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상상'이라는 이름의 잡지가 있다. 계간지인데 이 잡지를 알게 된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유빈이랑 자주 다니는 어린이도서관 선생님이 말씀해주셔서 알았고, 선생님이 개인적으로 구독해서 보는 이 책을 나더러 먼저 읽으라고 주셨다. 10월 말일에 어린이 도서관 행사 '나랑 같이 놀자'를 준비하시느라 읽으실 틈이 없다면서. 그래서 처음 만나게 된 그림책 잡지. 첫 소감은 "오호~~~ 괜찮은데~~"였다.
2009년 10월에 나온 통권 8호는 논픽션 그림책에 대한 이야기가 길게 이어진다. 그림책 전문가라고 불리는 신명호 씨가 '논픽션 그림책에 대해서'라는 제목으로 쓴 그림책의 논픽션과 픽션에 대한 글은 읽기 쉽지는 않았으나 꽤 흥미롭기는 했다. 신명호의 <그림책의 세계>라는 책이 2만7천원이라는 고가라서 살 엄두를 내지 못하고 궁금해하고만 있던 차에 이렇게라도 작가의 글맛을 보게 된 것도 나름 뿌듯 했고.
'그림책의 대부분이 사실을 근거로 상상의 세계를 더하거나 상상의 세계를 기본으로 하여 현실성을 더한 콜라보레이션'이라고 하면서 '논픽션은 아이들을 현실에서 상상으로 자연스럽게 이끄는 신뢰의 요소이며, 픽션은 일상에서 억제되고 제한받는 호기심과 흥미를 한바탕 놀이로 풀어주는 자유의 요소'로 이 두 가지가 조화를 이룰 때 '어린이는 억압된 자아를 해방시키고 현실적인 불만을 해소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픽션과 논픽션의 콜라보레이션은 가장 이상적인 그림책의 구조'라고 강조한다.
그러고 보니 어느 그림책이라도 순수하게 픽션이거나 전적으로 논픽션인 경우는 좀 드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표적인 논픽션 그림책, 픽션 요소를 즐기는 그림책, 논픽션 요소를 즐기는 그림책으로 나누어 책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아윽~ 보고 싶은 그림책이 한 두 권이 아니다. 이런 글들을 읽을 때 일어나는 부작용이다. 소개된 책들 속에는 외국 원서들도 포함되어 있어서 뛰어넘을 수 없는 외국어의 장벽이 새삼 너무 높아 보이기도.. 끙.
논픽션 그림책 작가들에 대한 인터뷰 기사들도 뒤따라 나온다. <갈릴레이 갈릴레오>, <마들렌카>등으로 유명한 피터시스, <큰 동물 작은 동물>, <진짜 얼마만 해요>등의 책으로 유빈이의 관심을 받았던 스티브 젠킨스, 일본 작가인데 아는 책들이 없어 더 궁금한 미우라 타로, <와글와글 떠들썩한 생태일기>, <톡 씨앗이 터졌다>를 지은 곤도 구미코, 세밀화로 유명한 권혁도, 유빈이의 사랑을 받았던 <우리 몸의 구멍>의 작가 허은미의 면면을 살펴보는 기사는 그 자체만으로도 호기심을 자극했다.
특히 허은미 작가는 노무현 대통령의 노제가 열리던 날 어린이도서관에 강의를 하러 오셨었다. 강의를 하러 올까 말까 고민을 하다가 약속은 지켜야 할 것 같아 왔다며 강의가 끝나자마자 노제현장으로 달려가셨었다. 난 그날 검정 옷을 입고 강의를 들었었다. 강의를 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편치 않았던 그 시간이 떠올랐다.
'재미있는 논픽션 그림책'이라는 제목이 붙은 장에서는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사람 이야기가 담긴 논픽션 그림책',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생명의 세계-지구를 넘어 우주까지-'로 나누어 그림책을 소개하고 있다. 나오는 책들을 모두 리스트로 만들어 보관해두어야 할 것 같다.





그 외의 그림책이야기도 알차고 재밌다. '나쁜 아이를 사랑하는 그림책', '그림책 속 아빠 모습', 신화나 설화 속에 나타나는 뱀의 상징에 대한 글 '뱀, 강물처럼 굽이치는 생명력의 근원', 그리고 '그림책화가의 사회적 역할에 대하여'라는 기사까지.
'그림책 화가의 사회적 역할에 대하여'라는 글은 <둥그렁뎅 둥그렁뎅>을 지은 김종도 작가가 썼는데 내용이 뭉클하다. "....앞서 말한 것처럼 어린이 책 분야에 종사한다는 이유로 사회문제를 외면한다는 것은 스스로의 사회적 역할을 제한하는 것이고, 나아가 스스로를 고립 내지는 부정하는 행위이다. 왜냐하면 그림의 내용 자체가 우리가 사는 현실의 내용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실의 부조리를 외면한 채로 아이들이 보는 책에서만 정의와 아름다운 진실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이 땅의 그림책 화가로서 갖는 본연의 사회적 역할을 부정하는 것이 되는 일이기 때문에 이는 절름발이 화가에 다름아니다.'라고 하면서 역사에서 작가를 비롯한 예술가들이 사회참여에 기여했던 예들을 열거한다. 지난 7월 24, 용산참사 현장에서 있었던 그림책 작가들의 전시회 (권윤덕, 김병하, 김종도, 김환영, 이광익, 이상권, 이승현, 이억배, 장호, 조은영, 조혜란, 홍기한)인 '그림책 화가, 촛불을 들다' 전의 사진과 작품들도 볼 수 있다.


북카페 그림책상상 http://www.imagination.kr/04.html 이 있고, 네이버에 따로 운영되는 블로그가 있다. http://blog.naver.com/sangbooks 이것도 모두 어린이도서관 선생님이 가르쳐주셨다. ㅎㅎㅎ
이번 호에 소개된 논픽션 그림책들은 따로 페이퍼로 꾸려보거나 리스트로 묶어봐야할 것 같다.
두고두고 참고가 될만 하지 않을까.