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막내 늦둥이딸 비니,,,,,한달 전 엄마젖 끊고나서(요즘은 단유라는 말보다 완유라는 표현을 쓴다던데..아무튼 끊고) 잠도 더 잘자고 밥도 더 잘먹고 생각보다 의연하고 씩씩하게 엄마 찌찌 안찾고 잘 지내서 대견스럽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다. 그래도 나날이 행동반경과 함께 오지랍도 넓혀가고 있고, 기어오르기 매달리기 어디든 올라가 아슬아슬하게 서있기 등등의 기술도 하루가 다르게 익혀가고 있으며, 열살 열두살 차이 나는 언니오빠에게서 군것질의 재미도 배우고 하루가 다르게 엽기적 행동의 수위도 향상되고 있다.
어제 난데없이 까까를 내놓으라는 비니, 언니 오빠가 가르쳐준 군것질의 묘미가 생각난 모양이다. 집안에 주전부리가 똑 떨어진 상태.. 할 수 없지 ,,, 슈퍼에 가자 하고 나섰는데, 슈퍼가는 길에 비둘기를 만났다. 저 쪽에서부터 뒤뚱거리며 걸어오는 살찐 비둘기. 놀이터에서 놀다가도 흔하게 만나는 게 비둘기라서 나는 별 신경도 안쎴는데 우리 비니, 갑자기 걸음을 멈추더니 비둘기를 보면서 "안녕~"한다.
오호, 비둘기가 반가운 모양이군.. 아이의 천진함에 나도 웃으며 "구구구 비둘기네. 비둘기 안녕~"하며 같이 비둘기에게 손을 흔들어 주었는데,, 이 비둘기 계속 뒤뚱거리며 우리 쪽을 향해 걸어온다. (역시, 요즘 비둘기는 겁이 없군. 저러니까 다친 비둘기가 많아지지)그런데 비니가 주춤거리며 내 뒤로 숨는다. 계속 안녕 안녕하면서.. 되풀이되는 안녕이라는 말이 점점 울먹임으로 변하고 마침내 으앙~~~~울면서 나더러 안아달라고 난리다. (오호 유빈아, 너도 무서운 게 다 있냐?) 나는 킬킬거리며 안아줬다
슈퍼에서 이것저것 먹을 것을 사가지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길.. 비니는 자기가 고른 과자 한봉지를 들고 신이 났다. 내가 언제 울었냐는 듯이 춤을 추듯 걷는다. 가을 햇빛도 좋고 선선한 바람도 좋고, 아직 잎을 다 떨어뜨리지 않고 서 있는 나무들도 좋고..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져서 걷고 있는데 잘 가던 유빈이가 또 뭔가에 놀라서 갑자기 매달리며 운다. (왜 그러지?) 또 안녕타령.. 이번엔 누구더러 안녕이야? 비니가 안녕을 외치는 쪽을 보니까 하하하 파리다 파리. 길 위에 할일없이 앉아 가을볕을 즐기고 있던 파리가 비니 눈에 띈 것이다. 괜찮아 이리와 이리와 비니를 달래고 길위에서 쉬고 있던 파리를 발길질로 쫓아 날려보냈다. (미안해, 파리야.)
비니는 금방 울음을 그치고 파리를 쫓던 내 발길질을 흉내낸다. "어이~!"하던 내 기합소리까지 따라한다. "엄마가 그렇게 파리 쫓아줬지? 엄마 디게 용감하지?" 파리 한마리 쫓아주고 우쭐대는 엄마.. ㅋㅋㅋ 남들이 보면 코메디지만 그 순간 비니에겐 내가 슈퍼맨베트맨스파이더맨 다 합친 것보다도 위대한 영웅이다.
나이 많은 엄마는 행복하다.
근데 비니야, 너가 말하는 안녕은 혹시 "저리 꺼져~!"의 뜻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