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그만둬도 돈 걱정 없는 인생 - 준비한 만큼 즐기는 퇴직금 사용설명서
송승용 지음, YoOSARU(유사루) 카툰 / 21세기북스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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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에서나 회사에서 인정받는 사람이 있다. 중견기업의 부장이다. 젊어서부터 열심히 일해서 회사에 공도 많이 세웠다. 비록 일찍 들어가는 날은 별로 없었지만 꼬박꼬박 월급을 가져다줘서 자식도 잘 키우고 남부럽지 않을 정도는 산다. 큰 기복이 없는 삶이지만 그래도 평범하게 살아온 자신이 자랑스럽다. 그러던 어느 날, 회사에 구조조정이라는 칼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나름 안전하다고 생각했던 올 부장도 그 바람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아직 퇴직이라는 단어조차 생각해본 적이 없다. 회사가 생활 터전이고 삶의 목표였다. 이제 올 부장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 - '프롤로그' 중에서

 

 

준비한 만큼 즐길 수 있다

 

저자 송승용은 매일같이 방송, 신문칼럼, 강연장에서 고객이 금융회사로 인해 피해를 입지 않고, 오히려 덕 볼 수 있는 방법을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어서 금융회사들이 가장 싫어하는 인물이다. 그는 대학과 금융기관에서 공부한 경영학, 금융학, 외환거래 등의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금융소비자들이 현명한 투자자가 되는 지름길을 제시하고 있다. 2007년에 출간된 <금융회사가 당신에게 알려주지 않는 진실>이 좋은 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끊임없이 변하고 있다. 지금도 여전히 변화는 진행 중이다. 우리들의 인생이 오늘만 살고 말 것이 아니라면 내일을 준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과거의 역사를 보더라도 우리들에게 시사하는 점이 느껴진다. 자동차가 나오기 전에는 대표적인 운송수단이 마차였기에 많은 이들이 런던 시내는 말똥으로 뒤덮힐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구촌의 경제가 장기간 침체기를 겪고 있음에 따라 과거 고공행진을 거듭하던 원유의 가격이 최근의 회복세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겨우 배럴당 삼사십 달러 수준이다. 한때 국제 원유가는 '브레이크 없는 폭주 기관차'라 불리며 배럴당 이백 달러 수준을 위협하기도 했었는데, 지금은 참 격세지감이 있는 가격대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전 석유장관의 말을 떠올려본다.

 

"석기시대는 돌이 없어졌기 때문에 끝난 게 아니라 돌을 대체할 기술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석유시대도 석유가 고갈되기 전에 끝날 것이다" - 셰이크 야마니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이미 82세를 넘어섰다. 당연히 더 일찍 생을 마감하는 사람도 있고 이보다 더 오래 장수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중요한 포인트는 인간의 평균수명이 점점 길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2020년에는 한국인의 평균수명이 90세에 도달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그래서 올해부터 60세 정년 연장법이 시행되고 있을 정도다. 앞으로 우리 모두는 현역에서 은퇴한 후 적어도 40년 정도를 더 살아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는 바로 경제적인 문제로 직결된다. 이 책은 바로 이런 문제를 주안점에 두고 그 해결책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일반적으로 나이를 먹을수록 돈에 대한 걱정은 많아진다. 수입은 늘더라도 지출이 더 빠른 속도로 증가하기 때문이다. 집 사느라 받은 대출이자 갚고 자식 키우다보면 월급은 어디로 갔는지 통장잔고는 늘 비어 있다. 이쯤 되면 '이러다 직장에서 잘리면 정말 대책 없는데'라는 생각을 늘 달고 산다. 이런 걱정은 결국 현실이 된다. 우리 모두는 잘 나가는 직장인에서 그저 평범란 사람으로 돌아간다.

 

현직 대통령의 기세등등한 파워도 퇴임한 후에는 곧 없어진다. 물론 여전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지 몰라도 재임시에 가졌던 파워는 없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기억은 금새 잊혀지면서 점차 평범한 사람이 되고 만다. 따라서 우리 모두는 현역 때 조금이라도 일찍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무리한 다이어트로 체중을 급하게 감량한 사람들은 이후 요요현상에 시달린다고 말한다. 미래의 경제력에 대비하기 위해 가장 좋은 수단이 저축임에 틀림 없지만, 과도한 자금계획으로 저축을 시작하면 이 또한 요요현상이 찾아올 수 있으므로 과욕은 경계해야 한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란 말은 여기에도 적용된다.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이고,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말처럼 비록 작은 목표일지라도 실천하고 거둘 수 있는 꿈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연금이나 저축을 시작할 때 자신의 수입과 지출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무리하게 시작함으로써 마치 용두사미처럼 흐지부지하다가 중도 해약하는 경우가 흔하다. 물론 하지 않는 것에 비하면 그레도 낫다고 할 수 있겠지만 가능한 한 목표 기간을 짧게 해서 이를 자주 성취하는 경험을 하다 보면 마침내 좋은 습관으로 자리잡게 된다.

 

"저축하기에 늦은 때는 없다"

 

 

책은 스토리텔링과 카툰으로써 핵심을 콕 짚어준다

 

 

월급이 최고의 재테크이다

 

"나는 지금까지 앞만 보고 달려왔어"

 
중년을 넘어서서 한 번쯤 인생을 돌아볼 때 하는 말이다. 회사에만 매여서 가족이나 친구를 챙기지 못하고 건강을 살피지 못했을 때 후회하면서 하는 말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말에는 중요한 교훈이 숨겨져 있다. 앞만 봤기 때문에 지금의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즉 처음부터 너무 높은 곳을 바라보면 올라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퇴직 이후를 준비하는 자세도 이와 마찬가지다. 당장 시작할 수 있는 것을 찾아보자. 퇴직 후 성공한 인생의 삶을 누리고 있는 사람을 찾아보자. 그 사람의 뒷모습을 놓치지 않고 따라가는 것도 인생의 지혜다. 사실 완벽하게 준비한 다음 퇴직하는 사람은 없다. 오늘, 지금부터 하나씩 준비하다보면 결국 그 산을 오르게 된다.

 

과거 고성장기엔 예금 금리도 제법 높았다. 1990년대엔 1년 만기 예금 금리가 10%를 넘었다. 2금융권에선 연 15% 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연2% 정도이다. 스토리텔링의 주인공인 올 부장이 신입사원이던 90년대의 1억 원과 퇴직을 앞둔 지금의 1억 원에서 발생하는 이자는 한참 차이가 난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우리들의 불확실한 미래는 점점 길어지고 있다. 저금리가 오랫동안 지속된다면 목돈으로도 이자수입을 장담하기 어려워진다. 많은 돈을 은행에 예금하고 이자 수입만으로 미래를 버틴다는 게 실현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아서다. 이젠 저금리, 저성장을 감안하고 노후자금을 준비해야 한다. 연금을 겹겹이 쌓아올리는 게 현명하다.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 등의 가장 기본적인 연금 외에 월지급식 금융상품에 추가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연금은 험한 세상을 건너는 다리"

 

 

나이 들면 돈의 가치가 달라진다

 

초등학생 시절 10만 원은 큰 돈이다. 점점 나이가 들면서 씀씀이가 커질수록 이 10만 원이 점점 적게 느껴진다. 삼사십대의 10만 원은 초등학생 시절의 1만 원보다 적게 느껴진다. 이 당시에는 꾸준한 수입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퇴직한 후 오육십대에 접어들면 이 10만 원의 가치가 점점 커져간다. 이처럼 돈에 대한 평가가 상대적으로 변하는 것이다.

 

국민연금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노후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최저 생활비는 노인 부부 160만 원, 개인 99만 원으로 노후 생활비 월평균 187만 원이 필요하다고 한다. 가령 한 달 생활비로 현재가치 200만 원이 필요하다고 정해보자. 특별한 경제활동 없이 30년의 노후 생활을 보내려면 단순 계산만으로도 7억2,000만 원이라는 거금이 필요하고 물가상승률까지 고려하면 이 금액도 모자란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런 계산법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노후에 대한 불안 심리를 높여서 개인연금상품 시장을 확대하려는 논리가 어느 정도 깔려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10년 후 가장 후회하게 될 것들

 

연금으로 받을 총액이 월 150만 원 미만이다

스스로 음식도 못하고 집안 물건의 위치도 잘 모른다

아침에 눈 뜨면 오늘 해야 할 일이 떠오르지 않는다

언제든 부담 없이 함께 놀 친구가 별로 없다

자녀들과 친하지 않아서 마음대로 연락을 하지 못한다

먹는 약의 종류가 많아서 먹었는지 여부가 헷갈린다

사랑하고 좋아하는 사람들이 별로 떠오르지 않는다

주변에 밉고 원망스러운 사람이 꽤 있다

새로운 것을 배울 욕심도 없고 시작할 의욕도 없다

지금 행복한 걸 찾지 못하고 과거의 전성기만 그리워한다

젊은 세대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전혀 관심 없다

재미있게 할 취미활동이 없다

 

(주) 1. 개수가 많을수록 10년 후에 후회가 커질 것이다

      2. 2인가족 최저생계비는 153만 원

 

 

70세에 인턴으로 다시 시작하다

 

로버트 드 니로가 출연한 영화 <인턴>을 퍽 감명 깊게 보았다. 함께 영화관에 갔던 작은 딸이 나이 들어 인턴도 괜찮은 인생일 것 같다고 나에게 추천했다. 영화의 내용은 70세의 벤은 퇴직 후에도 직장인들이 많이 들리는 카페에서 하루를 시작하며 사회의 변화에 함께 동참한다. 그러던 중 구직광고를 보고 창업 1년 반만에 성공신화를 쓴 의류회사에 인턴으로 입사한다. 하지만, 회사의 여성 CEO 줄스는 처음에 그를 별로 달갑게 생각치  않는다.

 

이후 시간이 흐를수록 성실한 태도와 과거 부사장까지 지낸 경력에서 발휘되는 벤의 전문성에 감탄한다. 남편의 바람기 때문에 힘든 시기를 겪는 줄스는 벤에게 정신적으로 많이 의지하면서 그를 인생 선배로 존중하게 된다. 결국 70세의 벤은 젊은 여성 CEO를 보좌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으로 자리잡게 된다.

 

영화 <인턴>의 한 장면

 

그렇다고 70세에 인턴이 되어야 한다는 게 아니다. 인생 후반기에 사회와 소통하면서 자신의 일을 한다는 게 바로 행복의 열쇠임을 일깨운다. 따라서 우리들은 평소에 철저한 준비로 60세 이후의 인생 후반전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돈에 쪼들리면 노후 자체가 행복과는 거리가 먼 고통일 수도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만약에 돈이 넉넉하지 않다면 효율성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 즉 자신을 적재적소에 배분해야 한다. 막연하게 낙관적인 자세를 가질 게 아니라 구체적으로 낙관론자가 되어야 한다. '설마 굶어 죽겠어?'라고 막연한 낙관주의자가 되었다가는 기나 긴 노후의 터널을 빠져나오기 어려울 것이다.

 

 

월세로 월급만큼 받는다

 

노후에 월세 받아서 생활하겠다는 꿈을 꾸는 사람들이 많다. 이 또한 현실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월세 수입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진다. 지역별로 차이가 많이 난다. 월세 수입에 대한 로망이 최근의 저성장, 저금리 현상과 맞물려 일종의 트렌드처럼 투자 행위로 연결된다. 막상 이를 실행한 사람들은 공실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경우도 허다하다.

 

또 오피스텔이나 쇼핑몰 상가 분양 광고에는 함정이 도사리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3년간 연 10%의 임대수익을 보장한다는 조건에 당연히 유혹당하기 쉽다. 처음엔 보장을 해준다. 하지만 보장기간이 종료되고 나면 희한한 일이 발생한다. 임대료 차액을 지원해주지 않기 때문에 임대수익률이 급격하게 떨어진다. 연 2%대로 말이다. 이를 수용해주지 않으면 세입자는 장사가 안되므로 다른 곳으로 가겠다고 시위를 펼친다. 이리되면 결국 세입자에게 끌려다니게 된다. 이럴 바에야 연 3~4%의 이자가 보장되는 채권에 투자하는 편이 낫다.

 

수익형 부동산의 핵심은 임대 소득이다. 임대수익률은 최소 정기예금 금리의 두 배를 초과해야 투자 매력이 있다. 수익형 부동산은 재산세, 임대소득세, 중개수수료, 공실비용, 대출이자, 건강보험료 등을 고려한 실질 수익률을 따져봐야 한다. 제반 비용을 모두 공제하고 손에 쥘 수 있는 순수익을 은행 금리와 비교해야 한다.

 

"연애와 결혼은 다르다. 수익형 부동산은 결혼 상대를 찾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창업보다는 재취업

 

 

물론 무조건 창업을 말리는 게 아니다. 창업이 만만치 않음을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카페 창업을 하기 전에 직접 카페에서 일해보고, 또 식당 개업을 하기 전에 식당에서  종업원으로 일해본 다음에 최종적으로 결정해야 한다. 장사가 잘 되는 카페나 식당을 몇 군데 둘러 본 후에 창업에 나서면 대부분 실패하게 된다.

 

직접 종업원으로서의 경험을 통해 창업에 자신이 없다고 판단되면 적절한 일자리를 찾는 게 안전하다. 취업의 문은 청년이나 노년 모두에게 좁다. 역발상 사고를 가지면 도움이 된다. 100세 시대가 다가오는 것을 고려해 건강관리도우미, 환자도우미 등 노인을 위한 일자리에 관심을 갖고 준비한다면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나의 인생을 살자

 

남에게 심지어 가족에게조차도 의지하지 말고 자신의 삶을 살아가자. '내 나이가 어때서'라는 노래 가사처럼, 나이가 들어도 자신이 할 일을 찾고 활기차게 살면 자신의 행복은 물론이고 가족과 주변 모두 행복해진다. 자신이 건강하고 행복하지 않으면 모든 것이 어긋나게 된다. 비록 작은 발걸음일지라도 미래를 준비하는 한 걸음을 내딛자. 이 책은 그런 당신에게 훌륭한 가정교사이다. 모두에게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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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통찰 - 위대한 석학 21인이 말하는 우주의 기원과 미래, 그리고 남겨진 난제들 베스트 오브 엣지 시리즈 4
앨런 구스 외 지음, 존 브록만 엮음, 이명현 감수, 김성훈 옮김 / 와이즈베리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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엣지재단은 세상에서 가장 비싼 주소록을 지니고 과학의 대중화를 위해 이를 이용하는 지식의 전도사이자, 이 시대 최고의 인문과학 도서 편집인으로 평가받는 존 브록만이 1996년 창립한 지식 공유 모임이다. <베스트 오브 엣지> 시리즈는 존 브록만이 그동안 엣지의 지적 성과를 담은 글들 가운데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지식으로 손꼽히는 테마들을 편집해 마음, 문화, 생각, 우주, 생명의 다섯 분야로 집대성한 것이다. 이 책은 다섯 분야 중 '우주'에 관한 이 시대 가장 첨예한 이슈와 첨단 지식들을 다루고 있다.

 

 

지금은 우주론의 황금시대

 

저자 앨런 구스는 이론물리학자이자 우주론학자로,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 물리학과 빅토르 바이스코프(Victor F. Weisskopf) 교수가 발표한 백뱅이론의 문제점을 보완하며 초기 우주의 기하급수적인 팽창 과정을 설명해주는 우주론인 급팽창이론을 제창했다. 메사추세츠공과대학교에서 물리학 학사학위를 받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및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급팽창이론을 개척한 공로로 2012년 밀너재단이 수여하는 기초물리학상을 받았으며, 2014년에는 노르웨이왕립과학문학학회로부터 제2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카블리상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인플레이션 우주: 우주의 기원을 설명할 새로운 이론

 

 

 

 

 

 

 

 

 

 

 

 

 

 

 

 

 

최근의 관찰을 통해 우주의 팽창 속도가 오히려 빨라지고 있음이 발견됐다. 이것은 우주의 에너지가 대부분 물질도, 복사도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또 다른 형태의 에너지가 물질과 복사를 추월한 것이다. 마땅히 더 나은 용어가 없어서 우리는 이 새로운 에너지 형태를 암흑에너지라 칭했다. 암흑에너지는 우리에게 익숙한 물질이나 복사와 달리 스스로를 밀어내는 중력으로 작용한다. 이것이 바로 우주의 팽창이 느려지지 않고 오히려 빨라지는 이유다. 뉴턴의 중력이론에서 모든 질량은 서로 끌어당기는 중력으로 작용하지만, 아인슈타인의 중력이론에서는 스스로를 밀어내는 중력으로 작용하는 에너지 형태가 허용된다. 

 

 

급팽창 우주(앨런 구스)

 

급팽창이론은 우주를 팽창하게 만든 것이 무엇인지 설명할 뿐만 아니라 그와 동시에 사실상 모든 우주 물질들의 기원도 함께 설명한다. 내가 '사실상'이라는 수식어를 사용한 이유는 전형적인 급팽창이론에서는 처음에 시작할 때 1그램 정도에 해당하는 물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급팽창이론은 궁극적인 시작에 관한 이론이라기보다는 거의 무無의 상태에서 출발해서 우리가 지금 주변에서 보고 있는 거의 모든 것을 설명하는 진화이론이라고 할 수 있다.

 

 

풍선을 만드는 풍선을 만드는 풍선(안드레이 린데)

 

급팽창이론에서 가장 중요한 예측 중 하나는 양자요동이론이라는 점을 짚어두고 넘어가야겠다. 은하를 탄생시킨 것은 결국 이 양자요동이다. 이 점을 생각해보자. 만약 급팽창이 불균질성을 만들어내지 않았더라면 급팽창이 폭발적으로 일어나면서 우주는 거의 완전하게 균질해졌을 것이고, 이것으로 게임은 그냥 끝나고 말았을 것이다. 은하도 나타나지 않았을 것이고, 결국 생명도 나타나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는 완전히 균일한 우주에서는 살 수 없다. 이런 우주는 말 그대로 텅 비어 있기 때문이다.

 

 

순환우주(닐 투록)

 

순환우주론의 밑바탕에 깔려 있는 개념은 우리가 경험하는 세상, 즉 3차원의 공간이 사실은 하나의 막이라 상상할 수 있는 넓게 펼쳐진 존재(extended object)라는 것이다. 이 그림에 따르면 우리는 이런 막 중 하나의 위에 살고 있고, 이 막은 혼자 있지 않고 또 다른 짝을 갖고 있다. 그리고 이 짝은 아주 작은 간극을 두고 떨어져 있다. 막 안에는 3차원의 공간이 들어 있고, 두 막을 4차원이 떨어뜨려놓고 있다.

 

 

매트릭스 안에서(마틴 리스)

 

생명과 복잡성은 정보처리 능력을 의미한다.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복잡한 존재는 유기체의 생명이 아니라 일종의 하이퍼컴퓨터일지도 모른다. 이 슈퍼컴퓨터, 혹은 하이퍼컴퓨터는 실체의 간단한 부분만이 아니라 전체 우주의 커다란 부분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리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이런 의문이 뒤따른다. 만약 이런 시뮬레이션이 우주 그 자체보다 훨씬 많은 숫자로 존재한다면, 우리가 그중 어느 하나에 들어가 있을 가능성은 없을까? 우리는 자신을 견고한 물리적 실체의 일부라고 생각하는데, 그게 착각이 아닐까? 혹시 우리가 어떤 신, 이를테면 그 시뮬레이션을 가동하고 있는 존재의 마음속에 들어 있는 개념에 불과한 것은 아닐까? 한 우주 속에 그런 시뮬레이션을 가동하는 수많은 컴퓨터가 들어 있는 경우처럼, 만약 시뮬레이션의 숫자가 우주의 숫자보다 많다면 이런 의미에서 우리는 '인공생명'일 가능성도 있다.

 

 

자연에 대한 생각(리 스몰린)

 

우리가 바라보는 별들은 과거의 모습이다. 우리는 미래로부터 오는 빛은 결코 볼 수 없다. 우리는 미래에 존재하는 항성으로부터 날아오는 별빛을 볼 수 없다. 우리는 미래에 일어나는 초신성 폭발이 시간을 거슬러 우리에게 보내는 복사를 결코 볼 수 없다. 그런데 빛의 전파를 지배하는 법칙인 맥스웰 방정식은 시간에 대해 가역적이다. 따라서 미래에 발생하는 사건으로부터 전파되는 빛을 포함하는 해解solution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과거의 우리가 관찰할 수 있도록 정보와 에너지를 과거로 전파하는 해解도 존재한다. 이런 해解가 우리가 사용하는 해解의 종류만큼이나 많이 존재한다. 따라서 이 법칙은 시간에 대칭적이다. 하지만 이것을 자연에 적용하면 이런 해解가 대부분 버려진다. 미래에서 과거로 전파되는 무언가가 존재하는 기미가 보이면 그런 해解를 모두 버리기 때문이다.

 

 

과학에서 중요한 것은 확실성이 아니다(카를로 로벨리)

 

하이젠베르크는 철학에 심취하지 않았다면 결코 양자역학을 연구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인슈타인이 모든 철학자들의 글을 읽고 머릿속을 철학으로 가득 채우지 않았다면 절대로 상대성이론을 만들어내지 못했을 것이다. 갈릴레오가 플라톤의 사상에 심취하지 않았더라면 자신의 업적을 결코 이루지 못했을 것이다. 뉴턴은 자신을 철학자라 생각했고, 데카르트와 이것을 논의하는 것을 출발점으로 삼았으며, 강력한 철학적 개념들을 갖고 있었다.

 

심지어 과거 과학에서 이루어진 중요한 발전들은 과학에서 제기되는 방법론적인 질문, 근본적인 질문, 형이상학적 질문에 대해 정확히 인식하고 있는 맥스웰, 볼츠만 등의 과학자들에 의해 이루어졌다. 양자역학을 연구할 때 하이젠베르크는 완전히 철학적 마음가짐을 갖고 있었다. 그는 고전역학에 무언가 철학적으로 틀린 부분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경험주의에 대한 강조가 부족했다는 것이다. 그가 환상적으로 새로운 물리이론인 양자역학을 구성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런 철학적 해석 덕분이었다.  

 

철학자들과 과학자들 사이에서 이런 엄격한 대화가 단절된 것은 아주 최근인 20세기 후반부에 일어난 일이다. 20세기 전반부에는 이런 대화가 가능했다. 그 이유는 사람들이 똑똑했기 때문이다. 아인슈타인, 하이젠베르크, 디랙과 그 동료들은 상대성이론과 양자론을 만들어내고, 모든 개념의 틀을 잡았다. 어찌 보면 20세기 후반의 물리학은 아인슈타인과 하이젠베르크 등 1930년대 사람들이 내놓은 위대한 개념을 응용한 물리학이라고 할 수 있다.

 

 

양자 원숭이(세스 로이드)

 

생명이야말로 모든 정보처리 혁명의 어머니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대체 어떤 혁명이 일어났기에 생명이 존재할 수 있었던 것일까? 모든 정보처리 혁명은 그 기원을 우주의 고유한 계산적 속성에 두고 있다고 주장한다. 최초의 정보처리 혁명은 빅뱅이었다. 정보처리 혁명이 존재할 수 있었던 것은 어떤 수준에서 보면 우주가 정보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주는 비트bit로 이루어져 있다. 우주가 컴퓨터 계산을 하는 것이다.

 

우주가 실제로 정보를 처리하고 있다는 개념은 다소 급진적으로 들린다. 하지만 사실 이것은 아주 오래전에 발견된 내용으로, 1860~1900년 통계역학을 개발한 물리학자들인 맥스웰, 볼츠만, 기브스로 그 기원이 거슬러 올라간다. 이들은 사실 우주가 근본적으로 정보와 관련되어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들은 이 정보를 '엔트로피entropy'라 불렀다.

 

20세기 기술이라는 렌즈를 통해 이들의 과학적 발견을 들여다보면 이들이 발견한 엔트로피란 '원자에 기록된 정보의 비트 수'를 말한다. 우주가 정보를 처리하고 있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논란의 여지가 없는 사실이다. 정보를 기록하고 처리하는 이같은 우주 고유의 능력이야말로 이후에 나타난 모든 정보처리 혁명의 모체母體라는 것이다.

 

 

눈에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다

 

부처님의 말씀에 따르면 우리의 세계는 삼천대천세계三千大千世界라고 일러준다. 이는 눈에 보이지 않는 다른 세상이 있음을 의미한다. 맞다. 우주는 이처럼 광활하다. 우주 또한 우리들의 세계이다. 그럼에도 우리 인간의 미약한 능력이 여전히 우주의 실체를 모두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워낙 호기심이 많은 동물이기에 우리 인간은 그 의문을 풀려고 계속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언젠가 우주의 비밀이 모두 밝혀진다면 우리 인간은 과연 어떤 실체일까? 우주만 생각하면 왜 이렇게 작아만지는지, 이는 나만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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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너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 손정의의 '자기가 원하는 인생' 특강
소프트뱅크 신규채용 라이브 편찬위원회 엮음, 정은영 옮김 / 마리북스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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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뱅크 그룹은 매년 신규채용을 위해 유스트림 생중계로 '소프트뱅크 신규채용 라이브'를 실시한다. 이 강연에서 손정의 회장은 젊은이들이 꼭 새겨두었으면 하는 메시지를 전한다. 어떤 인생을 살아야 하는지, 내 인생을 걸고 무엇을 이루어낼 것인지 화두를 던진다.

 

 

손정의 회장의 강력한 메세지를 듣는다

 

이 책은 손정의 회장이 강의한 내용 중 핵심내용을 뽑아 한 권으로 엮은 것이다. 손정의 회장이 생각하는 '최고의 인생''일하는 방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평생을 양복을 입은 전사로 치열하게 살아온 그의 삶과 일생은 자신이 한 말들을 실

 

 

디지털 정보혁명에 발맞추어 급성장 가도를 달리는 소프트뱅크 그룹은 매년 신규채용을 위해 유스트림에서 생중계로 '소프트뱅크 신규채용 라이브'를 실시한다. 여기에서 손정의는 차세대를 이끌고 갈 젊은이들이 꼭 새겨두었으면 하는 일하는 법, 인간관계, 성장, 인생설계, 대국관 등의 이야기를 펼친다.

 

책은 그 내용을 정리한 것이고, 그 편찬 작업을 위해 결성된 팀이 소프트뱅크 신규채용 라이브 편찬위원회다. 이 책에 담긴 손정의 회장의 말들은 본인 스스로 실제 삶에서 실천하며 얻은 깨달음들이다. 이는 모든 젊은이들로 하여금 스 

 

 

 

 

오를 산을 정하라

 

손정의는 열다섯 살 때 <료마가 간다>라는 책을 읽고 자신의 인생관이 송두리때 달라졌다고 말한다. 이 책 때문에 그는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미국행 유학을 결정했던 것이다. 사카모토 료마는 도쿠가와 막부 체제를 끝내고 왕 중심의 중앙집권제 근대 국가로 재탄생하는 데 크게 기여한 인물인데, 바로 시바 료타로의 <료마가 간다>에 소개되어 있었던 것이다.

 

손정의가 감동한 것은 돈, 지위, 명예 때문이 아니라 스스로의 목숨까지 내던진 료마의 고귀한 뜻에 있었다. 어릴 적부터 손정의가 가졌던 국적이나 열등감 등이 실로 아무 것도 아님을 깨달았던 것이다. 그리고 그는 '미국으로 가서 세계를 꼭 보리라'고 결심했으며, 열여섯 살에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일을 하고 싶다는 포부를 갖게 되었다.

 

"자신의 인생을 걸고 추구할 테마를 찾아라"

 

손정의는 소프트뱅크가 지금까지 올라온 산을 이렇게 되돌아본다. 1부 능선을 'PC 시대의 승부기', 2부 능선을 '인터넷 시대의 승부기', 3부 능선을 '브로드밴드 혁명에 도전하던 시기', 4부 능선을 '모바일 인터넷 1등에 도전하던 시기', 그리고 5부 능선을 '아시아 인터넷 1등'으로 규정했다.

 

그러나 산이라는 것은 올라가보면 등산로마다 새롭게 보이는 풍경이 있다. 5부 능선이라고 생각하는 곳까지 올라와보니 앞으로 올라야 할 산은 더욱 높고, 지금 있는 곳은 아직 등산로 입구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했다. 진정한 등산은 지금부터 시작인 것이다.

 

손정의는 열다섯 살 여름방학 한 달 동안 영어연수를 목적으로 미국을 여행했는데, 그때의 체험은 바로 신천지를 목격한 것이었다. 료마는 '세계로 나가고 싶다, 믹구을 보고 싶다, 유럽을 보고 싶다'는 뜻을 정하고 해운건설에 종사하며 그런 기회를 노렸지만 결국 가지는 못했다.

 

기회란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것이다. 그러나 기회를 살리는 사람은 적다. 손정의는 고등학교 1학년 때 주위 사람들의 만류를 뿌리치며 학교를 그만두고, 미국으로 유학을 가는 승부수를 띄웠다. 그 분기점이 된 것은 도망갈 길을 끊으면서까지 기회에 도전할 용기가 있는가 없는가였다.

 

손정의의 '인생 50년 계획'

 

20대~ 이름을 알린다

30대~ 사업자금을 모은다(1천억~2천억 엔 규모)

40대~ 한판 승부를 한다(1조~2조 엔 규모)

50대~ 비즈니스 모델을 완성한다

60대~ 다음 경영진에게 자리를 물려준다

 

손정의는 열아홉 살 때 이 계획을 세운 이후, 한 번도 바꾸지 않았다. 인생의 길을 대략 결정하면 다음에는 그 이념에 따라서 행동하기만 하면 된다. 이것이 뜻을 가지고 일을 이루기 위한 보다 구체적인 지침이 된다. 10년마다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확인하고 행동함으로써 인생의 목표달성률이 크게 달라진다. 앞으로 10년 간 해야 할 일이 뭔지를 생각해야 한다.

 

 

확신이 있다면 흔들리지 마라

 

자신의 손익만 계산하면 한걸음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된다. 소프트뱅크의 자회사가 수익을 내고, 경쟁 회사도 도움을 받고, 전 국민은 기뻐할 것이다. 설령 후세에 이름이 남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많은 사람들을 기쁘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명예도, 지위도, 돈도 필요 없다'고 진심으로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누구도 맞서 겨룰 수 없다. '야후 BB' 프로젝트는 그런 굳은 결심으로 실행되었다. 돈을 벌기 위해, 명예욕 때문에 시작한 것이 아니다.

 

 

목표를 정했으면 다른 것은 신경쓰지 마라

 

'이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정했으면 그것을 위한 수단에까지 구애받을 필요는 없다. 성장 단계에서는 지금까지의 방식이 통용되지 않을 수도 있고, 불과 몇 년 사이에 시대에 맞지 않게 될 가능성도 있다. 그럴 때에도 항상 최선의 방법을 바로 그 자리에서 선택할 수 있다면 목표 달성은 가까이 다가올 것이다. 

 

 

지혜는 짜면 짤수록 나온다

 

참 신기하게도 더 이상 나올 게 없다고 생각하는데도, 지혜라는 것은 짜면 짤수록 나왔다. 하루 아침에 무언가를 얻으려 하지 말고 꾸준히 하다보면 자신만의 무언가를 찾을 수 있다. 그것을 최소 1년간 지속하기만 해도 큰 자신감을 안겨줄 것이다. 무엇보다 끝까지 해내는 일, 그것이 성공으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것을 꼭 이야기하고 싶다. 

 

"하루 5분씩 1년간만 에너지를 쏟아부어 보라"

 

 

열정이 사람을 부른다

 

무슨 일이든 처음에는 힘들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를 견뎌낼 수 있는 힘이 열정이다. 내 마음속에 열정이 있으면 상대에게도 반드시 전해진다. 이것이 바로 꿈이 가지고 있는 무서운 힘이다. 설령 꿈을 이루지 못해도 낙담할 필요는 없다. 그 꿈을 계속 추구하고 있는 동안은 꿈의 달성에 한 발짝 한 발짝 다가가고 있는 것이다. 

 

 

겸손한 태도로 상대방에게 배워라

 

정상에 선 사람뿐만 아니라 모든 비즈니스맨에게는 항상 겸손이 요구된다. 상대방을 존중하고 그의 장점이나 생각을 흡수하려고 노력함으로써 자기 자신의 성장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무조건 상대방과 한데 어울려 '친한 사이'가 되어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항상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주장하고, 잘못된 것에 대해서는 자신의 방법을 관철시키는 강인함도 필요하다. '겸손함'과 '자신을 굽히지 않는 강인함'을 양립시켜라.

 

 

 

 

 

시대를 쫓아가서는 안 된다

시대를 쫓아가서는 안 된다. 다음 시대에 무엇이 올지 먼저 읽고 준비하며, 시대가 쫓아오기를 기다리는 것이 필요하다. 소프트 뱅크의 이동통신 사업은 휴대전화 회사를 운영하고 싶다는 목적이 아니라 모바일 인터넷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었다. 전 세계 사람들이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서로 나눈다. 이것이야말로 '정보혁명'의 중심이라고 생각한다.

 

 

 

"잘 안 될 때야말로 액셀을 밟아라"

 

어떤 일에도 어려움은 따른다. 용기는 처음부터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를 간절히 지키고 싶다는 책임감에서 나온다. 용기를 가지고 행동하다보면 비로소 길이 열리기도 한다. 높은 뜻, 그것을 절대로 포기해선 안 된다. 그 길이 아무리 험난하고 초근목피草根木皮로 연명하며 흙탕물을 마실지라도.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라

 

한 가지 일에 결사적으로 매달릴 수 있는 인생은 행복한 인생이다. 그렇다고 자기만족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 하지만 나 스스로 감동할 수 있는 일이 아니면 다른 사람을 감동시킬 수 없다. 그런 마음을 조금씩 공유하고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행복을 줄 수 있다면, 인류가 더욱 평화로워지고 더욱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질 수 있다. 인생의 목표는 행복이다.

 

 

 

 

 

 

책에서 답을 찾다

 

 

스펙이나 학벌, 그리고 부모의 재력이 별로라면서 '헬조선'을 외치기엔 우리 젊은이들은 여전히 앞날이 장창하다. 자신의 마음을 위로해주는 누군가를 만나는 것도 좋지만, 때로는 자신을 강력하게 이끌어주는 누군가도 필요하다. 이에 손정의를 자신이 존경하는 선배라고 생각하자. 그리고 '내 인생을 걸고 무엇을 이루어낼 것인가?'라는 화두를 붙잡자. 이삼십대 청춘들에게 이 책의 일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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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예쁜 손글씨 - 모던 감성 캘리그라피 라이팅북
김경주 글, 캘리그라피 김진경 / 소라주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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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여기 있는 문장들은 그동안 출간한 시집과 산문집, 희곡집 등에서 부분을 골라낸 것이다. 안구건조증이 심해서 희미하게 보이는 부분을 사랑하기 시작한 지 꽤 되었다. 이 문장들은 조금씩 희미해지는 문장들, 다가가면 사라지는 문장들, 늘 내가 서성거렸던 문장들이다. 이젠 나보다 독자들과 더불어 살면 더 좋을 것이다. 아름다운 캘리그래피 작업을 해주신 김진경 작가님께 감사를 드린다. 문장가로 살고 있다.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 '들어가는 말' 중에서

 

 

문장과 글씨는 바늘과 실 같은 존재

 

이 책은 김경주 시인의 차고 쓸쓸한 마음을 노래하고 그런 마음들을 쓰다듬는 문장들을 왼쪽은 캘리그라피 작품, 오른쪽은 작품의 글씨만을 투명도 처리하여 따라 쓸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문장의 감성에 대한 필사와 글씨의 감성에 대한 훈련을 동시에 이루기 위해서이다. 왼쪽의 캘리그라피 작품을 통해, 글씨의 배열과 배치, 조화 등에 대한 감각, 감성 등을 익히는 데 탁월할 것이다.

 

 

김경주는 시인, 극작가.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시가,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희곡이 당선되었다. 시집으로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 <기담>, <시차의 눈을 달랜다>, <고래와 수증기> 등이 있고, 산문집으로 <패스포트>, <밀어>, <펄프극장>, <자고 있어, 곁이니까> 등이 있다.
희곡집으로는 <내가 가장 아름다울 때 내 곁엔 사랑하는 이가 없었다>, <블랙박스>, <늑대는 눈알부터 자란다> 등이 있고, 어른들을 위한 모노동화 <나무 위의 고래>가 있다. 

 

 

 

 

 

 

 

좋은 캘리그라피는 좋은 문장에서 시작된다

 

좋은 캘리그라피는 좋은 문장에서 시작된다. 하나의 단어나 생활언어로는 글씨 쓰는 연습을 할 수는 있겠지만, 감성 캘리그라피에 다다르기는 어렵다. 캘리그라피에 유독 '감성'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다니는 이유는, 캘리그라피는 획일화된 글씨가 아니라 '나만의', '당신만의' 손글씨이기 때문이다. 결국 글의 문맥과 느낌을 받아들이고 나만의 감각과 감성으로 써내려가는 것이 캘리그라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캘리그라피를 하고 싶거든 좋은 문장을 만나는 것이 먼저여야 한다.

 


이 책은 문장의 진동을 이어 받아 마음의 울림으로 쓴 캘리그라피 작품집이기도 하다. '좋은 안목에서부터 좋은 캘리그라피가 탄생한다'는 기본에 충실한 책이다. 캘리그라피를 배우려는 독자들이 제일 먼저 손에 들어야 할 책이며, 제일 처음으로 따라 써봐야 할 책인 것이다.

 

문장마다 길이뿐만 아라 그 성격도 다르고 필기구에 따라 글씨의 질감, 두께, 크기 또한 다 다르기 때문에, 오른쪽은 선택된 문장과 선택된 필기구에 맞는 크기를 따랐다. 그래서 어떤 작품은 한 번, 어떤 작품은 네 번까지도 따라 쓸 수 있다. 오른쪽에 투명도 처리된 글씨를 쓰고도 여유가 된다면 스스로 글씨를 써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두었다.

 

 

 

예쁜 손글씨를 쓸 수 있는 다양한 필기구들이 소개되고 있다. 식사 후에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이쑤시개, 편의점에서 라면 먹을 때 이용하는 나무젓가락 등도 포함되어 있다. 하기사 '명필이 붓을 탓하랴'라는 말처럼, 뭐든 필기구로 이용하지 못 할까 싶다. 붓펜, 색연필, 만년필, 펜촉, 플러스펜, 캘리그라피펜 등 이를 이용해 다양한 글씨들이 선보인다. 책의 특징은 어떤 필기구를 활용했는지 우측 상단부에 표시되어 있다. 아래는 쿠레타케 붓펜(라바그립)응 이용한 손글씨 샘플이다.

 

 

 

 

 

읽지 말고 보라

 

이 책은 글씨에 대한 가이드북이다. 좋은 문장을 읽는 것도 좋지만, 이보다는 좋은 글씨체를 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 책 속의 125개의 작품들을 보면서 자기 자신이 따라하고 싶은 맘에 드는 글씨체가 있다면 바로 연습에 돌입해보자. 첫 시작은 미약하지 모르겠지만 꾸준한 노력은 놀랄 만한 결과를 우리들에게 안겨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이 책의 존재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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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김수환 추기경 2 - 인간을 향하여 아, 김수환 추기경 2
이충렬 지음, 조광 감수 / 김영사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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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기경님의 선종 7주기인 올해, 전기작가이자 김수환 추기경님의 동성중고등학교 후배인 이충렬 실베스텔 씨가 김수환 추기경님의 87년의 삶을 복원한 전기를 지난 3년 동안 준비한 노력의 흔적이 역력합니다. 저조차 생각하지 못한 사진자료 또한 풍부해서 놀랐습니다. 마지막까지 자신의 두 눈을 이웃에게 내어주는 나눔을 몸소 실천하며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고,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바로 참 행복의 길임을 알려주셨습니다. - 추기경 염수정 안드레아

 

 

미움이 있는 곳에 용서를, 분열이 있는 곳에 일치를

 

1980년 1월 1일 아침, 새벽잠에서 깨어난 김수환 추기경은 제의를 입고 3층 소성당으로 가서 무릎을 꿇었다. 지난 10년 동안 희망으로만 품고 있던 민주화와 정치 발전이 질서 속에서 평온하게 이루어지고, 가난한 사람들도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사회, 병으로 고통 중에 있는 이들이 위로받을 수 있는 세상이 되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집무실로 온 김수환 추기경은 시계를 봤다. 보안사령관 전두환 소장과 몇 몇 군인 신자들이 새해인사를 오겠다는 시간이 가까워왔다. 전 소장은 2년 전에 만난 적이 있었다. 1978년 강원도 1사단 사단장으로 부인해 사단의 성당 준공을 적극적으로 지원했던 그는 '베드로'라는 세례명을 가진 가톨릭 신자였다. 또 강원도를 관할하건 지학순 주교, 1사단 군종신부인 정인준 신부 등과 가까이 지내고 있었다.

 

잠시 후, 전 소장 일행이 집무실로 들어왔다. 모두 위풍당당했지만 추기경 앞에선 겸손했다. 새해 덕담이 오고간 후 12.12 사태 이야기로 넘어가며 전 소장은 "추기경님, 그때 정승화 총장이 10.26 박정의 시해 사건과 관련된 혐의가 나타났기 때문에 연행 조사가 불가피했습니다"라면서 당시 상황을 길게 설명했다.

 

한참 이야기를 듣던 김수환 추기경은 "전 소장 말을 들으니까 어떤 점은 좀 이해되는데, 근본적으로 우리나라 전체를 위한 정권이 서부활극 모양으로 돼서는 안 됩니다. 어느 쪽이 총을 먼저 빼들었느냐에 따라 군의 전권이 왔다갔다 한다는 것은 슬픈 일입니다. 전 소장 쪽이 총을 뽑았기 때문에 군대의 실권을 잡은 것 아니오"라고 말했고, 전두환의 표정이 굳어졌다.

 

"지금 우리 국민은 정말 군이 나라를 위해 국방에 전년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나라가 지금처럼 힘의 공백 상태에 있을 때 군인들이 다른 마음을 갖는 일이 생겨서는 절대 안 됩니다. 모두 중요한 위치에 계신 분들이니, 새로운 정부가 성공적으로 출범할 수 있도록 협조해주시면 좋겠습니다" - 김수환

 

 

 

6.10 민주항쟁

 

1987년 6월 10일 오전 10시, 민정당은 잠실체육관에서 '제4차 전당대회 및 대통령후보 지명대회'를 개최했다. 같은 시간, 무교동 민추협 사무실에서는 옥외방송을 통해 오후 6시 국민대회 참여를 호소했다. 점심때가 되자 무교동 식당으로 가던 지장인들도 민추협 회원과 민주당원들과 어울려 "호헌철폐, 독재타도"를 외쳤다. 이에 시민들도 동조했다. 시위대는 순식간에 2천여 명으로 불어났다. 경찰은 오후2시부터 최루탄을 발사하며 해산직전을 펼쳤다.

 

이날 명동성당에서는 오후 6시 30분에 '민주화를 위한 특별미사'가 진행되었다. 이 미사에는 고 박종철의 어머니가 참석해 400여 명의 신자들과 함께 미사를 드렸다. 2천여 명의 시위대는 민정당 대통령후보 지명 축하 리셉션이 열리는 남산 힐튼호텔로 향했고, 호텔 부근에서 경찰과 치열한 공방전을 벌였다.

 

이날 서울에서 시위는 밤 11시경까지 도심 60여 곳에서 계속됐다. 퇴계로와 신세계백화점 앞의 시위대 중 1천여 명이 경찰에 쫓기며 9시경부터 명동성당으로 들어왔다. 학생과 시민들이 섞인 시위대는 문화관에서 철야농성을 했다. 이후 김수환 추기경은 경찰로부터 학생들의 안전귀가를 보장받고 시위대를 설득해 자진해산시켰다.

 

 

 

"경찰이 성당에 들어오면 가장 먼저 나를 만나게 될 것입니다. 그다음 신부들을 보게 될 것입니다. 또 그 신부들 뒤에는 수녀들이 있습니다. 학생들을 체포하려거든 나를 밟고, 그다음 신부와 수녀들을 밟고 지나가십시오" - 김수환 추기경

 

 

 

나도 출마합니다. 지역구는 천국입니다

 

2002년 1월 14일, 김수환 추기경은 동아일보 이광표 기자와 인터뷰를 했다. 지난 연말부터 몇 번이나 혜화동 주교관 비서수녀를 통해 간곡한 청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기자는 간단하게 근황을 묻고는 "추기경님의 숙소를 구경하고 싶다"고 했다. 이제까지 언론에 공개된 적이 없었던 것이다. 그는 숨길 것도 없어 침실까지 보여줬다.

 

다시 집무실로 내려온 후 그는 이 기자에게 "부탁을 들어줬으니 나도 부탁할 게 있다"면서, 자신의 얼굴 사진이 담긴 열쇠고리를 건넸다. "저도 올해 출마합니다. 기호는 1번입니다" 기자가 깜짝 놀라며 그의 얼굴을 쳐다봤다. "지역구는……", '지역구'라는 말에 기자의 얼굴이 달아올랐다. 그때 그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천국입니다" 그 특유의 유머였다. 그러나 기자는 올해 80세 노老 추기경이 떠날 준비를 하고 있음을 암시하는 말에 웃을 수가 없었다.

 

 

열린우리당을 향한 쓴소리

 

2004년 4월 28일, 김수환 추기경은 동국대 불교경영자 최고위 과정 초청 특강을 했다. 그는 '21세기 지도상'이란 주제를 놓고 새로운 정치의 지도자들은 독선과 배척이 아니라 사랑과 진리에 기반을 두고 국민들에게 봉사해야 하며, 자기와 생각이 다를지라도 그들의 소리에 귈를 기울일 줄 아는 것이야말로 새 시대의 지도자들이 갖춰야 할 덕목이라고 말했다.

 

특강이 끝난 후 한 수상생이 질문을 했다. 인터넷 언론 오마이뉴스가 칼럼에서 김 추기경을 비판한데 이어 후배되는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의 함세웅 신부도 김 추기경을 시대에 뒤쳐진 분이라고 비판했음을 거론하면서 이에 대한 김 추기경의 심정과 입장을 정리해 달라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김 추기경은 이렇게 답변했다. 이 말은 오랫동안 언론과 사람들 입에 회자되었다.

 

"그런 비판을 한 분들께 감사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분들의 지적은 저에게도 큰 교훈을 줍니다. 지금까지 너무 칭찬 말씀만 듣고 살아서 '나를 우상으로 만들려는가' 하고 은근히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죽어서 하느님 앞에 갔을 때 '너는 그동안 칭찬을 다 들었기 때문에 나에게 칭찬 들을 말은 없다'라는 말을 듣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했습니다. 비판과 욕을 먹는 것이 제 삶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오늘 강연에서 남의 말을 들을 줄 알아야 된다고 한 것은 저에게도 해당되는 말입니다"

 

 

 

 

"고맙습니다, 서로 사랑하세요"

 

2009년 2월 16일, 김수환 추기경은 전날부터 시작된 폐렴 증세로 병세가 급격히 악화되었다. 문병 온 정진석 추기경과 염수정 주교, 조규만 주교 등 서울대교구 주교단과 명동성당 주임 박신언 몬시뇰에게 "나는 너무 사랑을 많이 받았습니다. 정말로 고맙습니다. 여러분들도 사랑하세요"라며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명동성당 종탑에서는 뎅그렁뎅그렁 열 번의 조종이 울렸다. 그가 늘 바라보던 십자가 아래에서는 추기경 휘장과 검은 리본이 바람을 따라 펄럭였다. 그의 나이 87세였다. 다음 날, 두 명의 시각장애인이 각막이식수술을 받고 눈에서 붕대를 풀었다. 조심스럽게 눈을 뜨자 빛이 보였다. 그가 세상에 남기고 간 사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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