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고르미가 도서관에 여는 첫 전시다. 처음에 전시 준비를 하면서 한 번으로 끝날 전시가 아니라 계속 주제를 바꿔가며 이어갈 전시니까 되도록이면 힘들지 않도록 즐겁게 준비하자고 했었다. 주제에 따른 책의 목록을 뽑고 전시제목을 정하고 하는 정도로만. 그런데 하다 보니 일이 커져서 방화동까지 가서 짚풀공예를 배워 전시를 꾸미는 일까지 하게 됐다. 앞으로 주의해야 할 일 같다. 무엇보다 사람이 지쳐서는 일을 계속 해나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행히 책고르미 식구들이 모두 마음씨가 고와서 잘 해주었고, 너무 고마웠다. 다음에 전시를 준비할 땐 더 쉬운 방법을 선택하도록 마음을 써야겠다.
지리산 자락이 본가인 회원엄마가 추석에 고향을 다녀오면서 밤송이가 달린 밤나무가지와 벼이삭을 가져다 주었다. 덕분에 벽이 썰렁해 보이지 않아 다행이다. 책고르미가 공을 들여 장만한 짚공예 작품들도 가지런히 자리를 잡았다.
달걀꾸러미와 짚공, 그리고 할아버지가 선물해주신 조롱태기다. 저 짚공도 할아버지가 만들어주신 건데, 생각보다 단단해서 놀랐었다.
달걀꾸러미는 달랑 2개 남았다. 깨진 달걀이 있어 냠냠 먹어버렸더니 빈 꾸러미가 되어버린 것들이 있다.
이건 짚풀을 배울 때 수제자로 인정받았던 엄마가 짠 그릇이다. 새끼를 꼬아 짰다는 걸 아이들에게 더 확실히 보여주기 위해 완성하고 남은 새끼줄들을 정리하지 않았다.
가을그림책 중에 <투둑 떨어진다>나 <알강달강 커다란 밤 한 톨> 같은 책들이 있어 호두, 밤, 땅콩, 은행을 가져다 모아 담으니 꽤 정겹고 예쁘다.
짚으로 만든 잠자리들을 몇 개는 핀으로 벽에 고정시키고 또 몇 개는 낚시줄로 묶어 천정에 매달아 놓으니 아기자기한 풍경을 보는 듯하다.
밤나무가지와 벼이삭, 전시제목을 쓴 배경지 하단의 기와가 잠자리들과 참 잘 어울린다.
다시 한 번 짚풀공예를 가르쳐주신 어르신들께 고마운 마음이 왈칵.
이번 '그림책으로 만나는 가을'에 전시된 책들이다. 예전에 읽었던 책들도 있고, 준비하면서 훑어본 책들도 있는데, 언제 좀 시간을 내서 차분히 앉아 제대로 읽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