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는 동물을 좋아한다. 

동물원에 가서 비단구렁이 쯤은 겁내지 않고 쓰다듬고,

동네 멍멍이들이 산책을 나오면 정신줄 놓고 졸졸 따라다니고,  

애견샵이 많다는 이유로 충무로 길을 좋아하고,

친하게 지내던 이웃집 닥스훈트가 이사가버렸다는 걸 인정하지 못하는...

 

고양이를 사달라, 강아지를 사달라 졸라대는데

내가 감당할 자신이 없어서 어르고 달래고 혼내고... 아이에게 별짓을 다하다가

결국 지난 1월 15일, 햄스터를 입양했다.

그러니까 우리 식구가 된지 이제 한 달이 갓 지난 셈..

-어느 새 한 달이 넘었구나...-

 

이름은 개념이다.

맘에 들면 신개념 쯤으로 불러주고 맘에 안들면 졸지에 무개념으로 강등당하는

크림 빛깔의 털을 가진 햄스터다.

문제는 햄스터가 야행성이라는 데 있다.

막내가 일어나 있을 때는 개념이가 자고,

막내가 자야할 시간에 개념이가 일어나는 거다.

그러니 동물과 함께 정다운 시간을 보내고 싶은 막내는 속이 타들어갈 지경.

 

개념이와 놀아야 한다며 잠 잘 시간을 미루는 사태가 벌어지고,

개념이와 놀고 싶다는 욕망 하나로 잠자고 있는 개념이를 깨우는 만행도 벌어지고...

개념이가 아무래도 막내의 동물친화욕구를 만족시키지 못 한다는 것은 확실하다.

얼마 전부터 "엄마... 햄스터는 2,3년밖에 못 사니까 개념이 죽으면 고양이 사줘.."하며

조그만 게 물밑작업을 해오기 시작한 것이다.

 

개념이가 수명이 2,3년이라는 것에 막내는 충격을 받았는지

죽음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을 하기도 했다.

정월대보름에 남산한옥마을에 놀러갔을 때 달집에 소원 적기를 했었는데

막내가 분홍빛 한지에 꾹꾹 눌러 쓴 소원은

'죽지 않게 해 주세요'였다.

대보름 전날 잠자리에 들기 전에 자기는 죽고 싶지 않다면서

펑펑 대성통곡을 했던 것이다.

 

개념이는 낮과 밤을 막내와 달리한다는 치명적 약점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막내의 사랑을 독차지 하고 있다.

길냥이에게 밥을 챙겨줘서 집냥이로 만든다는 나름의 작전 내지 계획은 폐기처분한 것 같고...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