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100년 - 오연호가 묻고 법륜 스님이 답하다
법륜.오연호 지음 / 오마이북 / 2012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대통령에 출마하려는 안철수 교수의 정치적 멘토가 기존 정치인이 아닌 스님이어서 제일 먼저 놀랐다. 법륜 스님이 불교 TV의 방송 프로그램 <즉문즉설>의 주인공이라는 사실에 재차 놀랐다. 그가 이번에는 통일에 대한 이야기를 펼치고 있어서 또 다시 놀랐다.

 

법륜 스님은 출가 전 고교 1년생 때 스승으로부터 '앞으로 100년 앞을 내다보고 살아라'란 말씀을 듣고, 이 말을 실천하려고 불가에 귀의하고 어쩌면 이를 평생의 화두로 삼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는 '새로운 100년'을 깊이 고민하면서 실천을 해온 인물이다. 정토회평화재단을 만들어 기아에 허덕이는 북한 동포 돕기 운동을 20여 년간 해오고 있다.

 

전후 한국의 경제가 성장 제일주의를 표방했지만, 이젠 고속 성장의 한계에 직면하면서 한국이 OECD 국가 중 최하위의 행복지수라는 성적표를 받았다. 세계 최저의 출산율을 기록한다는 사실도 이미 우리가 다음 세대에게 이 땅은 살 만한 곳이 아니라고 시인하는 꼴이다. 

 

법륜 스님은 우리 모두 함께 '새로운 100년'을 만들자고 제안한다. 가장 중대하고도 핵심적인 일은 바로 분단이라는 바윗덩이라며 이를 들어내고 통일을 이룩하자는 것이다. 시대와 역사를 제대로 읽자면 시야를 넓혀야 한다. 남한만 보지 말고 한반도 전체를, 한반도에 머무르지 말고 미국과 중국, 나아가 세계를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역사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가르친다. 세계정세의 흐름을 파악하지 못하고 '우물안 개구리'처럼 굴다가 치욕을 당한 사건이 바로 임진왜란, 병자호란, 삼전도의 굴욕, 일제의 침탈, 한국동란, 남북분단 등이다. 그래서, '새로운 100년을 만들자'는 제안은 세계 속의 우리를 바라보는 안목을 키우자는 뜻이기도 하다.

 

통일한국이 탄생한다면 동북아 지역공동체를 주도할 수 있을까?

주한미군 문제와 북한 핵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할 것인가?

중국과 미국 사이의 세력교체기를 우리는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

중국도 미국도 동의할 수 밖에 없는 통일의 방법은 무엇인가?

통일의 적기는 언제일까?

 

오연호 <오마이뉴스>대표는 법륜 스님과 약 3개월간 새로운 100년을 만들기 위한 질문과 이에 대한 답을 하는 시간을 가졌다. 서초동 평화재단에서 일주일에 한 번꼴로 대담은 진행되었었는데, 그 대담을 쉽게 풀어 정리하여 출간한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이제 두 사람의 대담을 따라가보자.

 

 

 

 

오연호  제가 보기에 대한민국에서 가장 바쁜 분 중 하나가 법륜 스님이 아닌가 싶습니다. 평화재단과 정토회 일도 하셔야 하고, 연속 100회 강연도 하셔야 하고, 게다가 안철수 교수의 멘토까지 하시느라 몸이 열 개라도 모자라겠습니다. (웃음)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하시면서 바쁜 가운데 저와 대담을 나누게 되었네요.

 

법륜     네, 먼저 오연호 대표님과 대담을 하게 되어 기븝니다. 지나온 100년을 되돌아보고 새로운 100년을 설계하는 심정으로 통일이야기를 나눠보죠.

 

 

법륜 스님은 경상북도 울산 울주군 두서면 복안리에서 출생했다. 고등학교 1학년 말인 1969년 12월 절에 들어갔다. 경주 분황사 주지셨던 불심도문 스님을 스승으로 모시고 수행과 활동을 시작했다. 아인슈타인 같은 과학자가 되려는 꿈을 가졌던 그가 고교 1학년 때 경주불교 중고등학생회 부회장을 맡아 분황사에서 법회를 가지면서 불심도문 스님과 인연을 맺은 것이 계기가 되었다.

 

불심도문 스님은 당시 법륜이 최씨 임을 알고, 동학의 최제우 선생 이야기를 하며 최제우 선생은 100년 앞을 내다보고 동학을 만들었으니 1000년을 내다보고 살아야 한다고 가르쳤다. 또한, 이차돈의 순교정신, 원효대사의 통불교사상, 일제강점기의 창씨개명 거부 등 민족의식을 일깨워주었다. 아무튼 그의 출가는 반은 꾀임 때문이고 반은 자발적인 의지 때문이었다.

 

"잠을 못 자더라도 해야 할 일은 해야죠.

제일 시급한 일은 북한 주민들이 굶어 주는 것을 어떻게든 막는 거예요.

두 번째는 한반도에 다시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게 하는 것인데,

결국 근본적으로는 통일을 이뤄야 합니다.

우리 사회의 이런저런 모순과 갈등도 대부분 분단 때문에 생긴 문제예요."

 

3.1 독립선언 민족대표 33인 중 한 분인 백용성 스님의 3대째 제자인 그는 최씨 문중이 독립운동과 인연이 깊다는 설명이다. 용성 스님도 그렇지만 그의 스승인 불심도문 스님의 아버지도 독립운동가였다. 양가는 독립운동으로 막역한 사이였던 셈이다. 불심도문 스님의 증조할아버지가 용성 스님의 절대적 후원자였다고 한다.

 

그는 진정한 독립은 통일이 돼야 완성된다고 주장한다. 1998년부터 준비하여 2004년에 공식적으로 평화재단을 출범시켰다. 이 단체가 하려는 일이 바로 '통일의병' 모으기이다. 의병이란 옳은 마음으로 그 일을 위해 희생을 감수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그는 정토회와 평화재단의 신입회원을 모을 때 다음 두 가지를 당부한다.

 

첫째, 내가 뭔가 한자리 하겠다고 왔다면 집에 가라.

둘째, 대중이 하라는데 안 하겠다면 집에 가라.

 

평화재단을 세우기 전 그는 1998년부터 정토회만 이끌었다. '맑은 마음, 좋은 벗, 깨끗한 땅'이 바로 정토회가 추구하는 3대 가치이다. 마치 불교계의 의병처럼, 정토회는 일과 수행이 하나가 되는 삶을 추구한다. 사회의 변화와 개인 수행이 상호 연결되어 하나로 통일돼야 한다는 거다. 정토회는 사찰이 아니라 재단법인이다. 다만 정토회 내 정토법당은 조계종 포교원으로 등록되어 있다.

 

 

크게 100년을 내다보고 지구를 생각하면 제일 큰 이슈가 환경문제였다. 그는 잠시 감옥에 갇혔는데, 이 때 제러미 리프킨의 <엔트로피>를 읽었다. 현대는 소비주의 문명이라 대량생산으로 인해 자원이 고갈되면서 서로 자원 쟁탈전을 벌이게 되므로 세계가 분쟁에 휩싸이게 된다는 것이 이 책의 핵심이다. 또한, 대량소비는 쓰레기와 폐기물을 양산하므로 환경오염으로 인해 우리의 생명이 위협을 받게 된다. 그는 개발정책에 반대하거나 저항하는 운동 대신 나부터 변하자는 의식혁명을 주도했다. 나부터 실천을 중시했다. 불교환경교육원을 통해 환경교육과 이의 실천을 추진했다.

 

또한, 우리보다 못사는 나라의 사람들을 돕는 일도 시작해 인도의 불가촉천민을 위해 구호활동을 펼쳤다. 이것이 오늘날의 JTS 구호활동의 시초이다. 셋째로 통일운동을 시작했고, 마지막 과제로 행복을 찾는 일이었다. 왜 스웨덴이나 노르웨이의 자살률이 높은가에 의문을 가진 결과 자기 행복을 위해 깨달음을 얻는 수행이 필요했다. 정토회가 출발한 이유다. 이 과제 중 제일 어려운 것이 통일이었다.

 

통일이 좀 쉬워지려면 남북의 체제나 종교에 공통점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공통점이 없다. 그래서, 그가 고민한 결과는 통일의 원동력인 '역사의식'이다. 예를 들어 우리의 선조들이 독립운동을 할 때 분단은 상상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만약 독립운동가가 아사 직전인 북한 아이를 보았다면 결코 외면하지 않았을 거다. 그가 15년 넘게 북한 동포들을 인도적인 차원에서 지원하고 인권을 개선하는 일을 수행해오고 있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한편, 이 과정에서 그가 느낀 한계점이 있다. 북한의 안보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근원적인 해결이 어렵다는 사실이다. 이에 평화재단을 설립, 평화정책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결론적으로 항구적인 평화는 결국 통일에서 오는 것임을 확신했다.

 

미래와 관련하여 누구나 동의할 수 있는 기본 목표는 두 가지다. 우리의 미래가 안전해야 하고, 지금보다는 더 나아져야 한다는 것이다. 통일이 안되면 이러한 목표가 달성될 수 없다. 미래의 안전을 살펴본다면, 가장 큰 변화가 중국의 급부상이다. 이제는 미국과 중국의 양강체제로 경쟁하는 분위기이다. 중국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원에서 명으로, 명에서 청으로, 청에서 일본으로 교체되는 시기에 조선에 심각한 영향을 끼쳤음을 알 수 있다. 변화에 대비하지 못하면 굴욕을 당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과거의 전쟁은 한반도에서 벌어진 국지전 성격이었지만 향후 중국과 미국의 이해관계가 상충하여 전쟁이 발발하면 한반도의 희생은 더욱 커지게 될 것이다. 우리를 둘러싼 국제정세의 변화를 항상 주시해야 한다.

 

통일이 밥 먹여주는냐는 말이 있다. 앞으로 밥을 제대로 먹으려면 통일을 해야 한다. 지금까지 남한은 1만 달러까지 고속성장을 해왔다. 이후 겨우 2만 달러를 달성했지만, 성장이 정체되어 있는 현실이다. 이웃인 일본도 지금 장기정체 국면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 통일이 안되면 잘 먹고사는 문제에서 더 이상 돌파구가 없다.

 

통일을 하면 영토와 인구가 늘어나므로 국가위상이 최소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정도는 된다. 이리되면 경제력으로 세계 10위권에 들어 지역에서 어느 정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다. 거기가 북한 개발이라는 특별한 수요는 남북통합 경제의 시너지 효과를 가져와 경제성장의 정체 국면을 벗어나게 만들 것이다. 이 정도면 우리가 꿈꿔볼 만하지 않은가? 법륜 스님의 가슴 뛰게 하는 통일 이야기는 이어진다.

 

 

서초동 평화재단에서 진행된 대담의 마지막 주제는 "누가 언제 새로운 100년을 만들어낼 것인가"였다. 첫 단추를 바르게 끼우는 것이 중요하다. 그는 2012년 대통령 선거에서 새로운 100년을 제대로 설계하여 실천할 수 있는 정권이 들어서길 희망한다. 아울러 이 책이 정치인과 유권자 모두에게 읽혀지길 바란다. 해답은 우리 모두의 몫이다.  

 

"스님, 왜 통일을 해야 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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