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와 놀자!
김성화.권수진 지음, 이광익 그림 / 창비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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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맨 마지막장 맺음말에서 글쓴이가 "나는 원래 과학을 좋아하지 않았어. 어른이 될 때까지 죽 그랬단다."라며 고백하는 글을 읽고 얼마나 친근하게 느껴지던지요.  제 기억으로도 과학은 늘 딱딱하고 복잡하고 내 머리로는 따라갈 수 없는 다른 세상의 것이었거든요. 어른이 되고 아이엄마가 되면서 내가 공부하던 학생이었던 때를 가끔 돌아보게 됩니다. 그리고 내가 참 죽은 공부를 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참 많이 아쉽더라구요. 특히 과학과 역사 부분에서 그런 생각이 많이 듭니다. 참 재미있게 공부할 수도 있는 분야인데 어쩜 그렇게 무미건조했나 싶어요. 입시위주의 교육정책 탓도 있겠지만 스스로 알아가고 배워가는 즐거움을 일찍 알 수 있었다면 좀 더 제 삶이 풍요로웠을텐데요.

이 책은 정말 순한 과학책입니다. 탈레스에서 아인슈타인까지 11명의 과학자에 대한 이야기를 소개하면서 지동설과 천동설, 자전과 공전, 중력의 법칙과 질량보존의 법칙, 발전의 원리와 상대성이론 등을 아이들 눈높이에 맞추어 설명합니다. 그러나 과학자의 위대함이나 이론의 난해함보다 먼저 내 마음에 와 닿은 것은 과학자이기 이전에 인간으로서 그들이 겪어야 했던 어려움과 고통들입니다. 우리 아이들도 이 책을 통해서 너무나 위대해서 평범한 우리와는 선천적, 본질적으로 별개인 특이한 존재로서의 과학자가 아니라 역경과 어려움 속에서 끈기있게 노력하며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용기있게 자기의 길을 가는 인간으로서의 모습에 더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우지 않을까 합니다. 그래서 우리의 아이들이 더 다정한 눈빛으로 과학에 다가설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무엇보다 나의 학창시절과 다를바 없는, 아니 어쩌면 더 살벌해진 입시위주의 교육환경에서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이 저처럼 죽은 지식으로서의 과학이 아니라 싱싱하게 살아서 펄떡거리는 과학을 접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저도 이 책을 통해 페러데이와 맥스웰의 이야기에서 많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아이들은 스스로 자기가 가야할 길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이 책에 소개된 과학자들 처럼 말이죠. 이 책에서 부모들은 한결같이 과학자로서의 재능을 가진 아이를 알아보지 못하고 목사나 의사가 되게 만들려 했고 어려운 가정에서 태어난 과학자에게는 대장장이나 농사일을 시키려고 했었죠. 아이들은 부모의 계획대로 자라나진 않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부모의 판단과 결정이 늘 올바른 것일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의 부모로서 늘 "나를 따르라"식의 일방적인 지시를 해왔던 건 아닌지, "부모 말 잘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는 식의 맹목적인 순종을 강요해 왔던 건 아닌지 반성하는 계기도 되었습니다. 부모는 아이 앞에서 오만하기 보다는 겸허해야겠다는 생각도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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