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가 딱 한 통 남아 있었다. 얼마 전에 동네 마트에 갔다가 배추값을 확인했더니 3포기 한 망에 37000원. 등골이 오싹했다. 결국 구입을 포기하고 돌아나왔다. 집에 오면서 곰곰 따지고 보니 가족들이랑 외식 한 번 했다, 치고 김치를 담그면 비싸다 할 것도 없는 가격이다. 3포기를 가지면 글쎄, 일주일은 먹을 수 있지 않을까. 부재료까지 합쳐서 5만원 정도가 든다고 해도 일주일동안 먹는다면 하루에 7100원꼴정도, 한끼에 2400원정도다. 우리집은 다섯식구니까 한 사람당 한끼에 480원. 그래, 아무리 비싸졌다고 해도 그렇게 따지면 과자 한 봉지에 2000원 하는 판국에 발발 떨 것도 없다 싶다. 근데 어딘가 찝찝하고 선뜻 구입하기가 망설여지는 거다. 인상된 값만큼 우리 농부들에게도 이득이 될까. 누구 주머니를 불리고 있는 걸까 싶어서 말이다... 어쨌든 배추를 비롯한 채소류의 가격폭등은 나같은 서민들에겐 살벌, 그 자체다. 애그플레이션이다 하면서 말들이 많던데, 걱정이다.
당장 김장이 걱정되었다. 한살림을 믿고 있었는데 물량부족으로 김장용 배추 주문 예약 받기를 중지한 상태였더래서(지난 4일에 어렵게 4만포기를 마련해서 선착순 주문을 다시 받았는데 10분만에 종료되었단다), 그저께였나, 괴산절임배추를 인터넷에서 찾아 40kg을 9만원에 주문했다. 그런데 오늘 흙살림에서도 유기농절임배추를 20kg에 42000원에 꾸러미 회원들에 한해 선착순 주문을 받는다는 문자가 왔다. 잠시 고민을 하다가 주문취소하고 어쩌고 하는 절차가 귀찮아서 그냥 이번 김장은 괴산 절임배추로 담그기로 했다. 이렇게 해서 일단 배추 문제는 해결. 그럼 무는? 화요일에 아파트 장이 열렸을 때 물어보니 무 한 개에 4천원. 20포기 정도를 담그려면 한 15개는 있어야 될 것 같은데... 한살림에선 무가 하나에 1400원인데 문제는 물량 부족으로 1인당 2개씩만 판매한다는 거다. 일단 그건 김장 담글 때쯤까지 기다리면서 두고봐야 할 것 같다.
어제 열린 장에서 열무가 한 단에 4천5백원이라는데 남아있는 열무 6단을 떨이로 해서 2만2천원에 구입했다. (한살림에서는 열무 단이 작긴 하지만 한 단에 1400원인데 그것도 물량부족으로 무처럼 1인당 2단씩만 구매할 수가 있다) 쪽파 한단 3000원까지 해서 모두 2만5천원. 오늘 아침 애들이 다 나간 후 열무김치를 담기 시작했다. 열무가 좀 억세긴 하지만 커다란 김치냉장고용 김치통 하나와 작은 김치통 하나를 채웠다. 마음이 든든하다.
.................?
칫, 열무김치 한 통 담가놓고 마음 든든하다며 안심하는 꼴이라니!!!
한심하기는.... ㅉㅉㅉ
에휴, 도대체 이 시절은 언제 끝날까...
김치나 맛있게 익어라. 맛없으면 무지 화날 것 같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