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판으로 보는 삶 마이 라이프
호세 안토니오 미얀 지음, 최고은 옮김 / 청어람주니어 / 2009년 3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처음 만났을 때, 웃음이 났다.  책 속에 등장하는 기발한 표지판들도 그렇지만, 그 표지판들을 엮어서 그럴듯한 인생 이야기를 묶어낸 아이디어를 향한 웃음이기도 했다.  그림책이긴 하지만 어린 아이들보다는 사춘기에 들어선 청소년들에게 보여주면 더 좋을 것 같다.   
'기호를 통한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관심을 가진 언어학자'라는 스페인 출신 지은이는 이 책 외에도 여러 매체와 신호에 대한 재미난 이야기를 다루어 왔다니 꽤 호기심을 유발시키는 인물이다.  기회가 닿는다면 이 작가의 다른 책들을 더 살펴보고 싶어진다.    

이야기의 시작은 이렇다.

"나 역시 어머니의 도움으로 이 세상에 태어났어."라는 글에 붙은 임산부 표지판.  우리나라에서도 지하철에서 볼 수 있는 표지판이다.  세상에 태어난 아이는 엄마의 잔소리를 먹으면서 자란다.  엄마의 잔소리, 그것처럼 지겨우면서도 두고두고 그립기도 한 것은 세상에 그리 많지 않을 거다.   

 



하지만 아이들은 노는 것 외엔 관심이 없고, 그럴 수록 엄마들의 잔소리는 질적, 양적으로 더 풍부해지기 마련이다.   






 

 

 

 

  조심할 것도, 하지 말아야 할 것도 많은 세상에 대한 잔소리가 이어지고    



그 잔소리가 지겨운 아이는 가출한다.   집 나가면 고생이라는 말도 있듯이, 이제 아이는 고생 좀 하면서 세상과 인생을 배워간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돈을 써서 더 좋은 걸 갖는 거'고, '집을 사려면 돈이 엄청 들'며, '살아남으려면 무슨 일이든 해야' 한다는 걸 말이다.  그래서 아이는 결국 일을 구하고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해 왔던 일을 성실하게 해 나가기 시작한다.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충고를 해줄 만큼 아이는 자랐다.   





등골 빠지게 힘들게 일해도, 재미 보는 사람은 따로 있다는 '부조리함'에도 눈을 뜨고...  














일이 끝나면 춤추고 마시면서 즐기다가 필름이 끊겨 집에 돌아오고 다음날이면 후회를 하고.. 

 







 

 

  

그러다가 책을 읽으며 세상을 이해하고 특별한 여자도 만나게 된다.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그 아이들에게 어릴 적 지겹게 들었던 잔소리를 반복하다 늙어가고,   

 



 삶을 마치게 된다.  

책을 읽으면서 이 책에 나와있는 표지판이 정말로 실재하는 것인지 궁금했는데, 책 맨 뒤를 보면 그 궁금증이 싹 해결된다.  어디에 있는 무슨 표지판인지가 다 나와있는 것이다.






 

 

 

스페인의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에 있는 표지판이 대부분이고 프랑스, 이탈리아, 미국, 일본에서 건져온 표지판도 있다.  아이디어나 표지판과 이야기의 환상적인 조화는 웃음을 자아내지만 이 책이 보여주는 인생의 모습에선 진지함이 느껴진다.   주저없이 나의 완소 그림책 반열에 올려주었다.  

유진이와 명보도 '재미있다'는 반응이었고, 표지판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이 책을 소개해주신 선생님은 인터넷에서 표지판 그림을 뽑아서 아이들과 이야기를 만들어봐도 재미있을 것이라고 했지만, 아직 그것까지는 시도해보지 않았다.   그래도 표지판들을 보면 그 속에서 또 어떤 이야기가 나올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그러고 보면 표지판들처럼 우리 삶을 가깝게 둘러싸고 있는 기호도 드물테니 그 속에 우리 삶의 모습이 담겨 있는 건 어쩌면 당연한 건지도 모르겠다.   

우리 삶은 단순한 표지 이면에 들어있는 복잡하고 다채로운 빛깔을 이해해가는 과정이라는 걸, 새삼 느끼게 해주는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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