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가 지키는 세계 - 땅을 청소하고, 꽃을 피우며, 생태계를 책임지는 경이로운 곤충 이야기
비키 허드 지음, 신유희 옮김 / 미래의창 / 202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작은 수나 아주 작은 비율의 벌레만 사라져도 지역이 초토화될 수 있다. 벌레는 먹이사슬의 최하단에 위치한다. 따라서 벌레가 사라지면, 벌레를 먹이로 삼는 종도 사라진다. 새, 박쥐, 일부 포유동물, 물고기, 파충류, 양서류와 같이 사람들이 좋아하는, 그래서 인류의 정체성과 문화에 상당한 의미를 지닌 대형 동물들도 사라질 것이다. 우리는 상상도 못 할 충격이 물밀듯 밀려와 생태계와 풍경 전체를 변화시킬 것이다.- ‘들어가며’ 중에서




푸른 행성 지구의 주인은 과연 누구일까? 지금까지 밝혀진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로는 지구의 역사는 5차례의 대멸종을 거쳐 현재에 이르고 있는데, 그 역사 속의 주인공들은 대체로 동·식물이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인류의 탄생은 언제쯤일까? 현재까지 가장 오래된 화석은 에티오피아의 440만 년 전 지층에서 발견된 것이므로 현재 지구상의 수많은 생물체 중에서 가장 늦은 셈이다. 참고로 지구는 약 46억 년 전에, 최초 생명체인 미생물은 36억 년 전에 탄생했지요. 따라서, 엄밀히 말한다면 지구의 주인은 박테리아 미생물인 거죠. 인간은 올챙이 모양의 정자가 난자를 만남으로써 생명이 시작해서 미생물로 생을 마감한다.


총 8개의 챕터로 구성된 이 책은 벌레가 유익한 존재임을 강조한다. 즉 벌레가 징그럽고, 인간에게 해를 끼치는 존재가 아니라 오물을 먹어 치우고 땅을 비옥하게 하며, 식물의 수분을 책임진다고 설명한다. 또 물을 깨끗하게 유지하는 존재도 보이지 않는 무수한 벌레들이며 나노 섬유, 컴퓨터 알고리즘 같은 기술도 벌레에게서 영감을 얻은 것이라고 강조한다.


1~2장: 벌레에 대한 우리들의 삶과 자세

3장: 생태계 내에서의 벌레들의 위치

4장: 우리 주변에서 리버깅을 실천하는 방법

5~6장: 환경적 변화가 벌레들의 생캐에 미치는 영향

7장: 벌레가 돌아오려면 바귀어야 할 것들

8장: 벌레가 돌아온 세계


달라진 풍경


벌레가 사라지면 세계의 풍경 또한 달라질 것이다. 많은 벌들이 날아다니던 아름다운 목초지는 마치 옛 추억인 양 기억의 저편으로 가물가물해지고, 다채로운 자연의 색과 향기 그리고 소리가 넘치던 모습은 보존된 영상으로만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거리엔 더 이상 꽃과 나무가 없을 것이며, 더위를 식혀줄 그늘은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이같은 자연의 모습들이 사라지고 대신에 온갖 쓰레기와 배설물들이 산더미처럼 쌓일 것이다. 왜냐하면 이를 깨끗하게 청소하고 분해해주던 무척추동물들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런 황량한 모습들이 소설이나 만화 그리고 영화의 한 장면에서 소개되어 인간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다.


과학자이자 작가인 레이첼 카슨<침묵의 봄>(1962년)이란 저서로 우리들에게 환경문제의 중요성을 거론했다. 살충제를 무작정 살포함으로써 이로운 벌레들조차 모두 죽게 되어 먹이를 잃은 새들이 그 숲을 떠날 수밖에 없음을 경고했던 것이다. 이후 그녀의 경고를 받아들여 유기염소계 살충제 사용이 전면 금지되었지만 60년이 지난 지금도 여기저기서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벌레에게서 배울 수 있는 것들


무수히 많은 종種의 무척추동물은 현재 지구 거의 모든 곳에 서식한다. 바다의 해면동물에서 출발해서 6억 5,000만 년이 넘도록 푸른별 지구에서 살면서 진화해왔다. 인간의 출현은 이들보다 한참 늦은 겨우 20만 년 전이다. 이에 비해 장기간 지구상에서 적응과정을 거친 무척추동물은 지구 어느 곳에서도 살고 있다.


이들이 어떻게 세상과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변화해왔는지 살펴보자. 대표적인 예로 땅속 생활에 완벽하게 적응한 지렁이는 매끈한 몸을 이용해서 ‘땅 파기’의 달인이 되어, 몸마디(체절)마다 난 짧고 뻣뻣한 털(강모)로 흙을 밀어내며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


박각시나방(1초에 85번의 날개짓을 함)의 긴 대롱 같은 혀는 다른 곤충들은 닿을 수 없는 꽃의 깊숙한 부분까지 닿을 수 있다. 마치 벌새를 닮은 이 나방은 낮에 활동하는데 인동덩굴, 재스민 등을 찾아다니며 꿀을 섭취하며 이런 과정 속에 자연스럽게 꽃가루의 수정을 돕는다.




벌레에 대한 그릇된 교육

말벌은 쏜다.

벌은 더 많이 쏜다.

거미는 문다.

파리는 질병을 퍼뜨린다.

민달팽이는 꽃을 먹어 치운다.

개미는 문다.

메뚜기는 작물을 망가뜨린다.

집게벌레는 사람의 귓속으로 들어간다.




리버깅rebugging과 리와일딩rewilding


리와일딩이란 자구를 뒤덮었던 숲, 강, 습지 등의 자연 생테계를 다시 조성하고, 자연의 회복력을 믿고 야생 그대로 놔두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프로젝트는 대개 규모가 큰데, 이는 인간의 간섭 내지는 오염을 배제하고 자연이 스스로 회복되도록 하려는 시도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인간이 자연과 함께 더 풍요로운 세계를 만들 수 있게 되므로 벌, 지렁이, 파리 등과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다.


책은 이저벨라 트리의 저서 <야생 쪽으로Wilding>의 소개를 통해 이 부부의 무척추동물 이야기를 들려준다. 넵 캐슬 지역을 야생화하는 도중에 발생한 일이다. 2007년, 생존력이 강한 잡초 조뱅이(별명은 ‘지옥에서 온 엉겅퀴’)가 빠른 속도로 자라서 2009년엔 온통 땅을 뒤덮어버렸다. 이웃 농부들은 조뱅이의 침략으로 농업보조금을 받지 못할까 전전긍긍할 정도였다.


그런데, 자연은 ‘작은멋쟁이나비’라는 해결책을 보여주었던 것이다. 엄청난 수의 이 나비들이 무려 최대 9천 킬로미터를 비행해 조뱅이에 알을 낳기 위해 냅 캐슬로 집합했다. 이들은 문제가 되지 않을 만큼의 조뱅이만 남겨놓고 모두 먹어 치웠다. 결국 자연은 균형을 민들어낸 셈이다.




리버깅이란 지구상의 거의 모든 환경에서 작지만 중요한 존재들이 번성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이미 벌레가 많이 사는 곳에서는 더는 줄지 않도록 보존하고, 벌레가 부족한 곳에서는 개체 수를 회복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한 우리의 일상과 집과 일터에 다시 벌레가 찾아오도록 해야 한다.


리버깅의 좋은 점은 누구나, 어디서든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벌이나 박각시나방이 찾아올 수 있도록 작은 녹지를 꾸미는 것도 좋고, 벌레를 대하는 태도나 마음가짐을 바꾸는 것에서부터 시작해도 좋다. 벌을 시민으로 인정한 코스타리카의 어느 도시부터 런던의 텃밭 3,000곳을 자연을 위한 공간으로 만드는 놀라운 일까지, 모든 것이 가능하며, 이런 일이 지금도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107쪽)


코스타리카의 수고 산호세 근처의 한 도시에서는 2014년에 야생동식물을 보호하고 생태계를 회복하기 위한 특별한 움직임이 생겼다. ‘쿠리다바트’라는 도시로 인구가 매우 밀접한 곳으로 코스타리카하면 떠오르는 우거진 숲과 다양한 생물이 사는 아름다운 경관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에 당시 시장 에드가 모라 알타미라노꽃가루 매개자, 나무, 야생식물도 시민으로 인정하고, 도시 전체를 가꾸기로 했다.


또 웨일스에 위치한 도시 몬머스‘자연은 원래 단정하지 않다’는 이름의 프로그램을 시행, 영국 최초의 ‘벌 마을’로 불리었다. 이곳에선 길가, 공원, 정원의 야생화를 지키고, 해로운 살충제를 지양하여 곤충 수를 늘리려는 노력을 했다.


도시에서 리버깅하기


창틀에 놓인 화분이나 손바닥만 한 정원, 길가에 있는 좁은 풀밭 등에서, 운이 좋으면 큰 공원이나 가까운 교외 등지에서 녹지를 발견할 수 있다. 정원이 따로 없는 도시인들에게는 공원이나 녹지 공간에 가는 것이 자연을 누리는 방법이다. 이런 곳들은 벌레에게도 몹시 중요하며, 작은 리버깅이 일어날 수 있는 이상적인 장소다.


아무리 작은 곳이라도 녹지는 무척추동물이 살아가기에 가장 알맞은 공간이 되어줄 가능성이 크다. 도심 속 녹지 공간은 무척추동물이 먹이를 찾고, 집을 짓고, 번식할 수 있는 공간이자 새로운 서식지를 찾아 이동할 수 있는 통로 역할을 하므로, 무척추동물의 멸종을 막으려면 이런 공간이 더 많이 필요하다.




환경오염의 결과


농약의 지속적인 사용은 표적 종의 체내에 내성이 생기기 때문에 농약의 쳇바퀴로부터 탈피하기 어려워진다. 즉 내성이 강화됨에 따라 농약이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면 사람들은 더 강력한 농약을 개발한다. 이렇게 악순환이 계속된다.


공공 보건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제로 말라리아의 매개체인 모기는 아프리카에서 주로 사용되는 살충제에 점점 내성이 생기고 있다. 농약에 의지하는 농업 방식 역시 방제에 내성을 가진 해충과 잡초를 만들어내고 있다. 자연은 농약에 저항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으며, 언젠가는 아예 통제 불능이 될지도 모른다. 향후 우리는 식량의 빈부격차를 경험하거나 심각한 식량 부족 사태를 맞게 될 것이다.


벌레가 돌아온 세계


리와일딩은 우리들에게 신비로운 자연을 선물할 것이다. 바깥에서 길을 걸으면 더 많은 생물체가 다가와 우리들에게 인사한다. 새로운 녹지 공간에는 벌레뿐만이 아니라 새와 다른 동물들도 모여들 것이다. 벌레가 돌아온 세계는 우리의 모든 감각을 일깨울 것이다.


꽃을 피우는 식물들이 뿜어내는 향기, 다양한 색채, 온갖 생명체들의 소리 등이 도시와 교외 곳곳에 가득할 것이다. 창가의 자그마한 화분부터 커다란 녹지 공원에 이르기까지, 모든 식물들이 유혹하는 손짓에 벌레들이 돌아올 것이다. 이에 야생화가 핀 길을 걷다보면 다채로운 꽃색들과 다양한 나비와 꽃등에가 날라다니는 모습을 목격할 것이다.




#북유럽 #벌레가지키는세계 #비키허드 #미래의창 #리버깅 #리와일딩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