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머리에 이가 바글바글 봄봄 아름다운 그림책 16
크리스틴 스위프트 지음, 엄혜숙 옮김, 헤더 헤이워드 그림 / 봄봄출판사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그림책에서 이를 만난 건 처음인데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머리가 가려웠다.  새빨간 바탕의 겉표지를 넘기면 속표지에 이들이 바글바글하다.  꽤 의인화된 이들은 모자를 쓰거나 안경을 쓰거나 넥타이를 매는 등 꽤 세련된 분위기를 풍기지만 사실 이는 인간의 입장에서 보면 지독하고 징그러운 해충이다.   



줄거리는 간단하지만 다섯 살 딸아이는 '이'라는 새로운 생물체와의 만남이 인상깊었나 보다.  읽고 또 읽고 자꾸 읽어달란다.  읽어줄 때마다 난 머리를 긁적이게 되고.  엄마 머리에 생긴 이를 발견한 꼬마는 이를 없애주기 위해 나름 고심을 한다.  얼른 나가라고 윽박지르기도 하고 잠자리채를 들고 살금살금 다가가 엄마 머리를 덮치기도 하지만, 모두 실패다.  그러다가 마지막으로 선택한 방법이 엄마 머리 감기기.   



결국 이들이 못 견디고 엄마의 머리에서 이사하기로 결심하지만 새 집으로 선택한 머리는 바로 그 꼬마의 머리다.   엄마가 대견한 꼬마를 안고 머리를 쓰다듬고 있지만, 옆 페이지에서 머리를 벅벅 긁고 있는 꼬마의 어이없어하는 표정이 우습다.





 

 

 

 

 

 

 

 

사실 머릿니는 머리를 감는다고 사라지진 않는다.  큰아이가 초등학교 3학년 때 학교에 머릿니가 퍼졌다.  어느 날 아이가 머리를 빗다가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엄마, 내 머리에서 뭐가 떨어져!"해서 봤더니 벌레들이 떨어져 세면대 위를 꼬물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이웃엄마가 약국에 가면 샴푸 타입의 약이 있다고 하기에 얼른 가서 약을 사왔는데, 설명서를 꼼꼼하게 읽다 보니 부작용에 잘못하면 사망할 수도 있다고 나와있는 거였다.   뭐야, 머릿니 잡으려다 애가 죽을 수도 있다는 거잖아...  이 약을 쓸까, 말까 망설이다가 아주 소량을 써봤는데 정말 머릿니가 싹, 없어졌었다.  나중에 아이 머리 속을 샅샅이 뒤져가며 머리카락에 달라붙어 있는 서캐들을 떼어내야 했지만 말이다.   (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독극물에 가까운 약을 가지고 있다.  함부로 버렸다간 큰일이 날 것만 같아서...)

'이'라는 해충이 너무 미화된 감이 없지 않지만 그렇다고 이 그림책에 과학적 설명을 곁들이는 것도 웃긴 일이 될 것 같다.  이런 곤충도 세상에 있다는 걸 아는 정도에서 만족하면 될 것 같고, 아이는 그냥 이 이야기라는 것에 흡족하며 재미있어 하는 것 같다.   이 그림책을 읽고 아이가 '이'에 대해 궁금해한다면 '이'에 관련된 경험을 이야기해 주거나 자료를 찾아 보여주는 것도 좋겠지만 말이다.  

이 책의 글을 쓴 크리스턴 스위프트도 '2007년에 머리에 이가 생겼던 끔찍한 체험'을 바탕으로 했다고 고백하고 있다.  지금까지 많은 벌레들이 그림책 속에 등장했지만 '이'가 등장한 그림책은 이 책이 처음인 것 같다.  어떤 벌레보다도 강한 인상을 남기는 벌레인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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