, 매출이 증가한 달에도 영업이익은 제자리였고, 매출이 줄기만 하면 그 달은 영업이익이 크게 감소하는 현상을 듣고서 알게 된 레나는 눈엣가시같은 나카지마 부장이 즐겨 하는 "매출이 늘면 이익도 늘어나, 그러니까 영업 목표를 달성해!" 란 말에 의문을 갖고  있다.

그래서, 레나는 "매출이 늘면 당연히 이익도 늘어난다는 논리가 틀렸다고 생각해요" 라고 부장에게 거만하게 말했다. 

이 말에 자극받은 나카지마는 다음에도 영업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타부서로 전출시키겠다고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인다.

 

단골 와인 바에서 이치로가 울고 있는 레나를 위로하고 있다.

와인 바의 마스터는 낮엔 대학에서 관리 회계를 강의하거나 경영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밤엔 소믈리에로 활약하는 독특한 인물이다. 실무 경험이 풍부한 마스터에게 둘은 회사와 회사 상사의 이야기를 들려 주면서 자문을 구했다. 이에 대해 접대비를 많이 사용하는 영업부장이 다소 의심스럽다며 그의 행동을 세심하게 관찰해 보라고 충고한다.

 

이치로와 레나는 나카지마가 단골로 들리는 긴자 룸살롱 인근에 잠복하여 그가 회사 거래처 "마르셰" 의 판매부장, 그리고 회사의 주요 구입처 "쓰바메 액세서리" 의 영업부장과 어울리는 장면을 목격하고 휴대폰으로 이를 촬영했다. 이후 와인 바 마스터에게 들러 목격한 장면을 설명하자, 마스터는 3 명이 한통속일 가능성을 제기하며 나카지마 부장이 왜 매출을 늘리려 하는지, 그리고 매출이 늘어도 영업이익이 왜 증가하지 않는지 그 이유를 조목조목 따진다.

 

상품을 싸게 팔면서 가격 인하분을 판매촉진비로 회계 처리하므로 금액상 매출액은 늘어도 실제 이익은 그 만큼 줄어든다.

영업부장은 아마 납품업자에게 술 접대비를 부담시킬 것이고, 납품업자는 납품원가에 이를 포함할 것이다.

 

마스터의 말이 사실이라면 나카지마 부장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한 엄청난 배임 행위를 하는 셈이다. 그래서, 레나는 경리부에 근무중인 후배직원 유리에게 이탈리아 요리를 대접하면서 나카지마 부장의 접대비 영수증과 명세를 챙겨달라고 부탁한다. 

한편, 스몰액은 신상품을 "쓰바메 액세서리" 로부터 납품을 받는데, 이 회사의 사장이 스몰액 사장의 부인이며 납품대금을 선불로 결제해 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에 대해 마스터는 일반적인 거래 관계가 아님을 지적하며 두 회사의 밀접한 관계를 의심한다.

 

결산을 위한 재고조사를 하는 날이다. 일반적으로 회사들은 이익을 조정할 목적으로 재고 자산을 부풀리거나 줄이는 방법을 이용한다. 그런데, 회계사와 함께 재고조사를 하던 유리는 이상한 일을 겪는다. 세키구치 경리부장이 갑자기 나타나 창고 구석에 산더미처럼 쌓인 상품은 "미출하 매출품" 이므로 재고조사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태그 번호가 3 건이나 없자 경리부장은 회계사에게 책임지고 회수할테니 늦은 시간을 이유로 재고조사를 마치자고 제의했다. 회수하지 못한 3 건의 태그는 경리부장의 책상 서랍에 의도적으로 숨겨져 있었던 것이다.

 

한편, 영업부장의 접대비 지출 명세를 첨부된 영수증과 함께 유리로부터 전달받은 레나는 이를 와인 바의 마스터와 상의한다. 작성된 표는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내용이었다. 왜냐하면, 접대비를 사용한 날은 신상품 캠페인으로 1 주일 동안 접대장소에서 먼 다른 곳에 가 있었으므로 정산서는 모두 엉터리였던 것이다.    

 

야마가타 전무, 경리부장, 영업부장, 그리고 사장은 세전 이익이 10억 엔이라는 가결산 손익계산서를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다. 이어 사장은 임원과 종업원에게 상여금 지급 계획을 밝힌다. 그런데, 회사에서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한다. 희망 신청자는 정상 퇴직금에 50%를 더 얹어 준다는 것이다. 한편, 레나와 이치로는 전무실로 불려가 희망퇴직을 종용받는다.

 

회사가 10억 엔이나 이익이 났다는데, 구조조정을 하는 이유가 도저히 이해되지 않은 레나는 이치로, 유나와 함께 유행성 감기에 걸렸다는 거짓말로 결근하면서 "쓰바메 액세서리" 로 갔다. 새로운 신상품 기획건이라고 속이고 이 회사의 노부타 과장을 만나 공장을 안내받는다. 공장은 생산 라인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가동을 보이고 있었다. 또한, 재료 창고를 안내받아 가보니 그곳엔 회사에서 반품되었다는 100여 개의 신상품 상자가 쌓여 있었다. 레나는 과장 몰래 디지탈 카메라로 이를 모두 촬영했다.

마스터는 정지한 생산라인, 작업자 주변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재공품과 재료, 그리고 대량 반품된 상품의 사진등을 살펴 보고선 "이 회사는 실질적으로 도산한 상태야" 라고 일갈한다.

 

다구치 회계사는 회사에서 작성한 대차대조표와 손익계산서를 바라 보며 믿기지 않아 세 가지를 확인해야겠다고 작정한다.

첫째, "미출하 매출" 이 정말로 마르셰로 출하되었는지의 여부

둘째, 분실했다던 3 개의 태그의 행방

셋째, "쓰바메 액세서리" 에 대한 대부금이 비정상적으로 급증한 이유

 

이에 대하여, 경리부장은 질문을 예상하고 미리 연습이나 한 듯 척척 대응해서 회계사는 더 이상한 마음이 든다. 그러나, 증거가 없다. 한편, 일요일에 유리가 경리부에 잠입하여 분실되었다는 3 개의 태그를 카메라폰으로 찍다가 갑자기 들이 닥친 전무와 경리부장에게 들키고 만다. 현장에서 들켜 벌벌 떨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 휴대폰 송신 버튼을 눌렀다.

 

경리부장은 적정 감사의견을 받기 위해 다구치에게 선수를 친다. 이번 감사에는 인원이 부족해서 너무도 고생이 많았기에 내년 감사 계약은 보조 인원도 두 세명 추가하는 등 감사 보수를 지금보다 두 배로 올리는 내년도 감사 계약에 대하여 상담을 하자고 제의한 것이다. 돈의 유혹에 잠시 흔들렸지만 이내 중심을 잡은 회계사는 부적정의견을 내기로 결심한다. 이어 회계사는 사장과 단 둘만의 면담에서 부적정의견을 표명하면서 10억 엔이 넘는 가공 이익을 계상하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회사 임원과 부장의 착복의혹을 제기했다.

 

회사 대강당, 아직 동이 트지도 않은 시간에 이치로와 유리는 액정 프로젝트를 설치했다. 오늘 오후 5시에 회사는 사업 계획 발표회를 한다. 퇴직 희망자가 종업원의 절반이다. 영업부장이 "이제 의욕 없는 놈들은 떠나고 의욕 있는 사람들만 남았다. 지금부터는 사장님을 보필해 힘닿는 대로 노력하자!" 고 큰 소리로 외쳤다. 이어서 전무가 장황하게 사업 계획을 설명했다. 대강당 중앙에 위치했던 레나가 질문을 요청하자 전무는 나중에 하라면서 떠나려 하자, 사장이 이를 긴급 동의했다. 회사의 세전 이익이 10 억 엔인데, 증가한 차입금도 10억 엔 이상이라면 무슨 돈으로 보너스를 지급하려는지 이상하다고 질문하자, 오히려 전무는 허가도 받지 않고 재무제표를 본 것은 범죄라며 레나를 몰아 부친다. 이때 갑자기 대강당의 조명이 꺼지고 흰 벽면에 대형 화면이 비춰졌다. 분실되었다던 3 개의 태그였다. 실체가 없는 5억 엔 상당의 귀금속을 있는 것으로 조작했음을 폭로했다. 산더미처럼 쌓인 1000엔 상품 박스도 비추었다. 이 상품은 마르셰의 창고로 향해야 했지만, 오히려 "쓰바메 액세서리" 로 반품한 것이었음도 밝혔다. 이에 대해 경리부장은 말도 안되는 거짓이라고 항변하자 간바라 사장이 마이크를 잡고 이 모든 사실은 이미 회계사 다구치가 설명한 사실과 동일하다고 레나를 옹호했다. 뒤따라 영업부장이 고급 룸 살롱 앞에서 젊은 여성에 둘러싸여 거래처 부장들과 만나는 장면 등이 화면에 나타나며 접대비 영수증 사본이 가짜임을 낱낱이 고발한다.

 

"재무제표에 손을 대는 것은 간단합니다. 하지만 숫자를 유리하게 고친다고해서 스몰액의 현실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진실은 회계 수치의 뒤편에 있는 것입니다. 사장님은 누구보다도 그 사실을 빨리 알 수 있는 위치에 계셨습니다. 조금만 더 빨리 눈치 채셨다면 이 회사르 떠난 동료들의 운명도 달라졌을 겁니다..."  란 말을 마친 레나는 사직서를 남기고 자리를 떠났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경이로운 꿀벌의 세계 - 초개체 생태학
위르겐 타우츠 지음, 헬가 R. 하일만 사진, 최재천 감수, 유영미 옮김 / 이치사이언스 / 2009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구상에 현존하는 생물중 가장 오래된 것은 무엇일까?

정답은 꽃을 피우는 현화식물과 꽃의 수정을 도와 주는 벌과 나비 같은 곤충이라고 한다. 현화식물과 벌과 나비의 곤충류는 서로 도움을 주는 상생관계를 유지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뒤따른다.

 

꿀벌은 곤충이다. 약 3천만 년 전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지구상에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곤충이란 사실에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런데, 19세기에 이르러 꿀벌은 척추동물의 지위를 얻었다. 양봉가 요하네스 메링(1815 - 1878) 은 "꿀벌 군락은 하나의 생물이다. 그것들은 척추동물이다. 일벌은 생명 유지와 소화를 담당하는 몸이고, 여왕벌은 여성의 생식기이며, 수벌은 남성의 생식기이다" 라고 말했다. 다소 생뚱맞은 이 얘기를 알아 보자.

 

꿀벌 군락 전체를 하나의 동물로 파악하는 시각은 "Bien" 이란 개념을 탄생시켰다. 꿀벌 군락을 쪼갤 수 없는 하나의 살아있는 유기체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생물학자 윌리엄 모튼 윌러(1865 - 1937) 은 개미 연구를 토대로 1911년부터 이런 형태의 생물체를 "超個體" 로 명명했다.

 

꿀벌 군락의 특성과 포유류의 특성을 비교하면 이들이 이러한 주장을 한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

첫째, 번식률이 극단적으로 낮다.

둘째, 자손 양육을 위해 포유류는 젖을 분비하고, 꿀벌의 암컷인 일벌은 로열젤리를 분비한다.

셋째, 자손의 안전한 양육을 위해 포유류는 자궁에서, 꿀벌은 사회적 자궁인 벌집에서 유충을 양육한다.

넷째, 포유류의 체온은 약 36도, 꿀벌도 유충의 체온을 35도로 일정하게 유지한다.

다섯째, 포유류는 커다란 두뇌로 뛰어난 학습능력과 인지능력을 갖고 있고, 꿀벌도 이러한 능력이 척추동물을 능가할 정도이다.

 

포유동물의 특성이 꿀벌의 군락에서 발견되기에 포유동물이라고 주장함을 알 수 있다. 또한, 꿀벌은 포유류의 특성과 단세포 생물의 번식 전략을 통합한 생존 전략을 사용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 책은 모두 10 개장에 걸쳐 꿀벌의 탄생과 여정, 짝짓기, 식생활, 유전자, 그리고 벌집의 구조와 기능 등을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한편, 꿀벌연구팀의 전속사진작가 헬가 R. 하일만의 섬세한 사진이 풍부하게 실려 있어서 정확한 관찰을 용이하도록 도와준다. 따라서, 평소에 꿀벌의 생태에 관하여 무관심햇던 사람도 꿀벌의 생활과 특성 등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한마디로 이 책은 꿀벌 백서이다.

 

인간이 꿀벌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오래 전의 일이다. 아인슈타인은 "꿀벌이 지구상에서 사라지면, 인간은 그로부터 4 년 정도밖에 생존할 수 없을 것이다" 라고 말했다. 이는 꿀벌이 환경 퐈괴의 정도를 여실히 보여주는 지표임을 강조한 것이다.

 

꿀벌이 생물다양성을 유지하는데 얼마나 많은 공헌을 하는지 점차 밝혀지고 있다.

현대농업에서 인간과 굴벌은 상호 의존적인 관계에 있다. 굴벌없이는 농사를 지을 수 없기 대문이다.

꿀벌의 건강상태는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 상태의 지표이다.

꿀벌은 생의학 기초연구에 중요한 단초를 제공한다. 꿀벌의 선천적인 면역체계는 생의학적 연구에 큰 도움이 된다.

 

꿀벌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약 6백만 개나 되던 미국의 벌통이 2005년 집계에 따르면 240만 개로 감소했다. 세계 식량의 1/3 이 곤충의 꽃가루 수정에 의해 생산되고, 이 중 80%를 꿀벌이 그 임무를 수행한다.

지구의 생태를 위해 꿀벌이 건강하게 존속하는 것은 가히 필수적이다. 따라서, 꿀벌을 돕는 것은 우리 스스로를 돕는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장수 경영의 지혜 - 88세 샘표 박승복 회장의 인생의 성공, 사업의 성공 이야기
박승복 지음 / 청림출판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올해 미수, 즉 88세인 샘표 식품의 박승복 회장은 자신의 신체 나이는 49세에 불과하다면 지금도 젊은이 못지 않게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함흥공립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수재들만 모인다는 한국식산은행(현, 한국산업은행)에 취직하여 은행원으로 사회에 첫 발을 내딛은 이후 재무부 관료, 초대 국무총리 행정조정실장 등을 역임하는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1976년 작고한 선친의 뒤를 이어 그의 나이 55세에 샘표 식품의 경영자로 데뷰를 했다. 관계 생활을 하다 선친의 회사를 물려 받아 마치 낙하산 인사처럼 고까운 시선도 있었지만 천성이 근면하고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정신이 투철했기에 자신에게 놓여진 수많은 장애와 난관을 하나씩 극복하면서 물려 받은 가업을 국내 1위 간장업체로서의 명성을 유지했다.

 

"보고는 몰라요.

 들어서도 몰라요.

 맛을 봐야

 맛을 아는

 샘표 간장"

 

우리나라 최초의 CM 송, 당시 가수 김상희가 부른 이 노래는 따라 부르기 쉬운 리듬이라 가히 인기가 폭발적이었으며, 대학교 응원가로 채택될 정도였다. 처음 하는 일은 새로운 기회를 가져다 준다.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하는 장류업체들은 당시 간장의 수요가 늘자 주도권을 잡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었다. 홍보라는 개념이 국내에선 아직 불모지와 같았던 시절이었기에 그 위력은 대단했다. 이런 선친의 정신을 이어 받아 박승복 회장은 1980년 3월 국내 최초로 페트병 간장을 출시했다.

 

1985년 8월 4일 일요일 저녁, 무허가 간장 제조업자들의 구속 소식이 뉴스를 탔다. 이들은 소금물에 검은색 색소를 타서 간장으로 속이고 시중 간장 가격보다 훨씬 싼 가격으로 팔았던 것이다. 제조 장비와 재료 등이 상식 이하였으며, 시중에 버젓이 팔리고 있다는 사실때문에 보건사회부와 경찰에서 국내 장유업체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가 시작되었다. 간장하면 샘표라는 인식이 강햇던터라 이 사건 보도로 샘표의 판매율이 급락햇으며 소비자로부터 항의 전화가 빗발쳤다. 매일 반품이 줄을 잇는 상황에서 방송국에 항의한다고 쉽게 해결되지 않을 위기 상황이었다. 회사 간부들과 회의를 해도 뾰죡한 대책이 나오지 않자, 이 때 박회장은 절묘한 아이디어를 내 놓았다. TV 에 출연하여 대국민광고를 한다는 것이었다. 직접 광고 문안을 작성하여 실행에 옮겼다.

"샘표는 안전합니다. 마음 놓고 드십시오. 주부님들의 공장 견학을 환영합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거짓이 없으면 위기를 몰고 온 외풍도 정면 돌파할 수 있음을 보여준 성공 사례이다.

 

1997년 외환위기 시절 문어발식 경영으로 사업을 확장했던 많은 기업들이 힘없이 쓰러졌다. 한 우물만 파던 샘표 식품에 대한 평가가 달라졌다. 국내 한 신문에서 우리나라 기업 중 50 년 무적자 기업의 특징을 집중 분석하여 "선택과 집중" 에 초점을 맞춰, 경기가 좋아도 사업 규모를 벌리지 않고 본업에 집중하는 다이어트 전략을 조명하면서 50년 무적자 기업으로 샘표 식품을 소개하기도 했다. 20 세기의 성자 슈바이처의 좌우명 "우물을 파되 한 우물을 파라. 샘물이 날 때까지" 처럼, 뿌리 깊은 기업이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법이다.

 

샘표의 정신에는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담겨 있다. 박승복 회장의 선친의 일화이다.

1960년대 말 무렵 유리병을 자동으로 세척하는 기계가 도입되자, 가정 형편이 어려운 40 - 50 대 유리병 세척 아주머니 모두를 기계가 들어오기 바로 전날 저녁에 정식직원으로 인사발령을 했다. 공장자동화와 자동화기기의 도입은 인력의 감축이라는 효과를 위한 것이기에 당시 주변에선 이를 만류했다. 이런 정신을 이어 받아 샘표는 지금까지 감원이나 구조조정으로 직원을 퇴사시킨 적이 없다. 오히려 정년 퇴임한 사람 중 본인이 일할 의사가 있고 회사의 필요에 합당하다면 스페셜리스트로 활동하도록 한다.

 

처음 회사 경영을 맡게 되자, 그냥 100 일간 공장 순시를 했다. 공장에 5단으로 적재된 간장병 박스를 목격하고 키높이 보다 높으면 병 파손율이 높아 지므로 이를 4단으로 쌓도록 지시하자 파손율이 줄었다. 이로 인해 생긴 수익금 전액을 보너스로 직원에게 지급했다. 열심히 일한 대가는 직원에게 돌아간다는 주인의식을 심어 주기 위한 조치였다. 애사심은 경영자가 몸소 실천해야 직원들의 마음속에서 자라게 되는 법이다.

 

현재는 경영 일선을 떠나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부회장, 한국식품공업협회 회장 등 다양한 활동으로 스케줄이 그의 수첩에 빼곡히 들어 차있다. 젊은이 못지 않는 그의 건강 유지는 식초 사랑에 있다. 하루에 3 번 식후 소주잔에 물로 희석한 식초를 꾸준히 마신 것이 바로 비결이다. 몸소 실천한 결과 3개월 후부터 늘 터부룩하던 속이 편해졌으며 얼굴에 난 검버섯이 없어지는 효험을 경험했다. 그래서, 그의 식초 사랑이 "백년동안" 이란 브랜드의 흑초 상품을 건강 식품으로 출시했다.

 

세상은 잘나고 똑똑하고, 특별한 사람들이 만들고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조금 부족하고 평범해도 열심히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이 주인이고, 자기의 맡은 바 책임을 다하는 이들에 의해서 만들어지고 발전해가는 것이 세상 이치임을 교훈으로 남기며 책의 끝을 맺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민스키의 눈으로 본 금융위기의 기원 - 시장을 파괴하는 보이지 않는 손을 보다
조지 쿠퍼 지음, 김영배 옮김 / 리더스하우스 / 2009년 8월
평점 :
품절


"호황기에는 기업의 현금흐름이 빚을 갚는 데 필요한 액수를 훨씬 초과하며 그에 따라 '투기적 낙관론' 이 일어난다. 곧이어 부채규모가 차입자의 상환능력을 넘어서는 지경에 이른다. 그에 따라 금융위기가 터진다"

 

하이먼 민스키(1919 - 1996)는 "포스트 케인지언" 경제학자이다. 그는 역사적으로 반복되는 금융위기의 본질을 연구하는데 평생을 바친 경제학자이다. 투기적인 차입 거품의 결과로 은행을 비롯한 자금 대부자는 건전한 기업에 대해서도 신용한도를 급속히 줄인다. 이처럼 금융은 외적 충격 없이도 내적 불안에 따라 급속히 위축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2008년 하반기 미국의 서브 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로 촉발된 금융위기는 전세계로 빠르게 확산되었다. 조만간 세계적인 경제 공황이 엄습하리란 전망과 예측들이 힘을 얻으며 실물 경제도 휘청거렸다. 그러나, 강력한 구조조정과 유동성 공급이라는 극약을 처방하면서 이후 가파르게 투자 심리가 회복되면서 금융위기도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다.

 

금번의 금융위기로 반성의 목소리도 거세다. 그간 "효율적 시장이론"이 우리 경제에 압도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 이론에 입각한 자유시장주의자의 금융시스템은 한마디로 순한 양을 기르는 것과 같다. 그냥 내버려두면 저절로 안정을 찾아 최적의 균형상태에 도달할 것으로 확신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금융시스템엔 안정적인 균형점이란 아예 없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미국의 투자전략가 마크 피버는 1987년 뉴욕증시의 대폭락인 "블랙 먼데이" 를 예견하여 "닥터둠" 이란 별명을 얻었다. 여기서 둠(Doom)은 파멸, 불길한 운명이란 뜻이지만 이후 금융시장에서는 어두운 전망을 내놓는 사람을 지칭하는 용어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닥터둠의 멘토로 군림하는 하이먼 민스키는 "금융불안정성 이론" 을 주창했다.

 

민스키는 한 나라의 경제를 금융위기 상태로 몰고가는 핵심요인으로 "부채의 과잉누적" 을 손꼽는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경제단위를 "헤지 차입자", "투기적 차입자", 그리고 "폰지 차입자" 로 구분했다. "헤지 차입자"는 자신의 현금흐름만으로 당초 대출계약조건대로 빚을 상환할 수 있는 사람이다. "투기적 차입자"는 부채의 원금을 즉시 갚지는 못하더라도 이자는 충분히 납부할 수 있는 사람이지만 만기연장의 필요성을 느끼는 사람이다. "폰지 차입자"는 원금상환은 고사하고 이자납입도 제 때에 이행할 수 없는 사람이다. 따라서, "헤지 차입자" 가 많은 경제는 안정적이지만 "투기적 차입자" 또는 "폰지 차입자" 의 비중이 높다면 금융시스템이 불안정해질 것이다.

 

민스키는 "금융불안정성 이론" 에서 자본주의 경제는 오랜 호시절 동안 "투기적 차입자" 와 "폰지 차입자" 에 더 큰 비중을 두는 금융구조로 바뀌는 경향을 띄었다고 분석하고 있다. 그런데, 경제가 팽창하는 어느 순간 정부 당국이 통화 긴축을 단행하면서 인플레이션 억제를 유지하는 정책을 펼치면 "투기적 차입자"는 "폰지 차입자"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기존의 "폰지 차입자"는 자신의 자산을 매각함으로써 자산가치가 급락세로 이어질 것이다. 따라서, 거품이 터지는 순간 "폰지 차입자"의 낙관론은 한순간에 산산히 부서지고 만다. 이러한 현상은 결국 금융시스템의 경색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미국의 서브 프라임 모기지의 부실 사태를 살펴보면, 민스키의 이론에서 언급한 내용과 닮았음을 알 수 있다. 미국의 경제학자 폴 맥컬리도 민스키의 이론을 도입하여 이를 설명하고 있다. "헤지 차입자"는 전통적인 방식의 주택 담보대출을 받아 원리금을 착실히 갚는다. "투기적 차입자"는 담보대출 이자를 갚다가 만기를 연장하면서 계속 이자만 갚는다. "폰지 차입자"는 자신의 소득으로 이자를 갚기도 버거워 실질적인 대출원금이 계속 늘어가는 사람이다.

 

민스키의 주장은 생전에 매우 급진적인 이론으로 평가되었지만, 1990년대 후반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로 각광받기 시작했다. 금번 미국의 서브 프라임 모기지 부실사태의 발생으로 또 다시 민스키의 이론에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이처럼 민스키는 자본주의 경제시스템이 만든 내적인 불안에서 금융위기가 비롯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저자 조자 쿠퍼는 영국 런던에 위치한 자산운용사 "얼라인먼트 인베스터즈" 의 CEO를 역임한 인물이다. 그는 "금융시장이 결코 효율적이지 않다" 는 민스키의 "금융불안정성 이론"을 전제로 하여 자산시장의 거품이 반드시 투자자들의 비이성적 행태로부터 비롯되는 것만은 아니며, 적절한 가치를 산정할 수 있는 지식이나 정보가 결여될 때도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이때 금융시장이 안정을 이탈하는 시점인 소위 "민스키 모멘트" 가 지속적인 신용의 팽창에서 발생함을 지적하고 아울러 이러한 신용팽창을 방치하는 중앙은행을 강력하게 비판하면서 끝을 맺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디자인 풀 컴퍼니 - 경영을 디자인하다!
마티 뉴마이어 지음, 박선영 옮김 / 시그마북스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1990년대에 삼성은 유사품 제조업체의 이미지를 탈피하고 고급 디자인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로 평가받기 위해 브랜드화 교육을 활용했다. 이건희 회장은 전용 8 층 건물에 삼성의 혁신 디자인 연구소를 출범시켰다. 삼성 직원들은 1년 동안 1주일에 6일간 이 연구소에서 공부하며 급료도 정상적으로 지급받았다. 이후 삼성은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 런던, 도쿄, 중국에 위치한 연구소에 더 많은 투자자금을 투입했다.

 

회사 교육을 받은 디자이너 380명이 연간 100가지 제품을 출시하도록 지원하는 시스템의 가동으로 삼성은 활기찬 혁신문화를 만들었다. 삼성은 세계적 권위의 산업 디자인상을 18차례 수상했으며, [비즈니스위크]와 [IDSA, 미국 산업디자인 협회]가 주최하는 국제 디자인 공모전에서 5차례 수상하여 유일하게 애플 컴퓨터와 맞먹는 위치에 올랐다. 인터브랜드는 2년 연속으로 삼성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브랜드" 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성공적인 기업은 상상력, 공감, 협력 같은 원료 상태의 무형자산을 특허, 브랜드 같은 완제품 상태의 무형자산으로 전환시켜 엄청난 부를 창출한다. 삼성뿐만 아니라 현대자동차의 제네시스가 미국인이 뽑은 "올해의 자동차" 브랜드로 선정되었다는 소식도 최근에 있었다. 빠르게 변해가는 제품의 라이프 사이클을 감안하면 혁신이라는 용어가 이미 경영에 있어서 화두가 된 것처럼, 디자인은 단순히 제품의 미학을 추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회사의 미래를 변모시키는 방법인 것이다.

 

그 동안 일본에서 시작된 전사적 품질 개선이라는 식스 시그마가 경영자의 최대 관심사였다. 그러나, 오늘날 감정없는 혁신이 재미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 미적 감각을 무시한 제품은 소비자의 이목을 끌지 못하고 그래서 의미 없는 브랜드는 바람직 하지 않다고 할 수 있다. 혁신이 차별화를 이끈다면 무엇이 혁신을 이끌까? 그 답은 바로 디자인이다. 영국의 디자인 연구기관이 최근 조사한 바에 의하면 "급성장하고 있는" 기업 중 47 퍼센트가 디자인을 핵심 성공 요소의 첫 번째로 꼽고 있다.

 

많은 기업체들이 "우리의 최고 목표는 혁신이다", "우리의 비전은 혁신적인 해결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또는 "혁신만이 살 길이다" 등의 슬로건을 내 걸지만, 마술사의 손동작에 따라 비둘기가 갑자기 나타나는 것처럼 혁신이 갑자기 일어나는 것이 결코 아니다. 따라서, 혁신을 원한다면 혁신하는 문화가 사전에 조성되어야 할 것이다. 장기적인 수익을 원한다면 기술보다는 디자인부터 먼저 시작하라고 강조하면서 효율적인 지렛대 16 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첫 번째, 고약한 문제에 착수하라

두 번째,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엮어라.

세 번째, 혁신 센터를 세워라

네 번째, 디자인 경영을 도입하라.

다섯 번째, 메타팀을 구성하라,

여섯 번째, 콘서티나 스타일로 협력하라.

일곱 번째, 수평적 사고를 도입하라.

여덟 번째, 파워포인트를 금지하라.

아홉 번째, 자유로운 의견 제시를 허락하라.

열 번째, 크게 생각하고 적게 써라

열한 번째, 새로운 척도를 디자인하랄

열두 번째, 브랜드화 교육을 실시하라.

열세 번째, 인수를 통해 배워라.

열네 번째, 테이블에 디자인의 자리를 만들어라.

열다섯 번째, 재능을 인정하라.

열여섯 번째, 고약한 문제를 보상으로 줘라.

 

과학소설 작가 故 아서 C. 클라크는 "고도로 진보된 기술은 마술과 구별되지 않는다" 고 말했다. 디자인으로 꽉 찬 회사, 즉 디자인 풀 컴퍼니에 대해서도 똑같이 말할 수 있다. 디자인적 사고는 어떤 사람에게는 알기 어려운 것으로 드러나고, 어떤 사람에게는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나고, 또 어떤 사람에게는 종잡을 수 없는 것으로 드러날 것이다.

 

전통적인 회사는 비용에 초점을 맞추지만. 디자인 풀 컴퍼니는  고객에게 초점을 맞춘다. 전통적인 회사는 명령과 지배가 우세한 방식이지만, 디자인 풀 컴퍼니는 비전과 창의성이 우세한 방식이다. 전통적인 회사는 역할 지향적인 일인 반면 디자인 풀 컴퍼니는 프로젝트 지향적인 일이다. 전통적인 회사는 위험 감수를 용인하지 않는 반면에, 디자인 풀 컴퍼니는 오히려 위험 감수가 혁신 프로세스의 일부이다. 전통적인 회사의 직원은 자기 부서의 이익만 추구하는 반면, 다지인 풀 컴퍼니의 직원은 성공을 공유하기 위해 서로 협력한다.

 

디자인은 "놀다" 를 의미하는 라틴어 "ludere" 에서 유래되었다. 전통적인 사업의 프로세스는 "아는 것" 과 "하는 것" 이라는 두 가지 활동이 매우 중요했다. 즉, 전통적인 회사는 머리와 다리만 있었다. 그러나, 디자인 풀 컴퍼니는 여기에다 "만드는 것" 이라는 두 개의 팔을 더하여 머리와 다리를 크게 개선한 것이다.  따라서, 디자인으로 꽌 찬 회사들은 진실, 아름다움, 공공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아는 것", "만드는 것", "하는 것" 을 결합시킬 것이다. 최종적으로 누가 승리자가 될 것으로 생각하는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