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트리드 린드그렌 - 영원한 삐삐 롱스타킹 여유당 인물산책 1
마렌 고트샬크 지음, 이명아 옮김 / 여유당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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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유명한 그녀에 대한 내가 몰랐던 이야기.

작가로서의 그녀는 너무나 훌륭하지만

여성으로서의 그녀,

어머니로서의 그녀의 삶은 아프다.

이 책을 읽어서

그녀의 책들을 더 사랑할 수 있을 것 같다.

"열세 살 적 여름이 기억나요. 더 이상 놀이를 할 수 없는 나 자신을 발견했어요. 그렇게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어요. 더 이상은 안 됐어요. 너무나 당혹스럽고 슬펐어요." (36쪽)

그렇다면 그녀는 출판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었을까? 출판되려면 그 책이 좋은 책이어야 한다는 기준을 제외하고는 어떤 요구 사항도 없었다. "미래의 어린이책 작가에게"라는 글에서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은 자신이 지키고 있는 몇 가지 기본 원칙을 밝혔다. 언어를 아이들에게 맞게 잘 가려 쓰고 다듬어야 한다는 점과, 작가가 하고자 하는 말이 드러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어른들만 이해할 수 있는 말은 삼가야 하지만, 아이들 마음에 쏙 드는 익살스러운 이야기는 흘러넘쳐도 좋다. (108쪽)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은 직감에 몸을 내맡긴다. "머리를 너무 많이 굴리지 말라! 그것이 최선이다. 솔직히 터놓고 마음 가는 대로 써라. 난 모든 어린이책 작가들이 어른을 대상으로 글을 쓰는 작가들에게 당연히 허용되는 자유, 곧 쓰고 싶은 것을 쓰고 싶은 대로 쓸 자유를 누리기 바란다." (109쪽)

"무엇을 위해 아이들을 교욱하려는지 끝도 없이 질문을 받는다. 그러면 나는 모든 아이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고, 오로지 내 안에서 숨 쉬고 있는 그 아이에 관해서만 생각한다고 되풀이해서 대답한다." (115쪽)

"엄마는 자신의 십대 시절을 조금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어요. 그 시절을 텅 비어 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했고, 다시는 그때로 돌아가고 싶어 하지 않았어요. 우리 관계는 무척 돈독했어요." (126쪽)

스투레가 세상을 뜨자 아스트리드는 일과를 필요에 맞게 조정했다. 새벽 5시나 6시에 일어나 차를 끓인다. 그리고 빵 두 조각에 잼을 발라 재빨리 아침 식사를 마치고 곧장 원고를 쓰기 시작한다. 이른 아침 시간을 이용해 원고를 쓰는 습관은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몸에 배어 있었다. 스톡홀름의 집에서든, 여름을 보내는 푸루순드에서든 침대에 누워서 속기를 했다. 속기를 마치고 나면 바사 공원이 내다보이는 책상 앞이나 바다를 바라볼 수 있는 푸루순드 베란다에 자리를 잡고 앉는다. 그리고 한 장 한 장 마음에 들 때까지 손질한다. (132쪽)

"한 문장을 열 번 넘게 고쳐 쓰는 일이 잦았다. 내가 쓸 수 있는 최고의 문장들을 내 귀로 들을 수 있을 때까지, 내 귀에 최고의 문장들이 자연스럽게 들어올 때까지 쓰고 다시 쓰고 또 고쳐 썼다. 어느 한 곳도 뚝 끊어지는 일 없이 문장들이 선율을 타고 흐를 때까지..... 난 독특한 언어의 가락을 가지고 있는데, 이 가락도 이야기도 내 마음에 꼭 들어맞아야 한다. 그것은 일종의 울림이다." (132쪽)

글을 쓰면서 그녀는 말할 수 없는 행복감에 휩싸였다. "글쓰기. 그것은 고된 노동이지만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 가운데 가장 근사한 일이다. 아침이면 글을 쓰고 밤이 되면 생각한다. 아! 내일 아침이 밝아 오면 다시 글을 쓸 수 있겠지!" (134쪽)

마르가레타 스트룀스테트는 말한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작품 세계에서 안타까움을 자아내는 여자애를 한 명이라도 찾아내기란 쉽지 않다." 그렇지만 작품 속의 외로운 남자아이들에게는 라르스를 바라보는 아스트리드의 감정이 조금은 녹아 있다. (151쪽)

"꿈의 세계를 꽃피우는 자양분으로 책을 대신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책만 있다면, 아이들은 아무도 모르는 영혼의 방에 은밀히 들어앉아 다른 모든 것을 압도하는 자신만의 독특한 그림들을 그려 낼 수 있다. 사람들에게는 이러한 그림들이 꼭 필요하다." (159쪽)

작가는 아이들에게 승리를 안겨 줌으로써 비로소 자유로워진다. (162쪽)

책을 쓰기 시작하면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은 일을 중단하는 것도 관심을 흩뜨리는 것도 참지 못했다. (165쪽)

'더 간단히 말할 수 없을까? 더 소박하게.'(171쪽)

그녀의 작품 활동은 완전히 끝이 났다. 아직도 매일같이 새로운 이야기들이 떠올랐지만 말이다. 1987년 9월 어느 날, 집 앞 바사 공원 위로 땅거미가 내릴 무렵 아스트리드는 친구 마르가레타에게 이렇게 털어놓았다. "저녁마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 머릿속에 온갖 상황들을 생생하게 그려 놓고 말도 안 되게 아이들 같은 이야기를 계속 떠올려. 그러곤 이야기 속의 일들을 다 겪어 봐. 내가 직접 주인공 노릇을 하면서 말이야. 사실 이런 일에 대해서는 한 번도 털어놓지 못했어. 아직까지도 이렇게 어린아이 같다는 게 조금 창피하잖아."(207쪽)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은 자신에 대해 이야기할 때면, 자기 안에서 가장 강렬하게 꿈틀거리는 본능은 '돌보기 본능'이라고 말하곤 했다. 외로운, 겁먹은 아이를 돕는 꿈은 한결같이 그녀를 따라다녔을 것이다. 이 아이는 때로는 꼬마 칼, 때로는 미오나 베르틸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다. 그리고 변함없이 라르스이기도 할 것이다. (208쪽)

아흔 번째 생일을 맞은 그녀는 조용히 시간을 보내고 싶어 했다. "꼭꼭 숨어 버리려고요. 어딘가 아주 먼 곳으로 떠날 거예요. 저를 어디서도 찾지 못할 겁니다. 약속할게요. 아무도 저를 찾지 못하게 되겠지요."
-중략-
2002년 1월 28일,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이 눈을 감은 날은 월요일이었다. 그녀는 바이러스 감염으로 한 달 내내 고생하다 마침내 삶을 마감했다. (220쪽)

그녀는 입버릇처럼 말하곤 했다. "난 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농부의 딸로 산, 스몰란드 출신의 아스트리드이다."
1996년 저 높은 하늘에서 발견된 유성 3204번이 우주 곳곳을 날고 있다. 러시아 학술원은 그 유성에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이름을 따 붙였다. 아스트리드가 날고 있는 우주 어딘가에 진실이 놓여 있다. (2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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