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 리세션 - 경기 침체와 기업의 대응 전략
이석현 지음 / 라온북 / 202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본서는 한국 기업의 경영자들이 현재의 경기침체라는 거대한 경영환경상의 도전을 극복하고 더 나아가 경기침체 후의 경기회복기에 성장을 추구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알아야 할 경영전략의 핵심적인 개념과 프레임워크를 제시하고 있다. - ‘프롤로그’ 중에서




총 3개의 파트로 구성된 책은 파트1(경기침체기의 구조조정 전략)에서 우리가 직면한 리세션(경기침체)의 정확한 개념 정의와 함께 분석 요소들부터 점검한다. 그리고 기업, 특히 부실기업이 경기침체의 파고를 넘기 위한 선제적 조치인 구조조정에 대해 원칙과 접근법, 추친 순서 및 다양한 종류 등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한다.


이어서 파트2(경기침체 극복 후의 성장전략)에서는 성장전략을 위한 전략적 옵션들을 안내하는데, 특히 M&A의 자세한 설명과 함께 코로나 엔데믹 이후 다시금 활발해질 가능성이 있는 기업의 글로벌화에 관련한 사업 추진 시 유의할 점들을 상세히 다루었다.


마지막으로 파트3(유니콘을 향한 새로운 여정)에선 소규모 스타트업부터 시작해 기업의 성장과정 단계별로 유념해야 할 점들을 안내함과 동시에, 기업의 규모가 커짐에 따라 초창기와 달리 대두되는 변화에 관해 업무관리, 조직관리, 투자 등 다양한 측면에서 이를 풀어낸다.


부실기업 CEO의 심리적 특성


소위 망한 스타트업의 CEO들이 내보이는 공통적인 특성은 역량의 한계점을 인정하고 대비하는 대신에 고루한 과거 방식에 집착하다가 골든 타임을 놓치고 돌이킬 수 없는 단계에 빠지고 만다는 점이다.


이를 야구경기에 비유해본다면 어느 투수가 장기인 빠른 직구 한 구종球種으로 초반엔 상대팀 선수들을 제압하다가 중반에 접어들면 구위가 떨어져 상대팀에게 연속으로 홈런을 허용한다. 적당히 치기 좋은 구속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 투수는 여전히 다음 타자에게도 직구로 승부하려 든다. 변화구라는 새로운 구종을 도대체 모른다는 것일까? 결국 이 투수는 대량실점으로 경기를 완전히 말아먹고 만다.


“만약 당신이 가지고 있는 유일한 도구가 망치라면, 모든 것을 마치 못처럼 취급하려는 경향에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 아브라함 매슬로, 심리학자


첫 번째 특성~ 익숙한 전문성에 과도하게 의존한다

두 번째 특성~ 지나친 자신감

세번 째 특성~ 의사결정의 지연


그렇다. 회사가 현재 위기상황이 진행됨에도 불구하고 경영상 의사결정을 지연하는 CEO들은 무책임한 긍정주의에 빠져서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식으로 자기 위안을 삼는다면 마음은 편할지 모르겠으나 이러는 사이에 기업의 속은 썩어 문들어지고 있는 셈이다. 마침내 이런 생각에 빠진 대가로 많은 기업들이 회생절차 또는 청산절차를 밟는다. 이미 땅에 엎지른 우유처럼 다시 주워담을 수도 없는 노릇인 것이다.


구조조정의 원칙


사업구조조정

재무구조조정

이익구조조정(턴어라운드)


과거 우리들의 어머니들은 살림살이가 힘들어지면 먼저 먹는 것을 최대한 줄이면서 장에 나가 내다 팔아도 되는 것은 팔아서 꼭 필요한 물품을 확보하는 비상 대책을 강구했다. 먹는 입을 줄이려고 잘사는 친척 집에 자식을 잠시 맡기는 일도 흔했다. 이것이 바로 요즘 말로 구조조정이었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


그렇다. 우리 속담에도 이런 가르침이 있다. 미리미리 준비하면 될 일을 내팽개쳐 두었다가는 나중에 큰일을 치루게 됨을 경고했다. 농사 짓는 밭에 자라는 잡초를 매일 뽑지 않고 그냥 내버려두면 이 밭은 작물을 짓기 힘들 정도로 온갖 잡초들로 뒤덮혀 버린다.


이같은 조치는 일찍 행할수록 효과가 극대화된다. 냉장고에서 꺼낸 사각 얼음은 상온에 꺼내 놓는 순간부터 녹기 시작한다. 따라서 녹기 전에 자산을 매각해야 제 값을 받을 수 있음을 헤아리고 선제적으로 이행해야 한다.


무조건 선제적으로 구조조정 하라

과감하고 강력한 리더십 팀을 구축하라

조정계획은 철저하게 채권단·투자자의 관점에 맞추어라

과제별로 수치적 목표를 정하고 집요하게 실행하라

회사 상황을 직원들에게 숨기지 말고 소통하라


구조조정에 있어서 마법의 공식은 존재하지 않는다. 회사마다 처한 상황, 업종마다 처한 환경이 모두 다르고 또 이에 대응하는 기업의 역량과 문화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획일적으로 적용 가능한 구조조정을 단언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위의 원칙은 업종과 회사를 막론하고 구조조정 추진 단계에서 한 번 새겨볼 만한다.




수익성의 개선(이익구조조정)


기업분할이나 사업매각 등을 통한 사업구조를 조정하거나 재무적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부채 및 자본구조를 조정하는 재무구조조정 등도 모두 적자상태를 탈피하고 기업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이다.


앞서 각종 구조조정(사업구조, 재무구조, 이익구조 등)은 빨리할수록 좋다고 강조했다. 특히, 적자상태에 처한 부실기업이라면 초기에 단기적으로 ‘유동성’ 확보와 함께 영업이익을 신속하게 흑자로 전환시키는 게 가장 좋다. 이것이 바로 이익구조조정이다.


영업이익은 기업의 주된 영업활동에서 생긴 매출총이익에서 판매비와 일반관리비를 차감하고 남은 금액을 말한다. 이는 회사 고유의 사업모델을 운영하여 창출하는 본질적인 수익이므로 영업이익의 흑자전환은 이해관계자들(채권자, 투자자 등)에게는 다시 경영정상화로 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가장 확실한 청신호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경기침체 극복 후의 성장전략


경기침체라는 어두은 터널을 벗어나 한줄기의 빛을 맞이했다면 이제 히사는 새로운 도약을 의한 성장을 추구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선 성장의 옵션을 잘 선택하고, 성장 단계별로 핵심 사안을 잘 적용해서, 성장에 필요한 역량의 적기 확보와 함께 제때에 성장에 대한 평가를 실시하는 것이 ‘성장전략의 핵심적인 성공요소들’이다.


신사업 성공을 위한 리더십

명확한 목적과 현실적 목표 수립

자원과 역량에 대한 객관적이고 냉철한 판단

신사업의 시장 진입 후 지속적인 모니터링

남이 하기까 따라하는 식의 신사업을 지양


흔히 신사업 진출을 위해 M&A를 추진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기업인수만으로 모든 게 해결된다는 안일한 경영전략은 함정에 빠지기 쉽다. 반드시 면밀하게 점검하고 이를 진행해야 할 것이다. ‘인수를 종료한 후 아차’ 하는 사례는 무지하게 많다. 사전에 인수 목표회사를 철저히 파악하고 회사가 이를 충분히 감당할 역량이 준비되었는지를 점검하고 딜에 임해야 할 것이다.


유니콘을 향한 새로운 여정


회사의 성장전략에 빠질 수 없는 분야가 바로 ‘신사업 진출’이다. 그런데, 이를 기존의 신사업 방식으로 접근하다 보면 도저히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는 전통적인 신사업 방식이 지닌 아래와 같은 한계점 탓이다.


첫째, 불충분한 고객 니즈의 검증(시장수요를 외면한 제품생산)

둘째, 유연성의 부족(게이트웨이 방식의 의사결정)

셋째, 혁신성의 저하(호랑이를 그렸지만 고양이가 됨)


이같은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해선 새로운 방식의 접근이 필요하다. 이에 대해 책은 린 스타트업 방식을 적용해서 설명하고 있다. 즉 과거 창업시의 초심으로 돌아가 도전적이고 혁신적인 마인드로 재무장하라는 것이다.


AARRR 프레임워크

고객유치Acquisition

활성화Activation

고객유지Retention

추천Referral

수익화Revenue




스타트업이 지표를 선정하고 운영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점은 고객에 대한 깊은 이해를 통해 전략적 인사이트를 얻는 것이다. 예를 들어,

AARRR 프레임워크를 제대로 활용하려면 단순히 지표의 선정과 측정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각 단계의 목적과 의미를 명확히 이해한 뒤 측정 결과를 바탕으로 끊임없이 테스트를 반복하여 의미 있는 인사이트를 도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서비스를 이탈하는 사용자들은 이탈 직전에 어떤 경험을 하였을까?’, ‘우리 서비스를 이탈했다가 다시 돌아오는 사용자들은 어떤 계기로 돌아오게 되었을까?’와 같은 질문들은 고객에 대한 이해와 인사이트를 도출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경제경영 #경영전략 #비욘드리세션 #라온북 #이석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평범하게 비범한 철학 에세이
김필영 지음 / 스마트북스 / 202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평범한 일상과 연계된 26가지의 스토리를 통해 삶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모두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평범하게 비범한 철학 에세이
김필영 지음 / 스마트북스 / 202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카프카의 소설 <변신>은 어느 날 아침 갑자기 커다란 벌레로 변한 한 남자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그가 벌레가 된 이유나 배경 설명은 없습니다. 그냥 벌레가 되어 버린 것입니다. 이처럼 갑자기 벌레로 변한 상황은 기묘한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이후에 전개되는 이야기는 매우 일상적입니다. 벌레가 된 남자는 여전히 출근을 하지 못한 것을 걱정하고, 가족들은 여전히 하숙을 치며 돈을 법니다. - ‘프롤로그’ 중에서




책은 우리가 일상에서 만나는 사람들, 소소한 사건들, 일상의 느낌을 철학적으로 풀어 쓴 에세이로, 평범한 일상을 비범한 관점에서 해석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지하철에서, 일상의 삶에서, 영화를 보면서, 연극을 관람하면서, 소설을 읽으면서, 전시회를 보면서, 여행을 하면서 떠오른 생각과 느낌을 철학적 관점에서 정리했다.


즉 ‘철학은 어떻게 삶의 의미가 되는가’, ‘또 다른 나에 관한 이야기’, ‘평범하게 비범한 우리들의 이야기’, ‘어떻게 세계를 볼 것인가’, ‘세계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 등 총 다섯 파트에 걸쳐서 26가지 스토리가 소개된다.


스토리들 속에는 많은 철학자, 심리학자, 과학자 등이 등장한다. 소크라테스, 플라톤, 칸트, 헤겔, 니체, 러셀, 비트겐슈타인 같은 철학자와 프로이트, 라캉 같은 심리학자, 그리고 아인슈타인, 밀그램 같은 과학자의 이론들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미리 겁낼 필요는 없다. 이를 학술적으로 다루지 않고 그저 평범한 일상과 연결시키고 있다.


또 소설(이방인, 변신), 연극(고도를 기다리며), 영화(인터스텔라, 토리노의 말, 헤어질 결심, 셔터 아일랜드), 전시회(비비안 마이어展) 등을 통해서 철학 이론을 좀 더 쉽게 그리고 재미있게 이야기함으로써 독자들이 편안하게 철학에 다가가고, 일상에 숨겨진 비범함을 발견할 수 있도록 저자는 배려하고 있다. 어쩌면 계산된 의도일지도 모르겠다.


책의 저자 김필영은 전기공학을 전공한 공대생 출신으로 회사원 생활을 거치면서 특이하게도 철학을 공부, 박사학위를 취득한 인물이다. 그는 어릴적부터 일상적으로 막연한 불안감을 느끼는 불안장애에 시달렸는데 이를 극복하고자 자연스레 철학과 심리학에 관심을 갖게 되고 공부를 통해 불안을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었다고 한다. 현재 서울대, 한국외대, 기업체, 문화센터, 고등학교 등에서 왕성한 강연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철학의 대중화를 위해 유튜브 ‘5분 뚝딱 철학’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카프카의 <변신>


2000년대에 가장 영향력 있는 소설가로 프란츠 카프카를 꼽는다. 그의 소설은 스토리가 독창적이고, 분위기는 혼란스럽고, 문체는 독특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의 소설을 ‘카프카스럽다’라고 평한다. 그만큼 그의 독창성을 다른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그런데, 앞서 ‘프롤로그’에서 언급한 줄거리로 <변신>을 마치 다 읽은 것처럼 말하기는 곤란하다. 카프카의 <변신>은 섬뜩한 내용이다. 이는 현실과 판타지 그 중간 지대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우리들은 왜 이 소설에 금방 빠져들게 될까? 이는 정신과 관련된 것으로 우리의 정신이 평범한 의식과 비범한 무의식 사이에 걸쳐 있어서다. 즉 우리의 정신은 의식적이면서 무의식적이고, 평범하면서 비범하기에 현실과 판타지를 넘나둘 수 있다.


1883년 체코 프라하에서 출생한 카프카는 체코인, 독일인, 유대인과 함께 섞여 살았다. 프라하 사람들은 대부분 체코인이었음에도, 유대인인 카프카의 부모는 카프카에게 독일어 교육울 받게 했다. 프라하의 상류사회는 독일어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아무튼 카프카는 정체성에 많은 혼란을 겪었다. 그는 체코인도 아니고, 독일인도 아니고, 심지어 유대인도 아닌 완전한 이방인이었다.


그의 아버지는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자수성가한 상인이었으며 체격이 건장한 성공 지향형 인간이었다. 반면에 카프카는 병치레가 잦은 말라깽이로 성공에는 1도 관심이 없었다. 그저 글이나 쓰고 싶어 했다. 이런 아들을 좋아할리 없던 아버지는 카프카를 노골적으로 무시하고 폭력적으로 대했다. 카프카에게 아버지는 무섭고 두려운 대상이었다. 그래서 복수하고 싶었을 것이다.


아버지의 강요로 카프카는 프라하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 노동보험공단에 취직했는데 이곳은 아침 8시에 출근해서 오후 2시에 퇴근하는 소위 ‘신의 직장’이었다. 퇴근하면 카프카는 자신의 작업실에서 밤새 글쓰기를 할 수 있었다.


“어느 날 아침 그레고르 잠자가 불안한 꿈에서 깨어났을 때, 그는 자신이 침대 속에서 한 마리의 커다란 벌레로 변해 있는 것을 발견했다.” - <변신>의 첫 문장


멘붕에 빠진 가족들, 아버지는 그레고르를 방안에 가두었다. 여동생이 방 안에 음식을 가져올 때는 놀라지 않도록 소파 안쪽에 몸을 숨기면서 그럭저럭 살아가자 그동안 생계를 책임졌던 그레고르 대신에 아버지는 수위로 취직하고 어머니와 여동생도 일을 했다. 한번은 화가 난 아버지가 그레고르에게 사과를 던져 등에 박히고, 이 사과가 썩어가며 그레고르는 음식을 거의 못먹는 상태가 되어 죽고 만다. 그레고르의 죽음은 가족으로부터의 해방을 의미하는 셈이다.




카프카의 작품에 대 수많은 사람들이 나름의 논평을 했는데,


카뮈와 샤르트르~ 실존주의 소설로 해석

어떤 사람들~ 자본주의 사회의 인간 소외를 보여준다고 해석

엘리아스 카네티(노벨 문학상)~ 아버지의 권력에 대항

김진영~ 카프카의 글쓰기는 아버지에 대항하는 방식


저자는 카프카의 <변신>과 박찬욱 감독<헤어질 결심>의 스토리는 닮았다고 말한다. 이제 영화 <헤어질 결심>의 스토리를 살펴보자. 형사 해준(박해일)은 어떤 남자의 추락사를 수사한다. 해준은 사망한 남자의 부인 서래(탕웨이)의 범행으로 의심하지만 자살로 사건을 종결한다.


수사 과정의 잦은 만남에서 해준은 서래를 사랑하게 되고, 서래 또한 해준을 향한 마음이 같았지만 형사와 피의자라는 관계에서 멈추고 만다. 시간이 흘러 둘은 다시 만난다. 서래의 두 번째 남편이 죽었기 때문이다. 한편, 서래의 해준을 향한 간절한 마음은 여전히 변함이 없다. 그러나 둘의 관계는 형사와 피의자이다.


사랑이 불가능함을 깨달은 서래는 사라지기로 결심한다. 바닷가에 모래 구덩이를 파고 그 안에 들어가 물이 차오르길 기다린다. 뒤늦게 이를 알아챈 해준이 바닷가에 도착하지만 이미 물귀신이 되어버린 서래를 찾을 길이 없다. 영화는 끝이 난다.


이 영화의 포인트는 왜 서래가 바닷속으로 들어갔을까?이다. 이는 해준의 마음 속으로 들어가기 위해서였다. 바다가 바로 해준이었기에. 서래는 해준의 마음을 온전히 얻기 위해 그런 결단을 내린 것이다. 사건은 미제로 영원히 남고, 서래는 자신을 파괴함으로써 해준의 마음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소설 <변신>의 주인공 그레고르도 아버지를 이길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는 벌레가 되기를 선택했고 여동생의 피를 빨아 벌레로 만들어 버린다. 아버지는 이를 결코 모른다. 한창 성숙해진 딸의 모습을 보고 흐뭇해하기만 한다. 비로소 그레고르는 아버지와의 투쟁에서 승리자가 된 것이다. 자기희생을 통해 목적을 달성한 셈이다. 정말 섬뜩하지 않은가 말이다.


벨라스케스의 그림 <시녀들>(1656년 작품)


1985년 미술 평론가들은 역사상 가장 위대한 미술 작품으로 벨라스케스의 <시녀들>을 선정했다. 이는 17세기 스페인의 궁정화가 벨라스케스의 1656년 작품인데, 이 그림은 공주와 주변 인물들을 마치 스냅 사진 찍듯이 그린 집단 초상화이다. 화가가 왕과 왕비의 초상화를 그리고 있는데, 칭얼대는 어린 공주를 달래는 시녀들의 재미있는 장면이 담겨 있다.


이 그림에 등장하는 인물은 몇 명일까요? 아래 사진은 선명하지 않아서 헤아리기 어려울 것 같네요. 아무튼 총 11명이 등장합니다. 정가운데 마르가리타 공주가 있고, 좌우로 2명의 시녀가 있어요. 오른쪽에 난쟁이 2명과 시종으로 보이는 2명이 있어요. 맨 위에 한 사람이 서 있고, 왼쪽에 화가 본인이 서 있네요. 지금까지 총 9 명입니다. 거울 속에 2명이 더 있는데, 왕과 왕비이므로 총 11명이 됩니다.




굳이 이 그림을 설명하자면 화가 벨라스케스가 왕과 왕비를 그리고 있는데 어린 공주가 시녀들과 함께 놀러온 상황이며, 시녀들이 그림 그리는데 방해되지 않도록 칭얼거리는 어린 공주를 달래고 있는 중이네요. 따라서 이 그림 속엔 두 개의 공간이 있어요. 하나는 어린 공주와 시녀들이 있는 공간, 다른 하나는 왕과 왕비가 있는 공간이죠. 거울을 배치함으로써 그림의 앞쪽까지 공간을 확대했다.


화가 벨라스케스(1599~1660년)는 단지 왕의 평범한 일상을 그린 것임에도 철학자들은 여기에 나름의 철학적 해석을 시도한다. 프랑스 철학자 미셸 푸코(1926~1984년)는 이 그림을 ‘주체가 제거된 표상’이라고 평한다. 즉 왕과 왕비라는 주체가 빠지고, 그들의 눈에 비친 표상만 남았다는 거다.


하지만 프랑스 정신분석학자 라캉(1901~1981년)은 푸코의 해석에 반대하며, 이 그림에서는 주체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의식적 주체와 무의식적 주체가 이중으로 깊이 새겨져 있다고 평한다. 이를 설명하려면 아래와 같은 소실점이 대두된다.




이같은 철학적 해석이 덧붙여지면서 벨라스케스의 그림 <시녀들>은 엄청나게 유명한 그림이 되었다. 벨라스케스는 왕과 왕비의 평범한 일상을 그렸을 뿐인데, 갑자기 철학적으로 비범한 그림이 되었다. 즉 화가의 평범한 의도에 비범한 해석이 붙으면서 <시녀들>은 평범하면서 비범한 그림이 된 것이죠. 이것이 바로 우리들에게 어떻게 세계를 바라볼 것인가? 라는 화두를 던지는 격이다.


비트겐슈타인(1889~1939년)의 삶


20세기 오스트리아의 위대한 철학자로 불리는 비트겐슈타인은 오스트리아 빈에서 5남 3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그의 집안은 철강회사를 소유한 엄청난 부자였다. 어느 정도였는가 알게 되면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것이다. 브람스, 슈만, 쇤베르크 같은 음악가들이 비트겐슈타인 궁에 초빙되어 연주를 했을 정도였다.


이 집안의 가족들은 우울증 내력이 있었다. 첫째, 둘째, 셋째 형들 모두 자살했다. 비트겐슈타인은 동성애자였는데, 당시 시대상으론 윤리적으로나 법적으로나 이는 불법이었다. 그래서 그는 평생 죽음에 대한 공포와 자살 충동에 시달렸다고 알려진다.


맨체스터 공과대학에서 항공공학을 공부하던 중 그는 러셀과 화이트헤드가 쓴 <수학 원리>를 읽고수리철학에 매료되어 캠브리지 대학에서 강사로 근무하던 버트런드 러셀을 찾아가 철학을 가르쳐달라고 졸랐다.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그는 오스트리아군에 자원입대했다. 죽음과 대면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심지어 그는 퇴각 명령도 무시하고 용감하게 싸웠다. 놀라운 점은 포탄이 떨어지는 참호 속에서 글을 계속 썼다. 이글은 나중에 이탈리아 포로수용소에서 마무리되었는데, 바로 <논리철학 논고>이다.


전쟁이 끝나고 그는 막대한 유산을 상속받았는데, 그의 아버지가 사놓은 미국 채권이 엄청 올라서 오스트리아 갑부를 넘어 세계적인 갑부가 되었다. 그러나, 그는 돈에 대해 관심이 전혀 없었다. 전 재산을 자신의 형제와 지인들에게 나눠 주고 방 한 칸과 가구 몇 점만 소유했다.


자신의 저서 <논리철학 논고>를 출판한 후 더 이상 할 일이 없다고 판단한 그는 시골로 내려가 초등학교 교사가 된다. 이에 러셀은 계속 캠브리지 대학교로 돌아오라고 러브콜을 보냈다. 이때까지 비트겐슈타인은 학위가 없었기에 러셀은 <논리철학 논고>를 논문으로 박사 학위 심사를 했다. 그런데, 도무지 그의 논문을 이해할 수 없었음에도 박사 학위를 수여했다. 그러던 중 2차 세계대전이 터지자 나이가 많은 비트겐슈타인은 야전병원의 조수를 자원했고, 전쟁이 끝나자 또다시 운둔생활에 들어갔다.




1951년(당시 62세)에 그는 전립선암 선고를 받자 오히려 “아주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어쩌면 평생 자살 충동에 시달린 고통스런 삶을 빨리 끝내고 싶어했을 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는 죽기 전에 이런 유언을 남겼다.


“사람들에게 내 삶이 참 멋있었다고 전해주시오.”


죽음을 앞둔 사람들은 무엇을 후회하고 무엇을 이쉬워할까? 좀 더 즐기지 못했고, 불행한 삶이었다고 아쉬워하지 않는다. 이들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했음을 후회하고, 자신이 사랑했던 사람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못헸음을 아쉬워한다. 즉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즐거움이나 행복이 아닌 것이다.




삶의 의미를 되묻다


이밖에도 책은 여러가지 이야기를 소개한다. 총 26가지 이야기를 다루면서 평범함 속에 감추어진 비범함을 찾기를 우리들에게 권한다. 우리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평범한 일상에 대해 철학적 관점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철학유튜브 #5분뚝딱철학 #인문학 #직장인추천도서 #김필영 #서양철학 #철학에세이 #베스트셀러


https://sponsor.pubstation.co.kr/sponsor_banner.png?t=7abe109e-7a01-437c-b298-b0d8fd984d5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벌레가 지키는 세계 - 땅을 청소하고, 꽃을 피우며, 생태계를 책임지는 경이로운 곤충 이야기
비키 허드 지음, 신유희 옮김 / 미래의창 / 202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작은 수나 아주 작은 비율의 벌레만 사라져도 지역이 초토화될 수 있다. 벌레는 먹이사슬의 최하단에 위치한다. 따라서 벌레가 사라지면, 벌레를 먹이로 삼는 종도 사라진다. 새, 박쥐, 일부 포유동물, 물고기, 파충류, 양서류와 같이 사람들이 좋아하는, 그래서 인류의 정체성과 문화에 상당한 의미를 지닌 대형 동물들도 사라질 것이다. 우리는 상상도 못 할 충격이 물밀듯 밀려와 생태계와 풍경 전체를 변화시킬 것이다.- ‘들어가며’ 중에서




푸른 행성 지구의 주인은 과연 누구일까? 지금까지 밝혀진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로는 지구의 역사는 5차례의 대멸종을 거쳐 현재에 이르고 있는데, 그 역사 속의 주인공들은 대체로 동·식물이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인류의 탄생은 언제쯤일까? 현재까지 가장 오래된 화석은 에티오피아의 440만 년 전 지층에서 발견된 것이므로 현재 지구상의 수많은 생물체 중에서 가장 늦은 셈이다. 참고로 지구는 약 46억 년 전에, 최초 생명체인 미생물은 36억 년 전에 탄생했지요. 따라서, 엄밀히 말한다면 지구의 주인은 박테리아 미생물인 거죠. 인간은 올챙이 모양의 정자가 난자를 만남으로써 생명이 시작해서 미생물로 생을 마감한다.


총 8개의 챕터로 구성된 이 책은 벌레가 유익한 존재임을 강조한다. 즉 벌레가 징그럽고, 인간에게 해를 끼치는 존재가 아니라 오물을 먹어 치우고 땅을 비옥하게 하며, 식물의 수분을 책임진다고 설명한다. 또 물을 깨끗하게 유지하는 존재도 보이지 않는 무수한 벌레들이며 나노 섬유, 컴퓨터 알고리즘 같은 기술도 벌레에게서 영감을 얻은 것이라고 강조한다.


1~2장: 벌레에 대한 우리들의 삶과 자세

3장: 생태계 내에서의 벌레들의 위치

4장: 우리 주변에서 리버깅을 실천하는 방법

5~6장: 환경적 변화가 벌레들의 생캐에 미치는 영향

7장: 벌레가 돌아오려면 바귀어야 할 것들

8장: 벌레가 돌아온 세계


달라진 풍경


벌레가 사라지면 세계의 풍경 또한 달라질 것이다. 많은 벌들이 날아다니던 아름다운 목초지는 마치 옛 추억인 양 기억의 저편으로 가물가물해지고, 다채로운 자연의 색과 향기 그리고 소리가 넘치던 모습은 보존된 영상으로만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거리엔 더 이상 꽃과 나무가 없을 것이며, 더위를 식혀줄 그늘은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이같은 자연의 모습들이 사라지고 대신에 온갖 쓰레기와 배설물들이 산더미처럼 쌓일 것이다. 왜냐하면 이를 깨끗하게 청소하고 분해해주던 무척추동물들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런 황량한 모습들이 소설이나 만화 그리고 영화의 한 장면에서 소개되어 인간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다.


과학자이자 작가인 레이첼 카슨<침묵의 봄>(1962년)이란 저서로 우리들에게 환경문제의 중요성을 거론했다. 살충제를 무작정 살포함으로써 이로운 벌레들조차 모두 죽게 되어 먹이를 잃은 새들이 그 숲을 떠날 수밖에 없음을 경고했던 것이다. 이후 그녀의 경고를 받아들여 유기염소계 살충제 사용이 전면 금지되었지만 60년이 지난 지금도 여기저기서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벌레에게서 배울 수 있는 것들


무수히 많은 종種의 무척추동물은 현재 지구 거의 모든 곳에 서식한다. 바다의 해면동물에서 출발해서 6억 5,000만 년이 넘도록 푸른별 지구에서 살면서 진화해왔다. 인간의 출현은 이들보다 한참 늦은 겨우 20만 년 전이다. 이에 비해 장기간 지구상에서 적응과정을 거친 무척추동물은 지구 어느 곳에서도 살고 있다.


이들이 어떻게 세상과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변화해왔는지 살펴보자. 대표적인 예로 땅속 생활에 완벽하게 적응한 지렁이는 매끈한 몸을 이용해서 ‘땅 파기’의 달인이 되어, 몸마디(체절)마다 난 짧고 뻣뻣한 털(강모)로 흙을 밀어내며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


박각시나방(1초에 85번의 날개짓을 함)의 긴 대롱 같은 혀는 다른 곤충들은 닿을 수 없는 꽃의 깊숙한 부분까지 닿을 수 있다. 마치 벌새를 닮은 이 나방은 낮에 활동하는데 인동덩굴, 재스민 등을 찾아다니며 꿀을 섭취하며 이런 과정 속에 자연스럽게 꽃가루의 수정을 돕는다.




벌레에 대한 그릇된 교육

말벌은 쏜다.

벌은 더 많이 쏜다.

거미는 문다.

파리는 질병을 퍼뜨린다.

민달팽이는 꽃을 먹어 치운다.

개미는 문다.

메뚜기는 작물을 망가뜨린다.

집게벌레는 사람의 귓속으로 들어간다.




리버깅rebugging과 리와일딩rewilding


리와일딩이란 자구를 뒤덮었던 숲, 강, 습지 등의 자연 생테계를 다시 조성하고, 자연의 회복력을 믿고 야생 그대로 놔두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프로젝트는 대개 규모가 큰데, 이는 인간의 간섭 내지는 오염을 배제하고 자연이 스스로 회복되도록 하려는 시도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인간이 자연과 함께 더 풍요로운 세계를 만들 수 있게 되므로 벌, 지렁이, 파리 등과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다.


책은 이저벨라 트리의 저서 <야생 쪽으로Wilding>의 소개를 통해 이 부부의 무척추동물 이야기를 들려준다. 넵 캐슬 지역을 야생화하는 도중에 발생한 일이다. 2007년, 생존력이 강한 잡초 조뱅이(별명은 ‘지옥에서 온 엉겅퀴’)가 빠른 속도로 자라서 2009년엔 온통 땅을 뒤덮어버렸다. 이웃 농부들은 조뱅이의 침략으로 농업보조금을 받지 못할까 전전긍긍할 정도였다.


그런데, 자연은 ‘작은멋쟁이나비’라는 해결책을 보여주었던 것이다. 엄청난 수의 이 나비들이 무려 최대 9천 킬로미터를 비행해 조뱅이에 알을 낳기 위해 냅 캐슬로 집합했다. 이들은 문제가 되지 않을 만큼의 조뱅이만 남겨놓고 모두 먹어 치웠다. 결국 자연은 균형을 민들어낸 셈이다.




리버깅이란 지구상의 거의 모든 환경에서 작지만 중요한 존재들이 번성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이미 벌레가 많이 사는 곳에서는 더는 줄지 않도록 보존하고, 벌레가 부족한 곳에서는 개체 수를 회복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한 우리의 일상과 집과 일터에 다시 벌레가 찾아오도록 해야 한다.


리버깅의 좋은 점은 누구나, 어디서든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벌이나 박각시나방이 찾아올 수 있도록 작은 녹지를 꾸미는 것도 좋고, 벌레를 대하는 태도나 마음가짐을 바꾸는 것에서부터 시작해도 좋다. 벌을 시민으로 인정한 코스타리카의 어느 도시부터 런던의 텃밭 3,000곳을 자연을 위한 공간으로 만드는 놀라운 일까지, 모든 것이 가능하며, 이런 일이 지금도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107쪽)


코스타리카의 수고 산호세 근처의 한 도시에서는 2014년에 야생동식물을 보호하고 생태계를 회복하기 위한 특별한 움직임이 생겼다. ‘쿠리다바트’라는 도시로 인구가 매우 밀접한 곳으로 코스타리카하면 떠오르는 우거진 숲과 다양한 생물이 사는 아름다운 경관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에 당시 시장 에드가 모라 알타미라노꽃가루 매개자, 나무, 야생식물도 시민으로 인정하고, 도시 전체를 가꾸기로 했다.


또 웨일스에 위치한 도시 몬머스‘자연은 원래 단정하지 않다’는 이름의 프로그램을 시행, 영국 최초의 ‘벌 마을’로 불리었다. 이곳에선 길가, 공원, 정원의 야생화를 지키고, 해로운 살충제를 지양하여 곤충 수를 늘리려는 노력을 했다.


도시에서 리버깅하기


창틀에 놓인 화분이나 손바닥만 한 정원, 길가에 있는 좁은 풀밭 등에서, 운이 좋으면 큰 공원이나 가까운 교외 등지에서 녹지를 발견할 수 있다. 정원이 따로 없는 도시인들에게는 공원이나 녹지 공간에 가는 것이 자연을 누리는 방법이다. 이런 곳들은 벌레에게도 몹시 중요하며, 작은 리버깅이 일어날 수 있는 이상적인 장소다.


아무리 작은 곳이라도 녹지는 무척추동물이 살아가기에 가장 알맞은 공간이 되어줄 가능성이 크다. 도심 속 녹지 공간은 무척추동물이 먹이를 찾고, 집을 짓고, 번식할 수 있는 공간이자 새로운 서식지를 찾아 이동할 수 있는 통로 역할을 하므로, 무척추동물의 멸종을 막으려면 이런 공간이 더 많이 필요하다.




환경오염의 결과


농약의 지속적인 사용은 표적 종의 체내에 내성이 생기기 때문에 농약의 쳇바퀴로부터 탈피하기 어려워진다. 즉 내성이 강화됨에 따라 농약이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면 사람들은 더 강력한 농약을 개발한다. 이렇게 악순환이 계속된다.


공공 보건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제로 말라리아의 매개체인 모기는 아프리카에서 주로 사용되는 살충제에 점점 내성이 생기고 있다. 농약에 의지하는 농업 방식 역시 방제에 내성을 가진 해충과 잡초를 만들어내고 있다. 자연은 농약에 저항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으며, 언젠가는 아예 통제 불능이 될지도 모른다. 향후 우리는 식량의 빈부격차를 경험하거나 심각한 식량 부족 사태를 맞게 될 것이다.


벌레가 돌아온 세계


리와일딩은 우리들에게 신비로운 자연을 선물할 것이다. 바깥에서 길을 걸으면 더 많은 생물체가 다가와 우리들에게 인사한다. 새로운 녹지 공간에는 벌레뿐만이 아니라 새와 다른 동물들도 모여들 것이다. 벌레가 돌아온 세계는 우리의 모든 감각을 일깨울 것이다.


꽃을 피우는 식물들이 뿜어내는 향기, 다양한 색채, 온갖 생명체들의 소리 등이 도시와 교외 곳곳에 가득할 것이다. 창가의 자그마한 화분부터 커다란 녹지 공원에 이르기까지, 모든 식물들이 유혹하는 손짓에 벌레들이 돌아올 것이다. 이에 야생화가 핀 길을 걷다보면 다채로운 꽃색들과 다양한 나비와 꽃등에가 날라다니는 모습을 목격할 것이다.




#북유럽 #벌레가지키는세계 #비키허드 #미래의창 #리버깅 #리와일딩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조선의 명화, 붉은 치마폭에 붉은 매화 향을 담다 (표지 2종 중 ‘청록’ 버전)
서은경 지음 / 북멘토(도서출판) / 202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초판본의 제목은 <마음으로 느끼는 조선의 명화 - 만화로 다시 살아난 옛 그림 속 이야기>로 나왔으며 이는 만화의 내용을 독자에게 직관적으로 전하는 가장 적합한 제목이었다. 이번 개정증보판의 제목은 <조선의 명화, 붉은 치마폭에 짙은 매화향을 담다>라고 지었다. 이 책을 보는 분들이 ㅁ만화가 가진 서정성과 그림을 그린 화가의 마음과 교감하며 옛 그림의 향기 속에 붉게 물들어 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 ‘머리말’ 중에서




개정증보판에선 만화를 그림을 살리고 슬씨의 가독성을 높이도록 편집, 달라진 도판 정보를 수정했다. 초판본보다 두 편이나 더 많은 총 12편의 조선 명화가 소개되며, 각 장의 끝부분에 ‘주봉이와 묘묘의 그림 이야기’를 실어 해당 그림을 더 풍부하게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초판본이 출간(2011년)된 이듬해에 이 책으로 ‘대한민국 콘텐츠대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책의 글과 그림을 그린 서은경 작가는 처음 이 만화를 만들 때 만화 주인공 차주봉이 옛 그림을 알아가며 감흥하는 과정을 이야기로 꾸민 그림 정원을 상상했기에 만화 제목을 ‘차군의 화원’으로 지었다고 한다. 아무튼 책 속에 등장하는 조선의 명화들은 아래와 같다.


정선의 인왕제색도

정약용의 매화병제도

남계우의 화접도

안견의 몽유도원도

강희언의 사인휘호

정선의 청풍계도

김홍도의 좌수도해도

김홍도의 한정품국도

김정의의 세한도

이정의 묵죽도

전기의 귀거래도

산수 인물화


60년 우정을 쌓은 형의 쾌차를 염원하다


책은 정선(1676~1759년)의 진경산수화인 <인왕제색도>로 시작한다. 이 그림은 정선이 75세에 그린 것인데, 특별하게도 화폭 속엔 집이 있다. 이 집은 ‘취록헌’으로 겸재 정선과는 같은 동네에서 자란 60년 우정사이인 사천 이병연(1671~1751년)이 주인장이었다.


인왕산 아래 청운동에서 태어난 정선은 사천 이병연과 동문수학하며 인왕산 자락에서 함께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한다. 정선보다 다섯 살 더 많은 이병연은 1만 여 수의 시를 지은 영조 시대 최고의 진경 시인으로 성장했으며 그림에도 남다른 관심이 있어서 많은 그림을 소장했는데, 특히 정선의 그림을 아꼈다고 한다.


두 사람은 관직을 수행하게 되면서 지방으로 부임하게 되어 떨어져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병연은 금강산 자락인 금화 현감으로, 정선은 양천 현감으로 고향을 등지게 되었다. 이때 두 사람의 나이가 놀랍게도 이병연은 70세, 정선은 65세였다.




정선의 인왕제색도엔 1751년 5월 하순으로 적혀 있다. 이때가 이병연이 지병으로 목숨을 잃기 며칠 전이라고 알려진다. 이병연의 투병 소식을 접한 정선은 윤오월 어느날 비가 개인 맑은 인왕산의 모습을 화폭에 담아 그 웅장한 모습처럼 이병연의 쾌차를 기원했던 것이다.


붉은 치마폭에 깃든 짙은 매화 향기



다산 정약용(1762~1836년)은 정조 사후 약 20년 동안 가족들과 생이별하고 머나먼 객지에서 유배 생활을 해야만 했다. 아내는 그에게 붉은 치마를 보내 추억이나마 함께하라고 했다. 이에 그는 가족에게 뭐 하나 변변하게 해 준 게 없는 지아비이자 아버지란 생각이 들어 붉은 치마를 재단하여 여기에 멋진 시화詩畵를 그려 강진 유배지에 인사차 들린 딸에게 전했다.


저 새들 우리 집 뜰에 날아와

매화나무 가지에서 쉬고 있네

매화 향 짙게 풍기니 그 향기

사랑스러워 여기 날아왔구나

이제 여기 머물며

가정 이루고 즐겁게 살거라

꽃도 이미 활짝 피었으니

주렁주렁 매실도 열리겠지




복숭아꽃 활짝 핀 꿈속 유토피아


안견은 조선 전기의 화원 화가로서 인물, 화훼, 매죽도 등 다방면의 그림을 두루 잘 그렸다고 알려진다. 안타깝게도 그의 작품으로 남겨진 것은 <몽유도원도>가 유일하다. 특히 그는 세종대왕의 3남 안평대군의 각별한 지원을 받아 중국 명품 서화를 참조하며 자신만의 독특한 화풍을 완성했다.


몽유도원도는 길이 20미터가 넘는 두루마리 그림이다. 현실 세계에서 출발해 도원에 이르는 긴 여정을 그린 그림이다. 그림은 크게 4부분으로 나뉜다. 현실 세계인 나지막한 야산, 기암절벽과 구불구불 산길로 이루어진 도원 바깥쪽 입구, 좁은 산길의 도원 안쪽 입구, 산으로 둘러싸인 도원의 풍경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마치 꿈속을 헤매는 듯한 분위기 연출은 안평대군의 꿈을 안견이 화폭에 옮겨놓았기 때문이다.




차디찬 세월을 그리다


지금 세상은 온통 권세와 이득을 좇는 풍조가 휩쓸고 있고 자네 역시 세속의 거센 흐름 속에 살고 있는 한 인간일 뿐인데 도리어 외딴섬에서 초췌하게 귀양살이하는 나를 좇고 있으니 “권세나 이익을 바라고 합친 자들은 그것이 바닥나면 만나지 않게 된다”한 사마천의 말은 틀렸단 말인가.




추사 김정희(1786~1856년)는 서화가이자 문인이며 금석학자로도 유명한 인물이다. 특히, 독특한 그의 서체인 추사체는 우리나라 서예사에 한 획을 그었다. 조선 후기의 문화와 예술을 주도한 인물이자 시서화의 일치를 강조하는 문인문화를 이끌었다.


그는 경주 김씨 명문가 집안 출신으로 화려한 생활을 보냈지만 그의 아버지가 행한 정치적 과오로 인해 55세에 제주도 유배길에 올라 9년간의 차디찬 바람을 맞으며 지낼 수밖에 없었다. 그를 찾아주는 이가 드문 상황에서 제자 이상적은 청나라의 귀한 서적을 구해 제주 유배지로 찾아온 것이다. 만남을 뒤로 하고 떠나는 제자에게 그의 마음을 담은 서화를 전하는 데 이 작품이 바로 <세한도>(1844년作)이다.




#그림이야기 #조선의명화 #붉은치마폭에짙은매화향을담다 #서은경 #북멘토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3)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가필드 2023-07-08 1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웹툰같이 중간중간에 일러스트로 있어 재미있어 보이네요 ^^

호시우행 2023-07-09 05: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일독을 권합니다.

happyyoonchae 2023-07-12 05: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매력적이면서도 쉬워서 참 좋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