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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물지 마라 그 아픈 상처에
허허당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6월
평점 :
품절
불이 나면 꺼질 일만 남고
상처가 나면 아물 일만 남는다
머물지 마라, 그 아픈 상처에
붓 하나로 마음에 상처를 입은 사람들을 치유하는 스님이 있다. 허허당 스님. 이 스님은 사찰도 없고 시주도 안 받는다. 자신이 그린 그림이 팔리면 화구 구입비만 빼고 남는 돈은 모두 타인들을 위해 나눠준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이름으로 된 재산이 하나도 없다. 그가 그림을 그리는 이유는 상처 입은 생명을 위로하기 위해서란다. 어디 한번 따라가 보자.
책을 펼치면 그리움에 사무친 소녀의 그림이 나타난다. 어디 이뿐이랴. 슬픔에 겨운 여인의 모습, 아프리카 소녀의 모습, 달 구경하는 아이의 모습, 꿈꾸는 소년 소녀의 모습, 하늘이 되고 싶은 아이의 모습, 봄을 품은 아이의 모습, 외계인이 되고 싶은 아이의 모습, 행복에 취한 아이의 모습, 토끼 소녀의 모습, 놀란 아이의 모습, 마왕이 되고 싶은 아이의 모습, 아이폰 소녀의 모습 등등이 보는 이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도록 만든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은 존재 그 자체로 이미 충분히 아름답고 놀랍고도 신비로운 예술이다. 그의 그림은 이 신비로운 생명의 예술에 반응하며 춤추고 노래한 것이다. 일체 생명의 자유와 아름다움 속에서 우리 모두의 존재가 더없이 아름다운 고귀한 것임을 그리고 우리의 삶이 위대한 예술임을 기억하자.
허허당虛虛堂. 그는 1974년 가야산 해인사로 출가하여 2년 뒤 해은 스님을 은사로 득도했다. 향곡 선사 문하에서 선禪수행을 쌓고, 1978년 토굴에서 도반과 함께 정진하던 중 문득 깨달은 바 있어 붓을 잡기 시작했다. 1983년부터 지리산 벽송사 방장선원에서 선수행과 함께 본격적인 선화禪畵작업에 들어갔다. 이후 꾸준히 국내에서 전시회를 가졌음은 물론 스위스 취리히와 하와이 등 해외에서 전시회도 가졌다. 그는 지금 경북 비학산 '휴유암'에서 정진 중이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대중의 아픔을 어루만진다. 팔로워들의 괴로움에 맞장구치고 공감한다. 약 2만명의 팔로워을 거느린 유명 트위터리안이기도 한 그는 비우면 진리가 찾아든다는 깨달음을 얻고서 30년전 법명인 향훈을 허허당으로 바꾸었다.
비록 짧은 글이지만 매 페이지에 함께 수록된 그림과 잘 조화를 이루며 독자들로 하여금 성찰의 시간을 갖도록 만들어준다. 스님의 글과 그림은 산중 생활에서 길어올린 명상과 사색에 특유의 섬세한 감정이 어우러져 세상 풍파에 지치고 상처 받은 영혼들의 피안처가 되어준다.
상처
그대 가슴에 묻어둔 상처 아무 데서나 끄집어내지 마라
그대 가슴이 아무리 아파도 지금 그대와 마주한 이의 가슴엔
차마 아픔조차 느낄 수 없는 텅 빈 가슴이 타고 있을지도
고통의 소멸
고통의 순간은 피한다고 피해지는 것이 아니라
고통 그 자체를 바르게 이해할 때 비로소 사라진다
지금 이 순간이 고통스러워 또 다른 곳으로 피해 가면
거기 그만한 고통이 또 기다리고 있다
허허당 스님이 1년 동안 칩거하며 완성한 '백만 동자百萬童子' 그림을 불교계에서는 법력의 극치를 보여주는 역작이라고 평가했다. 지금도 그는 떠오르는 단상을 시로 읊고, 그림을 그리면서 트위터를 통해 많은 이들을 위로하며 어루만져 주고 있다. 위로받고 싶다면 지금 이 책을 펼쳐보라.
인류가 앞으로 살아가야할 세상은 인간 중심 신의 중심의 세계를 떠나
생명 중심의 세계로 가야한다. 이걸 모르고 계속 가면 인류가 제일먼저 멸망할 것이다.
- 허허당 스님의 트위터에서(2012.07.18.0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