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사람, 타샤 튜더 타샤 튜더 캐주얼 에디션 2
타샤 튜더 지음, 공경희 옮김 / 윌북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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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부럽다.  타샤 튜더의 부지런함이.. 전기도 수도도 없이 아이 넷을 키웠단다.  손수 옷감을 짜서 옷을 해입고 염소 젖을 짜서 치즈를 만들고, 밭을 일구어 자급자족하고, 인형을 만들어 인형극을 하고, 염소와 새와 고양이와 개를 티우고, 그림을 그리고, 나무를 때는 스토브로 요리를 하고, 1830년대 옷을 입고.... 으악~ 나더러 그렇게 살라고 하면 걸음아 나살려라 하고 도망칠 일이다. 

그런데 타샤튜더의 삶은 번거롭고 고달파보이지 않느다.  오히려 평화롭고 잔잔하다.  30만평의 땅에 구근 2천개를 심으며 평화를 느낀다.  노동으로 여기지 않는 까닭일 것이다.  좋아하는 일이니까 할 수 있는 거다.

멋있게 사는 법을 아는 사람. 

타샤 튜더처럼 산다는 건 1830년대 처럼 사는 게 아닐터이다.  타샤 튜더처럼 산다는 건 내가 "자신있게 꿈을 향해 나아가고 상상해온 삶을 살려고 노력하는"것이다.  '카모마일 차를 마시고 저녁에 현관 앞에 앉아 개똥지빠귀의 고운 노래를 듣는'정도의 여유를 갖고 인생을 즐기며 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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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사람, 타샤 튜더 타샤 튜더 캐주얼 에디션 2
타샤 튜더 지음, 공경희 옮김 / 윌북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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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고독을 만끽하다. 이기적일지는 모르지만, 그게 뭐 어때서. 오스카 와일드의 말마따나 인생이란 워낙 중요한 것이니 심각하게 맘에 담아둘 필요가 없다. 자녀가 넓은 세상을 찾아 집을 떠나고 싶어할 때 낙담하는 어머니들을 보면 딱하다. 상실감이 느껴지긴 하겠지만, 어떤 신나는 일들을 할 수 있는지 둘러보기를. 인생은 보람을 느낄 일을 다 할 수 없을 만큼 짧다. 그러니 홀로 지내는 것마저도 얼마나 큰 특권인가. 오염에 물들고 무시무시한 일들이 터지긴 하지만, 이 세상은 얼마나 아름다운지. 해마다 별이 한 번만 뜬다고 가정해보자. 어떤 생각이 나느지. 세상은 얼마나 근사한가!-64쪽

하기야 누구나 달랑 자기 마음만 있는 외톨이들인 것을. -77쪽

우리가족은 재미 삼아 세이커 교파같은 '고요한 물'이라는 종교를 만들었다. (중략) '고요한 물'교는 고요한 마음의 상태를 추구한다. 고요한 물이란 아주 평화롭고, 스트레스 없는 삶을 의미한다.
요즘은 사람들이 너무 정신없이 산다. 카모마일 차를 마시고 저녁에 현관 앞에 앉아 개똥지빠귀의 고운 노래를 듣는다면 한결 인생을 즐기게 될텐데.-90쪽

나는 다림질, 세탁, 설거지, 요리 같은 집안일을 하는 게 좋다. 직업을 묻는 질문을 받으면 늘 가정주부라고 적는다. 찬탄할 만한 직업인데 왜들 유감으로 여기는지 모르겠다. 가정주부라서 무식한 게 아닌데. 잼을 저으면서도 셰익스피어를 읽을 수 있는 것을. -142쪽

인생을 잘 살아왔다는 생각이 들지만 사람들에게 해줄 이야기는 없다. 철학이 있다면, 헨리 데이빗 소로우의 말에 잘 표현되어 있다. '자신 있게 꿈을 향해 나아가고 상상해온 삶을 살려고 노력하는 이라면, 일상 속에서 예상치 못한 성공을 만날 것이다.' 그게 내 신조다. 정말 맞는 말이다. 내 삶 전체가 바로 그런 것을. -17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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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가 책을 읽는다
박영숙 지음 / 알마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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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과적인 책읽기 지도서도 아니다.  그렇다고 어린이도서관 관장이 추천하는 좋은 책 소개서도 아니다.  도서관 설립과정이라든가 도서관 운영에 대한 책은 더더욱 아니다.  이 책은 부모와 아이가 함께 잘 살아가기에 대한 책이다.  읽으며 마음이 아팠다.

아이들이 살아가기에 이 세상이 너무 살벌하고 혹독해졌다.  세상이 살벌해지다 보니 아이가 편안함을 누려야 할 가정도 그리 아늑하지만은 않다.  생각해보니 아이들이 "집"이라는 공간안에서 머무는 시간이 많지 않다.  학교가고 학원에 다녀오는 시간, 잠자는 시간을 빼고 나면 하루에 몇시간이나 집에 있는 걸까.. 그 얼마 안되는 시간에 나는 우리 아이와 어떻게 지냈나.. 하는 반성을 하게 만든다. 

부모라는 이름으로 아이를 몰아세웠다.  부모라는 명분을 내세워, 다 너를 위한 거라는 이유를 내세워, 안그래도 힘들 아이를 더욱 옭아매었다.  묵묵히 기다려주지 못하고 편안하게 품어주지 못하고 "교육"이라는 미명아래 초조해하며 경쟁에서 이기는 자가 되라고 소리쳐댔다.  그런 나에게 아이가 조금이라도 반항할라치면 나의 희생이 억울한 생각이 들어 절망하곤 했다.  그런 나에게 저자 박영숙씨는 말한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의무감과 두려움으로 가득 찬 스파르타식 감독이 아니다.  공이 담장 너머로 날아가거나 웅덩이에 빠져버리면 새로 내어줄 수 있도록 주머니에 공을 가득 넣어두는 일, 걱정말라고 공은 얼마든지 또 있다며 웃어주는 일, 그게 우리 어른들이 해야 할 몫이다." 라고..

생각해보니 교육도서라는 이름으로, 또는 자기계발서라는 이름으로, 우리 부모들과 아이들은 협박당하고 있었던 건 아닌가 싶다.  모두 똑같은 목표점 하나를 노려보며 아이도 부모도 마음에 병이 들어가고 있는 것 같다.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은 천만가지나 될텐데, 나는 아이에게 한가지 방법만 가르쳐주려고 했다. 세상의 다양성은 무시하고 이 엄마가 골라주는 쪽만 바라보라고, 너를 위해서 내가 다 알아 골라놨으니, 넌 아무 생각도 걱정도 하지 말고 엄마가 하라는대로만 하면 된다고,,, 참 못나고 한심한 부모다.

저자 박영숙씨는 대단한 인물이라기 보다 별난 인물이다.  이렇게 세상을 사는 사람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사람이다. 도서관은 저자에게 책을 모아놓고 애들에게 읽으라고 권하는 장소가 아니다.  박영숙씨에게 도서관은 아이들의 상처난 마음을 아물게 하고 세상과 만날 수 있는 힘을 기르고, 다른이들과 함께 어울리며 자신의 소중한 존재가치를 느끼게 하고,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선택하고 배울 수 있는 그런 장소이다. 

좀더 근본적인 것을 돌아봐야겠다.  부모의 근본, 내 아이가 행복할 수 있는 근본 말이다.  그와 더불어 이 세상이 좀더 살만한 것이 될 수 있는 근본도 더 생각해 볼 일이다.  아이들에게 자유를 허락할 수 있는 넉넉한 세상이 그립다.  학교가 아이들을 경쟁으로 몰아가지 말고 함께 사는 법을 배우는 장소가 되었으면 좋겠다. 

오늘도 내일도 그 다음날도 난 기다리는 법을 배워야겠다.  좀 더디고 늦더라도, 내기대와 전혀 다른 길을 간다고 하더라도 참는 법을 배워야겠다.  주머니가 불룩해지도록 공을 많이 준비하고 아이 곁에 앉아 지켜봐줘야지. 섣불리 코치하지 말고 방망이 잘못 쥐었다, 공을 똑바로 봐야지 하며 잔소리 하지 않는 묵묵한 사랑법을 배워야 겠다.  아이가 공을 엉뚱한 방향으로 날려버리고 속상해 울고 있을 때 베시시 웃으며 공을 꺼내줘야지. 아이가 힘들고 지쳐서 괴로울 때 와서 비빌 수 있는 따뜻한 언덕이 되어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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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가 책을 읽는다
박영숙 지음 / 알마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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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되면서 나는 '생명에 대한 경외'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비로소 알게 되었다. 어떻게 이런 생명이 내 품에 와 안겼을까! 두 아이를 낳고 그 아이들이 하루하루 달라지는 걸 보며 놀라고 기뻐했던 그 몇 해가 내 삶에서 가장 찬란한 시절이었다. 키우려고 들면 당연히 힘들다. 그냥 같이 살아가면 좋겠다. -20쪽

살림은 다름 사람을 배려하고 돌보는 일이다. 아이나 어른이나 돌봄을 배운다는 건 참으로 소중한 일이다. (중략) 고단한 부모 노릇을 떠안기 전에 한번 돌아볼 일이다. 우리가 자랄 때 정말 소중했던 건 무엇인지, 부모에게 무얼 배웠고 무얼 바랐는지, 따뜻하게 먹이고 재우며 하루하루 자라는 걸 보면서 행복해하는 것. 그래서 자기가 소중한 존재라는 걸 알게 해주고 힘들 때 기댈 언덕이 되어주는 것, 그게 부모가 있어야 할 자리다. 그렇게 세상과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얻고 나면 아이들은 뭐든 제 힘으로 배우고 저절로 자란다. -21~22쪽

아이가 뜻대로 되지 않으면 부모들은 사춘기나 반항기라는 말을 떠올린다. 하지만 정작 아이들은 진짜 사춘기마저 잃어버린 채 자란다. 어른이 된 뒤에도 아슴아슴 마음 설레게 만드는 그 낱말을 미처 알 틈도 없이 바쁘게 키워진다.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 서로 '웬수'가 되면서 말이다.
비무장지대 같은 곳이 생기길 간절히 바랐다. 아이를 잘 키우겠다는 의무감도 놓아버리고 키워지느라 마음을 앓는 아이들 고단함도 놓아버릴 곳. 있는 그래도 서로를 바라보며 함께 살아갈 곳이. -29쪽

그저 아이들이 아이들다운 모습으로 어울릴 곳을 바랐다. 경쟁과 평가 대신 어울림과 나눔이 있고 선생님 대신 이웃과 친구가 있는 곳이라면 아이들이 격려 받고 자극 받으면서 맘껏 호기심을 키우고 잠재력을 펼칠 거라 믿었다.
(중략)
그렇다면 바로 그런 자극이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어른들 몫이다. 아이들 스스로 환경을 만들 수는 없는 일이니까. 아이들이 제힘으로 알고 싶고 배우고 싶은 걸 찾아가려면 책이 있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책을 읽는 건 오롯이 '스스로 자기가' 해야 하는 일이고 그 속에서 온 세상을 만날 수 있을 테니까.-30~31쪽

서로 아끼고 돌보면서 더불어 사는 건 도덕 교과서를 외워서 배우는 게 아니다.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따라 배우고 어울리는 기쁨을 몸으로 누리면서 세상에 대한 믿음도 얻는다. 몇해전 '늦게 피어도 아름다운 꽃'이라는 이름으로 열린 국제유아교육심포지엄에서 성공회대 고병헌 교수는 '교육은 뒤에서 이루어진다'고 했다. 아이들은 눈 앞에 놓고 가르치는 것 배우는 게 아니라 뒤에서 따라하며 배운다는 말이다. -33쪽

책과 친해지면 아이들은 모든 걸 배울 수 있는 힘을 갖는다. 하지만 책 읽기가 정말 빛을 내려면 책에서 자유로워져야 한다. 책과 함께 만남을, 일상을 나눌 수 있어야 한다. 마치 조개껍데기 속에서 진주가 만들어지듯, 아이들 책읽기는 사람들과 어울림 속에서 빛나게 영글었다. 우리가 도서관에서 희망을 찾은 건 바로 그 때문이다. -50쪽

"교육을 전혀 염두에 두지 않았을 때 우리는 얼마나 훌륭한 교사였던가!" 프랑스 작가 다니엘 페나크가 <소설처럼>(문학과 지성사)에서 한말이다. 학교 선생님이기도 한 지은이는 '책 읽기에 대한 열 가지 권리'를 선언한다.

'책을 읽지 않을 권리, 건너뛰며 읽을 권리, 끝까지 읽지 않을 권리, 다시 읽을 권리, 아무책이나 읽을 권리, 마음대로 상상하며 빠져들 권리(<소설처럼>에서는 '보봐리즘을 누릴 권리'라고 옮겼다), 아무 데서나 읽을 권리, 군데군데 골라 읽을 권리, 소리내서 읽을 권리, 읽고 나서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권리.'

사랑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사랑을 바란다. 도대체 어느 누가 억지로 시키는 것을 진심으로 좋아할 수 있단 말인가. 학교를 마치면서 숙제나 시험이 사라질 때 아이들은 책도 함께 버릴 것이다. 그러니 독서이력이니 인증이니 하는 방식으로 들이미는 독서교육은 결국 아이들에게서 책을 빼앗는 일이 될 것이다. -59쪽

제발 책이 유효기간 몇 년짜리 입시도구가 되어버리지 않기를 바란다. 책이 아이들 삶에 위로를 주고 용기를 주면 좋겠다. 사람과 어울리는 가운데 책을 읽으면서 편안하고 즐겁게 쉼을 누리고 상상력을 펼칠 실마리를 얻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책을 좋아할 권리를 누리게 되면 그 나머지, 어른들이 바라는 지식은 벌써 아이들 손 안에 다 들어 있는 셈이니까. -60쪽

아이 적성을 조기에 찾아내 단계를 맞춰 가르치려고 애쓰기에 앞서 어른들이 아이와 어떻게 함께 살아갈지 배워야 한다. 아이들은 언제나 눈 깜짝할 새 어른들을 따라 배우지만 어른들은 참 더디다. 늘 가까이에서 아이들 세계를 들여다보고 바라보며 섣불리 끼어들지 않으려는 노력도 들여야 한다. -106쪽

물고기를 잡아줄 게 아니라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줘야 한다는 말에 누구나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볼 일이다. 꼭 모든 사람이 물고기 잡는 법을 배워야 하나? 먹고살 걱정은 없게 해주려면 뭐든 할 만한 걸 찾아 차근차근 가르쳐야 하지 않느냐고 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생각에만 매달려 아이가 얼마나 많은 걸 보고 듣고 느끼는지는 알아차리지 못한 채 그저 낚시를 드리운 물 속에 무슨 과녁이라도 있는 듯 쏘아보고만 있는 건 아닐까. 흐르는 물소리, 새소리, 새벽바람에 풀잎 스치는 소리를 듣다가 저절로 노래가 나오거나 시를 떠올릴 수도 있고, 물살을 가르며 헤엄치는 물고기에게 마음을 빼앗겨 헤엄치는 법이나 다이빙을 배우고 싶으질 수도 있는데. 물 위로 어둠이 내리면 까만 밤하늘에 박힌 별을 보면서 그리움도 배우고 별빛 같은 꿈 하나씩 품게 될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107쪽

돌보는 어른이 편안하면 아이들은 저절로 편안해진다. 그런데 그게 말처럼 쉽지는 않은 모양이다. 답답해하는 사람에게 엄마가 좀 편안해지면 좋겠다고 말을 건네보지만 돌아오는 건 다시 하소연이다. 어떻게 편안해질 수 있겠느냐고. 아마 그 답은 두 가지가 아닐까 싶다. 첫째, 어른 몫을 해야 한다는 지나친 부담을 벗어버리는 것. 둘째, 아이가 어른스럽길 바라는 마음을 접는 것.
칼릴 지브란이 쓴 <예언자>에 이런 구절이 있다. "그대는 아이와 같이 되려고 애쓰되 아이들을 그대와 같이 만들려 애쓰지 말라." 그가 말한 것처럼, 아이들은 우리를 거쳐 왔지만 우리에게서 온 것은 아니다. 지금 우리와 함께 있지만 우리 소유는 아니라는 걸 받아들이는 바로 그 때부터 아이들을 진짜로 존중하고 또 존중받을 수 있을 것이다. 아이마음을 있는 그대로 살피면서 서로 투정도 부리고 토닥거리며 지내는 것. 그게 바로 아이도 어른도 행복해지는, 쉽지만 또 그대로 하기는 쉽지 않은 비법이다. -123쪽

아이들이 금세 꺾여버릴 것처럼 흔들려서 아슬아슬 애간장을 녹인다. 흔들리지도 않는 것 같아서, 바람이 불고 비가 퍼부어도 꿈쩍 않는 나무토막 같아서 먹먹할 때가 있었는데. 그래, 이러다 꽃을 피우겠지. 벌써부터 제 안에 품고 있던 씨앗이 꽃잎이 되고 꽃받침이 되어 향기를 뿜으며 망울을 터뜨릴 날이 있겠지.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기다리다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꽃이 피면 놀라고 기뻐해주는 일. 그런 비빌 언덕으로 남아 있는 것이 아닐까. -152쪽

세상에는 참 많은 사람이 있고 그 사람들이 다 다르다는 걸 아이들에게 어떻게 알려줄까. 우리는 등급을 나누고 편을 가르는 것보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어울리는 게 훨씬 좋다는 걸 아이들 스스로 느끼게 되길 바랐다. 차이를 받아들이는 건 다른 사람만 배려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를 '세상에서 하나뿐인 소중한' 존재로 받아들이는 것이니까. -160쪽

그러고 보면 아이들만큼 너그러울 수가 없다. 아이를 위한다며 폭력을 휘두르는데도 '다 너를 위한 일'이라는 한마디에 속아주고 참아준다. 아이들은 갓 태어나면서부터 어른에게 기대어 살아야 하기 때문에 자기를 돌봐줄 어른에게 어떻게 해야 칭찬 받고 사랑 받는지 알아가고 그래도 한다. 그래서 많은 부모들이 속아 넘어간다. 우리 애는 달라. 엄마 아빠 말을 이렇게 잘 듣고 스트레스를 받지도 않는 걸, 뭐.
하지만 이런 시간들은 그리 길게 가지 않는다. 조금씩 생각이 자라고 힘이 커지면서 아이들은 그게 스스로 하고 싶은 일하고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걸, 자기를 행복하게 만들지도 않는다는 걸 알아차린다. 엄마가 세운 계획이 뜻대로 되지 않는 건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나는 사고가 아니다. 아이가 남보다 유난스레 사춘기를 앓아서도, 잠깐 나쁜 꿈처럼 어딘가 삐걱대다가 곧 제자리를 찾게 되는 일도 아니다. -179쪽

똑같이 실패를 해도 눈에 띄게 자신감을 잃는 아이와 그다지 마음을 쓰지 않는 아이는 하늘과 땅 차이다. 실패가 그저 배우고 자라면서 겪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받아들이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게 된다. 실패를 하더라도 스스로에게 너그러워지니 자신감을 갖고 새로운 것에 도전할 수 있다. 하지만 실패를 곧 자기가 무능하다는 걸 보여주는 증거라고 여기면 자신감을 가질 수 없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거나 모험을 할 수 없는 건 말할 나위도 없다. -186쪽

아이들을 생기 넘치게 만드는 건 속이 빈 칭찬이 아니다. 너는 잘하는 아이일 수밖에 없다고 주문을 외는 것보다는 그 일이 아이에게 어떤 뜻을 갖는지 알고 싶어 하는 진짜 관심이 필요하다. 스스로 하고 싶은 걸 찾도록 방해하지 않으면서 하고 싶은 때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도록 응원할 수 있어야 한다. -187쪽

언제까지 부모만 희생해야 하는 거냐고, 억울하다고 자꾸 고개를 드는 생각은 잠시 접어두고 찬찬히 돌아보았으면 좋겠다. 아이가 진짜 무얼 하고 싶은지 알아보지도 않고 어른들이 보기에 필요할 거라고 생각하는 걸 챙겨주려고 한 건 아닌지. 듣고 싶은 답을 미리 정해놓고 말을 걸었던 건 아닌지, 받아준다고 하면서도 어른이 그어놓은 선을 넘어서지 않겠다고 고집을 버리지 않는다면 그건 받아주는 게 아니다. -200쪽

아이들은 이다음에 눠가 되기 위한 훈련이라는 핑계로 함부로 다루어져도 괜찮은 존재가 아니다. 목숨을 지니고 태어난 그때부터 이미 '만들어지다 만'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무엇이 되고 난 '이다음'만이 아니라 숨쉬고 있는 지금 이순간도 느끼고 배우고 누려야 하는 소중한 내 삶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최고가 되거나 부모보다 나은 삶을 살기에 앞서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지고 사랑받으면 좋겠다. 어른들이 말하는 것처럼 돌연변이나 다른 별에서 온 외계인이 아니라 이 세상에 어울려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스스로 알게 되면 좋겠다. 그럴 수 있으려면 사람이든 책이든 아이들 삶에 위로가 되고 힘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아직 너무 많은 어른, 너무 많은 책이 아이들을 자꾸 나무라고 협박한다. -202쪽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의무감과 두려움으로 가득 찬 스파르타식 감독이 아니다. 공이 담장 너머로 날아가거나 웅덩이에 빠져버리면 새로 내어줄 수 있도록 주머니에 공을 가득 넣어두는 일, 걱정말라고 공은 얼마든지 또 있다며 웃어주는 일, 그게 우리 어른들이 해야 할 몫이다. -20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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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것을 찾아라 - 명화로 즐기는 게임북시리즈 4 명화로 즐기는 게임북 4
루시 믹클레스웨이트 / 프뢰벨(베틀북) / 199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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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8년 전인가 보다.  첫아이가 유치원에 다닐 무렵이었던 것 같으니까..  어느 신문에서 이 책이 신간서적으로 소개되었고,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게 명화를 감상할 기회를 줄 수 있을 것 같아서 서점에 가서 구입했던 책이다.  그런데 유치원 다니던 딸에게는 책이 좀 시시했나보다.  한번 찾아보더니 그 다음엔 별로 보질 않았다.  하긴 한 번 찾아서 어디에 있는 지를 알고 나면 찾기 게임의 재미는 현저히 떨어지는 게 당연하다. 덕분에 오래된 책인데도 깨끗하게 보존되어 있었는데 20개월이 갓지난 늦둥이 셋째에게 꺼내주니까 꽤 즐겨본다.  아직 어려서 그런지 찾던 거 또 찾고 해도 재밌어 한다. 오히려 유치원 시절의 첫아이보다 20개월 된 아이가 그림을 구석구석 더 잘 즐기는 것 같다.

'배트모빌'그림에선 "징징바라 징징바라 배트맨~"하고 노래를 불러주면 뭔지도 모르고 신난댄다.  두번째 그림, 수태고지는 노래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지 그 그림에서도 노래를 부르란다.  세번째 그림 '영화 속의 비트겐슈타인'에선 "떴다 떴다 비행기"노래를 불러야 하고, 네번째 그림 '지도읽기'에선 아저씨들이 모두 코 잔다면서 자기도 자는 흉내를 하고, ,,,  뭐 그런식이다.  그래도 찾으라는 탈것은 다 찾아낸다. 

아이들에게 진지한 티 안내고 명화를 보여줄 수 있으니 (명화다 하면 괜히 무겁고 점잔을 떨어야할 것 같고 조심스럽고 유식한 티를 내며 다뤄야 할 것 같으니까) 참 바람직한 책이 아닐 수 없다.  책 제목대로 게임북처럼 갖고 놀면 되는 거 아닌가.. 부~~~담 없이~!!!

아이들은 모든 걸 놀이에서 출발한다고 한다. 놀이로 시작해서 놀이로 끝나는 것이 아이들의 배움인 것이다.  누군가 그랬다. 아이들은 앞서서 가르치려들면 금방 알아채고 경계를 한다고.. 그러니 우리 셋째처럼 명화 위에다가 크레파스로 덧그린다고 한들 누가 뭐라할 것도 없다.  뭐 그냥, 네가 그 그림이랑 뭔가 통하나 보구나...하고 웃어 넘겨야지..

그런 의미에서 게임북시리즈는 제 역할을 충실히 수행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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