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아이들은 두 손을 꼭 잡고 놓지 않았다. 해는 기울어 이미 어두워진 시간이었고, 낮동안 같이 실컷 놀았는데도, 나도 K의 엄마도 이제 집에 가야 한다고, 니들 왜 이러냐고 다그쳐도, 무슨 생각인지 아이 둘은 잡은 손을 놓지 않았다. 여덟 살 두 아이의 마음이 어이없기도 하고 예쁘기도 했다. 결국 나는

"K야, 그럼 우리집에서 저녁 같이 먹고 조금 더 놀래?"하고 K를 초대했다.

 

두 아이는 신이 나서 우리집으로 뛰어 들어갔고, 나는 서둘러 저녁을 준비했다. 뭐가 저리 재미있을까, 뭐가 저 아이들을 저렇게 다정하게 만들까. 저녁을 먹고 나서도 둘은 지칠 줄을 모르고 놀았다. 저 또래에 들어서면 이성친구끼리는 서로 노는 스타일이 달라지는데도 둘은 참 잘 어울려 놀았다. 9시쯤 K의 엄마가 K를 데리러 왔다. K는 작은 방으로 들어가 숨었다. 아직도 더 놀고 싶고, 같이 있고 싶다는 굳은 의지의 표명이었다.  두 손을 꼭 잡고 헤어지지 않겠다고 더 같이 있고 싶다고 몸으로 표현했던 두 아이는 그 날 밤, 우리집에서 함께 잤다.

 

4학년 때였나? 나도 그런 적이 있다. 좋아하는 친구의 집이 우리집과 정반대 방향이었는데 학교가 끝나고 헤어지기가 싫어서 나는 그 아이의 집까지 같이 걸어갔다. 그러면 그 아이는 다시 우리집까지 바래다 주고,  그렇게 그 아이와 우리집을 여러번 왔다갔다를 하다가 하늘에 노을이 번질 무렵에서야 학교 앞에서 손을 흔들며 헤어졌었다.

 

아직 어리고 순수해서 친구를 그렇게 좋아할 수 있는 것 같다. 그렇게 좋아한다고 몸으로 행동으로 완고하게 표현할 수도 있는 것 같다. 시간이 흐르고 성장하는 동안 사람에게 상처받고 실망하면서 사람에 대해 방어적으로 변해서 좋아해도 맘놓고 좋아한다 표현하지 못하고, 고도의 계산이 필요한 밀당의 기술을 적용하려고 들지만 아이들은 아직 순수함 그 자체로 친구를 좋아하는 거다.

 

아직도 두 아이는 함께 어울려 자주 논다. 어디 갈 일이 생기면 내 아이는 K도 함께 가는지 묻고, K는 또 우리 아이가 함께 가는지를 자기 엄마에게 묻는다. 어디 가는지, 뭘 하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함께 가는지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  이럴 때 나는 아이들이 부럽다. 이렇게 쓸데없이 나이를 먹은 게 지겨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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