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 5마리에게 먹이를 주고 베란다 창을 열어 환기를 시킨다. 차가운 바람이 기다렸다는 듯이 집안으로 몰아친다. 으스스 추워 얼른 가디건을 찾아 입는다. 초겨울 햇빛은 너무 약하다. 1층인 우리집은 불을 켜지 않으면 하루종일 잿빛 유리를 통해 보는 것처럼 사물들이 또렷한 자기 빛을 잃는다. 이럴수록 나라도 또렷하게 정신을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뜨끈한 커피 한 잔으로 머리속을 맑게 해야지.

 

어제 읽은 어린이책 두 권과 미야자키 하야오가 쓴 『책으로 가는 문』이라는 책을 들고 책상 앞에 앉는다. 이 책들 속에 들어있는 문장들이 좀처럼 정리되지를 않는다. 일목요연하게 문장들의 맥을 짚어가야 하는데 요란하게 덜그럭거리며 차분히 가라앉지를 않는다. 애꿎은 커피만 홀짝거리고 있다.

일이 제대로 풀리지 않아 스트레스를 받으면 난 먹을 것을 찾는다. 프로이트의 이론에 따르면 난 구강기에 욕구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은 채로 이 나이까지 버텨온 건지도 모른다. 아무래도 어제 읽은 세 권의 책에 대한 나름의 결론을 내리자면 한 잔의 커피로는 턱없이 모자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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