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깊어갈수록 해가 너무 빨리 넘어가서 유아이야기방이 시작될 즈음엔 날이 벌써 어둑어둑해요.
찬바람 부는 어둑한 길을 걸어서 도서관에 찾아오는 친구들이 고맙고 반가워요.
<우리 몸의 구멍>(허은미 글, 이혜리 그림, 돌베개어린이)로 이야기방 문을 열었어요.
우리 몸에 있는 여러 개의 구멍을 통해 신체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하는, 잘 알려진 책이지요.
우리 몸의 여러 구멍 중에서 막혀 있는 구멍이 바로 배꼽이에요.
배꼽은 아무 쓸모도 없는데 왜 있는 걸까요?
어떤 거인아저씨는 그 아무 쓸모 없는 배꼽이 없다고 슬퍼하고 있대요.
왜 그럴까요?
<거인 아저씨 배꼽은 귤 배꼽이래요>(후카미 하루오 글,그림/한림출판사)를 읽어주는데
거인 아저씨와 귤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에서 우리 친구들은 웃음을 터뜨리며 즐거워했어요.
하지만 책을 읽고 나니까 궁금한 점이 생겼어요.
거인 아저씨는 배꼽만 없는 게 아니에요.
신발도 없고, 바지도 없고, 셔츠도 없고, 머리카락도 없어요.
근데 왜 그 중에서도 배꼽이 없는 게 속상하고 슬펐을까요?
그 답은 이 책에 있었어요.
<돌돌돌 내 배꼽> (허은미 글, 김선숙 그림, 웅진주니어)은 배꼽이 왜 생기게 되었는지 알려줘요.
그리고 배꼽이 '사랑의 기념품'이라는 것도 알려주지요.
아하, 그러니까 거인 아저씨는 배꼽의 의미를 잘 알고 있는 분이었던 거에요.
사랑의 기념품이 없다고 생각하면 정말 슬픈 일인 거죠.
엄마 뱃속에 있는 아기들의 사진도 보고 동물들의 태아(?) 사진도 같이 보았어요.
그리고 엄마와 엄마의 뱃속에 있을 때의 나를 생각하며 만들기를 했어요.
태아의 성장을 6단계로 나누었더니 한 친구가 엄마에게 이렇게 말했대요.
"엄마,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여섯달이면 끝나는 거야?"라고.
정말 똑똑하고 예리한 우리 친구들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