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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가 책을 읽는다
박영숙 지음 / 알마 / 2006년 9월
평점 :
절판
효과적인 책읽기 지도서도 아니다. 그렇다고 어린이도서관 관장이 추천하는 좋은 책 소개서도 아니다. 도서관 설립과정이라든가 도서관 운영에 대한 책은 더더욱 아니다. 이 책은 부모와 아이가 함께 잘 살아가기에 대한 책이다. 읽으며 마음이 아팠다.
아이들이 살아가기에 이 세상이 너무 살벌하고 혹독해졌다. 세상이 살벌해지다 보니 아이가 편안함을 누려야 할 가정도 그리 아늑하지만은 않다. 생각해보니 아이들이 "집"이라는 공간안에서 머무는 시간이 많지 않다. 학교가고 학원에 다녀오는 시간, 잠자는 시간을 빼고 나면 하루에 몇시간이나 집에 있는 걸까.. 그 얼마 안되는 시간에 나는 우리 아이와 어떻게 지냈나.. 하는 반성을 하게 만든다.
부모라는 이름으로 아이를 몰아세웠다. 부모라는 명분을 내세워, 다 너를 위한 거라는 이유를 내세워, 안그래도 힘들 아이를 더욱 옭아매었다. 묵묵히 기다려주지 못하고 편안하게 품어주지 못하고 "교육"이라는 미명아래 초조해하며 경쟁에서 이기는 자가 되라고 소리쳐댔다. 그런 나에게 아이가 조금이라도 반항할라치면 나의 희생이 억울한 생각이 들어 절망하곤 했다. 그런 나에게 저자 박영숙씨는 말한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의무감과 두려움으로 가득 찬 스파르타식 감독이 아니다. 공이 담장 너머로 날아가거나 웅덩이에 빠져버리면 새로 내어줄 수 있도록 주머니에 공을 가득 넣어두는 일, 걱정말라고 공은 얼마든지 또 있다며 웃어주는 일, 그게 우리 어른들이 해야 할 몫이다." 라고..
생각해보니 교육도서라는 이름으로, 또는 자기계발서라는 이름으로, 우리 부모들과 아이들은 협박당하고 있었던 건 아닌가 싶다. 모두 똑같은 목표점 하나를 노려보며 아이도 부모도 마음에 병이 들어가고 있는 것 같다.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은 천만가지나 될텐데, 나는 아이에게 한가지 방법만 가르쳐주려고 했다. 세상의 다양성은 무시하고 이 엄마가 골라주는 쪽만 바라보라고, 너를 위해서 내가 다 알아 골라놨으니, 넌 아무 생각도 걱정도 하지 말고 엄마가 하라는대로만 하면 된다고,,, 참 못나고 한심한 부모다.
저자 박영숙씨는 대단한 인물이라기 보다 별난 인물이다. 이렇게 세상을 사는 사람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사람이다. 도서관은 저자에게 책을 모아놓고 애들에게 읽으라고 권하는 장소가 아니다. 박영숙씨에게 도서관은 아이들의 상처난 마음을 아물게 하고 세상과 만날 수 있는 힘을 기르고, 다른이들과 함께 어울리며 자신의 소중한 존재가치를 느끼게 하고,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선택하고 배울 수 있는 그런 장소이다.
좀더 근본적인 것을 돌아봐야겠다. 부모의 근본, 내 아이가 행복할 수 있는 근본 말이다. 그와 더불어 이 세상이 좀더 살만한 것이 될 수 있는 근본도 더 생각해 볼 일이다. 아이들에게 자유를 허락할 수 있는 넉넉한 세상이 그립다. 학교가 아이들을 경쟁으로 몰아가지 말고 함께 사는 법을 배우는 장소가 되었으면 좋겠다.
오늘도 내일도 그 다음날도 난 기다리는 법을 배워야겠다. 좀 더디고 늦더라도, 내기대와 전혀 다른 길을 간다고 하더라도 참는 법을 배워야겠다. 주머니가 불룩해지도록 공을 많이 준비하고 아이 곁에 앉아 지켜봐줘야지. 섣불리 코치하지 말고 방망이 잘못 쥐었다, 공을 똑바로 봐야지 하며 잔소리 하지 않는 묵묵한 사랑법을 배워야 겠다. 아이가 공을 엉뚱한 방향으로 날려버리고 속상해 울고 있을 때 베시시 웃으며 공을 꺼내줘야지. 아이가 힘들고 지쳐서 괴로울 때 와서 비빌 수 있는 따뜻한 언덕이 되어줘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