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령의 춤추는 생각학교 6~10>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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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놀이터, 자연과 놀자 ㅣ 이어령의 춤추는 생각학교 10
이어령 지음, 허현경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09년 10월
평점 :
제목만 보고 자연 안에서 노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책인 줄 알았다. 도시에 사는 아이라도 잘 눈여겨 찾아보면 주변에서 작고 소중한 자연의 모습들을 찾을 수 있으니까 말이다. 요즘같은 가을엔 낙엽 몇 개만 가지고도 놀 수 있는 방법이 많을테니, 잘 보고 아이랑 한 번 해봐야겠다 생각했던 것이다. 그런데 헛짚었다. 이 책은 동물들의 살아가는 법을 살펴보고 그 안에서 우리 자신을 돌아보고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 아이들에게 자연의 모습을 바라보며 묵상하는 차원으로 이끈다고 해야하나..
이 책에 등장하는 동물들은 사슴과 늑대, 개미와 매미, 박쥐, 참치와 개복치, 개와 고양이, 제비, 모기, 그리고 십장생 등이다. 동물들을 통해서 다양한 삶과 가치들을 짚어나간다. 사슴과 늑대 이야기에서는 건강한 경쟁의 필요성을 말하고, 개미와 매미 이야기에서는 노동형 인간과 유희형 인간 각각의 필요성을 설명한다. 박쥐를 통해서는 거꾸로 생각하는 창의성을, 참치와 개복치에서는 부지런한 모험형 인간과 정적인 은둔형 인간의 모습을 살펴보고, 개와 고양이에서는 협동형 집단주의적 성향의 인간과 개인주의적 성향의 인간을, 제비에게서는 살아가는 데 전혀 필요치 않은 제비 꼬리를 통해서 실용과 아름다움의 문제를 생각해보게 한다. 해만 끼치고 살아가는 듯한 모기를 보면서 인간의 잣대로만 이해득실을 가르려고 하는 인간의 이기심을 돌아보는 동시에 귀찮은 해충에 지나지 않는 모기의 첨단 능력을 보여준다.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투영되어 있는 십장생에서는 자연과 더불어 평화롭게 살아가고자 했던 조상들의 마음을 엿본다. 뒷편의 '나의 작은 동식물 사전'에는 거짓말 탐지 능력이 있는 식물과 2천년의 시간동안 잠들어 있다가 싹을 틔운 씨앗, 동물들이 갖고 있는 예지력, 암을 냄새로 찾아내는 개에 대한 이야기도 들어 있다.
저자는 아이들에게 '자연'이라는 것이 인간 맘대로 아무렇게나 다루어도 좋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목숨이 있든 없든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 가운데 필요 없는 것은 없어. 모든 것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면서 살아간단다."라거나 "세상 만물은 어떤 것도 좋고, 나쁘고, 이롭고, 해롭다고 말할 수 없어. 저마다 제자리가 있어서 거기에 맞게 살아가는 것이지."라는 말을 하는 것도 우리 눈에 하찮게 보이는 아주 조그만 어떤 것까지도 존재의 이유를 가지고 태어나 살고 있다는 걸 가르쳐주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고 보면 인간만이 세상 속 자기 자리에 만족하지 못하고 난폭하게 영역확장을 하고 있는 탐욕스러운 동물인 것 같다. 자연 앞에서 잘난 척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되는 데 말이다. 일본 홋카이도와 러시아 사할린에 사는 아이누족에게는 '자연'이라는 말이 없다고 한다. 자기 자신이 바로 자연이기 때문에 굳이 따로 분류해서 부를 필요가 없다나. '자연을 보호하자'고 부르짖던 우리는 이미 자연을 보호해야할 대상, 타자로 바라보고 있었던 거다. 보호해야 할 것은 자연이 아니라 우리다. 자연이 병들면 예전에 드라마 다모의 명대사처럼 "아프냐? 나도 아프다."하고 함께 아파야 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아이누족은 지혜롭다.
'이어령의 춤추는 생각학교' 시리즈의 6권에서 10권까지의 책을 읽어보았는데, 시리즈 제목에 들어 있는 '춤추는'이라는 말에 걸맞게 글들이 모두 경쾌하고 긍정적인 희망을 담고 있다. 그렇다고 너무 가볍지도 않고 아이들이 즐겁게 읽고 느끼면서 생각의 폭을 넓혀가기가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