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괜찮아 두려워도 괜찮아!>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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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괜찮아 두려워도 괜찮아! ㅣ 어린이 마음 건강 교실 1
제임스 J. 크라이스트 지음, 홍성미 옮김, 전미경 감수 / 길벗스쿨 / 2009년 11월
평점 :
품절
내가 어렸을 때의 기억을 더듬어봐도 그 때는 무서운 게 참 많았다. 귀신도 무서웠지만 전쟁이 일어날까봐 가슴을 졸이기도 했다. 그 시절이 반공을 소리높여 부르짖던 때라서 그랬을 것이다. 요즘 아이들은 내가 어릴 때만큼 전쟁에 대한 공포가 강하진 않은 것 같다. 그 대신 환경에 대한 경고를 듣고 자라서 그런지 지구 멸망에 대한 걱정이 큰 것 같다.
어린 시절엔 왜 그렇게 무서운 것들이 많았을까. 미숙하고 순진한 시기이기 때문일 것이다. 다행히 그 공포를 다 이겨내고 이제 내가 부딪치며 살아가는 이 세상이 제일 무서운 어른이 되어버렸다. 그래서일까. 개구리가 올챙이 적 기억 못한다더니 아이들의 무서움을 이해하기 보다는 웃음거리로 삼거나 '뭐가 무섭다고 그래?'하며 무시하곤 한다.
큰아이가 초등학교 때 큰 맘 먹고 비싼 커텐을 맞춰서 아이 방에 달아줬다. 예쁘다며 좋아하던 아이가 며칠 지나고 나니 커텐이 무섭다며 울상을 지었다. 저 커텐이 왜? 밤에 자려고 침대에 누우면 커텐이 무서운 삐에로로 보인다는 거다. 얼마나 기가 막히고 난감하던지.. 몇차례 아이와 실갱이를 벌이다가 '내가 졌다'하고는 커텐을 떼버렸던 기억이 난다.
그 때 이런 책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아이가 가진 공포를 좀 더 아이 편에서 이해하려고 노력할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 커텐을 맞추는 데 들어간 비용이 아깝다거나 엄마의 정성이 받아들여지지 않아서 섭섭하다거나 하는 생각보다, 아이의 공포를 어루만져야겠다는 결심을 먼저 했을 것 같다. '두려움과 걱정을 없애는 열 가지 방법'을 살펴보며 아이의 두려움을 없애주기 위해 좀 더 진지하게 노력했을 텐데 말이다.
이 책은 아이들이 두려움을 없애는 데 도움이 될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고 있는데 재미있는 만화와 그림들을 곁들여서 읽고 이해하기 좋게 되어 있는 점과 자신을 체크해볼 수 있는 간단한 자기진단표등을 갖춘 세심함이 마음에 든다. 그 반면에 두려움과 공포증을 극복한 실례가 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이 책이 부모나 선생님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아이들을 위한 책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납득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그 구체적인 방법이라는 게 그리 쉬워보이지는 않는다. 저자도 길게는 몇 달이 걸릴 수도 있다고 말하는 걸 보면 어지간한 끈기와 노력과 인내를 갖추지 않고서는 성공하기 쉽지 않을 거 같은 생각도 든다.
아이들의 세계는 어른들의 세계와는 확연히 다르다. 그래서 아이들의 세계를 어른의 방식으로 바라보고 다가서는 것은 위험한 일인지도 모른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아이의 두려움과 공포를 엉뚱하다고 판단하는 것은 어른의 눈으로 아이의 세계를 판단하려 했기 때문이 아닐까. 이 책을 읽으며 자신의 두려움을 이해해주지 못하는 엄마 때문에 상처받았을 큰아이의 마음이 내내 가슴에 걸렸다.
정신과 의사이자 심리학자인 저자는 맨마지막 '어른들을 위한 도움말'에서 '아이들은 부모님이나 선생님이 변함없이 자신을 지지하고 응원해 주기를 바랍니다.'라고 썼다. 아이가 공포나 두려움에 사로잡히거나 슬픔에 빠졌을 때야 말로 어른들의 관심과 사랑이 가장 필요한 때라는 걸, 그 당연하고도 단순한 사실을 내가 잊지 않고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좀 더 참을성 많고 이해심 넓은 엄마가 되어서 아이들이 도움을 필요로 할 때 따뜻하고 부드럽게 다가가고 싶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이 책 뒤에 부록으로 '참을성 많고 이해심 깊은 좋은 부모되는 법 열 가지'도 나왔다면 참 좋았을텐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