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통찰 - 위대한 석학 21인이 말하는 우주의 기원과 미래, 그리고 남겨진 난제들 베스트 오브 엣지 시리즈 4
앨런 구스 외 지음, 존 브록만 엮음, 이명현 감수, 김성훈 옮김 / 와이즈베리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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엣지재단은 세상에서 가장 비싼 주소록을 지니고 과학의 대중화를 위해 이를 이용하는 지식의 전도사이자, 이 시대 최고의 인문과학 도서 편집인으로 평가받는 존 브록만이 1996년 창립한 지식 공유 모임이다. <베스트 오브 엣지> 시리즈는 존 브록만이 그동안 엣지의 지적 성과를 담은 글들 가운데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지식으로 손꼽히는 테마들을 편집해 마음, 문화, 생각, 우주, 생명의 다섯 분야로 집대성한 것이다. 이 책은 다섯 분야 중 '우주'에 관한 이 시대 가장 첨예한 이슈와 첨단 지식들을 다루고 있다.

 

 

지금은 우주론의 황금시대

 

저자 앨런 구스는 이론물리학자이자 우주론학자로,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 물리학과 빅토르 바이스코프(Victor F. Weisskopf) 교수가 발표한 백뱅이론의 문제점을 보완하며 초기 우주의 기하급수적인 팽창 과정을 설명해주는 우주론인 급팽창이론을 제창했다. 메사추세츠공과대학교에서 물리학 학사학위를 받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및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급팽창이론을 개척한 공로로 2012년 밀너재단이 수여하는 기초물리학상을 받았으며, 2014년에는 노르웨이왕립과학문학학회로부터 제2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카블리상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인플레이션 우주: 우주의 기원을 설명할 새로운 이론

 

 

 

 

 

 

 

 

 

 

 

 

 

 

 

 

 

최근의 관찰을 통해 우주의 팽창 속도가 오히려 빨라지고 있음이 발견됐다. 이것은 우주의 에너지가 대부분 물질도, 복사도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또 다른 형태의 에너지가 물질과 복사를 추월한 것이다. 마땅히 더 나은 용어가 없어서 우리는 이 새로운 에너지 형태를 암흑에너지라 칭했다. 암흑에너지는 우리에게 익숙한 물질이나 복사와 달리 스스로를 밀어내는 중력으로 작용한다. 이것이 바로 우주의 팽창이 느려지지 않고 오히려 빨라지는 이유다. 뉴턴의 중력이론에서 모든 질량은 서로 끌어당기는 중력으로 작용하지만, 아인슈타인의 중력이론에서는 스스로를 밀어내는 중력으로 작용하는 에너지 형태가 허용된다. 

 

 

급팽창 우주(앨런 구스)

 

급팽창이론은 우주를 팽창하게 만든 것이 무엇인지 설명할 뿐만 아니라 그와 동시에 사실상 모든 우주 물질들의 기원도 함께 설명한다. 내가 '사실상'이라는 수식어를 사용한 이유는 전형적인 급팽창이론에서는 처음에 시작할 때 1그램 정도에 해당하는 물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급팽창이론은 궁극적인 시작에 관한 이론이라기보다는 거의 무無의 상태에서 출발해서 우리가 지금 주변에서 보고 있는 거의 모든 것을 설명하는 진화이론이라고 할 수 있다.

 

 

풍선을 만드는 풍선을 만드는 풍선(안드레이 린데)

 

급팽창이론에서 가장 중요한 예측 중 하나는 양자요동이론이라는 점을 짚어두고 넘어가야겠다. 은하를 탄생시킨 것은 결국 이 양자요동이다. 이 점을 생각해보자. 만약 급팽창이 불균질성을 만들어내지 않았더라면 급팽창이 폭발적으로 일어나면서 우주는 거의 완전하게 균질해졌을 것이고, 이것으로 게임은 그냥 끝나고 말았을 것이다. 은하도 나타나지 않았을 것이고, 결국 생명도 나타나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는 완전히 균일한 우주에서는 살 수 없다. 이런 우주는 말 그대로 텅 비어 있기 때문이다.

 

 

순환우주(닐 투록)

 

순환우주론의 밑바탕에 깔려 있는 개념은 우리가 경험하는 세상, 즉 3차원의 공간이 사실은 하나의 막이라 상상할 수 있는 넓게 펼쳐진 존재(extended object)라는 것이다. 이 그림에 따르면 우리는 이런 막 중 하나의 위에 살고 있고, 이 막은 혼자 있지 않고 또 다른 짝을 갖고 있다. 그리고 이 짝은 아주 작은 간극을 두고 떨어져 있다. 막 안에는 3차원의 공간이 들어 있고, 두 막을 4차원이 떨어뜨려놓고 있다.

 

 

매트릭스 안에서(마틴 리스)

 

생명과 복잡성은 정보처리 능력을 의미한다.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복잡한 존재는 유기체의 생명이 아니라 일종의 하이퍼컴퓨터일지도 모른다. 이 슈퍼컴퓨터, 혹은 하이퍼컴퓨터는 실체의 간단한 부분만이 아니라 전체 우주의 커다란 부분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리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이런 의문이 뒤따른다. 만약 이런 시뮬레이션이 우주 그 자체보다 훨씬 많은 숫자로 존재한다면, 우리가 그중 어느 하나에 들어가 있을 가능성은 없을까? 우리는 자신을 견고한 물리적 실체의 일부라고 생각하는데, 그게 착각이 아닐까? 혹시 우리가 어떤 신, 이를테면 그 시뮬레이션을 가동하고 있는 존재의 마음속에 들어 있는 개념에 불과한 것은 아닐까? 한 우주 속에 그런 시뮬레이션을 가동하는 수많은 컴퓨터가 들어 있는 경우처럼, 만약 시뮬레이션의 숫자가 우주의 숫자보다 많다면 이런 의미에서 우리는 '인공생명'일 가능성도 있다.

 

 

자연에 대한 생각(리 스몰린)

 

우리가 바라보는 별들은 과거의 모습이다. 우리는 미래로부터 오는 빛은 결코 볼 수 없다. 우리는 미래에 존재하는 항성으로부터 날아오는 별빛을 볼 수 없다. 우리는 미래에 일어나는 초신성 폭발이 시간을 거슬러 우리에게 보내는 복사를 결코 볼 수 없다. 그런데 빛의 전파를 지배하는 법칙인 맥스웰 방정식은 시간에 대해 가역적이다. 따라서 미래에 발생하는 사건으로부터 전파되는 빛을 포함하는 해解solution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과거의 우리가 관찰할 수 있도록 정보와 에너지를 과거로 전파하는 해解도 존재한다. 이런 해解가 우리가 사용하는 해解의 종류만큼이나 많이 존재한다. 따라서 이 법칙은 시간에 대칭적이다. 하지만 이것을 자연에 적용하면 이런 해解가 대부분 버려진다. 미래에서 과거로 전파되는 무언가가 존재하는 기미가 보이면 그런 해解를 모두 버리기 때문이다.

 

 

과학에서 중요한 것은 확실성이 아니다(카를로 로벨리)

 

하이젠베르크는 철학에 심취하지 않았다면 결코 양자역학을 연구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인슈타인이 모든 철학자들의 글을 읽고 머릿속을 철학으로 가득 채우지 않았다면 절대로 상대성이론을 만들어내지 못했을 것이다. 갈릴레오가 플라톤의 사상에 심취하지 않았더라면 자신의 업적을 결코 이루지 못했을 것이다. 뉴턴은 자신을 철학자라 생각했고, 데카르트와 이것을 논의하는 것을 출발점으로 삼았으며, 강력한 철학적 개념들을 갖고 있었다.

 

심지어 과거 과학에서 이루어진 중요한 발전들은 과학에서 제기되는 방법론적인 질문, 근본적인 질문, 형이상학적 질문에 대해 정확히 인식하고 있는 맥스웰, 볼츠만 등의 과학자들에 의해 이루어졌다. 양자역학을 연구할 때 하이젠베르크는 완전히 철학적 마음가짐을 갖고 있었다. 그는 고전역학에 무언가 철학적으로 틀린 부분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경험주의에 대한 강조가 부족했다는 것이다. 그가 환상적으로 새로운 물리이론인 양자역학을 구성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런 철학적 해석 덕분이었다.  

 

철학자들과 과학자들 사이에서 이런 엄격한 대화가 단절된 것은 아주 최근인 20세기 후반부에 일어난 일이다. 20세기 전반부에는 이런 대화가 가능했다. 그 이유는 사람들이 똑똑했기 때문이다. 아인슈타인, 하이젠베르크, 디랙과 그 동료들은 상대성이론과 양자론을 만들어내고, 모든 개념의 틀을 잡았다. 어찌 보면 20세기 후반의 물리학은 아인슈타인과 하이젠베르크 등 1930년대 사람들이 내놓은 위대한 개념을 응용한 물리학이라고 할 수 있다.

 

 

양자 원숭이(세스 로이드)

 

생명이야말로 모든 정보처리 혁명의 어머니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대체 어떤 혁명이 일어났기에 생명이 존재할 수 있었던 것일까? 모든 정보처리 혁명은 그 기원을 우주의 고유한 계산적 속성에 두고 있다고 주장한다. 최초의 정보처리 혁명은 빅뱅이었다. 정보처리 혁명이 존재할 수 있었던 것은 어떤 수준에서 보면 우주가 정보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주는 비트bit로 이루어져 있다. 우주가 컴퓨터 계산을 하는 것이다.

 

우주가 실제로 정보를 처리하고 있다는 개념은 다소 급진적으로 들린다. 하지만 사실 이것은 아주 오래전에 발견된 내용으로, 1860~1900년 통계역학을 개발한 물리학자들인 맥스웰, 볼츠만, 기브스로 그 기원이 거슬러 올라간다. 이들은 사실 우주가 근본적으로 정보와 관련되어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들은 이 정보를 '엔트로피entropy'라 불렀다.

 

20세기 기술이라는 렌즈를 통해 이들의 과학적 발견을 들여다보면 이들이 발견한 엔트로피란 '원자에 기록된 정보의 비트 수'를 말한다. 우주가 정보를 처리하고 있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논란의 여지가 없는 사실이다. 정보를 기록하고 처리하는 이같은 우주 고유의 능력이야말로 이후에 나타난 모든 정보처리 혁명의 모체母體라는 것이다.

 

 

눈에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다

 

부처님의 말씀에 따르면 우리의 세계는 삼천대천세계三千大千世界라고 일러준다. 이는 눈에 보이지 않는 다른 세상이 있음을 의미한다. 맞다. 우주는 이처럼 광활하다. 우주 또한 우리들의 세계이다. 그럼에도 우리 인간의 미약한 능력이 여전히 우주의 실체를 모두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워낙 호기심이 많은 동물이기에 우리 인간은 그 의문을 풀려고 계속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언젠가 우주의 비밀이 모두 밝혀진다면 우리 인간은 과연 어떤 실체일까? 우주만 생각하면 왜 이렇게 작아만지는지, 이는 나만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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