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영이, 그리고 인철이의 경우』 김소연 장편동화, 손령숙 그림, 사계절, 2009

 

엄마 아빠의 갑작스러운 이혼으로 충격 받고 까칠해진 선영이와 새엄마와 아빠, 그리고 이복동생 사이에서 불안감을 느끼는 인철이의 이야기. 작품 내에서 선영이는 엄마가 구두가게 아저씨가 가깝게 지내자「사랑 손님과 어머니」와 자신의 입장을 견주어보는 부분이 나오는데, 그만큼 이 주제가 오랫동안 반복되어온 주제라는 걸 작품 스스로 드러낸 셈이다.  하긴 늘 주제는 반복되는 거고,  뻔하게 느껴지는 주제를 얼만큼 세련되고 촘촘하고 단단하게 담아내느냐가 늘 작가가 고민하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  인철이의 이야기에서 보이는 계모와 전처 자식간의 아슬아슬한 감정적 대립도 신데렐라나 콩쥐팥쥐처럼 적나라하고 노골적으로 나타나는 옛이야기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으니 말해 무엇하리.

 

일단 작가의 전작들, 『꽃신』,『명혜』,『남사당 조막이』에 비해 이야기가 성긴 느낌을 받았다. 다 읽고 책을 덮었을 때의 기분은 마치 허기진 배를 채우려고 누군가 말아주는 국수를 급하게 후루룩 먹었는데 다 먹고 나도 어딘지 허전하고 속이 헛헛한 느낌이랄까.  다 먹고 난 뒤에도 입도 속도 허전해서 쩝쩝 입맛을 다시며 좀 더 먹을 게 없나 아쉬워 두리번거려지는, 그런 거 말이다.

 

아무래도 갈등과 문제들이 너무 쉽게 해결되어버리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가족 내에서 점점 자신의 위치를 찾지 못하고 새엄마도 아빠도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괴로워하던 인철이의 갈등은 새엄마가 인철이의 방에 들어와서 이것저것 챙겨주고 눈시울 적시는 장면 하나로 해결된다. 정말 현실에서도 그럴까? 그렇게 쉽게 오해가 풀리고, 그렇게 쉽게 용서가 되고, 그렇게 쉽게 너그러워질 수 있을까? 선영이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선영이나 인철이의 경우와 비슷한 입장에 놓인 아이들에게는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위로와 힘이 되는 책일 수도 있을 것 같다. 내 허기를 채워주지 못했다고 일방적으로 국수 탓을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적어도 먹는 동안은 뜨끈한 국물에 한기를 녹이고 주렸던 속을 부족하게나마 달랬으니 말이다. 사람에 따라서는 어떤 성찬보다도 더 훌륭한 소울푸드일지 누가 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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