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물지 마라 그 아픈 상처에
허허당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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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불이 나면 꺼질 일만 남고

상처가 나면 아물 일만 남는다

머물지 마라, 그 아픈 상처에

 

 

 

붓 하나로 마음에 상처를 입은 사람들을 치유하는 스님이 있다. 허허당 스님. 이 스님은 사찰도 없고 시주도 안 받는다. 자신이 그린 그림이 팔리면 화구 구입비만 빼고 남는 돈은 모두 타인들을 위해 나눠준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이름으로 된 재산이 하나도 없다. 그가 그림을 그리는 이유는 상처 입은 생명을 위로하기 위해서란다. 어디 한번 따라가 보자.

 

책을 펼치면 그리움에 사무친 소녀의 그림이 나타난다. 어디 이뿐이랴. 슬픔에 겨운 여인의 모습, 아프리카 소녀의 모습, 달 구경하는 아이의 모습, 꿈꾸는 소년 소녀의 모습, 하늘이 되고 싶은 아이의 모습, 봄을 품은 아이의 모습, 외계인이 되고 싶은 아이의 모습, 행복에 취한 아이의 모습, 토끼 소녀의 모습, 놀란 아이의 모습, 마왕이 되고 싶은 아이의 모습, 아이폰 소녀의 모습 등등이 보는 이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도록 만든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은 존재 그 자체로 이미 충분히 아름답고 놀랍고도 신비로운 예술이다. 그의 그림은 이 신비로운 생명의 예술에 반응하며 춤추고 노래한 것이다. 일체 생명의 자유와 아름다움 속에서 우리 모두의 존재가 더없이 아름다운 고귀한 것임을 그리고 우리의 삶이 위대한 예술임을 기억하자.

 

 

 

 

허허당虛虛堂. 그는 1974년 가야산 해인사로 출가하여 2년 뒤 해은 스님을 은사로 득도했다. 향곡 선사 문하에서 선禪수행을 쌓고, 1978년 토굴에서 도반과 함께 정진하던 중 문득 깨달은 바 있어 붓을 잡기 시작했다. 1983년부터 지리산 벽송사 방장선원에서 선수행과 함께 본격적인 선화禪畵작업에 들어갔다. 이후 꾸준히 국내에서 전시회를 가졌음은 물론 스위스 취리히와 하와이 등 해외에서 전시회도 가졌다. 그는 지금 경북 비학산 '휴유암'에서 정진 중이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대중의 아픔을 어루만진다. 팔로워들의 괴로움에 맞장구치고 공감한다. 약 2만명의 팔로워을 거느린 유명 트위터리안이기도 한 그는 비우면 진리가 찾아든다는 깨달음을 얻고서 30년전 법명인 향훈을 허허당으로 바꾸었다.

 

비록 짧은 글이지만 매 페이지에 함께 수록된 그림과 잘 조화를 이루며 독자들로 하여금 성찰의 시간을 갖도록 만들어준다. 스님의 글과 그림은 산중 생활에서 길어올린 명상과 사색에 특유의 섬세한 감정이 어우러져 세상 풍파에 지치고 상처 받은 영혼들의 피안처가 되어준다. 

 

 

상처

 

그대 가슴에 묻어둔 상처 아무 데서나 끄집어내지 마라

그대 가슴이 아무리 아파도 지금 그대와 마주한 이의 가슴엔

차마 아픔조차 느낄 수 없는 텅 빈 가슴이 타고 있을지도

 

 

 

 

 

고통의 소멸

 

고통의 순간은 피한다고 피해지는 것이 아니라

고통 그 자체를 바르게 이해할 때 비로소 사라진다

지금 이 순간이 고통스러워 또 다른 곳으로 피해 가면

거기 그만한 고통이 또 기다리고 있다

 

 

허허당 스님이 1년 동안 칩거하며 완성한 '백만 동자百萬童子' 그림을 불교계에서는 법력의 극치를 보여주는 역작이라고 평가했다. 지금도 그는 떠오르는 단상을 시로 읊고, 그림을 그리면서 트위터를 통해 많은 이들을 위로하며 어루만져 주고 있다. 위로받고 싶다면 지금 이 책을 펼쳐보라.

 

 

 

인류가 앞으로 살아가야할 세상은 인간 중심 신의 중심의 세계를 떠나

생명 중심의 세계로 가야한다. 이걸 모르고 계속 가면 인류가 제일먼저 멸망할 것이다.

 - 허허당 스님의 트위터에서(2012.07.18.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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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스페이스 - 생각이 사라진 신기한 마음속 평화 공간
앤디 퍼디컴 지음, 윤상운 옮김 / 불광출판사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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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헤드스페이스(HEAD SPACE)는

전통적인 명상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주고 쉽게 실천할 수 있게 해주는

현대 생활에 적합한 형태의 명상 기법이다.

 

이 책의 저자 앤디 퍼디컴은 어느 날 갑자기 아시아로 가서 스님이 되었던 인물이다. 당시 대학에서 스포츠 과학을 공부하다가 그가 훌쩍 아시아로 떠났기에 왠지 창조적인 인간의 모습으로 상상될 수도 있겠으나 사실상은 지극히 평범한 사람일 뿐이었다. 

 

그는 자신의 마음과 씨름을 하던 중이었다. 길을 잃고 헤매는 게 아니라 끝도 없이 이어지는 생각과 싸우고 있었다. 그가 정식으로 명상을 배운 것은 22살 때의 일이지만 이미 11살 즈음에 고요한 마음을 확실하게 경험한 적이 있었다.

 

명상 수업 시간에는 동양의 낯선 단어들이 많이 사용된다. "그냥 마음을 비우세요", "그냥 내려 놓으세요" 라는 말이 반복적으로 되풀이 되기 때문에 마음을 비우거나 내려놓는 법을 이미 아는 사람은 굳이 명상 수업을 들을 필요가 없다. 한번에 한 시간 정도 그냥 앉아 있을 필요는 더구나 없는 것이다. 

 

스님으로 산다는 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스님이 도시에서 생활할 때엔 사정이 좀 다르다. 일반인들은 마음 다스리는 법을 절박하게 찾지만, 스님의 가사에서 풍겨나오는 종교적인 색채에는 불편해 한다. 그들은 삶을 헤쳐 나가는 법, 직장이나 가정에서의 스트레스를 다루는 법, 소란한 마음을 잠재우는 법 등을 단지 찾고자 했다. 이를 알게된 그는 명상을 일상생활에 통합해야 함을 깨달았다.

 

명상이란 그저 날마다 일정 시간 동안 한자리에 앉아 있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이 자체가 중요한 요소이긴 하지만 세 가지의 요소 중 일부에 불과하다. 전통적인 명상법에 따르면, 명상을 배우는 자는 우선 명상에 '접근'하는 법을 배우고, 다음에 명상을 '수행'하는 법을 배우고, 마지막으로 명상을 삶에 '통합'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헤드스페이스(Head Space) 명상은 2010년에 정식으로 소개되었다. 사실 색다르거나 기이한 요소는 없다. 단지 사람들의 마음을 조금 비우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간단하면서도 쉬운 방법을 소개하는 것 뿐이다. 이 명상의 목적은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이 이를 시도해 보도록 하는 것이다.

 

명상은 삶을 바꿀 수 있는 놀라운 기술이다. 하나 이 기술을 어떻게 이용하느냐의 문제는 오로지 자신에게 달려 있다. 명상의 목적은 명상을 하는 당사자가 명상을 어떤 식으로 이용할지 결정함에 달린 것이다. 예를 들어, 자전거를 이용해 출퇴근 하는 사람도 있고, 친구들과 놀러 다니려는 사람도 있고, 어떤 이는 사이클링을 직업으로 삼으려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자전거 타는 법을 배웠지만, 이들의 목적은 제각각 다르다. 명상도 마찬가지다. 명상은 모든 삶의 영역에 적용되며, 그 가치는 자신이 어떻게 부여하느냐에 달린 것이다. 

 

명상의 수많은 효과를 체험하려면 한 가지의 삶의 영역에만 선택할 필요가 없다. 명상은 많은 이에게 만능 스트레스 해소법이자 마음을 치유하는 아스피린과 같다. 날마다 조금씩 마음을 비우는 한 가지 방법이 바로 명상이다. 질병 치료의 목적이 아니라 삶의 특정 영역을 목표 삼아 명상을 이용하는 사람도 부지기수다. 미국 해병대는 최전방 군인에게 집중력과 효율성을 향상시킬 목적으로 명상을 채택한다고 한다.

 

명상은 기술인 동시에 경험이다. 명상의 가치를 충분히 인식하려면 반드시 '행'해야 한다. 명상은 철학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을 직접 경험하는 것이다. 명상의 목적을 자신이 스스로 정하듯, 명상의 경험도 전적으로 자신에게 달렸다. 책에서 느끼는 스카이다이빙과 시속 200km로 직접 지상으로 돌진하는 경험과는 천양지차이다. 따라서, 명상을 이해하려면 반드시 직접 해 봐야 한다. 

 

명상은 자신을 다른 사람, 새로운 사람, 또는 훨씬 나은 사람으로 바꾸는 것과는 관계가 없다. 명상은 자신이 직접 경험한 감정과 생각을 자각하고 이해하는 법을 배우며 이 과정에서 균형잡힌 건전한 시각을 얻는 것이다. 이러한 자각, 이해 그리고 건강한 관점은 결국 삶의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커진다 하겠다. 

 

 

과학자들이 명상이 효과적이라고 말한다고 틀림없이 효과가 있을 거라는 확신은 금물이다. 연구 결과가 흥미로운 것은 사실이지만 자신이 직접 경험하지 못한 효과라면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다. 몸이 저리고 아파도 인내심을 갖고 명상 지침대로 하루에 10분 직접 경험해 보라. 그리고, 이 짧은 시간이 자신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확인해 보라. 

 

"하루에 10분만 마음을 비우면 인생이 가벼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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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다, 우리는 꽃필 수 있다 - 김별아, 공감과 치유의 산행 에세이
김별아 지음 / 해냄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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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 모양을 한 한반도의 등줄기인 백두대간의 '백두'는 백두산白頭山의 '백'자와 지리산의 다른 이름인 두류산頭流山의 '두'자가 합쳐진 이름이다. 따라서, 백두대간의 남측구간의 종주는 지리산 천왕봉에서 시작해야 한다. 작가 김별아는 지난해 백두대간을 완주한 '이우학교 백두대간 종주 6기 팀' 출신이다. 2010년 3월 13일에서 2011년 10월 22일까지 장장 20개월간 총 39차에 걸쳐 약 750km에 이르는 길을 완주했다.

 

그녀는 종주 8기 팀을 응원하려고 후배들을 위해 지원 산행에 나섰다. 이 때 지리산은 산불 방지 입산 통제 기간인지라 부득이 출발은 지리산의 이웃인 고남산에서 시작했다. 작년 종주 산행을 할 때는 옆도 뒤도 돌아볼 여력이 전혀 없었다. 눈에 보이는 것은 오로지 앞선 이의 꽁무니뿐이었다.

 

동네 뒷산도 오르기를 꺼려하던 그녀가 마흔 살의 몸으로 9시간 동안 약 16km의 산길을 걸을 때 고통의 비명을 지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고난산'이라는 별칭이 붙은 높이 846m의 고남산古南山을 올랐을 때의 기억은 지금의 그녀에게 있고도 없다.

 

어느 누구도 자신의 삶을 대신 살아줄 수 없듯이 산도 마찬가지다. 누구도 대신 산을 타줄 수는 없다. 굳이 하자면 등에 업고 산행을 해야하는데 이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오로지 '온몸으로 온몸을 밀어' 나아가는 수밖에 없다. 더우면 땀을 흘리고 추우면 몸을 떨면서 걷는 것이다.

 

이 높디높은 산들은 어디서 온 것일까?

나는 그들이 바다에서 솟아 올랐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더없이 깊은 심연에서 더없이 높은 것이 그 높이까지 올라왔음에 틀림없다.

 -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중에서

 

고통을 견뎌내며 산을 타는 일은 높은 만큼 깊고, 깊은 만큼 높은 이치를 깨닫는 일과 같다. 오르막길을 기어오르면서도 절망하지 않고, 내리막길을 빨리 내려가면서도 자만하지 않기 위해서는 차라투스트라의 말 "정상과 심연은 하나" 임를 기억해야 한다. 절망과 희망, 죽음과 삶, 고통과 희열은 애초부터 둘이 아니었다. 자, 김별아 작가를 따라 함께 산행해보자.

 

 

 

 

 

천왕봉에서 성삼재까지

 

위치: 경상남도 산청군 시천면 ~ 전라남도 구례군 산동면

코스: 중산리 탐방센터 ~ 벽소령 대피소 (1일차)

        벽소령 ~ 성삼재 (2일차)

거리: 1일차(16.6km), 2일차(17.5km)

시간: 1일차(12시간 30분), 2일차(8시간 30분)

날짜: 2010년 11월 13 ~ 14일(17차 산행) 

 

지리산은 별들의 고향이다. 높고 외롭지만 구김살 하나 없는 말긋말긋한 별들이 우리를 향해 양팔을 한껏 벌리고 있다. 민족의 영산, 어머니의 산, 항쟁의 산 등등 붙은 이름도 많다. 1박 2일의 여정이라 먹거리와 입을거리가 꽉찬 배낭이 무겁기만 하다. 3대에 걸쳐 덕을 쌓지 못하면 지리산의 10경인 '천왕 일출'은 구경 못한다는 말이 있다. 또한, 아무나 감히 함부로 오지 말아야 할 산이라고도 한다. 지리산은 어리석은 자를 지혜롭게 만든다.

 

34km의 거리를 장장 21시간이 흐른 뒤 마침내 산행이 끝났다. 산기슭의 산채비빔밥집에 모여 앉아 다시는 오지 않을 거란 말을 하지만 해냈다는 생각에 모두 감격스러워 한다. 아이글이 쓴 산행 후기에는 유난히 '별'에 대한 글이 많다. 북두칠성을 이렇게 완벽하게 본 적이 없다는 아이의 말처럼, 다시 오른다면 일출보다 별 보러 가는 산행을 택해야 할까 보다.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천왕봉 일출을 보러 오시라

삼대째 내리

적선한 사람만 볼 수 있으니

아무나 오지마시고 

 

 - 이원규의 시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중에서

 

 

산풍령에서 덕산재까지

 

위치: 경남 거창군 고제면 ~ 경북 김천시 대덕면

코스: 신풍령 ~ 삼봉산 ~ 소사고개 ~ 삼도봉 ~ 대덕산 ~ 덕산재

거리: 15.2km

시간: 7시간 30분

날짜: 2010년 11월 27일 (18차 산행)

 

'산 넘어 산'이란 말을 우린 자주 한다. 인생의 고비 고비가 많기 때문이리라. 갈수록 어려운 지경에 놓이는 우리의 인생과 마찬가지로, '큰 산'인 지리산을 넘었다고 산행을 얕보았다가는 큰 코 다친다. 산이란 작고 낮아도 쉽지 않은 법이다. 산행을 하면 우린 겸손을 배우게 된다.

 

비인지 우박인지 진눈깨비인지 하늘에서 물기가 떨어진다. 어느새 물기가 스며들어 배낭이 무거워지기 시작한다. 이번 산행의 삼봉산에서 덕산재 구간은 바로 덕유산 국립공원 지역이다. 겨울의 길목에서 맞는 비는 뼛속까지 냉기가 파고들었다. 눈에만 보이는 가짜 날씨에 속아 우비를 챙기지 않은 사람이 여럿이다. 게으름을 피우지 말라는 교훈이다.

 

대덕산을 향해 가는 길은 고난의 행군이었다. 고개를 들면 뺨따귀를 철석 때리는 성질 못된 바람 때문에 낙엽 깔린 진창길만 내려다보며 걸었다. 모진 비바람에 배낭 커버가 다 날려간다. 흔들리면서 걷는다. 젖으면서 걷는다. 8시간의 산행이라고 14시간의 산행보다 쉬우란 법은 결코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최선일 뿐.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며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 도종환 <흔들리며 피는 꽃>

 

"빵보다 인문학" 이란 클레멘트 강좌가 한국에도 도입되어 경희대 실천인문센터의 최준영 교수가 안양교도소 죄수들을 대상으로 문학을 가르칠 때 그들이 가장 좋아하는 시가 바로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이었다. 그들은 따가운 외부의 눈총보다 더 자신을 미워하고 싫어한다. 비바람 맞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아파서 더욱 소중한 꽃이다. 

 

 

김별아 작가와 함께 한 백두대간 산행은 2011년 10월 22일 대간령에서 진부령까지 14.3km의 구간을 우중 산행으로 끝을 맺는다. 17차 산행을 시작으로 39차 산행까지 약 11개월 간의 여행은 아름다운 시와 함께 할 수 있어서 참으로 좋았다. 아울러 적절하게 인용된 시는 마치 일류기업의 적재적소 인사원칙처럼 그곳에 있었다. 

 

젊어 한창때

그냥 좋아서 어쩔 줄 모르던 기쁨이거든

여름날 헐떡이는 녹음에 묻혀들고

중년 들어 간장이 저려오는 아픔이거든

가을날 울음빛 단풍에 젖어들거라

 

 - 박재삼 <산에서>중에서

 

 

나는 주말이면 대개 산에 오른다. 내가 함께 데려가려고 애쓰는 후배가 한 명 있다. 왜냐하면, 이 친구는 "선배님, 어차피 내려올 산을 왜 오르세요?"라고 말하기 때문이다. 오를 때의 산과 내려올 때의 산이 다르다는 것을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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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고난에 고개 숙이지 마라 - 백만장자 아버지의 마지막 가르침
마크 피셔 지음, 배영란 옮김 / 진성북스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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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새가 곧 체체로 山에서 첫 비상을 시작할 것이다.

온 세상을 경이로움으로 가득 채우고,

온갖 신문 지면을 그에 관한 명성으로 가득 채우며,

이 위대한 새는 자신이 본디 태어났던 둥지에 영원한 영광을 가져다줄 것이다"

 

-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새들의 비행에 관하여>중에서

 

이 책의 주인공 샤를은 아버지가 갑자기 사망한 후 자신에게 남겨진 유산이 별로 없음을 알고서 심히 불쾌해한다. 백만장자 아버지는 그의 형과 누나에게만 그 많던 재산을 나눠주었기 때문이다. 장례식장에서 신비로운 힘을 가진 거지 한 명을 만나는데, 이 사람의 도움으로 죽은 아버지와 사흘간 재회하는 야릇한 경험을 갖게 된다. 이 재회는 샤를에게 엄청난 선물이 된다. 이들 부자의 희한한 여행길을 따라 가보자.

 

부자 아버지의 가르침

 

비록 과거에 실패했다 하더라도, 어떻게 하면 상처를 회복하고

다시 부자가 될 수 있을까?

 

모든 상황에서 최고의 거래는 무엇이며,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협상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을 갖고 자신의 이미지와 가치를

새로 만들어내는 방법은 무엇인가?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길은 무엇인가? 그리고

이보다 훨씬 더 나은 삶을 사는 길은 어디에 있을까?

 

 

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길을 잃어버린 느낌이 들거나, 다른 사람의 삶을 살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거나, 어느 날 아침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영 어색하게 느껴질 정도로 삶의 실의에 빠질 때가 있다. 실의에 빠진 모든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포근하게 감싸주는 멘토링일 것이다.

 

<게으른 백만장자>란 책으로 우리들에게 백만장자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던 마크 피셔가 이번에는 백만장자 아버지의 마지막 가르침이라는 매우 재미있는 스토리텔링으로 인생의 역경을 헤쳐나가는 용기와 희망을 우리 모두에게 전하고 있다.

 

훤칠한 키에 군살 없는 몸매를 가진 샤를 레니에는 푸른 눈에 금발이며, 헤어스타일도 깔끔했다. 그는 36살의 독신으로 대학에서 철학을 가르치는 교수다. 그러나, 지금껏 3년간 34살의 매력적인 치과 여의사 클라라 램플링과 동거중이기에 엄밀히 말하면 독신은 아니었다. 최근 클라라가 결혼을 거부하자 샤를은 멘붕 상태였다.

 

누나 지젤의 전화다. 그녀는 한참을 울더니 간신히 말을 이었다. 아버지가 심장발작을 일으켜 돌아가셨다는 소식이었다. 아버지의 나이는 고작 63살이었다. 무척이나 정정해서 겉보기엔 충분히 오래 사실 분이었다. 장례식 전에 유언장이 공개되었다. 충격이었다.

 

"내 아들 샤를에게는 내가 맨 처음 백만 달러를 벌었을 때 입고 있던 과,

그때 차고 있던 시계와, 그때 신고 있던 구두 한 켤레를 남긴다"

 

공증인의 말로는 최근에 처음의 유언장을 수정했으며, 당초엔 샤를의 몫이 아버지 재산의 1/3이었다는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리 된 연유는 최근 아버지와 서로 욕을 하며 격렬하게 다투었던 일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때의 심한 말은 사실 진심이 아니었고, 지금은 이를 변명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장례식장 빈소 입구에 거지 한명이 서서 조문객들에게 적선을 구걸하고 있었다. 거지의 손치곤 깨끗하고 예쁜 손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샤를은 위협적인 행동을 취하며 거지 곁을 지나갔다. 빈소 입구로 향하던 그는 갑자기 생각을 바꾸고 지갑에 있는 모든 돈을 거지에게 주었다.

 

"옜소. 이제 난 정말로 빈털터리요"

 

빈소에는 정말 많이 사람들이 찾아왔다. 갑작스런 고인의 죽음을 전정으로 애도하고 있었다. 인사를 받아도 또 받아도 끊임없이 몰려들었다. 조문객들은 평소에 샤를의 아버지가 자신들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어떻게 도와주었는지, 어떻게 희망을 불어넣어 주었는지를 얘기했다. 그는 이런 아버지가 왜 자신에게만 그랬는지 오히려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건물 관리인은 밤 10시면 빈소를 닫는다고 말했다. 약간의 시간을 더 달라고 양해를 구했다. 그런데, 뒤에서 또 인기척이 나서 화가 나 뒤돌아보니 빈소 입구의 그 거지가 서있었다. 거지는 고맙다는 의미로 뭔가 해드릴 만한 것이 없는지 그에게 물어왔다.

 

"제가 원하는 건 제 아버지가 살아 돌아오시는 거예요"

"제가 선생님의 청을 들어드릴 수 있을 것 같군요"

 

거지는 주머니 안에서 사과 한 알 크기의 작고 검은 유리 구슬 하나를 꺼냈다. 거지는 몇 초간 구슬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그러자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구슬에서 무슨 조화가 생기더니 연기가 생겼다 흩어졌다를 반복하더니 마침내 하나의 형체가 나타났다.

 

"아버지!"

 

세상에! 기적이 일어났다. 샤를의 지금 나이와 같은 36살의 아버지가 홀연히 나타났던 것이다. 머리숱도 많고, 사자의 웃음을 띈 젊은 아버지의 모습이었다. 사업할 때 늘 끼고 다녔던 두꺼운 뿔테 안경도 착용하고 있었다. 그는 젊은 시절의 아버지를 와락 껴안았다.

 

샤를은 기쁨과 불신의 감정이 교차함을 느꼈다. 그는 아버지에게 자신에게는 유산이 없는 이유를 물었다. 그의 아버지는 세 자식 중 그를 가장 사랑하기 때문이며, 한 달 전 심장발작으로 잠시 이승을 떠나 저승에서 만난 사람들과 의견을 나눈 뒤 결정한 사항이라는 답변이었다.

 

짧은 만남을 통해 그는 아버지로부터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선지자적 글귀와 함께 오래 전에 이 세상의 토양을 다져놓은 위인들로부터 영감을 얻고, 해볼 가치가 있는 일이라면 열정적으로 해보고, 스스로를 존중하며, 어떤 일에 착수하면 악착같이 한 우물을 파고, 일한다는 느낌이 아니라 그저 즐기면서 놀이하는 어린아이가 되라는 가르침을 받았다.

 

성공이란 한 그루 나무와도 같은 것이다.

나무에는 수천 개의 이파리들이 있고, 네가 내딛는 한 걸음 한 걸음이

마치 성공의 나무에서 새롭게 이파리가 하나 돋아나는 것과 비슷하단다.

 

 

 

또한, 매일 한발 한발 나아가면서 자신을 개선하고, 어니스트 헤밍웨이<노인과 바다>의 첫 페이지를 50번도 넘게 퇴고한 것처럼 힘들어도 끈기를 잃지말고, 칠전팔기 정신으로 지속하며, 자기 분야에서 끊임없는 호기심을 갖고, 자신의 장애나 단점을 훌륭한 친구로 삼아 이를 뛰어넘으라고 가르침을 받았다.

 

한편, 그는 아버지로부터 예기치도 못한 오천만불 짜리 수표 한 장을 건네받았다. 아버지는 이를 소아환자를 도와주는 몬트리올 생트 쥐스틴 병원에 기부하면 좋겠다는 제안을 하자, 그는 심리적으로 심한 갈등을 느낀다. 그러나, 아버지는 성공하려면 일단 굶주려야 한다면서 스스로 돈을 버는 진정한 기쁨을 즐기라고 조언했다.

 

다시 돌아갈 때가 다가오자 아버지는 시골집을 방문해 과거로의 회상에 잠기면서 집안 구석구석에서 아내의 흔적을 느꼈다. 매일 저녁 연주하던 그랜드 피아노에선 마치 베토벤의 곡들이 들리는 듯했다. 한편, 샤를은 정원을 거닐 때 어린 시절의 추억이 떠오르자 아버지가 왜 자신을 이리로 데려왔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샤를은 용기있는 행동을 하고 싶었다. 아버지가 준 수표를 들고 병원을 찾았다. 하지만 접수대에서 갈등을 느끼고 그냥 뒤돌아 나왔다. 귀가하여 아버지를 찾았으나 한 시간 전에 마지막 작별인사를 하며 떠났다는 운전기사의 말이었다. 그는 상심하여 아버지의 서재에 들어갔다.   

 

아버지가 없을 때면 어린 시절 자주 들어와 놀았던 서재에서 무언가를 발견하고, 아버지와 다시 이별하고, 서재에서 발견한 비밀을 파헤치고, 수표를 기부하고, 클라라와 결혼하여 아버지가 환생한 아이를 낳고, 소설가로서 성공하여 부富를 이루기 시작하는 등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즐기며 일을 해서 돈을 벌어라

한없이 파고들어라

이성적으로 생각하라

 

 

저자 마크 피셔는 이 책에서 백만장자가 되는 기술이나 비법 같은 것은 말하지 않는다. 다만 유대인처럼 '돈을 버는 지혜'를 알려줄 뿐이다. 거금의 유산으로 이룩한 부富보다 오히려 자신의 손으로 백만금을 일구겠다는 용기와 자신감이 더 중요하다는 메세지를 우리에게 전하고 있다. 

 

"잠에서 깨어나라. 그리고 아이의 마음으로 어른의 세계를 살아가라.

그러면 백만금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삶의 가치와 함께 할 것이며,

백만금의 돈이 저절로 수중에 생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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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100년 - 오연호가 묻고 법륜 스님이 답하다
법륜.오연호 지음 / 오마이북 / 2012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대통령에 출마하려는 안철수 교수의 정치적 멘토가 기존 정치인이 아닌 스님이어서 제일 먼저 놀랐다. 법륜 스님이 불교 TV의 방송 프로그램 <즉문즉설>의 주인공이라는 사실에 재차 놀랐다. 그가 이번에는 통일에 대한 이야기를 펼치고 있어서 또 다시 놀랐다.

 

법륜 스님은 출가 전 고교 1년생 때 스승으로부터 '앞으로 100년 앞을 내다보고 살아라'란 말씀을 듣고, 이 말을 실천하려고 불가에 귀의하고 어쩌면 이를 평생의 화두로 삼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는 '새로운 100년'을 깊이 고민하면서 실천을 해온 인물이다. 정토회평화재단을 만들어 기아에 허덕이는 북한 동포 돕기 운동을 20여 년간 해오고 있다.

 

전후 한국의 경제가 성장 제일주의를 표방했지만, 이젠 고속 성장의 한계에 직면하면서 한국이 OECD 국가 중 최하위의 행복지수라는 성적표를 받았다. 세계 최저의 출산율을 기록한다는 사실도 이미 우리가 다음 세대에게 이 땅은 살 만한 곳이 아니라고 시인하는 꼴이다. 

 

법륜 스님은 우리 모두 함께 '새로운 100년'을 만들자고 제안한다. 가장 중대하고도 핵심적인 일은 바로 분단이라는 바윗덩이라며 이를 들어내고 통일을 이룩하자는 것이다. 시대와 역사를 제대로 읽자면 시야를 넓혀야 한다. 남한만 보지 말고 한반도 전체를, 한반도에 머무르지 말고 미국과 중국, 나아가 세계를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역사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가르친다. 세계정세의 흐름을 파악하지 못하고 '우물안 개구리'처럼 굴다가 치욕을 당한 사건이 바로 임진왜란, 병자호란, 삼전도의 굴욕, 일제의 침탈, 한국동란, 남북분단 등이다. 그래서, '새로운 100년을 만들자'는 제안은 세계 속의 우리를 바라보는 안목을 키우자는 뜻이기도 하다.

 

통일한국이 탄생한다면 동북아 지역공동체를 주도할 수 있을까?

주한미군 문제와 북한 핵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할 것인가?

중국과 미국 사이의 세력교체기를 우리는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

중국도 미국도 동의할 수 밖에 없는 통일의 방법은 무엇인가?

통일의 적기는 언제일까?

 

오연호 <오마이뉴스>대표는 법륜 스님과 약 3개월간 새로운 100년을 만들기 위한 질문과 이에 대한 답을 하는 시간을 가졌다. 서초동 평화재단에서 일주일에 한 번꼴로 대담은 진행되었었는데, 그 대담을 쉽게 풀어 정리하여 출간한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이제 두 사람의 대담을 따라가보자.

 

 

 

 

오연호  제가 보기에 대한민국에서 가장 바쁜 분 중 하나가 법륜 스님이 아닌가 싶습니다. 평화재단과 정토회 일도 하셔야 하고, 연속 100회 강연도 하셔야 하고, 게다가 안철수 교수의 멘토까지 하시느라 몸이 열 개라도 모자라겠습니다. (웃음)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하시면서 바쁜 가운데 저와 대담을 나누게 되었네요.

 

법륜     네, 먼저 오연호 대표님과 대담을 하게 되어 기븝니다. 지나온 100년을 되돌아보고 새로운 100년을 설계하는 심정으로 통일이야기를 나눠보죠.

 

 

법륜 스님은 경상북도 울산 울주군 두서면 복안리에서 출생했다. 고등학교 1학년 말인 1969년 12월 절에 들어갔다. 경주 분황사 주지셨던 불심도문 스님을 스승으로 모시고 수행과 활동을 시작했다. 아인슈타인 같은 과학자가 되려는 꿈을 가졌던 그가 고교 1학년 때 경주불교 중고등학생회 부회장을 맡아 분황사에서 법회를 가지면서 불심도문 스님과 인연을 맺은 것이 계기가 되었다.

 

불심도문 스님은 당시 법륜이 최씨 임을 알고, 동학의 최제우 선생 이야기를 하며 최제우 선생은 100년 앞을 내다보고 동학을 만들었으니 1000년을 내다보고 살아야 한다고 가르쳤다. 또한, 이차돈의 순교정신, 원효대사의 통불교사상, 일제강점기의 창씨개명 거부 등 민족의식을 일깨워주었다. 아무튼 그의 출가는 반은 꾀임 때문이고 반은 자발적인 의지 때문이었다.

 

"잠을 못 자더라도 해야 할 일은 해야죠.

제일 시급한 일은 북한 주민들이 굶어 주는 것을 어떻게든 막는 거예요.

두 번째는 한반도에 다시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게 하는 것인데,

결국 근본적으로는 통일을 이뤄야 합니다.

우리 사회의 이런저런 모순과 갈등도 대부분 분단 때문에 생긴 문제예요."

 

3.1 독립선언 민족대표 33인 중 한 분인 백용성 스님의 3대째 제자인 그는 최씨 문중이 독립운동과 인연이 깊다는 설명이다. 용성 스님도 그렇지만 그의 스승인 불심도문 스님의 아버지도 독립운동가였다. 양가는 독립운동으로 막역한 사이였던 셈이다. 불심도문 스님의 증조할아버지가 용성 스님의 절대적 후원자였다고 한다.

 

그는 진정한 독립은 통일이 돼야 완성된다고 주장한다. 1998년부터 준비하여 2004년에 공식적으로 평화재단을 출범시켰다. 이 단체가 하려는 일이 바로 '통일의병' 모으기이다. 의병이란 옳은 마음으로 그 일을 위해 희생을 감수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그는 정토회와 평화재단의 신입회원을 모을 때 다음 두 가지를 당부한다.

 

첫째, 내가 뭔가 한자리 하겠다고 왔다면 집에 가라.

둘째, 대중이 하라는데 안 하겠다면 집에 가라.

 

평화재단을 세우기 전 그는 1998년부터 정토회만 이끌었다. '맑은 마음, 좋은 벗, 깨끗한 땅'이 바로 정토회가 추구하는 3대 가치이다. 마치 불교계의 의병처럼, 정토회는 일과 수행이 하나가 되는 삶을 추구한다. 사회의 변화와 개인 수행이 상호 연결되어 하나로 통일돼야 한다는 거다. 정토회는 사찰이 아니라 재단법인이다. 다만 정토회 내 정토법당은 조계종 포교원으로 등록되어 있다.

 

 

크게 100년을 내다보고 지구를 생각하면 제일 큰 이슈가 환경문제였다. 그는 잠시 감옥에 갇혔는데, 이 때 제러미 리프킨의 <엔트로피>를 읽었다. 현대는 소비주의 문명이라 대량생산으로 인해 자원이 고갈되면서 서로 자원 쟁탈전을 벌이게 되므로 세계가 분쟁에 휩싸이게 된다는 것이 이 책의 핵심이다. 또한, 대량소비는 쓰레기와 폐기물을 양산하므로 환경오염으로 인해 우리의 생명이 위협을 받게 된다. 그는 개발정책에 반대하거나 저항하는 운동 대신 나부터 변하자는 의식혁명을 주도했다. 나부터 실천을 중시했다. 불교환경교육원을 통해 환경교육과 이의 실천을 추진했다.

 

또한, 우리보다 못사는 나라의 사람들을 돕는 일도 시작해 인도의 불가촉천민을 위해 구호활동을 펼쳤다. 이것이 오늘날의 JTS 구호활동의 시초이다. 셋째로 통일운동을 시작했고, 마지막 과제로 행복을 찾는 일이었다. 왜 스웨덴이나 노르웨이의 자살률이 높은가에 의문을 가진 결과 자기 행복을 위해 깨달음을 얻는 수행이 필요했다. 정토회가 출발한 이유다. 이 과제 중 제일 어려운 것이 통일이었다.

 

통일이 좀 쉬워지려면 남북의 체제나 종교에 공통점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공통점이 없다. 그래서, 그가 고민한 결과는 통일의 원동력인 '역사의식'이다. 예를 들어 우리의 선조들이 독립운동을 할 때 분단은 상상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만약 독립운동가가 아사 직전인 북한 아이를 보았다면 결코 외면하지 않았을 거다. 그가 15년 넘게 북한 동포들을 인도적인 차원에서 지원하고 인권을 개선하는 일을 수행해오고 있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한편, 이 과정에서 그가 느낀 한계점이 있다. 북한의 안보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근원적인 해결이 어렵다는 사실이다. 이에 평화재단을 설립, 평화정책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결론적으로 항구적인 평화는 결국 통일에서 오는 것임을 확신했다.

 

미래와 관련하여 누구나 동의할 수 있는 기본 목표는 두 가지다. 우리의 미래가 안전해야 하고, 지금보다는 더 나아져야 한다는 것이다. 통일이 안되면 이러한 목표가 달성될 수 없다. 미래의 안전을 살펴본다면, 가장 큰 변화가 중국의 급부상이다. 이제는 미국과 중국의 양강체제로 경쟁하는 분위기이다. 중국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원에서 명으로, 명에서 청으로, 청에서 일본으로 교체되는 시기에 조선에 심각한 영향을 끼쳤음을 알 수 있다. 변화에 대비하지 못하면 굴욕을 당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과거의 전쟁은 한반도에서 벌어진 국지전 성격이었지만 향후 중국과 미국의 이해관계가 상충하여 전쟁이 발발하면 한반도의 희생은 더욱 커지게 될 것이다. 우리를 둘러싼 국제정세의 변화를 항상 주시해야 한다.

 

통일이 밥 먹여주는냐는 말이 있다. 앞으로 밥을 제대로 먹으려면 통일을 해야 한다. 지금까지 남한은 1만 달러까지 고속성장을 해왔다. 이후 겨우 2만 달러를 달성했지만, 성장이 정체되어 있는 현실이다. 이웃인 일본도 지금 장기정체 국면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 통일이 안되면 잘 먹고사는 문제에서 더 이상 돌파구가 없다.

 

통일을 하면 영토와 인구가 늘어나므로 국가위상이 최소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정도는 된다. 이리되면 경제력으로 세계 10위권에 들어 지역에서 어느 정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다. 거기가 북한 개발이라는 특별한 수요는 남북통합 경제의 시너지 효과를 가져와 경제성장의 정체 국면을 벗어나게 만들 것이다. 이 정도면 우리가 꿈꿔볼 만하지 않은가? 법륜 스님의 가슴 뛰게 하는 통일 이야기는 이어진다.

 

 

서초동 평화재단에서 진행된 대담의 마지막 주제는 "누가 언제 새로운 100년을 만들어낼 것인가"였다. 첫 단추를 바르게 끼우는 것이 중요하다. 그는 2012년 대통령 선거에서 새로운 100년을 제대로 설계하여 실천할 수 있는 정권이 들어서길 희망한다. 아울러 이 책이 정치인과 유권자 모두에게 읽혀지길 바란다. 해답은 우리 모두의 몫이다.  

 

"스님, 왜 통일을 해야 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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