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도서관 옥상이 대대적인 공사에 들어가더니 멋진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방수목 바닥이 깔렸고 옥상 담을 빙돌아 하얀 팬스가 둘러졌고, 그 아래로 모임별로 텃밭을 꾸밀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 나랑 우리 꼬마 개똥이는 '피노키오'라는 2학년 품앗이 모임에 들어가 있어서 그 모임 아이들과 엄마아빠들이 힘을 합쳐 작은 정원을 만들었었다. 이렇게...
하지만 어느새 바야흐로 가을. 거두고 갈무리해야할 시기가 찾아왔다. 아이들은 자신들 앞에 펼쳐진 이 새로운 작업에 어지러운 흥분의 기류를 타고 정리를 하는 건지, 흙장난을 하는 건지 모르게 소란스러웠다. 심어놓고 제대로 돌보지 않아 열매를 많이 맺지는 못했지만 고추며, 콩이며, 토마토며, 오이를 아주 조금씩 수확할 수 있었다.
도서관 공동 텃밭에 심어진 고구마를 캐볼 수 있는 행운을 얻어 고구마까지 수확물에 포함됐다.
가운데 있는 저것은 콩이다. 저렇게 어마어마하게 큰 콩은 처음 봤다. 애들도 우어어어어~하고 놀라워했다.
수확의 즐거움과 재미는 역시 고구마 캐기가 최고다. 내년에는 고구마와 감자를 심자고 의견을 모았다.
아이들과 화분들을 정리하자니 오히려 흙이 여기저기로 튀고 쏟고 난리가 아니다.
그래도 서울 이 회색의 도시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이 작은 텃밭이 주는 경험의 기쁨은 정말 소중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여름엔 옥상 텃밭을 보며 아이들이 시도 썼다.
우리 개똥이가 지은 시 하나, 여기에 적어둔다.
상추
상추가 급식에 나오면
고기가 있고
고기가 나오면
상추가 있지
아이들은 환호하고
선생님도 환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