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들어 더 추워진 것 같아 밤에만 보일러를 틀기 시작했다.

자려고 이불 속에 들어가면 시린 발의 냉기가 잠을 쫓아낸다.

베란다에 있는 화분 몇 개가 걱정돼서 오늘은 유빈이가 쓰던 낡은 플라스틱 앉은뱅이 책상에

천을 깔고 화분들을 들여놓았다.

화초 가꾸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보기에는 볼품없고 초라하지만

나로서는 애네들을 죽이지 않고 몇 년간 함께 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적같은 일이다.

특히 백죽이가 올여름 기대이상으로 잘 자라줘서 이쁘다.

 

얼마 전에 선물받은 아라비카 커피나무, 요녀석이 요즘 나의 관심을 제일 많이 받고 있다.

언젠가 빨간 커피열매가 달리는 모습을 보고 싶다.

겨울동안 잘 보살펴 키우고 내년 봄에는 분갈이를 해줘야겠다.

 

 

 

화분들 사이에 자리잡은 작은 어항 속에 살고 있는 건 구피 6마리.

이웃 엄마가 잘 보이지도 않을만큼 작은 치어일 때 준 건데

어느새 저렇게 자랐다.

수질개선제도 히터도 여과기도 공기방울장치도 하나 없이 무식하게 키웠는데...

 

가끔 수컷들이 암놈들 앞에서 구애행동을 하는 걸 보는데

덜컥 겁이 났다.

알을 낳지 않고 뱃속에서 알을 부화시켜 새끼를 낳는 난태성 물고기라는데

따로 부화통에 넣어주지 않으면 낳은 새끼들을 잡아먹는단다.

그러니 암놈 중에 새끼를 낳을 것 같은 녀석이 생기면

얼른 어항을 좀 더 큰 것으로 마련하고 부화통에 격리시켜야 한다.

문제는 내가 초보라서 암놈들의 임신(?)여부를 잘 모르겠다는 거다.

 

 

 

그러고보니 유빈이가 7살 때부터 키웠던 햄스터 개념이가 제 수명을 다하고

여름에 저세상으로 갔다.

개념이보다 1년 뒤에 우리집에 온 우동이도 점점 늙어가서 몸집이 많이 작아졌다.

 

밥을 준지 만 2년이 넘은 것 같은 길냥이 까칠대마왕은

몇 차례 여자친구를 바꿔가며 같이 밥먹으러 오더니,

며칠 전에는 새로운 여자친구에다 새끼 고양이까지 보여줬다.

처자식까지 끌고와 밥 얻어먹으면서도 까칠대마왕의 성질은 여전하다.

그저 건재함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고맙게 생각하고,

보태어 점점 추워지는 날씨에 까칠대마왕 가족 모두 건강하기를.

올겨울을 무사히 견뎌내기를 바랄밖에.

 

신고늄, 사랑초, 백죽, 나한솔, 커피나무, 햄스터 우동이와 구피들, 까칠대마왕과 그 가족들,

그리고 우리 모두,

성큼성큼 위풍당당하게 다가오는 겨울에 다같이 행복하고 따뜻하기를.

부디 올겨울이 아름답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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