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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예쁜 손글씨 - 모던 감성 캘리그라피 라이팅북
김경주 글, 캘리그라피 김진경 / 소라주 / 2016년 2월
평점 :
품절
여기 있는 문장들은 그동안 출간한
시집과 산문집, 희곡집 등에서 부분을 골라낸 것이다. 안구건조증이 심해서 희미하게 보이는 부분을 사랑하기 시작한 지 꽤 되었다. 이 문장들은
조금씩 희미해지는 문장들, 다가가면 사라지는 문장들, 늘 내가 서성거렸던 문장들이다. 이젠 나보다 독자들과 더불어 살면 더 좋을 것이다.
아름다운 캘리그래피 작업을 해주신 김진경 작가님께 감사를 드린다. 문장가로 살고 있다.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 '들어가는 말'
중에서
문장과 글씨는 바늘과 실 같은
존재
이 책은 김경주 시인의 차고 쓸쓸한 마음을 노래하고 그런 마음들을 쓰다듬는 문장들을
왼쪽은 캘리그라피 작품, 오른쪽은 작품의 글씨만을 투명도 처리하여 따라 쓸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문장의 감성에 대한 필사와 글씨의 감성에
대한 훈련을 동시에 이루기 위해서이다. 왼쪽의 캘리그라피 작품을 통해, 글씨의 배열과 배치, 조화 등에 대한 감각, 감성 등을 익히는 데 탁월할
것이다.
김경주는 시인, 극작가.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시가,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희곡이 당선되었다. 시집으로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 <기담>, <시차의 눈을 달랜다>, <고래와 수증기> 등이 있고, 산문집으로
<패스포트>, <밀어>, <펄프극장>, <자고 있어, 곁이니까> 등이 있다.
희곡집으로는 <내가 가장 아름다울 때 내 곁엔
사랑하는 이가 없었다>, <블랙박스>, <늑대는 눈알부터 자란다> 등이 있고, 어른들을 위한 모노동화 <나무
위의 고래>가 있다. 현재 홍대 스튜디오에서 글쓰기 교실 '펭귄라임'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쓸쓸한 마음들을 쓰다듬는
문장들을 지어왔다. 공감을 넘어 위로에 다다르는 문장들을 선별하여 이 책에 담았다. '부분을 앓다가는 것이
인생'이라는 그의 말처럼, 그런 문장들을 세 권의 시집과 두 권의 산문집, 그리고 한 권의 희곡집에서 발췌했다.
많은 독자들로부터 사랑받는 그의 문장들에는 심장의 두근댐을 닮은 언어들이 담겨 있다.
책은 이런 문장들을 캘리그라피로 작품화하고 독자들이 따라써볼 수 있도록 구성하고 있다.
캘리그라피 작품을 맡은 김진경 작가는 '좋은 문장에서 좋은 손글씨가 나온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녀는 김경주
시인의 좋은 문장들의 감각과 감성을 살려 125개의 서로 다른 표정을 지닌 캘리그라피 작품을
만들어냈다.
김진경은 캘리그라피 전문 강사이자 작가로
(사)한국캘리그라피디자인협회 전문위원이다. 대학에서 서예를 전공하고, 한문학으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MBC와 SBS의 프로그램 타이틀을
썼고, KBS, YTN 등 다수의 방송에 출연했다. 정동극장의 'Miso', 'Silla' 로고와 GS칼텍스, Olleh KT의 신문·옥외 광고
타이틀을 썼다. 10여 회의 그룹전 및 회원전을 열었으며, SK하이닉스, 현대백화점, 세종기념사업회 등이 주최한 캘리그라피 특강을
진행했다. 현재 캘리그라피 디자인 스튜디오 '하랑방 감성글씨조형연
구실(하랑방 캘리그라피)'을 운영하고
있다.
좋은 캘리그라피는 좋은 문장에서
시작된다
좋은 캘리그라피는 좋은 문장에서
시작된다. 하나의 단어나 생활언어로는 글씨 쓰는 연습을 할 수는 있겠지만, 감성 캘리그라피에 다다르기는 어렵다. 캘리그라피에 유독
'감성'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다니는 이유는, 캘리그라피는 획일화된 글씨가 아니라 '나만의', '당신만의'
손글씨이기 때문이다. 결국 글의 문맥과 느낌을 받아들이고 나만의 감각과 감성으로 써내려가는 것이 캘리그라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캘리그라피를
하고 싶거든 좋은 문장을 만나는 것이 먼저여야 한다.
이 책은 문장의 진동을 이어
받아 마음의 울림으로 쓴 캘리그라피 작품집이기도 하다. '좋은 안목에서부터 좋은 캘리그라피가 탄생한다'는 기본에 충실한 책이다. 캘리그라피를
배우려는 독자들이 제일 먼저 손에 들어야 할 책이며, 제일 처음으로 따라 써봐야 할 책인 것이다.
문장마다 길이뿐만 아라 그 성격도
다르고 필기구에 따라 글씨의 질감, 두께, 크기 또한 다 다르기 때문에, 오른쪽은 선택된 문장과 선택된 필기구에 맞는 크기를 따랐다. 그래서
어떤 작품은 한 번, 어떤 작품은 네 번까지도 따라 쓸 수 있다. 오른쪽에 투명도 처리된 글씨를 쓰고도 여유가 된다면 스스로 글씨를 써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두었다.
예쁜 손글씨를 쓸 수 있는 다양한
필기구들이 소개되고 있다. 식사 후에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이쑤시개, 편의점에서 라면 먹을 때 이용하는 나무젓가락 등도 포함되어 있다. 하기사
'명필이 붓을 탓하랴'라는 말처럼, 뭐든 필기구로 이용하지 못 할까 싶다. 붓펜, 색연필, 만년필, 펜촉, 플러스펜, 캘리그라피펜 등 이를
이용해 다양한 글씨들이 선보인다. 책의 특징은 어떤 필기구를 활용했는지 우측 상단부에 표시되어 있다. 아래는 쿠레타케 붓펜(라바그립)응 이용한
손글씨 샘플이다.
읽지 말고 보라
이 책은 글씨에 대한 가이드북이다.
좋은 문장을 읽는 것도 좋지만, 이보다는 좋은 글씨체를 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 책 속의 125개의 작품들을 보면서 자기 자신이 따라하고 싶은
맘에 드는 글씨체가 있다면 바로 연습에 돌입해보자. 첫 시작은 미약하지 모르겠지만 꾸준한 노력은 놀랄 만한 결과를 우리들에게 안겨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이 책의 존재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