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명화, 붉은 치마폭에 붉은 매화 향을 담다 (표지 2종 중 ‘청록’ 버전)
서은경 지음 / 북멘토(도서출판)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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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판본의 제목은 <마음으로 느끼는 조선의 명화 - 만화로 다시 살아난 옛 그림 속 이야기>로 나왔으며 이는 만화의 내용을 독자에게 직관적으로 전하는 가장 적합한 제목이었다. 이번 개정증보판의 제목은 <조선의 명화, 붉은 치마폭에 짙은 매화향을 담다>라고 지었다. 이 책을 보는 분들이 ㅁ만화가 가진 서정성과 그림을 그린 화가의 마음과 교감하며 옛 그림의 향기 속에 붉게 물들어 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 ‘머리말’ 중에서




개정증보판에선 만화를 그림을 살리고 슬씨의 가독성을 높이도록 편집, 달라진 도판 정보를 수정했다. 초판본보다 두 편이나 더 많은 총 12편의 조선 명화가 소개되며, 각 장의 끝부분에 ‘주봉이와 묘묘의 그림 이야기’를 실어 해당 그림을 더 풍부하게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초판본이 출간(2011년)된 이듬해에 이 책으로 ‘대한민국 콘텐츠대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책의 글과 그림을 그린 서은경 작가는 처음 이 만화를 만들 때 만화 주인공 차주봉이 옛 그림을 알아가며 감흥하는 과정을 이야기로 꾸민 그림 정원을 상상했기에 만화 제목을 ‘차군의 화원’으로 지었다고 한다. 아무튼 책 속에 등장하는 조선의 명화들은 아래와 같다.


정선의 인왕제색도

정약용의 매화병제도

남계우의 화접도

안견의 몽유도원도

강희언의 사인휘호

정선의 청풍계도

김홍도의 좌수도해도

김홍도의 한정품국도

김정의의 세한도

이정의 묵죽도

전기의 귀거래도

산수 인물화


60년 우정을 쌓은 형의 쾌차를 염원하다


책은 정선(1676~1759년)의 진경산수화인 <인왕제색도>로 시작한다. 이 그림은 정선이 75세에 그린 것인데, 특별하게도 화폭 속엔 집이 있다. 이 집은 ‘취록헌’으로 겸재 정선과는 같은 동네에서 자란 60년 우정사이인 사천 이병연(1671~1751년)이 주인장이었다.


인왕산 아래 청운동에서 태어난 정선은 사천 이병연과 동문수학하며 인왕산 자락에서 함께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한다. 정선보다 다섯 살 더 많은 이병연은 1만 여 수의 시를 지은 영조 시대 최고의 진경 시인으로 성장했으며 그림에도 남다른 관심이 있어서 많은 그림을 소장했는데, 특히 정선의 그림을 아꼈다고 한다.


두 사람은 관직을 수행하게 되면서 지방으로 부임하게 되어 떨어져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병연은 금강산 자락인 금화 현감으로, 정선은 양천 현감으로 고향을 등지게 되었다. 이때 두 사람의 나이가 놀랍게도 이병연은 70세, 정선은 65세였다.




정선의 인왕제색도엔 1751년 5월 하순으로 적혀 있다. 이때가 이병연이 지병으로 목숨을 잃기 며칠 전이라고 알려진다. 이병연의 투병 소식을 접한 정선은 윤오월 어느날 비가 개인 맑은 인왕산의 모습을 화폭에 담아 그 웅장한 모습처럼 이병연의 쾌차를 기원했던 것이다.


붉은 치마폭에 깃든 짙은 매화 향기



다산 정약용(1762~1836년)은 정조 사후 약 20년 동안 가족들과 생이별하고 머나먼 객지에서 유배 생활을 해야만 했다. 아내는 그에게 붉은 치마를 보내 추억이나마 함께하라고 했다. 이에 그는 가족에게 뭐 하나 변변하게 해 준 게 없는 지아비이자 아버지란 생각이 들어 붉은 치마를 재단하여 여기에 멋진 시화詩畵를 그려 강진 유배지에 인사차 들린 딸에게 전했다.


저 새들 우리 집 뜰에 날아와

매화나무 가지에서 쉬고 있네

매화 향 짙게 풍기니 그 향기

사랑스러워 여기 날아왔구나

이제 여기 머물며

가정 이루고 즐겁게 살거라

꽃도 이미 활짝 피었으니

주렁주렁 매실도 열리겠지




복숭아꽃 활짝 핀 꿈속 유토피아


안견은 조선 전기의 화원 화가로서 인물, 화훼, 매죽도 등 다방면의 그림을 두루 잘 그렸다고 알려진다. 안타깝게도 그의 작품으로 남겨진 것은 <몽유도원도>가 유일하다. 특히 그는 세종대왕의 3남 안평대군의 각별한 지원을 받아 중국 명품 서화를 참조하며 자신만의 독특한 화풍을 완성했다.


몽유도원도는 길이 20미터가 넘는 두루마리 그림이다. 현실 세계에서 출발해 도원에 이르는 긴 여정을 그린 그림이다. 그림은 크게 4부분으로 나뉜다. 현실 세계인 나지막한 야산, 기암절벽과 구불구불 산길로 이루어진 도원 바깥쪽 입구, 좁은 산길의 도원 안쪽 입구, 산으로 둘러싸인 도원의 풍경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마치 꿈속을 헤매는 듯한 분위기 연출은 안평대군의 꿈을 안견이 화폭에 옮겨놓았기 때문이다.




차디찬 세월을 그리다


지금 세상은 온통 권세와 이득을 좇는 풍조가 휩쓸고 있고 자네 역시 세속의 거센 흐름 속에 살고 있는 한 인간일 뿐인데 도리어 외딴섬에서 초췌하게 귀양살이하는 나를 좇고 있으니 “권세나 이익을 바라고 합친 자들은 그것이 바닥나면 만나지 않게 된다”한 사마천의 말은 틀렸단 말인가.




추사 김정희(1786~1856년)는 서화가이자 문인이며 금석학자로도 유명한 인물이다. 특히, 독특한 그의 서체인 추사체는 우리나라 서예사에 한 획을 그었다. 조선 후기의 문화와 예술을 주도한 인물이자 시서화의 일치를 강조하는 문인문화를 이끌었다.


그는 경주 김씨 명문가 집안 출신으로 화려한 생활을 보냈지만 그의 아버지가 행한 정치적 과오로 인해 55세에 제주도 유배길에 올라 9년간의 차디찬 바람을 맞으며 지낼 수밖에 없었다. 그를 찾아주는 이가 드문 상황에서 제자 이상적은 청나라의 귀한 서적을 구해 제주 유배지로 찾아온 것이다. 만남을 뒤로 하고 떠나는 제자에게 그의 마음을 담은 서화를 전하는 데 이 작품이 바로 <세한도>(1844년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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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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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필드 2023-07-08 1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웹툰같이 중간중간에 일러스트로 있어 재미있어 보이네요 ^^

호시우행 2023-07-09 05: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일독을 권합니다.

happyyoonchae 2023-07-12 05: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매력적이면서도 쉬워서 참 좋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