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 경영의 지혜 - 88세 샘표 박승복 회장의 인생의 성공, 사업의 성공 이야기
박승복 지음 / 청림출판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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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미수, 즉 88세인 샘표 식품의 박승복 회장은 자신의 신체 나이는 49세에 불과하다면 지금도 젊은이 못지 않게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함흥공립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수재들만 모인다는 한국식산은행(현, 한국산업은행)에 취직하여 은행원으로 사회에 첫 발을 내딛은 이후 재무부 관료, 초대 국무총리 행정조정실장 등을 역임하는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1976년 작고한 선친의 뒤를 이어 그의 나이 55세에 샘표 식품의 경영자로 데뷰를 했다. 관계 생활을 하다 선친의 회사를 물려 받아 마치 낙하산 인사처럼 고까운 시선도 있었지만 천성이 근면하고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정신이 투철했기에 자신에게 놓여진 수많은 장애와 난관을 하나씩 극복하면서 물려 받은 가업을 국내 1위 간장업체로서의 명성을 유지했다.

 

"보고는 몰라요.

 들어서도 몰라요.

 맛을 봐야

 맛을 아는

 샘표 간장"

 

우리나라 최초의 CM 송, 당시 가수 김상희가 부른 이 노래는 따라 부르기 쉬운 리듬이라 가히 인기가 폭발적이었으며, 대학교 응원가로 채택될 정도였다. 처음 하는 일은 새로운 기회를 가져다 준다.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하는 장류업체들은 당시 간장의 수요가 늘자 주도권을 잡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었다. 홍보라는 개념이 국내에선 아직 불모지와 같았던 시절이었기에 그 위력은 대단했다. 이런 선친의 정신을 이어 받아 박승복 회장은 1980년 3월 국내 최초로 페트병 간장을 출시했다.

 

1985년 8월 4일 일요일 저녁, 무허가 간장 제조업자들의 구속 소식이 뉴스를 탔다. 이들은 소금물에 검은색 색소를 타서 간장으로 속이고 시중 간장 가격보다 훨씬 싼 가격으로 팔았던 것이다. 제조 장비와 재료 등이 상식 이하였으며, 시중에 버젓이 팔리고 있다는 사실때문에 보건사회부와 경찰에서 국내 장유업체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가 시작되었다. 간장하면 샘표라는 인식이 강햇던터라 이 사건 보도로 샘표의 판매율이 급락햇으며 소비자로부터 항의 전화가 빗발쳤다. 매일 반품이 줄을 잇는 상황에서 방송국에 항의한다고 쉽게 해결되지 않을 위기 상황이었다. 회사 간부들과 회의를 해도 뾰죡한 대책이 나오지 않자, 이 때 박회장은 절묘한 아이디어를 내 놓았다. TV 에 출연하여 대국민광고를 한다는 것이었다. 직접 광고 문안을 작성하여 실행에 옮겼다.

"샘표는 안전합니다. 마음 놓고 드십시오. 주부님들의 공장 견학을 환영합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거짓이 없으면 위기를 몰고 온 외풍도 정면 돌파할 수 있음을 보여준 성공 사례이다.

 

1997년 외환위기 시절 문어발식 경영으로 사업을 확장했던 많은 기업들이 힘없이 쓰러졌다. 한 우물만 파던 샘표 식품에 대한 평가가 달라졌다. 국내 한 신문에서 우리나라 기업 중 50 년 무적자 기업의 특징을 집중 분석하여 "선택과 집중" 에 초점을 맞춰, 경기가 좋아도 사업 규모를 벌리지 않고 본업에 집중하는 다이어트 전략을 조명하면서 50년 무적자 기업으로 샘표 식품을 소개하기도 했다. 20 세기의 성자 슈바이처의 좌우명 "우물을 파되 한 우물을 파라. 샘물이 날 때까지" 처럼, 뿌리 깊은 기업이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법이다.

 

샘표의 정신에는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담겨 있다. 박승복 회장의 선친의 일화이다.

1960년대 말 무렵 유리병을 자동으로 세척하는 기계가 도입되자, 가정 형편이 어려운 40 - 50 대 유리병 세척 아주머니 모두를 기계가 들어오기 바로 전날 저녁에 정식직원으로 인사발령을 했다. 공장자동화와 자동화기기의 도입은 인력의 감축이라는 효과를 위한 것이기에 당시 주변에선 이를 만류했다. 이런 정신을 이어 받아 샘표는 지금까지 감원이나 구조조정으로 직원을 퇴사시킨 적이 없다. 오히려 정년 퇴임한 사람 중 본인이 일할 의사가 있고 회사의 필요에 합당하다면 스페셜리스트로 활동하도록 한다.

 

처음 회사 경영을 맡게 되자, 그냥 100 일간 공장 순시를 했다. 공장에 5단으로 적재된 간장병 박스를 목격하고 키높이 보다 높으면 병 파손율이 높아 지므로 이를 4단으로 쌓도록 지시하자 파손율이 줄었다. 이로 인해 생긴 수익금 전액을 보너스로 직원에게 지급했다. 열심히 일한 대가는 직원에게 돌아간다는 주인의식을 심어 주기 위한 조치였다. 애사심은 경영자가 몸소 실천해야 직원들의 마음속에서 자라게 되는 법이다.

 

현재는 경영 일선을 떠나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부회장, 한국식품공업협회 회장 등 다양한 활동으로 스케줄이 그의 수첩에 빼곡히 들어 차있다. 젊은이 못지 않는 그의 건강 유지는 식초 사랑에 있다. 하루에 3 번 식후 소주잔에 물로 희석한 식초를 꾸준히 마신 것이 바로 비결이다. 몸소 실천한 결과 3개월 후부터 늘 터부룩하던 속이 편해졌으며 얼굴에 난 검버섯이 없어지는 효험을 경험했다. 그래서, 그의 식초 사랑이 "백년동안" 이란 브랜드의 흑초 상품을 건강 식품으로 출시했다.

 

세상은 잘나고 똑똑하고, 특별한 사람들이 만들고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조금 부족하고 평범해도 열심히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이 주인이고, 자기의 맡은 바 책임을 다하는 이들에 의해서 만들어지고 발전해가는 것이 세상 이치임을 교훈으로 남기며 책의 끝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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